<024>
어느새 칼라일에 의해 퉁퉁 부어오른 젖꼭지는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발개진 아벨라의 젖꼭지를 보던 그가 추접스럽게 빨아 대던 입술을 뗐다. 그러고는 그녀의 옷 속에서 빠져나왔다.
이 이상 그녀의 젖을 괴롭힌다면, 잠에서 깬 아벨라가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챌지도 몰랐다.
칼라일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무방비하게 잠든 아벨라를 눈앞에 두고 정작 제가 원하는 행위는 할 수 없다는 게 그렇게 통탄스러웠다.
하루빨리 아벨라를 제 반려로 만들고 싶었다. 자신의 반려가 되어 이런 어설픈 행위가 아닌, 정말 제대로 된 짝짓기를 해 주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아벨라에게 이런 추저분한 속내를 꺼내 보이면 그녀가 어떻게 반응할지, 아주 자명하게 알고 있었다.
만약 힘을 쓴다면, 지금에라도 당장 그녀를 겁탈하고 도망치지 못하게 가둬 둘 수 있었다. 혹은 인간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산 속으로 그녀를 데리고 숨어 영영 저만 보고 살게 만들 수도 있었다.
하나 칼라일은 그녀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았다.
울고불고 난리 치며 저를 거부하는 아벨라를 억지로 데려가 가둬 두는 건, 정말 최후의 방법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칼라일이 얇은 슬립 위로 봉긋 솟은 젖무덤에 얼굴을 파묻으며 생각했다.
아벨라 또한 어서 하루빨리 저와 같은 마음이 되어 주기를.
살랑살랑 흔들리는 그의 꼬리는 어딘지 평소보다 조금 기운 없어 보이기도 했다.
‘빨리 엄마랑 교미하고 싶다…….’
그날도 아벨라는 칼라일의 새카만 흑심은 꿈에도 모른 채, 고롱고롱 깊은 단잠에 빠져 있었다.
잠든 그녀를 보며 홀로 좆을 흔들던 칼라일은 늘 그렇듯 아벨라의 구멍에 제 좆물을 욱여넣고 나서야 이 음험한 행위를 끝내고, 잠자리를 정돈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얌전해진 아벨라의 옷매무새와 이불은 정말 감쪽같았다.
칼라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순한 얼굴로 그녀의 목을 폭 그러안고는 코를 씰룩이며 킁킁거렸다. 아벨라에게 제 좆물을 잔뜩 쑤셔 넣은 덕분에 그녀의 몸에서는 자신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이렇게나마 그녀에게 제 체취를 남겨 놓지 않으면, 다른 수컷이 채 갈까 봐 불안하고 초조했다.
진하게 풍기는 자신의 체취를 확인한 칼라일은 만족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고는 눈을 붙였다.
아벨라만 모르는 평화로운 밤이었다.
* * *
아침 해가 밝으면 아벨라에게는 평소와 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칼라일이 차려준 아침밥을 먹고, 가게에 나가기 위해 씻고 준비를 하는 그런 평범한 하루의 시작.
그날도 그렇듯, 아벨라는 가게에 나가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슬립을 벗는데, 젖꼭지에 천이 스치니 따끔한 통증과 함께 절로 신음이 흐르는 게 아니던가.
‘뭐지……?’
퉁퉁 부었어.
게다가 평소보다 발딱 선 젖꼭지는 분홍빛이 아닌 불그스름한 선홍빛을 띠고 있었다.
마치 밤사이 누군가에게 잔뜩 빨린 것처럼.
그리고 오늘도 속옷에는 알 수 없는 백탁색 애액이 듬뿍 묻어 있었다.
요 며칠 내내 계속 이 상태였다. 생소한 애액만으로도 충분히 이상했는데…… 하다 하다 젖꼭지까지 이렇게 되다니.
‘기분 탓이 아니야…….’
뭔가 이상해.
아벨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제가 자는 사이 무슨 이상한 일이라도 일어나고 있는 걸까?
옷을 갈아입고 나온 아벨라는 저를 기다리고 있던 칼라일을 힐끔 바라봤다.
그는 여느 때와 바를 바 없이 해사한 미소를 그린 채 꼬리를 붕방붕 흔들며 저를 반기고 있었다.
아벨라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가.”
그러자 칼라일이 귀를 좌우로 쫑긋 움직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혹시 밤에…….”
밤이 언급되자 칼라일이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잠시 그와 눈을 마주하던 아벨라는 역시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아니야……. 아무것도…….”
“어머니, 왜 그러세요?”
어딘지 떨떠름한 아벨라의 표정을 보며 칼라일이 살갑게 다가와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냥……. 요즘 몸이 좀 이상한 거 같아서…….”
“몸이요? 혹시 어디 아프신 건 아니고요?”
“응, 그런 건 아니야.”
걱정이 잔뜩 묻어 나오는 칼라일의 목소리에 아벨라는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뱉었다.
‘이렇게 순한 애를 두고 내가 무슨 상상을 한 거람.’
칼라일은 루비처럼 붉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의아하다는 듯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어디가 불편하신 거예요?”
“아니야, 신경 안 써도 돼.”
“알려 주시면 제가 안마라도 해 드릴게요.”
칼라일이 걱정스럽다는 듯 아벨라에게 말했다. 순간 안마라는 말에 아벨라는 얼굴이 확 붉어졌다. 제가 불편한 곳인 젖가슴을 칼라일이 정성스럽게 만져 주는 상상을 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미쳤어, 미쳤어!’
