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3화 (108/190)

103화

휴게소에 들러 호두과자를 잔뜩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현관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기도 전에 문이 활짝 열리면서 이진혁이 보였다.

“깜짝이야.”

“형, 잘 갔다 왔어?”

“잘 갔다 왔지.”

집 안으로 들어가자 유노을과 김강이 우르르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애들에게 호두과자를 쥐여 주며 말했다.

“한 사람당 세 봉지씩.”

“나한테는 형밖에 없어…….”

“아킬레스건 끊어진 거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거 같아…….”

유노을과 김강이 감동을 받은 얼굴로 한마디씩 하며, 그 자리에 서서 호두과자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별일 없었어?”

“없었어. 아, 강이 먹방한 거 알아?”

“먹방?”

갑자기 웬 먹방?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유노을이 입 안에 호두과자를 잔뜩 넣고 말했다.

“형 촬영 간 날에 우리 맛나 분식에서 떡볶이 먹고 있었거든? 근데 어떤 분이 우릴 알아보셔서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 주고 그랬는데, 우리 먹던 테이블도 같이 찍힌 거야.”

입 안의 것을 삼키느라 잠시 입을 다물자 바통을 넘겨받듯 이진혁이 말을 이었다.

“그분이 인터넷에 사진을 올렸는데 테이블에 저거 다 뭐냐고, 막 회전 분식 아니냐고 그러고.”

“회전 분식 진짜 웃기지 않아? 회전 초밥 집 가면 접시 쌓아 가면서 먹잖아. 우리가 접시 쌓아 놓고 먹는다고 회전 분식이래.”

김강이 호두과자를 먹느라 입을 다문 채 콧바람을 뿜어내며 웃느라 몸을 들썩거리면서 흐느꼈다. 나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짐을 풀지도 않은 채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며 물었다.

“그래서 먹방을 찍었다고?”

“어, 진짜 그만큼 먹는지 궁금하다고 그래서 라방하면서 먹방 찍었어.”

“뭐 먹었는데?”

“유부초밥이랑 계란말이랑 소시지랑 김치.”

먹방한 걸 찾아보려고 하는데, 유노을이 내 핸드폰을 빼앗아 가더니 뭔가를 찾아 다시 건네줬다.

“일단 이거부터 봐봐.”

핸드폰을 받아 화면을 보니 팬과 함께 찍은 사진이 보였다. 벽에 붙어 있는 손 글씨로 쓴 메뉴판을 보니 맛나 분식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흔한 아이돌의 심상치 않은 먹성

(맛나 분식에서 팬과 함께 찍은 사진)

분식집이라는데 뒤에 테이블 접시 쌓인 거

(수제버거 3개와 감자튀김을 먹고 있는 유노을의 사진)

액상과당은 몸에 안좋고 살찐다고 콜라는 안 먹는다고 함

(냉면 그릇에 산처럼 쌓인 김치볶음밥, 커다란 궁중 팬으로 김치볶음밥을 볶고 있는 이진혁의 사진)

저만큼 있는데 또 하고 있음;;

(간장계란밥을 먹고 있는 김강 사진)

간식이라는데 계란 15개랑 탄수화물은 많이 안먹는다고 햇반 4개 깠대..

(초밥 먹고 있는 강서주 사진)

계란 초밥이랑 연어 초밥 20개씩 먹었다는데 이쯤 되니까 소식하는 것처럼 보임..

댓글

>와 진짜 많이 먹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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