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
깨진 독 14 (+익명 커뮤 이슈 및 반응 포함)
[제목: 베스트글 보고 나도 피스길드 긴급 대피 가이드 생각나서 적는데……] [추천: 76191 / 싫어요: 191]
난 옛날에 피스길드 알바였음(정직x)
그래서 아는 게 많이 없긴 함. 근데 내가 본 게 뭐냐면 지금 베스트 쓴 사람 말처럼 각성자 교육자료에 저 내용 나온 거 봤어.
자료 첫페이지에 공략팀 던전 게이트 입장하면 일단 근처 지형 스캔해서 내부 등급 확인하라고 나오거든? 근데 이게 ㅌㅈㄷ처럼 등급 측정불가일 경우엔 들어가자마자 지형 말고 몬스터 등급부터 스캔하라고 나와. 그렇게 일단 주변 몹 스캔하고 A급 몹 한마리라도 보이면 바로 나오라고 시뻘건 글씨로 한 20포인트로 존나 크게 써이씀.
이게 등급 측정불가 던전이면 개방형 던전일 때도 게이트석 주는데, 그 이유는 들어갈 땐 개방형이더라도 공략팀 입장 후에 갑자기 등급 폭주하면서 게이트 닫힌 경우가 해외에서 몇 번 있어서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국내는 게이트석 무조건 준다고 쓰여 있었어.
여튼 진입했는데 만약 주변에 A급 하나라도 보이면 게이트석 아끼지 말고 무조건 나오라고 교육하더라. 이게 왜 기억에 남았냐면, 만약 저런 상황에서 팀 리더가 나가지 말라고 명령해도 여기선 게이트석 쓰고 나와도 된다고, 그래도 하극상 아니고 처벌 안 받는다고 써있었어.
이게 내가 정리했던 강의내용 1페이지에 대문짝만하게 적혀있던 내용인데 이건 대외비 아님, 왜냐면 다른 길드도 다 이렇게 교육하고 가끔 너튜브 하는 에스퍼들도 말하잖아, 이건 사실 말해도 되는 내용이야. (그니까 찌르지 마 ㄷㄷㄷㄷ)
그리고 작년에 후쿠시마에서 터졌던 던전도 똑같았다고 들었는데ㅠㅠ
거기도 우리나라처럼 첨에 이상 없다가 공략팀 들어가자마자 등급 치솟더니 게이트 아예 닫혔잖아? 근데 일본 길드는 게이트석 지급이 필수가 아니래, 그래서 게이트석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때 순직한 에리카가 자기 페어 가이드 탈출하라고 본인 게이트석 양보했던 거임…… 자기 있다고 거짓말 했다잖아, 가이드 안 나갈까봐…… 하여간 아깝게 착하고 유능한 A급 에스퍼 잃었지…….
저 사건 때문에 국내 대형길드는 원래도 게이트석 줬는데 이젠 필수로 수량 체크하며 무조건 지급하는 거로 알고 있어서 베스트글 내용처럼 좀 의아하긴 해. 왜 브리핑이 없는지 모르겠어. 나도 음모론을 거론하려는 건 아냐. 그냥 걱정돼서 답답해.
이렇게 숨기는 게 하나 둘 생기면 나중에 결국 큰 일 터지고…… 이런 역사가 반복되잖아. 그래서 좀 걱정된다고 해야 하나…… 멍재 실종은 너무 안타깝고 혼자 남은 1짓도 너무 걱정이지만, 난 그냥 이 나라가 걱정이야. 아니 지구가 걱정이야…… 아까 너튜브 보니까 지금 캘리포니아에도 측정불가 던전 하나 생겨서 공략팀 꾸리고 있던데, 저거 어떻게 될지 지켜보려고…… 그냥 다 걱정이고 요즘 너무 심란해.
이런 글 올리면 요즘 삭제된다고 하던데, 내 글도 삭제되려나ㅠㅠ?
[댓글]
ㅅㅂ 좀 딴소린데 에리카 사건은 진짜 다시 봐도 ㅈ같음 미친 길드가 복지 ㅈ같이 하고 각성자한테 돈 아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참사를 고대로 보여줌. 2차 공략팀이 공략 성공하고 시신이라도 찾아서 다행이었지…….
└222222진짜…… 안 죽어도 될 훌륭한 사람이 죽었다고 밖에 볼 수 없었음. 너무 슬픔…….
└에리카 에스퍼 혼자 남아서 던브 안 터지게 하려고 인벤토리 포션 다 빨면서 보스몹 반피 만들었다며…… 팀원 게이트석 써서 다 탈출했는데 혼자 게이트 닫혀서 못 나가고 거기서 얼마나 무서웠을지……..
└그때 다 탈출한 거 아님, 에리카 말고도 몇 명 못 나갔음…… 귀환석 없어서…….
└22222222 그때 남은 거 다 에스퍼랑 힐러들임. 다들 자기 페어 가이드한테 게이트석 여분 있으니까 먼저 나가라고 거짓말하고 자기꺼 양보해서 살린 거임…… 진짜 대참사였음
└근데 에리카 페어 가이드 결국 자살했잖아…… 사람들이 혼자 살아나왔다고 니가 죽었어야 했다고 욕해서……..
└ㄴㄴ자살시도 하긴 했는데 죽진 않았음. 입원했다고 알고있어. 언론 통제하면서. 여튼 안타까운 일이지…… 사람 면전에 대고 할 말이 있는데 세상에 음습하고 미친놈들 너무 많아…….
