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
흐름 7
[제목: 얘들아 ] [추천: 5529 / 싫어요: 3386 ]
[내용]
새벽에 바티칸 연설이라고 해야 하나? 여튼 생방에 나온 거, 저게 뭔 소리야?
쟤네 하나님 믿는 애들 아님? 근데 신께 기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무슨 말임?
조율자가 정확히 뭐야? 예수강림 뭐 이런 거임?
* * *
[댓글]
└공식 번역 영상 봐 (링크)
└(글쓴이) 저것도 봤는데 이해가 안대서 그래;
└(글쓴이) 조율자가 여기에 오려면 각자 기도해야 한다는 게 먼솔이여;;;
└그니까 한마디로 2차 대격변 막을 수 있는 조율자가 지구로 찾아오게 하려면 믿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 같음. 그게 뭔진 나도 모르니 더 설명 불가. 중요한 건 지구를 구해줄 조율자가 온다는 걸 믿고 빨리 지구로 올 수 있게 기도하라는 내용인데 (아래로 이어서)
└그 기도를 할때 꼭 신에게 기도하지 않아도 된다는 발언임. 신을 믿으면 신한테 기도해도 좋은데, 신을 안 믿으면 그냥 조율자가 강림한다는 것만 믿고 기도해도 된대. 그래서 지금 종교 쪽 발칵 뒤집힌 거고.
└222 ㄹㅇ 우리집부터 뒤집혀서 개판ㅋㅋㅋㅋㅋ 큰아버지 목사인데 저거 보고 뒷목 잡고 쓰러지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쓴이) 종교적인 부분은 빼고 그럼 그냥 기도하라는 내용이 그거야? 난 무교인데 그럼 그냥 조율자가 강림하게 해달라고 아무한테나 기도하면 된다고?
└ㅇㅇ대충 그런 뜻임. 꼭 누구한테 기도하는 게 아니고 그냥 간절히 기도하고 소망하고 바라라 이런 내용인데 보니까.
안이 근데 솔찌키 사이비같지 않냐;;;; 저게 추기경 입에서 나올 소리냐고;;;;;;;;;
└난 카톨릭이라 오히려 저걸 저렇게까지 인정한 게 더 대단해 보여;; 저렇게까지 말하는 거 보면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음;
└222 개인적으로 불교면 몰라도 카톨릭이 저럴 줄은 몰랐음. 저러는 거 보면 기도인지 뭔지가 진짜라는 것 같아서 해야 할 것 같지 않냐고; 기도 어려운 거 아냐. 기도하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하루 30초씩만 그냥 자기가 바라는 거 생각하면 되는 거임.
└바라면 이루어지는 우주의 흐름ㅠㅠㅋㅋㅋㅋㅋ ㄹㅇ 사이비 가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이상해 보이는 발언인 건 인정ㅋ
지금 속보 떴는데 불교에서 내일부터 종교 상관없이 모여서 기도하는 행사? 같은 거 연다는 것 같은데 (링크) 불교 아니어도 가도 되는 건가?
└ㅇㅇ 종교 상관없이 그냥 조율자 강림 기원제라 가서 기도하고 저기서 주는 밥 먹고 오면 됨ㅋㅋㅋ 절밥 맛있음
└나도 동생이랑 저기 가려고.
└222 나도 엄마랑 가야겠다. 엄마가 요즘 2차 대격변 때문에 불안해서 암것도 못하겠다고 해서 저런데라도 가서 같이 모여서 기도하면 좀 낫지 않을까 싶음ㅠㅠ
[댓글 더 보기]
[제목: 우주의 흐름 응답 기원 정권 지르기 1일차 ] [추천: 4261 / 싫어요: 35 ]
[내용]
오늘부터 우주의 흐름 응답 기원 시작한다.
우주의 흐름이시여 일단 그 뭔 조종자인지 조율자인지 지져스인지 강림하게 해 주세요.
