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여름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볕이 꽤 무덥게 느껴졌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던 설은 잠시 자리에 멈추어 섰다. 꾹 눌러쓴 모자의 끝을 살짝 들어 올리고, 고개를 들어 햇살을 마주했다. 나뭇잎 때문에 볕이 세지 않아 하늘을 바로 볼 수 있었다. 이제 봄의 끝자락에 다다른 나뭇가지에 초록 잎이 무성해져 파란 하늘을 드문드문 가리고 있었다.
설이 이곳에 살게 된 지도 어느덧 반년이 되어 가고 있었다. 설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연우는 곧장 거처를 옮겼다. 전혀 연고가 없는 낯선 곳이라 이유가 뭔지 궁금했었는데, 알고 보니 외진 곳에 위치한 산부인과 근처였다. 양성구유자의 출산 경험이 있는 의사를 찾아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처음 진료를 받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았던 날. 설은 테스트기가 잘못되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의사는 그에게 배 속에 새 생명이 자라고 있으며, 이제 막 5주 차에 접어들었다고 얘기해 주었다. 설은 믿을 수가 없었다. 아이를 가지려면 반드시 생리라는 걸 해야 하고, 저는 한 번도 그런 걸 해 본 적이 없었으므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걸 전해 들은 의사는 나름의 견해를 덧붙여 주었다. 아무래도 호르몬의 영향으로 그동안 잠들어 있던 난소가 활동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고. 첫 배란이 시작되던 시기와 맞물려 정자를 수정하게 되었다면 이 또한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첫 배란에 정자를 수정했기에 임신할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애초에 자궁과 난소가 몸속에 존재했으니, 언제 임신을 하든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그가 말했다. 물론, 설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겠으나 어디까지나 생물학적으로는 그랬다. 그가 비록 남자의 성기를 달고 있다 하더라도,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의 몸이 갖추어야 할 모든 걸 갖추고 있었으니.
그날 이후로 설이 저의 상황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혼란스러웠지만, 배 속에 존재하는 작은 생명체가 그에게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졌던 탓이었다. 참 이상했다. 입덧이 심해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그렇게 괴로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콩알만 한 아이가 찍힌 초음파 사진만 보면 그렇게 애틋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설이 이 집에서 배 속의 아이와 함께 지내며 두 번째 계절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 다가올 여름처럼, 그의 마음도 설렘으로 가득했다. 이제 몇 개월만 더 지내면 아이를 볼 수 있었다. 너무나도 소중하고, 소중한 저의 첫아이가.
“형.”
하늘을 가린 푸른 잎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어느덧 설의 곁으로 연우가 다가왔다. 두 팔을 뻗어, 그가 뒤에서 설을 끌어안았다. 옷깃 위로 드러난 목선에 얼굴을 묻고 달큼한 살냄새를 빨아들였다. 살포시 둥근 배 위로 손을 얹었다. 달덩이처럼 둥근 선을 자랑하며 볼록 튀어나온 배를 어루만지며 설의 목에 대고 속삭였다.
“너무 오래 나와 있는 거 아니에요? 안 힘들어요?”
살갗을 간지럽히는 숨결에 설이 쿡쿡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간지럽다고 살짝 밀쳐 내는데, 연우는 되레 바짝 설에게 달라붙었다. 목선을 따라 쪽쪽, 입을 맞추는 바람에 간지러움이 더욱 증폭되었다. 손가락만 살짝 닿아도 간지러워 죽을 지경인데,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는 그 짧은 순간은 더 못 견딜 것 같았다. 설이 아예 자지러지며 웃어 대기 시작했다. 어찌나 격하게 웃었는지 눈꼬리에 눈물이 다 맺힐 지경이었다.
“하지 말라니까. 그만, 그만. 열매가 싫대.”
결국, 설이 연우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그치지 않는 웃음에 깔깔대며 멀어지려니, 연우가 다시금 바짝 다가섰다. 풍성한 배가 저에게 닿아 오도록 설을 마주 보며 끌어안았다. 입으로 벙거지의 끝자락을 물어 벗겨 냈다. 보드라운 머리카락이 모자 안에서 쏟아지며 흘러내렸다. 챙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예쁜 두 눈을 마주하며 연우가 한껏 웃어 보였다. 햇살이 듬뿍 쏟아져 내라는 하늘 아래, 햇살보다 더 예쁜 연우의 미소가 설을 들뜨게 했다.
“으응……. 여긴 밖인데…….”
쪽, 쪽. 볼에, 입술에 새가 부리로 쪼아 대듯 뽀뽀하는 연우에 설의 목소리가 느릿하게 변했다. 살짝 뜨거워지는 체온에 연우는 금세 설의 변화를 눈치챌 수 있었다. 윗도리 안으로 손을 넣어 천천히 가슴에 손을 옮겼다. 이제는 꽤 부풀어 오른 가슴을 쥐고 살며시 주물렀다. 손안에 가득 차는 젖가슴이 폭신하게 뭉개졌다. 젖이 볼록하게 나온 아랫부분을 부드럽게 쓸며 위로 모아 꽉 쥐었다. 커다래진 가슴만큼이나 크게 부푼 젖꼭지를 엄지로 꾹 짓눌러 살살 돌려주었다.
“안 돼…. 그렇게 하면….”
말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설의 몸은 점점 녹아들고 있었다. 담장에 가려 있긴 했지만, 엄연히 지붕이 없는 곳이었다.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가 창밖으로 볼 수도 있는 노릇이었기에 설은 조금 조바심이 났다.
“형. 가슴 진짜 커진 거 알아요? 이러다 곧 젖도 나오겠어요.”
그런 설의 마음은 알 바 아니라는 듯, 연우가 속삭였다. 설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비단 높아지는 체온뿐만이 아니라 수치심이 들었던 터였다.
“싫어…. 그런 말…….”
“형 아래는 아닌 것 같은데요?”
연우의 또 다른 손이 얇은 트레이닝 복 위로 빨딱 선 설의 자지를 문질렀다. 밖에서, 그것도 벌건 대낮에 젖가슴과 자지가 동시에 만져지고 있다는 생각에 설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것과는 별개로 은근히 흥분이 차오르고 있었다. 수치스러운 상황이 만들어 내는 묘한 성감이 그의 가랑이를 빠르게 적셔 가고 있었다.
“으응, 그만……. 그마안…….”
“그런 목소리로 그만하라고 하면. 내가 그만둘 수 있겠어요?”
“그렇지만……. 흣!”
이제껏 옷 위로 자지를 만져 대던 손이 바지 속으로 들어왔다. 발기한 자지를 스륵, 훑는 손길에 설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매번 만져 대는 손길에도 왜 이렇게 적응할 수 없는 것인지. 단지 연우의 손길이 살짝 스쳤을 뿐인데도, 설은 참을 수 없이 성감이 폭발했다. 연우가 아예 자지를 쥐고 흔들어 대기 시작했을 땐, 도무지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설은 그만 고개를 홱, 돌려 연우의 입술을 찾았다.
“응……. 으응…….”
고양이가 갸르릉대듯, 연우와 키스를 나누면서도 설은 낮은 신음을 흘렸다. 목울대를 긁으며 새어 나오는 그 소리가 연우의 기분을 한껏 끌어 올렸다.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예쁜데, 항상 저의 손길에 흥분하고 신음하는 설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하아. 하……. 하아…….”
제가 먼저 입술을 들이댔으면서, 막상 키스가 끝나니 설은 눈조차도 바로 마주치지 못하고 부끄러워했다. 키스라면 수만 번도 더 한 것 같은데, 아직도 왜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것인지……. 연우는 대체, 설이 왜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사랑스러운지 알 수가 없었다.
“여긴 싫어……. 들어가서… 들어가서 해…….”
결국, 연우가 옷 안에 숨겨 놓은 제 두 손을 꺼냈다. 알겠어요, 들어가서 해요. 속삭인 그가 한껏 달아오른 붉은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조금 전까지 설의 젖을 주무르던 손으로 이제 설의 손을 감싸 잡았다. 제 손안에 폭 들어오는 얇은 손 위로 한 번 더 입을 맞추고 나서야 그가 걸음을 옮겼다.
“형.”
연우와 손을 맞잡은 채로 발걸음을 옮기던 설은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연우가 다시금 귓가에 얼굴을 묻어 왔다. 낮지만, 다정함이 넘치는 목소리가 귀를 적셨다.
“사랑해요.”
두근두근. 햇빛보다 더 따듯한 목소리에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시작되었다. 잔뜩 붉어진 얼굴을 설이 푹, 숙였다.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는 귓바퀴가 뜨거워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옮기며 잔디밭 위를 걸어 나갔다.
두 사람은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곧장 안방으로 향했다. 햇살처럼 새하얀 이불 속으로 설이 먼저 파고들었다. 부드럽게 쏟아져 내리는 이불에서 빨래 향이 폴폴 풍겼다. 기분 좋은 냄새를 들이마시며 부드러운 천 위로 엎드려 있으려니, 그새 상의를 탈의한 연우가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왔다.
느릿하게 기어서 설에게 다가온 연우가 바지를 벗겨 나가기 시작했다. 꿈틀꿈틀, 코끼리를 집어삼켰다는 보아 뱀처럼 한참 동안 실랑이하던 두 사람을 품고 있던 이불이 설의 바지와 속옷을 밖으로 툭, 뱉어 냈다.
깔깔대며 몸을 틀어 대는 설의 다리를 붙잡고 연우가 이불을 살짝 들어 올렸다. 얇은 천을 통과한 햇빛에 새하얀 설의 두 다리가 보였다. 간지럽다고 앙탈 부려 대는 발목을 잡아, 연우는 쪽쪽 입을 맞췄다. 한 손으로는 여전히 이불을 받친 채, 다른 손으로는 설의 발목을 잡고 가는 종아리를 따라 입술을 놀렸다.
털 하나 없이 매끈하게 빠진 다리를 따라 점점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니 살이 토실하게 오른 허벅지가 나왔다. 그곳에서 연우는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그대로 볼록 솟은 엉덩이 사이, 깊은 곳으로 얼굴을 묻었다. 두 손으로 폭신한 볼기짝을 잡아 벌리니, 들추고 있던 이불이 사르르 그의 머리를 덮으며 내려앉았다.
외부와 차단된, 오롯이 둘만이 있는 공간에서 연우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촉촉하게 젖은 설의 보지 냄새가 물씬 풍겨 왔다. 시트러스한 열대 과일을 연상시키는 향기로운 냄새에 연우는 황홀한 듯 연신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길 반복했다.
와 닿는 숨결이 간지러워 설은 살짝 몸을 틀었다. 그러자 연우는 잡은 살을 더 벌려 보지 속살이 잔뜩 드러나게 했다. 얇은 꽃잎을 겹겹이 쌓아 놓은 것처럼 촘촘하게 들어찬 속살을 혀끝으로 헤치며 맛을 음미했다.
