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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격변 1
20XX년 1월 1일 낮 4시경.
그 당시에는 싱크홀 사건, 오늘날에는 대격변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발생했다.
새해 첫날부터 마치 지진처럼 일부 지역의 지반이 흔들리는 현상이 이어졌는데, 한국에서 최초의 피해를 입은 지역은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였다.
바로 근처 지역만 해도 지진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 아파트 단지 주변 지반만 전부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격동하다가 거대한 싱크홀이 생겨났고, 순식간에 아파트 4개 동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생존자를 찾기 위해 소방 당국과 각 분야 전문가들이 동원됐지만, 진입은커녕 싱크홀의 깊이를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수원 싱크홀을 시작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동일한 현상이 전국 각지에서 발생했는데,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동일 현상에 대한 보고가 쏟아졌다.
전 세계가 불안에 떨며 사고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시간은 흘러 날짜가 바뀌었고, 바로 다음 날인 1월 2일 오전 7시경 수원의 1호 싱크홀에서 붉은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존자들이 보내는 구조 신호라고 여긴 구조대가 채비를 시작할 무렵, 싱크홀에서 이글거리는 붉은 빛이 점점 더 강해지며 무언가 구멍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1호 싱크홀 주변에는 각 방송국 기자들, 그리고 각종 장비를 동원해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는 BJ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구조 현장을 찍기 위해 너도나도 싱크홀 주변 폴리스 라인을 침범하고, 인파를 통제하는 경찰과 대치가 이루어지는 사이, 어디선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대체 누가 왜 비명을 질렀는지 파악하기도 전, 현장에 몰린 사람들과 생중계를 시청하던 이들 모두가 경악을 했다.
무언가 싱크홀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다.
아주 크고 거대한 것이.
당연하게도 모두가 기대한 생존자는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인간도 아니었다. 사람보다 몇 배는 큰 거대한 곤충이었다.
날개 달린 개체부터 시작해서 점프력이 굉장한 귀뚜라미, 꼽등이 같은 종을 포함해 자동차보다 큰 온갖 거대한 곤충이 쏟아져 나와 사람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강원도에 발생한 싱크홀은 괴물이 나오진 않았지만, 어마어마한 열이 발생하더니 폭발하여 주변 일대가 초토화되었다. 충남에 발생한 대형 싱크홀에선 인간처럼 두 다리로 걷는 짐승들이 쏟아져 나왔다.
괴수 영화나 소설에서나 볼 법한 괴물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사람들은 제대로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도륙당했다.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TV, 인터넷에 생방송으로 중계되었음에도 그리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대한민국 말고 다른 국가 역시 같은 상황이었으니까.
한마디로 지구 전체가 아수라장이었다.
여기까지만 말하자면 인류 최후의 날 이라는 제목이 딱 어울릴 법한 상황이었지만, 늘 그렇듯 인류는 바퀴벌레에 버금가는 질긴 생명력을 과시하며 진화했다.
지구에 대격변이 일어난 날, 소수의 사람들에게서는 종(種)의 격변이 일어났다.
인간의 것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힘을 각성한 이들이 생겨났고, 이들은 역으로 괴물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처음 대격변 이후 빠르게 무너진 문명 속에서 인간들은 몇 달간 괴물들에게 밀리느라 멸종 직전까지 갔던 절망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소수의 사람들이 특별한 힘을 깨우친 덕분에 판도는 금세 바뀌었고, 인류는 대격변에 빠르게 적응하기 시작했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재앙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안정화되면서 이러한 특별한 힘을 지닌 이들이 주목받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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