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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제는 고사성어에 관한 것이었다. 들어도 뭔 소린지 알 수가 없어서 이번에는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얌전히 있는데, 들찬도 마찬가지인지 쭈뼛거리며 내 옆으로 다가와 양손을 모은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까는 그렇게 요란법석을 떨던 우리가 얌전해지자 문제를 읽던 스태프가 가볍게 놀리기도 했다.
아무튼 정우진이 정답을 맞히고 그동안 이월되었던 금액, 그리고 오늘 치 금액까지 합쳐서 총 팔백만 원을 정우진과 나의 이름으로 결식아동 후원 단체에 기부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이렇게 두 스타분들과 함께해 봤는데요. 아, 근데 정말 스프레드 하면서 이런 경우는 저도 처음이었어요. 답을 대신 적어 주다니, 참…….”
“대신 적어 준 게 아니라 그냥 손만 갖다 댄 거죠…….”
처음에는 당당하게 말했지만 끝으로 갈수록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런 내 상태를 느낀 건지 서주영이 웃음을 겨우 참는 듯했다.
“아, 평소에도 그렇게 손을 자주 잡으시는 편인가요?”
“……에.”
손을 자주 잡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어서 이상한 발음으로 대답하자 들찬이 말했다.
“선배님 덕분에 새로운 규칙도 생기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네, 저도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데 일조한 것 같아 영광입니다.”
“이렇게 두 분의 우정을 확인하게 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가온 씨는 혹시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세요?”
그 말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정우진에게 모였다. 그러자 사전에 준비하기라도 한 건지, 막힘없이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 이렇게 불러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제가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님이랑 같이 나올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불러 주세요. 감사합니다.”
“아휴, 저희가 더 영광이죠. 그리고 정말 다음에 부르면 또 오실 거예요? 진짜로?”
서주영이 정우진과 나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그걸 보며 나와 정우진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언제든 불러만 주세요.”
내 말에 들찬이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지금 두 분 섭외가 안 돼서 난리예요, 난리. 섭외하려고 혈안이 된 사람들이 많은 걸로 제가 알고 있거든요? 물론 바쁘셔서 그러시겠지만, 시청자분들도 또 두 분의 모습을 많이 보고 싶어 하시니까요. 앞으로도 많은 활동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별문제 없이 녹화가 끝이 났다. 중간중간 위험한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임기응변으로 잘 넘겨서 다행이었다.
“선배님 부르는 호칭을 좀 바꿔 볼까요?”
둘 다 이 뒤로는 스케줄이 없어서 함께 돌아가는 차 안에서 정우진이 물었다. 뭔가 한참 고민하는 것 같더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호칭? 네 마음대로 불러. 야, 라고만 안 하면 되지. 근데 그건 갑자기 왜?”
“…….”
운전을 하고 있던 매니저도 갑작스러운 정우진의 말에 의아했는지 룸 미러로 힐끗 우리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정우진도 여기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 테니, 적당히 조절해서 말하겠지만 그래도 불안한 건 여전했다.
워낙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은 놈이라서…….
“그냥……. 방송 다시 시작하고 컴백하면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많을 거 아니에요.”
“그렇겠지?”
데뷔 4년 차니까……. 엄청 많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후배는 당연히 있을 테니까.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는 건가 싶어 고개를 갸웃하는데, 정우진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까도 서주 선배님이라고 그랬잖아요.”
“그게 왜?”
“왜 이름으로 부르지?”
“……이름이니까?”
“그걸 왜 함부로 부르냐고요.”
“…….”
황당하다는 듯 말하는 나를 보며 정우진이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순간 나는 이름이라는 단어의 뜻을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이름은……. 원래 부르라고 있는 거 아니니?”
“그 말이 아니잖아요.”
“서주야, 라고 부른 게 아니라 서주 선배님이라고 했어. 너도 들었잖아.”
정우진이 미간을 구기고 나를 쳐다봤다. 어딘지 잔뜩 심통이 나 있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혹시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걸 내 입으로 꺼내기도 싫고, 차 안에는 우리만 있는 게 아니어서 말을 아끼려다가 궁금해서 물었다.
“그럼 뭐라고 불러야 되는데?”
“저기요?”
“그게 더 예의 없는 거 아니냐?”
내가 피식 웃자 정우진이 당당하게 말했다.
“차라리 예의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나한테?”
“네, 그러면 일석이조잖아요. 선배님도 그 사람을 싫어할 거고, 그 사람은 예의가 없으니까 이 바닥에서 금방 매장이 될 거고…….”
뭔 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혹시 술 마셨나? 그리고 그 사람이 누군데?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정우진을 보다가 힐끗 매니저의 눈치를 봤다. 분명 우리의 대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을 텐데도, 이쪽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나는 최대한 움직임을 적게 하며 정우진의 손등을 몰래 꼬집었다.
그러자 정우진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하지 마.
소리를 내지 않고 복화술을 했지만 정우진은 꿋꿋이 말했다.
“그래도 누가 선배님한테 예의 없이 굴면 선배님도 스트레스 받을 테니까 그건 저도 싫어요. 근데 예의 있는 것도 싫어요.”
