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7/9)

4.

어두운 강의실. 하얀 스크린에 쏘아지는 빔프로젝터의 빛에 둥둥 떠다니는 먼지가 반사되어 흩날렸다.

한 시간째 같은 화면을 띄워 놓고 강단에 선 교수가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떠들어 대는 동안 설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앞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지루할 수도 있는 그 시간이 설에게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수업이라면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 그였기에.

뜨거웠던 여름 방학은 식어 버린 대지와 함께 끝이 나 버렸다. 새 학기가 시작되어 설은 재영의 집을 나와 기숙사로 들어갔다. 개강 이후 나름 바쁘다면 바빠진 세 사람은 예전처럼 설을 자주 찾지는 않았다. 어쩌다 주말에 재영의 집에 모여 함께 섹스하기도 했지만, 평일에 번갈아 가며 부르는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덕분에 설은 어느 정도 자기 생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예전처럼 수업도 열심히 듣고, 과외 알바도 했다. 바빠진 생활에 설도 점차 잃어버렸던 제 모습을 찾아 가기 시작했다.

그런 설이 제 모습을 찾아 가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건 의외로 재영이었다. 개강 이후,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설의 몸에 오줌을 싼 이후부터 그는 어쩐지 설과 조금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였다. 하루가 멀다고 설을 찾아 대던 그가 그러지 않았으니까. 그런 재영의 변화를 설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원래도 타인에게 무관심한 편이었기에.

오히려 재영의 변화에 주목한 것은 옆에서 지켜보는 연우였다. 설과 거리를 두는 듯하면서도 관계 이후엔 어김없이 아련하게 설을 바라보는 재영의 시선이 그에게는 빤히 보였다. 그는 내심 속으로 반기고 있었다. 저의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제 거의 끝에 다다른 것 같았으니까. 그토록 오래 기다려 왔던 그 일을…… 끝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은 것 같았으니까.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탁, 소리가 나며 어두웠던 강의실 불이 환하게 켜졌다. 강의가 끝나자 수강생들은 저마다 수다를 늘어놓으며 짐을 챙기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설도 마찬가지였다. 생일날 진성에게 받은 노트북을 정리하여 가방에 챙겨 넣었다.

“저기, 선배님.”

낯선 목소리에 짐을 챙기던 설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한 번쯤은 본 것 같기도 한 아이가 제 옆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누구였더라.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데…….

“저 일 학년 과대 김우성입니다.”

그제야 설은 저와 같은 학과 후배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워낙 수업 외에는 학교생활에 관심이 없었던 터라 낯이 익지 않았던 탓이었다.

“어. 안녕?”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저. 그게…….”

딱히 말을 걸어올 것 같지 않은 상대가 말을 걸어오니 의아한 게 당연했다. 도대체 어떤 용무가 있었기에 저를 찾아왔나 싶어 빤히 올려다보는데, 한참이나 뜸을 들이던 후배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다름 아니라…….”

“어.”

“저희 곧 있으면 축제가 있잖아요.”

“축제?”

설은 어렴풋이 게시판에 붙어 있던 축제 포스터를 떠올렸다.

“어. 그런데?”

“저희 과에서는 주점을 하려고 하는데요.”

“어.”

“선배님께서 좀 도와주셨으면 해서요…….”

후배가 이렇게 어려워하며 얘기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과 일은커녕, 과방에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유일한 선배였기에.

“저. 선배님께서 과 일에 관심 없으신 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꼭 선배님께서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너무 많아서요.”

그럼에도 그가 용기 내 요청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주점 수익이 과 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었기에. 반드시 ‘송설’이 있어야만 한다는 의견이 거의 압도적이었다. 학과에 한 명 있는 그 아까운 얼굴을 이렇게 썩힐 수 없다는 게 그들의 지론이었다.

“저, 미안한데…….”

“아. 알아요! 선배님 엄청 바쁘신 거. 그래서 큰 거 아니고. 딱 하루만. 하루만 와서 서빙, 아니 그냥 서 있기만이라도 해 주셨으면 좋겠어서요.”

“……서빙?”

“네네. 저희가 이번에 교복 입고 서빙할 예정이거든요. 근데 선배님이 워낙 학교에서 유명하시니까. 교복 입고 나타나면 정말 손님이 많이 몰릴 것 같아서. 그래서요.”

그제야 설은 왜 이 후배라는 아이가 이토록 떨면서까지 저를 찾아왔는지 알 것도 같았다. 제가 유명한지, 어찌한지는 알 바 아니나 어쨌든, 저에게 교복을 입혀서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겠다는 심보였다.

그런 거라면 설은 질색이었다. 그냥 도와 달라고 해도 해 줄까 말까인데, 교복까지 챙겨 입고 남들 앞에 원숭이처럼 서는 일이라면 절대 해 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설은 아무런 탈 없이 조용히, 남들 눈에 띄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학교에 다니다가 졸업하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저, 김우성이라고 했던가?”

“네, 네! 선배님.”

“이렇게 찾아와서 얘기해 준 건 고마운데. 아무래도 내가…….”

그때, 설의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비집고 들어와 말을 끊었다.

“교복만 입으면 돼요?”

설도, 같은 학과 후배라는 아이도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예쁘게 웃음 짓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캠퍼스에서 설만큼이나 유명한 연우였다. 둘이 친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니, 수업 끝나고 약속이라도 있었던 듯했다.

“네?”

“형이 교복 입고 서빙만 하면 되냐고요.”

“아, 네. 뭐…….”

어쩐지 우성은 연우에게서 위협감이 느껴졌다. 키가 한참 커서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은근히 하대하는 듯한 말투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고.

“형. 한번 해 봐요. 재밌을 것 같은데.”

저를 무시하는 것 같아 은근히 기분 나빠 있는데, 뜻밖의 말에 우성은 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아. 그렇죠? 간만에 고등학교 때 교복도 입어 보고. 정말 재밌는 시간이 될 거예요. 그러니까 선배님. 이번 딱 한 번만 도와주시면…….”

말을 하며 우성은 설의 눈치를 살폈다. 설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얼굴을 찡그린 채로 연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될 것 같은데……. 어쩌지…….

“미안해서 어쩌지? 난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서.”

한참 연우를 노려보던 설이 딱 잘라 말했다. 그러곤 제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 어! 선배님!”

우성이 뒤에서 다급하게 불러 보지만, 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아, 이번에도 망했구나. 가서 애들한테 뭐라고 말하지……. 낙심해 있는 우성의 어깨에 연우가 손을 턱, 올렸다.

“우리 같은 학번이지?”

“어? 어.”

“말 편히 할게. 연락처 좀 알려 줘.”

“뭐?”

“형. 내가 설득해 보고 연락해 줄 테니까. 연락처 알려 달라고.”

반신반의하면서도 우성은 제 연락처를 연우의 폰에 찍어 주었다. 둘이 워낙 친하다고 알려져 있으니, 어쩌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럼, 연락 줄게.”

우성의 어깨를 가볍게 톡톡 두 번 두들기고 연우가 뒤돌았다. 멀어져 가는 연우를 바라보며 우성은 기분 나쁘다는 듯 제 어깨를 털었다. 씨발, 꼭 계집애같이 생겨서. 말하는 꼬락서니 참 좆같네. 그가 혼자 중얼거렸다. 이미 연우는 강의실 밖으로 사라진 후였다.

강의실 밖으로 나선 연우는 곧장 복도 끝에 다다른 설을 따라잡았다.

“형, 같이 가요!”

설은 연우를 한번 흘낏 보고는 무시하려 발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멈춰선 설의 옆으로 연우가 바짝 다가섰다. 그가 설의 어깨 위로 다정하게 팔을 둘렀다. 엘리베이터 문에 비친 연우의 얼굴을 설이 노려보았다. 연우 또한 방긋 웃으며 엘리베이터 문을 통해 설을 쳐다보았다.

“또 왜 그렇게 노려봐요.”

“네가 뭔데 끼어들어.”

“학과 주점이요?”

“어.”

“왜요. 그냥 재밌을 것 같아 해 보라는 건데.”

마침, 띵 하며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알림음이 들려왔다. 설은 냉큼 연우의 팔을 뿌리치고 안으로 들어섰다. 연이어 들어서는 연우를 없는 사람 취급하며 로비 층의 버튼을 눌렀다.

“정말 안 할 거예요?”

“어.”

“뭐 때문에?”

“괜히 학교 일에 나서서 얼굴 팔리기 싫어.”

굼벵이처럼 기어서 아래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 잠시간 침묵이 흘렀다. 설은 잔뜩 굳은 얼굴로 그저 앞만 보고 있는데. 일순, 연우가 그의 몸을 잡아당겼다.

“읏!”

설을 구석으로 몬 연우가 엘리베이터 벽을 손으로 짚으며 가두었다.

“너, 씨발 뭐 하는……!”

연우가 설의 입술을 덮쳤다. 제 입술을 뒤덮는 커다란 입술에 설의 말은 목구멍 속으로 삼켜져야 했다. 거칠게 밀고 들어와 마구 입 안을 헤집는 혀에 설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다급하게 그의 눈동자가 엘리베이터 문으로 향했다. LED 화면에 나타나는 층수를 확인한 그가 연우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대로 누가 엘리베이터에 타기라도 한다면 낭패였다. 그게 아니더라도 엘리베이터 안에 CCTV가 있기도 했고.

언제나 그래 왔듯, ‘덮치는 연우’의 힘을 ‘당하는 설’이 이겨 낼 순 없었다. 바위처럼 꿈쩍도 않는 연우는 오히려 한술 더 떠 설의 가랑이 사이로 손으로 집어넣기까지 했다. 설이 놀라기도 전, 말랑말랑한 자지를 더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엘리베이터에서, 같은 학교 학생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 성기를 만져 대는 연우가 미친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머릿속의 생각일 뿐, 얇은 천 위로 주물러 대고 비벼 대는 손길에 자지가 정직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흣!”

연우가 입술을 떼어 냈다. 그러곤 곧 자리에 쭈그려 앉아 바지 위로 불룩하게 솟은 설의 자지를 입에 물었다. 고개까지 틀어 가며 좆 모양을 따라 살짝살짝 깨물어 대는 통에, 설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아, 안 돼. 하지……, 마…….”

설은 치고 올라오는 신음을 억누르며 겨우 말했다. 그런 그의 심장은 터질 듯 뛰고 있었다. 지독한 성감과 함께 누군가에게 들켜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뒤엉켜 그의 심장 박동을 높이고 있던 터였다.

한 층, 한 층 아래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화면의 숫자가 바뀔 때마다 그의 심장도 함께 덜컹덜컹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당장에라도 저 문이 열리고 기다리고 있던 누군가가 이런 제 모습을 볼 것만 같았다. 남자인 주제에, 같은 남자에게 좆이나 빨리는 더럽고 추한 제 모습을.

“씨발……. 하지……. 말라고……. 하연우…….”

그때. 띵, 하는 알림음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무려 로비 층에 도착한 것도 아닌데 엘리베이터가 멈추어 버린 것이다.

설이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엘리베이터가 멈췄다는 건, 누군가 타려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하연우에게 좆을 빨리고 있는 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누군가 들어온다는 것이었고.

상황이 이쯤 되면 그만둘 만도 한데, 연우는 여전히 설의 좆을 물고 빠는 데 정신이 없었다. 연우의 침과 설의 자지가 내뿜는 선액으로 속옷을 물론, 바지까지 축축하게 젖어 가고 있었다. 처절하리만큼 설은 성감과 싸우며 연우를 밀어냈다. 밀쳐 내는 손길에도 연우는 끄떡하지 않았다.

그쯤, 멈춰 선 엘리베이터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곤 벌어진 틈을 타고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명이 아니었다. 적어도 대여섯 명은 되는 것 같았다. 설은 정말로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고막을 파고드는 목소리가, 점차 벌어지는 문틈 사이로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를 돌아 버리게 했다.

이대로는……. 이대로는……. 정말 들켜 버릴 터였다. 저 많은 학우가 보는 앞에서, 좆이나 빨리는 모습을 보이게 될 터였다. 그럼 안 되는데……. 정말 안 되는데……. 이대로 이런 천박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데…….

쿵쾅쿵쾅. 터질 듯 심장이 뛰어 댔다. 아무리 밀쳐 내도 밀리지 않는 연우는 계속해서 자지를 빨아 대고 있었다. 그렇게 엘리베이터의 문이 점점 더 열리고, 마침내 문 너머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게 되었는데.

“어?”

일순, 죽어도 떨어질 것 같지 않던 연우의 얼굴이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동시에 그가 설의 앞을 막아서며 일어섰다. 설보다 장신인 연우에 가려져 설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뭐야. 사람 있네. 이거 다 탈 수 있으려나?”

조금 전까지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 리 없는 학생들은 꽤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저들끼리 말을 주고받았다.

“야. 그냥 걸어가자. 몇 층 안 되는데.”

“그럴까?”

그러곤 쿨하게 뒤돌아 계단으로 향했다. 그들이 떠나자 연우가 엘리베이터 문을 닫는 버튼을 눌렀다. 문이 닫히자 이제껏 숨죽이고 있던 설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다시금 엘리베이터에 둘만 남게 되었지만, 설의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이 씨발 새끼야…….”

자리에 앉아 넋을 놓은 채로 설이 연우를 향해 욕을 내뱉었다. 그런 설을 연우가 안아 올렸다. 그 예쁜 얼굴로 한껏 웃어 보이며 설의 이마에 입 맞췄다.

“어땠어요? 좀 쫄렸어요?”

“개새끼야. 그걸 말이라고…….”

“왜요. 재밌잖아요.”

예쁘게 웃어 보이는 얼굴이 무색하리만큼 설은 차갑게 연우를 밀쳐 냈다. 차갑게 돌아서서 문 앞으로 향하는 설을 연우가 뒤에서 끌어안았다. 얇은 허리에 두 팔을 두르고 어깨 위로 얼굴을 얹었다.

“아주머니한테 부탁해 둘게요.”

“?”

“형. 교복 보내 달라고.”

“너, 씨발…….”

“꼭 보고 싶어요. 형 교복 입은 거.”

마침, 로비에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멈춰 섰다. 연우가 안고 있던 설을 놓아주었다. 사르륵,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틈으로 연우가 먼저 내렸다. 아무렇지 않게 발걸음을 옮기는 연우와 달리, 설은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서야 엘리베이터에서 나올 수 있었다.

***

시간이 흘러 축제일이 다가왔다. 설이 학과 주점을 도와주기로 한 날은 마지막 날이었으나, 그 전에 교복이 도착하였다. 연우는 남들보다 먼저 설의 교복 입은 모습을 보고 싶어 당장 입어 보라고 했으나, 설은 끝까지 거부했다. 아쉽지만 연우는 축제 마지막 날을 기약해야 했다.

그렇게 축제 마지막 날. 설은 수업이 끝나는 대로 기숙사로 돌아왔다. 교복을 입기 위해서였다. 그날 입었던 옷을 벗어 두고, 교복이 들어 있는 택배 상자를 뜯었다. 상자 안에는 정성스럽게 드라이까지 끝낸 교복이 들어 있었다. 나름 아들을 생각해 엄마가 한 것이었다.

교복은 총 3피스로 되어 있었다. 회색 바지와 네이비색 조끼와 재킷. 하얀색 셔츠를 받쳐 입어야 하는데, 그건 기숙사에도 있으니까 보내 주지 않은 듯했다. 설은 옷장에서 하얀색 셔츠를 꺼내었다. 속옷만 입은 채로 하얀 셔츠를 걸치고 회색의 바지를 껴입었다.

여기까지는 평소에 입는 옷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으나, 타이를 매고 니트로 된 조끼를 껴입으니 교복인 게 티가 났다. 설은 재킷까지 입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요즘 들어 밤이 되면 꽤 쌀쌀해진 날씨를 떠올리고 입기로 했다.

교복으로 완전히 갈아입은 그는 마지막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고 방을 나서려 했다. 적어도, 누군가 기숙사 방문을 열고 들어와 막기 전까지는, 그러리라 생각했었다.

“하연우?”

