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경의 손에 의해 집 마당으로 끌려 나왔다.
명백히 나는 개처럼 끌려 나왔다.
......
그는 조금의 표정도 찾아 볼 수 없는 얼굴로 단지 내 어깨위로 쇼울처럼
가벼운 담요를 덮어주었을뿐 나를 묶은 비단끈도 내 안에서 확실히 다른 이질감으로 움직이는 딜도도 빼주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나를 감싸고 있는 비단끈을 제외한 어떤 것도 걸치지 못한
알몸보다 더한 수치로 눈이 부신 늦은봄의 정원으로 끌려 나온 것이었다.
다리 사이로 휘감기는 가늘고 섬세한 사슬은 그 끝이 연결되어 있는 내부의
딜도를 조정하는 것처럼 찰랑찰랑 섬뜻한 느낌으로 민감한 허벅지 안쪽의 피부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찔한 현기증과 같은 경험이었다.
아무리 외딴곳에 있는 집이라고는 하지만 대문은 거의 열어놓다시피 하고 있었고
우체부이든 독자의 편지나 선물을 가지고 오는 택배기사이든 연관이 없는 어떤
인물이 들이 닥칠지도 모르는 낮시간에 알몸보다 더한 꼴을 하고 정원으로 나가야
하는 것은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무리 몸을 뒤채고 다시 등뒤로 묶여진 팔을 바르작거려도 태경은 꿈쩍도 하지
않고 발을 끄는 나의 어깨를 단단히 감싸안은채 정원의 한가운데 있는 파고라로 나를 데려가 앉혔다.
가끔 날이 좋은 한낮에는 조그마한 시집 한권과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곳 파고라에 앉아있는 것을 나는 좋아하였다.
숲의 외딴 정적에 귀를 기울이면 생각해 보지 않았던 온갖 소리들을 들을수 있었고
아무리 볕이 뜨거운 한여름이라 해도 이곳 파고라의 늙은 등나무 잎사귀로 투영된
태양은 푸른 습기를 머금은 비단처럼 보드랍기 그지 없었다.
가끔은 아무렇게나 책을 던져두고 깜빡 밀려드는 졸음에 눈을 감고 있어도 좋았던
나의 파고라는 지금 새빨간 수치와 치욕으로 얼룩져 음탕하게 더듬어오는 변태 남자의 손처럼 욕지기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연인처럼 다정하게 어깨를 감싸안고 있는 태경의 커다란 손에서 나는 도망칠 수 없었고
한발자국 내딛을 때마다 음란하게 내부의 깊은 곳을 찌르는 실리콘의 느낌은 칼로
살을 베어내는 것처럼 선명해서 이해할 수 없을만큼 명확하게 나를 도발하고 있었다.
질금질금 소변을 지리는 늙은이처럼 나는 꽁꽁 묶여 있는 성기 끝으로 길게 늘어지는
투명한 애액을 토해내면서 공포와 수치와 그리고 머리 속이 꽁꽁 얼어버릴 것 같은
관능에 지배당한채 결국 나무결 위에 가끔 광택제로 윤을 내었을 뿐인 파고라에 아이처럼 주저앉혀지고 말았다.
“여기서 기다려.”
“어...어디로 가는 거야.”
나는 무기력한 어린아이처럼 공포에 질린채 태경을 올려다보았다.
이런 꼴을 하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킨다면 나는 혀를 깨물어 죽어버릴 작정이었다.
그나마라도 태경의 존재는 그런 견딜 수 없는 수치에서 나를 보호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
모든 치욕의 제공자가 그라는 사실도 잊은채 나는 주처할 수 없이 어깨를 떨며 아이처럼 그에게 매달리려는듯 상체를 내밀었다.
“기다려. 당신은 지금 벌을 받고 있는 거야.”
매정하게도 나를 그런 꼴로 파고라에 내버려둔채 태경은 커다란 등을 보이고 집안으로 걸어 들어가 버렸다.
적막한 산중의 작은 산새소리와 나무가지를 흔드는 바람에도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태양처럼 붉어진 얼굴을 숙인채 떨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눈에 익은 동리의 이장님이 거나하게 막걸리를 마신 붉은 얼굴로
저 대문을 열고 들어설 것 같았고, 작은 키를 하고 있지만 다부진 팔뚝을
탐욕스럽게 훔쳐보곤 했던 우편배달부의 오토바이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나의 신경은 너무 팽팽하게 당겨진 바이얼린의 현처럼 어린 계집아이의 숨결에도 툭! 소리를 내며 끊어질것 같았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불끈거리며 제 존재를 주장하던 성기마저 뻔데기처럼
쪼그라들었을때 나는 내가 느껴야하는 어이없는 비참함에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어째서 저 아이에게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가.