“…….”
“그냥 말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
나는 정우진이 뭐라고 지껄일 때마다 매니저의 눈치를 봤다. 정우진의 황당한 말에 우리를 한 번쯤 볼 법도 한데, 그러질 않는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정말 이상한 걸 느끼지 못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너무 이상해서 쳐다보는 것조차 할 수 없는 걸지도 모르니까…….
“저 그래도 오늘 선배님이랑 같이 방송해서 너무 좋았어요. 평소처럼 긴장되지도 않고,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고……. 너무 빨리 끝나서 아쉬웠어요. 또 선배님이 저 문제 풀 때 손잡아 준 것도 너무 좋았고요. 저 그때 손 엄청 차갑고 시려서 아플 정도였는데, 선배님이 잡아 주셔서 금방 나았어요. 완전 약손 아니에요?”
“…….”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도대체…….
수줍은 표정으로 말하던 정우진이 조금 전 내게 꼬집혔던 손으로 내 손가락 끝을 건드렸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접촉에 놀라서 슬쩍 빼자 기다렸다는 듯 따라붙어서 자꾸만 손등을 간지럽혔다.
“혹시 또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주세요. 저는 선배님이 하고 싶은 건 그게 뭐든 다…….”
결국 참지 못한 나는 한숨을 크게 내쉬고 정우진의 양손을 잡아 그의 허벅지 위에 놓았다.
“갈 때까지 움직이지 말고 이대로 가만히 있어.”
“눈은 깜빡여도 돼요?”
“그건 당연히 되죠.”
“숨은?”
“쉬세요.”
“알았어. 하라는 대로 할게. 더 시킬 건 없어?”
고분고분 말했지만 어쩐지 놀리는 것 같아서 인상을 찌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라고 또 하려는 정우진을 보자마자 도끼눈을 뜨고 말했다.
“입도 다물어. 아무 말도 하지 마.”
“…….”
내 말에 정우진이 입술을 꾹 다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눈을 크게 뜨고 웃음을 참고 있는 표정이라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진짜 이걸 팰 수도 없고…….”
한숨을 내쉬자 정우진이 마치 때리라는 듯 자기 머리통을 내게 내밀었다. 무시하고 고개를 돌렸지만 계속 박치기를 하면서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려 결국 헤드록을 걸고 주먹으로 정수리를 탕탕 때렸다.
“아파요.”
“입 좀 다물어, 입 좀.”
“아얏!”
역시 둘이 방송을 같이하는 건 무리였던 것 같다.
***
댓글
>저 투샷 너무 좋아
re: ㄱㄴㄲㅠㅠ 너무 좋아ㅠㅠ
re: ㄴㄷㄴㄷ
>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전히 웃기네ㅋㅋㅋㅋ
>아 드디어ㅠㅠㅠㅠㅠ
>오남자도 좋은데 이렇게 인터뷰 방식으로 하는것도 넘 좋다ㅠㅠ
re: ㅁㅈ얘기하는거 오래 들으니까 개좋음ㅠㅠ
>어나더 컴백함?
re: 아직 자세히 나온건 없는데 준비중인듯
re: ㅇㅇ
re: 와 ㅁㅊ 드디어..
>와 살아생전 어나더 컴백을 볼줄이야;;
re: 진짜 너무 좋아ㅠㅠㅠㅠㅠ
>오남자 시청률 엄청 잘나왔었구나 텔레비전 잘 안봐서 몰랐네
re: ㅇㅇ대박남
re: 난리났지
re: 올해 예능 중에서 최고 시청률 찍었대
>아직도 오남자 보는 사람 손
re: 22
re: 저요33
re: 내 밥친구44
re: 55
re: 걍 생각없이 웃고싶을때 오남자만한게 없음ㅠㅠ
rere: ㄹㅇ너무 길지도 않고 딱 좋은듯
rerere: 넘 짧아ㅠㅠ
>근데 세가온 낯가리는거 개웃기다ㅋㅋㅋ
re: 낯가려서 자꾸 서주한테 귓속말하는것도 귀여움ㅠㅠ
rere: ㄹㅇ오남자에서도 자꾸 그러더니ㅋㅋㅋㅋ
>선멍 다시봐도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
re: 우진이가 선멍 했다고 했을때 서주가 자기도 후멍한다고 했으면 좋았을텐데ㅠㅠ
rere: ㄹㅇㅠㅠ 근데 후멍은 느낌이 좀 이상하긴 하네...
rerer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rere: 아 나만 그렇게 생각한줄ㅋㅋㅋㅋㅋㅋ
rerere: 후멍이 왜?
>어나더 컴백하고 자컨 같은것도 했으면 좋겠다ㅠㅠ 얘네 밥을 그렇게 많이 먹는다며? 먹방하는거 보고 싶어
re: 헐 나도 이거 궁금해
re: 데뷔 초창기에는 몇번 했던거 같던데
rere: 어디서 봐?
rerere: 지금 영상 내려감ㅠㅠ
>아니 근데 어부바 왜 비밀이라고 함? 존나 이상하잖아ㅋㅋㅋㅋㅋ
re: 그니까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냥 취해서 업었다고 하지 차라리ㅠㅠㅋㅋㅋㅋ
r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부바에 도대체 무슨 개인 사정이 있는 거지?
re: 개궁금함..
re: 걍 취해서 저랬는갑다 했는데 저렇게 말하니까 오히려 더 궁금해
rere: ㄴㄷ
>어부바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다..
