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7화 (152/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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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을 한껏 하고 있는데, 정우진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초점이 잘 잡히지 않아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쳐다보자 정우진이 뭐라고 하려다가 숨을 삼킨 다음에 한 박자 늦게 입을 열었다.

“평소에 술 자주 드세요?”

“아니? 자주는 아니고 그냥 가끔 마셔.”

“누구랑 마셔요?”

“그냥 애들이랑 마시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까 전역하고 다른 사람이랑 술을 마신 적이 없었다. 애초에 나는 속마음을 터놓고 지낼 만한 사람도 별로 없고, 군대 가기 전부터 상황이 상황이라 누굴 만나기도 좀 그랬고…….

“다른 사람이랑 술 마실 때도 이래요?”

심각한 표정으로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정우진이 뜻 모를 소리를 했다. 이런다는 게 뭔 소리지? 내가 뭘 어쩌고 있는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정우진을 보다가 나는 고개를 숙여 내 모습을 살폈다. 옷도 제대로 입고 있고, 말도 잘 하고 있고, 뭘 흘리거나 묻히지도 않았고, 토한 것도 아니고, 안주도 제대로 젓가락으로 먹고 있는데.

저번에 애들이랑 같이 술 마실 때도 비슷한 소리를 들었던 게 떠오르는 걸 보면 내가 취하면 진상이기는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아직 취한 것도 아니고, 술도 별로 안 마셨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는 듯 정우진을 달랬다.

“난 취하면 취했다고 해. 아직까지는 진짜 괜찮아.”

“…….”

“취할 거 같으면 말을 할게. 됐지?”

“…….”

최대한 차분하고 조용히 말했지만, 정우진은 여전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걸 보니 웃음이 나왔다.

“아니, 진짜라고. 아직은 정말 괜찮다니까? 별로 마시지도 않았잖아. 왜? 내가 너희 집에서 막 진상이라도 부릴까 봐 겁나?”

“네.”

“겁난다고?”

“네.”

“…….”

이건 또 예상치 못한 대답이라 말문이 막혔다. 정말 그거 때문에 저러는 건가? 나는 살짝 몸을 앞으로 내밀고 가만히 정우진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까 조금 긴장을 한 것 같기도 하고……. 표정이 평소보다 좀 굳어 있는 건 확실했다.

“하…….”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세를 똑바로 했다.

설마 내가 좀 전에 정우진에게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러는 걸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술을 마시자마자 다짜고짜 너무 뭐라고 한 것 같기도 했다. 정우진은 술도 별로 안 마셔 봤을 텐데…….

나야 재미있지만 정우진 입장에서는 어쩌면 직장 상사와 함께하는 술자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우리가 그런 관계는 아니지만, 그거랑 비슷하게 나를 꼰대처럼 생각하는 건 아닐까?

정우진의 눈에 내가 그렇게 보일 것 같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평소에는 혼자서도 조잘조잘 잘 떠들었는데, 언제부턴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이상했다. 설마 지금 혼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미친…….

“아니……. 사실 너는 별로 문제가 없어.”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짜고짜 말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한 번 숨을 삼키자, 정우진이 한쪽 손으로 입을 가렸다. 팔꿈치로 식탁을 받친 자세로 고개까지 옆으로 돌린 걸 보면 나랑 대화하고 싶어 하질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심장이 철렁거렸다. 내 잔소리가 그렇게 심했던 건가? 어딘지 모르게 침통해 보이기까지 한 정우진의 모습에 나는 좀 초조해져서 물었다.

“너 근데 밥은 먹었어?”

내 물음에 나와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있던 정우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배고프세요?”

“아니, 너 먹었냐고.”

“저는 괜찮아요.”

“먹었어, 안 먹었어?”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물어본 건데, 자꾸 딴 대답을 하고 있었다.

“안 먹었어요.”

“내가 뭐 시켜 줄까? 아니면 나가서 먹을래?”

“갑자기요? 다른 거 드시고 싶으세요?”

