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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자 10년 만에 돌아왔더니 헌터란다-124화 (124/146)

124.

사실 어느 정도 신의 광산과 관련된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었다. 확실하지 않아 밖에까지 알리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반쯤 그렇지 않을까, 확신하고 있던 터였다.

작긴 했지만 아주 비슷한 기운을 가진 것, 그렇다면 신의 광산 같은 게이트가 새로 생겨났다거나 만들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했다는 말이다. 저들의 특기야말로 계속 게이트를 터트리는 것이 아닌가. 마치 S급 게이트를 만들어 냈을 때처럼 말이다.

허나 그냥 다른 게 통째로 이곳으로 옮겨지고 있었다는 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 시현은 순간적으로 핸드폰을 다시 꺼내 들어 아까 왔던 메시지를 다시 확인했다.

“이동… 이동시킨다고.”

아니었다. 그냥 물자나 사람을 이동시키려는 게 아니었다. 그 이동의 의지가 담긴 조각을 이곳에 뿌린 건 다 신의 광산을 이동시키려고 했었던 거다. 그제야 시현의 머릿속에서 조각나 있던 퍼즐들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지금 저들은 신의 광산을 이곳으로 모으고 있었다. 조각을 이용해서 말이다. 그리고 조각을 재배치한다는 말을 통해 제가 이곳에 있던 조각을 긁어 가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도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일주일이면 다시 정상화될 거라는 것도.

정확히 신의 광산을 다 모아서 뭘 하려고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저들의 표정과 말투를 보면 이게 정말 마지막의 무언가라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었다.

‘씨발, 이걸 어떻게 해야.’

시현은 급격하게 조급해지는 마음에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그러나 곧 닿아 오는 촉감에 급히 입에 힘을 풀어야 했다.

[스승님. 다칩니다.]

[아. 응. 미안.]

세상 여유롭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머릿속을 파고들자 급격하게 차오르던 긴장감과 초조함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일단 먼저 밖에다 상황을 알려야겠습니다.]

[어, 맞아.]

그리고 지금의 방법 말고 조금 더 격해도 되니 빠르게 해결할 만한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시현은 급히 핸드폰을 들어 올려 지금의 상황을 빠르게 적어 넣었다. 물론 뒤에다가 조금 피해를 보더라도 이 상황을 빠르게 해결할 만한 방법을 강구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도 붙여 넣었다.

알파 구역이 깨짐으로 인해 외부에 생길 피해들? 그딴 걸 지금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원흉인 이 신의 광산들을 박살 내는 게 중요했다. 이것만 사라지면 이 세상을 향해 힘을 불어넣을 통로를 아예 막아 낼 수 있을 테니까.

지잉-

그때 다시 한번 아주아주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시현은 득달같이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시현 본인이 보낸 내용이 무척이나 길었기에 답장이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다. 그러나 촌각을 다투는 지금, 그렇게 시간을 사용한 것도 용납할 수 있을 정도로 믿음직스러운 내용에 시현은 결국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들도 진짜 또라이라니까.”

[오히려 잘됐습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신의 광산을 깨부수는 게 번거로웠는데 한꺼번에 박살 내면 되겠군요. 저희는 어차피 어느 정도의 희생 또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건네주신 조각으로 티 나지 않게 틈을 내 볼까 했는데 저희도 제대로 힘을 써 보죠. 그리고 레이첼 님도 와 계십니다. 금방 보게 될 겁니다.]

생각해 보면 그랬다. 오히려 한군데에 모여 준다니 더 편안한 거 아닌가? 저것들이 모여 무슨 일을 만들어 낼지는 몰랐지만 어쨌든 다 모이기 전에 박살 내면 될 것이다. 다 모아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하나라도 빠지면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것. 그제야 이 알파 공간의 목적이 뭔지 완전히 파악됐다.

‘진짜 보호막이었네. 5개의 광산을 모을 때까지 막아 줄 수 있는.’

아직 저들은 제가 광산을 박살 낼 수 있다는 걸 모른다. 하지만 어떠한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 그걸 위해 이 알파 공간을 만들고 사람들과 몬스터들을 불러들여 놓고 있었다. 여러 겹의 방어막을 치고 일을 도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대단할 정도로 조심스러운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다 제칠 만한 힘이 있는 데다가 그런 자가 또 하나가 아니라는 것까진 절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연했다. 본인들인 시현과 태운도 얼마 전까진 몰랐으니까.

“스승님. 그럼 일단 저 여자를 잡아 둘까요?”

“아, 그럴까?”

무언가 예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불과 한 4년 전쯤 그때 마교에 있는 조력자를 만나고 영입하기 위해 잠입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만큼 잠입과 역용술에 관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완벽하게 습득할 수 있었던 때였다.