내가 그를 마음으로 겁간한 수없이 많은 상황들에 비한다면 어이없이 일상적이라
생각될지도 모르는 일을 당하고 있지만 내가 그를 범한 것은 내 머리속에서만 존재하는 허구일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발가벗겨진채 부끄러운 것으로 아래를 채우고 묶여서
정원의 파고라에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수그러든 성기로 인해 이리저리 요염하게 묶여 있던 비단끈이 몸을 속박하는 강도가 약해지자 생각하지 않았던 곤란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수치스러움으로 몸을 움직일 때마다 딜도의 끝을 눌러 막고 있던 비단끈의
힘이 약해져 마음대로 쑥하고 내려온 실리콘이 자세를 바꿀 때마다 다시
쑥 밀려들어가는 것을 반복하며 굉장히 쓰라리기도 하면서 또 참을 수 없이 관능적인 감각을 선사하는 것이었다.
머리속을 온통 채우고 있는 수치와 모욕을 슬쩍 밀어내면서 다시 불붙기
시작하는 괴로운 육체의 반발은 다시 나의 쪼그라든 성기를 일으켜 세웠다.
제법 느슨해져서 몸 여기저기로 흩어진 비단끈이 처음 발기한 성기를 묶어놓은
정도의 길이를 확보하지 못한 것인지 이번에는 그것을 잘라 놓을듯 살 속으로 파고들어 아플만큼 조이는 것이었다.
아찔한 통증으로 몸을 뒤채면 아랫 쪽의 구멍을 차지하는 실리콘이 쑤욱 내려왔다
다시 쑥 밀려 들어가며 성기는 더더욱 용두질을 치면서 나를 괴롭혔고 더욱더
고통스럽게 나를 조이는 비단끈은 내가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도록 나를 속박하고 있었다.
수치와 치욕은 벌써 마음의 저 한구석으로 밀려나 있었다.
한참만에야 정원으로 나온 태경이 들고 있는 것은 속이 좋지 않을때 내가 즐겨먹었던 황태죽이었다.
다른 음식은 젠병이라고 해야할 정도로 간을 맞추지 못하면서 -그래서 대부분의 음식은 시간 날때 내가 만들어 두는 편이었다.- 황태죽만은 기가 막히게 만들어 내는 그의 솜씨에 거의 중독되다시피하여 조금만 몸이 좋지 않으면 나는 언제나 황태 죽을 찾았다.
비리면서 꼬랑꼬랑한 냄새가 나지만 입안으로 넘어가며 부드럽고 짭쪼롬한 그 맛에 침이 고일만도 한데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이란 것이 상상보다 괴롭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울상을 짓고 있지?”
“아파....”
태경은 그제서야 파랗게 독이 올라 있는 나의 성기를 내려다보았고 심각하게 미간을 찡그리며 나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황태죽을 음미하는 것보다 나는 지금 어떻게 해서라도 끊어질듯 성기를 조이는 비단끈에서 해방되는 것이 더 급했기 때문에 구세주를 바라보는 어린 짐승처럼 태경을 간절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어째서 이런 모양이 되어버린 거지?”
“나도 몰라! 어떻게 좀 해줘봐.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했잖아!”
“...... 뻔뻔하기는.”
태경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듯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허리춤에 단단한 매듭으로 묶여 있는 비단끈을 풀어내어 처음과는 다르게 성기를 묶지 않는 모양으로 아랫쪽에 들어찬 딜도만이 미끄러져 내리지 않도록 엉덩이 사이로 몇번을 돌려 묶어 주었다.
퉁퉁 부어오른 성기는 마치 물 속에 담궈둔 개불처럼 흉흉한 모양이 되어버렸지만 어찌되었건 숨이 막힐듯 조이던 비단끈에서 해방된 나는 마음 편하게도 킁킁거리며 황태죽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나는... 진짜로 바보였다.
“배가 고플꺼야. 아침부터 조금도 먹지 못했으니까.”
“.... 손 풀어줘. 먹을 수가 없잖아.”
“아직은 안되.”
태경은 마치 이런 일이 떼쓰는 어린아이를 달래는 일인 것처럼 자연스럽고 태연하게 죽사발을 들어 뜨겁지 않은 죽의 윗부분을 살짝 떠 내 입으로 가져다 대었다.
