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9)

18

by 피모

****** 첫번째 하루

뭔가 굉장히 달콤한 느낌으로 잠에서 깨어난 기분이 들었다.

나의 민감한 부분은 부드럽고 따뜻하면서 기분 좋은 것에 끊임없이 자극되어 터질듯이 팽창하고 있었고 그런 감각적 절정은 

유연하고 세련된 애무로 인해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시야를 가로막는 천과 입술을 짓누르는 재갈 그리고 두 발과 다리를 속박하는 느낌에 고조된 성감은 삽시간에 

나락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거칠게 몸을 뒤채기 시작한 나의 반항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여전히 제 마음대로 나의 예민하고 달콤한 부분들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점령하면서 겨우 ‘윽윽’하는 정도의 소리를 내고 있는 나의 거절을 염두에 두지 않는듯 행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도 박력 있으면서도 달콤해서 꼼짝도 할 수 없이 속박된 느낌에서 오는 불쾌감을 뒤엎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허벅지 안쪽을 붙잡아 벌리고 있는 커다란 손은 짐작컨데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남자의 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신하게 만들었다.

남자를 사랑하지만 남자와 몸을 섞는 것은 끔찍하다는 말을 하고 있는 나에게 언제나 조롱 섞인 표정으로 비아냥대던 그의 

경고처럼 나는 해실거리는 엉덩이를 흔들며 돌아다니다 이런 흉물에게 걸려버린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제 분명히 가정부의 월급을 계산해주고 문단속을 한 뒤 내 방의 침대 위에서 잠이 들었다. 어떻게도 그가 

말하는 유혹적인 표정으로 밤거리를 쏘다니는 짓 따위는 한 기억이 없었다.

서른 다섯해를 살아오면서 잠만큼은 순한 아기잠처럼 잔다는 소리를 들어왔던 나에게 깨어나지 않은 의식으로 돌아다니는 몽유병 

같은 증상은 한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사고의 유추를 진행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박하게 주어져 있었다.

서슴치 않고 딱딱한 이빨과 부드러운 혀와 입술에 감싸인 나의 성기는 이제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듯 몸을 부대껴 단단한 

입천장으로 용두질을 했지만 상대는 그런 것쯤은 조금도 게의치않는다는듯 목구멍 깊숙이 까지 나의 성기를 삼기고 조근조근 

입술로 간지러운 음모를 지분대 주었다.

한달에 한번 출판사에 가는 것조차 귀찮고 버거워하는 룸펜 주제에 이런 강한 손아귀의 힘을 털고 일어설 용기도 없었고 

허리께로 지잉하고 올라오는 달콤한 감각은 상식적인 문제의 어떤 것을 사고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수치와 속박 당한 자유, 그리고 그로 인해 어찌할 수 없이 치밀고 올라오는 고통스러운 

사정의 느낌에 경기를 일으키는 것처럼 몸을 떨 수 밖에 없었다.

가만히 가라앉아 있는 주변의 공기는 무거운 침묵처럼 이성적 사고를 짓누르고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백만배쯤 격렬한 절정의 

순간은 안타깝게도 짧았다.

쑤욱! 하고 뇌수가 빠져나가 버리는듯한 짧은 엑스터시는 배려해 주는듯 부드러워진 상대방의 입 속에서 나른하게 가라앉아 

버렸고, 묶이고 뭔가 굉장한 짓을 당해버렸다는 수치스러움은 아직 노곤거리며 수그러든 분노를 일깨우지 못했다.

“읍!!!!! 읍읍!!!”

나는 남자를 사랑한다.

그는 내가 19세기에나 칭송받았을 법한 금욕주의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단지 남자를 사랑할뿐 남자의 몸을 사랑하지 않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아니, 내가 싫은 것은 섹스였다.

깊은 구멍과 간드러지는 교성을 내지르는 여자와의 섹스도 전혀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헉헉대며 짐승처럼 교합하는 남성과의 섹스도 나의 취향은 아닐 것이라 지례짐작했을 뿐이었다.

