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아.” “당신에게 나를 바치겠소.”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날 증오했어야 할 남자가 그리운 목소리로 나지막이 속삭였다. 잔혹하게 아름다운 그 남자는 어느 날 번지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뭔가가 이상했다. 에스타란토의 신성을 부여받아 제국의 축복으로 살아야 했으나 재앙이라 불리며 사랑하는 황제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된 플로리아 리엘 브넬페. 이 거지같은 소설 속에서 내게 주어진 역할은 분명 그 비련의 여주인공인데. 익숙한 향기와 가슴이 아리는 떨림, 불현 듯 떠오르는 기억들.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난 모든 것을 모르고 있었다.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Copyrightⓒ2021 그린리프 & 페리윙클 Illustration Copyrightⓒ2021 러기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