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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가이드는 이만 퇴사합니다-25화 (25/65)

25화

나는 서둘러 태운에게 복귀 알림을 보내고, 다시 실시간 모니터를 확인했다. 모니터엔 S급 게이트의 보스 마물이 비치고 있었다.

마물은 인간같이 생겼지만, 피부가 다 벗겨진 것처럼 붉고 군데군데 불에 탄 것처럼 검었다. 머리는 뼈와 뿔로 뒤덮여 있고, 등엔 몸체보다 긴 날개가 늘어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이 또한 뼈로 이루어져 있었다.

모습을 보아, 마물이 아니라 악마인 거 같았다. 악마는 신화에서나 나오던 존재라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화면 속 에스퍼들의 얼굴이 평소와 달리 공포로 희게 질려 있었다.

그동안 셸터 안이 왜 이리 조용하나 싶었는데 모두 악마의 모습에 숨죽이고 있어서였다.

게이트에서는 태운과 성요한을 선두로 에스퍼들이 악마를 죽이기 위해 각자의 능력을 발휘했지만, 악마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악마 또한 태운과 같은 불 속성 능력을 사용했다. 하지만 태운의 붉은 불과는 달리 검은 불이었다.

태운이 악마를 향해 능력을 사용할수록 게이지가 빠르게 내려갔다. 분명 태운이 밉고 싫은데 그가 걱정되었다.

결국 태운의 가이딩 수치가 30% 아래로 떨어졌다. 이러다 25%까지 내려가 수면 칩이 발동되면 태운은 악마에 의해 죽임을 당할 것이다. 그것만큼은 바라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태운에게 복귀 알림을 보내고 이어셋을 통해서도 복귀하라고 말했지만, 그의 귀에 있어야 하는 이어셋이 보이지 않았다.

“왜 안 오는 거야!”

아마 복귀에 응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았다.

폭주에 가까워질수록 태운의 움직임은 평소보다 느려지고 능력의 위력 또한 작아졌다.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는 상황인데, 할 수 있는 거라곤 복귀 알림을 보내는 것밖에 없었다. 답답했다.

결국, 악마의 공격을 받은 태운이 그대로 지상으로 추락했다.

아래로 떨어진 태운의 모습이 모니터에 잡히지 않았다. 고집 강한 태운이라면 이 상황에서도 절대로 셸터로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태운이 떨어진 곳을 가늠했다. 다행히 셸터 근처였다. 멀지 않으니, 몰래 나가서 태운을 데려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이딩을 해 주면 금세 상태가 나아질 것이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전용실에 가서 특수 전투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런 나를 따라온 민성 선배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신의 씨, 밖에 가려는 거 아니죠?”

“…가 봐야 할 거 같아요.”

이대로라면 태운은 수면 상태에 빠져 악마에게 당할 것이다. 태운이 죽는 건 볼 수 없었기에 그를 데려와야 했다. 내 말에 민성 또한 특수 전투복을 입기 시작했다.

“선배님은 왜 입으세요?”

“저도 같이 갈게요. 우리 신의 씨만 보낼 수 없죠.”

“아니에요. 선배님도 위험해져요.”

나는 계속해서 만류했지만, 민성 선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도 갈 거예요.”

민성 선배는 내게 에너지 건 두 개를 주며 말했다.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민성 선배가 있다면 무사히 태운을 데려올 수 있을 것이다.

“선배님, 감사해요.”

내 말에 그는 미소 짓더니 나와 함께 셸터 문 쪽으로 뛰어갔다.

셸터 관리자들은 실시간 모니터를 보느라 민성 선배와 내가 문 쪽으로 다가간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문이 열린 순간 그제야 눈치채며 우리를 불렀지만, 이미 민성 선배와 나는 밖으로 나온 후였다.

밖은 피비린내와 비명으로 가득했다. 보이는 곳마다 검은 불길과 함께 일반인과 에스퍼의 사체로 뒤덮여 있었는데, 대다수가 눈을 감지 못한 채 싸늘히 죽어 있었다.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나는 서둘러 가이드 전용 에너지 건을 꺼내 들고 마물들을 죽이며 태운을 찾았다.

“현태운!”

내가 아무리 소리쳐도 비명과 마물의 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그래도 짐작했던 장소로 다가가자, 멀리 쓰러져 있는 태운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가는 길에는 마물들이 너무 많았다. 당황스러움으로 걸음을 멈춘 내게 민성 선배가 말했다.

“내가 엄호할 테니까, 현태운 에스퍼한테 가요.”

“선배님, 감사해요.”

나는 민성 선배의 도움을 받으며 태운에게로 뛰어갔다.

“현태운!”

태운이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소리치며 그에게 뛰어갔다. 다행히 태운도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나를 봤다. 하지만 이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소리쳤다.

