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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가이드는 이만 퇴사합니다-34화 (34/65)
  • 34화

    성요한과 페어가 된 나는 결국 그가 있는 팀에 들어가게 되었다. 진석의 안내를 받아 센터 3층으로 올라가자 3년간 드나들었던 낯익은 복도가 나왔다.

    05R팀 전용실에 가기 전, 01S팀 전용실을 지나쳤다. 사실 예전과 같이 01S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현태운이 있으니 아마 평생 01S팀 전용실에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다. 아쉬운 마음이 컸다.

    “여기가 05R팀 전용실이에요.”

    진석이 문을 노크하니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내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팀원들이 모두 선 자세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신의 가이드님, 환영합니다.”

    팀원들의 환영 인사를 들으며 나 또한 인사를 했다.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어 부담스러웠지만, 애써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성요한이 웃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팀원들을 한 명씩 소개해 줬다. 모두 A급 에스퍼와 가이드였다.

    01S팀이 화기애애했다면 05R팀은 무미건조했다. 팀원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가면을 쓴 것처럼 일관적이었다. 그 모습에 위화감이 느껴지고, 팀에 적응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얼굴에 걱정이 드러났는지 성요한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신의 씨, 편안하게 지내요. 가족 같은 분위기니까요.”

    구직 사이트에서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하는 곳은 피하라고 들었었는데, 첫 만남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팀원들은 모두 소개받았는데 제일 중요한 팀장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의아함을 느끼며 성요한에게 물었다.

    “팀장님은 어디에 계시나요?”

    “저예요.”

    성요한의 말에 놀라고 말았다. 대체로 팀장은 현장 경험이 많은 사람이었기에 나이가 있었다. 성요한처럼 젊은 나이에 팀장을 단 건 처음 보았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 성요한의 능력이 좋은 거 같았다. 과거에 게이트에서 활약하던 성요한의 능력이 현태운만큼이나 특출했던 게 떠올랐다.

    그래도 왠지 성요한의 아래로 들어가는 것이 꺼림칙했다. 성요한은 내게 해를 가한 적이 없는데도 그를 자꾸만 피하고 싶어졌다.

    “우리 앞으로 잘해 봐요.”

    앞으로 잘해 보자는 성요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팀원 소개가 끝난 뒤에 전용실 내부를 소개받고 있는데 자리가 이미 있는 듯한 곳에 사람이 없었다. 자리를 비운 거 같았다.

    “한 분은 어디 가셨나 봐요?”

    내 시선을 따라 성요한 또한 빈자리를 보며 말했다.

    “죽었어요.”

    “네?”

    “그 자리 쓰던 팀원은 며칠 전에 게이트에서 죽었습니다.”

    죽었다고 덤덤하게 말하는 성요한의 말에는 연민이나 안타까움은 없었다.

    내가 경직된 채 책상만 보고 있자 성요한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

    “게이트에서 죽는 건 자주 있는 일이잖아요?”

    성요한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팀원에게 자리를 치우라고 말했다. 그의 말도 맞는 말이었지만, 조금 전까지 가족 운운하던 그였기에 지금의 모습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신의 씨 자리는 안쪽입니다.”

    성요한을 따라 들어간 곳은 팀장실이었다. 왜 팀장실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여긴 팀장실인데요?”

    “네. 저랑 같은 방 쓸 거예요.”

    곧장 싫다는 말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 내며 말했다.

    “…저는 다른 팀원들이랑 같이 사용해도 됩니다. 아까 보니까 빈자리도 있었고요.”

    페어가 되었다고 나 혼자만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지 않았다. 분명 팀원들 또한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양하지 않아도 돼요.”

    “그래도요. 방에 있으면 팀원들이랑 친해지기 어렵잖아요.”

    나는 유리 벽 너머로 보이는 팀원들을 보며 말했다. 그들은 어느새 자리에 앉아 각자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친해지긴 어렵단 생각이 들었지만, 성요한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내 말에 성요한은 웃음기를 싹 지우며 말했다.

    “신의 씨는 제 페어에요. 다른 팀원들이랑 친해질 필요 없어요.”

    역시 조금 전에 가족같이 편하게 지내라고 했던 말은 침 발린 말이었다. 이기적인 성요한의 말에 입이 꾹 다물어졌지만, 이대로 넘어가면 성요한과 한 공간에서 지내야 했기에 내 생각을 말했다.

    “저는 팀원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그리고, 팀원들하고 친해진다고 성요한 에스퍼님의 가이딩을 소홀히 하지는 않을 겁니다.”

