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와 B의 사이-162화 (167/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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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컴백 일정이 잡히자, 그동안 우리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부를 비롯한 온갖 관리를 다 받고, 식단까지 제한을 뒀다. 그래 봤자 소식도 아니고, 하루 세 끼만 건강하게 먹자는 소리였다. 사실 먹어도 찌는 편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곧 컴백이니 구색이라도 갖추자는 의미로 그렇게 모두의 동의하에 데뷔 후 처음으로 식단 제한을 시작했다.

“근데 형, 내가 생각을 해 봤는데……. 못 먹어서 힘이 없는 것보다는 차라리 먹어서 힘이 있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겠지?”

하지만 막내도 잘 참고 있는데, 고작 하루 만에 피골이 상접한 유노을이 너무 불쌍해서 식단 관리는 하지 않기로 했다. 먹어 봤자 그때만 좀 늘어날 뿐이고, 몇 시간이 지나면 몸무게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고, 체지방과 근육량에만 좀 신경을 쓰고 눈으로 봤을 때 이상하지만 않으면 괜찮을 듯했다.

“한 세트만 더 하겠습니다. 빨리 일어나세요. 쉬면서 설렁설렁하면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똑바로 허리 세우고, 더 내려가세요. 더, 더, 더!”

게다가 스파르타식으로 운동을 가르치고 있는 김강 트레이너 선생님 덕분에 우리는 그렇게 먹어도 오히려 체지방은 빠지고 근육이 늘어나는 기염을 토하고 있는 중이었다.

“선생님, 저 이제 죽어도 못 하겠어요. 제발 살려 주세요.”

“운동하다가 죽은 사람 없습니다. 일어나세요.”

“그냥 저를 죽여주세요…….”

“그럼 한 세트만 더 하고 죽읍시다.”

“야, 이 악마 같은 새끼야…….”

우리 중에 체력이 제일 약한 이진혁은 바닥에 엎어져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자비란 없는 김강 선생님은 그런 이진혁의 뒷덜미를 잡아 억지로 일으켜 세우는 중이었다. 그때 옆에서 그 모습을 멀뚱멀뚱 보고 있던 다른 사람이 쭈뼛거리며 말했다.

“저기, 제가 트레이너인데…….”

“시작합니다. 하나. 빨리, 하나! 더 내려가고, 둘! 허리 똑바로 펴세요! 디스크 터질래?! 셋!”

“엄마아아…….”

김강이 잠깐 이진혁에게 한눈을 파는 사이, 유노을과 나는 서로 통한 듯 눈이 맞았다. 그리고 단 몇 초의 휴식을 즐기기 위해 조용히 쪼그려 앉아 숨을 헐떡거렸다.

아무튼 그렇게 지옥 같은 운동 시간이 끝나면 컴백 곡을 연습하고, 피부 관리도 받고, 컴백할 때 입을 의상도 피팅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났다.

컴백 첫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날 아침은 여느 때보다도 바빴다. 일어나자마자 숍에 들러 꾸미고, 틈틈이 SNS에 올릴 사진도 찍고, 리허설, 동선 체크 등등 정신이 없었다. 연습과 준비 때문에 요 며칠 제대로 잠을 자지도 않았는데, 다들 피곤한 기색도 없었다.

“전반적인 인터뷰는 일단 말했던 대로 대부분 서주가 하기로 다 미리 이야기해 뒀으니까 진혁이는 너무 긴장하지 말고, 그냥 고개 끄덕이면서 옆에서 웃고 있으면 돼. 곡 소개할 때만 잘하고.”

긴장이 극에 달한 이진혁은 우황청심환까지 먹으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중이었다. 메이크업까지 했는데도 안색이 창백해 보이는 건 그저 착시 현상인 건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혹시라도 기자들이 예상에 없던 질문을 진혁이한테 하면 노을이가 대신 대답 좀 하고.”

“아, 아니에요. 저 잘할 수 있어요. 저도 이제 제가 할 일은 알아서 해야죠.”

“어, 그건 다음부터 하고, 오늘은 일단 토하지만 말자.”

“저 안 토해요, 진짜……. 아, 김강.”

매니저 형이 이진혁을 위로하듯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김강이 우리 데뷔하는 날 이진혁이 토했다는 헛소문을 많이도 퍼뜨린 모양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순서를 체크하고 각자의 방법으로 긴장을 풀면서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 무대에 나가기 직전, 넷이 모여 한마디씩 했다.

“나만 잘하면 돼. 우리 애들 다 완벽하니까 나만 잘하면 아무 문제없어.”

리더가 제일 먼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우리 셋은 동시에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형은 형 생각만 해. 나는 완벽해.”

“그래도 도저히 안 될 거 같으면 나한테 눈치를 줘. 내가 어떻게든 해 볼게.”

유노을과 김강이 힘내라는 듯 말했다. 덕분에 할 말이 없어진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파이팅.”

“……끝이야?”

“저 형은 진짜 무드라는 게 없어.”

다들 투덜거렸지만 이진혁은 심호흡을 하느라 말도 못 하고 있었다. 내 차례가 지나가자 유노을이 크게 숨을 마셨다 뱉으며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우리가 못 먹고 못 입고 못 자면서, 그저 꿈만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던 때에…….”

