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벌려.”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질끈 눈을 감아버린 내게 들리는 태경의 음성은 너무도 태연한 것이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흉물스러운 물건으로 나를 쑤셔댈 생각따위는 없었던 사람처럼 그는 한오라기의 아쉬움도 없이
평온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의 행동보다 나를 더 황당하게 만들었던 것은 이런 상황의 급반전에 오히려 당황하는 내 자신이었다.
어째서...
나는 어째서 뭔가 굉장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 지례짐작한 것일까.
작게 뜬 실눈 사이로 보이는 흐려진 태경의 모습은 내쪽을 향해 불쑥 손가락 하나를 내밀고 있는 모양이었다.
“......”
“약을 바를꺼야. 딱딱하게 건조된 손가락은 꽤나 아프지. 아픈 짓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당신도 협조해야 하지 않을까?”
“......”
나는 미처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내 앞으로 내밀어진 손가락과 건조된 손가락이 고통을 준다는 말의 상관관계는 입술을 찢어버릴듯 벌리고 들어선
무례한 손가락이 혀 위에 턱하니 얹혀지고난 후였다.
“으윽!”
“깨물면 혼날꺼야. 그리고 연습도 해둬야 겠지? 앞으로는 이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커다란 것을 물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이빨을 세우면 틀니를 하게 만들어 주겠어.”
태경의 음성은 평온하고 지루하게 들렸지만 그 말속에 숨은 뜻은 굉장히도 폭력적이고 강압된 것이었다.
처음엔 그저 남의 손가락을 물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싫고 불결한 느낌 뿐이었지만 짠맛이 빠져나가는 손가락은 뭐랄까....
그건 내가 살아오며 느껴보지 못한 입안의 간지러움과 적당한 관능 그리고 꽤 음심을 자극하는 단단하면서도 찰진 느낌의 감촉이었다.
혀가 간지럽다는 말을 듣도 보도 못했지만 살짝살짝 움직이는 손가락이
음식물과 별별가지 것들로 자극된 혓바닥이 아니라 혀의 옆구리를 건들이면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칠만큼 맹렬한 간지러움이 척추를 타고 찌릿! 올라오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대단히 둔감하다고 생각했던 입천장의 요철 부위를 문지르듯 쓸어대는
것과 우악스럽게 움직여서 혀의 아랫부분 매끈매끈하고 농밀한 피부 속으로
스며드는 것은 한번도 상상하지 않았던 농염한 성행위처럼 느껴졌다.
어찌되었건 나는 타인의 손을 빠는 행위에 굉장히 열중했었는듯 하릴없이
그 쫄깃하고 달콤한 손가락이 빠져 나갔을때 꽤 아쉬운 마음이 들어 미간을 찡그렸었나보다.
작게 뜬 눈으로 보이는 태경의 얼굴은 시니컬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너무 열중하는걸? 역시 당신은 굉장히 난잡한 알맹이를 청교도식 금욕주의로 잘 가리고 있었던게 분명해.”
“무슨!!!!”
“걱정하지마. 곧 아주 근사한 것을 물려줄테니까. 당신 마음에도 꼭 들거라고 생각되.”
태경은 병원에서 처방된 것이 분명한 작고 납작한 플라스틱 통에서 흰색의
크림빛 겔을 내 타액으로 젖어 번들거리는 손가락에 듬뿍 퍼올렸다.
“뭐...뭐야!”
“상처가 났으니 치료를 해야지 않겠어? 걱정하지마. 의심스러운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항문외과에서 처방받은 연고니 말이야.”
상처엔 후시딘 뭐 그런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항문외과에서 처방받은 것이라는 말이 뜨끔하게 요추로 걸려 들었다.
말이란 것이 귀로만 듣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나는 어제 그렇게 지독한 짓을 당했던 자세로 짓눌려지는 내 몸의
하체를 무감각하게 느끼고 있었다.
허벅지가 가슴팍에 딱 닿아 두근거리는 심장의 느낌을 그대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억압된 자세이지만 태경은
내가 무엇을 어떻게 느끼는가와는 상관없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운 손가락-연고?-를 은밀하고 뜨거운
부위에 철퍼덕! 하고 바르기 시작했다.