기숙사 방 안으로 들어온 건 연우였다. 어디 쇼핑이라도 다녀온 것인지 그의 손에는 낯선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와……. 형. 교복 입은 거예요?”

연우는 문 앞에 서서 설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묘한 눈빛으로 제 몸을 훑어보는 시선에 설은 얼굴이 괜히 달아올랐다. 재킷까지 껴입고 있는데도 괜히 벌거벗은 기분이었다.

“비켜.”

설이 붉어진 얼굴로 문 앞을 가로막고 있는 연우를 밀쳤다. 그러자 연우가 설의 팔을 낚아챘다. 살짝 노려보는 설을 내려다보며 연우가 씽긋 웃어 보였다. 인정하기 싫지만, 미치도록 예쁜 웃음이었다.

“형 주려고 선물 사 왔어요.”

“뭐?”

“교복까지 입었는데, 그냥 나가면 섭섭하잖아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물어본다고 해서 바로 대답해 줄 연우가 아니었다. 그가 그대로 설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바지 지퍼를 내리는 연우를 보며 설이 눈가를 찡그렸다. 자지나 보지를 빠는 거라면 지금은 사양하고 싶었다. 늦지 않게 학과 주점으로 가야 했으므로.

“나 지금 이럴 시간 없어.”

“잠깐이면 돼요.”

“늦었다고.”

앞섶이 벌어지는 대로 연우는 바지를 끌러 내렸다. 팬티까지 끌어 내리자 허벅지에 못다 벗은 천 조각이 겹겹이 쌓였다. 모습을 드러낸 자지와 보지에 연우는 코를 가까이 대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언제 맡아도 향긋한 설의 보지 냄새를 맡다가 그가 살짝 혀를 세워 한 번 핥았다.

“늦었……다고…… 했어…….”

성감을 겨우 견디며 설이 끊어 말했다. 연우는 침을 발라 반들반들 빛나는 먹음직스러운 보지를 앞에 놔두고 아쉬운 듯 입술을 떼어 냈다. 부스럭거리며 그가 쇼핑백 안을 뒤졌다. 설은 문에 몸을 기댄 채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쇼핑백에서 무언가를 꺼낸 연우가 포장을 뜯고 있었다. 곧 무엇에 쓰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는 것이 연우의 손에 들렸다. 그것은 어찌 보면 팔찌 같기도 하고 액세서리 같기도 했다. 커다란 링과 그 앞으로 둥근 모양을 한 케이지가 달려 있던 것이다.

“형. 이게 뭔지 알아요?”

설은 얼굴을 찌푸린 채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설을 올려다보며 연우가 슬며시 입꼬리를 둥글게 말아 올렸다. 이상하게 생긴 물건을 들고 설의 자지에 가져다 대었다.

“정조대라는 거예요. 형 자지 발기 못 하게 하는 거.”

“뭐?”

익숙하지 못한 이름이나마, 설은 그것이 자지를 묶어 성관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란 것쯤은 알고 있었다. 어차피 제가 앞을 쓸 일이 있을 것 같지 않은데, 왜 이런 걸 연우가 저에게 채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가 하는 짓 중엔 이해할 수 없는 게 태반이긴 했지만.

설이 언짢은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동안, 연우는 조끼 아래로 삐져나온 셔츠의 끝을 설의 입에 물려 주었다. 매끈하고 얇은 복부 아래로 덜렁거리는 자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다시금 쭈그려 앉은 연우가 조심스럽게 자지와 고환을 잡아 링 안에 넣었다. 한 번에 싸잡아 링 안에 넣으니 자지와 고환이 마치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갛고 둥글게 뭉쳤다. 한껏 부푼 고환을 연우가 손끝으로 툭툭 쳤다. 부드럽고 얇은 살갗에 담긴 알들이 손끝에서 당장에라도 톡톡 터질 것만 같았다. 매우 약하게 쳤음에도 꽤 아팠는지 설이 신음을 흘렸다. 자지가 묶인 채로 신음하는 설이 귀여워 연우는 쿡, 웃음을 터뜨렸다.

“흐즈므라…….”

입에 옷자락을 문 덕분에 설의 발음이 뭉개졌다. 이 또한 귀엽게 느껴져 연우는 연신 웃음을 터뜨려야 했다.

커다란 링을 채운 연우는 이번에 고작 2센티 정도 되는 새장처럼 생긴 케이지를 집어 들었다. 귀두 모양에 꼭 맞게 제작된 둥근 케이지를 좆 머리에 씌운 그가 뿌리를 묶고 있는 커다란 링에 연결하였다. 길던 자지가 귀두만 남은 채 확 줄어들었다. 가뜩이나 귀엽고 예쁜 자지가 버찌처럼 작고 귀여운 알맹이로 변해 버리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자물쇠까지 채운 그가 멀찌감치 떨어져 정조대를 찬 설의 자지를 감상하였다. 부푼 고환 위에 케이지를 씌운 귀두가 꼭 붙어 오뚝이를 연상케 하였다. 케이지 안에 꽉 갇힌 빨간 자지가 통통해 보여서 똑, 하고 따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케이지 앞에 뚫렸으니까 오줌도 쌀 수 있고 사정도 할 수 있어요. 어때요? 착용감 나쁘지 않죠?”

정조대를 찬 제 아래는 보기엔 흉했으나, 연우의 말대로 착용감이 나쁘지 않아 설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귀두가 케이지에 꽉 막혀 아플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아프다는 느낌은 없었다. 귀두가 계속 눌리다 보니 계속 자지를 만져 주는 것 같아 기분 좋기도 했고.

“뒤돌아 볼래요?”

“금방 끝난다며?”

설이 물고 있던 셔츠를 뱉으며 말했다. 하지만 역시나 연우는 말없이 그의 몸을 잡아 돌렸다. 씹새끼, 설이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는 동안 연우는 쇼핑백 안에서 다른 물건을 하나 더 꺼냈다. 포장지를 벗긴 그가 역시나 쇼핑백 안에서 꺼낸 젤을 들고 그 위로 붓기 시작했다.

설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의 시야에 연우가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젤을 뿌리는 걸 보면 항문에 삽입하는 물건인 듯 보였다. 마개인가 싶었지만, 그것과는 조금 생김새가 달랐다. 세로로 길게 서 있는 막대 아래로 가로로 곡선을 그리며 봉우리 달린 막대가 붙어 있어, 마치 손잡이가 있는 서양식 촛대를 연상하게 하는 것이었다.

“형. 힘 빼요.”

설은 딱히 긴장하지 않았다. 마개라면 수십 번도 더 넣어 봤으니까. 그리고 예전에 재영이 넣어 주었을 때도 딱히 별다른 긴장감 없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니, 마개보다 훨씬 얇은 마개는 무리가 없을 거로 생각했던 것이다.

“흐으……. 흐!”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 설의 무지가 만들어 낸 착각이었다. 지금까지 사용했던 마개와는 완전히 다른 마개였는지, 안에 차고 들어오자마자 미친 듯 몸이 저릿해지기 시작했다. 단번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순식간에 몸에 열이 오르고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진동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단지 집어넣은 것만으로도 몸이 바들바들 떨려 왔다.

“이, 이…… 게……. 뭐야…….”

“아. 이거 별거 아니에요. 아네로스라고, 전립선 자극하는 거예요.”

순간 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전립선이라는 말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만 같았다. 전립선이 찔렸을 때 느낌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기에. 차라리 고통에 가까운 그 쾌락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몸서리가 쳐지는 거였다.

“시, 싫어. 씨발 이딴 거 하고 돌아다닐…… 바엔……. 흣!”

설이 반박해 보지만, 말을 들어 처먹을 연우가 아니었다. 그가 설의 엉덩이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꼼꼼히 쳐다보았다. 원래는 회음부를 자극해야 할 작은 봉우리가 설의 보지 속에 처박혀 있었다. 이게 조금 더 길었다면 음핵에 닿았을 텐데, 다소 길이가 아쉬웠다. 그래도 전립선은 정확히 찌르는 것 같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이제 형은 지옥과도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될 테니까.

“자. 다 되었어요.”

속옷은 물론 바지까지 완전히 입힌 연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들바들 떨어 대는 설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혹시라도 뺄 생각 하지 말아요. 계속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개새…… 끼야…….”

“그거 빼는 순간. 알죠? 형 학교에서 개같이 따먹히는 거예요.”

“…….”

“애들 다 있는 학교에서. 그것도 교복 입은 채로.”

“하연우…….”

“그러니까 버텨요. 학교에 보지 달고 남자한테 처박힌다는 소문내고 싶지 않으면.”

설이 억울한 듯 입술을 말아 물었다. 그런 그의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다. 새빨갛게 볼을 물들인 채로 눈물까지 매달고 노려보는 얼굴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당장에라도 바닥에 깔아뭉개 자지를 박아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겨우 억눌러야만 했다. 아네로스를 끼고 교복을 입은 채로 서빙을 하는 설의 모습은 절대 포기할 순 없었으므로.

“그만 가 볼까요? 형?”

그렇게 연우가 억지로 설을 붙들고 기숙사를 나섰다. 설은 잔뜩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로 그의 손에 이끌려 학과에서 하는 주점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설은 원래 약속된 시간보다 훨씬 늦게 학과 주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학과 주점으로 향하는 동안, 설은 죽을 것만 같았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망할 아네로스가 전립선을 계속 찔러 대는 바람에 제정신일 수가 없던 것이다.

그제야 설은 왜 연우가 저에게 정조대까지 채웠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이 정도라면 발기해도 당장에 발기했을 테니까. 야외에서 티 나지 않게 괴롭히려고 머릴 쓴 것이다. 나름의 배려라면 배려였다. 설의 입장에서는 하나도 반갑지 않은 배려여서 문제지.

정조대 덕분에 고간이 불룩해질 일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괴로웠다. 뒤에서는 계속 전립선을 자극해 대고, 앞은 발기조차 할 수 없이 꽉 묶여 있었다. 오줌이 마려워 죽겠는데 싸려고 아무리 노력해 봐도 나오지 않아 괴로워할 때, 딱 그때보다 스무 배는 괴로운 느낌이었다.

“어, 선배님! 오셨어요?”

연우와 함께 도착한 설을 발견하고, 같은 과 후배인 우성이 잔뜩 반기며 달려왔다. 연이어 그의 뒤에서 여학생들이 꺅꺅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미안……. 조금…… 늦었지…….”

“아닙니다! 이렇게 와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설의 속사정일랑 절대 알 수 없었던 우성이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동안, 설의 얼굴은 점점 더 일그러지고 있었다.

“선배님. 평소에도 멋지시지만, 교복도 정말 멋지십니다! 선배님 덕분에 이번에 저희 주점 매출 대박 날 것 같아요!”

이러쿵저러쿵 말 많은 후배 덕분에 설은 더욱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제 그만 좀 닥쳐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설의 표정을 뒤늦게 읽은 눈치 백 단의 후배가 짐짓 걱정스러운 표정을 해 보였다.

“아니. 저 그런데 선배님……. 어디 아프세요? 안색이…….”

“아니야……. 별거……. 아니……. 흣.”

순간, 말을 하던 설은 저도 모르게 짧게 신음을 내뱉고야 말았다. 일순, 이제껏 방방 들떠 떠들어 대기 바빴던 우성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방금 그 신음……. 뭐지? 어디가 안 좋으신 것 같긴 한데……. 조금 뉘앙스가……. 이상하지 않았나……?

그런 그 둘을 옆에서 빤히 지켜보고 있던 연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설의 어깨 위로 팔을 둘렀다. 저를 노려보는 설을 쳐다보며 능글맞게 웃어 댔다. 여전히 시선은 설에게 꽂은 채로 우성에게 말했다.

“형. 오늘 몸이 조금 안 좋은가 봐.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 마감 시간까지는 있겠다던데?”

저의 입장을 대신 설명하는 연우가 미워 설은 어금니를 으득, 갈아야만 했다. 비단, 설뿐만이 아니라 그걸 듣는 우성의 기분도 썩 좋진 않았다. 제가 뭔데 선배 대신 지랄이야, 지랄이. 하지만 웃는 얼굴로 답했다. 굳이 캠퍼스 네임드를 적으로 만들어서 좋은 건 없었으니까.

“아아. 그렇구나. 어, 고맙다.”

볼일을 끝낸 연우는 마지막으로 연우에게 말했다.

“그럼. 고생해요, 형. 이따 애들이랑 놀러 올게요.”

그때까지만 조금 참아 봐요. 뒤에 꽂아 둔 거 절대 건들지 말고. 마지막 두 문장은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들이 들으면 조금 그런 얘기니까.

“일해야 해. 빨리 꺼져.”

설이 차갑게 대꾸했다.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쌀쌀맞게 구는 설이 너무도 귀여워 연우는 하마터면 볼에 뽀뽀라도 할 뻔했다.

“너도 수고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설을 두고 돌아서며 연우가 마지막으로 우성에게도 인사했다. 우성은 그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았을 뿐이었다.

“뭐부터…… 해?”

연우가 멀어져 가는 것을 보며 설이 애써 물어보았다. 그제야 우성은 생각났다는 듯,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던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선배님. 이게 오늘 메뉴예요. 혹시 추천 메뉴 있냐고 물어보면 두부김치로 안내해 주시고요. 그게 단가가 제일 싸고 만들기 쉽거든요. 주문하는 거 적어서 저기, 앞치마 두른 애한테 전달해 주시면 되세요.”

예상은 했지만, 어려운 것은 없었다. 단지, 뒷구멍에 아네로스를 끼고 있는 게 걸릴 뿐. 그리고 더욱 큰 문제는 테이블이 모두 낮았다는 거였다. 예산 절감을 위해, 앉은뱅이 의자에 낮은 테이블로 세팅해 준 것이다.

저기에서 주문을 받고, 음식을 놓으려면 몸을 숙였다 폈다를 반복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아네로스에 계속 찔리게 될 터였고. 이쯤 되면 발기가 문제가 아니었다. 계속 흘러나오는 선액에 바짓가랑이가 다 젖게 될지도 몰랐다. 더불어 보지에서도 계속 애액이 흘러나오고 있었으므로.

“선배님…… 정말 괜찮으신 거 맞으시죠?”

점점 더 안 좋아지는 설의 표정을 보며 우성이 걱정스레 물었다. 설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말하는데, 멀리서 주점 안으로 들어오는 무리가 보였다.

“내가 갈게.”

설이 우성의 손에 들린 메뉴판을 가져가며 말했다.

“아. 그러시겠어요?”

우성은 제 뒷주머니에 꽂혀 있던 메모지와 펜을 함께 건네었다. 여기에 주문한 내용을 적어 오라는 거였다.

“그럼, 선배님! 잘 부탁드립니다!”

우성이 꾸벅, 인사하며 크게 소리치자 이제껏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설을 쳐다보고 있던 다른 후배들이 덩달아 잘 부탁드린다며 소리쳤다. 설은 그런 그들에게 대꾸 없이 돌아섰다.

설이 테이블에 도착하니, 어느 학부인지 모를 남학생 4명이 앉아 있었다. 아니면, 아예 다른 학교 학생일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설은 메뉴판을 테이블에 올려다 놓고 메모지와 펜을 꺼내 들었다. 자꾸만 차오르는 성감에 열이 계속 오르고 눈앞이 흐릿했지만, 애써 이를 악물고 버텨 냈다.

“어? 송설 선배 아니야?”

그들 중 누군가가 설을 알아보았는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다 제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를 보며 옆에, 앞에 앉아 있는 친구들이 눈치를 주었다. 좀 닥치고 있으란 거였다.

“저, 선배님. 안녕하세요.”

설은 어째서 저를 알아보는 이가 이토록 많은 것인지 의아했지만, 그런 것 따윈 지금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힘겨운 듯, 설이 한숨을 내뱉었다. 뜨거운 열기를 담은 숨소리가 은근히 색정적인 느낌을 풍겼다.

“뭐…… 드시겠어요…….”

마치 연예인이라도 만난 듯, 부담스럽게 쳐다보는 이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설이 물었다. 최대한 자제한다고 자제했지만, 낮게 흘러나온 목소리가 성감에 젖어 끈적했다.

“아, 저. 저. 그게…….”

