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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 (62/104)

2회차 회귀자는 살고 싶다

61화

“……뭐야?”

나는 깜짝 놀라 수면을 쳐다봤고, 물뱀도 고개를 높게 치켜들었다. 돌돌 말았던 몸통도 푼 채였다.

펑―!

그때,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속도로 뭔가가 수면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마치 그림자 같은 그것은 맹렬한 기세로 나와 물뱀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

“죽어!”

그것은 이어 뾰족한 뭔가를 들고선 뱀의 눈을 때렸다. 물뱀은 꿈틀거리면서 입을 크게 벌렸다.

샤아아아―.

쉭쉭거리는 소리가 커졌고, 꼬리도 뻣뻣하게 세우며 물뱀은 본격적으로 그것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나는 물뱀이 간발의 차로 놓친 공격자의 모습을 뒤늦게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마검?”

분명 피부 여기저기 금이 가 있지 않았나?

마검은 비록 벌거벗었긴 하나, 비교적 멀쩡한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났다. 이리저리 금이 가고 피투성이였던 몰골에서 알몸이지만 깔끔하게 회복한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하! 살려 줘! 죽인다!”

물론 여전히 이상한 소리를 해 댔으나 자신감 넘치는 표정도 그렇고, 놈은 부상을 입었던 흔적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봉인구를 채웠을 때처럼 괴기스러운 모습도 아니었다.

쉬이익―.

그리고 마검이 잠시 움직임을 멈춘 사이, 물뱀이 제 몸통을 들이박으면서 둘은 엄청난 속도로 공격을 시작했다.

마검은 아까와 차원이 다른 속도로 공격을 피했고, 물뱀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놈들의 싸움에 휘말릴까 봐 뒤로 물러나 있었는데, 도무지 싸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마검이 자꾸 벽을 타고 이동하면서 물뱀이 계속 벽에 주둥이를 처박아, 동굴이 웅웅 울려 댔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자, 잠깐만! 멈춰 봐! 그만하라고!”

이대로 둘의 싸움에 휘말려 죽긴 싫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놈들을 말렸다. 그런데, 내가 소리치자마자 둘 다 제자리서 멈추는 게 아닌가.

‘……뭐, 뭐야?’

물뱀은 크게 벌렸던 입을 꾹 다물었고, 마검은 높게 들고 있던 뾰족한 돌 같은 것을 천천히 내려놨다. 그러고는 둘 다 나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젠장. 이럴 땐 대체 뭐라고 해야…….’

그러면서 뭔가 기대하듯 나를 쳐다보는데…… 식은땀이 흘렀지만, 일단은 아무 말이나 내뱉어 봤다.

“큼, 흠흠. 그래…… 일단 말로, 그러니까, 오해가 있으면 대화로 풀어야지…….”

“풀어야지?”

“샤아악―.”

둘은 내 말에 반응하듯 대꾸했고, 나는 둘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난감해졌다. 

하지만 곧, 마검은 손에 들고 있던 돌을 땅바닥에 내팽개치더니 나에게 폴짝 뛰어서 다가왔다.

“헤헤.”

그러곤 내 몸을 꽉 끌어안았다. 

알몸으로 이러니까 부담스러웠지만, 솔직히 전처럼 소름 끼치게 싫은 건 아니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다. 

마검은 연신 킁킁거리면서 내 품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는데, 꼬리가 달렸다면 붕붕 흔들었을 것 같은 태도였다.

“……야.”

“응?”

“너, 아엔이 누군지 알아?”

그래서 나는 놈이 그러든 말든 일단 내버려 두었다가 큰 기대 없이 물었다. 

그런데 아엔이라는 말에 마검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아엔, 죽인다. 살해!”

그러면서 말끔하게 회복한 다른 곳과 달리, 여전히 갈라져 있는 제 흉터를 쓸어내렸다. 태도를 보아하니 아엔이 마검의 몸에 남은 저 흉터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봉인구를 채웠을 때, 흉터 속에서 눈알이 튀어나왔잖아?’

게다가 이지를 잃고 공격하게 만드는 걸로 봐선 아엔은 마검의 속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엔이 수상한데…….’

놈의 목적이 뭘까?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슈우욱―!

갑자기 동굴 입구에서 불꽃 같은 것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가까이 꽂힌 불꽃을 자세히 보니, 화살촉에 기름을 묻혀 불을 붙인 화촉이었다.

“뭐, 뭐야?”

“크르르릉―!”

마검은 즉시 이를 드러내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고, 물뱀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하지만 화살은 끊임없이 날아들었다. 

