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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가이드는 이제 그만 쉬고 싶다-14화 (14/172)

#013.

깨진 독 2

[제목: . ]

진짜 두서없지만 넘 깝깝해서 쓸게…… 난 멍프였느데 요즘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고 너무 힘들다……..솔직한 말로 자살말림…………. 난 멍재가 스급이라 그렇게 허망하게 갈 줄 몰랐음………… 던전 소멸이 말이 됨? 뭐 이런 ㅈ같은 경우가 다 있는지 모르겠음……………………………… 멍재 그렇게 보낸 거 아직도 안 믿기는데, 지금 혼자 있을 1짓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짐…… 나도 가족 없거든…… 동생이랑 부모님 전부 대격변때 던브에 휘말려서 시신도 못 찾았어…… 가족들 생일날이면 수면제 처방 받아둔 거 먹고 종일 잠만 자…….. 요즘은 진심 죽고싶은 생각밖에 안 들어…….. 한낱 팬인 나도 이렇게 힘든데 1짓은 얼마나 힘들지, 1짓 생각하면 내 가족도 생각나고 그냥 내 속이 타들어 감………….. 요즘 드는 생각은 ㅆ1발 엄마아빠동생 보고싶다 뿐임 뉴스도 못보겠음 자꾸 멍재랑 1짓 이야기만 나오고 기레기들도 존나 짜증나고 그냥 세상 이따위로 변한 게 다 넘 화가 남……..근데 나 자신에게 젤 화남…… 벌써 5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극복 못하고 이런 뉴스 볼때마다 매일 등신같이 쳐울고, 담날은 또 먹고살겠다고 꾸역꾸역 회사가서 일에 집중도 못 하고 맨날 깨지고 상사새끼한테 욕이나 쳐먹고 이러고 살아 종나 ㅂㅅ같은 거 아는데 그냥 보고 있으니까 자살말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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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 넌 평생 그따위로 살아라 ㅆ1ㅂr넘아

┖던브는 저런 새끼집에나 터지지 않고 뭐하는지

쓰니 힘내ㅠ 나도 대격변 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너무 힘들어서 남일 같지가 않네…… 너무 힘들겠지만 그래도 힘냈으면 좋겠다. 당분간 sns하지 말고 뉴스도 안 보길 추천할게……

쓰니야, 자책하지 마, 힘든 게 당연함ㅇㅇ 대격변 때 가족 잃은 사람 많잖아? 나도 그랬음ㅇㅇㅇㅇㅇㅇㅇ 그래서 솔까 5년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나도 아직 울 언니랑 친구 보고시퍼서 되게 자주 울어. 보고 싶은 마음은 시간이랑 관계없어. 너무 자책하지 말고 푹 자고 힘들면 상담 꼭! 꼭! 받아보면 좋겠음

┖222222222 시간은 관계없다 쓰니야

┖3333 상담추천 나도 5년 내내 상담받고 있어. 시간이 약인 사람도 있지만, 우리처럼 시간 아무리 지나도 여전한 사람들도 많아.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꼭 괜찮아져야 정상인 거 아니니까 제발 상담 받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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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

약물로 인한 깊은 잠에서 겨우 깬 한지수는 확신했다.

최근 며칠 동안 지독한 악몽에 시달린 게 분명하다고.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는데, 다행히 그 끔찍한 꿈에서 깨어난 게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며칠 내내 보이지 않았던 강재윤이 제 옆에 앉아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대체 며칠이나 잔 건지 몰라도 시야가 뿌옇고 침침했다. 게다가 꽤 야심한 시각인 듯 주변이 어두컴컴해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곁에 앉은 이가 강재윤이라 여긴 것은 그가 주는 편안함 때문이었다.

본디 미각성자나 등급이 낮은 각성자가 S급 에스퍼의 곁에 있으면 그들이 타고난 강한 기운 때문에 맹수를 마주한 것처럼 압박감을 느끼는 게 보통이었다.

물론 그중에 자신이 내뿜는 기운을 잘 갈무리하는 이들도 있었다. 평화 길드 실세 김현아나 강재윤이 그러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두 사람은, 자신들의 주변에 누가 와도 위축되거나 불편하지 않게끔 언제나 힘을 잘 갈무리했다.

그런 이유로 지수는 김현아의 실루엣은 아니니, 앞에 있는 이가 강재윤이라 파악하고 배시시 웃었다.

“……재윤이 형…….”

목이 바짝 마른 탓에 음성이 쩍쩍 갈라졌다. 잔뜩 쉰 목소리 때문인지 조용히 앉아 있던 인영이 놀란 듯 움찔했다.

당장 일어나 괜찮냐고 묻고 싶은데, 전신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보다 오래 잠들어 있었다고 파악한 지수가 그를 향해 손을 힘겹게 내밀었다.

“……형, 왜…… 왜 이제 왔어……?”

“…….”

“……형…… 나 진짜 이상한 꿈 꿨어…….”

“…….”

“형이…… 태종대 던전에서 못 나오는 꿈을 꿨어…… 꿈이 너무 길고 생생해서, 내가 나이트메어 던전에 고립된 줄 알았어…….”

“…….”

“너무 긴 꿈이라 그런지…… 진짜 같아서…… 무섭더라…….”

무서운 정도가 아니었다. 이게 현실일까 봐 두렵고,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고, 다신 형을 못 볼까 봐 숨쉬기 힘들어 죽을 뻔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강재윤을 다시 만났다는 안도감이 밀려오며 목이 꽉 메어 왔다. 한지수는 제 손을 잡지 않는 그를 향해 조금 더 팔을 뻗었다.