나는 언제나 누군가를 사랑 하지만 그 섹스라는 개념이 내 자유로운 사고와 발상의 발목을 움켜쥐었을 뿐이었다.

그런 나를 향해 그는 언제나 내가 겉멋에 찌든 바보 룸펜이라고 욕했다.

마음이 가면 몸이 가는 것이고 그렇게 뒤섞이다보면 인연도 찾을 수 있는 법이라고.

하지만 질펀하게 흐르는 땀도 지분거리는 애액도 내 취향은 절대 아닌 것이다.

그가 내게 바보룸펜이란 말을 하면 나는 그에게 불결한 호색한이라는 말을 하였다.

사흘 걸러 한번씩 파트너를 갈아치우는 이상성벽의 그에게 에이즈나 걸려버려라 하는 따위의 말도 서슴치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손으로 마음대로 내 다리사이를 희롱하는 사내는 그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나는 잠시 몸을 떨었다.

그는 절대로 자비심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동안 쌓아왔던 불만과 호승심이 오늘에야 비로소 그 진위를 떨칠 각오를 하였다면 어떻게든 마구 짓이겨지고 농락 당해 도시의 

하천에 버려진 못난이 인형처럼 되어버릴 나를 예상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나는 두려움에 소스라치는 몸을 뒤채며 내 입가를 타고 흐르는 타액에 더 단단해진 재갈을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커다란 손으로 슬금슬금 불알을 만져오는 남자는 ‘훗!’ 하는 작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표본실의 청개구리처럼 어디로 갈지도 모른채 바르작거리는 내 모양이 꽤나 우습다는듯 그는 자신의 의도와 목적대로 조금의 

거리낌없이 행동하고 있었고 그의 손아귀에 붙들린 것이 딴딴하게 굳어져도 게의치 않는다는듯 얇은 피부를 집어 쭉~ 하고 

잡아당기거나 아직 사정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해 예민한 성기를 툭툭 건들여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형편없이 무례한 그 손이 잠깐 나를 놓아주었을때 나는 등뒤로 결박되어 깔린 팔목과 어깨가 부러질듯 아픈 것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러면서 뭔가 굉장한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당장의 작은 통증에 연연해하는 내 초라한 모습에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또 어쩌면 이렇게 결박 당한채 아무도 모르게 죽어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공포스럽기도 하였다.

무슨 짓을 하건간에 누군가의 체온이 나를 떠나는 것이 그토록 공포스럽다는 것을 알았을때 나는 내 스스로가 가지는 안일하고 

타락한 룸펜적 사고방식에 치를 떨었다.

차단 당한 시각의 몫을 대신하려는듯 예민해진 청각과 후각이 플라스틱 조각이 부딪히는 작은 소리를 잡아냈을때 나는 사내가 

나를 내버려두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했다.

그리고 달콤하게 느껴지는 오렌지 향이 어디서 나는 것인지 코를 킁킁거리며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움직였다.

다음 순간 나는 기저귀를 갈아차야하는 어린아이처럼 발목을 붙들린채 반쯤 들어올려진 것에 굉장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텅 하고 울리는 소리의 느낌으로 봐서 지금 내가 수치스럽게 비부를 드러내놓고 있는 곳은 꽤 넓은 공간. 그리고 가구나 

장식이 없는 공허한 공간임이 분명했다.

서늘하고 습한 공기와 그 속에서 맡아지는 곰팡이냄새까지 자각했을 때 나는 한번도 다른 사람의 손길로 그런 짓을 당해보지 

않는 맹렬한 통증으로 ‘으윽!’하며 어금니를 깨물어야 했다.

너무도 간단하게 내 다리를 들어올려서 엉덩이 사이의 구멍을 훤히 드러나도록 한 사내는 아무런 저항 없이 매끈하게 나의 

구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은 것이었다.