벌써 황태죽 냄새를 맡은 뱃속에서는 꾸륵꾸륵 요동치는 소리가 나고 있고 어젯밤부터 겪어야 했던 굉장한 컬쳐 쇽과 육체적 고난에도 불구하고 왕상한 나의 식욕은 입안 가득 탐욕스러운 군침이 가득 고이도록 하고 있었다.
이건 마치 다정한 남편이 앓고 있는 아내를 위해 죽을 떠먹여주는 상황이라고 해야할까?
나는 실소를 금치 못하며 태경이 떠먹여주는 대로 얌전히 황태죽을 받아먹었다.
지난 일년동안 한태경이라는 남자 가정부와 함께 살면서 느낀 것이지만 태경은 꽤 빠른 눈치를 가진 사람이었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유난을 떠는 나의 성격으로 커튼을 빨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 벌써 뽀송뽀송하게 말려둔 새 커튼으로 갈아진 거실을 볼 수 있었다.
남들 모두 별스럽다고 타박하는 침대의 시트도 이틀이면 싹 걷어내 새것으로 씌워놓았으며 건조기를 사용하는 것을 질색하는 내 취향에 맞게 너른 마당에다 줄을 걸고 섬유 유연제를 사용하지 않고 세탁한 이부자리를 송곳처럼 바삭바삭하게 말려놓는 것이었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내가 시트를 갈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기 하루전에 그는 침대 시트를 빨아놓는다.
거의 이틀에 한번씩 있는 일이고 장마철에는 할 수 없이 건조기를 이용하기는 하지만 어찌되었건 새로 깐 시트는 대부분 햇볕의 기운을 듬뿍 안고 있어 그저 눕기만해도 스르륵 잠이 올만큼 기분 좋은 것이었다.
지독한 불면증을 앓고 있는 신경증 환자인 나에게 그만큼 훌륭한 가정부는 없었다.
이런 황당한 경우에 있어서도 태경은 평소 그가 보여주었던 기민한 눈치를 어김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그는 반찬은 별로 먹지 않는 나의 보조에 맞추어 두스푼 정도 황태죽을 떠주다 작게 잘라놓은 무우 김치를 숟가락 위에 얹어놓거나 하는 것이었다.
조금 입안이 짜다고 느껴질 때 차가운 물잔을 입가에 대어주고 그야말로 나는 등뒤로 묶여 있는 손이 조금도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하아.... 좀 살만하군.”
친우들이 나를 한정치산자라고 부르는데도 이런 이유도 있었다.
나는 대부분 내게 닥친 심각하거나 복잡한 문제들을 어이없는 단순함으로 해결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아득바득 덤벼들어 쓸데없는 고집을 피우다가도 입에 맞는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면 상대방은 기운이 빠질 정도로 간단히 의견조율에 성공하는 일이 허다했다.
한마디로 나는 겉멋 들린 인텔리 룸펜이 불과했다. 배만 부르면 다른 모든 일은 좋아 좋아 하고 넘겨버릴지도 모르는......
아직도 내 안에서 미끌거리며 움직이는 실리콘 딜도에도 불구하고, 발가벗겨진채 훤하게 드러난 정원의 파고라에 앉아 식사를 하였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배가 부르도록 맛있게 황태죽을 먹은 나는 기분 좋은 미소가 내 입가에 걸리는 것도 알지 못한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응?”
태경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지만 나는 아주 나른한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때 나는 이전의 태경은 내게 꼬박꼬박 존대를 했었다는 것을 기억해 내었다.
어차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음란한 마음으로 훔쳐보던 남자가 내게 반말을 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태경은 내 마음속의 상상처럼 자연스럽고 태연하게 반말을 하고 있었다.
달콤하고 질척하게 느껴지는 태경의 검은 눈이 반짝하고 빛나며 매혹적인 웃음과 함께 보조개가 생기자 나는 나도 모르게 그를 향해 마주 웃어 주었다.
“단순해.”
“응?”
“당신의 그런 얼굴 때문에 당신을 괴롭히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배만 부르다면 별반 문제될 것이 없겠지? 벌을 주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건 당신이 유일할 꺼야. 바보 작가!”
“잇!!!!”