그러자 내내 머뭇거리던 상대가 무리하지 말라는 듯이 한지수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손가락 사이사이를 얽어 손깍지를 끼지도 않았고, 그대로 제 손등에 입 맞추지도 않았다.

데면데면한 반응을 본 한지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평소 강재윤이라면 형이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뭘 그리 걱정했냐며 놀리면서 제 반응을 즐겼을 터였다.

“……형……? 왜 아무 말도 안 해……?”

“…….”

손을 맞잡은 상대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른 손을 뻗었다. 그대로 큰 손바닥이 지수의 눈을 덮어 가리자 은은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생전 처음 느껴 보는 기운이었다. 한지수는 이게 무슨 스킬이냐고,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의식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형…… 이거…… 뭐야…… 으응, 나 아직…… 자기 싫어……. 재우지 마…….”

“…….”

눈을 가린 손바닥이 부드럽게 지수의 이마를 보듬었다. 괜찮으니 이대로 푹 자라고 말하는 듯이 다정한 손길이었지만, 지수는 잠들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잠들었다 깨어나면 제 곁에 강재윤이 없을 것 같았다. 사실은 악몽이라 치부한 것이 현실이고, 지금 이 순간이 꿈일까 봐…… 영원히 만날 수 없을까 봐…… 그래서 너무너무 무서웠다.

지수는 여전히 사포질이라도 당한 듯 욱신욱신 쓰리고 아픈 목을 가다듬고 애써 입술을 움직여 육성을 냈다.

“형, 내가 깨어나면…… 옆에 있어야 해……. 어디 가지 말고…… 꼭 여기에 있어. 알았지?”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불안함에 재차 묻고 싶은데, 꼭 어디 가지 말고 내 옆에 있어야 한다고 조르고 싶은데, 이마를 보듬는 자상한 손길에 점점 몽롱해졌다.

마치 수면 마취를 당한 것처럼 어지럽고, 온몸이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약물로 인한 강제 마취처럼 불쾌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는 거였다.

피폐해진 정신을 보송보송한 솜으로 덮어 놓은 것처럼 포근한 감각이 전신을 지배했다.

지수는 그간 느껴 본 적 없는 몽롱함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정말 이대로 자고 싶지 않은데, 자꾸 잠이 쏟아졌다.

하지만 어딘가 석연찮은 불안함을 느낀 지수는, 손가락을 움직여 상대의 손가락 사이사이로 제 손가락을 넣어 깍지를 꼈다.

상대 역시 지수가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한 듯, 얽힌 손가락을 구부려 꽉 맞잡았다. 크고 거친 손과 깍지를 끼고 나니, 이제야 뭔가 제대로 맞물린 기분이었다.

작지만 확실한 만족감을 느낀 지수는 옅은 미소를 머금고 기꺼이 잠을 받아들였다.

* * *

부스스 눈을 뜬 한지수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흔히 말하는 낯선 천장이었다. 자신이 아는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한 지수는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가이드로 각성 전에도 종종 그랬지만, 각성한 후에는 낯선 곳에서 깨어날 일이 생각보다 꽤 있었다.

각성 전엔 하루 2~3시간도 제대로 자기 힘든 스케줄로 인한 과로가 문제였고, 각성 후엔 던전 내에서 독이나 수면 공격에 당하거나, 무리한 가이딩으로 뇌에 과부하가 걸려 까무룩 기절하는 등 여러 사고가 잦았기 때문이었다.

종종 겪는 일이다 보니, 어지간하게 대단한 천장이 아니고서야 지금처럼 낯선 장소라는 이유로 크게 동요하거나 놀라는 일은 없었다.

눈동자를 천천히 굴려 침착하게 주변을 살핀 지수는, 최종적으로 자신이 모르는 장소라는 결론을 내렸다. 방 안에 배치된 가구들은 평화 길드 의료 병동과 느낌이 비슷했지만, 평화 길드 의료 병동 특유의 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충 봐선 호텔 같은 느낌인데, 묘하게 이질적인 것을 보니, 호텔보단 VIP 병실 같았다. 그 추측을 뒷받침해 주듯 침대 옆엔 제 몸과 이어진 선을 달고 있는 장비 몇 대가 있었다.

그리고 장비 반대편 벽면 소파엔 눈을 감고 늘어져 누운 김현아 에스퍼와 토토가 보였다. 한지수는 김현아의 가슴 위에 엎드려 잠든 토토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누나…… 여기 어디 병원이야?”

“한국대 병원.”

자유분방한 자세로 잠든 것처럼 누워 있으면서, 바로 대답하는 것을 보니 역시 지수가 깬 것을 진즉 눈치챈 것 같았다.

지수는 김현아의 위에 토토가 귀만 쫑긋거리고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봤다. 깊이 잠든 걸 보니, 저가 잠든 사이 쳇바퀴 5개 정도는 부순 게 아닌가 싶었다.

“나 얼마나 잤어?”

“나흘 정도. 내내 자다 깨다 반복했어.”

“……그랬구나……. 지금 며칠이지?”

“17일.”

지수는 자신의 마지막 기억을 되짚어 봤다. 김현아가 아닌 누군가 곁에 있었는데, 그게 누군지 전혀 짐작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강재윤이라고 생각했지만, 머리가 맑아진 지금은 그가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잠들기 직전, 외형 변경 아이템을 사용해 강재윤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추모식에도 참석한 기억이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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