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그렇게 중얼거리는 듀이의 회색 눈동자에 이채가 돌았다.
“신기하네.”
무언가 이상하다.
아넬라는 본능적으로 감지했지만 이미 갇혀 오만 고초를 겪은 두로스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래! 진짜 흑진주에 닿으니까 모래처럼 부스러졌어!”
“닿으니까? 호, 누가 그걸 알아냈지? 누가 진짜를 가져다 대라고 했어?”
“웬 어린 사용인이! 빨리 말해.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그리고?”
그제야 두로스는 알아차렸다.
자신과 같이 성물을 훔친, 그리고 감옥에 갇혀 오만 고문을 당할 예정인 듀이는…….
“사용인, 누구?”
회색 눈을 반들반들 빛내며 웃고 있었다.
“그 사용인의 이름은 뭐야? 어떻게 생겼지? 혹시 가이드인가?”
광기가 깃든 얼굴로.
두로스는 그제야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손버릇이 나쁘고 성격이 급해서 그렇지, 본디 그는 무능한 이가 아니었다.
“……듀, 듀이. 네가 이용했어?”
“어떻게 생겼냐니까. 머리 색은? 혹시 분홍색이야? 어떻게 생겼어? 미인인가?”
“너, 넌 처음부터 가품을 준 거군. 그리고 우리 상단을 이용했어! 왜? 왜……!”
“여자야, 남자야?”
“……여기에, 선대 고드윈 공작의 본성에 네가 찾는 인물이 있군. 그래서 처음부터 가품을 준 거야. 그래서-!”
커헉, 두로스는 신음을 토했다. 어느덧 듀이의 손아귀가 그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아~ 쓸데없는 말이 많네. 귀찮게.”
성가시다는 듯 두로스를 내려다보는 얼굴은 자신이 여태껏 함께 일해 온 듀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낯설었다.
“대답 안 해? 남자야, 여자야?”
“컥, 커헉……!”
목이 졸리던 두로스는 한참 후에야 ‘나, 남자’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대답을 하자마자 목이 부러졌다.
툭, 시체를 아무렇게나 던진 듀이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생각해.”
“……네, 네?!”
눈앞의 광경에 넋을 잃은 아넬라는 그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는 걸 바로 인지하지 못했다.
“두로스, 그 새끼가 내게 진실을 말했을까,”
나도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죽기 전 복수로 거짓말을 했을까?”
옅은 회색의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자, 그녀는 직감했다.
지금 제대로 답하지 않으면 자신은 죽을 것이다.
“……거짓을, 말한 것 같습니다.”
두로스는 알았을 것이다. 자신이 어떤 대답을 하건 듀이가 자신을 살려두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러니 복수심에라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상대는 뛰는 놈이 아닌 나는 놈이었다.
“하긴, 그 새끼는 욕심만 뒤룩뒤룩 많고 속은 좁은 소인배니까.”
듀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씩 웃었다.
“우리 똑똑한 부상단주와 다르게 말이지.”
피에 흠뻑 젖은 얼굴의 미소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상냥하여 더욱 섬뜩했다.
칭찬을 들어도 전혀 기쁘지 않았지만, 아넬라는 본능적으로 비위를 맞추기 위해 고개를 조아려 감사 인사를 했다.
“가, 감사합니다…….”
“천만에. 아, 기왕 감사 인사를 들었으니 말인데.”
씨익 웃던 듀이는 순식간에 아넬라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그 여자한테 전해.”
그러고는 코앞까지 끌고 와 말했다.
“듀크 아인델타가 이번 판에는 졌다고.”
듀크 아인델타?! 그 전설적인 암살자 길드의 수장 말인가.
그러나 입을 달싹이기도 전, 듀크 아인델타는 어디선가 총기를 꺼내 들었다.
“언제 한 번 만나서 데이트하자고도. 알았지?”
듀크는 찡긋 윙크하며 총구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탕-!
무언가 터지는 소리. 황급히 감옥으로 달려온 간수와 기사들이 발견한 것은…….
“……아, 아아악!”
두로스의 시체. 그리고 미친 것처럼 비명을 지르는 아넬라, 그 둘뿐이었다.
* * *
‘역시, 듀크였구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그놈이 나오면 곤란한데.
‘일이 왜 이렇게 된 걸까.’
가짜 ‘검은 인어의 눈물’도 그렇지만, 듀크도 지금 이 시점에 나타날 인물이 아니다.
애초에 에이드리안과 해리스가 탈옥하는 건 지금으로부터 2년 뒤의 일이었으니까.
‘나 때문인가?’
내가 해리스를 너무 빨리 탈옥시켜서, 그리고 에이드리안이 돌멩이가 되는 걸 막지 못해서, 그 모든 일이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버린 걸까?
그렇다면 이건 내가 수습해야 하는 일이 되는 건데.
“저, 정말 미친 자였어요.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듀이라는 이름이 가명이었듯, 듀크 아인델타라는 이름도 사칭…….”
“아니에요.”
정신없이 말을 토해내던 로스두의 부상단주, 아넬라는 내 말에 멈칫했다.
“아니라고?”
선대 고드윈 공작이 반문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칭 아니에요.”
나도 사칭이었으면 정말 좋겠다……. 그 변태를 직접 보고 싶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저것은 그자가 총을 쏴 자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자리엔 시체는커녕 살점 하나 없었고, 그 ‘듀이’라는 자는 상단주의 신임을 받는 이였지.”
한마디로 아넬라는 그 듀이라는 사내를 로스두 상단의 후임으로 정하고 그를 빼돌린 뒤 자작극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저것 말대로 그자가 정말 자살했다면, 어찌하여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겠느냐?”
