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세림아!”
내가 이름을 불렀을 때, 분명히 유세림은 나와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놈은 무심하게 고개를 돌렸다. 나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R등급의 각성자가.
신기하게도 그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내가 놈에게 버림받았다는 걸.
여기까지라고, 더는 내가 필요 없다고, 유세림의 싸늘한 얼굴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그 표정을 보고 나서야 내가 여태껏 유세림에게 했던 그 수많은 헌신과 노력이 전부 헛고생이었을 뿐만 아니라 쓸모없는 짓, 멍청한 짓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컥― 어푸!”
그래도 살아 보겠다고 발조차 닿지 않는 검디검은 물속에서 허우적거렸으나 나를 모두가 그저 내려다보기만 할 뿐, 아무도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버림받았으니까. 그걸 알면서도 살고 싶은 절박함에 허우적대는 꼴이 꽤 웃겼겠지.
이후, 서서히 닫히는 문.
그 밖으로 걸어 나가는 파티원의 뒷모습.
쾅―!
마침내 육중한 문이 조금의 망설임 없이 닫히고, 나는 빛 한 점 들어오지 않아 아무것도 식별할 수 없는 어둠 속에 홀로 남겨졌다.
“하아, 하아, 하아압……!”
그렇지만 그런 상황에서조차 나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물속에 담그며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마지막으로 잠수를 했다.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었으니까.
죽고 싶지 않았으니까.
실종된 형에 대한 건 아무것도 찾지 못했는데, 머저리처럼 유세림에게 이용만 당하다 개죽음을 당할 순 없었으니까.
‘제발, 제발…….’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친들 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판가름할 수 없는 새카만 어둠 속인지라……. 점점 공포가 온몸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차디찬 물속.
새카만 어둠.
그때의 막막함을 뭐라고 해야 할까.
“욱…….”
결국, 서서히 굳어지던 내 몸에서 감각이 하나둘 멀어지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마지막까지 느껴진 감각은 비참하고 괴롭게도 차디찬 물이 입으로, 콧속으로 들이닥치던 물비린내였다.
익사(溺死).
하지만, 내 사인은 살해(殺害)나 마찬가지였다. 점차 죽어 가면서도 차갑게 돌아서던 유세림과 놈의 잘난 앨리트 동료 새끼들이 계속 떠오른 걸 보면 말이다.
“커흡, 커헉, 꾸르륵…….”
그리고 마지막에 떠오른 건, 나의 형. 내가 이 세계로 들어서게 된 이유이자 나와는 다르게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초월자 등급의 랭커.
‘나는 형을 찾으러 온 건데…….’
형은 진짜 죽은 걸까?
그럼, 이제 형을 만날 수 있는 건가?
그런데 그 순간, 형의 그림자가 망막에 맺혔다. 마치 주마등처럼 말이다.
더불어 형에 대한 그리움에 착각한 건지 뭔지, 마지막으로 형의 소식을 들었던 날 받았던 펜던트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감각은 내 착각이 아니었다.
그 펜던트가 모든 일의 ‘시작’으로 날 이끌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