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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로 단정할 수 없는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평소보다 더욱 감정적인 상태가 된 나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내가 나오지 말라고 했었잖아.”
“집에서요?”
“그래, 너는 거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야 된다고…….”
내가 가진 건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것마저 사라진다면 정말로 이 세상에는 나 혼자만 남게 되는 상황이었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이든 가진 게 없는 사람이든, 누가 봐도 별은 어디에서나 빛나고 있을 테고, 고개만 들면 바라볼 수가 있어서 사실 숨기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는데 어렸던 나는 그걸 알지 못했던 모양이다.
처음부터 숨길 수 없었다는 걸 알았다면 나는 화내지 않았을까? 하늘의 별을 가질 수 없는 것처럼, 사람을 독차지할 수는 없다는 걸 알았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을 해 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겠지만, 나는 계속 늘 그때의 정우진에게 미안했기 때문에 생각을 접을 수가 없었다.
“우진아.”
그럼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되는데, 어째서인지 또 그 말이 입에서 잘 나오질 않아 나는 정신 나간 술주정뱅이처럼 다른 방식으로 정우진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토스트 시켰냐?”
“아까 선배님이 시키지 않으셨어요?”
그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술을 한 모금 마시려다가 멈칫했다. 내 잔에 소주가 반의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너 술 왜 이거밖에 안 따라? 지금 나 무시하냐?”
“취하신 거 같은데 조금만…….”
“아직 안 취했다니까? 난 취하면 취했다고 말해. 아직은 안 취했어.”
“취하신 거 아니에요?”
“안 취했다고. 했던 말을 왜 자꾸 하게 해? 취하면 취했다고 말해, 나는.”
내가 계속 우기자 정우진이 내 잔에 소주를 더 따라 줬다. 그래도 술이 반밖에 차지 않아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일단 한 잔 마신 뒤에 말했다.
“너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내가 사 줄게.”
“먹고 싶은 거 없어요.”
“햄버거 먹자. 너 햄버거 좋아하잖아.”
“그 얘긴 아까 했어요…….”
뭘 했다는 거지? 햄버거 시켰다는 건가?
피곤해서 그런지 앞이 잘 보이질 않아서 눈에 잔뜩 힘을 주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배달 어플에 들어가니 언제 시킨 건지, 토스트가 배달 중이었다.
“토스트 시켰어. 지금 오고 있나 봐.”
한숨을 크게 내쉬고 핸드폰을 식탁 위에 내려 두는데 정우진이 나를 불렀다.
“선배님.”
“어?”
고개를 들자 정우진이 몇 번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물었다.
“제가 밖에 나가는 게 싫으세요?”
“뭐라고?”
“말도 없이 집 밖으로 나가는 게 싫어요? 앞으로 나갈 때마다 허락받고 나갈까요?”
뭔 소리를 하는 거지? 혹시 취했나?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정우진을 보다가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말고, 네가 어렸을 때……. 좀……. 좀 그랬잖아. 엄청, 좀……. 그래서…….”
엄청 작고 반짝거렸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이걸 어떻게 좀 덜 낯간지럽게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 보니까 말이 잘 나오질 않았다. 내가 계속 말을 더듬자 정우진이 멋쩍은 표정으로 웃었다.
“네, 약간 좀…….”
“그치?”
“네……. 그때 제가 잘 씻지도 않고……. 지금은 잘 씻어요.”
갑자기 잘 씻는다는 말을 왜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잘 씻어서 나쁠 건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널 보면 좀 그렇잖아.”
“…….”
“그래서 나가지 말라고 했던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왜냐면 너는 그때 좀 그랬어서, 다른 사람들이 널 보면 나랑 똑같이 생각할 거 아니야. 원래 뭐를 보면 다 똑같이 보이거든. 이 소주를 보고 너랑 나는 다른 사람이지만, 소주라고 똑같이 생각하잖아. 그거랑 같은 거야. 사람은 눈이 달려 있으니까…….”