딱딱한 손톱과 긴 손가락이 구토를 일으킬 만큼 깊숙이 들어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어이없게도 달콤한 오렌지 향이 성인용 

섹스 젤이라는 생각을 해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등아래 깔린 결박된 손은 자유로와지지 않았고 발목을 거머쥔 사내의 손에서 하늘높이 치켜올려진 두 

다리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나는 무기력하게 배출을 위해 쓰이던 기관으로 사내의 손가락을 받아들이며 가슴을 짓이기는듯한 수치심과 예민한 항문 주변의 

감각기관이 낯선 출입에 맹렬하게 저항하는 것을 그대로 느끼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곧 그 하나의 손가락이 주는 느낌이란 터무니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아야 했다.

뭐든 몸으로 하는 것에는 젠병인 나였지만 좁은 구멍을 밀치고 들어서는 다른 한개의 손가락에 팽팽하게 당겨진 괄약근이 

찢어질듯 팽창하는 고통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짐승과 같은 비명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재갈이 물린 입에서는 그저 미약한 신음소리만이 세어나올 뿐이었다.

미끈미끈한 오렌지 젤의 도움으로 얼마든지 입구의 저항을 무시할 수 있었던 손가락이 제 마음대로 쑤셔지는 것은 또한 굉장히 

배려 깊은 행동이란 것도 결국 몸으로만 알 수 있었다.

손가락이 밀려나듯 빠져나가며 마치 배변을 하는 듯한 괴로운 느낌에 미간을 찡그리고 있었지만 곧바로 미끈거리는 입구에 

들이밀어진 사내의 성기는 절대로 이건 불가능해! 라는 생각밖에 나지 않게 만들었다.

그것은 마치 단단한 벽의 틈새로 커다란 쐐기를 박는 것처럼 가당치도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미끄덩하고 그것이 쑤욱 입구의 맹렬한 반발을 뚫고 들어왔을 때는 온몸이 두 조각으로 찢겨 너덜너덜해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감각을 선사하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바로 그의 성기는 이만큼 감당하기 어려운 사이즈는 아니었다.

나는 몸치인 반면 눈은 예민하고 센스가 있어서 한번 본 것의 모양이나 크기는 거의 정확하게 기억해 내는 편이었다.

보지 않고 단지 몸으로만 느끼며 그것도 평소에는 전혀 쓰지 않는 방향으로 쑤셔진 것이라 해도 이렇게 압도적인 긴박감으로 

거대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팔자 좋은 상념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나마 조금 견디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느껴진 것은 전초전도 아니고 에피타이져도 아닌 그저 이제 시작한다 정도에 

그치는 것이었다.

미끈거리는 젤은 나의 부끄러운 곳이 무엄한 침입자의 점거를 거부하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고 목구멍으로 위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무리한 압박감은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상대는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은채 입구의 섬세한 근육 주름 하나하나까지 그의 출입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들어오고 있었다.

아니, 들어온다는 것보다는 쑤셔넣어진다는 것이 훨씬 들어맞는 거대한 성기는 영원이라고 불리워져도 무리가 없을 시간동안 끝도 

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수치를 모르고 활짝 벌려진 다리 사이로 엉덩이를 짓찧고 사내는 까물까물 해지는 의식의 마지막으로 내 부드러운 엉덩이에 

까칠한 음모의 느낌을 선사하며 기어이 완벽한 삽입을 완료하였다.

나는 아주 잠깐 정신을 잃었을 뿐이었다.

괴로운 순간에 사람은 언제나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지만 그런 때일수록 시간은 더욱 더디 간다는 불행한 속설처럼 

아랫배가 묵직하게 느껴질만큼 나의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이물감은 찌릿찌릿한 통증과 함께 조금도 변함없이 나를 억누르고 

있었다.

변한건 입술이 찢어질만큼 단단하게 채워져 있던 재갈이 치워지고 눈을 가리고 있던 것이 벗겨져 있다는 것 이었다.

새까만 어둠 속에서 나는 그 흐리고 불분명한 사위에 눈이 익숙해 질 때까지 몇 번이고 눈꺼풀을 깜빡거리고 있어야 했다.