하지만 태경은 내가 발끈하고 몸을 일으키는 것에 조금의 제제도 가하지 않았고 물컹하며 밀려 내려온 딜도의 느낌에 소스라치며 내가 다시 파고라 바닥으로 주저앉았을때 쑤욱하고 들어노는 그것으로 파들파들 몸을 떠는 것을 보면서 킥킥대고 웃기 시작했다.
“뱃속이 따뜻해 졌으니 이제 졸음이 오는 거겠지? 맛있게 먹고 나면 꼭 잠을 자야 하는 사람이니까. 그렇지?”
그리고 나는 아주 건장한 태경의 팔에 안겨 집으로 옮겨졌다.
음침하고 눅눅한 기운이 서린 지하실보다는 백배 좋은 부드럽고 향긋한 집안의 공기에 만족하며 나는 아무 근심이 없는 아이처럼 태경의 팔에 안겨 침대에 눕게 되었고 다시 침대 위로 팔이 돌려져 묶이는 동안에도 별반 반항 같은 반항은 하지 않았다.
나는 나약한 인텔리임을 인정해 버렸다.
아득바득 핏대를 세우고 달려들어봤자 내게 돌아오는 것은 내 상식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수치와 모독 혹은 고통 뿐일 것이다.
어차피 태경은 마음대로 가지고 놀다 나를 토막내어 뒷산에 버리는 짓 따위는 생각하지 못하는 착한 사람이고 어쩌면 그것도 별반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가득 부풀어있는 포만감 사이로 나를 뒤흔들었다.
나중에 어찌되었건 나는 적어도 나를 마음껏 희롱하는 상대가 태경이란 것에 안심하고 있었다.
만약 그 상대가 규태라면 나는 정말로 무슨 짓을 당할지 나조차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달콤하게 밀려드는 졸음의 끝으로 나는 깊게 내쉬는 태경의 한숨소리가 일찍 시작된 꿈의 향현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버렸다.
묶여서 아랫쪽으로는 실리콘 딜도에 꿰뚫린채 벌거벗겨진 볼록 솟은 배를 하고 잠을 청하는 내 모습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세번째 하루
나는 내가 만들수 있는 가장 무서운 표정을 하고 욕실을 나왔다.
아침에 만족스러운 볼일을 보고 나서 그렇게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을 태어나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가장 좋아하는 아침 목욕을 할 수 없는 형편이란게 실재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도 처음으로 깨달았다.
애지중지하던 비데가 애욕에 찬 가증스러운 물건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저 새끼가 쑤셔넣은 작은 딜도가 어떤 결과를 낳는다는 것도
나는 새삼 몸으로 느껴야만 그 결과를 알게 되는 바보 멍청이 푼수 날나리가 된 것이었다.
준수한 얼굴에 정말 재미있다는듯 홍조까지 띄며 웃고 있는 새끼의 면상을 후려 갈기고 싶었지만 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갸르릉 거리는 호랑이를 건들였다가는 호된 발길질에 내장이 튀어 나올것이라는 것도 모르는 하룻강아지는 아니었다.
내 이성으로는 짐작할 수 없는 본능적인 생존 욕구가 아니었다면 정말로 수치를 모르는 아기 고양이처럼 놈에게 달려가 놈의 면상을 할퀴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찌되었건 나는 기분이 나쁘다는 인상만 구긴채 물이 뚝뚝 떨어지는 알몸을 하고 욕실 발판 위에 서 있었다.
인도 면을 성기게 얽어 만든 수제품의 러그를 욕실 발닦이로 쓰는 놈은 너밖에 없을거라고 그는 매번 나를 비아냥거렸지만 깨끗이 닦고 나온 퉁퉁 불은 발을 가마니떼기처럼 느껴지는 성긴 면 위에 북북 문지르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그는 모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촉촉하고 성긴 면러그의 기분좋은 감촉에도 내 심사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개새끼....”
나는 이를 갈면서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지만 태경은 내 말을 그대로 알아들은듯 모양이 좋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내가?”
“.....”
“개랑 하고 싶어? 잘 아는 녀석이 있는데... 더군다나 계집은 한사코 싫다며 사내만 덥치는 바람에 주인이
쩔쩔 매는 녀석이지. 소개시켜 줄까?”
“!!!!!!”
거짓말 한톨도 섞지 않고 그는 정말 그런 끔찍한 일을 할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나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하고 욕실 앞의 선뜻한 공기 속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원래 태경은 농담같은 것은 할 줄 모르는 인간이었다.
