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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64/104)

2회차 회귀자는 살고 싶다

63화

어느새 내 뒤에는 두 명이 나타나 활을 겨누고 있었다.

“정말이다! 뒤는 뚫려 있어!”

‘……어쩌지?’

너무 생각 없이 무리의 안으로 들어왔다는 자각이 들었다. 

힐끗, 마검이 있는 쪽을 봤지만 놈은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내가 처한 상황을 눈치챈 것 같았으나 몸을 빼내기 쉽지 않아 보였다.

그때, 동굴의 벽이 눈에 들어왔다.

“달린다!”

“붙잡으라고!”

나는 벽을 등지고 싸우겠다는 생각으로 동굴 벽을 향해 달렸다. 뒤쫓아 오는 놈들도 그런 내 생각을 읽은 듯 방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는 옷이 찢기는 것도 모른 채 앞서 나가다, 우연찮게 뒤쪽으로 손을 뻗었다.

퉁―!

그런데 손끝에 뭔가 걸렸다. 그것은 나를 향해 날아들던 화살이었다.

‘화살을…… 막았다고?’

나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제야 내 다른 손 위로도 원이 만들어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원을 이동시킨 것이다.

놀란 마음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나는 또 한 번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양손에 각각 원이 만들어져 있었다.

‘원을 하나…… 더 만들었어!?’

나는 양손을 들어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각성한 후, 내가 원하는 대로 능력을 발휘한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뭐야, 저 녀석…….”

“또 이상한 짓을 하는군.”

“일단 물러나!”

나를 뒤쫓아오던 놈들이 포위한 채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짐작하기에 저쪽에서는 투명한 막을 전혀 볼 수 없는 것 같았다.

또한…….

“수상하니까 너무 가까이 접근하지 마!”

“거리를 두고 포위해라!”

내가 또 다른 스킬을 쓸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놈들이 우려하는 바가 생생히 전달됐다.

“…….”

아엔 역시 긴장한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게다가 그가 긴장하기 시작했을 때, 마검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아아앗!”

마검은 기합을 내지르면서 아엔을 향해 달려갔다. 

그제야 아엔은 내게서 가까스로 눈을 떼고 뭔가에 집중하듯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자 꿈틀거리던 불기둥이 다시금 마검을 뒤쫓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헬 파이어를 조종하는 데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건가?’

자세히 살펴보니 헬 파이어는 아엔이 손짓하는 대로 꾸물거리면서 마검의 뒤를 쫓았다. 

또, 아엔은 이제 내 쪽은 전혀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고의가 아니라, 헬 파이어를 조종하는 동안엔 내 쪽에 신경을 쓸 만큼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면 헬 파이어를 컨트롤하지 못할 수도……?’

나는 아엔을 쳐다보다가 놈의 집중력을 한 번만 방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결정적인 순간, 단 한 번만 집중력을 깰 수 있다면…….

‘무슨 수를 써야 하지?’

서둘러 주위를 둘러봤다. 나를 포위한 몇 명 빼고는 전부 마검이 접근하는 것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주변의 지형지물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눈에 띄는 것을 발견했다.

아엔의 발밑에서 반짝이는 선들.

그건 마법진이었다. 물론 그 뒤에도 마법진으로부터 뻗어 나온 긴 선들이 있었으나, 복잡해 보이는 마법진의 중심엔 오직 아엔만이 서 있었다.

또한, 의심스럽게도 마법진이 그려진 주변에는 아엔 외에 그 어떤 사람도 없었다. 놈의 주변만 약간 휑하게 느껴졌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마법진에 아엔만 밟고 서 있어야 한다거나…….’

나는 마법진의 발동 조건을 고심했으나, 우선은 아엔이 저 마법진 위를 떠나지 않는 데 주목했다. 

마검이 시시각각 가까워져 오는데도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 위치에 제약이 있는 것 같았다.

‘저놈을 마법진에서 벗어나게 만들면, 헬 파이어를 통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놈이 저 마법진에서 벗어나게 만들 방법을…….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이디어는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쾅, 쾅!

그러는 사이에도 불기둥은 마검의 등을 아슬아슬하게 스쳤고, 마검의 오른쪽 팔에는 길게 찢어진 상처가 남아 있었다. 화살이 스친 흔적이었다.

“발악하지 말고 죽어라.”