나는 어쩌면 자신이 없었던 게 아닐까? 허세를 부렸던 것도 그 때문이었을지 몰랐다. 별안간 깨달은 사실에 한숨을 푹 내쉬며 빈 소주잔을 잡았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보면 안 좋아서 그랬다는 거예요?”
정우진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잘 알아들은 것 같아서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진아.”
“네?”
“너는 왜 이렇게 눈치가 없냐? 내가 아까부터 계속 잡고 있었잖아.”
소주잔을 가볍게 식탁에 탁탁 치자 정우진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혹시 오해할까 봐 덧붙였다.
“화낸 건 아니야.”
“알고 있어요.”
“그래.”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데 정우진이 빈 잔에 물을 따랐다. 그러니까 내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내 소주잔에 생수를…….
“야.”
“네?”
“너 뭐 하냐?”
“술 따랐는데요?”
“…….”
아니……. 씨발, 무슨……. 저런 뻔뻔한 새끼가 다 있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정우진을 보고 있자니 황당해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너 방금 내 잔에 물 따랐잖아. 어이가 없네. 나 안 취했다니까? 미쳤어?”
“아…….”
황당하다는 나를 보며 정우진이 말끝을 흐리더니 하하 웃었다.
“못 알아보실 줄 알고…….”
“이 새끼가 나를 아주 그냥 빙다리 핫바지로 보고 있네.”
“빙다리 핫바지로 안 봤어요. 취하신 거 같아서…….”
“아, 안 취했다고!”
내가 버럭 고함을 지르자 정우진이 새 술잔을 가져와 거기에 소주를 반만 따랐다. 뭐라고 한마디 하려는데, 또 혼냈다가 정우진이 울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그냥 얌전히 술을 마셨다.
계속 먹던 소주인데, 이상하게 더 쓰다고 느껴져서 눈을 질끈 감았다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눈을 떴다.
“엥?”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갑자기 식탁 앞에 토스트가 여러 개 보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어서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데, 정우진이 한 입 크기로 자른 토스트를 포크에 찍어 내 입에 대주며 말했다.
“드세요.”
“…….”
“이거 피자 맛이에요.”
“……계란……. 너, 그…….”
나는 양배추를 넣고 같이 구운 계란 패티가 들어간 토스트를 좋아했다. 토스트는 자고로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케첩과 설탕을 조금 뿌려서 치즈랑 햄도 한 장씩 얹고……. 그게 근본이었다.
“이거 드실래요? 이건 감자예요?”
“양배추가 엄청……. 엄청 많이 들어가야지 맛있거든. 알지?”
“네, 알죠.”
“네가 알긴 뭘 아냐? 너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갑자기 울컥해서 식탁을 더듬거리며 술잔을 찾았다. 넘칠 것처럼 가득 채워져 있는 걸 보고 한 입에 술을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다.
“술이 왜 이렇게 물 같냐?”
“선배님이 술을 잘 드셔서 그래요. 이것 좀 드세요.”
나는 정우진이 주는 토스트를 받아먹고 입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내가 사실…….”
“네.”
“지금 돈이 별로 없는데.”
“돈은 제가 많으니까 괜찮아요. 필요한 거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내가 하려는 말은 그게 아니었다. 나는 오만상을 팍 찌푸리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면서 식탁을 팍팍 쳤다.
“그게 아니야! 근데 돈이 별로 없는데, 또 막 그렇게 엄청 없는 건 아니야. 그리고 나 화낸 건 아니야.”
“네, 알아요.”
“아무튼, 그러니까 돈이 별로 없지만……. 네가 먹고 싶은 거는 사 줄 수 있어. 내가 토스트랑……. 너 햄버거도 좋아하잖아. 그때 엄청 잘 먹었는데. 그치? 햄버거 먹을래? 내가 사 줄게.”
핸드폰을 찾으려고 했는데 보이질 않아서 의자에서 일어서자 정우진이 내 팔목을 잡았다.
“햄버거 아까 시켰어요.”
“하나 더 사 줄게.”
“내일 사 주세요.”
“감자튀김도 시켰어?”
“네, 다 시켰어요. 세트로 시켰어요. 치즈스틱도 시키고, 너깃이랑 아이스크림이랑 다 시켰어요.”
