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휴게소에 들러 호두과자를 잔뜩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현관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기도 전에 문이 활짝 열리면서 이진혁이 보였다.
“깜짝이야.”
“형, 잘 갔다 왔어?”
“잘 갔다 왔지.”
집 안으로 들어가자 유노을과 김강이 우르르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애들에게 호두과자를 쥐여 주며 말했다.
“한 사람당 세 봉지씩.”
“나한테는 형밖에 없어…….”
“아킬레스건 끊어진 거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거 같아…….”
유노을과 김강이 감동을 받은 얼굴로 한마디씩 하며, 그 자리에 서서 호두과자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별일 없었어?”
“없었어. 아, 강이 먹방한 거 알아?”
“먹방?”
갑자기 웬 먹방?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유노을이 입 안에 호두과자를 잔뜩 넣고 말했다.
“형 촬영 간 날에 우리 맛나 분식에서 떡볶이 먹고 있었거든? 근데 어떤 분이 우릴 알아보셔서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 주고 그랬는데, 우리 먹던 테이블도 같이 찍힌 거야.”
입 안의 것을 삼키느라 잠시 입을 다물자 바통을 넘겨받듯 이진혁이 말을 이었다.
“그분이 인터넷에 사진을 올렸는데 테이블에 저거 다 뭐냐고, 막 회전 분식 아니냐고 그러고.”
“회전 분식 진짜 웃기지 않아? 회전 초밥 집 가면 접시 쌓아 가면서 먹잖아. 우리가 접시 쌓아 놓고 먹는다고 회전 분식이래.”
김강이 호두과자를 먹느라 입을 다문 채 콧바람을 뿜어내며 웃느라 몸을 들썩거리면서 흐느꼈다. 나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짐을 풀지도 않은 채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며 물었다.
“그래서 먹방을 찍었다고?”
“어, 진짜 그만큼 먹는지 궁금하다고 그래서 라방하면서 먹방 찍었어.”
“뭐 먹었는데?”
“유부초밥이랑 계란말이랑 소시지랑 김치.”
먹방한 걸 찾아보려고 하는데, 유노을이 내 핸드폰을 빼앗아 가더니 뭔가를 찾아 다시 건네줬다.
“일단 이거부터 봐봐.”
핸드폰을 받아 화면을 보니 팬과 함께 찍은 사진이 보였다. 벽에 붙어 있는 손 글씨로 쓴 메뉴판을 보니 맛나 분식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흔한 아이돌의 심상치 않은 먹성 |
(맛나 분식에서 팬과 함께 찍은 사진) 분식집이라는데 뒤에 테이블 접시 쌓인 거 (수제버거 3개와 감자튀김을 먹고 있는 유노을의 사진) 액상과당은 몸에 안좋고 살찐다고 콜라는 안 먹는다고 함 (냉면 그릇에 산처럼 쌓인 김치볶음밥, 커다란 궁중 팬으로 김치볶음밥을 볶고 있는 이진혁의 사진) 저만큼 있는데 또 하고 있음;; (간장계란밥을 먹고 있는 김강 사진) 간식이라는데 계란 15개랑 탄수화물은 많이 안먹는다고 햇반 4개 깠대.. (초밥 먹고 있는 강서주 사진) 계란 초밥이랑 연어 초밥 20개씩 먹었다는데 이쯤 되니까 소식하는 것처럼 보임.. |
댓글 |
>와 진짜 많이 먹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