설을 바라보는 이들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워낙 잘생긴 선배로 소문이 자자하기는 했지만, 가까이서 보니 느낌이 묘했던 탓이다. 이건 뭐랄까. 단순히 잘생겼다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고 해야 할까? 목소리 탓인가? 표정도 좀 야릇한 거 같고.

꿀꺽. 그들은 한마음으로 침을 삼켰다. 살짝 벌어진 입술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 뭐가 맛있어요, 선배님?”

“대부분 맛있는데……. 아무래도…… 두……, 두부김치가…….”

모르는 남자아이들을 앞에 두고 얘기하는 그 순간에도 설은 계속해서 치고 올라오는 성감에 몸을 가만히 두기가 어려웠다. 그런 그가 견디다 못해 하체를 움찔거렸다. 네 명의 시선이 동시에 설의 고간에 꽂혔다. 주황빛 할로겐전구 아래, 젖은 설의 앞섶이 보이진 않았지만, 은근히 비비 꼬아 대는 몸짓에 그들의 기분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키가 180센티가 넘는 남자가 골반을 흔들어 대는 모습이 야하게 보일 일인가? 그런 의아한 생각 따위는 설의 야한 몸짓에 들지조차 못했다. 움찔거리며 자꾸만 뒤로 빼내는 엉덩이가 불순한 생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살살 흔들리는 골반이 어찌나 아찔하던지.

“그럼……. 두부김치랑요…….”

주문을 받는 이만큼 주문하는 이도 말을 꺼내기가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좆 달린 수컷의 본능이 자꾸만 시선을 설의 하체에 가두었기 때문에. 무엇 때문인지 주문하는 데 한 세월 걸리는 손님이 설은 못내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런 설을 더욱 괴롭히며 전립선의 자극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찌릿찌릿한 느낌이 척추를 타고 올라올 때마다 털이 곤두서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숨이 자꾸만 거칠어지며 신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거기에다가 남들 몰래 음란한 기구를 차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떠올라 그를 더 미치게 했다. 당장 지금이라도 메뉴판을 집어 던지고 화장실로 가 뒷보지를 쑤시며 자위하고만 싶었다.

“술은……. 소주 한 병, 아니. 두 병…… 주세요.”

겨우 주문을 끝낸 아이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메뉴판을 접어 설에게 내미는데, 딱 마주한 설의 시선에 그는 단번에 넋을 놓고야 말았다. 설의 표정이……. 얼굴이……. 너무도 야했던 탓이었다. 성감에 잔뜩 젖은 채로, 눈조차 바로 뜨지 못하고 잔뜩 달아올라 있었다. 미간은 아찔하게 주름져 일그러져 있었고, 벌어진 입술 사이로는 뜨거운 숨이 오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넋을 놓은 채로 저를 쳐다보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설이 급하게 돌아섰다. 그런 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이들은 최면에 걸렸다 풀려나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입을 열었다.

“뭐야, 저 선배.”

“그치, 뭔가 이상하지?”

“뭐야, 너네도? 너희도 느꼈어?”

“어. 씨발. 나 섰어.”

미친 새끼. 돌았냐? 발기했다는 아이를 두고 나머지 일행이 욕지거리를 뱉어 냈지만, 사실 그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말만 않았을 뿐, 그들의 아랫도리가 묵직해져 오고 있었던 것이다.

메뉴를 적은 쪽지를 넘기고 겨우 설은 한쪽 구석에 몸을 숨겼다. 질척거리는 아래에 걸을 때마다 속옷이 보지에 닿아 끈적거렸다. 지금이 밤이 아니라 낮이었으면, 아래가 흠뻑 젖었다는 걸 걸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 미칠 것 같았다. 아직 30분도 안 되었는데 이럴 정도면, 앞으로는 어떻게 더 버텨야 할지 눈앞이 깜깜해졌다.

“어서 오세요!”

죽겠는 설의 심정과는 달리, 주점엔 미친 듯이 손님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학과 아이들이 신이 나 어서 오시라며 소리쳐 대는 동안, 설의 얼굴은 점점 더 일그러지고 있었다. 입술을 말아 문 설이 다시금 메뉴를 붙잡았다. 새로운 손님이 온 테이블로 가 메뉴판을 내밀었다.

“어서…… 오세요…….”

역시나 설의 수상한 표정과 몸짓에 손님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붉히며 침만 꿀꺽, 삼켰다. 음란한 기구를 끼고 서빙하고 있으리라고는 절대 상상하지 못할 그들은 설이 어딘가 안 좋은가 보다고 생각하면서도 은근히 아랫도리를 부풀렸다.

그렇게 설이 본의 아니게 주점을 찾은 이들의 좆을 세워 가고 있는 동안, 마침내 연우와 일행이 주점에 도착했다.

“형!”

진성이 반가운 목소리로 소리치자, 설이 흠칫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메뉴판을 든 채로 자리에 서서 고개만 돌린 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진성은 자리에서 굳어 버려야 했다. 비단, 진성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재영도. 누구보다 성감에 절은 설의 표정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기에.

“뭐야……. 씨발……. 하연우. 너 형한테 뭔 짓 했냐?”

진성이 넋을 놓은 채로 말했다. 그런 진성의 어깨 위로 연우가 손을 얹었다. 만족스러운 웃음과 함께 그가 진성에게 말했다.

“가자. 형이 서빙하는 술맛은 봐야지?”

그렇게 연우가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진성과 재영이 그의 뒤를 쫓았다.

세 사람은 마지막 남은 테이블에 착석했다. 축제 마지막 날이기도 했고, 설의 인기 덕분에 가장 구석진 자리, 한 자리만 남았던 터였다.

딱 보기에도 힘겨워 보이는 설은 어렵게 발걸음을 옮기며 세 사람에게 다가왔다.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설을 보며 어쩐지 재영은 말이 없었다. 그런 그의 심장 박동은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처음 보는, 그것도 교복을 입은 설의 모습에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동하고 있었다. 대체 교복이 뭐라고……. 그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애써 무시하려는 듯,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뭐…… 먹을래……?”

다른 손님에게 그랬듯, 설이 테이블 위로 메뉴판을 놓으며 말했다. 그런 그의 숨은 더없이 가빠져 있었다. 땀에 젖은 앞머리가 살짝 이마에 붙어 있었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에 귓바퀴만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드나드는 숨을 따라 부풀어 오르고 꺼지기를 반복하는 가슴에 시선을 두다가 연우가 메뉴판으로 시선을 옮겼다.

“형이 알아서 챙겨 주세요. 소주는 두 병만 가져다주고요.”

건성으로 메뉴판을 넘겨 보던 연우가 메뉴판을 덮었다. 메뉴판을 돌려주며 그가 설을 향해 씽긋 웃어 보였다.

개새끼……. 설은 욕이 절로 나왔다. 정말 미쳐 버리기 일보 직전인데, 저를 보며 약 올리듯 웃기까지 하는 연우가 어찌 밉지 않을까. 설은 메뉴판을 들고 메모지에 오늘 하루, 동이 나도록 팔아 젖힌 두부김치를 휘갈겨 적었다.

그대로 돌아서 멀어져 가는 설을 보다 진성이 물었다.

“씹연우. 이 개새끼야. 너 뭔 짓 했냐? 솔직히 불어라?”

테이블에 놓인 종이컵에 물을 따르며 연우가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정조대 좀 채워 줬어. 뒤에 아네로스도 넣어 주고.”

질렸다는 듯 진성이 고개를 내저었다. 정말 같은 하늘 아래 너 같은 개새끼는 두 번 다시 없을 거다, 타박하던 그가 채워진 물 잔을 집어 들었다. 벌컥벌컥, 물을 목구멍 너머로 넘기는데, 마치 미리 준비해 두기라도 한 듯 두부김치를 들고 설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뭐야. 뭐가 이렇게 빨라.”

놀란 진성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곧 테이블에 도착한 설이 힘겹게 두부김치와 소주병을 내려 두었다. 볼일이 끝났으니 이만 되었다는 생각으로 설이 자리에서 벗어나려 돌아섰다.

“한잔하고 가요.”

그런 설을 연우가 붙잡았다.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설이 연우를 노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우는 막무가내로 제 옆자리에 설을 앉혔다.

손님의 테이블에 앉은 설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이는 딱히 없었다. 학과 주점이라서 비단 설뿐만이 아니라, 서빙하는 누구라도 아는 사람이 찾아오면 잠깐 착석해 술 한 잔 정도는 마시곤 했던 것이다.

“어때요, 아네로스는 하고 있을 만해요?”

꼴꼴꼴. 종이컵으로 된 소주잔에 술을 채우며 연우가 물었다. 그 말에 설은 울컥 화가 치솟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아래쪽에서 강하게 치고 올라오는 성감에 금방 수그러져야만 했다. 앉아 있으니, 괴로움은 두 배가 되었다. 아네로스가 전립선을 더 센 강도로 눌러 대는 탓이었다.

“하으!”

참다못한 설이 몸을 비비 꼬며 신음을 흘렸다. 학생들이 다 모여 있는 오픈된 공간에서, 똥구멍 속에 야한 물건이나 집어넣고 신음해야 하는 제 처지가 수치스러웠지만, 그런 건 지금 설의 머릿속에 있지도 않았다. 그저, 전립선을 찔러 대는 기다란 막대에 정신이 나가 있었을 뿐.

그런 설을 보며 연우가 피식,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설의 어깨에 팔을 두른 그가 뜨거워진 귓바퀴를 문질렀다. 지분거리는 손길에 설이 몸을 움츠렸다. 숨을 할딱이며 그가 연신 신음을 흘렸다. 바짓가랑이가 사정없이 젖어 들고 있었다.

“형. 여태까지 이렇게 신음하면서 서빙했던 거예요? 같은 학교 애들 다 있는데?”

“씹……, 새끼야…….”

“이렇게 야한 얼굴로 학교에서 돌아다녀도 되는 거예요? 소문 다 날 텐데.”

“…….”

“아니면. 애들한테 알리고 싶어서 그랬어요? 형 후장에 아네로스 끼고 있다고 알려 주고 싶어서?”

설이 분한 마음에 자릴 박차고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어깨를 짓누르는 연우에 의해 할 수 없었다. 이쯤 되니 설은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심리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생리적인 요인이 더 컸다. 한 시간째 사정하지 못한 채로 자극만 당하고 있으니, 몸이 배겨 내질 못하는 게 당연했다. 차라리 길 가던 사람 누구라도 붙들고 박아 달라고 사정하고 싶을 정도였다.

울먹이는 설을 보며, 맞은편에 앉은 재영과 진성도 슬슬 좆이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저들의 자지를 아래로, 위로 처먹으며 눈물 흘리던 설의 모습이 지금 테이블에 앉은 설의 얼굴 위로 겹쳐졌다. 교복도 입었겠다, 저 상태로 박으면 박는 맛이 정말 환상적일 것 같았다.

“형.”

설을 나지막이 부른 연우가 다른 쪽 손을 테이블 아래로 내렸다. 교복 바지 위로, 설의 허벅지를 더듬던 그가 천천히 바지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하, 하지 마!”

설이 놀라서 소리쳤다. 그러자 연우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쉿. 소리 내지 말아요. 들키고 싶어요?”

연우가 설에게 몸을 더 바짝 붙였다. 그대로 속옷 안에 파고든 손이 안을 향해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케이지에 갇혀 있는 자지를 지나 그의 손은 흠뻑 젖은 보지로 향했다. 애액에 절어 야들야들해진 음핵을 그가 손끝으로 문질렀다. 미끌미끌한 느낌이 손끝에서 전해지며 그를 잔뜩 흥분하게 했다. 연우는 단지 문지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압박감이 느껴지도록 꾹 눌러 비벼 대기 시작했다.

끈적끈적한 액체를 매개로 짓눌리고 비벼지는 음핵에 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야말로 미쳐 버리기 직전이었다. 학교에, 오픈된 공간에 누가 볼까 봐 겁이 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상황이 설을 더 흥분시키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들켜 버린다면, 정말 끝장이라고, 당장에라도 저 미친 하연우의 손을 뿌리치고 일어서라고 이성이 그에게 소리치고 있었지만, 빌어먹을 본능은 그를 쾌락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뒤에서는 아네로스가 계속 전립선을 자극해 대고, 앞에서는 하연우가 음핵을 자극해 주고 있었다. 음핵을 문질러 댈 때마다 손바닥에 부딪힌 케이지가 귀두를 눌러 대며 괴롭혔다. 온갖 성감대가 다 자극받는데, 이걸 어떻게 견디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러다간 정말 사정이라도 할 것 같았다. 옷을 입은 채로, 그것도 교복 바지에다가.

“아, 안 돼……. 그렇게 하면…….”

“뭐가 안 돼요?”

“안 돼……. 가 버릴 것 같아……. 제발…….”

“가요. 아무도 안 봐요.”

“하……연우…….”

설은 눈앞이 핑글핑글 도는 것만 같았다. 가뜩이나 쌓인 사정감에 더는 버텨 낼 재간이 없었다. 그런 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우의 손길은 더욱 집요해지고 있었다. 북적대는 사람의 목소리가 윙윙 울리고, 정신이 허공에 붕 떠 버렸다.

이성이 멀어질수록, 본능은 더 짙어졌다.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은 설이 결국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딱딱한 의자에 아네로스의 밑동을 비비며 스스로 전립선을 자극했다. 연우의 손을 이용해 자위하듯 보지를 문질렀다.

“응, 으응. 응!”

거세게 몸을 흔들며 야한 신음을 연신 흘려 대는 설을 재영과 진성은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테이블에 가려져 보이진 않았지만, 들썩이는 상체만으로도 그의 모습이 매우 음란해 보였다. 교복까지 입고 야외에서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설이 진심으로 미친 것 같았다. 설이 미쳐 가면 미쳐 갈수록, 그들의 욕망 또한 크기를 키워 나가고 있었다. 수납해 놓은 자지가 단단해지며 허벅지 위가 불룩하게 솟아올랐다. 선액으로 바지가 점점 젖어 가고 있었다.

“아응, 응. 아으응, 응! 응!”

“형. 학교에서 교복 입고 애들 보는 앞에서 자위하니까 좋아요?”

“응. 몰라……. 응. 아응.”

“이대로 갈 때까지 보지 비벼 줄까요? 교복 바지에 싸지를 때까지?”

“싸고 싶어! 하으! 교복 바지에 쌀래!”

씨발. 욕지거리를 내뱉은 연우가 미친 듯이 설의 음핵을 비벼 대기 시작했다. 끈적한 액체에 닿았다 떨어지는 손에서 쩍쩍 소리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이미 사방이 북적거리는 와중에도 같은 테이블에 앉은 네 사람의 귀에는 보짓물에 적신 손이 마찰하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꿀꺽. 그걸 지켜보는 재영과 진성의 목구멍에 침이 넘어갔다. 바지 속에서 욕구에 충실한 자지가 껄떡거리며 움직여 댔다. 연우는 몸이 들썩거릴 정도로 세게 손을 움직였다. 성감에 퉁퉁 부은 보지가 연신 움찔거리며 그의 손을 빨아 댔다. 질척거리는 물을 헤치며 연우가 볼록 튀어나온 작은 살집을 세게 꽉, 짓눌렀다. 그와 동시에 설의 보지에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아으응!”

설이 큰 소리로 신음했다. 연우가 귓바퀴를 만지던 손으로 설의 얼굴을 잡아 재빨리 제 어깨에 파묻었다. 연우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설은 계속해서 몸을 들썩이며 신음했다. 보지에서는 물이 쏟아져 나오고, 동시에 자지에서도 좆 물이 흘러나왔다. 한 시간 만에 맞이한 사정에 설은 정신을 놓고 황홀함에 젖어 들었다. 오래 참고 견뎠던 만큼, 사정감 또한 최고였다. 온몸이 그대로 사르륵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씨발.”