어나더 연대기를 읊고, 우리가 웃고 웃었던 날들, 힘들었던 시기, 그리고 컴백을 준비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까지 한참을 떠들던 유노을이 목이 마른지 물까지 한 잔 마신 뒤에 드디어 말을 끝마쳤다.

“연습한 대로만 하자.”

“…….”

“…….”

“…….”

지나치게 길었던 서론에 우리는 상태 이상에 걸린 몬스터처럼 할 말을 잃었다. 얼마나 놀란 건지 긴장해서 숨도 제대로 못 쉬던 이진혁조차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 저놈도 대단한 놈이었다. 아이돌 안 했으면 옥장판 같은 걸 팔고 있지 않았을까…….

어쨌든 말 많은 유노을 덕분에 이진혁의 긴장도 좀 풀린 것 같아서 그거 하나만큼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제 막내만 남았다. 세 명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자 김강은 몇 번 눈을 끔뻑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끝나고 맛있는 거 먹자.”

그 말에 유노을이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난 치킨 먹을래. 일단 짭짤하고 달달한 간장치킨이랑 바삭하고 고소한 프라이드, 치즈 가루 뿌려진 감자튀김이랑 제로 콜라. 밀크셰이크도.”

“나는 그럼 마요네즈 뿌린 매운 양념치킨이랑 치즈돈가스도 같이 먹어야지.”

김강까지 거들자 이진혁도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난 달달한 거 먹고 싶어. 생크림 잔뜩 들어간 케이크랑 티라미수, 도넛, 와플.”

“난 갈비찜이랑 하얀 쌀밥.”

“마지막 입가심으로 라면도 끓여 먹자.”

그렇게 서로 먹고 싶은 걸 말하자 계속 딴소리만 하던 아까와는 달리, 우리는 한마음 한뜻으로 대동단결됐다. 가운데로 손을 모아 서로 한 번씩 눈을 맞춘 다음 파이팅하며 외쳤다.

“잘 끝내고 맛있는 거 먹자!”

***

쇼케이스 일정은 잘 마무리가 됐고, 음원과 뮤직비디오도 공개됐다.

이미 그 전에 지나치게 긴장하고 떨었던 탓일까, 막상 공개가 되니 오히려 마음은 편안했다. 음원 순위가 높을지 낮을지 우리도, 회사에서도 짐작조차 하지 못했는데, 첫날 22위로 진입한 걸 보며 이진혁은 울음을 터뜨렸다.

음악 방송을 돌고, 여러 스케줄을 소화하기도 하고, 바쁜 와중에도 매일 라이브 방송을 짧게라도 하면서 홍보도 했다. 그러면서 입소문을 타고 음원 순위가 오르기도 했지만, 갑자기 확 오르게 된 건 뮤직비디오 비하인드 영상이 공개되고 나서부터였다.

“진짜 미쳤나 봐…….”

11위에서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던 4SEASON의 순위가 고작 하루 만에 4위까지 오른 것이었다. 게다가 데뷔곡이었던 Boy Meets Girl의 순위도 20위까지 올랐다.

유노을이 벌벌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쥐고 있다가 소파 위로 풀썩 쓰러졌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어안이 벙벙했지만, 일단 스케줄이 있어서 빨리 움직여야 했다. 차 안에서 간단하게 자축을 하는데 이진혁은 또 울기 시작했고, 유노을은 옆으로 풀썩 쓰러지며 정신을 잃었다.

그나마 멀쩡한 나와 김강이 애들을 챙길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비비 멤버 중 한 명인 이솔이 우리 곡을 커버하는 영상을 올리고, 정우진은 라이브 방송을 켜서 한참이나 4SEASON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아직도 간혹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비비와 어나더의 불화설은 이렇게 완전히 종결되었다.

주변에서도 컴백 축하 메시지가 엄청 왔다. 얼마 전에 같이 방송을 했던 송철 피디와 스태프들, 들찬, 서주영부터 시작해 요즘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했던 김갑진에게도 연락이 왔다.

[너희 컴백 기념으로 오늘 하루 전 메뉴 50프로 세일함]

반값으로 파는 건 하루 손해를 보겠다는 뜻이라,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닌가 싶어 이건 전화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김갑진은 너희들 오면, 어차피 손해난 거 하루 만에 메꿔진다고 나중에 좀 한가할 때 밥이나 먹으러 오라고 했다.

물론 정우진에게도 전화가 왔다.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바빠서 잊고 있던 강수민에 관한 소식도 전해 줬다.

-어젯밤에 출국했는데, 혹시 가기 전에 한 번이라도 만나는 게 좋았을까요?

그 말에 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됐어. 거기서 잘 살겠지.”

-네, 제가 신경 잘 써 달라고 미리 말해 놨어요. 혹시라도 선배님이 만나고 싶어 할까 봐 좀 늦게 말씀드린 건데, 다행이네요.

“만나는 게 싫어서?”

-네.

“잘했다, 그래.”

