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커다란 총격 소리에 귀가 먹먹해지고 발사의 반동에 상체가 거세게 흔들렸다. 이해를 벗어난 무의식적인 행동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중요한 건.
“……며, 명중했어?!”
내가 겨냥한 것은 천장 위에 띄워진 마법진 위, 삐꺽삐꺽 흔들리고 있던 샹들리에였다.
정확히는 그 샹들리에를 천장에서 고정하는 이음쇠였다.
‘저 이음쇠를 박살 내면, 샹들리에는 곧장 마법진 위에 떨어질 거야.’
그럼 마법진이 부서지며 소환의 캐스팅도 취소되겠지!
소환 마법은 몹시 까다롭기에 조금의 변수라도 생기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설정이니까.
‘하지만 정말로 맞히다니…….’
우연일까?
그러나 아무리 봐도 ‘제이드’의 몸은 총이 익숙해 보였다.
‘제이드, 사실 총기 실력 만렙인 천재 사격가였어?’
그런 엄청난 분께서 어쩌다 이름조차 제대로 안 나오고 학살당하는 노예1가 되셨는지……. 그래봤자 S급 이능력자 미만 잡이라는 건가.
약간 근본부터 회의감이 드는 설정이었지만 나는 일단 다시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타앙-!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레버 액션(Lever action)으로 탄환을 튕겨냈고, 두 팔은 흔들림 없이 샹들리에의 이음쇠를 겨냥했다.
한 발, 두 발, 세 발.
탕! 탕! 탕-!
나는 한 걸음씩 나아가며 샹들리에를 고정하던 이음쇠에 총알을 차례차례 박아 넣었고, 정확히 명중한 총알에 이음쇠가 끼긱, 끽! 하고 부서졌다.
끼이익!
육중한 샹들리에가 점차 기울어지는 소리는 마침내 콰광! 하는 파괴음으로 이어졌다.
정말로 샹들리에가 마법진 위로 추락한 것이다!
“됐다!”
나는 낯선 총기 사용으로 벌벌 떨리는 몸으로 펄쩍 뛰며 환호했다.
쿠콰과광-!
망가진 마법진에서 뿜어지던 빛이 길을 잃고 사방으로 뻗치며 어마어마한 소리가 났다.
* * *
해리스는 그 모든 풍경을 눈 하나 깜빡이지 못한 채 지켜보았다.
끔찍한 음파가 사방을 쓰러뜨리며, 마법진이 부서지듯 빛을 뿜어내는 모든 것을.
충격적일 정도로 깔끔한 해결 방식이었다.
해리스 자신이 바로 앞에서 달려드는 괴물들에 신경이 빼앗겨 곧장 움직이지 못한 동안, 제이드는 그 짧은 시간 내에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물리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손수 원인을 제거하기까지 하다니.
대단한 광경이었다. 노예의 솜씨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저런 능력자가 어쩌다 노예로 전락하게 된 거지?’
아니, 애초에 정말 노예가 맞기는 한 건가? 사실은 노예가 아니라, 그를 노리고 온……. 의문이 복잡하게 그의 머리를 어지럽힐 무렵이었다.
“……와, 대박.”
그의 예민한 신경이 제이드의 중얼거림을 잡아챈 것은.
감탄과 경계로 날카로워진 해리스의 눈동자가 소녀는 말간 얼굴을 향하던 순간.
“나 진짜 멋있다.”
제이드는 감탄했다.
“진심 미쳤네, 어쩜 이런 일을 해내지? 나 좀 천재인 듯.”
“…….”
그래, 저 애는 원래부터 약간 맛이 간 상태였지. 정상적으로 추측하려던 자신이 어리석었다.
해리스가 말문을 잃든 말든, 자아도취에 빠진 제이드는 계속 아쉬워했다.
“햐~ 이 대단한 모습을 누가 봤어야 하는데! 너무 아깝다, 아까워~!”
물론 전적으로 몸 주인의 스펙이 위대한 덕분이었다.
빙의 코스에 필수적으로 따라온다는 원래의 몸 주인의 기억은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몸의 기억이라도 남아있어서 천만다행…….
“음?”
그제야 해리스의 시선을 느낀 건지 제이드는 놀란 얼굴이 되었다. 동그랗게 커진 눈이 배시시 웃음을 그린 건 순식간이었다.
‘킬킬, 목격자가 있었군.’
나의 대단한 과업을 목격했어! 감탄해라!
의기양양해진 제이드의 얼굴은 성공의 환희로 찬란히 반짝였다.
‘왜?’
그 빛에 해리스의 정신은 마비되었다.
‘왜 웃는 거야?’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그를 마주하면 표정을 일그러뜨리거나 시선을 피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해리스에게 타인이란 항상 자신을 미워하고 핍박하는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왜…….
왜 너는 나를 보아서 기쁘다는 듯, 다행이라는 듯, 투명하고 환하게 웃어 보이는 걸까.
‘왜?’
사람은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타인을 이해한다. 그러니 제이드는 해리스의 이해를 벗어난 인물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의 등장에 해리스의 이성은 혼란에 빠지고 신경은 정체되었다.
왜, 너는.
그래서였다.
철컥- 제이드가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을 때, 곧바로 반응하지 못한 건.
“해리스 님!”
정신 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탕-!
방아쇠가 당겨지며 총알이 정확히 그를 향해 쏘아졌다.
‘왜?’
이 와중에도 해리스의 머리를 차지한 건 그 의문이었다.
왜, 너는 내게 이러는 건가?
아이러니하게도 총알이 그에게 날아오자 이해되었다.