가끔 내가 장난처럼 한여름에 귤이 먹고 싶다고 하면 차를 타고 세시간은 가야 하는 근방 도시의 할인점까지 가서 하우스 귤이나 조생귤을 사가지고 올만큼 그는 농이나 장난 이란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는 더불어 엄포라는 것도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허세도 허풍도 내가 떨고 있는 미약하기 그지없는 증오의 빛바램도 그는 강자의 너그러움으로 쓸어안기에는 너무 진지한 사람이었다.
그걸 뻔히 알면서 쓸데없는 소리를 하였다는 낭패감으로 입술을 씹으며 나는 비참하게 고개를 내저어야 했다.
“싫어?”
“싫어.”
“괜찮은 녀석인데... 침을 좀 많이 흘리기는 하지만 말이야. 이리와 엎드려. 이제 통증은 없겠지만 그래도 치
료는 해놔야 하니까 말이야.”
놈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 깐죽깐죽 발목을 흔들 뿐이었다.
내 발로 저 앞까지 걸어가란 말이지.
내 스스로의 의사로 니놈 앞에 개처럼 엎드려 뒷구멍을 내보이란 말이지...
나는 내가 어째서 그런 수치스러운 짓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잔뜩 미간을 구긴채 그와 그가 앉은 자리 옆에 수북히 쌓인 흰색 비단끈 그리고 어제 보았던 작은 연고통과 이번엔 웃기게도 형광빛이 나는 초록색의 투명한 딜도를 잡아 먹을듯 노려보아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야 겠다는 말에 놈은 순순히 내 팔목을 묶은 줄과 부끄러운 곳에서 미끈거리는 딜도를 빼주었다.
하지만 도망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말라는 녀석의 엄포에 콧방귀를 꼈지만 벌거벗고 어디로 도망을 친단 말이야. 이 새대가리야!!!!!!
“또 질질 끌어와야 말을 들을껀가?”
“......”
나는 니미뿡! 이라는 말이 입밖으로 비칠비칠 기어나오는 것을 잔뜩 힘주어 혀를 깨무는 것으로 간신히 참을 수 있었다.
내가 늘 입에 달고 다니는 그 말이 얼마나 유치한지 그리고 상대방의 부아를 돗구는지 나는 충분히 알고 있었고, 적어도 협박 당하고 가혹한 행위들에 수치스럽게 취급되는 동안은 그 말을 해서 좋을게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서른 다섯이나 처먹어 참 곱게도 입바른 소리를 한다는 비난은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왔던 일이었다.
그래도 누군가 나의 뇌를 꺼내어 빳빳하게 다림질을 한 것은 아닌지 나는 천천히 이 상황의 원인과 이 곤혹스러운 사태에서 벗어날 길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한정치산자 혹은 심하게 금치산자로까지 불리어지는 유영신의 삶에서 이만큼이나 글 아닌 다른 것에 머리를 혹사시킨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태..태경아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응? 내가 너한테 뭘 서운하게 한거야?”
인질범의 이름을 불러라. 그로 하여금 그와 나는 동등한 인간이며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소중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지 마라.
절대로 인질범의 부아를 돋궈서는 안된다.
기타등등 기타등등....
하지만 저놈은 인질범이라기 보다는 배가 불러서 사냥감으로 장난을 치는 포식자 같은걸 뭐....
“서운한 거 따위는 없어.”
햇살을 등지고 성큼성큼 다가온 태경의 손에 질질 끌리다시피 나는 거실 한가운데로 끌려가야 했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귤 한조각 정도의 자존심이라해도 내가 스스로 그가 지정한 테이블 위에 엎드리는 것은 거부하게 만들기 충분한 것이었다.
바락바락 몸에 힘을 주고 발버둥치는 나를 간단하게 제압한 태경은 이글거리는 검은눈을 내 코앞에 들이밀며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소리 질러봐!”
“...???”
“아니면 그 힘없는 손으로 날 할퀴어 보던지.”
“.....”
나는 처음엔 태경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굉장히 재미있다는듯 웃고 있었고 나는 하나도 재미있는 일이 없었다.
“마을에서 오킬로는 떨어져 있는 이곳이지만 혹시 알아? 누군가 지나는 사람이 있을지. 소리를 질러봐. 누가 당신을 도와주겠어? 싸가지 없는 유 영신 선생?”
“.....”
“아니면 당신 혼자 힘으로 날 이기고 도망칠 수 있을까? 내가 숨겨 놓은 옷을 찾아 마을로 도망칠때까지 내가 당신을 잡을 수 없도록 나를 기절이라도 시킬텐가?”
“.....”