>우진이도 서주가 가위바위보 해서 졌다고 했을때 당황하는거 개웃김ㅋㅋㅋㅋ
re: 카메라에서 등돌릴때 웃겨 죽을뻔ㅋㅋㅋ
rere: 아니 그래도 그렇지 촬영 중인데 저렇게 등을 돌리냐고ㅋㅋㅋㅋ
>서주 서운하게 도와주지도 않고ㅠㅠ
re: ㅋㅋㅋㅋㅋㅋㄱㄴㄲ 같이 거짓말 좀 해주지ㅠㅠ
re: 근데 진짜 이유가 뭐임? 왜 업은거야?
rere: 아무도 모름..
rere: 그거 결국 둘의 사생활이라고 안나왔어
rerere: 헐
rerere: 띠용
>가온이 자꾸 귓속말 왜 함?ㅠㅠ
re: ㄱㄴㄲ 귓속말하는거 볼때마다 두근거려서 미치겠음ㅠㅠ
re: ㅠㅠ진짜 신고하고 싶다ㅠㅠ
>서주는 오남자에서도 그러더니 스프레드에서도.. 공공의 장난감이네..
re: ㅋㅋㅋㅋ장난감ㅋㅋㅋㅋㅋㅋㅋㅋ
re: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서주 반응이 좋아서 놀리면 재미있을거 같긴함ㅋㅋㅋ
re: 표정도 다 티가 나서ㅋㅋㅋ
rere: ㅁㅈ표정 변하는게 개웃김ㅋㅋㅋㅋ
>취중 어부바 사건 궁금하다고ㅠㅠ 개인 사정이 뭔데ㅠㅠ
>서주 길거리에 자주 나타나? 어디서 볼수있어?
re: 엠디 사옥 근처나 숙소 근처에서 많이 보이긴 했는데 지금은 잘 안보이는듯
rere: 숙소 이사감
rere: 지하철이나 버스?
rerere: 지하철이나 버스에도 요샌 그닥..
>엠디 근처에 서주 자주 가는 분식집 있지 않았나? 거기에서 맨날 떡볶이 먹고 있던데
re: ㅋㅋㅋㅋㅋㅋ아 왤케 웃기냐ㅋㅋㅋㅋ
>우진이랑 서주 마트에서 찍힌거 대박이다
re: 신혼부부인줄;;
rere: 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re: ㅋㅋㅋㅋㅋㅋㅋ
>와 마트샷 보니까 들찬이 말한 아우라가 뭔지 알거같긴하네ㅋㅋㅋ
re: ㄹㅇ 진심 못알아보는게 더 신기할듯..
re: 그냥 스쳐지나가면 모를거 같긴 한데 조금만 자세히 보면 알거 같아
rere: ㅁㅈ일단 키만 커도 한번 돌아보긴 하니까
>서주 오남자에서도 문제 풀때 우기는거 보고 뻔뻔하다고 생각했는데ㅋㅋㅋㅋㅋㅋ 저렇게 대놓고 써줄줄이야ㅋㅋㅋㅋㅋ
re: 개뻔뻔함 진짜ㅋㅋㅋㅋㅋㅋ
re: 자기가 뭘 잘못했냐는 듯한 그 표정ㅋㅋㅋㅋㅋ
re: 말만 안하면 된다고 하셨잖아요. 그쵸? ㅇㅈㄹㅋㅋㅋㅋㅋ
rere: 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re: 아ㅋㅋㅋㅋㅋㅋㅋ
rere: 저 그쵸 이게 제일 웃김ㅋㅋㅋㅋ
>(서주가 양손을 옆으로 내밀며 어깨 으쓱하는 표정) 에베베~~~
re: ㅋㅋㅋㅋㅋㅋㅋㅋ아 벌써 땄냐고ㅋㅋㅋㅋㅋ
re: 아 다시봐도 개얄밉네ㅋㅋㅋㅋㅋ
re: ㅋㅋ귀엽다ㅋㅋㅋㅋㅋㅋ
>우진이도 서주가 써줄때 얌전히 있는거 웃김ㅋㅋㅋ
re: ㅁㅈ 그래놓고 막 뭐라고 하니까 왜 우리 선배님한테~~~!!
rere: 왜 저희 선배님한테~~!!
rerere: 왜 내 거한테~~!!
rererere: 날조하지 말라고ㅋㅋㅋㅋㅋ
rerere: 존나 웃겨 진짜ㅋㅋㅋㅋ 만담콤비들
>이렇게 재밌는데 다른 방송도 더 많이 했으면ㅠㅠ
re: ㅁㅈㅠㅠ 아님 라방이라도 한번 더 해줬으면ㅠㅠ
rere: 헐 나도 라방 제발ㅠㅠㅠ
rere: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