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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클럽 죽순이 (2) (9/16)

9. 클럽 죽순이 (2)

"뭐해? 재밌어!?"

이 클럽의 단골 중에 하나인 유키코가 말을 걸어왔다.

별로 미인까지는 아니었지만, 밝고 애교만점인 아가씨. 전문대를 다니고 있는 그녀는 남자하고 하고 싶을 때면 늘 이 곳을 찾는다고 한다.

그녀 역시 나 못지 않게 화려하고 노출이 심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이 아가씨도 만만찮은 걸레로, 아마 오늘 여기 있는 남자들 대부분하고 잤을 것이다.

참고로, 여자들끼리는 계급같은 게 없다. 특히나 이 애는 사람을 스스럼없이 대하는 게 유일한 장점인 아이다 보니--- 연상이고 뭐고 죄다 반말이다. 하지만 버릇없이 군다고 화를 내거나 하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나도.

"응, 재밌어!"

이 아이 앞에선 나도 남자들 앞에서 보이는 여왕님 가면 같은 거 벗어 던지고 히죽 웃고 만다. 왠지 여동생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기분.

"주부로 있을 때하고 비교하면 어때?"

"엥?"

갑자기 무슨 얘기를 하는거람?...

그러고보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평범한 주부였다--- 이미 오래된 추억 속의 빛바랜 기억 같았지만. 폐 깊숙히 들이마신 담배 연기를 천천히 코로 내뿜는다.

"말이라고 해?! 집에 처박혀 있을 무렵엔, 재미의 재 자도 몰랐네요!"

갑자기 그런 얘긴 왜 묻는거지?... 이 아이, 어디 적당한 남자 하나 물어서, 시집이라도 가려는 생각인걸까?

"그런가?---, 역시 그렇겠지?---"

눈치를 보아하니, 정말 결혼이라도 할 셈인가 보네.

그녀는 잠시 내게 이런저런 고민거리를 늘어 놓더니,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

"근데 그 두 사람은 오늘 안 왔어?"

그렇게 물어 왔다.

"응? 안 왔어---. 오늘은 안 온대"

내가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대답하자,

"흐---응, 그럼 오늘은 완전 프리네. 오늘은 어떤 남자를 데리고 화장실에 틀어박혀 있을거야?"

냅다 직구.

"뭔 소리래, 누가 들으면 맨날 화장실에서 남자하고 빠구리 뛰는 년인 줄 알겠다"

"에---, 맨날 하는 거 맞잖아. 매번 얼마나 시끄러운 줄 알아?"

"응? 그게 그니까, 아니라니까, 그런 거... 아, 맞다, 그거 다른 사람하고 착각한 거 아냐? 그래, 미사키라든가?"

"뭘 빼고 그러실까---. 뭐 어때, 그런 정도 가지고. 이번엔 나랑 같이 화장실에서 할래? 난 좋은데, 나 여자끼리 하는 것도 정말 좋아하거든"

그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입구 쪽에서 커다란 고함 소리가 들려 왔다. 누군가--- 남자들끼리 싸우고 있는 것 같은 커다란 소리. 싸움이라도 난 걸까? 그런데, 싸움이라면 이골이 난 양아치들이 어쩐지 당황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여전히 귀청을 시끄럽게 때리고 있는 음악 속에서, 클럽 안 사람들이 전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소동이 일어난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발바닥을 주무르고 있던 남자애를 뒤로 물리고 얼른 힐을 다시 신었다.

입구 근처에서 일어났던 소동이 점점 플로어 쪽으로 옮겨져 왔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파악할 수가 있었다.

"이거 놔!! 내 아내를 돌려줘!! 닥치란말야!! 여기 있는 거 다 알고 왔어!!"

인파가 둘로 쫙 쪼개지더니 저쪽에서--- 양쪽 팔을 꽉 붙들린 채, 얼굴이 시뻘개질 정도로 잔뜩 흥분한 남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

그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너무 놀라 그 쇼크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어,어떻게...!?"

어떻게 여기를?

눈앞에서 마구 고함을 지르며, 붙들고 있는 남자들을 뿌리치려고 애쓰고 있는 남자는--- 기억 속에 앙금처럼 남아 있던, 바로 내 남편이었다...

일 년도 넘게,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그이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아마 집에 돌아오지 않는 아내의 행방을 쫒아, 이 가게에 드나들고 있다는 사실을 뒷조사로 알아냈겠지. 그리고 그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이렇게... 무작정 강행 돌파 했을테고.

한참을 날뛰던 남편도 나하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 거짓말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하지만 그 대신, 그이의 눈 만큼은 이보다 더 격렬할 수 없을 정도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내 몸을 위아래로 몇번이나 훑어보더니 마침내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여자가 자기 아내라는 걸 깨닫고--- 조그맣게 신음소리를 토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그이는 잠시 방심하고 있던 주위 남자들의 팔을 풀어 버리더니,

"돌아가자!"

내 쪽으로 다가와, 팔을 꽉 움켜 잡았다.

"......!"

손자국이 빨갛게 남을 정도로 엄청난 악력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 손을 떼어내려고 몸을 비틀었다.

"아...아파! 하지 마! 이거 놔!"

켄지와 유이치의 여자이자, 이 클럽의 여왕님이 습격당했다. 무슨 영문인지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사람도, 무슨 영문인지 대충 눈치 깐 사람도--- 일제히 이 무례한 남자에게 달려들어 단단히 붙들었다.

그 손 당장 떼어놓지 못 해?! 라고 소리지르는 남자들에게---,

"이 녀석은 내 아내야!"