“아니……. 아니, 나한테 좀 물어보지 말고!”

답답해서 언성을 높이자 정우진이 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냥 답답했을 뿐이지, 화를 낸 건 아닌데 오해를 할까 싶어 나는 다시 차분하게 말했다.

“토스트 사 줄까? 너 저번에 그거 잘 먹었잖아. 기억나지? 우리 영화 보고 나왔을 때, 새벽에 차 안에서 먹었던 거.”

“네? 아, 네…….”

“내가 사 줄게. 먹으러 가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짜고짜 정우진의 팔뚝을 잡았다. 그리고 일으켜 세우려고 하는데, 아무리 힘을 줘도 꿈쩍도 하질 않았다.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자 정우진이 궁지에 몰린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눈꼬리를 늘어뜨렸다.

“아니……. 지금, 지금이요?”

“왜? 먹기 싫어? 그럼 다른 거 먹어도 되고.”

“아니……. 그, 그럼 그냥 시켜 먹으면 안 돼요?”

“아, 배달? 배달되지. 있어 봐, 내가 한 번 찾아볼게.”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핸드폰으로 배달 어플을 켰다. 주소를 수정하고 제일 맛있어 보이는 토스트 집을 찾아 정우진에게 물었다.

“너 무슨 맛 먹을래? 내가 사 줄 테니까 먹고 싶은 거 다 골라.”

“저는 그냥 선배님이랑 똑같은 걸로…….”

“너는 도대체 왜 이렇게 줏대가 없냐?”

“…….”

내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하자 정우진이 착잡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좋게 말을 하려고 해도 이런 부분이 너무 싫었다. 그냥 자기가 먹고 싶은 것 좀 먹으면 될 텐데, 내가 먹겠다고 하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아무 말 없이 먹고…….

한숨을 푹푹 쉬고 있던 그때, 정우진이 갑자기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에 당황해 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정우진의 옆으로 다가갔다.

“너 설마 울어?”

“아니요, 안 울어요.”

“아니, 줏대가 없냐고 한 거는 내가 화를 낸 게 아니라. 네가 먹고 싶은 게 있는데, 너는 맨날 그런 거는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자꾸만…….”

“선배님.”

“어?”

횡설수설하고 있는 내 말을 끊고 정우진이 나를 불렀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손가락 사이로 원망하는 듯한 눈빛이 보였다. 정우진은 잠깐 나를 보다가 맞은편 자리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가서 앉으세요.”

“…….”

권유도 아니고 명령 같은 말에 나는 당황해서 일단 정우진이 시키는 대로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저한테 오지 마시고, 그냥 계속 거기에서 말씀하세요.”

“알았어. 근데 화낸 거 아니야.”

“알아요. 화난 거 아닌 거.”

“그리고 줏대 없다고 한 건……. 사실 좀 진심이야.”

이 상황에서 솔직하게 말하는 게 맞는 걸까? 적당히 거짓말을 쳐서 정우진을 달래야 했던 걸 수도 있겠지만, 이건 꼭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말에 동의하지 않는 건지 정우진이 순간 발끈했다.

“있어요.”

“…….”

“줏대 있다고요…….”

“…….”

눈가도 촉촉한 것 같고 얼굴도 불그스름한 게 많이 억울해 보였지만, 별로 와닿지는 않았다. 나는 식은 눈으로 정우진을 보다가 물었다.

“그럼 토스트 뭐 먹을래?”

“스페셜이요.”

“치즈랑 햄 추가해 줄까?”

“싫어요.”

“왜? 그거 추가하면 맛있는데.”

“싫다고요.”

줏대 좀 없다고 했다고 엄청 까칠하게 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정우진이 저렇게 구는 게 오히려 좋아서 계속 도발하듯 말했다.

“마실 것도 먹어.”

“그건 됐어요.”

“왜? 마시라고. 또 내가 안 마신다고 할까 봐 따라 그러는 거지?”

“아니에요. 진짜 먹기 싫어요.”