“셸터로 돌아가!”

“너 이대로 있으면 폭주야. 같이 셸터로 가야 해!”

“난 괜찮으니까 너나 가라고!”

이대로 태운이 악마와 대치한다면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악마의 동태를 살폈다. 어느새 악마는 게이트에서 나와 에스퍼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에스퍼들이 사지가 잘리며 죽는 끔찍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고개를 돌린 나는 셸터로 돌아가는 대신 그대로 태운에게로 뛰어갔다. 그의 앞에 도착하자마자 손을 잡으며 말했다.

“태운아, 셸터로 가자. 지금 너 너무 위험해.”

“나보다 네가 더 위험해. 빨리 돌아가.”

태운은 내 몸을 셸터 쪽으로 밀치며 가라고 말했지만, 이대로 그를 놓고 갈 순 없었기에 그의 팔을 잡으며 애원했다.

“내 부탁 한 번만 들어줘. 제발 같이 가.”

“가라고!”

악마가 어느새 도로 위로 내려앉은 모습이 보였다. 성요한과 팀장급 에스퍼들이 그런 악마와 대치하고 있었다.

“너 이대로 가면 두 번 다시 못 볼 거 같단 말이야. 셸터로 가자!”

내 말에 결국 태운은 인상을 팍 쓴 채 졌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에 안심하며 셸터로 가려는 순간, 어둡고 불길한 기운이 몸을 관통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악마가 서 있었다.

악마는 나와 족히 200m는 떨어져 있었는데도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머리가 쉴 새 없이 울리기 시작하더니, 코와 귀뿐만 아니라 눈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태운이 놀라며 나를 서둘러 셸터로 이동시키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내 몸에 압력이 가해지더니 허공에 떠올랐다가 바닥을 굴렀다.

온몸이 불에 타는 것처럼 아프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입 안에 쇠 맛이 진동하며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눈동자만 돌려 몸을 살피자, 오른쪽 팔 전체가 뜯겨 나가고 없었다. 다른 부위 또한 칼날에 수백 번 베인 것처럼 피로 범벅되어 있었다.

머지않아 누군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파장으로 태운이란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내가 셸터로 돌아가라고 했잖아!”

귀도 잘못되었는지 태운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아득하게 들려왔다.

태운 또한 조금 전 나와 함께 악마의 공격에 당했는지 왼쪽 얼굴 전체가 불에 그슬려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검게 변해 있었다. 그 모습에 울음이 터져 나왔다.

태운은 쉴 새 없이 주변을 둘러보며 치유계 에스퍼를 찾았지만, 주변 각성자들은 악마의 능력에 당해 죽었거나 나처럼 부상을 입어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태운이 계속해서 무어라 말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런 우리 곁으로 주원재가 빠르게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주원재가 나를 보더니, 다리를 멈칫했다.

그러더니 이내 태운에게 빠르게 다가가 무어라 말했지만, 여전히 들리지 않았다. 청력을 잃자, 공포에 사로잡히는 건 한순간이었다. 나는 태운에게 무섭다고,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내가 잘 말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계속해서 태운을 부를 뿐이었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팔로 태운의 옷을 간신히 잡았다. 다행히 그런 내 손을 태운이 양손으로 잡으며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맞대고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무어라 말했지만, 그 또한 들리지 않았다.

이대로 그가 나를 두고 떠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지 말라고 말했지만, 태운은 결국 내 손을 떼어 내고 주원재와 뛰어갔다.

그의 입 모양은 ‘돌아올게.’라고 말하고 있었다.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가 내 곁에 있어 주었으면 했다. 아픔보다도 지금 이곳에 나 혼자 남겨지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태운의 뒷모습을 보며 눈앞이 점점 흐려지는 걸 느꼈다. 숨을 쉴 때마다 폐가 아려 와 제대로 호흡하지 못했다.

숨을 헐떡이며 낮게 태운을 불렀지만, 이미 사라진 그가 대답하는 일은 없었다.

나는 내가 죽을 것이란 걸 예감했다. 그 생각이 들자, 나를 내버려 두고 간 태운이 너무나도 미웠다. 그저 밉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느새 주변은 사람들의 시체가 쌓여 갔고, 비릿한 피 냄새와 노출된 내장에서 나는 악취가 들끓었다. 이대로 저들처럼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몸에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으니, 이대로면 곧 죽을 것이다.

나는 옅은 호흡을 하면서 태운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점점 느려지는 호흡을 뱉을 때마다 감각도 감정도 하나씩 죽어 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죽지 않기 위해 태운을 생각하며 버티려 애썼지만, 마지막 호흡을 내뱉을 때까지 주원재와 사라진 태운은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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