쉽게 들어갈 수 없는 본산,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서 점조직으로 중원에 퍼져 있던 각 지점부터 시작해 조금씩 타고 들어가 정보를 끄집어냈었다. 그런 짓도 했었는데 이 정도야 무척 쉬운 일이지 않나.

시현은 결국 입꼬리를 잔뜩 올려 씩 웃고서는 신나게 땅을 박차고 올랐다. 목표는 저 앞에서 계속 무언가를 하는 여자와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십여 명의 무리였다.

아주 작은 바람이 훅 불어왔다. 어차피 야외였던지라 당연하게 느끼기 쉬운 살랑거림이었지만 무언가 지금만큼은 다르게 느껴졌다. 연구원은 팔 위로 얕게 돋는 소름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곤 시선을 들어 올려 주변을 쓱 바라봤다.

자신은 신체 능력이 아주 볼품없었다. 오로지 연산하는 능력과 위기 감지 능력으로 몰빵 되어 있는 타입이었다. 사실 현대 사회에선 이런 타입은 크게 필요가 없었다. 연상하고 계산하고, 그것들은 대부분 마석을 끼워 넣은 컴퓨터들이 신나게 해 주는 시대였다.

한마디로 그런 마석을 구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시대였단 말이다. 그렇기에 제 능력이 발현되었을 때는 너무 절망스러웠다. 차라리 요리나 제작 같은 실용적인 능력이던가. 있어도 소용없는 이 능력들은 제 궁핍한 생활을 바꿔 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또한 한 사람으로 인해 바뀌었다. 그런 자신을 필요하다고 해 주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이 부조리한 세상을 바꿀 이였다. 자신이 그런 그의 위대한 발자국에 한 발 걸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제는 너무 감사했다.

연구원은 그 정도로 이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머리는 끊임없이 써 대는 스킬로 인해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 말은 위기 감지 능력 또한 아주 최대로 발휘가 되는 상태란 뜻이었다.

제 등 쪽에서 아주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방어!”

째앵!

제 품 안에 있던 작은 응집석 하나가 바스라졌다. 순간 등 뒤로 식은땀이 주욱 삐져나왔다.

“오, 이걸 막네? 진짜 저 응집석 좀 어떻게 해야겠다.”

“제가 움직일까요?”

“어, 그럴래?”

연구원은 저를 아직 둘러싸고 있는 구 형태의 금빛 보호막 안에 멍청하게 서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둘을 바라보았다.

동양인인데도 어딜 가나 잘생겼을 거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법한 미모의 남자 둘이었다. 한 명은 특히나 이질적일 정도로 아름답게 생긴 얼굴이었는데 아무런 표정이 없어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도와주는 건 주변의 상태였다.

십여 명의 사람들이 거친 흙으로 된 땅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절반은 눈을 감고 있었고 절반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다 죽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제가 약하다는 걸 알기에 량 님은 제 주변에 아주 강한 사람들을 붙여 주었고 응집석 또한 상급으로 십여 개나 챙겨 주었었다. 분명 진짜 강한 사람들이었다. 여태까지 저들이 지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 무명과 몇 번의 전투가 있었지만, 그동안 늘 자신을 빈틈없이 지켜 주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현재, 지금 제 주변에 땅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피가 낭자하고 이런 게 아니었기에 더 이상했다. 분명 방금까지도 간간이 이야기하던 자들이었는데 죽은 듯 바닥에 누워 뒹굴고 있으니 오히려 상황 파악이 잘 안되는 것이었다.

‘응집석을 하나 사용했으니 이제 9개….’

그때 제 앞을 막아 주던 금빛의 구가 아주 미세하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연구원은 급히 ‘더 강한 보호’를 외쳤다. 그러자 다른 응집석 하나에 금이 갔다.

‘이제 8개….’

원치 않아도 저절로 마른침이 넘어가고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다, 당신들은 대체…”

“누구냐고? 이런 애들은 꼭 누군지 물어보더라. 알아도 금방 잊게 될 텐데.”

누가 보면 선량한 사람을 핍박하는 모양새처럼 보일 만큼 빈정대는 듯한 말투였다.

시현은 동그란 눈을 끔뻑대며 울상 짓고 있는 연구원을 경멸스럽게 쳐다봤다. 그자의 손에 들려 있던 서류가 흩어지며 그 안의 내용들이 눈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자의 얼굴엔 조금의 죄책감도 없었다. 자신의 손안에 있던 서류의 내용이 그따위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온갖 실험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응집석에 대한 소개, 그리고 지금 벌이는 일들로 인해 희생될 인원들과 그에 따라오는 ‘소각’이라는 단어. 역겨웠다. 그리고 아주 잠시 마구잡이로 벌어지던 일들에 치여 잊고 있었던, 그동안 저들이 저지른 일들이 우르르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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