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는 <유실>의 어나더 유니버스(Another Universe)입니다. <유실>과 같은 인물이 나오나 다른 세계관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유실>을 읽지 않으셔도 작품을 이해하시는 데는 문제없습니다.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거울 속의 내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새삼스럽게 처음 데뷔했던 날이 떠올랐다. 대충 4년쯤 지난 것 같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구나.
그때는 이렇게까지 한가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는데.
“…….”
그래, 나는 4년 차 아이돌이다.
그러니까 이제 망한…….
***
자급자족 산골 라이프. 요즘의 대세이자 같은 소속사 B.B의 세가온과 함께 촬영할 예능 프로그램.
4년 차 망돌, 어나더의 멤버 원에게는 이 기회가 절실하다.
그러나, 세가온의 이상할 정도의 친한 척이 부담스러운데……
“선배님 혹시 제 이름 아세요? 활동명 말고요.”
“정우진.”
“…….”
“왜 그렇게 놀라? 넌 내 이름 알지?”
웃으며 묻자 세가온이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인사를 했다.
“그래, 또 심심하면 와. 간다.”
“선배님.”
쓰레기를 들고 문을 열며 나가려는데 세가온이 나를 불렀다. 고개를 돌리자 어딘지 모르게 간절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다음에 만날 땐 우진이라고 불러 주시면 안 돼요?”
“뭐?”
“우진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