그 말에 안심하며 도로 자리에 앉으려다가 물었다.
“바나나우유도 시켰어?”
“네, 그것도 시켰어요.”
“…….”
이건 사실 함정 수사였는데, 정우진이 걸려 버렸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쉰 뒤, 입을 열었다.
“우진아.”
“네?”
“햄버거 가게에서는 바나나우유를 안 팔아.”
“…….”
내가 취한 줄 알고 대충 대답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갑자기 배신감이 들어 치를 떨다가 핸드폰을 찾았다. 하지만 바나나우유를 배달해 주는 곳이 없다는 걸 깨닫고 결국 나는 겉옷을 찾았다.
“선배님, 그러면 제가 갔다 올게요.”
“우진아.”
“네?”
“나 아직 안 취했어.”
“…….”
다시 한숨을 내쉬며 옷을 입으려는데, 정우진이 내 손목을 잡고 놔주질 않았다. 그걸 보니 갑자기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아까부터 자꾸만 숨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너 아까 내 잔에 물 따랐잖아. 그래 놓고 술 따랐다고 하고.”
“네?”
“햄버거 가게에서 바나나우유 시켰다고 그러고.”
“제가 착각…….”
“강수민 일도 나한테 말 안 했지?”
“…….”
뭐라고 변명을 하려던 정우진이 입을 다무는 게 보였다. 나는 그런 정우진을 한참 동안 보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한테 거짓말하지 마.”
“…….”
“그리고 다 말하고……. 비밀 같은 것도 만들지 말라고. 특히 강수민처럼……. 그런 거……. 자꾸 말도 없이 그러지 말고.”
참담한 심정으로 눈을 감았다가 뜨자 정우진이 어느새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놀라서 나도 모르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는데, 정우진이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다시는 거짓말 안 할게요.”
“…….”
“그리고 절대 비밀도 안 만들게요. 뭐든 다 말할게요. 맹세할 수 있어요.”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정우진을 일으켜 세웠다.
“화낸 거 아니야.”
“알아요. 그냥 제가 말씀드리는 거예요. 앞으로 제가 거짓말하면 절 묶어 놓고 때리셔도 돼요. 혹시 비밀이라도 만들면 절 가둬 놓고 평생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도 절대 원망 안 할게요.”
“아니, 그 정도까지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하는 정우진의 눈이 촉촉한 걸 발견했다. 나는 얼른 손을 뻗어 정우진의 머리통을 끌어안고 등을 두드렸다.
“화낸 거 아니라니까?”
“저 진짜…….”
“알았어, 알았어. 너 마음대로 해.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
우는 정우진을 어르고 달래며 중얼거리는데, 점점 몸에서 힘이 빠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분명 내가 정우진을 안고 있었는데,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정우진에게 매달린 꼴이 됐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그러는 걸까? 혹시 내가 취했나? 아직 그 정도로 술을 마시지는 않은 거 같은데?
한 번 몸을 기대니 너무 편안해서 그냥 이대로 잠들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르륵 눈이 감겨서 순식간에 정신을 잃으려는데, 문득 차가운 바람이 뺨에 닿았다.
“…….”
“선배님……. 이제 제가 걸으면 안 될까요?”
“…….”
갑자기 눈앞에 보이는 낯선 풍경에 당황해서 걸음을 멈췄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집 안에 있었는데 언제 나온 건지, 정우진과 나는 밖이었다. 아파트 단지 안 같은데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더 놀라운 사실은 정우진이 내게 업혀 있다는 사실이었다.
“저 그냥 제가 걷고 싶어요…….”
“…….”
거의 울 것처럼 울먹거리는 목소리에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굽히고 있던 허리를 폈다. 그러자 정우진이 자연스럽게 내 등에서 떨어졌다. 고개를 돌리자 정우진이 편의점 비닐봉지 두 개를 든 채 훌쩍거리고 있었다.
너 도대체 거기서 뭐 하냐고 물으려는데, 순간 눈앞이 핑 돌았다. 내가 휘청거리면서 뒷걸음질 치자 정우진이 내 팔뚝을 얼른 잡았다.