이 개자식은 분명히 나를 놀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
솔직히 인정한다.
군대도 못간 불세출의 약골이 예비역 육군 병장 출신의 한 태경을 때려눕히고 탈출을 감행하는거 불가능하다.
소리를 고래고래 목이 터져라 질러도 이놈에 집구석에서 그런 식으로 소리 지르다 나를 잘 모르는 등산객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혼난거 한두번 아니라는거 인정한다.
그렇다고 사람을 그렇게 대놓고 놀리면 기분이 좋아지냐? 이 성질 더러운 흉악범아!!!!!!!!
“더군다나 전화벨 소리 질색을 하며 싫어해서 전화도 모두 내방에 옮겨 둔거 기억 안나?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컴퓨터가 있는 서재방으로는 들어갈 수도 없어.”
아. 그건 생각 못했다.
인터넷이라는 유용한 수단은 나보다 태경의 머리에서 먼저 위험신호를 번뜩이는 바람에 그림속에 떡이 되어 버렸다.
나는 나의 머리 나쁨과 느린 생각과 비현실적인 상황대처능력에 혀를 씹으며 죽을듯 태경을 노려보기만 했다.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미약한 반항이란 것이 그게 전부였다.
“벌을 받겠어? 얌전하게 치료를 받겠어?”
“......”
나약한 인텔리들은 항상 생각한다.
척박한 세상 불의에 맞서 싸우는 영웅으로 재탄생되는 스스로의 모습을.
하지만 그들은 단지 그것이 생각에 그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불의에도 소리내어 불만을 토로할 수 없는 유약한 자신의 모습을. 틀린 것을 틀리다고 말할 수 없는 아둔하고 자기 본위적인 향락주의를.
결국 그들은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에 항거할 용기 따위는 없는 불운한 세대인 것이다.
나도 나약한 인텔리다.
하지만 나는 내 스스로 몸을 낮춰 놈이 원하는 포즈로 엉덩이를 치켜 세우지는 않았다.
그게 손해 볼 것임을 짐작하면서도 제 스스로 머리를 낮추지 못하는 인텔리 세대 전체의 불행인지도 몰랐다.
“벌을 받을 테다? 주장하는건 그런거야?”
태경은 재미있다는듯 아주 간단히 내 손목을 뒤로 돌려 꺽어버렸고 윽! 하는 소리와 함께 나의 상체는 맥없이 꺼꾸러졌다.
나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고 어쩌고 할 기력도 없이 차가운 유리면 위에 납작하게 뺨을 갖다 대게 되었고 구부러지지 않은 무릎은 더할 나위 없이 높은 곳까지 나의 비부를 높게 들어올리고 훤하게 노출시켰다.
“제발 이러지 마. 태경아!!!!”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어린아이같군.... 당신은 역시 백번 말로 설득하는 것보다는 행동 압박에 들어가는 것이 빠른 종자였던게야. 알아?”
내 팔목을 거머쥐고 뒷허리쪽을 밀어붙이고 있는 자세에도 불구하고 태경은 유연하게 작은 쟁반위에 있는 연고통을 집어 올려 희고 미끄러운 그것으로 이제 따끔거리는 고통은 없는 나의 입구를 차고 불쾌한 감각으로 문질러 대었다.
뭔가 뻑뻑하게 아직도 수치스러운 것이 존재하는듯한 이물감을 가지고 있는 그곳으로 꺼리낌없이 손가락을 밀어넣어 내벽의 한점도 놓치지 않겠다는듯 문지르고 자극하면서 태경의 차가운 목소리는 끝도 없이 내 머리위에서 우스스 쏟아져 내렸다.
“언제나 감탄하지만 당신의 상처 치유 능력은 경이로울 정도야. 남들 같으면 사흘은 고생해야 하는 열상이지만 벌써 아물어 아무런 고통도 주지 않고 있잖아 안그래? 이제 따끔거리며 찢어지는 듯한 느낌은 없는게 분명하지?”
“으윽....”
어제처럼 부드럽게 불린-설사 그것이 나의 타액으로 인한 것이었다해도 말이다- 것이 아닌 마른 손가락은 날카로운 손가시가 있는 것처럼 아프게 나를 찔렀다.
의학적으로 감각기관이 없다고 하는 곳이지만 나는 민감하게 그의 거친 손가락과 그 손가락 어딘가에 있는 뾰족하고 메마른 손가시를 느끼면서 잔뜩 미간을 찡그려야 했다.