나는 꼼짝없이 사내의 성기를 몸안에 담고 지나치게 억압된 자세로 허벅지를 가슴팍에 딱 붙인채 짓눌려지고 있었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신경세포를 왁자지껄 후려갈기며 머무는 통증이란 놈에 순순히 항복하며 겨우 밭은 숨만 내쉬고 있던 나는 

기어이 나를 점령한채 비열한 웃음을 웃고 있는 사내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자식!!!!”

“움직이면 손해일텐데?”

평소라면 온순하고 평온하다고 생각했을 사내의 음성은 차가운 뱀가죽처럼 느리게 나의 알몸을 스쳐 지나갔다.

“이게 무슨 짓이야! 엉?”

“당신이 유혹한 거야. 고 얍실한 허리를 흔들며 언제나 여왕처럼 손짓을 했잖아?”

“당장 그만두지 못...”

나는 지독하게 몸치인데다 또 지독하게 통증에 약했다.

악을 쓰며 소리를 지르는 내가 못마땅했는지 태경은 살짝 허리를 흔들었고 다시 맹렬하게 기세를 올리는 통증이란 놈에 나는 

어이없이 무릎을 꿇고 말았다.

“언제나 젖은 눈으로 내 몸을 훔쳐 보길래 굉장히 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아무에게나 다리를 벌리는 그런 야한 사람. 

하지만 이렇게 조이는걸 보면 처음인게 분명해 응?”

“씨발... 당장 그만... 으윽!!!”

고통으로 파랗게 질렸을 것이 분명한 나는 아무리 위엄 있게 소리를 지른다고 해도 태경에게는 무기력한 벌레만도 못한 

반항이었음이 분명했다.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해일처럼 덥친 고통을 참고 있는 나를 향해 몇번 혀를 차던 태경이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팽팽하게 당겨진 괄약근은 경험하지 못한 자극에 경련을 일으킬듯 긴장해 있었지만 그런 것쯤은 우습지도 않다는듯 태경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피스톤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으윽! 그...그만! 그만!.... 으윽! 으윽....”

“이제 곧 당신도 이걸 좋아하게 될꺼야 나는 지난 일년동안 당신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거든? 응? 흣.... 역시 최고야. 

나는 당신이 단 하루도 내가 없이 살 수 없는 몸이 되게 만들꺼야. 흐읏... 더 조여봐. 조일 수록 아픈건 

당신일테니까... 응? 이제 곧 내게 그 커다란 육봉으로 나를 짓이겨 주세요라고 애걸하게 만들어줄께.... 응? 영신. 

어때 근사하지 않아?”

“미친!!!! 아악!!!!!!!!”

쾌락에 들뜬 태경의 음성은 소름이 끼칠만큼 잔인했다.

집요하고 잔인함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조차도 지금 태경의 얼굴에서 파릿하게 비춰 떨어지는 고약함에 비할바가 못된다는 

생각이 들만큼 나는 태경의 박력과 그가 주는 고통에 몸을 뒤채며 벌레처럼 바르작거렸다.

미친...

태경은 단지 일을 잘하는 남자 가정부에 불과했다.

음식을 잘하는 가정부보다는 사흘토록 빨아대야 하는 이불이며 커튼. 혼자 쓰기에 지나치게 넓은 집을 아침저녁으로 쓸고 닦아야 

하는 일에 적합한 가정부를 구하던 내게 태경은 아주 적당한 피고용인이었다.

그는 내가 지시하는 일 뿐만 아니라 정원의 나무들도 짬 날때마다 손질해 두었고 산에서 내려오는 들개들이 기어이 파놓고야 

마는 개구멍들도 일일이 찾아가며 막아두는 일과 거실의 벽난로에서 떼울 장작을 마련하는 일까지 아주 확실하게 처리하는 

훌륭한 가정부였다.

스물 몇살밖에 먹지 않았지만 그 또래의 아이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치기도 성급함도 없이 침착하고 조용한 그가 마음에 

꽤 들어서 나는 거의 한달에 한번씩 바꾸던 가정부를 태경으로 쓴지 일년이 지나도 매우 만족스럽게 생활하고 있었던 것이다.