갓 따낸 과실을 한 입 베어 물면 팍, 터져 나오는 과즙처럼 설의 보지가 시큼한 물을 계속해서 흘려 대고 있었다. 한 방울이라도 떨어뜨리기 아까워 연우는 혀를 길게 빼고 크게, 크게 핥아 올렸다. 부드러운 혀의 돌기에 보짓살이 건드려질 때마다 설은 기분이 좋은지 흐응, 흐응, 낮은 신음을 흘렸다.
제 침과 애액으로 물든 보지를 한참 빨아 대다 연우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보드라운 이불을 살짝 들춰, 침대 위로 얼굴을 파묻은 채 반쯤 눈을 내리깐 설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형. 여기 핥아 주는 거 좋아요?”
“응. 좋아……. 보지 핥아 주는 거……. 좋아…….”
“나도 좋아요. 형 보지에서 야한 맛이 나서 좋아요.”
마지막으로 풍성한 엉덩이 살을 한 입 깨문 그가 완전히 몸을 일으켰다. 이불을 헤치며 밖으로 나온 그가 침대 옆으로 섰다. 황홀한 애무에 취해 신음만 흘리고 있던 설은 연우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벌거벗은 하체를 이불로 가린 채 그가 침대 위에 앉았다.
연우는 그런 설을 바라보며 살짝 웃어 보였다. 그러곤 아직 제 아래에 남아 있는 청바지의 지퍼를 내리기 시작했다. 벽면 하나를 모두 차지하고 있는 통유리를 통해 햇살이 잔뜩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하얀 햇살을 옆으로 맞으며, 연우가 천천히 청바지를 끌어 내렸다.
그새 더 단단해진 몸이 빛을 옆으로 받으며 굴곡진 근육의 선을 따라 음영이 지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다 가려지지 않는 커다란 가슴과 빼곡히 들어찬 복근. 그리고 작은 천 조각에 가려진 살덩이로 이어지는 삼각 지대에 솟아난 핏줄까지. 시선을 뗄 수 없는 조각 같은 몸매에 설은 저도 모르게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설의 시선이 닿은 곳은 아직 벗겨지지 않은 브리프였다. 아직 완전히 발기하지 않았음에도 길게 늘어져 있는 브리프가 그의 상상력을 온통 자극했다. 저 작은 천 조각을 벗겨 내면 얼마나 거대한 살덩이가 튕겨 나올지 그는 알고 있었다. 항상 저를 황홀함의 끝으로 내모는 자지가 그 안에 숨겨져 있으니까.
연우가 제 속옷을 끌어 내렸다.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기다란 살덩이를 설은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아래로, 아래로 향하는 하얀 천 위로 둥글게 휘어져 뭉쳐 있는 자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음모에 파묻힌 뿌리와 기둥, 기둥보다 더 커다란 자지 머리가 마침내 모습을 나타냈다.
붉다 못해 검기까지 한 커다란 자지에 설은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매일 보는 연우의 자지였지만, 볼 때마다 놀라웠다. 그새 더 커진 것 같기도 하고……. 발기 안 한 상태가 저 정도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이 경악할 것이었다. 발기한 걸 보면 기절할지도 모를 일이고.
이보다 더 만족스러울 수 없는 자지를 보며 설이 입맛을 다시고 있는 동안, 연우는 천천히 자지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이불에 살짝 가려져 보일 듯, 말 듯한 종아리를 눈으로 희롱하며 천천히 살덩이를 굳혀 나갔다.
얇은 이불에 실루엣이 드러나는 두 다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 바로 설의 얼굴로 가져갔다. 살짝 몽롱해진 눈빛으로 저의 자지를 쳐다보는 설의 얼굴을 보자마자 자지가 바로 발기해 버렸다.
배로 불어난 자지를 잡고 그가 천천히 설에게 다가갔다. 제게 가까워져 오는 자지를 따라 설의 시선이 옮겨졌다. 기어코 볼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온 자지가 제 앞에서 껄떡거렸다. 저를 향해 빳빳하게 몸을 세운 자지를 설은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좆의 기둥을 잡고 연우가 설의 볼에 문질렀다. 자지의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끈적한 액체가 설의 볼에 펴 발렸다. 미끈한 액체를 매개로 볼에 마구 문대지는 자지를 설은 두 눈을 꼭 감은 채로 즐겼다. 연우가 살짝살짝, 움직일 때마다 자지 끝에서 비누 냄새가 살짝살짝 풍겨 왔다. 비누 냄새도 좋았지만, 자지 냄새가 더 좋은데…….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설은 살짝 눈꺼풀을 들어 올려 연우를 바라보았다. 제 얼굴에 자지를 문대며 나른해진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연우에 두근두근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설은 주저 없이 입술을 벌렸다. 연우를 올려다보며 커다란 자지를 입 안에 머금었다.
연우가 설의 볼 위로 손을 얹었다. 천천히 잡아당기며 허리를 앞을 향해 내밀었다. 기다란 자지가 휘어지며 설의 목구멍을 지나 식도로 처박히는 동안 설은 살짝 구역질을 올렸다. 자지를 뿌리까지 한꺼번에 쑥, 넣은 연우는 천천히 허리를 뒤로 빼었다. 침으로 범벅한 자지가 설의 입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며 빠져나왔다.
연우는 다시 한번 천천히 설의 입 안에 자지를 밀어 넣었다. 부드러운 혓바닥을 지나, 목젖을 건드리며 커다란 귀두가 목구멍을 넘어섰다. 두 번째 밀려 들어오는 자지에 설은 헛구역질하지 않았다. 설의 입술이 연우의 고간에 바짝 닿고, 커다란 자지가 완전히 설의 목구멍 안에 안착하게 되었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음모에 설은 숨을 살짝 들이쉬었다. 비누에 씻겨 미미했지만 자지 냄새가 몰려왔다. 목구멍 속에 연우의 것을 품고 자지 냄새를 맡으니 흥분이 밀려왔다. 목구멍이 온통 자지로 가득해 뻑뻑한 느낌이 들었다. 가득 찬 입 안에 겨우 혀를 움직이며 혓바닥으로는 기둥을 자극했다. 입술로 기둥의 뿌리를 빨며 조금씩 설이 머리통을 움직였다.
“후…….”
좆을 자극하기 위해 머리통을 앞뒤로 움직이면서도 설은 연우를 올려다보았다. 쾌감에 절어 일그러진 얼굴로 연우는 짙은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저로 인해 흥분한 연우가 너무도 좋았다. 잔뜩 인상을 쓴 얼굴도 야했고, 불끈거리는 복근의 움직임도 좋았다. 너무도 예쁜 얼굴과 그렇지 못한 몸. 짐승처럼 저에게 좆질을 해 대는 연우의 모습이 떠올라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목에 존재하는 좁은 구멍을 드나들며 연우의 좆이 씹질을 즐기는 동안, 설은 침대 시트에 보지를 비비며 자위했다. 흥건하게 젖은 물이 끝없이 쏟아져 나와 침대 시트를 질척하게 적셨다. 얇은 천이 질척하게 보짓살에 달라붙었다. 앉은 자세 때문에 음핵이 시트에 잘 닿질 않았다.
보짓구멍만을 비비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설은 한 손을 아래로 뻗어 음핵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식도에 대고 연우가 좆 머리를 비벼 대듯, 설도 손바닥으로 음핵을 짓누르고 비벼 댔다. 끈적한 애액이 손가락을 잔뜩 적시고, 부푼 좆 머리를 따라 목이 흉측하게 튀어나왔다.
연우가 살며시 그러잡은 설의 얼굴을 놓아주었다. 여전히 저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흔들어 대는 설을 보자면 조금도 빼내고 싶지 않았지만, 그보다는 설을 더 즐겁게 해 주고 싶어서였다. 그가 설의 몸에 마지막으로 걸쳐져 있던 윗옷을 벗겨 냈다. 정전기를 내며 일어나는 머리가 살포시 가라앉자, 그의 옷 안에 감춰져 있던 상체가 훤히 드러났다.
연우는 잠시 자리에 서서 설의 몸을 감상했다. 커다랗게 부푼 가슴에 한 번, 달덩이처럼 크게 차오른 배에 두 번 감동이 밀려왔다. 침대 앞에 무릎 꿇은 채로 그가 배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이 배 속에 제 새끼가 들어 있을 걸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몰려왔다. 꿈틀꿈틀하는 작은 생명체의 움직임이 맞닿은 볼에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토록 오랫동안 꿈꿔 왔던 사랑의 결실이 이 안에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열매야, 미안해. 아빠가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우리 열매 조금만 귀찮게 할게.”
아직 태어나지조차 않은, 작은 아이에게 연우는 먼저 양해를 구했다. 쪽. 배 위로 입을 맞춘 연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설을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눕히고, 가랑이 사이로 그가 자리했다. 두근두근. 자지 머리를 보지에 가져다 대는 연우에 설은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매번 하면서도 삽입 전에는 늘 이렇게 가슴이 뛰어 왔다.
연우는 조심스럽게 귀두를 설의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흐응……!”
설이 작게 신음을 흘렸다. 연우는 혹여나 설에게 무리가 갈까, 최대한 천천히 신경 써서 움직였다. 비좁은 터널은 축축하게 젖어 무리 없이 커다란 자지를 집어삼켰다. 기름을 발라 놓은 듯, 스르르 밀려 들어가는 자지에 두 사람의 얼굴에 희열감이 떠올랐다.
잔뜩 흥분해 폭신하게 부풀어 오른 보지가 커다란 자지의 외형을 따라 짓눌렸다. 워낙 크기도 컸고, 또 단단하기까지 한 자지에 설의 보지가 느끼는 압박감은 대단했다. 보지 속살을 짓눌리는 데서 오는 쾌감이 설의 성감을 빠르게 끌어 올렸다. 연우의 자지를 품은 것만으로도 기분이 너무 좋아 보짓물이 줄줄 흘렀다.
좆의 귀두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여 설의 자궁구까지 닿았다. 툭, 하고 귀두에 닿아 오는 벽에 연우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살살 허리를 돌리며 귀두로 자궁구를 문질렀다. 기분 좋은지 연한 보짓살이 달라붙어 자지의 기둥을 빨아 주었다. 미끌미끌, 야들야들한 살에 문대지는 보지의 맛을 음미하며 연우가 옅은 신음을 내뱉었다.
“열매야. 아빠 자지 느껴져?”
저를 부르는 소리를 알아채기라도 한 듯, 설의 배 속에 아기가 발길질했다. 제 목소리를 아는 듯한 열매가 사랑스러워 연우는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매번 괴롭히는 게 미안하긴 했지만, 연우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빠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열매가 알아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으니까.
