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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클럽 죽순이 (1) (8/16)

8. 클럽 죽순이 (1)

그 뒤로 쭉 나는 가출한 채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담배 냄새, 술 냄새,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진한 향수 냄새, 노출광 치녀 수준의 옷차림, 싸구려 악세사리. 몸에서 떠날 날이 없는 쪼가리 자국에, 이제 와서는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몸 곳곳에 잔뜩 박아넣은 피어스. 금발에 가까운 갈색 머리에, 밝은 갈색을 넘어 거의 흑인 피부에 가까운 피부 색깔, 그리고 허벅지의 문신.

이제는 숨길 수 있는 레벨은 한참 넘어서... 아무리 무슨 변명을 한다 한들, 이혼 확정 상태임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미사키의 집이나 러브 호텔, 남자들의 집을 전전하며--- 어느새 일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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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음의 베이스가 쿵쿵 울려 퍼지는 지하. 머리 위에서 난리 브루스를 추는 레이저 광선이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갖가지 색깔을 뽐내며 점멸하고 있었다.

양아치들이 많이 모여들기로 유명한 클럽. 평범하고 착실한 사람은 얼씬도 하지 않는 그런 장소에서 나는 머리카락을 마구 흔들며 춤을 추고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에나멜 원피스는 등이며 옆구리, 심지어 엉덩이 부분에도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오직 남자들에게 시간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초과격 노출 의상.

남자의 맛을 알고 난 뒤로 한층 더 풍만해진 몸 위에 그런 야한 옷을 걸치고--- 하이힐을 신은 채로 땀방울을 흩날리며 격렬하게 몸을 흔드는 나는 단연 주목의 대상이었다.

"아아아---악!!"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허리를 돌리며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른다.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정도로 즐겁고,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아직 여기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내 주위에는 벌써부터 오직 내 몸만을 목적으로 하는 남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있었다. 이 놈도 저 놈도, 전부 불량스럽기 짝이 없는 양아치들 뿐이었다. 아마도 이 남자들 대부분은 나보다 연하일테지.

그 남자들도 격렬하게 춤을 추고 있었기 때문에, 코가 얼얼해질 정도로 젊은 남자들의 진하디 진한 페로몬으로 사방이 자욱했다. 열기도 장난이 아니어서, 흡사 사우나인 듯.

아까부터 뒤에서 자꾸 남자들의 손이 뻗쳐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의 손이 내 땀투성이 피부를 더듬어댐에 따라 내 흥분도도 점차 높아져만 갔다.

"오늘도 졸라게 야한데!"

뒤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몸을 비스듬히 기울여 방금 말을 건 젊은 남자에게 요염한 미소를 돌려 준다.

"이게 바로 유부녀의 진짜 매력이지!"

호응이라도 하듯, 앞에서도 어떤 남자가 칭찬의 말을 던진다.

나는 방금 칭찬을 한 그 남자의 탱크톱 위로--- 단단한 가슴 근육을 손가락으로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왼쪽으로부터 뻗쳐 들어온 다른 손이 미니스커트 안으로 기어 들어 오더니 엉덩이를 슬쩍 주무른다. 이어 오른쪽에서도 손 하나가 다가와 가슴을 물컹 주무른다. 거의 반쯤 드러나 있는 젖가슴 위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손가락으로 찍어--- 자기 입으로 가져가는 남자.

나는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그들과 끈적한 시선을 나누며 요염한 동작으로 입술을 혀로 핥아 보였다. 촉촉하게 젖은 입술, 붉은 혀에--- 눈앞의 남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아 씨발, 졸라 따먹고 싶다!"

잡아먹을 듯한 시선으로 내 몸짓을 바라보던 한 남자가 절절한 목소리로 그렇게 소리쳤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지금 당장 대주고 싶어...

하지만 안 되는 걸.

"후후, 더이상 나한테 손대면! 켄지하고 유이치한테 맞아 죽을걸?!"

귀청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도 내가 그렇게 외치자, 다들 일제히 내 몸에서 손을 뗀다.