    내 말에 그제야 성요한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지만, 자리만큼은 양보하지 않았다. 나는 결국 성요한 책상 바로 옆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오늘은 팀 소개만 받는 날이었기에 자리가 정해진 뒤 바로 나왔다. 밖에서 진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떠셨어요?”

    “…괜찮았어요.”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우는소리를 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했다.

    “다행이에요. 이제 훈련동으로 이동해서 전용실 안내해 드릴게요.”

    진석과 함께 훈련동으로 이동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가는데 다시 01S팀 전용실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이 가며 멈춰 섰다. 안에서부터 민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성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는 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씁쓸하게 01S팀 전용실을 지나쳤다.

    ***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진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C급으로 처음 각성했을 때와 같이 오전에는 가이드 에스퍼 이론 강의와 훈련을 받았다.

    3년간 매일 받던 강의와 훈련이었기에 쉬웠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S급이라서 가이딩 훈련을 받지 않아도 컨트롤이 잘되고, 능력을 숨길 수 없었기에 연구원들이 모두 감탄했다.

    B급이었을 때는 가이딩 훈련 담당 연구원이 한 명이었는데, S급이 되자 3명이 되었다. S급이 희소하기도 했지만, 연구원들에게는 나 자체가 연구 소재였다.

    회귀 전에는 오직 기계 가이딩 훈련만 해 왔다. 원래는 파트너인 태운이 도와줘야 했지만, 그가 거부하면서 기계 가이딩 훈련만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계 가이딩 훈련뿐만 아니라 성요한과 함께하는 가이딩 훈련도 받았다. 그래도 매일은 아니고 주에 2번만이었다.

    과거로 돌아오고 나서 두 번 다시 가이딩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협회에 다시 소속되어 어쩔 수 없었다.

    “오늘 잘 부탁드려요.”

    “저도요.”

    인사를 나눈 뒤, 성요한과 함께 침대에 앉았다. 에스퍼와의 가이딩 훈련은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던지라 살짝 긴장되었다. 한때는 현태운과 함께 하길 바랐었는데 이제는 이룰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나와 성요한은 연구원의 안내에 따라 가이딩 훈련을 진행했다.

    먼저 방사 가이딩을 했다. 방사 가이딩은 모든 가이딩의 기초였기에 중요했다.

    평소와 같이 방사 가이딩을 하며 성요한의 가이딩 수치를 확인해 보니 67%였다. 현태운이었더라면 이미 안정권에 들어가고도 남았을 텐데 이상했다.

    성요한과 나는 88%라는 매칭률답지 않게 가이딩이 생각보다 원활히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평균 아래는 아니었다. 그저 현태운과 비교했을 때 잘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살짝 의아했다.

    연구원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방법을 바꿔 가며 가이딩을 해 보라고 했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성요한 에스퍼님, 혹시 오늘 컨디션 안 좋으세요?”

    “아니요. 좋은데요?”

    “가이딩이 잘 안되는 거 같아서요. 혹시나 해서 물어봤습니다.”

    “제 파장은 컨트롤하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성요한의 말대로 그의 파장은 현태운보다 까다로웠다. 현태운과는 바로 파장이 이어졌는데, 성요한의 파장은 연결도 쉽지 않았고 중간중간 끊겼다.

    “계속 훈련받다 보면 신의 씨도 제 파장에 익숙해질 거에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긍정의 말을 했지만, 성요한의 파장에 익숙해질 때까지 협회에 있을 생각은 없었다.

    가이딩 훈련이 끝나고 연구원에게 오늘 훈련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나오자, 성요한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의 씨, 점심 같이 먹을래요?”

    성요한은 내게 함께 점심을 먹을 것을 권유했지만, 그와 단둘이 점심을 먹을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기에 거절했다. 성요한은 아쉬운 듯했지만, 다음에 먹자는 말을 하고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고 혼자 식당으로 향했다.

    S급 전용 식당도 따로 있었으나, 들어간 식당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아무래도 S급들은 센터 식당을 잘 사용하지 않는 거 같다. 그렇게 쓸쓸히 식사를 마치고 팀 전용실로 이동했다.

    S급이 되고 대우는 더 좋아졌지만, 동료들과 함께했던 과거가 더 좋았음을 혼자 지내면서 깊게 느끼고 있었다. 자꾸만 회귀 전 동료들과의 기억이 떠올랐고, 그들이 그리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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