“우리 열매 너무 괴롭히면 안 되니까 최대한 살살 할게. 조금만 참아, 우리 열매.”
연우가 천천히 허리를 뒤로 빼었다. 쫀쫀하게 달라붙는 질에 기둥을 비비며 허리를 돌렸다. 자궁을 콱콱 쳐 댈 수 없으니, 이렇게 해서라도 설의 보지를 맛봐야 했다. 다행히 좁디좁은 설의 보짓구멍은 빈틈없이 연우의 좆을 구석구석 빨며 만족시켜 주었다.
“응, 으응……. 응…….”
공들여서 참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설은 끈적한 신음을 흘려 대며 연우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설의 몸이 흔들릴 때마다 젖으로 가득 찬 가슴이 덩달아 물결치며 흔들렸다. 임신하기 전에는 고작해야 젖꼭지가 발기하는 정도였다면, 요즘 들어 설이 흥분할 때면 젖가슴 전체가 솟아올랐다. 젖꼭지도 커다랗게 부풀어 심지어 빠는 질감까지 좋았다. 이렇게 미친 몸을 하고 있는데, 자제해야만 하는 현실이 야속했다. 몇 달 뒤면 세상에 나올 아기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거였지만.
“아응, 응! 아응, 아……!”
천천히 허리 짓을 이어 가면서 연우가 설의 젖가슴에 손을 뻗었다. 물컹한 살을 두 손으로 꽉 쥐니, 설이 길게 신음을 뱉었다. 손안에서 뭉개지는 살의 느낌이 끝내줬다. 폭발하는 욕망을 터뜨리듯, 연우가 설의 가슴을 쥐어짰다. 설이 아팠는지 살짝 몸을 틀며 짧은 신음을 뱉어 냈다. 귓가에 꽂히는 설의 목소리에 질을 긁어 대는 자지가 한 번 더 덩치를 부풀렸다.
질을 누르는 압력이 더 세지자 설은 자지러지는 소리를 하며 고개를 꺾어 올렸다. 보지가 뚫리고, 쥐어짜지는 젖에 쾌감이 극심했는지 잔뜩 벌린 입으로 침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아응! 자지, 연우 자지!”
성감에 취해 급기야 설은 연우의 자지를 연신 찾아 댔다. 이미 제 보지를 쑤셔 주고 있음에도 너무 맛있어서 견딜 수가 없던 탓이었다. 그런 설이 야하면서도 귀여워 연우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배는 산만 하게 불러서 자지를 찾아 대는 형이라니. 정말 답 없이 사랑스러웠다.
“형은 내 자지가 그렇게 좋아요?”
허리 짓을 이어 나가며 연우가 다정하게 물었다. 설이 성감에 절은 채, 신음을 섞어 답했다.
“좋아……. 연우 자지……. 자지…….”
“우리 열매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열매가 듣고 엄마가 좆걸레인 거 알았으면 좋겠어요?”
“몰라……. 그런 거…….”
“씨발……. 미치겠네…….”
가뜩이나 자제하느라 힘든데, 대책 없이 사랑스러운 설 때문에 연우는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연우는 쥐고 있던 양 가슴을 놓았다. 잔뜩 달라붙어 쪽쪽 빨아 대는 보지에서 힘겹게 자지를 꺼냈다. 음순이 끝까지 아쉬워 커다란 자지를 감싸며 달라붙어 있다가 떨어졌다.
배가 산만 한 설의 몸을 잡고 뒤로 돌린 그가 조심스럽게 둔부를 높였다. 이미 한계까지 치솟은 욕구에 그가 뒷보지에 좆 머리를 가져다 댔다. 보짓물에 흠뻑 젖어 반들거리는 자지를 망설임 없이 뒷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커다란 자지가 미끈한 애액을 뒤집어쓰고 한순간에 항문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아응!”
후장을 뚫고 들어오는 자지에 각성하듯 설이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곤 곧 척추부터 촤르르 몰려오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천천히 느릿하게 쑤셔 줄 때도 좋았지만, 이제부터 격하게 박아 줄 거란 생각을 하니 참을 수 없이 몸이 달아올랐다. 흥분을 감추지 않은 채 설이 소리쳤다.
“세게……! 안에다가……. 응! 뒷보지 씹창 나게……. 으응!”
연우는 눈앞이 핑 도는 것만 같았다. 가만히 있어도 미칠 판인데, 자꾸만 야한 말을 쏟아 내는 설 때문에 도무지 정신이 바로 차려지지 않았다.
결국, 연우가 세게 허리를 추어올렸다. 부닥치는 엉덩이 살이 출렁이며 퍽, 소리가 터져 나왔다. 세게 배 속에 처박히는 자지에 설이 자지러지며 신음했다. 엉덩이를 떨어 대며 더 해 달라고 뒷보지를 움찔거렸다.
“후……. 씨발. 형은 임신해서도 자지에 처박히는 게 그렇게 좋아요?”
“으응……. 좋아……. 자지……. 너무…….”
“열매한테 안 부끄러워요? 엄마가 좆걸레라고 열매가 실망하면 어떡해요.”
“싫어……. 그런 말…….”
“맞잖아요. 형 좆걸레 엄마잖아요.”
퍽. 다시 한번 커다란 좆이 배 속에 처박혔다. 자궁이 아닌, 내장에 세게 귀두를 문질러 댔다. 구부러져 더는 파고들 수 없는 곳까지 깊게 처박고 연우는 환희에 물든 얼굴을 들어 올렸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설의 뒷보지를 먹어 치우며 그는 허리를 앞뒤로 세게 움직였다. 힘을 꽉 준 엉덩이에서 근육이 씰룩거리고, 허벅지의 근육이 단단하게 뭉쳤다. 부딪치는 골반에 설의 풍만한 엉덩이 살이 물결치며 흔들렸다. 폭신하게 닿아 오는 느낌이 너무도 좋았다.
“흐응, 흣, 흐으응……!”
초콜릿보다 더 달콤한 신음을 들으며 연우가 설의 등 위로 상체를 숙였다. 계속해서 설의 뒷보지를 파고들면서 손을 내밀어 아기가 들어찬 배를 쓰다듬었다. 불룩하게 튀어나온 부분을 따라 부드럽게 손을 놀리니 태동이 느껴졌다. 엄마를 따라 저도 기분이 좋았는지, 세게 발길질을 해 대고 있었다.
“우리 열매가 기분 좋대요. 형도 느껴져요?”
“응, 으응……. 느껴져…….”
“열매야. 아빠가 너희 엄마를 이만큼 사랑해. 우리 열매도, 엄마도 아빠가 많이 사랑해.”
퍽. 다시금 커다란 자지가 설의 내장을 두드렸다. 못 견딜 만큼 좋은 느낌에 설이 몸을 파르르 떨며 앓는 소릴 뱉었다. 몸속의 예민한 기관이 자지에 뭉개지고 비벼질 때마다 눈앞이 하얗게 점멸하며 온몸의 신경이 들끓어 올랐다.
짧은 박자로 빠르게 드나드는 자지를 뒷보지는 입을 오물거려 가며 열심히 씹어 댔다. 주름 하나 남김없이 빠듯하게 벌어진 구멍의 입구가 이라도 달린 것처럼 자지의 기둥을 물어 대니 연우는 이대로 살덩이가 뚝, 잘려 나갈 것 같았다.
그가 배를 쓰다듬던 손을 아래로 옮겼다. 바짝 발기해 불룩 튀어나온 배에 바짝 붙은 자지를 손잡이 삼아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아응! 응, 아!”
설의 등짝에 바짝 대고 있던 상체를 일으켜 허리의 반동만으로 계속해서 뒷보지를 쑤셔 댔다. 꽉 조이며 달라붙는 직장을 지나, 미끌미끌한 내장에 대고 좆 기둥을 계속 문질렀다. 압력에 의해 자꾸만 밖으로 밀려 나오는 좆을 계속 쑤셔 넣으며 손으로는 쥐고 있는 설의 좆 기둥을 문질러 자극했다.
배 속에 대고 문질러 주는 자지의 느낌도 좋아 죽겠는데, 자지까지 잡혀 버리니 설은 정신을 놓아 버릴 것만 같았다. 아이와 좆을 함께 품고 있으려니 미칠 지경이었다. 배 속이 묵직한 탓에 압박하는 자지의 느낌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좆까지 흔들어 대니 견뎌 낼 재간이 없었다.
“아, 안 돼! 그렇게 하면……!”
“왜요. 왜 안 되는데요?”
“자지……. 그렇게 하면. 가 버려……. 가 버린다고……!”
“괜찮아요. 가고 싶으면 가요.”
연우는 봐줄 생각이 없다는 듯, 빠른 속도로 허리를 흔들었다. 잘게, 짧고 빠르게 치대는 살덩이에 설의 성감이 한계를 향해 치솟고 있었다. 자지가 입구에서 빠르게 움직이니, 전립선으로 전해지는 자극이 극심했다. 앞에서는 자지를 잡고 흔들어 주고, 뒤에서는 전립선을 자극해 대니 참을 수가 없었다. 괴로운 듯 몸을 틀어 대던 설이 결국 고개를 추어올렸다. 터져 나오는 정액과 함께 그가 엄청난 교성을 쏟아 냈다.
“으응! 아으응, 아……!”
물총처럼 쭉쭉 정액을 짜내며 설의 좆이 껄떡거렸다. 귀두가 맞닿아 있는 탓에, 커다랗게 부푼 배 위로 허연 물이 쫙, 쫙 수놓아졌다. 흔들리는 몸을 따라 배 위를 적신 정액이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케이크에 두른 하얀 크림이 녹아내리듯, 배를 두른 정액이 흘러내리며 침대 시트 위로 뚝, 뚝 떨어졌다.
좆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연우가 배 위로 손을 옮겼다. 자지 물을 뒤집어쓴 채로 끈적해진 살갗을 손으로 문질렀다. 임신한 배 위로 정액을 뒤집어쓴 설의 모습이 너무도 야하게 느껴졌다. 이대로는 더 못 견딜 것 같았다.
“씨발…….”
연우가 설의 골반을 잡았다. 폭발할 것 같은 욕망을 담아 그가 세게 허리 짓을 이어 나갔다. 퍽, 퍽 치대는 살에 방금 막 사정한 설은 다시금 성욕이 치솟기 시작했다. 명치 부근까지 밀려온 장기가 이대로 구멍이라도 뚫릴 것만 같았다. 그만큼 세게 박아 대는 자지에 머리까지 쾅쾅 울리는 것 같았다.
“응! 응! 아! 읏, 좋아! 연우! 응! 아!”