그래, 모든 건 자신을 해치기 위한 정교한 수작이었던 것이다.
그를 감옥에서 탈출시켜 줄 수 있다며 희망 고문하고, 미친 것처럼 행동하여 경계심을 흐트러뜨렸다.
‘그리고 그렇게 방심한 순간, 나를 암살하려고 든 거겠지.’
그것이 저 ‘제이드’라는 말도 안 되게 수상쩍은 노예의 목적이다. 그게 본질이다.
그것만이…….
퍼억-!
그러나 빠르게 돌아가는 이해와 달리 몸은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하지 못했다.
총알이 코앞까지 날아왔을 때도.
“-해리스!”
그 총알이 그의 얼굴 옆을 스쳐지나가, 그 뒤에 있던 마수의 대가리를 정확히 터뜨리는 순간까지도.
“…….”
훅, 뜨거운 피의 열기가 그에게도 뻗어졌다.
굳어진 육체는 모든 걸 인지하고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대로 피범벅이 되려던 순간, 낯선 손길이 자신을 잡아당겼다.
“괜찮아요?!”
자신을 응시하는 커다랗고 푸른 눈동자. 놀라고 걱정이 가득 찬 얼굴.
노예, 제이드였다.
그제야 해리스는 자신이 놀라울 정도로 무방비한 상태라는 것을, 그로서 제이드가 자신에게 멋대로 닿았음에도 어떠한 반항도 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어요? 놀랐잖아요!”
마수가 뒤에서 너 공격하는 데 왜 가만히 있었니. 설마 내 실력 확인하려고 그랬어?
제이드의 다급한 질문에도 해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너.”
너는 왜, 나를 공격하지 않았지?
제이드에게 공격받았다고 판단한 순간, 해리스가 느낀 감정은 두 가지였다.
배신감.
그리고 안도.
차라리 저 노예 소녀, 제이드가 자신의 이해 범위 안의 존재라는 것에서 오는 안도가 나았다.
역시 자신을 해치기 위해 접근한 사특하고 계획적인 인물이라 생각했을 때가 더 받아들이기 쉬웠다.
그런데 사실,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제이드가 자신을 공격할 리가 없다고 믿었다니.
그래서 숨조차 내쉬지 못할 정도로 커다란 배신감을 느꼈다니.
‘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투명한 걱정으로 가득한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그때 느낀 감정은 해리스가 감히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왜 너는 내게 이렇게까지 하는가. 내가 무엇이라고?
나는 너를 믿지 않는데, 너는 내게 몇 번이고 죽을 뻔했는데.
대체 왜, 너는…….
‘그것이 가이드의 본능입니다.’
그 순간 오래전, 과거의 기억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가이드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반려에게 무한의 자비와 애정을 베풀게 되어 있습니다.’
‘이는 이능력자들이 자신의 가이드를 거부하지 못하는 것 이상으로 종속적인 감정입니다.’
과거 자신에게 가이드의 필요성을 설득하던 자가 몇 번이고 반복하던. 믿지 않아 제대로 귀담아듣지도 않았던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왔다.
‘그래, 그럼 그렇게 대단하신 반려께선 대체 날 어떻게 알아본다는 거지?’
그때 자신이 비꼬듯 물었던 질문도.
‘어떻게든 알아보게 되어 있습니다. 짐승이 제 반려를 알아보고 각인하듯, 본능적으로.’
본능과 각인, 가이드와 반려. 그 단어들이 쉴 새 없이 그의 뇌리에 몰아치며 머리를 헤집었다.
“해리스 님?”
그리고 모든 것이 제이드의 투명하고 푸른 눈동자 앞에서 정지했다.
설마, 네가.
* * *
‘해리스, 쟨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얼굴이 왜 저러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릴 무렵이었다.
쿠웅-!
머리 위에서 울림이 뻗어져 나온 건.
“……!”
입이 쩍 벌어졌다.
부스러진 마법진에서, 엉망진창의 꼴인 마법사가 소환되었다니!
‘왜?!’
너 소환 취소된 거 아니었어?!
그러나 마법진이 망가진 부작용으로 온통 엉망인 상태인데도, 상대는 끝내 소환에 응한 모양이었다.
“비켜.”
그와 동시에 해리스의 표정은 순식간에 공격 모드로 돌변했다.
‘와, 멋져. 잘생겼어.’
역시 내 최애. 나는 숨 쉬듯이 감탄했다.
그러든 말든 해리스는 나를 보호하듯 등 뒤로 숨기더니 곧장 공격을 쏘아붙였다.
슈슝-!
해리스 주변으로 입자처럼 포진된 검은 마력이 주먹만 한 탄환의 형태로 응집되었다.
콰광-!!
그리고 그 탄환들은 마법사를 향해 미친 듯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와.”
나는 상황도 잊고 감탄했다.
‘역시 해리스, 응용력이 엄청나네.’
처음 힘이 개방되었을 때, 해리스는 강대한 마력으로 몰아붙이는 무식한 전법을 구사했다.
아마 그의 이능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겠지. 혹은 그렇게 무식한 방법을 취해도 될 정도로 마력이 넘쳐나거나.
‘둘 다에 한 표!’
그러나 이번 전투를 겪으며, 그의 공격은 더욱 정교해지고 마력 운용 또한 효율적으로 변했다.
최애의 성장 서사를 1열로 보게 되다니. 정말 감격스럽기 한량없었다. 한량없는데…….
‘……해리스가 왜 날 보호해주는 거지?’
가짜 진정제한테 집착하지 마세요, 흑막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