따끔거린다거나 괴로운 느낌은 아니었지만 보들보들한 손가락이 쓸려 상처가 나 있는 항문을 맛사지하듯이
부드럽게 움직이자 그의 손가락으로 문질러지는 그곳에서는 아픔과는 다른 느낌이 스멀거리고 치솟기 시작했다.
“으윽!”
꽤 당혹스러운 거절의 말은 단지 짧은 신음소리가 되어 나갔을 뿐이지만 이채롭게 반짝이는 태경의 얼굴은
재미있다는듯 짙은 보조개를 만들며 웃고 있었다.
나는 확! 붉어지는 얼굴을 돌리며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지 않으려고 했다.
“고개 돌려.”
“....”
“직접 봐. 그런 자세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면 허리가 좀 아플테지만 네 눈앞에 지금 네가 얼마나 난잡한 꼴을
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주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의 등이 끝나고 골반이 이어지는 마지막 척추뼈로 단단한 태경의 허벅지가 느껴지고
나는 무리하게 반으로 접힌듯한 형상이 되었다.
욱씬거리는 허리를 무리하게 굴절시킨 그의 행동은 뚜둑하며 뼈가 부러지는듯한 소리를 내었지만 실제로 못견디게
아픈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한번도 그렇게 가깝게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나의 성기가 바로 코앞에 들이밀어진 것일까...
빨갛게 들떠있는 성기는 전혀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는 주인의 의지를 무시한채 반쯤 일어서며 제 모양을 찾아가고
있었다.
“제대로 봐. 그렇게 심한 꼴을 당하고도 연고를 뒤집어쓴 당신 여기는 벌써 움찔거리며 앙탈을 부리고 있는걸?
역시 당신은 굉장한 색골이었음이 분명해. 어째서 이런 몸을 가지고도 섹스 회피론자니 하는 쓸데없는 짓을 한거지?”
“.....”
나는 아무것도 반박할 수 없었다.
익숙하게 언제나 즐겨입던 옷차림을 단정하게 차려 입은 태경의 앞에서 홀랑벗은 알몸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남자에게 항문을 만져지며 일어선 내 성기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음란함의 증거처럼 내 눈
바로 앞에서 끄덕이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흣~!”
처방된 연고라는 것은 오렌지 향이 나는 젤과는 사뭇 다르게 너무도
미끄럽고 부드러운 느낌이었기 때문에 방심한 괄약근을 뚫고
태경의 손가락이 단번에 깊은 곳까지 찔러들어왔을때 나는 굉장히 달콤한 신음 소리를 내고 말았다.
길고 단단한 손가락을 부드럽게 만든 것은 나의 입술과 혀와 타액이었다.
거칠 것이 하나도 없는 그 손가락이 연고를 잔뜩 찍어올려서
내부의 둔감한 내벽을 꼼꼼하게 더듬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을만큼 충격스러운 일이었다.
아랫배의 내부가 일렁이는 것처럼 태경으로 인해 짓눌려진 두개의 무릎이 후둘후둘 떨리는 감각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선명하게 느껴지는 입구의 감각 뿐만 아니라 뭔가 부드럽게 밀려들어왔다
다시 깔끔하게 빠져나가는 것을 반복하는 이질감에 굉장히 높은 비명을 내지른 것이었다.
“훗.... 그렇게 좋아?”
“으윽!!!!!”
태경은 비웃음이 분명한 일그러진 미소를 띄고 있었고 내 수치심은 이미
나를 홀랑 삼키고 주처할 수 없을 지경으로 난잡하게 이끌어갔다.
“너 감히.... 흐읏...”
“이렇게 빳빳하게 곤두세우고도 아니라고 말할 셈인가? 내가 장님이라 해도 이건 느낄 수 있겠는걸?”
“......”
정말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제적 증거가 바로 내 눈 앞에서 맑은 물을 떨어트리며 끄덕이고 있었다.