세게 쳐 주는 자지가 좋아 미칠 것 같았다. 눈물과 침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그가 침대보에 묻었다. 찍어 대는 자지에 맞춰 짧은 탄성을 쏟아 내며 계속해서 엉덩이를 흔들었다. 연우의 좆을 더 깊게 받아들이기 위해 스스로 둔부를 들어 올렸다. 함부로 들어와 제 배 속을 엉망으로 만들어 주는 연우의 자지를 느끼며 그대로 정신을 놓아 버렸다.
“아응!”
“씹!”
크게 허리를 휘두른 연우가 자지 머리를 깊은 곳까지 퍽, 쑤셔 박았다. 커다랗게 부푼 자지가 몸뚱이를 떨어 대며 뜨거운 물을 뿌려 대기 시작했다. 배 속에 퍼져 나가는 따뜻한 물에 설이 자지러지며 우는소리를 했다. 아이와 좆을 동시에 담은 배 속이 지진이라도 난 듯 떨리자 견디지 못하고 그의 좆 머리에서도 노란빛의 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흐으응, 하으……!”
정액과는 다른, 점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노란빛의 액체가 둥근 배를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배를 타고 흘러내린 오줌이 하얀 시트를 노랗게 물들이며 적셨다. 정액이 아닌 오줌을 싸지르면서도 설은 쾌감에 절어 짐승 같은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미치도록 야한 모습을 보며 연우는 빠르게 허리를 털었다. 마지막 정액 한 방울까지 설의 몸에 싸지른 그가 황홀한 얼굴로 긴 신음을 흘렸다.
“형. 또 지린 거예요? 그렇게 좋았어요?”
사정이 끝나는 대로 연우는 설의 몸 위로 제 몸을 겹쳤다.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속삭이자, 설은 몸을 파르르 떨며 끈적한 신음을 내뱉었다. 연우는 정액과 오줌으로 젖은 뱃살을 손으로 계속 쓰다듬었다.
“우리 열매가 태어나서 엄마가 오줌싸개라고 놀리면 어쩌려고 그래요.”
아이가 짓누르는 탓에 어쩔 수 없는 건데, 놀려 대는 연우가 설은 야속했다. 그나마도 성감에 취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그저 얼굴만 붉혀야 했지만.
그런 설이 연우는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았다. 정말 못 견디게 사랑스러웠다. 매번 야한 말을 할 때마다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그러면서도 절정에 이르러서는 흥분에 겨워 제 스스로 야한 말을 늘어놓는 모습도 정말 끔찍하리만큼 사랑스러웠다.
“형.”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 온, 평생을 바라 왔던 한 사람을 연우는 소중하다는 듯 꼬옥 품에 끌어안았다. 등 위로 닿아 오는 따듯한 느낌에 설은 살포시 미소 지었다. 땀으로 젖어 축축해진 머리카락 속에 연우가 얼굴을 파묻었다. 시큼하게 몰려오는 땀 냄새조차도 향기로운 설의 체 향을 들이마시며, 그가 뒤통수에 대고 속삭였다.
“사랑해요. 너무 많이 사랑해요.”
늘 들어 왔던 얘기임에도, 설의 가슴은 세차게 뛰어 댔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현이 형. 그날의 파도 소리가 다시금 귓가에서 재생되는 듯했다. 부서져 내리는 물방울 사이로 보였던 커다란 눈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했다. 너무나도 애틋하게 저를 바라보던 그 커다란 눈이 자꾸만 눈앞에 선했다.
“사랑해요.”
설은 답 없이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곧 귓가에서 잦아드는 파도 소리처럼, 그의 심장도 점차 평온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
저녁이 되어 설과 연우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하루에 네 시간, 간단한 집안일과 밑반찬을 해 주시는 아주머니가 퇴근하고 둘만 있는 오붓한 시간이었다. 의미 없는 잡담을 늘어놓기도 하고,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텔레비전을 보기도 하며 설은 연우의 품에 안겨 있었다. 연우는 설을 뒤에서 끌어안고 그의 어깨에 턱을 걸치고 있었다.
둥근 배 위에 얹어 놓은 설의 손 위로 연우의 손이 포개져 있었다. 만지작만지작, 연우의 시선은 텔레비전에 가 있었지만, 그의 신경은 온통 쓰다듬고 있는 손에 가 있었다. 길고 가는 설의 손을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설을 이렇게 만들기까지 참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설에게는 다소 잔인할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연우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설을 완벽하게 소유할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고등학교 때, 여자와 함께 있는 설을 보며 연우는 수많은 생각을 했다. 그간 형과 함께 있으며 그가 느낀 것은 분명 사랑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날 본 설의 모습은 그런 그의 생각을 완전히 배반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저를 알아보지도 못했지만, 형이 여자를 만나고 있기까지 한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형을 가질 수 있을지 그는 오래도록 고민했다. 형에게 접근해 예전에 저임을 알릴까 생각도 했다. 그런 연우의 생각을 꺾은 것은 수만 가지 불안이었다. 그저 좋은 동생이었다고 형이 말해 버린다면? 친한 동생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형이 못 박아 버린다면?
그것보다는 조금 더 확실한 방법이 필요했다. 형이 여자가 아닌 남자를 온전히 받아들이게 할 방법이. 그래서 연우는 형을 망가뜨리기로 결심했다. 남자로부터 쾌락을 느낄 수 있는 몸으로 만들기 위해.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남자들까지 형의 몸을 탐한다면, 분명 형도 쉽게 받아들이게 될 터였다.
그리고 더불어 저에게 매달리게 할 방법 또한 찾게 되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형이 어렸을 때, 저에게 기대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모든 사람이 형을 손가락질했으니까. 그때처럼 모든 사람들이 형을 향해 등을 돌리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렇게 된다면 형은 분명 저에게 올 게 뻔했다. 어렸을 때, 그때처럼.
이 모든 것을 생각한 연우는 곧장 설이 다니는 학교에 입학했다. 어차피 성적은 충분했고, 집안의 재력으로 형과 같은 기숙사에 배정받는 것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다시 설과 재회한 연우는 최대한 저임을 숨긴 채 저의 계획을 도와줄 인물을 물색했다.
그의 눈에 띈 사람 중 한 명은 진성이었다. 이유는 복잡하지 않았다. 같은 방을 쓰고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다가 단순한 성격까지 맞물려 계획을 진행시킴에 조금도 차질이 없을 것 같았다. 큰 키에 외모가 괜찮기도 했고.
사실 저의 계획이 형을 망가트리는 거라고는 하지만, 어쭙잖은 새끼들한테 형의 몸을 내어 주고 싶진 않았다. 그런 새끼들한테 내주기에 형의 몸이 너무 아까웠으니까. 그렇게 두 번째 인물을 물색하고 있을 때 걸려든 것이 재영이었다. 물론 시작은 그가 형의 얘기에 과민 반응을 보인 게 화근이었다. 혹시나 했는데 그게 정말 정확히 걸려들 줄 몰랐다.
재영은 그야말로 연우의 계획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었다. 일단 재력도 좋았고, 잘생긴 데다 부족함 없이 자란 부잣집 도련님답게 인성까지 완벽했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재영은 설과의 관계 앞에 무너지며 스스로 악역을 자처했다. 연우가 가장 바라던 그림이었다. 제 손이 아닌, 다른 아이들에 의해 설이 점점 망가지는 것.
폭주하는 재영과 진성. 그리고 그 안에서 점점 미쳐 가는 설. 이 모든 상황이 연우의 뜻대로 흘러갔다. 연우는 그저 뒤에서 조용히 그들을 조정하기만 하면 되었다. 판을 만들어 주면, 그들이 알아서 움직여 주었다. 그러면 연우는 힘들어하는 설을 안아서 달래 주기만 하면 되었다. 형 같은 괴물을 받아 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계속 세뇌시키면서.
그 결과, 설은 완전히 사회에서 매장당할 수 있게 되었다. 박재영과 말다툼을 하다가 전교생 앞에서 스스로 치부를 다 까발리게 된 것이었다. 그날 반쯤 미쳐서 저를 찾아온 재영을 보며 연우는 한 마디를 속삭여 줬을 뿐이었다. 형을 이렇게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뒷일을 봐주는 실장님께 들은 바로는, 아직도 박재영은 형을 찾고 있다고 한다. 그마저도 제가 미리 손을 써 둔 탓에 못 찾고 헤매고 있을 테지만. 뭐 이제는 그가 찾아온다 한들 상관없기도 했다. 이미 저의 애를 임신한 형을 그가 어쩌겠는가.
형의 임신조차도 이렇게 일이 잘 풀릴 줄 몰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해서 설의 몸에 호르몬을 주입시켰다. 영양제라는 이름으로, 매일같이 형의 몸에 주사를 놔 주었던 것이다. 형이 매장당한 이후로 형을 감금시키고 저의 것으로 만들려던 계획은 형의 임신과 함께 한결 수월해질 수 있었다. 이제 형은 감금하지 않아도 제 곁을 떠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쇠사슬보다 더한 족쇄가 형의 몸을 옭아매고 있었으니까.
“아!”
긴 생각에 빠져 있던 연우는 불현듯 들려오는 설의 짧은 비명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형.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연우가 한껏 걱정스러운 얼굴로 설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설이 몸을 잔뜩 움츠린 채로 끙끙 앓는 것이 보였다. 혹여나 태동이 너무 심해서 그런가, 아니면 어디가 잘못된 건 아닌가,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기어들어 가는 듯한 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슴이……. 너무 아파…….”
연우는 그나마 제가 생각했던 다른 상황보다 나은 상황인 거 같아 알게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임신한 이후로 설은 줄곧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아이가 들어서며 가슴이 급격하게 커지다 보니 통증 또한 심했던 것이다.
“또 아파요?”
“어……. 이번에는 좀 심하게…….”
“마사지해 줘요?”
“그……럴래?”
오늘처럼 설이 가슴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할 때면, 연우는 마사지를 해 주곤 했었다. 설이 임신한 이후로 여기저기서 정보를 찾으며 공부했던 연우가 가슴 마사지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 둔 덕분이었다.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옆자리에 앉은 연우가 설의 몸을 돌려 저를 마주 보게 했다. 설이 입고 있는 커다란 셔츠의 단추를 하나둘씩 풀었다. 셔츠의 앞섶이 점점 벌어지며 풍만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의 골이 보였다.
침착하게 양옆으로 셔츠 자락을 젖히니, 둥글게 자리한 두 개의 젖가슴이 보였다. 젖으로 가득한 커다란 살덩이는 그 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커진 살덩이처럼, 유륜 또한 면적이 넓어져 500원짜리 동전 크기보다 커져 있었다. 유륜 가운데 톡, 튀어나온 젖꼭지가 마치 콩알처럼 동글동글했다. 아이가 빨기 좋게 발달한 것이다.