결국, 이런 오픈된 공간에서 사정까지 하는 설을 보며 진성이 작게 욕을 내뱉었다. 재영은 아무 말 없이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술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 이쪽을 신경 쓰는 이는 없어 보였다. 뭐 멀리서 본다 하더라도 술 취해서 안겨 울고 있는 거로 보이겠지. 그가 다시 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연우가 설의 바지 속에 쑤셔 넣었던 손을 들어 올렸다. 손끝을 잔뜩 적신 보짓물이 손끝에서 뚝, 뚝 흘러내렸다. 아무렇지 않게 연우가 제 손을 물 잔에 넣어 헹궜다. 그 모습을 보며 진성이 입맛을 다셨다. 시큼한 보지 맛이 입 안에 맴도는 것만 같아 군침이 돌았다.

연우가 제 품 안에 안겨 있는 설을 내려다보았다. 사정감에 절어 잔뜩 녹아내린 설에게 그가 속삭였다.

“형. 학교에서 너무 야한 거 아니에요? 이렇게 사람들 다 있는데 가 버리고.”

“…….”

“형 보면서 애들 자지 세우고 있던데. 어떻게 다 책임지려고 그랬어요? 여기 있는 애들한테 다 박히고 싶었어요?”

“하……연우…….”

“아무리 걸레라도 여기 있는 애들한테 다 박히면 형 보지 씹창 나요. 보지 다 찢어질 때까지 그렇게 박히고 싶었어요?”

수치심이 차올라 설의 얼굴이 붉어졌다. 성감에 취한 상태에서도 너무 창피해 죽을 것만 같은데, 곧 그의 귓가로 악마보다 더 달콤한 유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쩔까요. 지금 나가서 박아 줄까요? 아니면 이대로 더 버틸래요?”

“…….”

“말해 봐요. 형이 해 달라는 대로 해 줄 테니까.”

달콤한 그 목소리에 설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몽롱해진 눈빛으로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한없이 끈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박아 줘……. 보지 씹창 날 때까지…….”

연우가 살포시 미소 지었다. 그대로 설을 안아 든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씨발. 어디 가냐?”

진성이 올려다보며 물었다. 연우는 대답 없이 설을 안은 채로 자리를 벗어날 뿐이었다. 무슨 일 있냐고 다가와 묻는 우성에게 형이 아파서 아무래도 오늘 서빙은 그만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한 마디 남긴 연우가 주점을 벗어났다.

“저 개새끼…….”

멀어지는 두 사람을 보며 진성이 나지막이 욕을 내뱉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술잔을 들고 술이나 마시자며 따르는데, 이제껏 관망하고 있던 재영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게 보였다.

“야, 넌 또 어디 가?”

재영 역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굳어질 대로 굳어진 얼굴을 하고 자릴 떠났을 뿐.

“아 저 씹새끼들이 진짜.”

진성도 자릴 그만 정리하고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두 새끼 모두 형을 따먹으러 가는 듯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그의 생각은 곧 다가오는 한 무리에 의해 깨어지고야 말았다. 캠퍼스 내 최고 인싸 진성을 알아보는 이들이 한잔하자며 몰려든 탓이었다. 망할……. 결국 진성은 성화에 못 이겨 자리에 앉고 말았다. 그들에 섞여 소주가 든 종이컵을 들어 올렸다.

***

기숙사로 가는 길목에 있는 다소 외진 장소에서 연우의 발걸음이 멎었다. 벽에 설을 밀친 그가 억눌렀던 욕망을 터뜨리듯 거칠게 입을 맞췄다. 혀를 뽑아 먹을 듯 세게 빨아 들이며 손으로는 설의 바지 지퍼를 내렸다. 정액과 애액으로 범벅이 된 가랑이 사이를 손바닥으로 비비며 만져 댔다.

비록 외진 곳이라고는 하지만, 몇 걸음만 옮기면 바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광장이었다. 언제 누군가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위험한 장소에서 바지가 벗겨지고, 보지를 희롱당하고 있었지만, 성감에 완전히 취한 설은 그마저도 의식하지 못한 채로 허리를 흔들어 대고 있었다.

“자지……. 자지 넣어 줘…….”

막 키스를 끝낸 설이 몽롱한 눈빛으로 연우를 올려다보았다. 입술에 침을 범벅한 채로 남자의 자지를 찾아 대는 모습이 외설스러워 보였다. 한 시간 동안 아네로스를 처박아 둔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여기 학굔데 괜찮겠어요? 사람들 와서 볼지도 모르는데?”

이미 바지를 내리고 보지를 만지고 있으면서, 연우는 그렇게 설을 떠보았다. 자꾸만 애를 태우는 연우에 설은 그대로 정신이 나가 버릴 것만 같았다. 제 보지를 만져 대는 연우의 손을 잡고 골반을 앞뒤로 움직이며 음핵을 자극했다. 연우의 기다란 손에 음핵이 비벼질 때마다 온몸이 달아올랐다. 끈적한 신음을 흘려 대며 계속해서 연우의 손에 대고 자위했다.

“분명, 형이 해 달라고 했어요. 누가 와서 봐도 난 몰라요.”

연우가 잡혀 있던 손을 빼내었다. 설의 몸을 거칠게 돌려 벽을 바라보게 하였다. 상체를 숙여 엉덩이 앞에 얼굴을 가져가니, 잔뜩 젖은 가랑이 사이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손잡이가 보였다. 아네로스에 달린 손잡이였다.

끈적한 물이 질질 흘러내려 지저분해진 허벅지를 연우가 손끝으로 쓸어 올렸다. 설은 벽을 짚은 채로 고개를 꺾으며 신음했다. 엉덩이를 흔들며 뒤로 빼내니, 연우의 코끝으로 드나드는 숨결이 느껴졌다. 설이 엉덩이를 연우의 얼굴에 대고 비볐다.

연우는 두 손으로 볼기짝을 각각 잡고 가운데로 모아 골을 깊게 만들었다. 엉덩이 골에 코를 쑤셔 넣고 폭신한 살로 양 볼을 문질렀다. 볼에 닿아 오는 설의 살이 부드러웠다. 뒷구멍에 아네로스를 쑤셔 넣으며 처발랐던 젤의 딸기 향이 솔솔 풍겨 왔다. 달콤한 향기가 나쁘지 않았지만,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그보다는 설의 뒷구멍 냄새가 더 좋았기에. 이런 인위적인 향은 별로였다.

설의 엉덩이 살을 한 입 깨무는 것으로 연우가 얼굴을 들어 올렸다. 하얗고 예쁜 엉덩이에 뻘건 잇자국이 선명하게 났다. 가로등 불빛 아래, 빨간 잇자국을 단 설의 엉덩이가 탐스러워 보였다. 포동하게 살이 오른 엉덩이를 연우가 손바닥으로 몇 대 내리쳤다. 짝짝, 교정에 울려 퍼지는 마찰음에 설의 신음하는 소리가 어우러졌다.

“그렇게만……. 하지 말고……. 자지……. 자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연우에게 엉덩이를 맞으며 좋다고 신음하던 설은 그새를 못 참고 자지를 넣어 달라고 성화였다.

“아무리 좆걸레라지만, 형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잠시도 못 견뎌요?”

“싫어……. 빨리……. 빨리……. 자지…….”

자지만 찾아 대는 설이 귀여워 연우는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연우는 조금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설의 모습을 감상했다. 교복을 입은 주제에 가랑이는 잔뜩 적시고 아네로스를 꽂은 채로 움찔거려 대는 모습이 꽤 봐 줄 만했다. 그가 설에게 바짝 다가섰다. 귓바퀴를 잘근잘근 씹으며 손으로는 아네로스의 손잡이를 잡았다. 한 시간이나 괴롭힘당한 전립선을 쿡쿡 찔러 대며 그가 설의 귓가에 속삭였다.

“형 고등학교 때도 이랬어요? 남자 자지 먹고 싶어서 안달 나서 보지 적시고.”

다시금 시작된 전립선 공격에 설은 자지러지며 비명을 질러 댔다. 연우가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설의 등을 가슴으로 짓누르며 더욱 바짝 붙었다. 한 손으로는 설의 입을 틀어막고, 한 손으로는 계속해서 아네로스의 손잡이를 잡고 구멍을 쑤셔 댔다.

“고등학교 땐 강간당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어요?”

능욕적인 말에 설의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입이 틀어막힌 채로 설이 고개를 내저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린 눈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알고 보면 반 애들한테 보지 돌린 거 아니에요?”

“웁, 우웁!”

“교실에서, 애들 다 보는데 책상 위에 올라가서 가랑이 벌리고. 애들한테 돌림빵당하고.”

계속해서 야한 말을 속삭이는 연우 때문에 설은 더욱 괴로웠다.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 연우가 하는 말이 장면이 되어 떠올랐다. 지금처럼 교복을 입은 채로 바지를 벗고 책상 위에 올라가 반 아이들을 향해 가랑이를 벌려 보이는 제 모습이 보였다.

“같은 반 애들 자지 먹으면서 좋았어요? 걔들한테 보지 대 주니까 기분이 어땠어요?”

그들이 제 몸에 대고 동시에 씹질을 하기 시작했다. 보지에, 입 보지에, 손 보지에 좆이 잔뜩 들어찼다. 제게 좆을 물리지 못한 이들은 얼굴에 대고 귀두를 비비며 자위했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사방이 남자 좆이었다. 새빨간 좆들이 징그럽게 저를 향해 껄떡대고 있었다.

“말해 봐요, 형. 고등학교 때부터 걸레였냐니까요?”

일순, 상상 속에서 아이들이 저를 향해 내뿜는 정액이 꽉 묶인 설의 자지를 타고 터져 나왔다.

“씨발!”

연우의 욕지거리와 함께 설이 세차게 허릴 흔들며 사정하기 시작했다. 콱 찍어 누르는 전립선에 사정하는 그 순간까지도 온몸이 감전되기라도 한 듯 찌릿했다. 설은 완전히 쾌락에 절어 눈을 까뒤집고 혀를 길게 뺐다. 연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로 계속해서 허리를 뒤흔들었다. 연우는 설의 사정이 멈출 때까지 계속해서 아네로스를 움직이며 전립선을 자극해 주었다. 미쳐 버린 쾌감에 설은 정신을 놓고 짐승 같은 신음을 흘려 댔다.

“흐으, 흐……. 하으으……. 흐으……. 흐…….”

약이라도 한 것처럼 완전히 이성을 놓아 버린 설의 모습을 연우는 만족스럽게 쳐다보았다. 지금껏 제 역할을 충실히 해 온 아네로스를 그가 단번에 빼어 냈다. 다시 한번 설이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파닥이고, 연우는 서둘러 제 바지 지퍼를 내렸다.

아네로스가 설을 괴롭혀 대는 동안, 착실하게 부풀어 버린 자지가 껄떡대며 바지 속에서 튕겨 나왔다. 젤로 축축하게 적셔 놓은 뒷보지 구멍에 좆 머리를 가져다 대었다. 한 시간 동안 마개를 꽂아 놓은 것치고도 상당히 비좁은 구멍 안으로 좆 대가리를 쑥, 밀어 넣었다.

“하으으!”

쫀쫀하고, 미끄럽고, 비좁은 구멍이 밀고 들어오는 좆을 한입에 받아먹었다. 자지에 착, 달라붙어 더없이 빨아 대는 미쳐 버린 구멍에 연우는 낮게 신음을 흘려야 했다. 설이 흥분해 있던 시간만큼, 저 역시 흥분해 있었기에 바로 사정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끝까지 차오른 사정감을 겨우 참아 내며 연우가 천천히 허리를 뒤로 빼내었다.

밖으로 밀려 나온 좆을 연우가 다시금 안을 향해 쑤셔 넣었다. 쫀득하게 감아 오는 구멍 안쪽 살의 맛을 음미하며 좆 머리를 내장에 대고 비볐다. 좆 기둥의 넓은 표면에 닿아 오는 여린 살의 느낌이 미치도록 좋았다.

“그거 알아요?”

연우가 좆으로 설의 뒷보지 맛을 음미하며, 설의 귓가에 속삭였다. 말랑말랑한 입술이 뜨거운 귓바퀴를 간지럽히다 떨어졌다.

“형 교복 입고 있으니까 고등학교 때 형 따먹는 기분이에요.”

성감에 절어 무슨 대꾸조차 못 하는 설을 연우가 뒤에서 꽉 끌어안았다. 허리를 살살 움직여 대면서 조끼 안에 손을 집어넣어 셔츠 위로 볼록하게 솟아오른 젖꼭지를 잡아 돌렸다. 흐으응, 설이 야릇한 신음을 쏟아 냈다. 젖꼭지가 꼬집힐 때마다 그의 보짓살이 움찔하며 연우의 좆을 깨물어 댔다.

“교복 입은 형 봤을 때……. 미치도록 강간하고 싶었어요…….”

연우가 설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는 언뜻 기억 속 한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형 성인 되기 전에 따먹고 싶었는데. 다 자라지 못한 형 보지에 넣고 싶었는데.”

벚꽃이 흐드러진 날이었다. 교복을 입은 한 남자가 길을 걷고 있었다. 분홍빛의 둥근 꽃잎이 흩날리는 그곳에서, 꽃잎을 맞으며, 꽃잎보다 더 예쁜 얼굴로 그렇게 걸어가고 있었다.

“형…….”

이윽고 그의 곁으로 같은 교복을 입은 여자가 한 명 다가갔다.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남자의 팔에 팔짱을 끼며 다정한 듯 웃고 있었다. 남자가 다정하게 여자의 이름을 불렀다.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이름 불러 줘요……. 형이 내 이름 부르는 거 듣고 싶어…….”

연우의 목소리가 한없이 떨리고 있었다.

“이름 불러 줘요.”

멈춰 버린 허리 짓에, 평소답지 않은 모습에 설의 신음도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내 이름 불러 줘요.”

설이 천천히 뒤를 돌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상처받은 눈빛에 이상하리만큼 가슴이 저렸다.

“그렇게 해 줘요.”

“…….”

“현이 형…….”

갑자기 설의 심장이 터질 듯 뛰어 대기 시작했다.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 놓은 듯한 무언가가 가슴 속에서 팍, 터지며 그의 전신을 일깨우는 듯했다. 현이 형. 그 한마디가 마법의 열쇠라도 되는 듯, 순식간에 설을 바꿔 버렸다. 마치 기나긴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흐릿한 기억들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눈앞에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언제나 저를 위해 눈물 흘렸던 그 큰 눈의 아이가 아련하게 떠올랐다. 기억 속 아이를 향해 손을 내밀듯, 설이 연우의 얼굴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손끝에 닿아 오는 볼이 한없이 떨리고 있었다. 저보다 한없이 여린, 한 아이를 위해 입술을 열었다.

“연우야…….”

연우의 두 눈이 정처 없이 떨렸다.

“연우야…….”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치는 감정을 느끼며 그대로 연우가 입술을 파묻었다. 오랫동안 묵혀 왔던 아픔을 터뜨리듯, 미친 듯이 설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거세게 혀를 휘감으며 모조리 빨아들였다. 형의 타액, 형의 숨결……. 무엇 하나도 놓치기 싫어 더욱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하으, 아!”

키스가 끝나는 대로 연우가 급하게 허릴 빼내었다. 그대로 퍽, 깊숙한 곳을 향해 좆 머리를 처박았다. 설의 고개가 뒤로 확 꺾였다. 연우의 어깨에 기댄 채로 두 팔을 들어 올려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이름 불러 줘요. 형.”

연우는 계속해서 제 이름을 불러 달라고 했다. 제 배 속을 가로지르며 깊은 곳에 와서 콱, 처박히는 좆에 자지러지면서도 설은 애써 연우의 이름을 불렀다.

“연우야……. 하연우……. 연우……, 흣!”

퍽, 설의 엉덩이를 세게 치며 연우의 고간이 부딪쳤다. 꿈틀거리는 자지가 직장을 지나 내장까지 파고들었다. 커다란 자지의 모양을 따라 늘어난 내장이 들어찬 살덩이를 잔뜩 조이며 빨아 댔다. 형의 몸속, 깊은 곳까지 제 것으로 가득 채우고 싶은 마음에 연우는 더욱 골반을 들이밀었다. 좁은 기관에 자지가 온통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현이 형. 현이 형…….”