“왜? 우유 먹어. 너 우유 좋아하잖아. 여기에 보면 초바 셰이크 있어. 초바가 뭔지 아냐? 초코바나나야. 초코랑 바나나 섞은 거. 몰랐지?”

내가 실실 웃으면서 묻자 정우진이 또 입을 다물었다. 축축하고 붉어진 눈가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게 너무 웃겼다.

“셰이크랑 우유가 같아요?”

“비슷하잖아. 우유 얼려서 갈면 그게 셰이크지.”

“우유랑 우유 얼린 게 같아요?”

“너는 애가 왜 그렇게 까탈스럽냐? 얼려 먹든 녹여 먹든 어차피 똑같은 건데. 그럼 대신 미역국도 먹어. 너 저번에 전복미역국 잘 먹었잖아. 아니면 햄버거 시켜 줄까? 내가 햄버거 줬던 거 생각나지? 너 어렸을 때 그거 엄청 잘 먹었는데.”

토스트도 시키고, 아이스크림에 미역국, 햄버거까지 잔뜩 시켰지만 우유가 없는 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 편의점에 얼른 다녀올까 고민하고 있는데, 별안간 뭉클해지기 시작했다.

“…….”

지금도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었지만, 어렸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나는 갑부나 다름없었다. 이제는 언제든 좋아하는 걸 사 줄 수도 있고……. 어렸을 땐 그런 것도 못 해 줬는데, 나는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걔는 바나나우유 하나만 줘도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이 웃던 애였는데…….

“선배님?”

내가 갑자기 침울해지자 정우진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나를 불렀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신이 났는데, 지금은 지옥 밑바닥까지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술을 한 잔 마신 뒤 젓가락으로 계란말이를 쿡쿡 찔렀다.

“배달 안 된대요?”

“…….”

심란해 죽겠는데 배달 소리나 하고 있는 정우진을 노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정색을 하자 정우진이 멋쩍은 표정으로 젓가락을 들더니, 자기도 계란말이를 쿡쿡 찔렀다.

또 따라 하는 걸 보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내 옆자리를 팡팡 때렸다.

“여기로 와서 앉아 봐.”

진지하게 말했지만 정우진이 단칼에 거절했다.

“싫어요.”

“…….”

“그냥 거기서 말씀하세요.”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말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이쯤 되니 조금 의아하기도 했다. 내가 뭐 벌거벗고 춤을 추라고 했어, 식탁 위에 올라가서 물구나무를 서라고 했어? 그냥 옆에 좀 앉아 보라고 한 건데, 그걸 저렇게까지 빠르고 날카롭게 거절할 일인가?

나는 가만히 정우진을 보다가 혹시 다리가 불편한가 싶어 식탁 밑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정우진의…….

“……?”

마치 아주 잠깐 빛이 깜빡인 것처럼 찰나의 순간, 정우진의 다리가 보였다가 다시 고개가 들렸다. 자의가 아니라 정우진이 내 머리채를 붙잡고 말 그대로 위로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아니, 이 새끼가 지금 내 머리끄덩이를…….

“아, 아니…… 당황해서……. 뭐 떨어뜨리셨어요?”

“손 안 놔?”

“밑에 보지 마세요.”

“손부터 놔.”

“보지 말라고요.”

손을 놓으라고 해도 놓질 않아서 나는 그대로 머리끄덩이가 잡힌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옆으로 비튼 채 정우진에게 다가갔다. 끝까지 놓지 않다가 내가 곁으로 바짝 접근하자 결국 정우진이 손을 놓고 내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야, 너 죽을래? 머리끄덩이를 잡아?”

“…….”

“여기 안 봐?”

내가 쓰읍, 하고 개를 혼내듯 말하자 정우진이 울상을 지으며 그제야 나를 쳐다봤다. 눈물이 맺힌 건 아니었지만 표정이 너무 억울해서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걸 보니 갑자기 또 마음이 약해졌다.

사실 별로 아프지는 않았는데…….

“선배님도 제 머리 잡으세요.”