연우는 먼저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불록 튀어나와 음영이 진 젖가슴의 아랫부분에서 시작해 큰 원을 그리듯 움직이며 가슴 주변의 근육을 풀어 주었다. 양쪽 가슴을 옮겨 가며 근육을 풀어 준 그가 가슴 측면에서 안쪽으로 모으듯이 잡고 살짝살짝, 주무르기 시작했다.
“흣!”
설이 아픈지 짧은 비명을 터뜨렸다. 가뜩이나 가슴이 커지면서 아파 죽겠는데, 거기에다가 손으로 자극까지 해 대니 미치겠는 거였다.
“많이 아파요?”
“너무…….”
“그래도 조금만 참아요. 이렇게 안 하면 나중에 형 고생해요.”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신음하는 설을 보자면 몸이 달아올랐지만, 연우는 억지로 참아 냈다. 지금은 제 욕구를 터뜨리는 것보단, 형의 몸을 돌보는 게 먼저였으니까.
연우는 다시금 마사지를 이어 나갔다. 이번에는 손바닥을 펴 가슴의 바깥쪽에서부터 안쪽으로 밀어 주며 스트레칭시켰다. 폭신한 살덩이가 손안에서 짓눌리며 뭉개졌다. 남자의 가슴이라고는 믿기 힘든, 부드러우면서 말랑한 살의 느낌이 연우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흣……. 하응…….”
가슴을 짓눌러 대고 비벼 대는 연우의 손길에 설의 목소리가 조금씩 끈적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미칠 듯이 아픈데……. 그와 별개로 예민한 성감대가 건드려지며 은근히 성욕이 차오른 탓이었다. 아프기도 하고, 좋기도 한 그 느낌에 설의 호흡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형. 그렇게 야한 소리 내면. 나 집중 못 해요.”
“아……파서. 너무 아파서 그래…….”
“정말 아프기만 해요?”
“…….”
“나한테는 그렇게 안 들리는데?”
놀려 대는 연우가 야속해 설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떻게든 신음을 참아 보려고 끙끙대며 앓는 소릴 참아 냈다. 그런 설을 보며 연우는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 소리 들었다고 신음을 참아 대는 모습이라니……. 정말 왜 이렇게 하는 짓 하나하나가 다 사랑스러운지 알 수가 없었다.
“이것만 하고 유두 마사지 해 줄게요. 조금만 참아 봐요.”
가슴 전체를 원을 그리듯 그리며 겨드랑이 쪽으로 몰고 가던 연우가 가슴 측면에 손을 얹고 상하좌우로 비벼 댔다. 꽉 누르고 비벼 대는 통에, 가슴은 물론 겨드랑이와 연결된 근육이 자극받으며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밀려왔다.
“하으읏!”
결국, 설은 참지 못하고 다시금 비명을 터뜨렸다. 눈물까지 찔끔 날 정도로 괴로운데, 그게 또 묘하게 성감을 불러일으켰다. 정말 답 없이 자극에 약한 제 몸이 설은 원망스러웠다.
“형. 그렇게 흥분돼요?”
웃음이 묻어나는 소리로 연우가 물었다.
“아, 아냐. 그런 거…….”
“괜찮아요. 나도 지금 흥분돼 미칠 것 같으니까.”
“…….”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연우를 바라보던 설의 시야에 문득 부풀어 오른 연우의 바지가 보였다. 오른쪽 허벅지 위로 둥글게 언덕을 드리워져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아는 설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제 유두 마사지 해 줄게요.”
연우는 한 손으로 설의 젖가슴을 받치듯이 잡고, 또 다른 손으로 유륜과 유두를 잡아 앞으로 당겼다.
“아으으!”
젖꼭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아픔에 설이 비명을 내질렀다. 너무 아프고 힘들어 눈물이 다 솟구치는 것 같은데, 연우는 무심하게 잡은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비비며 주물럭거렸다.
“흣, 아, 아파. 연우야……. 아파……. 흐으…….”
설이 앓는 소릴 하며 연우를 불러 댔다. 얼마나 아픈지 손끝이 덜덜 떨리는 것만 같았다. 괴로워하는 설을 보며 연우의 허벅지에 솟아난 언덕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연우도 견디기 힘들었는지 아랫입술을 말아 물었다.
“연우, 연우야아……. 흣!”
이번에 연우는 여전히 젖가슴을 잡은 상태에서 손가락으로 유두를 꾹, 꾹 누르기 시작했다. 유선을 자극하는 행위였지만, 가장 예민한 성감대도 함께 건드려지고 있었다. 꽉 잡은 가슴은 미친 듯이 아팠으나, 젖꼭지가 사정없이 자극받으니 설은 흥분될 수밖에 없었다. 응, 응, 아! 아! 마치 연우의 좆을 받아 낼 때처럼 설은 짧게, 짧게 신음을 연달아 터뜨렸다.
연우는 입술을 더 세게 깨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빨통을 물고 자지를 꺼내고 싶었지만, 어떻게든 참아 내야만 했다. 그런 그의 인내심으로 유두 마사지의 마지막 코스까지 올 수 있었다. 손가락으로 유두를 잡아당겨 좌우로 쥐어짜듯 비틀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연우는 바지 속에서 요동치는 자지를 애써 무시한 채, 설의 젖꼭지를 두 손가락으로 잡았다. 그러곤 세게 쥐고 왼쪽을 향해 비트는데.
“아으응!”
요란한 비명과 함께 설의 젖꼭지에서 하얀 액체가 터져 나왔다. 놀란 연우가 두 눈을 부릅떴다. 설마, 그것일까 싶어 그저 잠시 멍해지는데, 한번 길을 튼 젖이 멈추지 않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응, 아! 으으응, 아응!”
한쪽 젖꼭지로 젖을 질질 흘려 대며 설은 야하게 허리를 흔들어 댔다. 가슴이 출렁거리고, 가운데 뾰족하게 튀어나온 돌기에선 하얀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젖을 흘려 대는 것만으로도 야해 미칠 것 같은데, 신음까지 하며 허리를 돌려 대는 설의 모습은 도무지 못 견딜 것 같았다.
“씨발…….”
결국,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연우가 젖물이 터져 나온 설의 한쪽 가슴에 입을 파묻었다.
“아!”
다짜고짜 쭉쭉, 빨아 젖히는 연우에 설은 고개를 젖히고 크게 신음했다. 젖이 나오고 있어서 그런지, 빨리면서 느끼는 자극이 평소보다 훨씬 심했다. 연우의 입 안으로 쭉쭉 퍼지는 젖처럼, 가랑이 사이에서도 물이 줄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응! 응! 아으응, 아!”
귓가를 두들겨 대는 교성을 들으며 연우는 미친 듯이 젖을 빨아 먹었다. 갓 짜낸 따끈따끈한 젖이 입 안에 흘러들어 오며 고소한 맛이 혀를 타고 퍼져 나갔다. 첫젖은 비리다고 어디선가 들었던 것도 같은데, 지금 연우의 입 안에 들어오는 젖은 너무도 고소했다. 너무 고소하고 부드러워, 순두부를 갈아 놓은 것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설의 한쪽 젖을 빨면서 연우는 홀린 듯 다른 젖에 손을 얹었다. 입으로는 쭉쭉 빨아들인 젖을 삼키면서, 다른 손으로는 젖꼭지를 잡고 돌리기 시작했다. 유두 마사지를 하듯, 잡아당겼다가 짓누르며 옆으로 비틀어 돌리자 역시나 젖물이 터져 나왔다.
“하으읏!”
연우는 젖을 빨던 입을 떼어 내고 젖을 흘려 대는 두 개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물꼬를 튼 젖이 정말 끊이지 않고 쏟아져 나와 둥근 배 위로 뚝, 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연우는 배 위에 흘러내린 젖을 게걸스럽게 핥아 먹었다. 그러곤 바로 막 유선이 터진 젖에 입을 묻었다. 아까 다른 쪽 젖에 대고 그랬듯, 쏟아져 나오는 젖을 빨아들이며 꿀꺽꿀꺽, 삼켰다.
“아응! 응! 으으응, 하으응! 아응!”
이제 설은 대놓고 교성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연우는 흥분에 겨워 양손으로 두 개의 가슴을 잡고 옮겨 가며 젖을 빨았다. 오른쪽 젖꼭지에 한 번, 왼쪽 젖꼭지에 한 번. 샘물처럼 퐁퐁 솟구치는 젖물을 게걸스럽게 빨아 먹으며, 있는 힘껏 젖을 쥐어짰다.
“아으응! 아! 좋아! 응! 아응, 좋아……! 응!”
아프면서도 좋은, 멈출 수 없는 쾌감에 설이 좋다고 신음하며 소리 질렀다. 흥분한 연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파에 설을 눕히고, 급하게 바지를 내렸다. 바짝 서서 침을 질질 흘려 대는 자지를 잡고 그가 설의 위에 쭈그려 앉았다.
“연우 자지……. 자지……. 으응…….”
자지를 찾아 대는 설을 내려다보며 연우는 흘러내리는 젖에 좆을 문질렀다. 좆 기둥으로 젖을 짓누르며 비비다가, 젖이 솟아 나오는 꼭지에 귀두를 문질렀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욕망에 잔뜩 절은 목소리로 연우가 물었다.
“형. 자지로, 젖, 문질러, 주니까……. 좋아요?”
“응! 연우 자지 좋아……. 자지……. 자지……. 응! 응!”
“형 젖에다, 비비면서. 좆 물, 싸 줄까요?”
“좋아! 자지 물! 자지 물 싸 줘! 응, 내 젖에다가 자지! 응!”
“씨발…….”
연우가 두 손으로 세게 젖가슴을 모아 잡았다. 설의 몸통을 사이에 두고 쭈그려 앉은 그가 젖가슴 사이에 대고 좆을 밀어 넣었다. 가슴살이 뭉개지며 기다란 자지를 감쌌다. 마치 소시지를 감싼 핫도그 빵처럼, 자지를 폭신하게 조여 오는 가슴살에 연우는 신음하며 고개를 꺾어 올렸다.
“후……. 존나……. 좋아…….”
젖이 퐁퐁 쏟아져 나오는 두 개의 살덩이를 잡고, 그렇게 연우가 허리 짓을 시작했다. 젖물이 질질 흘러내려 마찰하는 좆을 촉촉이 적셔 주었다. 풍성한 살에 따듯하고 미끈한 촉감까지 더해지니 비벼 대는 맛이 그야말로 황홀했다. 비단, 황홀한 것은 연우뿐이 아닌지 설은 계속해서 몸을 틀어 대며 야한 신음을 흘려 대고 있었다. 아프면서도 좋은, 미쳐 버린 자극에 설은 이성을 잃어 가고 있었다.