“아, 아닙니다! 전 분명-”
새파래진 아넬라가 입을 열자, 나는 팔을 뻗어 다물게 했다.
“각하의 말씀이 옳습니다.”
너무나 당황하고 정신없어서 그런 거겠지만, 감히 선대 고드윈 공작이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말대꾸하는 건 죄다.
‘뭐, 나는 해리스 믿고 간 부은 짓 한 거지만.’
그것도 이미 로스두 상단이 가품을 팔려 했다는 중죄가 있으니 괘씸죄로 가중처벌 될 수도 있다.
“그자가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말이지요.”
“…….”
선대 고드윈 공작은 내 말을 알아들었다. 다음으로 이어질 말이 기밀이라는 걸 실감한 그는 아넬라를 내보내려 했지만.
“듀크 아인델타. 그는 현재 제국에 다섯 명도 없는 S급 이능력자 중 하나입니다.”
“……!”
나는 선대 고드윈 공작의 소매를 살짝 당겨 저지했다.
지금 누구보다 그 정보를 알아야 할 사람은 아넬라다.
“그리고 그의 이능은 ‘복제’이지요.”
그게 이번 가짜 ‘검은 인어의 눈물’ 사태의 진실이다.
“……복제?”
선대 고드윈 공작의 자주색 눈동자가 자신의 옷소매를 잡은 내 손에 닿았다.
나는 슬그머니 그를 놓으며 ‘네’ 하고 답했다.
“그럼 ‘듀이’라는 사내도 그 복제의 결과란 말이냐?”
“네. 듀이는 처음부터 본신이 아닌 분신이었을 거예요.”
그게 듀크의 이능이다.
일종의 분신술 같은 건데, 이능의 특성상 듀크의 분신과 원본은 원칙적으론 동일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
‘그게 마탑주, 엘리시어스의 분신이랑 다른 점이지.’
그의 분신은 원본의 1/10도 안 되는 능력치를 가지니깐.
내 말에 경악한 아넬라는 상황도 잊고 외쳤다.
“저, 정말입니까? 그럼……!”
“네, 맞아요. ‘검은 인어의 눈물’도 그가 복제한 거겠죠.”
해리스가 ‘검은 인어의 눈물’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것도 그 때문이다.
‘목걸이에서 이능이 남긴 마력의 흔적을 인지한 거려나.’
나는 그런 이능의 흔적을 발견할 정도의 여력은 없다. 다만 알고 있을 뿐이다.
‘신전에 진품이 없어.’
다른 장물처럼, 황후 아예야스의 목걸이는 대전쟁 때 보석으로 조각조각 분해되어 팔려나갔다.
그러나 사실 여기서 그 분해된 조각에서 제일 중요한 건 성녀가 축복했다는 흑진주, ‘검은 인어의 눈물’뿐이다.
‘그리고 그 흑진주는 엉뚱한 사람의 손에 들어간 상태지.’
하지만 신전에서는 체면상 성물을 찾지 못한 상태라 공표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것을 가지고 있다고는 더더욱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랬다가 황실에서 소유권을 주장하면 큰일이니까.
‘아마 신전에서는 황후 아예야스의 초상화를 통해 가품을 만들었을 거야.’
황후 아예야스의 목걸이는 유명세 덕분에 가품이 종종 나타나곤 했으니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신전은 중앙의 흑진주에다가 새롭게 축성을 내려 신성해 보이는 효과까지 더해 진품처럼 위장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자신들이 가품을 가지고 있다는 걸 숨기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진짜 ‘검은 인어의 눈물’을 가진 이가 나타나길 바라기 때문이다.
‘원래 진짜를 아는 사람들이 가짜를 못 참지.’
최소한 진짜에 대한 정보라도 얻으려는 속셈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황실 또한 알고 있다. 다만 눈감아주고 있을 뿐.
‘정말로 진품이 나오면 빼돌릴 작정이겠지만.’
여러분, 다 헛짓거리입니다. 진품은 님들이 상상도 못 할 사람의 손에 있습니다.
어쨌거나 가품이라 한들 진품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으니 보호는 철저하다. 일개 상단이 훔쳐 나를 만한 물건은 아니란 말이다.
“자살했다는 것도 그 때문인가? 분신을 없애기 위해?”
“네……. 자살보다는, 죽음을 수단으로 분신을 증발시킨 것에 가깝겠지만요.”
듀크 아인델타가 전설적인 암살자가 된 데에는 그러한 이능의 힘도 있었다.
죽여도 죽지 않고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
‘물론 S급 이능력자답게 신체 능력과 재생 속도가 괴물 같다는 점도 있지만.’
듀크의 등장 이후 다른 암살자 길드들은 몰락하게 되었고, 그는 모든 암살자의 왕으로 군림하게 되었다.
‘하지만 듀크의 문제는 그게 아니지.’
지금 이 시점에서 문제는 그의 직업이 암살자라는 것도, 이능이 복제라는 것도 아니다.
“듀크 아인델타가 이능력자라는 건 암암리에 알려졌지만…… 그의 이능이 복제라니.”
암살자보다는 장물아비가 더 잘 어울릴 텐데, 중얼거리는 아넬라에게 나는 답했다.
“……그게 그의 취미거든요.”
“네?”
겨우 S급 이능의 암살자라는 것만으로는 <시천귀>의 미친놈 대잔치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나는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듀크 아인델타는, 취미로 사람 죽이는 쾌락 살인마예요.”
“…….”
그 자식에겐 일종의 덕업일치인 셈이다. 좌중에 깔린 침묵 속에서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망했다.’
가짜 진정제한테 집착하지 마세요, 흑막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