└요즘 1짓 개인 sns에도 악플 달린다며 니가 대신 죽었어야한다고, 미친놈들, 1짓은 그 던전 공략팀도 아니었는데 왜 그지랄임? 1짓한테도 저런 일 생기게 두지 않으려고 보이는 족족 열심히 피뎹 따고 있는데 진짜…… 악플 너무 심함. 열받아. 저런 새끼들이 뒤져야 하는데
베스트 글 보고 이 글까지 보니까 더 이해 안 됨; 게이트석 많은 멍재가 왜 못 나왔을까? ㅂㅅ ㅌㅈㄷ공략팀들 다 입닫고 있는 것도 맘에 안들어. 위에서 입다물라고 시켰겠지만 어떻게 누구 하나 못 나서냐? 그리고 찐퍼플 얜 평소 말 막하기로 유명하면서 이번엔 왜케 조용함?
└남 일이라고 쉽게 말하지마 자기 커리어 달려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 이유가 있겠지 싶다
└그 이유가 뭔지 국민의 알 권리는 누가 챙기는데?
└국민이 꼭 알아야 하나?
└????????이 뭔?????
└아니. 국민이 꼭 알아야 하는 이유라도 있냐? 밝혔을 때 혼란해지는 내용이면 감추는 것도 맞다고 봄.
다들 국민의 알권리 뭐니 하는데…… 나도 윗 댓글 대댓 마지막 글에 동감임. 잊지 말자. 우리 암흑기 지난 지 5년도 안 됐다. 대격변 직후에 무정부상태에서 굶지 않겠다고 사람 죽이고, 뺏고, 몹쓸짓한 인간들이 지금 우리랑 어디서 정상인인 척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당시에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출처 없는 소문 믿고 다른 그룹 사람들 죽이고 이딴 개짓거리 한 거 얼마 안 됐다고??? 이제와서 지성인인척 해봤자 그때 다 거지같은 상황에서 거지같은 짓거리 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잖아. 만약 암흑기처럼 사람끼리 살겠다고 죽이고 때리고 하는 미개한 일이 또 생길 수 있는 진실이라면, 난 차라리 발표하지 않는 게 맞다고 봄.
* * *
‘아침이네…….’
부스스 눈 뜬 지수는 이불 속에서 몸을 쫙 펴고 기지개를 켰다. 그리곤 바로 일어나는 대신 다시 뒤척뒤척 자세를 정리하고 편히 누워 멍하니 바깥을 확인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맑았고, 곳곳에 구름이 떠 있었다.
가을 하늘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맑고 푸른 하늘이었지만,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꽤 눈부셔서 오래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잔뜩 찌푸린 지수는 방에 토토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웅크렸다.
평소라면 혼자 조용히 사고 치는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괜히 이리 오라며 불렀겠지만, 반쯤 열린 방문 덕분에 지금 토토가 어디서 뭘 하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잔뜩 넣으면 볼이 터질 수도 있다.”
“찌잇-!”
“여기 많으니 욕심부리지 말고 천천히 먹도록 해.”
“쮸!”
몸을 더 둥글게 말고 웅크린 지수는 소리에 집중했다. 어제도 느낀 부분이지만, 토토가 먼저 다른 남자에게 다가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보니, 저 둘이 잘 지내는 게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약간은 의아했다.
‘혹시 교감 스킬이라도 있나?’
각성자마다 가진 스킬이 천차만별이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한지수 본인만 해도 B+급이지만 몬스터와 교감하며 테이밍을 시도할 수 있는 포획 전용 스킬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어제 성하진은 동물이 제게 다가오는 게 흔치 않다고 말했었다. 그렇다면 아마도 스킬보단 토토가 자발적으로 먼저 따른다는 것인데, 퍽 희한한 일이었다.
이유가 뭐든, 토토의 사회성이 다 증발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지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리곤 아직 잠이 덜 깨 멍한 상태로 토토와 성하진의 대화를 듣던 지수는 계속 청각에 집중했다. 어제처럼 뭔가 끓이거나 야채를 썰거나 하는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이번엔 후각에 집중하기 위해 슬그머니 이불에 숨구멍을 열어 두고 “흐읍-.”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별다른 냄새는 나지 않았다. 평소 아침을 거르거나 간단히 먹다 보니, 혹시 어제 저녁 식사 메뉴처럼 거하게 준비했으면 어쩌나 했는데, 이거저거 많이 차린 것 같진 않아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더 자고 싶어…….’
사실은 밥 먹기 귀찮은 마음이 더 컸다. 아침은 거르고 이대로 다시 잠들었다가 오후쯤에 깨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몸을 살짝 뒤척이자, 성하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서 한지수 가이드를 깨워라.”
“쮜!”
이후 잠시 조용해지더니, 토토토토톳- 하고 작은 발소리가 났다. 지수는 저 작고 기민한 발소리가 귀여워 일부러 자는 척을 하며 숨을 죽였다.
발소리가 침대 부근에서 멈추고 얼마 지나지 않아, 털 뭉치 하나가 이불 속으로 쏙 들어와 지수의 얼굴로 와다닥 달려왔다.
“쮜-!”
“…….”
“쮜잇! 쮜잇!”
“…….”
지수가 계속 눈을 감고 있자 뒷발로 선 토토가 앞발로 지수의 턱을 꾹꾹 눌렀다.
“쮜-!”
“으음…… 토토 왔어?”
“쮸!”
일부러 막 일어난 것처럼 연기하던 지수는 일순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토토의 목에, 자신이 준 적 없는 분홍색 리본이 예쁘게 묶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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