연우는 설의 이름을 부르며 계속해서 허리 짓을 이어 나갔다. 들어찬 살덩이를 따라 설의 배가 부풀어 오르고 꺼지기를 반복했다. 이미 형의 배 속을 몽땅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은 계속해서 더, 더 깊은 곳으로 파고들라고 연우를 부추겼다. 욕망의 한계를 돌파하듯, 연우가 세게 허리를 추어올렸다.

“하으으……!”

결장까지 와 닿는 좆 머리에 설이 자지러지며 비명을 내질렀다. 배 속이 거북하다 못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이대로 명치를 뚫고 연우의 좆이 목구멍으로 빠져나올 것만 같았다. 너무도 격한 움직임에 견디기가 힘들어 생리적인 눈물이 줄줄 흘렀다. 머리카락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형. 형……. 현이 형…….”

퍽. 격한 몸짓에 설이 튀어 올랐다. 연우가 더없이 설의 몸통을 꽉 안아 잡았다. 잔뜩 조여 오는 느낌에 설은 이상하리만큼 가슴이 벅차올랐다. 눈물 젖은 눈으로 그가 연우와 눈을 마주했다. 저만을 향한 애틋한 눈빛을 바라보며 살며시 입술을 달싹였다. 연우야. 하연우……. 다시금 들려오는 제 이름에 연우는 설의 입술을 다시금 덮쳤다. 설과 키스를 나누며 허리 짓을 이어 나갔다.

퍽퍽퍽퍽. 키스하며 설의 안을 파고드는 연우의 몸짓이 거세졌다. 재빠르게 구멍을 드나드는 자지가 열이 올라 새빨갛게 달구어졌다. 뜨거운 살덩이가 구부러져 더는 파고들 수 없는 내장을 찍고 빠져나올 때면, 항문의 안쪽 살이 좆에 붙어 딸려 나왔다. 빨아 대는 뒷보지가 밀고 들어가는 살덩이에 함께 밀려 들어가며 좆을 휘감아 왔다.

재빠르게 움직이는 자지를 따라 커다란 알을 담은 음낭도 함께 움직였다. 갓 짜낸 즙을 질질 흘려 대는 보지를 커다란 고환이 때려 댔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 잔뜩 벌어진 보지로 고환이 쩍, 쩍 달라붙었다. 애액을 잔뜩 뒤집어쓰고 끈적해진 고환이 보지에 끈적하게 닿았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커다란 두 개의 알에 얻어맞으면서도 설의 보지는 고환을 빨지 못해 안달이었다. 연우의 것으로 가득 찬 뒷보지와 달리 허전한 앞 보지로 곤 연우의 손이 닿았다. 키스하던 입술을 떼어 내고 연우가 설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두 팔을 앞으로 뻗은 그가 꽉 묶여 있는 자지 아래, 보지 속에 손가락을 처넣었다.

“읏! 읏! 아……, 흣!”

연우의 빠른 허리 짓에 맞춰 함께 허리를 튕기며, 설이 연신 짧은 신음을 쏟아 냈다. 빠르게 밀고 들어와 기분 좋은 곳을 한껏 비벼 주는 연우의 자지에 성감이 잔뜩 차올랐다. 동시에 질척해진 여린 살을 함부로 헤집어 대는 연우의 손가락이 미치도록 기분 좋았다. 흠뻑 젖은 보지를 헤집을 때마다 척추를 타고 짜릿한 기분이 전신에 퍼져 나갔다. 당장 죽어도 좋을, 끔찍한 행복에 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완벽하게 성감에 사로잡힌 채, 그대로 제 몸의 모든 것을 놓아 버렸다.

“아응! 아! 으으응, 아! 으응, 아……!”

설이 사정하자, 연우의 자지에 힘이 빡, 들어갔다. 미친 듯이 허릴 뒤흔들며 보지 속에 처박아 둔 손가락을 움직였다. 찰박찰박. 애액을 휘젓는 손가락의 소리와 퍽퍽, 살을 치대는 소리가 뒤섞였다.

“으응! 응, 아! 으으응, 아! 하읏!”

주룩주룩, 정조대에 갇힌 자지에서 흰 물이 쏟아져 나오는 동안, 결국 연우의 좆에서도 좆 물이 쏟아져 나왔다. 커다란 자지가 배 속을 때려 대는 동안 연우는 미친 듯이 허릴 털어 댔다. 내장을 따듯하게 데우며 들어차는 좆 물에 설은 목을 놓아 신음했다. 허공에 그의 신음이 울려 퍼졌다. 쥐어 잡은 머리카락을 끌어당기며 그가 몸을 정신없이 떨어 댔다.

“하으……. 흐……. 하으으, 하…….”

사정을 끝낸 설이 연우의 몸에 기대며 늘어졌다. 제 품에 폭 안기는 설을 연우가 꽉 끌어안았다. 사정감에 젖은 몽롱한 눈빛으로 설이 연우를 올려다보았다. 사랑스러운 눈빛을 연우는 바로 마주했다. 사정 후에도 떨어지지 않고 꽉 붙어 빨아 대는 뒷구멍의 내벽을 좆으로 문지르며 그대로 설의 입술을 찾았다.

연우와 설이 서로의 혀를 빨고 타액을 나눠 마시는 동안, 어느덧 축제는 절정에 다다랐다. 짙은 남색의 하늘을 수놓으며 불꽃이 쏘아졌다. 마치 분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불꽃에 사방이 울긋불긋하게 물들었다.

불꽃놀이가 시작되자 캠퍼스에 있는 모든 이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축제의 피날레를 즐기며 모두가 즐거워하고 있던 그때. 그럴 수 없는 단 한 사람이 있었다. 멀리서 키스를 나누는 설과 연우를 지켜보아야 했던 한 사람, 재영이었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정사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이 미치도록 가슴에 아프게 박혀 왔다. 처음이었다. 설이 본능이 아닌, 감정적으로 정사를 하는 모습을 본 것이. 그것은 분명 제가 강간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연우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선배가 연우를 특별하게 느끼고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저와 진성의 자지를 받으면서도 그의 시선은 늘 연우에게 향해 있었으니까. 항상 반항하던 선배를 잠재운 것도 연우였다. 마치 선배가 그의 소유물이라도 되는 듯, 보란 듯 끌고 와 우리 앞에 가랑이를 벌려 보이게 했던 것이다.

그래서 선배와 멀어지고 싶었다. 하연우의 말대로 그저 즐기기에는 이미 저의 시선을 선배에게 너무도 많이 빼앗기고 있었기에. 하지만 오늘에서야 재영은 깨달을 수 있었다. 이미 선배를 멀리하기엔 너무 늦어 버렸다는 것을.

“씨발…….”

이쯤 되니 이 분노가 누구를 향한 분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선배를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노인지, 저를 이렇게 만든 하연우에 대한 분노인지.

하연우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까. 이렇게 되리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을까. 제가 선배에게 진심이 되리라는 것도, 선배가 저를 좋아하게 되리라는 것도. 모두 다 알고 있었을까? 아니. 어쩌면 애초에 이렇게 되길 원하고 날 끌어들인 건 아닐까? 최진성을 꼬셔서 선배를 따먹게 한 것도,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선배의 보지를 나한테 보여 주며 강간하게 한 것도. 모두 이렇게 되길 원해서였던 걸까?

대체. 왜. 무엇 때문에. 저 혼자서도 선배를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 우리까지 끌어들이면서.

정신없이 쏟아지는 폭죽 소리처럼 재영의 심장이 세차게 뛰어 대기 시작했다. 어둡다가 밝아지기를 반복하는 배경처럼 그의 마음도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했다. 이대로 선배를 연우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선배는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하연우가 선배를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런 선배를 하연우에게 넘길 순 없었다. 적어도 그 씹새끼가 선배를 얼마나 좆같이 굴렸는지 그 사실만은 선배가 알아야 한다.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누구에게로 보낼 수 없기에. 그것이 특히나 하연우 같은 쓰레기 새끼라면 더더욱 용납할 수 없었기에.

“하연우…….”

그렇게 재영이 자리에서 돌아섰다. 재영이 떠나 버린 자리, 여전히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불꽃이 캠퍼스를 예쁘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연우와 설은 여전히 입을 맞추며 서로의 몸을 탐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설은 알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곧 그를 지옥으로 떨어뜨리게 될 거란 사실을. 그때의 그는 전혀 알지 못했다.

***

여느 날과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눈을 뜨면 익숙한 기숙사의 천장을 마주하고, 텅 빈 기숙사 방에서 홀로 눈을 뜨고.

설은 이번 학기 수업을 다소 느슨하게 신청했다. 덕분에 진성과 연우보다 늦게 일어나는 일이 많았다. 오늘도 먼저 강의실로 떠난 두 명의 룸메이트에 설이 잠에서 깼을 때 기숙사는 텅 비어 있었다. 갓 사용한 스킨 냄새만이 그들이 조금 전까지 이곳에 있었음을 알려 줄 뿐이었다.

휴대폰의 시간을 확인한 설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두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켰다. 고개를 좌우로 꺾으며 뻐근한 근육을 적당히 스트레칭하곤 발걸음을 옮겼다.

으레 아침이면 그러하듯, 설은 제일 먼저 화장실로 향했다. 간단히 샤워를 끝낸 그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두른 채 화장실을 벗어났다. 트레이닝복을 벗고 오늘 입을 외출복을 옷장에서 꺼냈다. 침대 위에 대충 옷을 던져 놓은 그가 자리에 선 채로 젖을 머리를 털었다. 눅눅한 수건의 움직임을 따라 차가운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띠링.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휴대폰 알림음이 들려왔다. 설은 머리를 말리던 손짓을 멈추고 대신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얼럿을 보니 연우의 메시지였다. 설은 익숙한 패턴을 드래그해 얼럿을 열었다.

「일어났어요?」

어, 한마디 남겨 주려고 설이 메시지 입력창을 클릭하는데, 숫자 1이 지워진 것을 본 탓인지 바로 다음 메시지가 날아왔다.

「형 오늘 오후 수업 하나밖에 없죠? 점심 나가서 먹을래요?」

설은 잠시 생각하다, 이내 답을 했다.

「마음대로 해」

1이 지워지기가 무섭게 다시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이따 수업 끝날 때 맞춰서 데리러 갈게요 수업 잘 듣고 이따 봐요」

시큰둥한 표정으로 설이 휴대폰을 내려놓으려니, 그새를 못 참고 메시지 하나가 더 날아들었다.

「참 시계 꼭 차고 나와요 어제도 안 차고 나갔죠?」

결국, 설은 피식 웃어 버리고 말았다. 원래 마지막 메시지에는 답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도 답 메시지를 날릴 수밖에 없었다.

「알겠어 이따 봐」

휴대폰을 내려 둔 그가 다시금 수건을 그러잡았다. 머리에 남아 있는 물기를 털며 거울 앞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거울을 바라보며 머리를 말리기 시작하는데.

일순,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곤 설은 손짓을 멈추어야만 했다. 거울 속 제 얼굴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표정이었다.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것도 볼을 붉게 물들인 채로. 마치 수줍음이라도 타는 것처럼.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밤새 몸을 섞고, 아침에 일어났냐고 메시지를 보내고, 점심 약속을 하고, 선물로 준 시계를 차고 나오라고 얘기하고. 연우가 하는 모든 행동이 마치 연인이 해 줄 법한 행동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이상했다.

처음엔 그런 연우가 싫었다. 개같이 강간하고 다정한 척 구는 게 역겨웠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연우의 태도는 오히려 저를 설레게 하고 있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랬다. 휴대폰에 전송된 메시지 따위를 보면서 웃고 있는 모습도. 귓가에 울릴 정도로 세차게 뛰어 대는 심장도 하나같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설은 진지하게 연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축제 날 교정에서 한 섹스였다. 현이 형. 그날 연우는 저의 옛날 이름을 불렀다. 그 순간 설은 완전히 연우가 다르게 느껴졌다. 저를 개같이 굴리며 강간하던 개새끼가 아닌, 어렸을 때 가까웠던 그때의 연우로.

그렇다고 해서 그때의 기억이 온전히 다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희미하게나마 어렸을 때 보았던 얼굴이 떠오르며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아련하고, 애틋하고. 정말 그토록 죽고 못 살던 사이로 돌아간 것처럼 그가 특별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설은 저에게 찾아온 이 변화가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분명, 하연우는 답도 없는 개새끼가 맞는데……. 왜 이제 와서 그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것인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더 미치겠는 건, 이런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설레는 이 감정이 사그라들 줄 모른다는 거였다. 솔직히,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나쁘지 않았다. 이 낯선 감정이 그의 심장을 울려 대고 있었다. 연우에게 안긴 순간이 되살아나며, 그때 느꼈던 애틋함에 제 모든 신경이 사로잡혀 버리는 것이다.

설은 다시금 거울 속 저와 마주했다. 연우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그때보다 심장이 더 빠르게 뛰고 얼굴은 한층 붉어져 있었다. 두근두근, 심장 박동 소리가 고스란히 제 고막에까지 들려왔다.

“하연우…….”

그는 저도 모르게 연우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오르는 것 같았다.

쉽게 가라앉지 않는 감정에 설은 오래도록 자리에 멈춰 서 있어야 했다. 그런 그가 짐짓 방을 나선 것은 이제 정말 수업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그렇게 설이 기숙사 건물을 떠났다. 강의실로 향하는 그의 손목에는 연우가 선물한 시계가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막 강의실 근처에 도착했을 때, 설은 저를 기다리고 있는 재영을 볼 수 있었다. 설은 그가 썩 반갑지 못했다. 요즘 들어서 그런 적 없긴 했지만, 지난 학기만 하더라도 저를 기다리고 있다는 건, 당장 하러 가자는 얘기와 같은 것이었으니까.

“선배.”

저를 보고 자리에 멈춰 선 설을 발견하곤, 재영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설은 언제나 그래 왔지만, 이번만큼은 더욱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왜 왔어?”

예상과 다르지 않은 목소리에 재영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하연우의 이름을 애틋하게 부르던 설의 모습이 생각나 가슴이 아렸다.

“잠깐 얘기 좀 해요.”

“바빠. 수업 들어가야 해.”

“아직 수업 시작까지 시간 있잖아요.”

설이 입을 앙다물었다. 재영을 노려보며 침묵을 일관하던 그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 짧게 끝내.”

결국, 설이 재영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같은 층에 있는 빈 강의실에 들어갔다. 문을 닫고 재영이 설의 앞에 섰다. 저에게로 바짝 다가서는 재영에 설이 한 걸음씩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뭔데, 빨리 말해.”

“선배.”

재영의 눈빛이 이상했다. 최근에 이런 식으로 쳐다본 적 없는 것 같았는데……. 물론 재영에게서 완전히 이런 눈빛을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 언젠가, 저를 납치해 자동차 보닛 위에서 강간했을 때도 이런 눈빛을 해 보였으니까.

“빨리 말하랬어.”

채근하는 설을 재영이 벽으로 몰아세웠다. 하릴없이 흔들리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가 천천히 설의 입술을 향해 제 입술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설이 놀라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키스 정도라면 어디서든 거리낌 없이 잘 나누던 두 사람이었지만, 어쩐지 이번만큼은 심한 거부감이 들었던 탓이었다.

재영이 설의 턱을 우악스럽게 잡아 돌렸다. 다시금 키스를 시도하려는 그 때문에 설은 소리를 치며 거부했다. 설이 반항하면 반항할수록, 재영의 눈빛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다. 마치 그를 둘러싼 공기마저 차갑게 식어 버린 것만 같았다.

“박재영!”

재영이 세 번째 키스를 시도했을 때, 설은 아예 재영을 밀쳐 냈다. 씨익씨익. 어깻숨을 내쉬며 설이 재영을 노려보았다. 여전히 굳은 얼굴로 말없이 내려다보는 재영을 밀치고 그렇게 설이 강의실을 벗어나려 했다. 그런 설의 팔을 재영이 낚아챘다.

“읏!”

재영이 설을 다시금 벽으로 밀쳤다. 이전보다 거칠어진 손길에 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너 씨발. 이게 뭐 하는…….”

“왜 그래요?”

“……뭐?”

“선배답지 않게 왜 그래요. 선배 이런 거 거부 안 했잖아. 고작 키슨데 왜 밀쳐 내요?”