욕실의 물때를 닦아내느라 엎드린 그의 뒷태를, 장작을 패는 벗은 상체의 근육을 감상하는 것도 나름대로는 매우 매혹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한번도 그를 위협적인 인물로 생각하지 않았고, 그래서 월급을 받아들고 몇일 집에 다녀오겠다는 그의 말에 

약간의 서운함을 느꼈을 정도였다.

나는 지금 야차와 같이 나를 짓밟고 있는 그가 내가 평소 무척이나 좋아하고 또한 몰래 흠모하던 어린 남자 가정부와 

동일인물이란 것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만.... 제발... 태경아....”

“쉿....”

화끈거리고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운 하반신은 마치 다져놓은 고기처럼 비명을 울려대고 있었다.

나는 강간당하고 있었고 그 상대는 성폭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면식범이었다.

믿었던 상대로부터의 배신과 육체적 고통 그리고 내내 혼자 속으로만 간직하고 있던 애정이 파스스 부서지면서 날카로운 

파편으로 심장 깊은 곳에 작은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있었다.

나는 어이없이 흔들리는 내 발과 다리를 보면서 깊은 어둠 속의 혼돈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 두번째 하루

다시 의식을 찾았을때도 나는 여전히 묶여 있었다.

변한 것은 끊어질듯 욱씬거리는 허리와 멍하게 아랫쪽의 구멍으로 아직도 존재하는 듯한 태경의 성기의 잔류감이었다.

세상이 온통 회색으로 들어찬 것처럼 흐릿한 시야는 몇번이고 눈을 깜빡이는 노력이 있고서야 

명확하게 사물을 나의 뇌 속으로 전달해 주었고 나는 기가 막힌 웃음을 웃어야 했다.

어딘가 고약한 곳으로 끌려온 것이다.

나는 납치를 당한 것이다.

라는 생각은 눈에 익은 물건들과 눈에 익은 잡동사니들로 어이없이 무너졌다.

내가 묶여 있는 곳은 바로 내 집의 지하실이었고 요 근래에는 한번도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일년 전만 해도 우울해지면 몇 시간이고 틀어박혀 햇빛과 세상에서 차단 

당한채 스스로를 속박하던 나의 아름다운 감옥이었다.

나는 겉멋 들린 룸펜이 분명했다.

나는 이외수처럼 절박한 구속으로 처절하게 암울한 글을 쓰고 싶었지만 똑같이 갖혀 

있는 상황에서도 내가 씹어 내뱉는 글은 영롱한 이슬과 같은 글이 아니라 토악질

 나는 쓰레기에 불과한 것을 알게 되었을때 이 지하실의 문을 잠그고 다시는 이곳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이었다.

과거의 어느 시간에는 내게 세상에서 도망칠 유일한 낙원이기도 하였던 

그 지하실의 습한 공기 속에 나는 발가벗겨진채 부끄러운 치부를 훤히 드러내고 묶여 있었다.

나는 묶여 있는 것이었다.

“으윽....”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예민한 신경은 찌르는듯 뒷목까지 직격하며 몇 시간 전에, 

아니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지만 나의 의식이 깨어있는 가장 최근의 시간에 당한 짓을 고스란히 증명하는 것 같았다.

언제 이런 것을 옮겨두었는지 모르지만 내가 누워 있는 곳은 파이프 식으로 되어

 있는 군용 침대였고 얇은 매트리스는 기분 나쁜 습기를 머금은 채 내 등과 맞닿아 있었다.

어제처럼 등뒤로 팔목을 묶여있는 것이 아니라 머리 위로 최대한 높이 올라간 손이 

그 파이프 헤드에 단단히 묶여 있는 것은 그나마 불편한 이 모든 상황에서 내게 구세주 같은 것이었다.

“나쁜 새끼.....”

나는 어이없게도 태경을 욕하고 있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태경에게 품었던 나의 음탕하고 추잡한 욕망이 더 나쁜 것인지도 모르고, 

내가 그의 말마따나 고혹적인 엉덩이를 마구 흔들어대면서 태경을 유혹한게 사실인지도 몰랐다.