별반 사용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아직 핑크색에 가까운 성기가 제 몸을 일으키며
정액을 토해내고 있는 모양을 보고도 내가 흥분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장님이라도 웃을 일이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렸지만 그것 역시 내게는 허락되지 않은 일이었다.
“눈을 떠. 고개 돌려서 똑바로 봐. 니가 얼마나 음란한 몸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하게 보고 깨달아야해. 치료가 끝날 때까지 내 말을 잘 듣고 있는다면 상을 주지.”
“.....”
치욕감에 꽉 깨물고 있는 어금니가 덜덜 떨릴 정도였지만 나는 잔뜩 발기된
나의 성기를 뚫어져라 노려보면서 가장 괴롭고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나는 분명하게 성적으로 흥분되어 있었고 반면, 그 흥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하고 있었다.
한밤중에 찌르듯 나를 깨우던 아버지의 고함소리.
와장창 하고 깨어지는 세간살이의 소음.
찢어지는듯한 어머니의 비명소리.
내방의 문 손잡이를 붙잡고 벌벌 떨고 있는 어린 시절의 나.
아무리 괴롭고 힘든 기억을 떠올려도 명백한 육체적 증거는 사그라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느리고 불꽃도 없지만 확실한 열기를 가지는 숯불에 쓸려가는 것처럼
혼란스러운 육체적 쾌락에서 나를 붙들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납작한 플라스틱 통이 바닥을 보일때까지 아낌없이 연고를 덜어 내벽 깊은 곳의
어느 한구석도 빼놓지 않고 더듬었던 손가락이 마침내 빠져나갔을때까지 나는 벌받는
어린아이처럼 덜덜 떨면서 통증과 함께 오는 미묘한 쾌락에 열중해 있었다.
그것이 빠져나갔을때 내가 느낀 허전함은 그야말로 씨발스러운 것이었다.
“착한 아이군...”
“웃...기지 마!”
“말버릇이 나쁜 것은 차츰 고쳐나가면 될꺼야. 지금은 벌보다는 상이 필요한 것 같군.
응? 말을 잘 들었으니 상을 줘야지? 안그래 영신?”
“.....”
내 머리속에 들어와서 그 주름과 질척이는 뇌수를 헤집어보지 않은 이상 태경은
내가 참을 수 없는 흥분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지 수치와 치욕으로 이를
악물고 있는것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유일한 나의 위안이었다.
하지만 그 어설픈 위안도 그리 길게 가지는 못했다.
그가 들고온 쟁반위에서 흰 천들에 의해 가리워져 있던 것을 태경이 집어 들었을때 나는 순진한 어린아이처럼 눈을 깜빡여야 했다.
유연하게 U 자 형으로 구부러진 주황색의 물건은 태경의 손가락보다는 조금 굵지만 비교할 수 없을만큼 길었다.
“상이야. 아주 좋아하게 될꺼야. 치료를 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그리고 태경은 음험한 주황색의 반투명한 그것에 바닥을 드러낸 연고를 싹싹 덜어내어 바르기 시작했다.
하얀색 연고로 뒤덮혀 있는 태경의 손가락이 실리콘으로 짐작되는 그것에 연고를 덜어
담는 것을 보면서 나는 내가 한번도 상상해 보지 못했던 완강한 기운으로 거칠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내 사고보다 먼저 왕성하게 경계경보를 발령한 본능적인 공포는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빠져 있는 몸을 엄청나게 흔들어 놓고 있었다.
“무슨 짓이야! 이거 놔! 제길... 한 태경. 너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죽일꺼야. 널 죽이고야 말겠어!!!!!”
그야말로 젖먹던 힘까지 동원한 나의 저항은 태경의 완력 앞에서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그는 살짝 미간을 찡그렸지만
팔꿈치로 누르고 있는 내 무릎 안쪽의 힘이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결국 나는 그야말로 녹초가 되어 짧은 숨을 헉헉대며 늘어질 때까지 아무 소용없는 발버둥만 열심히 치다가 뻗어버렸다.