그리고 복권 1등 당첨되게 해 주세요.
S급까진 안 바랄 테니 A급 에스퍼로 각성하게 해 주세요.
* * *
[댓글]
나도 복권 제발 1등. 아니 2등도 좋아. 제발 둘 중 하나라도. 제발.
└완전 사심이잖어ㅋㅋㅋㅋㅋㅋㅋㅋ
└복권은 못 참지
밥 먹고 기도하자. 난 조율자인지 여튼 그 2차 대격변 무사히 지나가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1짓이 어디서든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어.
└1짓 보고 싶다. 잘살고 있겠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믿어보려고ㅠ
└나도 똑같이 기도했음. 2차 대격변 크게 사고 없었으면 좋겠고, 1짓 건강하게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었으면. 그리고 복권 1등까지ㅋㅋㅋㅋ
└복권은 못 참지222
울동네 근처 성당에서도 종교 상관없이 오라고 하더라, 기도회 행사한다고 홍보하던데 거기 가서 기도해야겠다. 우주의 흐름님. 제 소원은요, 지구 평화랑 법적 문제 전혀 없는 깔끔한 세후 50억이요.
└난 소박해. 세후 30억이어도 소원 없겠음.
└한국인들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도 세금은 내고 받으려는 마인드 ㄹㅇ착하다...
└아 생각도 못해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더 보기]
* * *
2차 대격변 대응팀으로부터 현 상황 보고를 받고, 오래전 아이돌 덕질을 하면서 알게 된 여러 커뮤니티까지 모니터링을 싹 마친 김현아는 나름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태블릿을 내려 두었다.
바티칸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조율자의 존재와 흐름에 대한 이야기는 다행히 큰 주목을 받았고, 그 결과 인류 대부분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한국을 포함해 각국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다른 몇몇 종교는 여전히 이 부분을 강하게 부정하기도 했으나 바티칸의 공식 발표 이후, 동요하고 혼란한 와중에도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동조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었다.
어려운 일을 할 것 없이 그저 간절히 바라기만 하면 되는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믿는 신이 없어도 기도하기만 하면 되는 일. 그저 바라는 마음을 강하게 먹는 것만으로도 이 별을 수호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말은 인류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에스퍼, 힐러, 가이드와 같은 각성자가 아니어도 우리의 별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인간인 자신 역시 이 별을 수호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인류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었고, 더 나아가 개개인의 가슴에 사명감을 불 지피는 것까지 성공했다.
“……그래. 사명감을 준 것까진 좋아. 그런데 대체 왜.”
김현아는 한숨을 애써 참으며 제 앞에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한지수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넌 대체 왜 쉬라는데 쉬질 못하니…….”
“…….”
쉬라고 보냈더니 바티칸에 알아서 다녀오질 않나, 이젠 거기서 성직자도 빼 오지(?) 않나. 하여간에 쉬라고 해도 쉬지 못하는 녀석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앙다문 채 슬그머니 김현아의 시선을 피했다.
김현아는 제가 알던 한지수도, 지금 이 녀석도 똑같은 한지수라는 걸 새삼 실감하며 픽 웃었다. 아이돌이었던 당시부터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했던 녀석이라 그런 걸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지수는 도통 쉴 줄 모르는 녀석이었다.
자기 말로는 늘 빈둥빈둥하고 있다고 해도, 그건 잠깐의 이야기일 뿐. 매번 뭔가 열심히 하고 다니는 녀석이었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말이다. 김현아는 그게 한지수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건 결국 자기가 가진 무언가를 깎아 먹는 행위고, 언젠가 지쳐서 나가떨어지기 마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더 걱정됐다. 하지만 본인이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며 저리 결연한 표정으로 쳐들어와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일단 말이나 들어 보자는 의미로 대충 물었다.
“그래서. 라스베이거스까지 도박하러 온 건 아닐 거고. 기껏 여기로 유도한 균열을 뭐 어떻게 하겠다고?”