조금만 예민한 사람이라면 내가 태경에게 음심을 품고 있음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고

 나는 그런것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태경을 지칭하여 내가 키우는 펫 정도로 말하기도 했었다.

내 가슴속으로 독처럼 파고드는 황당함과 수치스러움은 어쩌면 키우던 펫에게 

이런 짓을 당해버렸다는 괴로운 인정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섹스에 대한 나의 부정적 견해가 100% 확고하게 굳어져버린 의식의 지난 

시간동안 겪어버린 고통이 빠득빠득 이가는 소리와 함께 섬뜻하게 나를 깨우고 있었다.

나는 외딴 산골 마을에서도 인가와는 상당히 떨어진 산 중턱에 집을 가지고 있다.

이곳으로 처음 이사를 와서는 서울서 내려온 작가양반에게 꽤나 흥미를 가지던

 동네 사람들도 내 사교성 없음과 싹수 노람에 질려버린듯 최근 삼년 정도는

 내 집을 찾는 일이 일년에 몇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었다.

따로 경비회사의 경비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었지만 태경이라면 그 경비시스템의 비밀번호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나마 출판사로 원고를 가져다 준 것이 지난주의 일이니 앞으로 두 달 정도는 그 어떤 사람도 나를 찾지 않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정말 어이없이 감금되어 태경의 놀잇감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가늘게 몸을 떨었다.

정말 재수 없어 하고 있다해도 그래도 내게 무시로 찾아드는 익숙한 손님이란게

 섹스중독자인 그 녀석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상파울로의 지사에 출장을 가

 있으니 나를 찾을 최단기간의 시간은 적어도 한달이 걸릴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도망칠 곳도 희망을 가질만한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절망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씨발......”

텅 하고 지하실의 음습한 공기 속에 나의 욕설이 작게 메아리를 남겼다.

그것은 잘난척하며 나를 비웃는 것 같았고 어둠 속에 잠긴 지하실 

내부의 물건들에 부딪혀 고스란히 나에게로 돌아와 참담함으로 굳어지는 것 같았다.

[끼이이익!!!!!]

녹슨 지하실 문이 열리며 새파란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에 나는 괴롭게 눈을 감아버려야 했다.

눈물이 줄줄 흐르게 예민해진 눈이 새로운 통증을 선사하면서 수치나 곤혹과 

같은 사치스러운 감정들을 단방에 날려버리고 있었다.

눈가로 고통스러운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나는 커다란 발자국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태경의 기척에 무관심한척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벌써 깨어난 거야?”

“........”

“나는 조금 더 잘꺼라는 생각을 했어. 왜냐하면 그게 당신에게는 훨씬 이로운 행동일 테니까 말이야.”

“..........잇!!!”

“나는 지금부터 당신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차근차근 할 꺼거든? 어차피 당해야 하는 일이라면 잠들어 있는채 

당해도 좋을텐데... 역시 당신은 참 운이 없는 편이야. 그렇지 영신?”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대체 뭘 잘못했길래....”

나는 눈이 부셔 견딜 수 없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작은 쟁반을 들고 있는 태경을 노려보았다.

언제나 일을 할때 입던 낡은 군복 상의도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검게 그을른 얼굴도 그대로이지만 그는 내가 아는 태경이 

아니었다.

“당신이 잘못한 건 없어. 난 당신이 끝임 없이 나를 유혹해 왔기 때문에 그 유혹에 넘어갔을 뿐이고 언제나 규태 

형님과 당신이 나누던 섹스 불가론자의 어설픈 변명이 실재로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깨우쳐주고 싶었을 뿐이야. 어쩌면 

내가 아니라도 당신에게 이런 짓을 할 사람은 널리고 깔렸을지도 몰라. 당신은 정말 정복하고 싶은 얼굴을 하고 있거든?”

“풀어. 이거 풀어! 젊은 혈기에 잠깐 실수한걸 가지고 문제 삼지 않을테니 이번 일은 없었던 일로 넘어가자. 한 태경. 

이거 풀어.”