재영의 말에 설의 입이 딱 다물어졌다. 뭐라고 말도 못 하고 입만 뻥긋대던 그는 겨우 한 마디를 뱉어 낼 수 있었다.

“수업…… 들어가야 해.”

재영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

“키스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박재영…….”

“아니에요? 수업 전까지 키스 정도는 할 시간 되잖아요.”

설이 대답할 시간도 없이 재영은 다시금 고개를 들이밀었다. 가까워지는 재영의 얼굴에 설은 소름이 끼치도록 거부감을 느꼈다. 징그러운 벌레를 보듯, 경멸 어린 시선이 재영을 향했다.

“…….”

설의 표정을 읽어서였을까? 설에게 다가가던 재영의 얼굴이 멈추었다. 그러곤 그는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설을 내려다보았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차갑게 굳어 버린 얼굴에 설은 살기를 느껴야만 했다.

“하연우 때문이에요?”

그리고 재영의 다음 말을 들었을 때, 설은 심장이 그대로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게 무슨…….”

“선배 지금 나 거부하는 거, 그 새끼 때문이냐고요.”

“박재영.”

“말해 봐요. 형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 그 시계 사 준 쓰레기 새끼 때문에 선배가 나한테 이러는 거냐고요.”

재영이 설의 왼손을 잡아 올렸다. 옷소매 안에 감추어 있던 시계가 드러나며 반짝반짝 빛을 발했다.

“이거 놔. 씹새끼야.”

“아니요. 선배한테 들어야겠어요.”

“놓으라고!”

빼내려 발버둥 치는 손을 재영은 꽉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박재영!”

악을 쓰며 소리치는 설과 달리 재영은 더더욱 차분해지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마치 감정이 없는 사람과도 같아 보였다.

“야, 이 씹새끼야!”

“선배.”

“놓으라고!”

“선배한테 대체 하연우가 뭐야.”

“다 필요 없으니까 놓으라고!”

“선배 몸 쓰레기같이 굴린 새끼잖아.”

“박재영.”

“선배 지옥 끝까지 추락시킨 새끼잖아.”

“…….”

“근데 왜, 왜 선배가 그 새끼를 좋아해? 선배가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아니에요?”

설의 동공이 더없이 확장되었다. 정처 없이 떨리는 눈이 재영의 차가운 눈빛을 바로 마주했다. 정곡을 찔려 버린 설의 손이 덜덜 떨려 왔다. 애써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떼어 냈다.

“네가……. 무슨 상관이야…….”

“선배…….”

“내가 누굴 좋아하든, 말든. 네가 알 바 아니잖아.”

“…….”

“신경 꺼. 네가 이런다고 달라질 거 하나도 없으니까.”

재영이 한쪽 입꼬리를 추어올렸다.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부정하지 않는 선배를 보며 가슴이 더욱 쓰려 왔다.

“선배. 내가 재밌는 얘기 하나 해 줄까요?”

그래서 그는 기어이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고야 말았다. 그동안 아껴 왔던, 언젠가는 꼭 선배에게 해 주어야만 했던 그 이야기를.

“선배. 내가 선배 언제 처음으로 따먹은 거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선배 언제 맨 처음으로 강간한 거 같냐고.”

“그거야……. 자동차 보닛 위에서…….”

재영이 설에게 더욱 바짝 다가섰다. 잔뜩 두려움에 물든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우리 처음 같이 술 마셨던 날. 그때 호텔에 나도 있었어요.”

“…….”

“그날 내가 어떻게 했는 줄 알아요? 선배 술 취해서 의식조차 없는데 존나 박아 댔어. 선배 보지에, 후장에.”

“박재영…….”

“그거 누가 시킨 줄 알아요?”

설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하연우가 시켰어. 선배 보지 보여 주면서. 선배 보지 먹어 보라고. 그렇게 시켰어요.”

그대로 사고가 정지해 버렸다. 새하얗게 표백된 머릿속에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최진성은. 최진성은 어떻게 한 줄 알아요?”

“…….”

“걔도 하연우가 꼬셨어요. 선배 가랑이 사이에 보지 있으니까 같이 따먹자고.”

“…….”

“이제 알겠어요? 선배 이렇게 만든 거, 다 하연우라고.”

“…….”

“선배 몸 이렇게 걸레로 만든 거, 다 하연우가 한 짓이라고요.”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그를 생각하며 들떠 있었는데. 이제 막 그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그렇게 느끼기 시작했는데. 이제 와서 저를 이렇게 망가뜨린 장본인이 하연우라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멍한 정신에 계속해서 연우의 얼굴이 맴돌았다. 그가 속삭여 주던 다정한 목소리가, 뜨겁게 안아 주며 제 귓가에 닿았던 그 숨결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거짓말.”

현이 형. 그렇게 다정스럽게 내 이름을 불러 주었는데.

“거짓말하는 거지, 너…….”

내가 지켜 줄게요. 내 품 안에 계속 안겨 있어요.

“하연우가……. 하연우가……. 나한테…….”

그렇게 날 지켜 주겠다고 다정하게 속삭였는데.

“그럴 리 없어……. 하연우가 나한테……. 그럴 리 없어…….”

절대 그럴 리 없었다. 하연우가, 그랬을 리 없다.

“선배! 정신 차려요!”

우악스러운 손길이 설의 양어깨를 그러쥐었다. 어느덧 눈물이 차오른 눈을 하고 저를 올려다보는 설을 거칠게 흔들며, 재영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

“왜 그렇게 바보같이 굴어요! 모르겠어요? 하연우 그 씹새끼가 얼마나 개새낀지?”

“박재영…….”

“알아요. 나도 잘못했어. 나도 선배한테 못 할 짓 했어.”

“…….”

“하지만 그 새끼는 아니야. 선배는 그 새끼 좋아하면 안 돼. 선배 더 망가질 거라고요!”

정신 나가리만큼 처절하게 외쳐 대는 재영의 목소리를 설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저 다정했던 연우의 목소리만 좇고 있었다. 그의 사고는 이미 재영이 하는 말 전부를 부정하고 있었다. 그가 하는 말 자체를 듣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던 것이다.

오래전, 저를 위해 그 큰 눈망울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있던 그 작은 아이가 절대 그랬을 리 없다고, 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더는 들을 필요 없다고. 어서 재영에게서 벗어나라고, 그의 머릿속이 설에게 외쳐 대고 있었다.

“됐어……. 그만해…….”

“선배.”

“못…… 들은 거로…… 할게.”

“선배!”

설이 재영을 거세게 밀쳐 냈다. 다시 붙잡을 새도 없이, 저를 뿌리치고 떠나는 설에게 재영이 다급히 소리쳤다.

“후회할 거야. 선배 후회할 거라고요!”

설이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선배 몸 다 망가져서. 되돌릴 수조차 없이 망가져서 아무것도 못 하게 될 때면. 그땐 정말 후회해도 소용없을 거라고요!”

차갑던 재영의 목소리가 점점 애절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눈물까지 머금은 그의 눈동자가 간절하게 설을 향해 떨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선배. 제발……. 제발 내 말 들어요. 내가 잘못했어요. 선배한테 한 짓 다 잘못했어. 나 용서해 달라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제발…….”

설이 자리에서 몸을 돌렸다. 울먹이는 재영을 바라보며 그의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제 와서…….”

“…….”

“이제 와서 잘못했다고 하면…….”

“…….”

“네 잘못이 없어져?”

“선배…….”

눈물을 흘리며 빨갛게 충혈된 눈동자가 재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어느덧 그러쥔 빈주먹이 바들바들 떨리었다. 혼돈과 분노, 휘몰아치는 감정 속에서 설이 처절하게 소리쳤다.

“너도 똑같잖아! 네가 그렇게 쓰레기라고 말하는 하연우랑 너도 똑같이 나한테 쓰레기 짓 했잖아!”

“선배……. 제발…….”

“내 몸에 보지 달린 거 알고! 씨발, 남자도 여자도 아닌 몸인 거 알고! 그렇게 개같이 내 몸 돌려 먹었잖아!”

“선배…….”

“그랬으면서, 내 보지에 대고 개같이 좇질해 댔으면서! 이제 와서, 이제 와서 뭐 어쩌라고! 하연우 그 새끼가 쓰레기니까 좋아하지 말라고?”

“제발 이러지 말아요. 선배 내가 잘못했어요.”

“꺼져, 개새끼야! 다 필요 없어!”

울부짖는 설의 목소리가 빈 강의실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분노에 찬 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썩거렸다.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고, 그가 자리에서 돌아섰다. 끝없이 차오르는 분노와 슬픔에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떨리는 발걸음을 힘겹게 옮기며 문가로 향했다. 그렇게 굳게 닫힌 문을 여는데.

일순, 문이 활짝 열리며 그 앞에 펼쳐진 풍경이 설의 시야를 덮쳐 왔다.

“…….”

복도를 가득 채운,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저를 쳐다보는 수많은 학생.

“선배…….”

그들이 수군거렸다. 마치 벌레를 보는 듯, 경멸 어린 시선과 함께.

“선배…….”

뭐야, 송설이었어? 웬일이야. 대박. 미친 거 아냐?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보지가 달렸다고? 그럼 뭐야. 남자가 아니었던 거야? 아니, 여자도 아닌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저기 경영과 박재영 아니야? 그럼 박재영한테 여태 따먹혔다는 건가……? 하연우랑 삼각관계?

그들이 하는 말이 웽웽거리며 허공에 맴돌았다. 정신없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그들의 목소리에 세상이 어지럽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흘러내린 촛농처럼, 일그러진 세상이 점점 녹아내렸다. 눈앞에 있는 이들의 얼굴이 흉측하게 변했다.

그리고 흘러내린 풍경 속, 또 다른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발아래 짓밟힌 아이를 쳐다보며 침을 뱉고 발길질을 하던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그들은 하나같이 얘기했다. 징그럽다고. 징그러운 새끼라고. 너 같은 괴물은 없어져야 한다고. 당장 죽어 버리라고.

“아니야…….”

나는 징그럽지 않아.

“난 아니야…….”

나는 괴물이 아니야.

“아니라고!”

절규하는 목소리가 복도를 타고 먼 데까지 퍼져 나갔다.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웅성대던 목소리가 뚝, 끊겼다. 지독한 침묵이 수많은 인파를 잠재웠다.

“…….”

저를 에워싼 인파들 속으로 설이 한 발자국 내디뎠다. 문둥병 환자를 보듯, 혹여나 제 몸에 닿을까 갈라지는 사람들 사이로 설이 천천히 걸어 나갔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선배!”

그렇게 처절하게 저를 불러 대는 재영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급기야 설은 내달리기 시작했다. 다시금 쏟아지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재영이 다급하게 복도를 향해 뛰었다.

“선배!”

복도를 울리는 재영의 목소리를 들으며 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뛰어 나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계속해서 미친 듯이 뛰었다. 계단을 지나, 강의 동을 빠져나와, 캠퍼스를 벗어날 때까지. 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해서.

그런 그의 눈에서는 쉼 없이 눈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흐르는 눈물 속에서 그는 계속해서 같은 말을 뇌까리고 있었다. 나는 괴물이 아니라고. 괴물이 아니라고. 나는 징그럽지 않다고. 징그럽지 않다고…….

“아흐윽. 흐윽…….”

그리고 기어이 캠퍼스를 벗어났을 때,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따갑도록 쏟아지는 태양 아래서, 그가 절망에 차 울부짖었다. 민낯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진 지금, 그는 허허벌판에 벌거벗은 채로 내버려진 기분이었다. 저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이들 사이에서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흐윽, 하으윽. 하으윽…….”

결국, 모든 것이 끝나 버렸다. 그렇게 갈망했던 학교도, 일반인으로의 삶도.

항상 저 때문에 속상해하는 엄마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아무 탈 없이 졸업하고 싶었는데. 그래서 그 더러운 새끼들의 좆도 받아 가며 입막음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버텨 왔는데…….

“아흐흑. 하흑. 하으흑, 하윽!”

……이제 모두 끝이었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태양은 뜨거웠고, 바람은 차가웠다. 눈물로 젖은 볼이 스쳐 가는 바람에 시리게 느껴졌다. 허공에 울리는 구슬픈 울음소리가 무색하도록, 태양 빛을 받은 손목의 시계는 여전히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설의 마음 따위는 알지 못한 채, 그렇게 아름답게 빛나고만 있었다.

***

방 안은 온통 암흑이었다. 창가를 타고 아스라이 번지는 가로등 불빛만이 전부였다. 쥐 죽은 듯 침대에 엎드려 있던 설은 몸을 돌려 누웠다. 돌아가는 고개를 따라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지금 몇 시 정도 되었을까? 미친 듯이 내달려 무작정 도착한 외딴곳의 모텔에 처박혀 울기 시작한 이후로 꽤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핸드폰을 꺼 둔 탓에, 시간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창 너머로 보이는 어둑한 풍경에 밤이 되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었을 뿐.

사실 여기가 어디인지도 알 수 없었다. 학교를 나와, 정처 없이 걸음을 옮겨 번화가까지 갔다. 그리고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를 좌석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가 수많은 정류장을 달려 나가는 동안 창밖에는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종점에 다다랐을 때, 하늘에선 폭우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비를 피해 뛰어가는 사람들 속에서 설은 홀로 넋을 놓은 채 걸음을 옮겨 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몰라 무작정 걷다 보니 눈앞에 보이는 건물이 이곳이었다. 빨간색 벽돌로 지어진 오래되고 허름한 모텔. 음침한 분위기가 지금의 저의 모습과 퍽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설은 주저 없이 모텔 안으로 들어섰다.

모텔에 들어와 설은 따듯한 물에 젖은 몸을 맡겼다. 쏴아, 머리 위로 쏟아지는 따뜻한 물에도 그의 마음은 전혀 위로받을 수 없었다. 옷조차도 벗지 않은 채, 설은 계속해서 욕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소리에 흐느끼는 소리를 감추며 한참을 목 놓아 울었다.

울다 지친 그는 욕실에서 나와 곧장 침대로 들어갔다. 젖은 옷가지를 바닥에 늘어놓은 터라, 오래된 모텔에서 꿉꿉한 냄새가 퍼졌다. 몸이 으슬으슬해지면서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뜨거워지는 몸을 느끼며 설은 그렇게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그는 어렸을 적, 그때로 돌아가 있었다.

설의 집은 평범하디평범한 일반 가정이었다. 적어도 설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갑자기 집안 경제를 떠맡게 된 설의 엄마는 처음에 인근의 공장에 취직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게 되었다. 어린 설에게는 안된 일이었지만,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때 설은 딱히 돌봐 줄 사람이 없었기에 혼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종일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있을 때면, 설은 저도 모르게 외롭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엄마에게 허락을 받아 동네 친구들의 집에 자주 드나들게 되었다. 설의 엄마는 아들이 친구의 집에 있는 편이 더 안전하리라 생각했다. 아무래도 또래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더 외롭지 않을 것이고.

하지만 그것이 두 사람 인생에서 불행의 시작이 되리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냥 또래 친구네 아들이 놀러 간 것뿐이었으니까.

어리고 제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설은 아무렇지 않게 친구들과 수영 놀이를 하게 되었다. 말이 수영 놀이지, 그냥 커다란 빨간색 고무 대야에 물을 받아 두고, 발가벗은 채 노는 것이었다. 그때 설은 처음으로 제 몸이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제 다리 사이에는 다른 남자아이들이 가진 것과는 다른, 작은 구멍이 하나 더 있었으니까.

그날 이후. 설은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당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지 놀림에 지나지 않았으나, 그것은 점차 심해져 심각한 괴롭힘으로 변하게 되었다. 괴물은 죽어야 한다며 아이들은 점차 설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돌멩이를 집어 던지기도 하고, 구석에 몰아 놓고 여러 명이 함께 발길질하기도 했다.