“으응. 그러니까. 이걸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한지수는 안식의 신에게 받은 가르침을,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라스베이거스로 오면서 이미 한지수에게 이야기를 들은 정하진과 조슈아는 그동안 김현아와 그 옆에 임세주의 반응을 살폈다.
길게 이어지는 설명을 비교적 차분하게 경청하던 김현아는 한지수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구구절절 말했지만, 간단하게 말해서 네가 균열을 용접해 없애겠다는 거네?”
“으응. 맞아. 안식의 신도 딱 그렇게 말했어. 용접이라고. 여기 말고 미리 준비한 곳의 균열도 어느 정도 방치했다가 없애면 돼. 그런 식으로 우리가 유도해서 균열을 만들고, 없애고 반복하다 보면…… 여러 위치 중에 한 번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된 곳에서 재앙이 나타나게 될 거라고.”
“……그러니까 한두 개만 유지하고 나머진 계속 열릴 듯하면 닫으라는 거군.”
“응. 시간을 꽤 들여야 하는 작업이 될 거야.”
한지수는 이제 슬슬 김현아가 반문할 거라고 예상했다. 네게 그만한 힘이 어디에 있다는 거냐고 물으면 뭐라 대답해야 할까. 강재윤의 생명력을 대가로 받은 힘이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 일을 ‘언급’한다면 안식의 신이 우려한 것처럼 누군가가 눈치챌 수 있기에.
이곳에 오는 동안 계속 고민하긴 했지만, 마땅히 둘러댈 말조차 아직 생각하지 못한 상태라 그냥 안식의 힘이 준 힘이라고 우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김현아는 의외로 그 부분은 그냥 넘어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재앙을 유도할 국가에 협조 요청부터 시작하지. 그럼, 일단 여기 균열로 가자.”
“……!”
김현아가 어떤 의문도 없이 유연하게 넘어가자 오히려 당황한 한지수가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김현아는 그런 반응을 못 본 척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임세주 역시 후다닥 따라 일어나더니 한지수를 향해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먼저 근처 균열로 가요. 지금은 희미한 실금 상태라 그런지 균열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거든요.”
“네. 그럼. 잘 부탁드려요, 임세주 에스퍼.”
한지수는 앞으로 제 눈이 되어 줄 임세주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바로 저기 균열이 있어요.”
“아…….”
임세주가 가리킨 방향을 집중해서 봤지만, 한지수 눈에는 미리 들은 대로 푸른 하늘밖에 보이지 않았다. 혹시 몰라 정하진과 조슈아를 바라봤는데, 두 사람도 마찬가지로 보이는 게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계획한 대로 비행해서 갈까요?”
정하진은 지상에 균열을 담당하는 작업팀이 주둔한 것을 보고 한지수의 귓가에 속삭였다.
“네. 부탁할게요.”
한지수의 비행 아이템인 하늘색 우산은 너무 눈에 띄었기에 여기서 사용할 수 없었다. 덕분에 정하진은 이를 핑계로 한지수를 품에 안아 들었다. 한지수 역시 그의 목을 끌어안았고, 조슈아는 비행 스킬을 시전해 성스러운 날개를 펼쳤다.
“난 임세주 에스퍼랑 여기에 있을게.”
김현아가 제 귀에 삽입한 인 이어를 톡 치며 말했다. 한지수는 제 귀에 삽입한 인 이어를 체크하고 저를 안고 있어 손이 없는 정하진의 인 이어를 대신 체크해 주었다. 이상 없다며 그가 고개를 끄덕인 순간, 조슈아가 먼저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랐다.
“그럼. 임세주 에스퍼. 잘 부탁드려요.”
“네! 맡겨만 주세요!”