“아응, 아! 세게, 더, 더! 연우야, 응!”
연우가 더 세게 젖을 쥐어짰다. 잡혀 있는 두 꼭지에서 하얀 물이 세차게 쏟아져 나오고, 불끈거리는 자지에 더 큰 압력이 가해졌다.
“아응!”
몸을 크게 틀며 설이 고개를 뒤로 확, 꺾었다. 고소한 젖 냄새가 솔솔 풍기고, 흥분을 이기지 못한 연우가 미친 듯이 허리를 털어 대기 시작했다. 빠르고 잘게 흔들리는 허리에 좆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짓눌러 감싼 젖가슴 사이로 둥근 좆 머리가 고개를 내밀었다 감추길 반복했다. 격한 마찰에 젖가슴이 벌겋게 물들고, 그 위로 하얀 크림이 뒤덮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미친 듯이 맛있는 젖가슴 사이에서, 결국 흥분한 자지가 끈적한 액체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씨발!”
젖무덤 사이에서 쏘아진 정액이 튀어 설의 턱에, 목에, 귀에 마구마구 쏟아져 나갔다. 연우는 급하게 몸을 일으켜 자지를 잡고 설의 가슴 위에 흩뿌렸다. 젖으로 흠뻑 젖은 가슴을 정액이 다시금 뒤덮었다. 뜨끈한 두 개의 액체로 물들어 가는 가슴을 보며 연우는 한 방울의 정액조차 남기지 않고 그대로 다 쏟아 냈다.
“으응, 응……. 하으응……, 하아…….”
크게 숨을 몰아쉬는 설을 따라 가슴팍이 부풀었다 내려앉기를 반복했다. 갓 구운 빵처럼 폭신하게 부푼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보며 연우는 사정이 끝난 좆을 계속해서 문질렀다. 한 번 사정했음에도, 너무도 야한 설의 모습은 연우의 좆을 죽지 않고 껄떡이게 했다.
“아응!”
연우가 설의 위로 엎어졌다. 젖과 좆 물로 범벅이 된 가슴을 개처럼 혀를 내밀어 핥았다. 흥분한 그가 이를 세워 가슴살을 잘근잘근 씹기도 했다. 고소한 젖을 내뿜는 젖꼭지 또한 씹어 대며 세게 빨아 들였다.
젖이 솟아나는 가슴을 빨면서 연우의 손은 바쁘게 설의 팬티를 내리고 있었다. 설은 배가 불러 커다란 셔츠에 바지를 입지 않고 있던 터였다. 바쁘게 움직이며 팬티를 끌러 내리는 연우를 도와 설이 허리를 들어 올렸다. 두 사람의 협력에 의해 얇은 천 조각이 소파 밑으로 떨궈졌다.
설의 하체가 나신이 되는 대로, 연우는 바로 설의 가랑이 사이에 자리했다. 두 다리를 잡아 어깨에 올리고, 엉덩이 사이로 부푼 좆을 밀어 넣었다. 이대로 앞 보지에 박았다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는 바로 뒷보지에 좆을 쑤셔 넣었다. 연우의 자지를 원했는지, 파고들어 오는 자지에 설은 자지러지며 높은 교성을 쏟아 냈다.
설의 후장을 급하게 파고들면서 연우의 시선은 계속해서 흔들리는 젖가슴에 가 있었다. 출렁이는 살덩이는 계속해서 허연 물을 뱉어 내고 있었다. 그 작고 귀여운 꼭지에서 젖이 퐁퐁 솟아날 때마다 자지가 한 번씩 발광해 댔다. 축축하게 젖은 젖처럼, 설의 앞 보지도 흠뻑 젖은 채 물을 질질 싸 대고 있었다.
위로는 젖을, 아래로는 보짓물을 쏟아 내는 설을 보며 연우의 머릿속엔 이성이란 남아 있지 않았다. 어깨에 걸쳐진 다리를 붙잡고 그가 허리를 세차게 놀렸다. 덜렁덜렁 다리 사이에 매달려 있는 설의 발기한 자지가 세게 흔들렸다. 두 개의 알을 담은 고환이 아래로 늘어져 자지를 덮었다.
흥분할 대로 흥분한 몸에 뒷구멍을 거칠게 쑤셔 주니 설은 금방 사정감이 차올랐다. 이미 넣을 때부터 한계까지 치달은 욕구가 삽입질 몇 번에 그새 터져 나왔다. 흔들리는 자지 머리가 결국 배 위로 좆 물을 쏟아 냈다.
“아으으응! 아응! 아아, 으으응, 하응!”
방울져 쏟아져 내리는 좆 물이 배 위를 예쁘게 수놓았다. 흩날리는 정액을 보며 연우의 얼굴이 격하게 일그러졌다. 사정하며 잔뜩 조여 대고 물어 대는 뒷구멍에 연우가 뿌리 끝까지 좆을 처박았다. 내장을 뚫어 버릴 듯 세게 꽂은 그가 그대로 좆 물을 내뿜었다.
“아응! 아! 아으응, 응!”
“하아, 하. 하아, 후우. 후…….”
“으응, 아! 으으응. 으응……!”
두 사람이 동시에 쏟아 내는 신음이 앙상블이 되어 거실에 울려 퍼졌다. 그칠 줄 모르고 쏟아져 나오는 좆 물에 설이 몸을 파르르 떨었다. 연우는 황홀한 사정을 즐기며 제 어깨에 얹은 발목에 입술을 파묻고 빨아 댔다.
“흐응. 응……. 하아아, 흐으, 흐…….”
배 속을 때려 대며 좆 물을 쏟아 내던 자지가 잠잠해지자, 설의 신음도 점점 잦아지기 시작했다. 사정을 끝내고 연우도, 설도 거친 숨을 내뱉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런 설의 가슴에서는 어느덧 샘솟던 젖이 멎어 있었다. 사정을 끝낸 자지처럼 잠잠해진 가슴이 온통 젖에 젖어 번들거렸다.
“형…….”
연우가 그대로 천천히 좆을 빼어 냈다. 처박혀 있던 좆을 따라 허연 국물이 주룩, 흘러나왔다. 입술을 모은 것처럼 잔뜩 오므려져 있는 구멍이 뱉어 내는 하얀 액체가 엉덩이 골을 타고 소파 위로 툭, 툭 떨어졌다. 천연 가죽으로 잘 감싼 소파를 정액이 질척하게 뒤덮었다.
“너무 좋았어요. 형도 좋았어요?”
설을 감싸 안으며 연우가 귓가에 속삭였다. 성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설은 눈조차 바로 뜨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피곤하죠? 씻겨 줄게요. 씻고 일찍 자요.”
다정하게 이마에 입 맞춘 그가 설의 몸을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연우의 팔에 들려, 설은 자연스럽게 목으로 팔을 둘렀다. 땀에 절어 미끈거리는 연우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그렇게 설이 매달렸다. 연우가 그대로 설을 안은 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멀지 않은 욕실로 향하며, 연우는 몇 번이고 설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욕실 안에 가득 찬 수증기로 눈앞이 뿌옇게 변했다. 설은 욕실 의자에 앉아 연우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임신한 터라 욕조에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연우는 그런 설의 뒤에서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감기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계속해서 흘러나오던 젖은 어느덧 멈춰 있었다. 덕분에, 설의 몸을 씻기는 연우의 손길은 한결 수월할 수 있었다.
“형. 내일 오랜만에 나가는데,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요?”
다정하게 물어 오는 연우에 설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불룩하게 솟은 배를 쓰다듬으며 뭐 먹고 싶은 거 없냐고 아이에게 물어보는데, 불현듯 머릿속에 알알이 맺힌 포도가 떠올랐다.
“포도. 초록색 말고 보라색 알 작은 거.”
설의 대답에 연우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외식으로 먹고 싶은 걸 물어봤는데, 엉뚱하게도 포도가 먹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던 터였다.
임신한 설은 정말 과일을 많이 먹었다. 마침 설이 임신한 시점이 겨울이 딱 시작되던 때라 사방에 귤이 넘치고 또 넘쳤다. 덕분에 설은 미친 듯이 귤을 먹어 치울 수 있었다. 입덧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시큼한 과일은 참 잘 넘기는 거였다.
그래서 배 속이 든 아이의 태명도 열매라고 지었다. 과일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딱 어울리는 귀여운 태명이었다.
“알겠어요. 아줌마한테 포도랑 다른 과일도 좀 사 오라고 할게요. 나가서 먹고 싶은 건 따로 없어요?”
“다른 건 딱히…….”
연우는 제 손에 묻은 거품이 묻지 않게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설의 볼에 입 맞췄다.
“이제 머리 헹굴게요.”
연우가 조심스럽게 설의 머리를 받쳤다. 살짝 뒤로 고개를 젖힌 연우의 머리통 위로 샤워기를 가져다 대었다.
“물 온도 괜찮아요?”
“응. 괜찮아.”
연우는 조심스럽게 이마에 닿는 부분부터 물을 흘려 거품을 헹궈 나갔다. 최대한 살에 닿지 않게 살살 흘려 헹군 그가 설의 머리통을 들어 올렸다. 똑바로 세운 뒤 샤워기 물을 흘리며 다른 손으로는 주물주물 헹구었다. 어느새 머리카락을 온통 뒤덮고 있던 거품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젖은 머리를 정돈하는 연우의 손길에 설은 나른함이 몰려왔다. 가뜩이나 욕실 안이 습해서 자꾸만 몸이 늘어지는데, 기분 좋게 머리카락을 헤집는 손길에 몸이 녹아내리는 것이었다. 한껏 눈을 내리깔고 설이 몸에서 힘을 뺐다.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은 터에 완전히 늘어질 수 없는 게 그저 한이었다.
“졸려요?”
잠이 오는지 몽롱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설을 보며 연우가 물었다. 설은 말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그런 설이 귀여워 연우는 몇 번이고 입술에 뽀뽀를 해 주었다.
“조금만 참아요. 금방 끝나요.”
샴푸 대신 샤워젤을 찾아 든 연우가 설의 앞으로 이동했다. 샤워기로 온몸에 물을 뿌린 그가 손바닥 위로 샤워젤을 짰다. 그가 손을 비벼 거품을 만들어 냈다. 샤워볼로도 할 수 있는 거였지만, 연우는 이렇게 직접 손으로 거품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직접 손으로 설의 몸 구석구석을 만질 수 있는 기회인데, 굳이 샤워볼 같은 도구를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연우가 설의 살갗에 대고 거품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팔뚝에서 시작해 양팔을 꼼꼼하게 닦아 나갔다. 얇고 가는 팔뚝을 타고 내려온 연우의 손은 곧 설의 가슴에 당도했다. 조금 전까지 젖을 뿜어 대던, 풍성하게 부푼 젖 위로 양손을 살포시 얹었다.