뭔가 점점 멋대로 행동하는 것 같았지만, 어차피 정우진이 나한테 안 좋은 걸 할 리가 없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이 정도면 컴백도 성공적이고, 목에 걸린 가시 같던 강수민도 나름대로 잘 치워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자꾸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다. 그게 뭔지 몰라서 더 문제였다.

그냥 너무 행복하기만 해서 으레 드는 불안이기를 바랐다.

***

댓글

>아니 어나더 노래 이렇게 잘부르는지 진짜 몰랐음..

re: ㄹㅇ다른 애들도 다 잘하는데 이진혁이 진짜 미쳤음

rere: 개좋아 진짜ㅠㅠ

>김강 키 몇이야? 얘가 막내라며?

re: 190 넘을듯

re: 190 넘고 아직도 크는 중이래

rere: 미쳤다

rere: 아니 어떻게 막냉이가 제일 커ㅠㅠㅋㅋㅋㅋ

rerere: 오히려 좋아

>서주 오남자에서 처음 봐서 몰랐는데 노래 부를때 분위기 확 바뀌는거 넘 좋다ㅠㅠ

re: 노래도 잘부름ㅠㅠ

re: 오남자에서 뭔가 뚝딱이처럼 어색하게 움직여서 뮤비 볼때 긴장했는데 걍 올만에 예능이라 긴장됐던걸로ㅋㅋㅋㅋㅋ

>나 근데 노을이 보다 석삼이가 왠지 더 정감이 가.. 몬가 클래스들 다 애들 이름으로 부르긴 하던데 난 이제 원 투투 석삼 포포도 좋은거 같아.. 나만 그래?

re: 헐 나도ㅋㅋㅋㅋㅋㅋ 존나 유니크하지 않음?

rere: 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 개웃기다 유니크하기로는 전세계 어딜 내놔도 절대 안꿀릴듯ㅋㅋㅋㅋ

re: 아니야.. 그거 아니야...ㅠㅠ

re: 안돼.. 제발ㅠㅠㅠㅠㅠ

re: 나도 석삼이 좋아ㅠㅠ 원투석포 ㄱㅂㅈㄱ~~!!

rere: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엠디 존나 감없다는 증거=어나더 자컨 없음

re: 헐 이거 ㄹㅇ 아니 애들 자컨 없는거 보고 개놀랬잖아

re: ㅇㅈ

re: ㅇㅈㅇㅈㅇㅈㅇㅈㅇㅈㅇㅈㅇㅈㅇㅈㅇㅈ

re: 뮤비 비하인드 보니까 애들도 웃기던데 자컨 하나 없는거 보고 진짜 놀람

re: ㅆㅇㅈ

>어나더 자컨 이제 만들어주겠지?ㅠㅠ 제발

re: 지금 백퍼 준비하고 있을듯 아니면 말이 안됨

rere: ㅁㅈ

>먹방 꼭 했으면 좋겠다 도대체 어떻게 얼마나 먹는건지 너무 궁금해

re: ㄴㄷ이거 진짜 궁금함ㅋㅋㅋ 오남자에서 서주 먹는건 봤는데 걔가 그래도 어나더 중에서는 덜 먹는거라며?ㅋㅋㅋㅋㅋ

rere: ㅇㅇ노을이랑 강이가 진짜 대박임

rerere: 팀내 최단신 멤버랑 최장신 멤버가 제일 잘먹네ㅋㅋㅋㅋ

rererer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강한테 존나 쎄게 안겨서 죽고싶다

re: ?

re: 강이는 무슨 죄임ㅠㅠ

>엠디 제발 이제 어나더 활동 좀 시켰으면 좋겠다ㅠㅠ 진심 기다리다가 사리 나올뻔ㅠㅠ

re: 이제 잘 시켜주겠지ㅠㅠ

re: 진짜 제발 좀!!!!ㅠㅠ

>어제 석삼이 라방했는데 자컨은 아직 확답 못드리겠고 먹방은 다음에 멤버들이랑 다 같이 한번 해보겠다고 했음ㅋㅋㅋ

re: 헐 대박

re: ㅁㅈ나도 이거 봤어ㅋㅋㅋ 형들한테 말해보고 다시 말해준댔음ㅋㅋ

rere: 기엽다 형들한테 물어본대ㅠㅠㅋㅋㅋㅋ

>포시즌 너무 좋아서 맨날 듣고 있음ㅠㅠ

re: ㄴㄷ안틀어놔도 귀에서 떠나질 않아ㅠㅠ

>이렇게 노래도 잘하고 스타성도 좋은 애들을 도대체 엠디는 그동안 뭘하느라 꽁꽁 숨겨두기만 한걸까...

re: 이거 예전에 그거 때문일걸 백오식..

rere: ㅇㅇ..

>서주 요새는 왜 지하철에 안나타남?ㅠㅠ 나 맨날 가고 있다 서주야..

re: 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 버스도 안타고 다닐듯ㅠㅠ

re: 아 나만의 서주일때가 좋았.. 흑흑ㅠㅠ

rere: ㅠㅠ어나더 흥해서 좋긴 한데.. 나만의 쟈근돌이었던 애들이.. 그래도 잘돼서 너무 좋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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