“괜찮으세요?”
“너……. 그거 뭐야?”
비닐봉지를 가리키며 묻자 정우진이 내게 안을 보여 줬다. 그 안에는 열 개도 넘어 보이는 바나나우유가 잔뜩 들어 있었다.
“너 그거 다 먹어.”
“네, 제가 다 먹을게요. 아무도 안 주고 혼자서 다 먹을게요.”
“그리고 내가 업어 주는 거 싫어?”
“아니요, 너무 좋아요. 근데 선배님이 힘드시잖아요. 날씨도 추운데 자꾸 슬리퍼 신고 나온다 그러고…….”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일그러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자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는 내 발이 보였다. 정우진이 줬던 잠옷에 겉옷만 걸치고 있는 나와 달리, 정우진은 제대로 옷도 입고 있었고, 운동화도 신고 있었다.
그걸 보니 나오기 전에 어렴풋이 내가 억지로 정우진의 옷을 갈아입힌 게 떠올랐다.
“나는 괜찮아.”
“뭐가 괜찮아요?”
“나는 슬리퍼 신어도 괜찮은데, 너는 안 돼. 왜냐면 너는 자꾸 넘어지고……. 그리고 감기 걸리고…….”
횡설수설 말하고 있는데 정우진이 순간 발끈했다.
“선배님도 감기 걸려요.”
“나는 안 걸려.”
“왜요?”
“나는 다 컸어. 그리고 어른이고…….”
내 말에 정우진이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저도 다 큰 어른이에요.”
“너는 아직 아니지.”
“저희 두 살 차이밖에 안 나거든요?”
“빨리 집에 가자.”
내가 한쪽 무릎을 꿇고 업히라는 듯 등을 보이자 정우진이 뒤에서 앓는 소리를 내는 게 들렸다. 일어나라는 둥 싫다는 둥 계속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진 정우진이 내 등에 매달렸다.
“똑바로 업혀. 다리 들고.”
“저는 이게 편해요.”
완전히 업힌 게 아니라 정우진이 내 등에 매달려서 종종걸음으로 따라오는 모양이었지만, 이게 편하다니 그럼 어쩔 수가 없었다.
“우진아.”
“네?”
“나 화난 거 아니야.”
“알고 있어요.”
“그리고 우유 먹고 싶으면 또 말해. 하루에 두 개 먹고 싶어도 말하고. 알았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해.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말고.”
꼭 그러겠다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기다려도 아무런 말이 들려오질 않았다. 조급해져서 다시 두서없이 말했다.
“나 진짜 화난 거 아니야. 혹시 소리 질러도 화나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목소리만 커진 거라고 생각해야 돼. 만약 내가 화난 거 같으면 꼭 나한테 물어봐. 혹시 화났냐고……. 그럼 내가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잖아. 알았지?”
초조한 심정으로 기다렸지만 정우진은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 내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들은 걸까? 나는 계속 했던 말을 반복하면서 정우진의 대답을 기다렸다.
알았다고, 그러겠다고 한마디만 해 주면 안심이 될 것 같은데…….
언제쯤 대답해 주는 걸까?
“…….”
코끝이 찡해지는 걸 느끼며 눈을 뜨자 천장이 보였다.
“…….”
나는 멍한 표정으로 눈을 몇 번 깜빡거리다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도로 눈을 감았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고 눈앞이 빙빙 돌았다.
“으…….”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이려는데 왠지 너무 불편했다. 도대체 여긴 어디고, 나는 왜 이렇게…….
천천히 감고 있던 눈을 뜨며 고개를 돌리는데 정우진이 보였다.
“……?”
정우진이 내 옆에서 수척해진 얼굴로 자고 있었다. 잘못 본 줄 알고 몇 번이나 눈을 감았다가 떠 봤지만 환영 같은 게 아니었다. 퍼뜩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다가 나는 이곳이 정우진의 집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게 뭔…….”
다 큰 사내새끼들 둘이서 거실 소파에 잔뜩 구겨진 채 누워 잠이 들기라도 한 모양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