태경은 모양이 좋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그 나이또래의 남자에게서는 보기 힘든 곤란하고 애교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커다란 덩치를 하고 아기 곰처럼 귀여운 표정을 짓는 태경을 나는 몇번이고 마음속으로 겁간했었다.

음탕하게 그를 핥고 그를 쓰다듬고 어이없는 반응에 어리게 사출하는 그의 정액이 어떤 맛일까를 상상하면서 나는 그를 

나와 대등한 인간이 아닌 귀여운 펫 쯤으로 치부한채 마음껏 농락했었다.

그에 대한 벌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일을 당하는 것도 당연할지 모른다는 체념이 가느다란 연기처럼 마음속으로 

피어올랐다.

“내가 왜? 나는 적어도 두달 정도는 아무에게도 의심받지 않은채 당신을 맛볼 수 있어. 두달은 커녕 이년도 문제 없을거라 

봐지는걸? 규태 형님이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규태 형님이 귀국해 돌아올 때쯤이면 당신은 발정난 암캐처럼 동그란 엉덩이를 

흔들면서 욕정에 몸부림칠테고 그런 당신 모습을 보고 규태 형님이 나를 책망할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어. 

규태 형님도 언제나 그런 당신을 보고 싶어 했는걸? 형님이 원한다면 나는 3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미쳤어. 이게 무슨 짓이야. 널...널 그냥 내버려 둘지 알아? 널 죽여버릴테야!!!!!”

“글쎄... 과연 그게 당신이 원하는 것처럼 되어질까?”

태경은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란게 너무도 유연하고 자신만만해 보여 나는 척추를 타고 오르는 통증도 잊은채 앞으로 내게 닥칠 암울한 운명도 

잊은채 태경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분명히 나는 태경을 좋아했었다. 아니, 사랑했었다. 그의 젊음과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단단한 근육을 사랑했었다.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을뿐 나는 마음으로 내가 당한 일보다 백배는 심한 짓을 태경에게 하면서 혼자만의 음탕하고 난잡한 

상상 속에 그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었다.

비겁한 룸펜은 감당하기 힘든 현실 앞에서 안일한 자기도피 속에 빠져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어제는 좀 과격하게 해버렸지? 나도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복숭아빛 알몸을 그냥두고 계획대로 일을 추진하기에는 인내심이 

딸리는 인간이라서 말이야. 미안하지만 후회는 안해. 당신의 버진을 먹어버린건 아주 흡족한 행동이었으니까. 치료를 해야 

하니 다리를 벌려줘.”

“내가 왜!”

“말을 듣지 않으면 다시 덥칠지도 몰라. 이미 찢어진 구멍으로 다시 나를 받아들이려면 어제의 두배쯤은 아파야 할껄? 

이제부터는 아픈짓을 하지 않을테니 순순히 협조 하는게 어때?”

“.......... 병주고 약주냐? 이 악마같은 괴물아! 죽어버렷~!!!!!!”

하지만 내가 듣기에도 내 목소리에는 박력이 없었다.

나는 이미 찢어진 구멍으로 다시 그의 엄청난 성기를 받아들인다는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분기탱천하던 심정이 

쥐꼬리만큼의 화만 남기고 얼어붙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말했듯이 나는 지독한 몸치이고 또한 지독하게 고통에 약한 인간이었다.

“그래? 뭐... 나야 상관없지만 앞으로 남은 평생동안 인공항문을 달고 살고 싶은거라면..... 굳이 말릴 생각은 없어. 

그건 당신의 선택이지 내가 살아야 하는 삶은 아니니까 말이야.”

“......”

“이렇게 묶여서 가련하게 몸을 떨고 있는 주제에 어째서 입은 파들파들 살아있는거지? 아.... 맞다. 그게 당신의 매력이었지. 

섹스회피론자 룸펜나으리?”

태경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작업복으로 입는 얇고 부드러운 면바지의 허리띠를 풀어내리고 바지를 벗으면서 동시에 

팬티까지 쑥 하고 내려버렸다.

