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임신 (1)
그로부터 일년하고도 반절이 넘게 지났다.
우리 부부도 이제 아이 하나 가져볼까 하는 시기에 다달아 있었다.
역시 내 남편이라는 작자도 아이만큼은 꼭 자기 씨였으면 하는 눈치.
하지만 나는 어차피 아이를 가진다면 켄지나 유유치의 씨를 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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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질내사정을 받는다면 임신확률 거의 100%의, 그 정도로 딱 위험일인 어느 일요일.
"제발, 보지에다 싸게 해줘, 내 아이를 낳아줘"라며 매달려 사정하는 남편을 발로 툭 차내버리고--- 나는 켄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길다란 인조 손톱을 끼우고도 능숙한 솜씨로 휴대폰을 조작하는 나.
뚜르르르... 뚜르르르...
이렇게나 멋진 섹스라이프를 내게 선사해준 남자다. 섹스에 눈을 뜨는 게 늦어, 남자들하고 제대로 연애 한 번 못 해보고 시집온 나를, 이 정도 수준까지 만들어 준 사람.
첫 임신이라면, 그 사람의 아이 외에 다른 옵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굳게 믿고 있었다.
"꼭 이해해 달라고는 하지 않을께. 남편 아이라고 하고, 평생 진실은 숨긴 채 기를테니까... 자기 아이를 갖고 싶어. 자기 씨로 수정당하고 싶다구"
남편을 바로 앞에 두고 그런 통화를 했다. 켄지도 선선히 내 제의를 받아들여 곧 집으로 온댄다.
전화를 끊자, 마룻바닥에 엎드려 눈물을 뚝뚝 떨구는 남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턱을 잡아 스윽 그의 고개를 들어 올린다.
그리고는 냉혹하게 말을 이어갔다.
"나 오늘 말이지... 켄지의 아이를 임신하기로 했어. 밤새도록 쭉 그 사람하고만 교미할 거고, 그 사람의 정자만 자궁에 받을거야... 후후, 지금 준비 만땅 상태로 대기하고 있는 내 난자에... 정자를 잔뜩 쳐발라 줄거라구♪ 제대로 착상할 때까지, 두 사람의 유전자가 하나로 합쳐질 때까지, 서로의 애정을 확인할 작정이거든... 후후, 어때? 너무 절망적이라 미칠 지경이지?"
역시 부부인 걸까. 남편에게 네토라레 속성이 생긴 이후로, 나 역시도 그와 상대되는 어떤 취향이 슬슬 피어 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남편 앞에서, 그가 쳐다보고 있는 바로 앞에서--- 치명적일 정도로 다른 남자의 여자가 돼 버린다. 개걸레인 나에게 딱 어울리는, 자극적이고 배덕적인 섹스.
도저히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미친듯이 흥분된다.
내 등에는 지금, "소유자 일람"이라고 하는 새로운 문신이 새겨지고 있는 중이었다. 켄지와 유이치를 필두로, 문신사 아저씨의 이름이나, 그저 어쩌다 길거리에서 헌팅당했던 남자의 이름, 이웃집 할아버지 이름, 동네 중학교 다니는 아이 이름까지.
그 중엔 야쿠자 조직원의 이름도 끼어 있었다.
그 숫자는 현재 전부해서 15명.
죽을 때까지 평생 지울 수도 없는 그 이름 하나하나를 새기는 동안에도, 나는 저릿저릿할 정도로, 견디기 힘든 흥분에 마음을 온통 빼앗겨 버렸던 것이다.
요 일년 반 새 내내, 남편은 매일같이 질질 짜면서도 항상 꼿꼿이 발기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자지는 꼿꼿이 서 있을 것이다...
"좋아, 팬티 벗어... 켄지가 올 때까지, 특별히 발로 대딸 서비스 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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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쿡쿡, 뭐야 너 이 새끼... 자기 마누라가 조금 있으면 양아치한테 임신당한다고 하는데... 잔뜩 꼴린 이 좆은 또 뭐야?"
흰 색의 길다란 인조 발톱을 붙인 밝은 다갈색 다리. 내가 보드라운 발바닥으로 귀두를 살살 비벼주자, 남편은 입에서, 또 다리 사이의 살덩이 끄트머리에 난 입에서도 끈적끈적한 액체를 줄줄 흘리며 바르르 몸을 떠는 것이었다.
"으으으... 아으으으..."
"후후후... 기분 좋아? 역시, 네녀석은 나같이 까무잡잡한 걸레를 좋아하는구나? 나같은 년한테 이렇게 개무시당하면서 자지를 희롱당하는 게 그렇게 좋니?... 응? 대답해봐. 어떻냐니까?..."
질겅질겅 껌을 씹으며 대충 성의없게 깔짝깔짝 해주는 애무. 그런데도, 남편은 남사스러울 정도로 금새 사정 직전으로 치닫는다.
"쿡쿡쿡, 아 쪽팔려... 내가 대체 뭐하러 이런 남자하고 결혼같은 걸 했는지 모르겠어... 하긴, 돈은 꼬박꼬박 잘 벌어다 주니까 뭐 상관없나. 벌어다 주는 돈으로 다른 남자들하고 실컷 놀 수 있으니까..."
"그으으으... 아으으으..."
찌걱찌걱찌걱...
목이고 팔목이고 발목이고 정신없이 반짝거리는 골드 액서사리에, 요란한 디자인의 속옷차림. 마치 흑표범처럼 생긴 내 여체에 흥분했는지--- 쿠퍼액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대량의 액체가 벌써부터 발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으으, 졸라 냄새나는 이 끈적거리는 건 다 뭐야... 아, 안 되겠다 이거. 내 몸에 냄새 다 베이겠어... 켄지가 오기 전에 어서 샤워라도 해야지... 자 그럼 그런 이유로다가--- 이걸로 끄---읕---!"
나는 욕구불만으로 미친듯이 몸부림치는 남편을 뒤로 하고, 목욕 준비를 위해 속옷을 벗어 내렸다.
엉엉 울면서 내 다리를 붙잡는 남편을 걷어차버리고, 나는 사랑하는 켄지를 위해 몸을 깨끗이 닦아두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