라고 외치는 남편.

그러나 양아치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 봐야 소용없었다. 그이는 몇 사람이나 되는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나에게서 멀리 떨어트려졌다.

그리고 플로어 정중앙까지 질질 끌려갔을 때, 결국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흥분한 남편이 뒤에서 자신을 붙들고 있던 남자 한 명의 얼굴을 뒤통수로 으깨어 버린 것이었다.

여자 하나가 비명을 질렀고, 그 다음 순간--- 남편이 또 다른 남자에게 주먹을 날렸다.

순간 양아치들이 훽 돌아버렸다. 갑자기 플로어 중앙에서 난투극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팔을 붕붕 휘두르고만 있던 남편은 처음 잠깐은 수십 명의 양아치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그 기세가 제법 등등했다.

그러나 뒤에서 누군가가 남편의 등을 발로 차 넘어트리자--- 그 이후로는 바닥에서 일어나지도 못 했다.

그는 바닥에 엎드린 채로 몇 사람이나 되는 남자들의 발길질을 고스란히 뒤집어 쓸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을 마구 발로 밟던 남자들 중에는 아까 남편에게 얼굴을 얻어맞고 코피를 줄줄 쏟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어처구니없이 코가 깨진 녀석은 잔뜩 흥분해 아예 남편을 죽여버릴 기세였다.

"위험하지 않겠어? 저거 봐. 말리지 않으면 죽여버릴 지도 몰라"

옆에서 겁을 잔뜩 집어먹은 유키코가 말했다.

남편은 여전히 마구 걷어차이고 있었다. 그 광경은, 싸움같은 거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분명히 생명의 위협이 느껴질 정도로 위험해 보였다.

기역 자로 몸을 웅크리고 있는 남편. 먼지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입 주위로 새빨간 피가 흐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당황한 나는 그쪽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제발! 그만! 이제 됐잖아!?"

필사적으로 애원해 봤지만, 이미 흥분할 대로 흥분한 남자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 한 채, 그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뿐.

그 때, 누군가가 말했다.

"아무리 누님의 부탁이라고 해도, 이번만은 절대 안 돼! 용서 못 해! 죽여버릴거야!"

그러자, 아까 남편에게 맞은--- 얼굴이 퉁퉁 부은 남자 몇 명이 "맞아 맞아"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만 둬! 제발! 그러다 정말 죽을지도 몰라!"

여전히 쿵쿵대는 음악, 남자들이 고래고래 지르는 고함 속에서 목이 쉬어라 소리를 질렀다.

"절대 그만 못 둬! 누님이 지금 당장 여기서 우리들한테 대준다면 혹시 모를까!"

아무 생각없이 누군가가 던진 한 마디. 나는 황급히 그 말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매달렸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내가 뭐든 다 해 줄께! 그러니까 제발 그만 멈춰 줘!"

나의 그 말에 남자들이 순간 멈칫했다.

곧 이어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은 남자들의 얼굴이 내 쪽으로 향했다.

"뭐? ...뭐든지, 하게 해 준다고?"

"응! 뭐든지 다 해 줄께!"

"...그럼, 지금 당장 여기서 대달라면 대줄거야?"

"대줄께! 그니까... 이제 제발 그만 해!"

몸에 찰싹 달라붙는 원피스를 걸치고, 땀에 흠뻑 젖은 몸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외치는 나.

"뭐, 누님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럼... 알았어, 이쯤해서 그만둘께... 하지만 정말로 지금 당장 여기서 대줄거지? 켄지씨랑 유이치씨한테 안 이를거지?"

"안 이를께, 절대로"

그렇게 말하는 그들의 시선은 벌써부터 내 몸을 잡아먹을 듯이 훑고 있었다.

"헤에---, 그럼... 좋아. 하지만 정말로 괜찮은거지? 절대 말 안 할거지?"

"물론이야. 고마워..."

그제서야 간신히 남편에 대한 폭행이 끝났다. 원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던 남자들 한 가운데서, 남편은 거의 실신 직전 상태였다. 공벌레처럼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끙끙대고 있었다.

나는 혹시라도 그들의 마음이 바뀌기라도 할까봐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럼... 어떻게 할래? 지금 당장 옷 벗을까? 아, 그 사람, 방해되니까, 저리 치워 줄래?"

방금 전까지 내 다리를 맛사지 해 주고 있던 남자애한테 부탁해 재빨리 남편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이제 화 좀 풀렸어?"

허벅지를 단단히 조이고 있는 타이트한 스커트 자락을 조금씩 위로 올리며 남자들의 기분을 확인했다.

"아... 당연하지, 아픈 게 갑자기 확 사라지는데?"

"누님이 진짜로 대준다니 이거 꿈이야 생시야---"

"다시 없을 기회니까... 불알이 텅 빌 때까지 싸야지..."

"야! 누가 소파 좀 이리 가져와!"

여전히 흥분상태인 남자들은 조금 전까지의 분노를 그대로 성욕으로 바꿔, 내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플로어 중앙에 소파를 갖다 붙여 커다란 침대를 만든다.

남편이 무사히 저쪽으로 옮겨진 것을 확인하고 나는 소파 침대 위로 올라갔다.

남자들을 유혹하듯 원피스를 천천히 벗으면서, 혹시라도 다시 남편에게로 옮겨갈지 모르는 남자들의 흥분을 전부 내 몸으로 받아내기로 결심했다.

혀로 입술을 요염하게 핥으면서, 다리를 어깨 넓이로 활짝 벌려--- 도발적으로 허리를 흔들어 보였다.

클럽 안이 남자들의 함성으로 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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