타탁, 타닥.

그 불꽃은 이상하게도 바닥에 닿자마자 둥그렇게 퍼지면서 푸른 불꽃이 되어 타올랐다. 심지어 주변에 화마의 재료가 될 만한 것이 없음에도 꺼지지 않았다.

나는 이런 종류의 불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오래지 않아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거…… 스킬이잖아?’

물론, 나도 유저이기 때문에 누군가 스킬을 쓸 수 있다는 게 낯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악한 무기를 휘두르던 아엔 일행을 떠올리자 의아함이 생겼다. 이런 수준의 스킬이 있었는데, 그동안은 왜 마검을 상대할 때 쓰지 않았던 거지?

‘숨기고 있었던 건가? 아니면, 아엔이 아닌 다른 놈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그러나 한차례 공격이 그치고 드러난 적들의 모습은 붕대를 칭칭 감은 아엔 일행이 맞았다. 게다가 놈들은 화살 하나만 가지고 온 게 아니었다.

나는 놈들의 뒤에 있는 거대한 포신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뒤로 물러나!”

마검은 내 말을 알아들은 건지, 펄쩍 뛰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포신에는 이미 불이 붙은 뒤였다.

치이이익―!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리고, 곧 공기를 빨아들이는 것 같은 굉음이 뒤를 이었다.

쾅―!

이어 폭약이 바닥에 충돌했다. 나는 해일처럼 일어난 땅의 울림을 느끼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카아아악―!”

뱀은 그 일격에 직격타를 맞은 듯 거대한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비틀거렸다. 하지만 아엔 놈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을 감행했다.

푹―!

다시 대포가 날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거의 시간차 없이 비틀거리는 뱀의 눈에 화살이 날아와 박혔다. 그리고 그 화살은 내가 관찰한 대로 여전히 스킬이 부여된 상태였다.

화르르―.

눈알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고, 물뱀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뱀이 아무리 대가리를 바닥에 문질러도 화살은 빠지긴커녕 살 타는 냄새만이 동굴에 가득해졌다. 

“캬아아―.”

그러다 물뱀은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한 듯, 갑자기 목 윗부분이 불룩하게 솟아올랐다. 그리고 입을 크게 벌렸다.

“다들 흩어져라!”

그때, 아엔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엔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지만, 거의 모든 인원이 붕대를 칭칭 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누구인지 파악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놈들이 재빨리 흩어져 바위 뒤나 동굴 안쪽으로 모습을 숨겼기 때문에 정확한 인원수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퀘애애액―!”

그러는 사이 물뱀은 보라색 가스 같은 것을 전방에 내뿜었는데, 딱 봐도 심상치 않은 독성이 느껴졌다. 

“커헉……!”

내 생각을 증명하듯 흩어진 인원 중 몇 명이 목을 붙잡고 쓰러졌다. 그들은 마치 약을 맞은 벌레처럼 꿈틀거리다가 곧 뻣뻣하게 굳어서 사망했다. 

쿵―!

그리고, 뱀 역시 쓰러졌다. 여전히 머리엔 꺼지지 않는 푸르스름한 불꽃이 번뜩이고 있었다.

뱀이 고꾸라지자, 전방을 가득 채우던 보라색 연기도 서서히 옅어졌다. 그리고 아엔 일행은 모든 보랏빛 독무가 사라지고 난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죽였다!”

“이겼어요!”

뱀이 쓰러지자, 숨어 있던 아엔의 무리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동굴 안쪽까지 가득찬 사람들은 딱 보기에도 오십 가까이 되는 숫자였다. 

나는 개중에서 중앙에 서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아엔이었다.

“이제 마지막 한 단계만 넘으면 됩니다.”

아엔은 죽은 사람의 곁에 잠시 한쪽 무릎을 꿇고 있다가 고개를 들며 내 쪽을 바라봤다. 나는 아엔의 눈빛에서 놈이 나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을 느꼈다. 

“잡으세요.”

아엔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고,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때였다.

휘익―!

뭔가가 내 쪽에서부터 빠르게 튀어나왔고, 그것은 아엔의 바로 옆에 서 있던 사람을 맞혔다. 퍽, 하고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며 옆 사람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뾰족한 돌을 들고 선 마검이 히죽거리며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죽어.”

아엔은 마검의 모습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마치 마검이 어떻게 살아 있는지를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그는 표정을 수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곁에 서 있던 자들이 하나둘 화살을 겨누기 시작했다.

“파이어 볼.”

그리고 모두가 하나의 스킬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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