정말이지 무슨 일을 당한다해도 이제 어쩔 수 없어 라는 유약한 체념만 나를 점령하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어째서 이런 짓을 당해야 하는지.
흠모하고 있던 사람의 사악하고 음험한 일면에 어째서 이런 식으로
농락 당해야 하는지 한없는 체념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내 눈으로 뜨거운 눈물이 고여 떨어졌다.
흰 연고를 뒤집어써서 얼룩덜룩 말간 주황색의 느낌과 번들거리는 연고의
느낌이 나는 그것이 한참동안 그의 손가락으로 풀어지고 달궈진 입구를
아무 저항 없이 뚫고 들어올 때도 나는 그저 가쁜 숨을 쉬며 고개를 돌린채 울고 있을 뿐이었다.
“울고 있는거야? 이런 식이라면 상을 주는 보람이 없는걸? 분명히 아프지는 않을텐데?”
“죽여버릴꺼야....”
나는 부끄럽게 울고 있었지만 내 마음 속의 자존심과 인간적 권위까지 무너져 내린 것은 아니었다.
너무도 길게 느껴지는 매끄러운 그것은 예민한 입구에 와 닿는 꼭지의 느낌을 남기고 완벽하게 내 안에 안착하였다.
숨을 쉴때마다,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어김없이 내안에서 나와 다르게 움직이며
그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는 그것은 미끈거리며 빠져나갔다가 다시 태경의
힘에 의해 나를 뚫고 들어오는 일을 몇번이고 반복하면서 이런 짓을 당하며
거의 끝간데까지 발기해버린 나의 성기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나는 육체적으로 느끼는 쾌감과 정신적으로 느끼는 모멸감의 괴리에 붕괴하는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도리질을 쳐도 자꾸만 미끌어져 나오는 그것을 밀어넣던
태경은 들고 들어온 쟁반위의 흰 천뭉치를 들어올려 천천히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얇고 부드러운 끈처럼 끝도 없이 긴 그 천뭉치를 잘 풀어낸
태경은 내 입구에서 밀려나왔다 다시 밀어넣는 것을 반복하고 있던
그것의 입구를 그 길고 부드러운 끈으로 단단히 고정시켜 내 엉덩이의
골짜기 사이로 돌리고 또 허리를 둘러 내려온 것을 허벅지의 가장 안쪽으로 돌렸다
음낭과 음경을 묶고 또 단단히 엉덩이를 조아맨 뒤 다시 다리 사이의
그것이 밀려나오지 않도록 몇번이고 돌려 묶는 짓을 하는 것이었다.
“이!!!!”
나는 빠득! 하고 이가는 소리를 내며 죽일듯이 그를 노려 보았지만
잔뜩 발기한 성기와 소중한 음낭까지 단단히 묶여버리고 있는 내 꼴을 보며 어떤 저항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마치 일본 에스엠물에 나오는 가련한 노예처럼 선명하게 흰 비단 끈으로 묶여버리고 말았다.
나는 내가 왜 이런 짓을 당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치료를 해야 하지만 언제까지 놀게 내버려 둘 수가 없잖아?
지금부터 충분히 연습을 해두지 않으면 다시 또 상처가 날테고 그때
또 치료를 하고 하는 짓은 내 취향이 아니라서 말이지. 아프다면 말을 해.”
태경은 나의 허리쯤에 긴 끈의 마지막 매듭을 묶고는 잔인한 미소를 띄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까 내 손가락을 잘근잘근 잘도 씹어댄 당신에게는 딱 적당하다
생각되지만 아프다면 더 작은 것으로 바꿔 줄 수도 있어. 딜도는 얼마든지 어떤 사이즈로든지 준비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아파?”
“죽여버릴꺼야!!!!”
“고약한 말버릇에 대한 벌은 뒤로 미루려고 했지만 이런 식이라면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군......”
나는 태경이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지난밤의 그 끔찍한 행위 중에도 태경은 저렇게까지 무서운 표정을 지은 적이 없었다.
나는 화를 내던 얼굴에서 미처 표정을 지우지도 못한채 멍하니 태경을 바라보기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