부드러운 거품을 매개로 연우는 조심스럽게 가슴을 닦아 나갔다. 조금만 세게 했다간 다시 젖이 터져 나올까 염려되었던 탓이었다. 젖으로 가득 찬 살이 미끌미끌한 질감으로 변하여 연우의 손 아래서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하얀 거품이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몽글몽글 솟아났다. 움직이는 연우의 손바닥에 튀어나온 돌기가 짓눌리며 비벼졌다. 예민한 성감대가 자극받자 설의 입에서 얕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다행히 아무 일 없이 가슴을 닦는 데 성공한 연우의 손은 설의 배로 이동했다. 둥근 배를 어루만지며 역시나 조심스럽게 거품 칠을 했다. 엄마가 졸려서 그런지 아이도 잠을 자는 듯 잠잠했다. 혹여나 열매의 잠을 방해할까, 연우의 손길은 조심, 또 조심스러웠다.
“형.”
설의 배를 닦아 나가며 연우가 설을 올려다보았다. 설은 눈을 낮게 내리깐 채로 앞에 무릎 꿇은 연우를 내려다보았다.
“형 배 만질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져요.”
말을 하는 연우의 표정은 굉장히 애틋해 보였다.
“여기 정말 형과 내가 만든 아이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니까. 막 설레기도 하고……. 굉장히 묘해져요.”
연우의 말에 낮게 내려앉았던 눈꺼풀이 조금 들어 올려졌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만지듯 제 배를 어루만지는 연우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설은 살포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항상 저를 향해 다정하게 웃어 주는 연우를 위해, 그도 다정한 미소로 보답해 주었다.
“빨리 보고 싶어요. 우리 열매. 분명 형 닮아서 잘생겼겠죠? 너무 잘생겨도 안 되는데.”
연우의 말에 설은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잘생기면 안 될 건 또 무언가 싶어서 물어보려는데, 그새 배를 떠난 연우의 손길이 허벅지로 향하는 게 보였다. 허벅지 안쪽부터 천천히 거품을 묻혀 가며 내려가던 손길이 종아리를 지나 발에 도착했다. 연우는 아무 망설임 없이 설의 발을 닦아 나갔다. 부드러운 손길로. 차분하게. 구석구석까지.
연우가 발을 닦아 줄 때면 설은 줄곧 기분이 멍해졌다. 늘 저를 위해 모든 걸 해 주는 연우였기에……. 괜히 애틋한 기분이 들었던 터였다. 그런 설의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발을 닦아나가는 연우의 태도는 매우 진지했다. 한쪽 발에 꼼꼼히 거품 칠을 한 그가 나머지 발마저 잡아 들었다. 하얀 거품으로 뒤덮인 두 개의 발 위로 그가 물을 뿌렸다. 하얀 거품이 물살에 쓸려 나가며 뽀얀 발등의 모습이 드러났다.
“형은…… 발마저도 예쁘네요.”
제가 정성 들여 씻겨 놓은 발을 보며 연우가 홀린 듯 말했다.
“…….”
설은 말없이 연우를 바라보았다. 똑, 똑. 천장에 맺혀 있던 물이 이슬이 되어 설의 몸 위로 떨어졌다. 차가운 물방울에 몸을 움찔이기도 전, 천천히 제 발을 들어 올리는 연우의 모습이 그에게 보였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제 얼굴까지 들어 올린 그가 발가락 끝으로 입술을 묻었다.
“아…….”
곧 연우의 입 안에 모습을 감추는 엄지발가락에 설은 얕은 신음을 흘렸다. 부드러운 돌기가 조심스럽게 설의 발가락을 감쌌다. 둥근 면을 따라 달라붙는 혓바닥이 정말 너무도 부드러웠다. 너무 부드러워 그대로 혀를 따라 발끝이 녹아드는 것만 같았다.
“연우야…….”
제 발가락을 핥는 연우를 설이 끈적한 목소리로 불렀다. 발끝을 문 채로 연우가 시선을 올렸다. 무어라 말도 못 하고 그저 입만 달싹이는 설을 보며 연우는 제 입 안에 든 발을 빨기 시작했다. 혀끝으로 발가락 사이를 드나들며 구석구석을 핥았다. 엄지발가락 전체를 입 안에 넣고 볼에 힘을 주어 쭉, 빨아 들이기도 했다.
발을 정성스럽게 애무하는 혀에 설의 체온은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었다. 이대로 연우의 입 안에서 발끝이 사르르 녹아내리고 있는데, 저를 올려다보는 그 예쁜 눈은 도무지 못 참을 것 같았다.
아……! 설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설은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연우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연우의 두 눈이 사르륵 감겼다. 제 머리를 쓰다듬는 설의 손길을 느끼며, 입으로는 계속해서 설의 발을 핥았다.
발가락만을 빨기엔 부족했는지, 연우가 입술을 발바닥으로 옮겼다. 하얗고 긴 발을 제 얼굴에 얹고, 발바닥의 표면을 따라 정성스럽게 혀를 놀렸다. 움푹 파인 부분에 오래 머물러 둥글게 그리다가 발꿈치를 지나 발목까지 혀를 옮겼다.
조금만 세게 잡으면 똑, 하고 부러질 것 같은 얇은 발목에 입술을 파묻고 힘껏 빨아 들였다. 부드러운 살갗에 둘러싸인 복숭아뼈를 이로 물고 잘근잘근 씹었다. 이대로 형의 모든 걸 핥아 먹어 치우고 싶었다. 형의 몸을 감싸고 있는 부드러운 살갗, 오뚝하게 튀어나온 뼈. 모두 다 제 것으로 만들고만 싶었다.
“형. 그거 알아요?”
“…….”
“형 모든 걸 갖고 싶어요. 형 몸 안에 있는 모든 거, 다 내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연우…….”
“형이 온통 내 것이었으면 좋겠어. 나로 가득 차서, 나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면 좋겠어.”
“…….”
“그런 내 마음 알겠어요? 내가 형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겠어요?”
연우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대로 설의 얼굴을 부여잡고 그가 입술을 부닥쳤다. 제 입술을 덮치는 연우의 입술을 설은 거부하지 않았다. 그대로 연우의 목에 팔을 두른 채 입술을 벌렸을 뿐.
“사랑해요. 사랑해요, 형.”
“연우야…….”
“형 때문에 미치겠어요. 형이 너무 좋아서……. 너무 좋아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어요…….”
“연우야…….”
입술을 맞댄 채로 속삭이던 연우가 혀를 밀어 넣었다. 뜨거운 연우의 체온을 느끼며 설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거칠게 밀고 들어와 부드럽게 제 혀를 감싸는 살덩이에 이상하리만큼 눈물이 났다. 분명, 너무도 행복한데. 이런 연우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 너무도 행복한데. 왜 자꾸만 눈물이 나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연우…….”
그렇게 떨어져 나가는 입술과 함께 연우가 설의 얼굴을 제 품 안에 꽉 끌어안았다. 맞닿은 연우의 가슴에서 세차게 뛰는 심장 소리가 설에게 전해졌다. 끝없이 흐르는 눈물이 연우의 셔츠를 적셔 나갔다. 저로 인해 젖어 드는 연우의 가슴이……. 설은 그저 미안하게만 느껴졌다.
“알고 있어요. 형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
여전히 설을 품 안에 안은 채로 연우가 속삭였다.
“그래도 고마워요. 날 받아 줘서…….”
그런 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형 행복하게 해 줄게요.”
간절한 그의 마음만큼이나, 그만큼이나 떨리고 있었다.
“내가 형 때문에 행복한 만큼……. 반드시 형도 행복하게 만들어 줄게요.”
결국, 설이 목 놓아 울음을 터뜨려 버렸다. 뜨겁게 가슴을 적시는 설의 얼굴을 연우는 더 세게 끌어안았다. 맞닿은 가슴이 너무 따듯해서, 그래서 더 서러웠다. 이렇게 따듯한 가슴이 아니었다면. 차라리, 미치도록 싫은 너였더라면……. 이렇게까지 가슴 아프진 않았을 텐데…….
어느덧 욕실을 뒤덮고 있던 공기가 차갑게 식어 가고 있었다. 이제는 수증기조차 투명하게 변해 버린 공간 안에서 흐느끼는 설의 목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
유난히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맑은 날이었다. 설은 연우와 함께 산부인과를 찾았다. 한 달 만에 만난 선생님께 벌써 젖이 나왔다고 얘기하자, 드물지만 가능한 일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어디가 문제가 있거나 한 것은 아니니 염려하지 말라며 심하게 나온다 싶으면 유축기를 이용해 짜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상담을 끝낸 설은 간단히 탈의 후 초음파 기계 위에 누웠다. 가운데가 갈라져 있는 옷을 양옆으로 벌리고 불룩하게 솟은 배를 내보이니,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그 위로 젤이 발랐다. 차가웠는지 설이 몸을 움찔거렸다.
검사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설은 괜히 걱정이 앞섰다.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심장이 쿵쿵 뛰어 왔다. 그런 설의 손을 연우가 살포시 그러잡았다. 살짝 떨리던 손에 연우의 손이 닿자 이상하리만큼 진정되는 것 같았다. 따듯한 연우의 온기를 느끼며 설이 천천히 모니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곧 의사가 초음파실로 들어섰다.
“자, 이제 시작합니다.”
바코드 리더기 같은 기기를 잡고 의사가 능숙하게 배 위를 문질러 댔다. 곧 벽에 달린 커다란 모니터에 설의 배 속 모습이 출력되어 나왔다.
“정밀 초음파 검사는 아기가 자꾸 움직이면 조금 오래 걸릴 수도 있어요. 그래도 기형을 확인하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검사니까 조금만 참아 주세요.”
나이 지긋한 의사의 말에 설은 입을 앙다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컴컴한 화면 속에 회색빛으로 조금씩 음영이 잡히기 시작했다. 몸을 움츠린 채로 묘한 자세를 취하고 배 속에 누워 있는 열매의 모습이 화면에 어스름하게 출력되었다. 산만 하게 부른 배처럼 그새 열매도 많이 컸는지, 제법 화면에 잡히는 모습이 제법 신생아에 가까웠다.
매번 검사를 받을 때마다 보는 열매의 모습이었지만, 다시 보아도 감격스러웠다. 설은 차오르는 감동을 느끼며 연우의 손을 꽉 잡았다. 연우는 이미 잡은 설의 손 위로 다른 한 손마저 올렸다. 마주 잡은 손에서 벅찬 감정이 서로에게 전달되는 듯했다.
“자. 여기가 얼굴입니다.”
어느 한곳에 멈춰 선 의사가 경쾌한 말투로 말했다. 설도, 연우도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자 선명하지는 않아도 열매의 얼굴이 어렴풋이 보였다.