착한 설은 엄마가 속상해하실까 봐 이런 얘기조차 꺼내지 못했다. 그저 멍든 몸을 감추기 급급했을 뿐.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설이 나이를 먹어 가고. 설의 엄마는 한 부잣집에서 가정부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그곳에서 일하는 것은 많은 두 사람에게 크나큰 행운이었다. 급여도 공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많았고, 숙식도 제공될뿐더러 사모님의 배려로 아들과 함께 들어와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그쯤 설은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남들과는 다른 몸이란 것을 아는 설은 학교 친구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조심, 또 조심하였다. 그렇게 남들과 다르지 않은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었는데……. 늘 그래 왔듯, 운명은 잔인했고, 설의 편이 아니었다. 몇 년 뒤, 어렸을 적 같은 동네에 살았던, 설의 비밀을 아는 아이가 같은 학교에 전학 오게 된 것이었다.

그는 몇몇 무리와 함께 설을 계속해서 괴롭혀 댔다. 그래도 설은 참았다. 적어도 더 많은 아이가 알게 되는 일이 없길 바라며. 그들 손에서만 괴롭힘이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년을 버텨 왔다.

그런 설의 바람마저도 결국 잔인한 운명 앞에 깨어지고야 말았다. 설이 괴롭힘을 당한다는 사실을 가정부로 일하는 집의 사모님이 알게 된 것이었다. 사모님은 인정이 많고 좋은 분이었다. 그분이 나서서 학교 측에 항의했고, 곧 해당 아이들은 모두 전학을 가게 되었다. 해당 아이들에게 사과를 받고 큰 액수의 합의금도 받게 되었다. 분명, 여기까지는 잘된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날 이후로 설은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간, 저를 괴롭히던 아이의 무리에서만 떠돌던 소문이 이제 학교에 있는 모든 아이가 아는 사실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결국, 사모님이 선의로 베푼 행위가 독이 되어 설에게 다시 날아들었다. 설은 피해자였지만, 사건이 모두 끝난 후에 고통받는 사람 또한 설이었다.

그런 아들을 보는 엄마의 마음은 미어졌다. 제가 아들을 방치하지만 않았어도. 아들의 몸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만 알게 해 줬어도……. 아들이 이렇게까지 고통받으며 살지 않았을 테니까. 설을 위해 감추어 왔던 비밀이, 제 아들의 발목을 잡고야 만 것이었다.

결국, 설의 엄마는 사모님께 양해를 구하고 살던 지역을 떠나 아주 먼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혹여나 알아보는 이가 있을까, 이름도 바꾸고 그렇게 먼 곳으로 가서 살게 된 것이다. 그때가 설이 한 해 늦게 중학교에 들어갔던 때였다. 그때부터 설은 이름을 바꾸고 ‘송현’이 아닌 ‘송설’로 살게 되었다.

기나긴 꿈에서 깨어난 설은 제가 또 울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흐르는 눈물을 닦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어떻게든 남들처럼 살고 싶어서 그렇게 노력했는데……. 결국, 현실은 꿈속과 다르지 않았다. 이제 앞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보지가 있다는 사실을 들켜 버린 것은 물론이고, 어린 후배들에게 강간당했다는 사실까지 다 제 입으로 까발렸으니, 학교에 아예 나갈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든 떼어 내려 해도 꼬리표처럼 쫓아다니는 이 더러운 몸뚱이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엄마는……. 나만 바라보며 사시는 엄마께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학교를 더는 못 다니게 되었다고……. 엄마께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온갖 현실적인 문제가 머릿속에 뒤엉키며 설을 괴롭혀 댔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하연우. 잊혀진 기억의 주인공이자 저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이 순간, 설은 연우가 미웠다. 저의 비밀을 알고, 저를 이 지경까지 내몬 것이 하연우, 그였기에.

재영이 했던 얘기를 들었던 순간, 설은 믿고 싶지 않았다. 박재영이 헛소리하는 거라고. 그토록 다정하게 제 이름을 불러 주었던 연우가 그럴 리 없다고, 그렇게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일이 이렇게 되고 나니 재영이 했던 모든 말이 사실처럼 느껴졌다.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 연우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었다.

왜 그랬을까. 분명, 어렴풋이 떠오르는 얼굴은 연우의 것이 맞는데. 그 큰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애절하게 나를 바라보던 아이는 분명 하연우가 맞는데. 나한테 왜 그래야 했을까. 내가 그토록 고통받는 모습을 보아 왔을 텐데. 또다시 나에게 고통을 주고 싶었을까? 대체, 왜. 무엇 때문에…….

연우를 향한 마음이 애정이라고 인정한 직후였기에. 설은 그래서 더 연우가 미웠다. 차라리, 개새끼로 남아 있었더라면. 그에게 어렸을 때 느꼈던 감정을 떠올리지만 않았어도 이 정도로 충격이 크진 않을 것 같았다.

설이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무엇을 생각하든, 답은 나오지 않았고 가슴만 아팠다. 계속해서 열은 끓어올랐고, 발가벗은 몸은 땀에 절어 시트를 눅눅하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억지로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 대고 있는데.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은 이 시간에, 이 외진 곳에 찾아올 이가 없다고 생각해 무시하려 했다. 호수를 잘못 알았거나 그랬겠지. 설이 두 눈을 꼭 감았다.

똑똑똑. 하지만 다시금 노크 소리가 들려와 무시하는 설을 일깨웠다. 설은 그제야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카운터에 전화해서 무슨 일인가 물어보려 했지만, 싸구려 모텔의 전화기는 먹통이었다. 수화기를 들어도, 버튼을 눌러도 아무런 반응조차 없는 것이다.

똑똑똑. 세 번째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설은 그제야 문가로 다가갔다. 적막한, 그야말로 숨이 막힐 듯한 고요 속에서 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문 너머에 있는 모르는 이에게 말을 건네었다.

“누구세요.”

밖에선 답이 없었다. 다시 모텔 안이 침묵에 휩싸였다.

“누구신데요. 잘못 찾아오신 거 아니에요?”

여전히 답이 없는 상대에 설은 돌아서려 했다. 적어도 밖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형. 나예요. 문 열어요.”

설은 척추를 타고 소름이 쫙, 돋아나는 기분을 느꼈다. 폰은 꺼 두었다. 일부러 전혀 연고지도 없는 곳으로 왔다. 그런데……. 제가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어떻게 찾아온 것일까. 그것도 하루 만에. 아니, 하루가 채 되지도 않았는데.

“형. 문 안 열면 따고 들어갈게요. 마스터키 받아 왔어요.”

굳어 버린 설을 두고 밖에서 찰가닥, 열쇠 구멍에 열쇠를 끼워 넣는 소리가 들렸다. 놀란 설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어찌할 줄 모른 채 문고리를 바라보고 있는데, 이내 굳게 닫혀 있던 문의 손잡이가 돌아가며 덜컹, 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금씩 각도를 벌려 가며 벌어지는 문 틈새로 연우의 모습이 보였다. 저처럼 비를 맞은 것인지 잔뜩 젖은 채로 복도에 서 있는 연우의 모습이.

그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덜컥, 그의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철커덕, 문을 걸어 잠근 그가 신발을 벗었다. 저를 보며 얼어붙은 설을 향해 한 발짝, 두 발짝 걸음을 옮기었다.

“너, 너. 여기……. 어떻게…….”

설이 두려움에 새하얗게 질린 채 뒷걸음질 쳤다. 그럴수록 연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설에게 바짝 다가섰다. 유난히 빨간 입술이, 어둠 속에서 더 빨갛게 보이는 것만 같았다. 가로등 불빛이 번진 얼굴이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지금 그게 중요해요?”

“하……, 연우…….”

“왜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도망갔어요. 이제 겨우 붙잡아 놨는데. 이렇게 그냥 도망치면 못 쫓아올 줄 알았어요?”

“무, 무슨 소리……, 흣!”

그대로 연우가 설의 팔을 낚아챘다. 연우의 손에 들린 설의 왼쪽 손목에서 미처 빼지 못한 손목시계가 어둠 속에서 주황빛을 뿜으며 빛났다. 그것을 바라보는 설의 눈동자가 하릴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이거 때문에…….

“내가 매일 차고 다니라고 했잖아요. 형 이렇게 도망쳐 버리면 찾아가야 하니까.”

설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 다정한 목소리로, 잊지 말고 차고 다니라던 그 시계가……. 결국 저에게 채워 놓은 목줄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애초에 이러려고. 제가 도망치면 찾아오려고 제게 목줄을 채워 놓아 둔 것이었다.

“미……, 미친 새끼…….”

그렇게 생각하니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정말 돌아 버릴 것만 같았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 잔털이 다 일어섰다. 대체 저한테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도무지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요. 내가 형한테 이 정도도 못 할 줄 알았어요?”

“……대체. 왜 이래. 나한테…….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다고…….”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도망쳤잖아요.”

“…….”

“나는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었어요. 그럼 또 형 찾으러 다녀야 하는데, 힘들잖아요. 며칠씩이나 형 못 보는데 어떻게 견뎌요.”

“너…….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설을 미치게 했다. 도대체 하연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내가 왜…… 너한테……. 너한테 얘기해야 하는데…….”

설은 떨고 있었다. 무서워서, 제 앞에 있는 하연우라는 존재가 너무도 소름 끼치고 두려워서, 그래서 하염없이 떨고 있었다.

“나…… 다 알고 있어. 다 들었어. 네가……. 네가 애들 시켜서……. 나 따먹게 했다는 거. 다 들어서 알고 있어…….”

“…….”

“그런데……. 이렇게 날 망가뜨린 게 넌데……. 왜 내가 너한테 얘기해야 해……. 내가 어디 있다고, 어디로 간다고. 내가 왜 너한테 일일이 다 알려 줘야 해……?”

바들바들 떨면서 겨우 말을 이어 나가는 설을 보며 연우는 그저 피식 웃어 보였다. 그가 잡고 있던 설의 손을 놓아주었다. 대신 땀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하나하나 넘겨 주었다. 따듯하고 부드러운 손길이나마 설은 두렵고 무섭게만 느껴졌다.

“잊었어요?”

“…….”

“내가 지켜 주겠다고 했잖아요.”

“……뭐라고?”

“내가 형한테 그랬잖아요. 앞으로 내가 형 지켜 주겠다고.”

“……개, 새끼야!”

설이 연우의 손을 거세게 쳐 냈다. 그러곤 악에 받쳐 소리치기 시작했다.

“개소리하지 마! 날 지켜 준다고? 애들한테 나 따먹으라고 시킨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흥분하지 말아요, 형. 이런 거 형한테 안 어울린다고 했죠.”

“씹새끼야! 너 때문이잖아!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다 알게 됐잖아! 최진성도! 박재영도! 학교 애들도!”

“…….”

“다, 너 때문이잖아! 네가 날 따먹지만 않았어도! 씨발, 네가 좆같이 날 굴리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될 일 없었잖아!”

“…….”

“씨발…….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너 새끼 때문에……. 하으윽. 너만 아니었어도……. 너만 없었어도……. 이렇게 비참해질 일은…… 없었을 텐데…….”

결국, 설은 제 감정을 이기지 못해 흐느끼게 되었다. 서럽도록 울어 대는 설을 보며 연우는 무심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가 다시금 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하도 울어서 퉁퉁 부은 눈을 부드럽게 쓸며 눈물을 닦아 주었다.

“형. 왜 자꾸 이렇게 울어요. 사람 속상하게.”

“하연우…….”

“이제 겨우 예전으로 돌아간 것뿐이잖아요.”

“…….”

“잊었어요? 형 원래 괴물 취급받았던 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뿐인데 새삼스럽게 왜 그래요.”

설의 눈물이 뚝, 그쳤다. 대체 제가 들은 얘기가 무엇인가 싶어 그저 멍하니 넋을 놓아 버리는데, 점점 저에게 다가오는 연우의 입술이 보였다. 그대로 연우가 설의 입술을 덮쳤다. 커다란 입술이 제 입술을 단번에 삼키며 뜨거운 살덩이가 입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웁!”

설은 반항하며 연우를 밀쳐 내려 애썼다. 연우는 설의 팔을 낚아채곤 단단히 옭아맸다.

“웁, 우웁! 우웁!”

연우가 반항하는 설을 제압하며 밀어 대기 시작했다. 설이 저보다 장신인 연우에 밀려 막다른 곳까지 뒷걸음질 쳤다. 더는 갈 곳이 없는 데까지 밀린 설을 그대로 연우가 밀쳤다. 무릎이 꺾이며 그대로 설이 침대 위로 자빠졌다. 침대에 누운 설 위로 연우가 올라탔다. 정신없이 입을 맞추며 손을 아래로 뻗어 가랑이 사이에 밀어 넣었다.

“흣!”

뻣뻣한, 조금도 젖지 않은 보지로 연우의 손가락이 쳐들어왔다. 설은 도리질을 치며 발버둥 쳤다. 바위처럼 단단한 연우의 어깨를 주먹으로 쳐 대며 허공에 발길질했다. 눅눅한 습기를 머금은 침대보가 구겨지며 살을 아프게 쓸었다. 설이 벌게진 얼굴로 소리소리 질렀다.

“하, 하지 마! 개새끼야! 놔! 놓으라고!”

퍽. 반항하는 설을 짓누르며 보지를 쑤셔 대던 연우의 뺨으로 설의 주먹이 꽂혔다. 턱이 돌아갈 만큼 세게 맞았지만, 연우는 꼼짝도 않았다. 그저 아픈 볼을 한 번 쓰다듬고는 설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을 뿐이었다.

“씨, 씹새끼야!”

메마른 보지가 손가락에 의해 헤집어지고, 젖꼭지가 사정없이 잇새에 짓씹혔다. 성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저 아프기만 한 고통 속에서 생리적인 눈물이 차올랐다. 설은 온몸에 힘을 주고 연우를 밀쳐 내려 했지만, 연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설이 힘을 주면 줄수록 짓누르는 압력은 더욱 심해져만 갔다.

“개……새끼야. 아흑……. 씨발, 꺼지라고……. 개새끼야…….”

설이 울부짖었다. 몇 번이고 그의 손 아래 짓밟혀 왔다. 개처럼 강간당하며 보지를 내어 주고 더 심한 행위도 받아 냈다. 하지만 이처럼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그가 씹어 대는 젖꼭지가, 미친 듯이 헤집는 보지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싫었다. 입에서 신물이 올라오고 속이 뒤집혔다. 눈물이 끊이지 않고 흘러내렸다.

“그만하라고……. 개새끼야……. 그만 좀 하라고……. 싫다고…….”

흐느끼며 띄엄띄엄 말하는 설의 입을 연우가 다시금 막았다. 혀를 모조리 뽑아 먹을 듯 빨아 들이던 그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켰다. 침으로 범벅된 입술을 그대로 설의 가랑이 사이에 묻었다. 보지 즙이 나오지 않으니 이렇게 해서라도 적셔야 했다. 그렇지 않고선 저의 그 큰 자지가 그 작은 구멍에 들어갈 리 없을 테니까.

“하으윽!”

보지가 빨리자, 설은 고개를 꺾고 신음했다. 이제껏 연우의 어깨를 때려 대던 손으로 연우의 머리통을 잡고 밀어내기 시작했다.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밀어 보지만, 연우는 끈질기게 보지를 탐할 뿐이었다.

건조하기 짝이 없던 보지는 쳐들어오는 혀에 조금씩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애액이 샘솟을 수 있도록 연한 보짓살을 살살 핥아 대면서 연우는 계속해서 안으로 침을 밀어 넣었다. 이제는 해질 대로 해진 걸레 보지가 혀 짓 몇 번에 그새 부어올라 벌어지기 시작했다. 연우는 혀끝을 세워 입구를 핥고 좁은 터널의 구석구석을 핥았다. 주름 사이사이를 다 훑을 정도로 핥아 대니 천박한 아랫입이 연우의 혀를 빨아 대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본능에 솔직한, 욕망에 충실하게 움직이는 보지에 만족하며 연우가 입술을 떼어 냈다. 겹겹이 꽃잎을 쌓아 놓은 것처럼 벌어져 있는 보지를 따라 흐르는 타액을 크게 핥아 올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몸을 일으켰다.

잘 익어서 즙을 흘려 대는 보지를 눈으로 감상하며 아랫도리를 벗어 나갔다. 방 안에 울려 퍼지는 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그대로 보지 속에 부푼 자지를 처박았다.