방금 충분히 만족할만큼 볼일을 보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랫배쪽에서 미끈거리는 야릇한 감각은 곧 고통스러울 정도로 확실하게 나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으윽!”
“몇번이고 설명해 주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단지 제대로 당신을 맛보고 싶었을 뿐이야. 섹스 회피론자의 버진을 잘 길들이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 약간의 폭행과 위협정도일까? 다른 목적은 아무것도 없어.”
“무슨 말도 안돼...앗!”
“아니. 충분히 말이되는 행위지. 그렇지 않다면 내가 이 음탕한 곳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을 일이 과연 내가 살아있는 동안 가능했을까? 안그래?”
“나는 네가 멋대로 가지고 놀아도 되는 장난감은 아니야!”
“아니야. 그래. 당신은 내 장난감은 아니지.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난 내물건은 굉장히 아껴. 당신 따위가 감히 내 소유가 될 수 있을꺼라 생각했어? 나는 단지 도도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는 당신을 굴복시키고 싶을 뿐이야. 결국 당신 스스로가 내게 달콤한 유혹을 던지면서 요 발칙한 것을 들이밀면 난 미련없이 당신을 떠날꺼야. 그 뒤로는 남자를 찾아 애걸하는 창부처럼 난잡한 당신이 남게 되겠지만 그건 내가 알바 아닌게지. 아. 심심한가? 그렇게 떠들어 대는걸 보면? 뭔가 유흥거리를 던지줄까?”
“....”
그가 내게 던진 유흥거리라는 것은 잔인하고 처참했다.
무감각하게 구멍을 쑤시듯 연고를 바르는 그의 손가락에 어쩔 수 없이 일어서는 비참한 성기에 눈물이 날것같은 나의 귓가로 찢어지는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끼익끼익 불규칙적으로 들리는 녹슨 스프링의 소리가 음산하게 스며들었다.
커다란 HD텔레비젼 화면을 가득 채우며 검게 그을린 태경의 등과 기하학적인 삼각형으로 뽀얀 엉덩이만이 보이던 화면은 점차로 사물을 구분할 수 있게 하는 어둠속의 눈처럼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내 얼굴을 정확하게 비추고 있었다.
머리 위로 올려진 손은 낡은 스프링 침대의 헤드 파이프에 묶여 있었고 ‘죽여버리겠다’느니 ‘날 놔줘!!!’라는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짐짓 잊고 있던 통증의 극한까지 나를 몰아가는 것 같았다.
나는 홀린듯 화면을 바라보는 고개를 돌려 그것을 외면하려고 했다.
겨우 지난밤. 아니 이틀밤 전의 일이었다.
무사 태평에 안빈낙도 하는 것과 같은 바보같음으로 어제 나는 그 밤의 치욕스러운 억압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힘으로 이길 수 없었던 상대로부터 겁간을 당했다는것.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내 인격과 내 자존심을 바닥까지 끌어내려 진흙발로 밟아대는 감당하기 힘든 폭행을 당했다는것.
나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고개 돌리지 마. 똑바로 봐.”
“죽여버릴꺼야.”
“화면을 봐. 저렇게 이를 갈면서 반항하던 당신이 어떻게 변해갔는지 똑똑히 봐두는게 좋을꺼야. 당신 피 속에 흐르는 끈적거리고 질척한 음탕함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기억해둬. 대신 한가지는 약속할 수 있어. 저 테입을 세상에 공개하는 일은 하지 않을께. 후후후후”
변해가기는 어떻게 변해가 나는 너무 아파서 기절해 버린......
까지 생각했다 나는.
그리고 어쩌면 그게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필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내가 기억하는 것이 일부분 사실이기는 하였다.
화면 속에서 겁탈당하며 이를 갈던 유 영신은 곧 축 늘어져 맥없이 흔들리는 발을 데롱데롱 움직이기만 하였다.
유영하던 의식의 끄트머리로 화끈한 통증과 함께 뭐라 말할 수 없는 미묘한 기시감이 척추를 타고 전기처럼 찌릿거리면서 나는 뚫어져라 화면을 바라보았다.
나는 분명히 까맣게 잊어버린 의식으로 그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지금 연고를 바른다는 핑계로 아무렇게나 내부를 희롱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크고 뜨겁고 매끄러운 것이 부드럽게 출납을 할때마다 통증과는 상반된 간지러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충만감과 달콤하게 척수를 녹이며 성기의 뿌리와 더 깊은 하복부에서 전율하는 알 수 없는 감각.