"미안 미안 미안! 절대 꼰지르지 마!"

그렇게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내게서 조금 멀리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렇다. 이 클럽에 드나드는 양아치들 사이에도 나름의 계급이 존재해서--- 켄지와 유이치는 그 최상위 계급에 속해 있었다. 뭐라더라, 여기 주인인 조폭하고 잘 아는 사이라 어깨에 꽤 힘을 주고 다닌댔던가.

그에 비해 지금 내 주위에 있는 남자들은 사실상 켄지나 유이치의 똘마니 격. 여기 놀러 오면 켄지나 유이치 주변에 우글거리는 여자들을 혹 줏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나 하는 놈들이었다. 그러니 그 두 사람의 여자인 나에게는 사실 손가락도 까딱하기 어려운 그런 처지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남자들도 나름 꽤 귀엽다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뇌쇄적인 코스튬을 걸치고 여자의 매력을 맘껏 뽐내며 춤을 추고 있는 것도, 사실 그 애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싶어서--- 이기도 했다.

그렇다, 나는 이른바 클럽 죽순이였다. 두 사람 몰래 종종 여기 남자 애들하고 바람을 피우기도 하면서 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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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추다 지친 나는 잠시 쉬려고 벽쪽에 놓인 소파쪽으로 걸어갔다.

푹신푹신한 소파에는 이름도 모르는 여자 하나가 등받이에 다리를 걸치고 드러누워 있었다. 위에는 남자가 올라타... 어두워서 잘 안 보였지만,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손가락 장난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하긴 뭐, 별로 신기할 것도 없다. 그런 일 쯤이야 여기에선 일상다반사니까.

나는 중앙에 위치한--- 켄지와 유이치(그리고 그들의 여자들) 전용 좌석으로 향했다.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입에 물자, 곧바로 젊은 남자애 하나가 라이터에 불을 붙여 주었다.

"응, 고마워"

그는 소파 옆에 놓인 테이블에서 술을 가져다가 따라주기까지 했다. 얼핏 보니 아직 십대 안팎으로 밖에 안 보인다. 오늘 여기 온 남자들 중에서 제일 막내일지도 모른다.

문득 장난기가 발동했다.

"휴, 다리가 땡기네"

그렇게 말하며 꼬고 있던 다리를 풀어 그의 앞으로 쑥 내밀었다.

그러자 그는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얼른 테이블 위에 술잔을 내려 놓고 소파에 앉은 내 발밑에 무릎을 꿇는 것이었다.

"힐 좀 벗겨 줄래?... 발바닥 위주로 꾹꾹 좀 주물러 봐"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애.

이마에서 식은 땀을 흘려가며 내 다리를 맛사지해주기 시작했다.

"있잖아... 내 다리 만지니까... 좋아?"

켄지와 유이치의 여자다. 이 클럽 내에서는 여왕님이라고 해도 좋은 위치에 있었다. 게다가 외모는 화려함과 요염함 그 자체. 똘마니 주제의 남자애들 입장에서 보면, 손에 넣고 싶어도 도저히 불가능한, 슈퍼 울트라 에로 누님--- 그런 느낌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남자애는 무지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다리를 주무르고 있는 손을 통해 그 애가 지금 느끼고 있는 흥분도 확실히 전해져 왔다. 자기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여자의 다리를, 비록 맛사지라고는 해도, 마음껏 만질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후후, 잘 하네, 으음, 그렇게..."

나는 서비스하는 기분으로, 그 자리에서 스타킹을 벗어 그 애한테 선물로 줬다. 당연히 이제는 맨다리를 직접 애무... 아니 맛사지 할 수 있게 된 그 남자애.

흥분에 겨워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필사적으로 맛사지 봉사에 힘쓰는 남자애. 나는 심술맞게도 이번엔 다른 한쪽 다리를 뻗어 그의 아랫도리를 바지 위로 문지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자지를 벌떡 세우고 몸서리를 치면서도 계속 다리를 애무... 아니 맛사지 해 주는 남자애.

"후후, 귀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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