애한테 뭘 시키려고!
아벨라가 마구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술을 짓씹었다.
“정말 괜찮아.”
조심스럽게 그를 밀어내고는 태연하게 출근 준비를 했다. 분주히 움직이는 작은 몸집에 칼라일의 시선이 집요하게 꽂혔으나, 아벨라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이 이상한 기분을 떨쳐 내려 애쓸 뿐이었다.
* * *
“그러니까…… 자고 일어나면 희뿌연 불순물이 묻어 있단 말이지?”
에샤의 말에 아벨라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젖꼭지도 퉁퉁 부어 있고…….”
“흠…….”
“에샤, 네가 생각해도 이상하지?”
에샤는 아벨라의 옆집에 사는 또래 여자아이였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물려받은 젖소를 이용해 우유를 내다 팔며 근근이 먹고 사는, 비슷한 처지의 소녀였다.
아벨라의 말을 듣고 한참 고민에 잠겨 있던 에샤가 주변을 힐끔거리더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귓속말을 했다.
“너 혹시 임신했니?”
“뭐, 뭐, 뭐어어?!”
“내가 들었거든. 임신하면 가슴이 퉁퉁 부어오른대. 흰색 뿌연 불순물도 나온다고 들었어.”
“얘가, 얘가!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아니야? 하긴……. 우리한테 남자 만날 시간이 있을 리가 없지.”
에샤가 곁에 있는 젖소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굳이 임신이 아니어도 가끔 몸이 좀 이상하다 싶을 때 있잖아. 예를 들면 달거리 하기 직전이라든가……. 뭐 그래서 그런 거 아니야?”
“그러려나……?”
“응, 하여튼 그런 일로 의원을 부르기엔 좀 돈 아깝다, 얘. 의원 부를 돈 있으면 그 돈으로 우리 집 우유나 좀 사가.”
당연한 말이지만 의원을 부르는 데는 꽤 큰돈이 필요했다. 그랬기에 제 지갑 사정을 떠올린 아벨라 또한 동의한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유 사 갈 거야?”
장난스러운 에샤의 물음에 아벨라가 못 이기겠다는 듯 품에서 동전 몇 개를 꺼냈다.
“으이구, 알겠어. 우유 조금만 줘.”
에샤가 환히 웃으며 유리병에 담긴 우유를 한 병 꺼내왔다.
“친구니까 특별히 3실링에 줄게. 알지? 원래 얄짤 없이 5실링인 거.”
“생색은……. 너 저번에 내가 10실링짜리 약초 6실링에 준 거는 기억하고 하는 말이지?”
아벨라가 눈을 뾰족하게 뜨자 에샤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런데 그 순간일까.
“낑, 끼잉…….”
에샤네 집 안에서 웬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응? 무슨 소리야?”
“어머, 벌써 시간이…….”
“너 동물 키워?”
“아, 최근에 다친 애를 발견했거든. 그래서 나을 때까지만 데리고 있을까 생각 중이야.”
아벨라가 기웃거리며 집 안을 보기 위해 고개를 쭉 내뺐으나 보이는 건 없었다. 에샤는 허둥거리며 아벨라의 등을 밀었다.
“얘, 얼른 가 봐.”
“너 수상하다? 남자 숨겨 놨니?”
“남자는 무슨! 생겼으면 너한테 제일 먼저 자랑하러 갔지!”
에샤가 떽떽거리며 억지로 아벨라를 쫓아냈다. 아벨라는 어딘지 의아한 기분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순순히 물러나 주었다.
‘그나저나 방금 그 울음소리…….’
꼭 처음 칼라일 만났을 때 들었던 울음소리 같네.
아벨라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머릿속에 오래 남아있지는 않았다.
* * *
“엄마……!”
잠시 자리를 비웠던 아벨라가 돌아오자 칼라일이 기다렸다는 듯 곧장 쪼르르 뛰쳐나왔다. 그러고는 어리광부리듯 그녀에게 엄마라 부르며 부둥켜안았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셨어요.”
“미안, 잠시 친구랑 얘기 좀 하느라.”
“얘기요?”
“응, 겸사겸사 우유도 좀 사 왔어.”
칼라일이 우유를 건네받으며 눈을 끔뻑였다. 그와 동시에 훅 밀려 들어온 아벨라의 체향에 그가 본능적으로 코를 씰룩였다.
아벨라는 평소처럼 목욕 준비를 하려 했다.
그런데 그것도 아주 잠시.
욕조에 물을 받고 있던 아벨라의 뒤로 칼라일이 난데없이 다가와 손목을 낚아챘다.
“꺄악-!”
순간 우악스럽게 붙잡힌 손목에 놀란 아벨라가 새된 비명을 토했다.
뒤를 돌아보자 서 있는 건 칼라일이었다. 그것도 난생처음 보는 표정의 칼라일.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벨라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그를 불렀다.
“아, 아가?”
그러자 칼라일이 시뻘건 눈을 번뜩이며 낮게 읊조렸다.
“어디 다녀오셨어요?”
“……뭐?”
평소처럼 저를 불렀을 뿐인데, 왜 이리 낯설게 느껴지는 건지. 당황한 아벨라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입술을 달싹였다.
도대체 얘가 갑자기 왜 이런단 말인가.
말을 건네는 칼라일은 답지 않게 이까지 드러내고 있었다.
“다른 수컷 냄새가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