온전히 의식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희고 가느다란 발목이 조금씩 움직이며 힘이 잔뜩 들어간 태경의 움직임에 부합하는것.
그리고 그것이 나의 것이라고 짐작키 어려운 괴상한 소리. 마치 발정기의 고양이가 앓아대는 것과 같은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조금씩 태경의 허리를 감아가는 것.
야옹도 아응도 아닌 그에에... 같은 희안한 소리는 처음엔 환청처럼 작게 들릴 뿐이었다.
나의 몸은 내 환상속에서 태경과 놀아나던 수많은 그림에 한 부분처럼 부끄러움도 고통도 모르는 섹스돌처럼 익숙하고 유연하게 태경의 흐름에 맞춰지고 있었다.
나는 확 붉어지는 얼굴을 하고도 홀린듯 화면속의 내가 가지는 쾌락의 극점을 동경하였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부족함을 애타게 갈구하며 낮은 웃음소리를 웃는 태경의 조롱에도 아랑곳 없이 나는 어쩌면 수치스러운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의 몸 깊은 곳에 잠재된 음란함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몸이 나에게 주었던 현실적이지 않은 관능의 접점과 그 곳으로 가기 위해 내가 치루어야 하는 댓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달콤한 것이었는지를.
불길이 이는 듯한 뱃속에서 퍼져나간 불길이 아직 땅을 딛고 선 내 두개의 무릎을 후둘거리게 만들 무렵에 태경의 손가락은 미련없이 나를 빠져나갔다.
나는 넋이 나간 아이처럼 멍한 신음소리를 내면서 아직 강한 힘으로 짓눌려진 등을 펴려고 짧게 어깨를 바르작거렸지만 그것은 내 의지처럼 잘 움직여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태경의 손가락이 빠져 나간 공간을 채운 것은 어제와는 다른 압박감. 어제와는 다른 질량감을 가진 실리콘 덩어리였다.
아... 하는 소리가 나올만큼 아슬아슬하게 고통과 만족의 경계에 있는 그것은 아주 천천히 미끈거리는 연고의 도움을 얻어서 나를 침입하였고 그것에는 어떤 저항도 거부도 인정되지 않았다.
아니, 어떤 환영도 간절함도 상관없다는듯 무신경하게 나를 침범하는 매끄럽고 촉촉한 실리콘은 조심스럽지만 확실하게 나를 채우기 시작하였던 것이었다.
“흐읏!”
“어제보다 조금 큰 사이즈야. 아프지는 않겠지? 어제 하룻동안 충분히 길들여진 여기는 마치 더 원한다는듯 움찔거리지만 말이야. 나는 제법 착실한 사람이라서 당신을 아프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거든?”
“....”
나는 사고할 수 있는 기억회로가 빠지직하고 타버린 것처럼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머리 속에 수천수만갈래로 갈라지며 수치스럽다는 생각. 화가 난다는 분노 그리고 더할나위 없이 관능적인 상상과 목구멍을 막아버리는 에로틱한 갈증으로 번잡하게 이글거리는것 같았다.
가쁜 숨이 몰아쉬어질 만큼 확실한 중량감은 이제는 주처할 수 없는 무릎의 떨림으로 내 온 몸을 뒤덮는 중이었다.
어둠 속에 괴상한 삼각형으로 움직이던 태경의 엉덩이가 잔뜩 조여들며 굵고 부드럽게 들리는 작은 신음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파득거리던 내 발의 경련도 멈추는 것 같았다.
아직도 나를 채우고 있는 초록색의 실리콘과 그 실리콘 딜도의 끝으로 이어진 가는 사슬의 감촉이 허벅지 안쪽으로 찰랑찰랑 나를 자극하고 있는 동안 내 눈은 끝임없이 화면 속의 태경과 나의 정사를 보고 있었다.
아니, 태경이 나를 범하는. 어쩌면 태경이 나를 겁간하거나 성교하는.....
태경이 나를 씹하는 광경을 나는 보고 있었다.
그것은.... 어떻게 표현해도 강간이라기 보다는 화간에 가까웠다. 나는 태경을 원하고 있었고 현실의 까다로운 규칙과 규범을 털어버린듯 음탕하게 그를 재촉하고 있었다.
눈알이 머리 뒷쪽으로 돌아가 내 적나라하고 음란한 환상을 보는듯 나는 주처할 수 없이 경련처럼 내 몸을 후달구는 절정 속에서 짧은 비명소리를 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