“아기가 아빠, 엄마를 닮아서 코가 오뚝하네요.”
허허, 웃으며 하는 말에 설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 댔다. 아무리 봐도 어디가 높다는 건진 알 수 없었으나, 분명 예쁘게 생긴 아가임엔 틀림없었다. 얼핏 보이는 얼굴만 봐도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배 속에서부터 이러니 밖으로 나오면 더할 터였다. 제 새끼여서가 아니라, 정말 인물 하나는 끝내주는 아가였다.
“이게 발입니다.”
정말 콩알만 한 발바닥이 화면에 정확하게 출력되었다. 너무나도 앙증맞은 발에 감동받기도 전, 곧 심장을 덜컹하게 하는 의사의 말이 들려왔다.
“자. 발가락이 몇 개인지 세어 볼까요?”
의사가 화면에 대고 발가락 개수를 세어 나갔다. 설은 무서워 두 눈을 꼭 감아 버렸다. 하나, 둘, 셋, 넷. 혼자서 숫자를 되뇌던 의사가 곧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축하합니다. 10개, 정상이네요.
하아. 설이 그제야 참았던 숨을 탁, 터뜨렸다. 발가락 개수가 대체 뭐라고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정상이라고 하니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그럼, 나머지도 확인해 볼까요?”
의사는 발가락에 이어 손가락의 개수도 확인했다. 다행이었다. 손가락도 10개, 정상이었다. 뇌, 내장 기관, 혈관, 양수의 양. 모든 항목을 그가 천천히 확인해 나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정상이었다. 다행히도, 모자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기는 아주 주 차에 맞게 잘 자라고 있어요. 정말 건강하고, 예쁜 아이가 태어날 것 같네요.”
열매가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자라고 있다는 말에 설은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사실 설은 이곳으로 오는 동안에도 몇 번이고 걱정이 되어 불안을 떨칠 수 없었다. 저는 여느 산모와는 다른 몸을 가지고 있기에. 혹여나 그게 아이의 불행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두려웠던 것이다.
앞으로 어찌 될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저의 배 속에 든 아이만큼은 저와 같은 인생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남들과 다르지 않은 그런 삶을 살길 바랐다. 이제 그 첫걸음을 떼어 낸 것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건강하게 배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설은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잠깐만요.”
그렇게 설이 감동에 젖어 있는 사이,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듯 의사가 진지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의 목소리가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 설이 다시금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긴장을 감추지 못한 채, 의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놀란 가슴에 흘러내리던 눈물이 뚝, 끊겼다.
“전에 제가 분홍색 옷을 준비하라고 했던가요?”
그의 말에 네, 연우가 짧게 답했다. 저번 달, 검사를 받으러 왔을 때 의사가 그들에게 준 언질이었다. 돌려 말한 것이긴 했지만, 그것이 열매가 여자아이라는 것을 뜻하는 말임을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태껏 열매가 여자아이라고 생각하고 지냈었는데, 갑자기 왜 그 얘길 꺼내는지 알 수 없었다.
“정밀 검사로 보니, 그때 보이지 않았던 성기가 보이네요. 아무래도 하늘색 옷을 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순간, 설도 연우도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들이라니, 우리 열매가 아들이라니. 그들은 동시에 머릿속으로 서로를 닮은 아이를 떠올렸다. 설은 연우를 닮은 남자아이를, 연우는 설을 닮은 남자아이를.
정말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이보다 더 사랑스러울 순 없을 것 같았다. 정말 하늘이 내려 준 기적이었다.
“긴 시간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검사는 모두 끝났고요. 이제 옷 갈아입으시고 나오시면 됩니다.”
그렇게 의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연우가 그에게 인사했다. 허허, 웃음소리가 특이한 의사가 먼저 초음파실을 떠났다. 곧 설도 간호사에게 부축받아 누워 있던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형.”
아직 간호사가 보고 있음에도, 연우는 보란 듯 설을 끌어안았다. 혹여나 아이에게 무리가 갈까, 배에 닿지 않게 신경 써서 안는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처음에는 산부인과를 찾은 남남커플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던 간호사도 이제는 두 사람을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눈치껏 먼저 자리를 떠나는 간호사에 연우는 거침없이 설의 입술 위로 입술을 파묻었다.
“고마워요, 형.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짧은 입맞춤 후에 연우는 이마를 맞댄 채로 설에게 속삭였다. 설은 다시금 눈물이 차올랐다. 그러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눈물을 머금은 채로 그가 웃어 보였다. 이마를 맞대고 연우 또한 웃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오래도록 초음파실을 떠나지 못했다.
병원을 나오는 대로, 조수석에 설을 태운 연우는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평일 대낮의 도로는 뻥 뚫려 달리는 내내 열어 둔 창을 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달리는 차 안에서 설은 말없이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안선을 따라 달리고 있는 터에 그의 시선에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보였다. 은빛을 뿌려 놓은 듯, 출렁이는 물결을 따라 물비늘이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잠깐 걸을래요?”
운전대를 잡은 연우가 설에게 물었다. 차를 몰고 있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연우가 더 어른스럽게 느껴졌다. 이제 그의 나이 21살, 아직 어린 나이임에 분명했다. 그럼에도 연우는 어떨 땐 설보다 더 어른스럽게 행동할 때가 많았다. 어쩌면 제가 책임져야 할 배 속의 아이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래. 잠깐 쉬었다 가자.”
연우는 도로를 벗어나 길가에 차를 대었다. 차에 내리기 전, 설은 버킷햇을 꾹 눌러썼다. 얼굴을 가린다 한들 체구에서 남자인 게 티가 났지만, 그래도 얼굴을 가리는 편이 마음 편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천천히 해안가를 향해 걸어 나갔다.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바다 특유의 냄새가 몰려왔다. 아직 여름이 되지 않아서인지 해변은 한가했다. 지나치는 사람보다 끼룩거리는 갈매기가 더 많을 정도였다.
아무도 거닐지 않는 모래사장을 따라 연우와 설이 하염없이 걷기 시작했다. 길게 늘어진 바다는 마치 파도 소리를 노래처럼 뱉어 내며 존재감을 내뿜었다. 청량한 하늘과 맞닿아 있는 푸른빛의 바다. 마치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한없이 이어졌다.
쏴아아. 밀려드는 파도 소리에 설은 잠시 자리에 멈춰 섰다. 불현듯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향해 몸을 틀었다. 쏴아아. 다시금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하얬던 세상이 어둡게 변했다. 파도 소리가 요란했던 그날 새벽, 어느새 설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몰아치는 파도 속, 끌어안은 채 서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제 몸을 감싼 넓은 등 뒤로 험한 파도가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마치 투명한 보석처럼 방울져 떨어지는 물방울 사이로 떨어질 수 없다는 듯, 꼭 붙은 두 사람의 모습이 절박해 보였다.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그날의 바다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저를 잡아먹을 듯 세게 덤벼들던 그 차가웠던 바닷물이 발아래서부터 위로 점점 차오르는 것만 같았다. 점점 몸이 마비되는 것만 같은데, 여전히 바닷물에 몸을 담근 두 사람은 꼼짝을 하지 않았다.
설은 두 사람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이제 그만 나오라고. 이제 그만 아파해도 되지 않겠냐고. 그들을 향해 있는 힘껏 소리쳤다. 하지만 그것은 설의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 두 사람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소리 없는 메아리였다.
절망에 잠식당하며 그대로 설이 얼어붙어 갔다. 왜 험난한 바다에서 그들이 나오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이제 행복해질 때도 된 것 같은데. 이제 그만 아픔 속에서 빠져나올 때도 된 것 같은데……. 왜 계속 같은 자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곧 제 손끝에서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설은 그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깨달을 수 있었다. 그날, 차가운 바다에서 저를 안아 주었던 연우의 체온이었다. 차가운 바닷속에 갇혀서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그 따듯했던 체온이 지금 이 순간 그의 손끝에서 느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설의 시야에 연우에게 안긴 제 얼굴이 들어왔다. 미소 짓고 있었다. 희미하지만 미소 짓고 있었다. 분명,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한데, 저를 끌어안은 이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순간, 얼어붙었던 몸이 조각조각 나는 것만 같았다. 제가 지어 보이는 미소를 보며, 그대로 몸을 둘러싼 얼음이 깨뜨려지고 있었다.
설은 홀린 듯 제 손을 들어 보았다. 새파랗게 질려 있을 줄 알았던 손은 온기가 돌아 불그스름했다. 그제야 설은 알 것도 같았다. 저들이 바다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를. 그건, 어쩌면 아마도…….
“형.”
익숙한 목소리가 설을 일깨웠다. 설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차갑고 어두웠던 바다는 온데간데없고 하얀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잔잔한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했어요?”
설은 시선을 돌려 제 옆에 자리한 한 사람을 쳐다보았다.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그가 서 있었다. 그날 저를 붙잡은, 다시 한번 저를 살게 한 그가 그곳에 서 있었다.
“형…….”
지금 이 순간, 설은 더 이상 괴물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아이가 배 속에서 자라고 있었고, 세상 그 누구보다 저를 아끼는 한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이 순간에 저는 절대 괴물일 수 없었다. 결국, 그토록 빠져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에서 설은 빠져나온 것이다.
“연우야.”
그와 함께. 거친 파도 속에서 저를 붙잡아 준 그로 인해서.
“난……. 나는 말이야…….”
그가 만들어 준 행복으로 인해서.
“지금 너무 행복해…….”
그래서 연우에게 얘기해 주었다. 그도 반드시 알아야만 했기에. 그날 바다에서 너를 바라보는 내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고. 네 손을 잡은 나는 너무나 행복했다고. 그렇게 연우에게 얘기해 주고 싶었다.
“형…….”
쏴아아. 파도 소리와 함께 거친 바람이 불어왔다. 거센 바람결에 설의 머리 위에 얹어진 모자가 날아갔다. 세상 밖으로 내보일 수 없었던, 설의 얼굴이 환하게 드러났다. 임신한 이후로 한 번도 밖에 보이지 않았던, 그의 얼굴이 그렇게 세상에 드러났다.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연우가 살며시 쓸어 넘겨 주었다. 손안을 빠져나가는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얼굴 위로 쏟아져 내렸다. 바람은 멀리까지 불어 하얀 모자가 마치 새처럼 허공을 날았다.
끝없이 펼쳐진 바닷가. 그곳엔 이제 더 이상 파도 속에 갇힌 두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서로 마주한 채 미소 짓는 두 사람만이 있었다. 모자 속에 얼굴을 숨겨야 하는 괴물이 아닌, 당당하게 얼굴을 드러낼 수 있는 한 사람으로, 그렇게 연우의 앞에 설이 미소 짓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