정하진은 인 이어에서 들리는 임세주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조금 더 위로요. 조금만 더……. 앗! 스톱! 지금 딱 균열의 중간쯤이에요. 그쯤이면 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정하진이 멈추자 한지수는 한 팔은 그의 목에 두르고, 다른 손을 조심스레 풀어 균열이 있다는 방향으로 뻗었다.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본 조슈아도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한지수는 이미 했던 설명이지만 한 번 더 상기하듯 두 사람에게 말했다.
“저를 잘 받쳐 주세요. 설명대로라면 엄청난 반동이 발생할 거예요. 제가 처음 힘을 쓰는 순간 튕겨 나갈 거라고 했거든요.”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죠.”
정하진과 조슈아가 여유 있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믿음직스러운 두 사람의 대답에 한지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하라고 일부러 강조한 거겠지. 그래도 분명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으니까 하진 씨랑 꼭 붙어서 진행하라고 했을 거고.’
정하진이 한지수의 몸을 더 힘줘 안고, 조슈아는 정하진의 등을 손바닥으로 받쳐 주듯 대비했다. 어떤 충격도 흡수할 수 있는 강력한 멤버 구성이었다. 굳이 김현아까지 올라오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마음이 든든했다.
"그럼 시작할게요."
한지수는 꿈에서 안식의 신이 알려 준 대로 손을 뻗은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간절히 바랐다. 제 몸을 구성하고 있는 힘이 부디 허공에 생긴 균열을 막아 주기를. 부디 재앙이 이곳으로 오지 않도록 균열을 소멸시켜 주기를.
‘재윤이 형. 형에게 받은 이 힘으로 부디…….’
그렇게 간절히 바란 순간,
“……?”
“……!!”
“……!?”
한지수의 시야에서 하늘이 사라져 버렸다.
“구루룩…….”
하늘에서 튕겨 나가다시피 추락한 셋을 본 독수리 한 마리가 부리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민머리 선인장 위에 앉아 있던 독수리는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 나간 셋이 땅에 추락하며 만든 거대한 먼지구름에서 시선을 돌려 김현아를 바라봤다.
기겁해 추락 지점으로 달려가기 시작한 임세주 에스퍼와 다르게 김현아는 바닥에 엎드려 땅을 치며 웃고 있었다. 그녀의 걸걸한 폭소를 듣던 독수리의 눈빛에 일순 애정이 듬뿍 담겼으나, 곧 증발하다시피 사라졌다.
잠시 어떤 존재에게 몸을 빌려주었던 독수리는 제가 왜 여기에 앉아 있는 건지, 왜 저 인간들을 지켜 보고 있었는지조차 몰라 눈을 깜빡이다 푸드덕 날아올랐다.
그대로 하늘을 빙글빙글 돌며 소란스러운 지상을 내려다보는 독수리의 시야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먼지구름이 걷히며 세 사람이 들어왔다. 땅에 처박힌 건장한 남자와 그의 품에 안긴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을 헐떡이는 남자, 그리고 마찬가지로 처박혀 흙투성이가 된 또 다른 남자까지.
세 남자 모두 고개를 들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눈을 깜빡일 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놀란 사람들이 그들에게 달려오고 있었고, 한 여자는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는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웃느라 눈물을 줄줄 흘리는 중이었다.
깊은 모래 구덩이에 빠진 세 남자들도 뒤늦게 정신 차린 듯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심각한 건 그들을 향해 달리는 이들밖에 없었다.
독수리는 그들이 추락한 지점을 올려다보며 비행했다. 어느 날 인간들이 이상한 물건을 가져다 둔 이후, 갑작스럽게 나타난 실금이 거기 있었다. 그런데 미세하게. 아주 미세하게 한 지점이 맞붙어 중간에 실금이 끊어진 것처럼 보였다.
독수리는 부산스럽게 구는 지상의 몇몇 인간들이 이 불길한 실금을 그들 손으로 지우기로 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아주 작다 못해 희미해 보기도 힘든 봉합이지만, 곧 저 구덩이에서 깔깔 웃는 존재들이 이것을 없애 주리란 것을 믿으며 독수리는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