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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2/104)

1화

한성훈.

내 형의 이름이다. 그리고 ‘저쪽’ 세상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현재까지도 몇 명 존재하지도 않는 초월자 등급 랭커이기도 하고.

‘저쪽’ 세상이라는 것은 평범한 ‘이쪽’ 현대 사회가 아니라 몬스터와 던전이 있고 스킬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 마치 게임이나 영화 같은 또 다른 세계를 통칭하는 말이다.

[기괴한 싱크홀 발생.]

[싱크홀에서 쏟아져 나온 괴물로 인해 인근에 배치된 군사 병력, 모두 괴멸.]

어느 날.

허공에 커다랗고 검은 싱크홀이 생겨남과 동시에 ‘저쪽’과 ‘이쪽’ 세상이 연결되었고, 무방비한 ‘이쪽’ 세계로 ‘저쪽’ 세계의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몬스터에겐 현대 사회에서 쓰이는 어떠한 공격도 통하지 않았기에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이에 사람들은 세상이 곧 멸망하리라 여겼고 말이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 ‘각성자’ 발생]

하지만, 죽으란 법은 없는 걸까?

머지않아 ‘이쪽’ 세계 사람 중 몇몇이 저마다의 능력을 지닌 각성자로 발현했다.

이후, 그렇게 특별한 힘을 손에 넣은 각성자들은 ‘저쪽’ 세계로 건너가 ‘이곳’을 지키기 위해 희생했다.

그게 5년 전의 일이다. 희생자 중에서 가장 유명했던 사람은 바로 내 형, 초월자 등급 각성자인 한성훈이었고 말이다.

“……형, 꼭 가야 해?”

“자꾸 걱정시켜서 미안.”

성훈이 형은 본래 전도유망한 과학자였지만, 각성하자마자 ‘저쪽’으로 건너가 랭커가 되었다.

하지만―.

“……이게, 뭐…….”

“한성훈 씨의…… 유품입니다. 몬스터 침공을 막으러 나서기 전, 동생에게 전해 달라고 하셨죠.”

“혀, 형이 죽었다고요? 대체 어디서……!”

“죄송합니다만, 사체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형은 결국, 쥐꼬리만 한 보상금과 함께 펜던트 하나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그래, 사라졌다. 형은 마지막 몬스터 침공을 막아 내고는 자취조차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 당시 사건으로 시체조차 남기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정부에선 성훈이 형도 죽은 사람 취급했고 말이다.

하지만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형을 부모님처럼 따르던 내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형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서도 납득하지 못했다.

그리고 형의 실종을 통보 받은 이튿날, 아이러니하게도 나 역시 각성하게 되었다. 미친 듯이 열이 올라 이대로 딱 죽을 것 같다 싶던 때, 공기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육체를 탈피하는 듯한 증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내가 각성한 등급은 형과 같은 ‘R’등급이 아닌, 고작 ‘C’등급.

C등급은 일반인 수준을 아주 약간 벗어난 정도로, 사실 각성자라 불리기에 뭣한 등급이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내가 각성자가 된 것이 운명이라고 여겼다. 형을 찾으라는 운명 말이다.

그래서 한번 ‘저쪽’으로 넘어가면 일정 수준의 레벨에 다다르기 전까진 ‘이쪽’으로 넘어올 수 없단 걸 알면서도, 나는 용감하게 ‘저쪽’ 세상으로 발을 내디뎠다. 

“…….”

그렇게 처음 ‘저쪽’ 세계에 발을 디뎠을 때, 그간 내가 알던 것과 차원이 달라서 모든 게 새로우면서도 기이하게 느껴졌다.

처음 보는 건축물, 동식물, 몬스터, 풍경. 

이 세계에 관해 공부를 꽤 하고 넘어왔음에도 실제로 느끼는 것은 내 존재가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처럼 천지 차이였다.

“네가 한성훈님의 동생이라고?”

“네…….”

용감하게 나선 것과는 별개로 등급이 낮아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인 건 형의 이름을 밝히면 대다수 사람이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형은 ‘저쪽’에서도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어 선망 받던 랭커였으니까.

하지만 언제까지 도움에만 기대어 살 수는 없었다. 

“근데, 넌 등급이 어떻게 돼?”

R등급 각성자인 형과 달리, C등급 디버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애석하게도 등급은 한번 정해지면 변동되지 않았다. 한번 C등급 디버퍼면 계속 C등급 디퍼버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성자 등급은 스킬 개수는 물론, 위력에서 크나큰 차이가 났다.

[플레이어: 한솔

레벨: 25

직업: 디버퍼

등급: C

스킬:

―무거운 걸음 (위력 18/20)

―어두워진 눈동자 (위력 15/20)

―뒤집어쓴 가죽 (위력 13/20)]

현재 내 스탯 창인데, 내가 만약 B등급이라도 되었다면 여기서 스킬이 한두 개 정도 늘고, 위력도 최대 20이 아닌 최소 40에서 60까지 확장된다.

C등급인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최대 20마리까지만큼만 영향을 줄 수 있는 데 반해, 높은 등급의 사람들은…… 특히 R등급 같은 경우는 스킬 개수가 20개가 훌쩍 넘는 건 기본인 데다 위력도 100마리가 우습다고 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스킬은 사용할수록 숙련도가 오르고, 숙련도가 오르면 최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

하지만 등급은 변화하지 않기에 사실상 별 소용은 없었다. 아무리 숙련도를 올려 봤자 주어진 스킬뿐인 데다 최대 20마리가 한계이니 말이다.

이런 허접한 스펙으로나마 ‘이쪽’과 ‘저쪽’을 오갈 수 있는 레벨 25를 찍게 된 건 성훈 형을 아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마 나 혼자였다면 결코 해내지 못했겠지…….

이 세계는 냉혹한 약육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긴 등급과 힘이 곧 법인 야만적인 세상인데, 당시 형을 찾겠단 목적에 눈이 먼 나는 그걸 잘 몰랐다. 

물론, 영원히 모르진 않았다. 몇 번이나 씁쓸한 경험을 반복하면서 결국 뼈저리게 알게 되었으니까.

‘내가 형처럼 R등급이었다면…….’

힘으로 겁박하거나 나를 무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울컥울컥 감정이 치밀어 오를 때마다, 형이 내게 남겨 준 펜던트를 붙든 채 몇 번이나 참아 냈는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런 시비야 참고 넘기면 되지만, 형의 실종을 찾기 위한 조사를 하려 해도 내 등급으로는 무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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