그의 협박이 조금도 허세가 아니라는듯 열린 지하실 문으로 쏟아져 내리는 환한 햇살아래 시컴하고 크고 흉물스럽게 

끄덕이는 젊은 성기가 나를 짓누를듯 눈안으로 뛰어들어왔다.

“헛!!!!”

“어때 보는 것만으로도 구미가 당기는 걸까? 아니.... 어제 그렇게 심한 꼴을 당하고 또 이걸 삼키고 싶다면 그건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지. 당신은 어젯밤의 그 고통만 생각하고 있겠지? 그 두배쯤 아픈 일을 당하는건 상상도 하고싶지 

않을꺼야. 찢어져서 욱신거리는 구멍으로 이걸 받아들이면 이번엔 기절이 아니라 죽을지도 몰라. 오늘은 젤을 쓰는 

신사적인 행위 따위 하지 않을테니까.”

“.....”

태경은 정말 재미있다는듯 동그란 뺨에 짙은 보조개를 만들며 웃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결코 농담이나 허세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직도 무언가가 잔뜩 들어있는듯 느껴지는 아랫쪽의 감각은 지난밤의 고통스러움을 명확하게 기억하는지 내 의식보다 

앞서 맹렬한 두려움에 파들파들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순순히 치료를 받겠다면 기존의 계획으로 넘어가 줄 수도 있어.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니 당신에게 이로운 판단을 하길 바래.

 어디 내 작은 구멍이 얼마나 얌실거리며 움직이고 있는지 볼까?”

나는 발버둥치며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하였지만 그것은 무력한 어린아이의 저항처럼 풀죽은 것이었다.

간단하게 발목을 잡혀 다시 어젯밤의 그 수치스러운 자세로 들어올려 졌을때 백지처럼 

하얗게 질린 내 머리 속에는 절박하게 싫은 한가지 감정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픈 것은 정말로 견딜 수 없을것 같았다.

“해! 할께. 싫어. 제발..... 제발 태경아. 죽어버릴지도 몰라.”

“당연히 이렇게 너덜너덜한 상태로 나를 받아들였다가는 죽겠지. 한번에 죽지는 않아도 이래뵈도 나 꽤나 밝히는 

타입이라 언제까지나 몇번이고 하려 들껄? 내일이나 모레쯤은 여기 이 구멍으로 나를 물고 있는채 쇼크사 할지도 모르지. 

큭큭큭... 어때 유영신.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어? 아니면 단지 아직도 섹스가 싫은 거야?”

“내게 원하는게 뭐야. 대체 왜 이러는 거야!”

태경은 간단하게 내 두 발목을 잡아 쥐고 있으면서 자유로운 한개의 손으로 

선명한 고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입구를 쿡쿡 찔러대었다.

그것은 칼로 베어내듯 예리한 아픔과 함께 지독하게 수치스러운 감각으로 

나는 마치 길거리의 여자가 되어 아무렇게나 취급되는듯한 느낌에 질끈 두 눈을 감아버려야 했다.

“그런건 이제부터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당신은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되. 어때 말 잘 듣는 착한 암컷이 되겠어? 아픈걸 

싫어하는 어리광쟁이 룸펜을 위해 내가 베풀 수 있는 유일한 친절이야.”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도록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태경의 기척에 나는 실눈을 뜨고

 이미 모든 준비가 완료된듯 나의 엉덩이 앞에서 끄덕이는 흉물을 노려보았다.

다급해진 나로써는 무슨 짓을 당한다해도 다시 저것을 몸 안에 담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어리석은 짓이라 해도 어젯밤의 그 치떨리는 고통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지독한 몸치이고 또한 고통에 약하다 그리고 때로 지인들로부터 

한정치산자라는 말을 들을만큼 내 일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일에 제대로 머리를 쓰지 못하는 불균형의 인간이다.

어째서 내가 이런 짓을 당해야 하는지 그가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나는 폭력과 고통에 어이없이 굴복해 버렸다.

“아프게만... 하지 말아줘. 부탁이야.”

무슨 짓을 당하든 죽는것 보다는 낫다는듯 들리는 비겁한 룸펜의 목소리는 지하실의 습한 공기에 섞여 천천히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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