정우진이 내 앞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눈앞에 보이는 정수리를 가만히 보다가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손가락 사이로 부들부들한 머리카락이 닿자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손끝에 닿는 두피를 살살 문지르면서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있는데, 정우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피가 나는 것처럼 붉어진 귀가 보여 건드리려고 했는데, 정우진이 피하듯 고개를 흔들면서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엄하게 말했다.

“자리로 돌아가세요.”

“넵, 조교님.”

아랫배에 손을 대고 90도로 꾸벅 인사하자 정우진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내 자리에 앉자마자 술을 한 잔 마시려고 했는데, 술병에 술이 없었다. 나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정우진을 보며 말했다.

“술, 냉장고에 있냐?”

“그만 마시고 집에 가세요.”

“어휴, 저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정말 요만큼도 없어서 냉장고를 열고 소주 한 병을 더 꺼냈다. 차가운 술을 잔에 따라 마시려고 하는데,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정우진이 이번에는 정말 눈물까지 고인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야, 넌 버르장머리가 없진 않아.”

“…….”

“그리고 넌 나쁜 우진이었던 적도 없어.”

그렇게 말하고 마시려던 술잔을 내려놨다. 팔짱을 낀 자세로 탁자에 상체를 기댄 채 나는 정우진에게 계속 말했다.

“너는 말도 잘 못 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안 씻었을 때도 매일 예쁘고 엄청 귀여웠어. 내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들어 줬는데, 그냥 스치듯 한 말도 다 기억하고 있었잖아. 맛없는 걸 가져다줘도 항상 맛있게 먹고, 늘 고맙다고 해 주고, 멀리서 눈이 마주치면 불러 주고…….”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정우진은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대답은 잘 하지 않아도 나는 정우진이 내 말에 집중하고 있다는 걸 늘 알 수 있었다. 조용해서 돌아보면 날 쳐다보고 있었고, 뭔가를 쓰고 있어서 확인해 보면 내 이름을 계속 반복해서 적고 있던 때도 있었다.

물론 그게 ‘강서주’가 아니라 ‘오빠’이긴 했지만…….

세 글자랑 두 글자 중에 두 글자가 더 쉬워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내 이름인 줄 알고 있었다니……. 저번에 정우진이 했던 말이 떠올라서 피식피식 웃다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너는 정말 엄청 착하고 좋은 애였어. 분명히 네가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먼저 만났으면 그 사람도 널 좋아했을 거야.”

“…….”

“나는 어릴 때, 세상에 부모가 없는 애들은 우리밖에 없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도, 너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도 우리밖에 없는 줄 알았어.”

부모를 잃고 홀로 세상과 동떨어져 있던 내게 새로운 유대감이 생긴 것이었다.

“네가 강수민을 쫓아다니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때…….”

술을 마셔서 그런 걸까? 나는 그동안 설명하기 힘들었던 말들을 별 어려움 없이 술술 뱉어 내고 있었다.

“그게 화가 났었어. 그 새끼들이 자꾸 너를 함부로 대하고, 욕하고, 때렸잖아. 내가 분명히 거기에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네가……. 아니, 나는 너한테 화가 났던 게 아니라, 그게 화가 나서……. 너는 잘못한 게 없어. 진짜 하나도 없는데, 그냥 내가 감정을 주체하질 못해서…….”

다시 떠올리니 화가 치밀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횡설수설 말하다가 나는 나조차도 계속 속고 있던 내 마음과 어느 순간부터 마주했다. 계속 속이고,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외면했던 현실이었다.

“내가…….”

“…….”

“내가 거기에서 기다리라고 했잖아. 나오지 말고…….”

다른 애들이 정우진을 함부로 대해서 화가 난 게 맞았다. 내가 들키고 싶지 않았던 치부를, 가장 들키고 싶지 않았던 상대에게 들켜 버려서, 그 수치심이 분노로 표현된 것도 맞았다.

하지만 가장 충격이었던 건, 어쩌면 정우진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던 장면 그 자체였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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