아엔은 마검을 쏘아보며 핏발이 서린 눈빛을 빛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어떻게든 마검을 죽이고 말겠다는 의지가 물씬 풍겼다.

그리고 아엔의 목적은 거의 성공할 것 같았다. 불길이 더 심상치 않게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아까보다 두 배는 더 커진 것 같은데?’

마검도 치솟은 불길을 느낀 듯, 입술을 꽉 깨문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오래 버틸 수 없어…….’

나는 재빨리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내가 쓸 만한 무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전부 밀치면서 아엔에게 접근할 수도 없었다.

원으로 만든 방패가 단단하긴 하나, 그와 별개로 내 근력은 형편없기 때문이다. 장정을 서너 명씩 날리면서 아엔에게 접근할 무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이런 상황에 처하지도 않았겠지.

그렇다면…… 내게 남은 것은 단 하나.

‘원을 하나 더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정신을 집중하며 손끝으로 원을 하나 더 그리려고 했다. 하지만 곧,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은 두통이 엄습했다.

“컥…….”

내 생각과 달리, 이 원을 만드는 것에는 제약이 따르는 모양이었다. 

나는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솟구치는 느낌을 받고는 황급히 코를 틀어막았다. 하지만 비릿한 냄새가 곧 후각을 마비시켰다.

“저거, 갑자기 왜 저래?”

“지친 건가?”

나를 둘러싼 무리에게도 코피를 쏟는 모습이 보인 모양이다. 놈들은 순간 긴장했으나, 곧 의기양양해져선 내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얼마 못 버틸 것 같군.”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

‘……실수다.’

나는 코를 틀어막으면서 뒤로 더 물러났다. 

그런데 그때, 내가 손으로 제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원이 허공에 그냥 둥둥 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 광경을 보고서야 여태껏 의미 없이 양손을 뻗치고 있었다는 자각이 들었지만, 곧바로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손을 굳이 대고 있을 필요가 없다면……!’

나는 하나의 원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엔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내가 생각한 대로 아엔의 발밑에 푸른빛으로 원이 그려졌다. 

아엔은 여전히 헬 파이어를 조종하느라 곧장 제 발밑을 보지 못했지만…….

쑤욱―!

“엇!?”

발밑에서 불룩하게 솟아난 원의 방패 때문에, 놈의 몸이 흔들리며 균형을 잃었다.

‘성공했어!’

동시에 마검을 견제하던 불기둥이 마치 유성처럼 고개를 떨구며 아래로 추락했다. 

“으아악!”

“도, 도망쳐!”

불기둥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제 머리 위로 쏟아지는 화염에 놀라 도망쳤다.

하지만 제어력을 잃은 불꽃은 아군을 잿더미로 만들기 시작했다. 몸에 불이 붙은 자들은 펄쩍펄쩍 뛰면서 신음했고, 호숫가로 달려가다가 쓰러지는 자들도 있었다.

“하압!”

그리고 마검 녀석은 기특하게도 그 틈을 타 아엔에게 매섭게 달려들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아엔은 발밑에서 솟아난 원을 보다가, 달려드는 검은 그림자에 미처 맞서지 못했다. 

우두둑.

“끄아아악!”

아엔은 마검에게 붙잡히자마자 계속 불기둥을 조종하던 손목이 꺾였다.

동시에 땅에서 모든 것을 녹이던 불기둥이 천천히 스러지기 시작했다. 발밑을 선명하게 밝히던 마법진의 주황색 불빛도 함께 사그라졌다.

그러자 이 동굴에 처음 왔을 때처럼 주변은 어두워지고, 호수만 은은히 빛나기 시작했다.

“아엔 님이!”

일부 살아남은 자들은 아엔을 찾아 고개를 돌렸고, 마검은 축 늘어진 놈의 목을 붙잡은 채 높게 치켜들었다. 아엔은 금방이라도 숨을 거둘 것처럼 온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하하.”

마검은 히죽히죽 웃으면서 화살을 치켜든 자들에게 그런 아엔을 보여 줬다. 

그 무언의 압박에, 결국 남은 자들은 하나둘 씩 무기를 던져 버렸다. 마검은 그 모습을 본 뒤에야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리 와!”

나는 마검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녀석을 불렀다. 그러자 마검은 눈을 크게 뜨더니, 곧 헤벌쭉 웃으면서 내게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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