“아으윽!”

설이 기겁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분명, 몇 번이고 받아 왔던 자지였지만 지금, 이 순간 연우의 자지는 잔뜩 벼린 칼날처럼 아프게 제 구멍 속을 찔러 대고 있었다. 커다란 살덩이가 헤집고 들어와 안을 찍어 댈 때마다 자궁이 토막 나는 기분이었다. 최악의 고통이 온통 설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하, 하지 마. 씨발, 하지 말라고 개새끼야!”

“형. 지금 형 보지가 존나 빨아 대는 거 알아요?”

“하지 말라고……. 하으윽. 씨발 하지 말라고…….”

“보지로 질질 싸 대면서 그런 소리 하는 거, 조금 아닌 것 같지 않아요?”

퍽. 설의 두 다리가 하늘로 치솟을 만큼 연우는 세게 처박았다. 공중에 뜬 두 다리가 덜덜 떨리고, 설의 눈가에서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인 설이 괴로움에 몸서리쳤다. 눈물을 여기저기 흩뿌리며 정신없이 도리질 쳤다.

“형. 씨발. 자지 존나 물어 대면서. 헉. 하지 말라고, 그러는 거. 이제, 그만둘 때도, 됐지 않았어요?”

허리를 가볍게 한 번 돌린 그가 다시금 재빠르게 안을 치고 들어왔다.

“으으읏!”

설이 입이 쩍 벌어졌다. 괴로움에 눈물, 콧물, 침 온갖 액체를 흘려 대는데, 그걸 내려다보는 연우의 얼굴은 죄책감은커녕, 환희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형이 괴로워하면 할수록 조여 대는 보지 맛이 일품이었다. 쫀득하게 달라붙어 자지를 빨아 대는 보지가 너무 좋아 미칠 것 같았다.

빠져나가는 자지가 아쉬워 자그마한 보짓입이 악물고 놓아주지를 않았다. 슬그머니 뒤로 허리를 빼낸 연우가 설의 한쪽 다리를 잡아 들었다. 이제 다소 파고들기 쉽게 길들여진 보지에 허리를 편 상태에서 엉덩이를 올리며, 손에 잡은 발목에 입 맞췄다.

“미친 새끼……. 씨발……. 개 같은 새끼……. 흐윽…….”

제집처럼 보지를 드나드는 자지에 설은 계속해서 흐느끼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정말 죽고만 싶은데. 미쳐 버릴 정도로 싫은데. 이런 와중에서도 계속 젖어 드는 아래가 야속했다. 치고 들어오는 자지를 따라 성감이 허릴 타고 올라올 때면 설은 자지러지며 울부짖었다. 사정하기 싫다고, 저딴 더러운 새끼 자지에 느끼고 싶지 않다고 애를 써 보지만, 이미 걸레짝이 되어 버린 보지로는 도무지 불가능했다.

빨고 있던 발목을 제 어깨에 걸친 연우가 자세를 바꿔, 상체를 숙였다. 설의 둔부가 올라가고, 허리가 아찔하게 꺾였다. 두 팔로 침대를 짚은 채로 설의 상체에 더욱 가까이 제 상체를 가져다 붙였다. 더 가까이에서 설을 내려다보며 그대로 허리 짓을 이어 갔다.

“형, 헉. 그거, 알아요?”

쏟아지는 연우의 거친 숨결이 설의 얼굴을 뒤덮었다. 저를 욕망하며 내뿜는 뜨거운 숨결이 더럽게 느껴져 설은 고개를 돌리며 입술을 악물었다.

“형이, 거부하면, 거부할수록. 난, 더, 미쳐 버리겠는 거.”

설의 허리를 끊어 버릴 듯, 짓누르는 압력이 거세졌다. 저는 파고들 수 없는 곳까지 자지를 쑤셔 넣고 연우가 미친 듯이 아래로 찍어 내렸다.

“형이, 날, 미치게 하잖아.”

하늘로 치솟은 두 다리가 연우의 어깨 위에 하릴없이 흔들렸다. 온몸에 새빨갛게 열이 오르고, 배 속이 터질 듯 뭉치기 시작했다.

“형의 구멍이 날 미치게 해.”

퍽! 자궁구를 세게 내리찍으며 주먹만 한 귀두가 처박혔다.

“하으으!”

자지로 자궁을 때려 맞은 설은 자지러지며 비명을 내질렀다. 설의 비명을 시작으로 침대가 미친 듯이 떨리며 요동하기 시작했다. 더는 빠를 수 없는 속도로 퍽퍽 찍어 대는 통에 싸구려 매트리스가 힘겨운 듯 신음을 뱉어 댔다. 이러다 폭삭 가라앉을 것만 같은데, 연우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거칠게 허리 짓을 해 댔다.

“읏! 아, 읏! 아! 아! 하으윽, 읏! 아……!”

자궁을 찍어 대는 좆질에 맞춰 설이 빠른 신음을 뱉어 냈다. 헉, 헉. 잔뜩 찐득해진 몸을 타고 흘러내리던 땀방울이 설의 얼굴 위로, 가슴 위로 마구 떨어졌다. 거의 직각으로 꺾인 허리가 곧 끊어질 것 같이 쑤셔 왔다. 이대로 질 안이 자지로 가득 차 터져 버릴 것만 같은데, 연우의 좆은 한 번 더 덩치를 키워 냈다. 거칠게 질을 긁으며 들어와 발광하며 자궁을 찔러 대는 자지에 설은 정신이 나가 버릴 것만 같았다. 도무지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성감이 번갈아 가며 그의 신경을 때려 댔다. 이대로는 조금도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괴로움 속에서 설이 소릴 내질렀다.

“아으읏! 하읏! 아!”

고통으로 가득 찬 신음의 끝에 결국 설의 자지에서 좆 물이 쏟아져 나왔다. 주룩주룩, 쏟아져 내리는 좆 물과 함께 보지에서도 물이 세차게 터져 나왔다.

“씨발!”

물을 내뿜으며 빨아 대다 못해 깨물어 대는 보지에 연우의 자지도 정액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연우는 허리를 있는 대로 내리꽂으며 앞으로 밀고 나갔다. 연우에게 밀려, 밀려 설의 몸이 거의 반으로 접혔다. 그러고도 모자랐는지, 연우는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더 안쪽에, 더 닿을 수 없는 곳에, 그 은밀한 곳에 좆 물을 뿌려 넣고 싶었다. 형의 자궁 속에, 이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형의 가장 깊은 곳에 제 씨물을 뿌리고 싶었다.

“흣!”

너무도 심하게 밀어붙이는 연우에 설은 단발의 비명을 내질렀다. 버둥거리는 것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 버린 설을 붙들고 연우는 정액을 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 짜서 밀어 넣었다. 마지막 순간에, 설의 몸이 튀어 오르고, 경련하듯 몸이 떨려 왔다. 눈까지 까뒤집고 몸을 떨어 대던 그가 일순간에 몸을 늘어뜨리며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하아, 하. 하아아. 하아.”

조용해진 방 안. 연우의 거친 숨소리만 울려 퍼졌다. 그대로 연우가 설의 몸 위로 엎어졌다. 정신을 잃은 채 조용해진 설의 입술을 빨며 아직 죽지 않은 좆으로 자궁구를 문질렀다.

조금 숨이 진정된 연우는 곧바로 좆질을 시작했다. 졸도해 버린 설의 몸을 붙들고 연우는 밤새도록 몇 번이고 질 안에 사정했다. 미명이 찾아와 어둠을 차차 걷어 낼 때까지, 방 안에는 거친 숨소리가 울려 퍼졌다. 설은 세상모르고 그대로 잠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

설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오감 중 가장 먼저 일깨워진 것은 후각이었다. 별안간 향긋한 향기가 저를 감싸고 맴돌고 있었다. 잠결에도 설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제가 정신을 잃은 곳은 습기가 가득한 싸구려 모텔이었는데, 그런 곳에서 이렇게 향기로운 냄새가 날 리 없었던 것이다.

감고 있던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자, 처음 보는 풍경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커다란 창을 타고 빛이 쏟아져 내려 화사하고 따스해 보이는 방 안을 비추고 있었다. 커다란 침대는 폭신한 침구로 가득해 구름 위에 누워 있는 것만 같았다. 그야말로 호화스럽고 사치스러운 방이었다.

“여기가…….”

설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부드러운 실크 천으로 만든 잠옷이 그의 살을 따라 사르르 움직였다. 낯선 감각에 설이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올렸다. 그렇게 제 몸을 감싼 잠옷을 둘러보려는데.

“…….”

제 손목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감각에 설이 시선을 옮겼다. 그의 시선에 제 팔목을 감싸고 있는 수갑이 보였다. 설은 이것이 무엇일까 싶어 다급히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차르르, 움직이는 설의 손을 따라 길게 연결된 쇠사슬에서 징그러운 마찰음이 쏟아졌다.

설은 제 눈을 의심했다.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 있는 것도 못 믿을 일인데, 그 수갑을 따라 기나긴 사슬이 연결되어 있던 것이다. 설은 다급한 마음에 손목을 돌려 보기도 하고, 수갑을 잡아당겨 보기도 하면서 풀어 보려 애썼다. 하지만 모든 것은 부질없는 행동일 뿐이었다. 철로 만들어진 수갑은 꼼짝을 하지 않았다. 애꿎은 살갗만 벌겋게 물들 뿐이었다.

“일어났어요?”

그렇게 수갑을 풀려고 아등바등하는 설의 고막을 뚫고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홱,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저를 내려다보며 서 있는 연우의 모습이 보였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목이 메어 와, 설은 겨우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아, 별거 아니에요.”

“이게……. 별거 아니라고……?”

“형이 또 언제 어떻게 도망갈지 모르잖아요.”

“…….”

“그러니까 묶어 둬야죠. 발목을 분지를 순 없잖아요.”

소름 끼치는 소릴 하면서도 연우는 한껏 다정한 척을 해 댔다. 설은 속에서 신물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역겨운 미소에 묶여 있는 손이 덜덜 떨려 왔다.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척추뼈를 타고 싸늘한 한기가 올라왔다.

“푹 잤어요? 형 잠 좀 자라고 일부러 약까지 먹였는데.”

약까지 먹였다는 그의 말에 설은 갑자기 속이 뒤집히는 것만 같았다.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헛구역질을 쏟아 내는데, 그걸 아무 말 없이 지켜보던 연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물컵을 가져왔다. 아무 소리 않고 제게 물컵을 내미는 연우를 겨우 올려다보며 설은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었다. 제 앞에 있는 이는 더 이상 제가 아는 연우가 아니었다. 그렇게 다정한 목소리로 저의 이름을 불러 주던 연우가 아니었다.

“속 안 좋으면 마셔요. 아니면 약 좀 가져다줄까요?”

설은 눈물이 차올랐다. 서러워서, 아니, 두려워서. 저를 철저하게 망가뜨리다 못해 쇠사슬에 묶어 감금까지 자행한 한 아이가 너무도 두려워서 어떻게 견뎌 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볼을 타고 또다시 눈물방울이 주룩, 흘러내렸다.

“형.”

눈물 흘리며 계속 몸을 떨어 대는 설을 보며 연우는 차분하게 들고 있던 유리컵을 콘솔 위에 내려 두었다. 다시금 설의 옆에 자리 잡고 앉은 그가 설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억지로 제 품 안에 설을 가두고 깡마른 등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미끄러운 실크 가운 아래, 척추뼈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너무도 말라 안쓰럽기까지 한 몸을 어루만지며 그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언제까지 그렇게 울기만 할 거예요.”

귓속에 파고드는 다정한 목소리가 무색하리만큼 설의 떨림은 멈추어지지 않았다. 연우가 붙으면 붙을수록, 그의 숨결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 떨림은 강도를 더해 갔다.

“이렇게 형이 울고 있으면 내가 꼭 나쁜 짓 하는 거 같잖아요. 난 단지, 형을 지켜 주고 싶을 뿐인데.”

미쳐 버린 얘기를 듣다못해 설은 거칠게 연우를 밀쳐 냈다. 밀려난 자리에서 그저 무심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연우와 눈을 마주했다. 사늘하게 식어 버린 눈빛에, 그대로 정신이 나가 버릴 것만 같았다. 두렵다 못해 미쳐 버릴 것 같은 이 상황에, 설이 할 수 있는 것은 앞에 앉은 이를 향해 울부짖는 것밖에 없었다.

“개소리하지 마! 이게……. 여기 묶어 두는 게……. 네가 날 지켜 주는 거야? 꺼져! 다 꺼지라고! 이런 거 필요 없다고!”

이제껏 다정했던 목소리와는 다른,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연우가 설을 불렀다.

“형.”

“하으윽, 흑.”

“왜 자꾸 거부해요.”

너무 괴로워서 도무지 눈물이 멈추지 않는데, 그런 설의 양어깨를 연우가 세게 잡아 올렸다.

“아흐흑!”

잔뜩 조여 대는 손아귀를 느끼며 설이 괴로운지 비명을 내질렀다. 정신없이 울어 젖히는 얼굴이 빨갛게 물들며 열이 올라 있었다.

“내가 지켜 주겠다고 했잖아요. 내 옆에만 있으라고 했잖아요. 내가 하는 말 듣고, 내 말대로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했잖아요.”

다그치는 말에 설의 울음소리는 더 서럽게 변했다. 꺼져, 개새끼야. 꺼지라고. 정신 나간 듯 울부짖으며 설이 소리쳤다. 눈물 젖은 목소리가 갈라지며 허공을 울렸다. 그런 설을 연우는 꽉 잡은 두 손에 힘을 주며 흔들어 댔다.

“왜 자꾸 벗어나려고 해요.”

“아흐흑……. 하윽…….”

“어차피 이제 갈 곳도 없잖아요.”

“하윽, 흑!”

“형 나가 봤자 다들 괴물 취급하잖아요.”

“하으으, 하윽.”

“나만이 형을 받아 줄 수 있어요.”

“흐윽, 흑…….”

“그러니까 그냥 내 옆에 있어요. 형은 내 옆에 있어야 행복해질 수 있어요.”

끝끝내 거부하는 설을 결국, 연우가 침대 위로 내팽개쳤다. 챙그랑, 침대 머리에 부딪힌 사슬의 징그러운 소리가 끝나기도 전, 연우가 거칠게 설의 가운을 벗겨 나가기 시작했다. 설이 잠들어 있는 사이, 빨아 대고 씹어 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몸 위로 연우가 올라탔다.

“형이 현실을 받아들일 때까지, 여기 묶어 둘 거예요.”

“아흐흑, 흑. 싫어…. 싫다고……. 개새끼야…….”

“포기해요. 그만 현실을 받아들여요, 형.”

연우가 상체를 일으켰다. 손바닥 위에 침을 뱉은 그가 설의 가랑이 사이로 가져갔다. 침으로 적신 손바닥으로 메마른 보지를 문질렀다. 고작 보지의 겉 부분만 침을 묻힌 그가 성급하게 제 자지를 꺼내 들었다.

제 자지 위로 침을 한 번 더 뱉은 그가 귀두를 문질렀다. 벌어지지 않은 보지 속으로 침에 젖은 귀두를 밀어 넣었다. 가뜩이나 빠듯한데 뻑뻑하기까지 한 보짓구멍으로 커다란 귀두가 파고들기 시작했다. 보지 속살이 쓸리며 끔찍한 고통이 찾아왔다. 설은 기겁하며 소릴 질러 댔다.

“하으윽!”

젖지 않은 보지를 파고들며 연우의 얼굴 또한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럼에도 꽉 조여 오는 보짓구멍은 연우를 끝없이 흥분시키고 있었다. 괴로운 듯 몸부림치는 설의 얼굴을 보는 것도 한몫했다. 남자의 자지를 받아먹으며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설의 얼굴은 언제나 그를 행복하게 했으니까.

“하으, 흐. 흐으윽, 흑. 아으으흑……!”

뻑뻑한 보지나마, 연우의 자지는 그 안에 끝까지 처박힐 수 있었다. 큼직하고 두툼한 자지를 따라 벌어진 질이 점차 애액을 흘려 대기 시작했다. 조금씩 미끄러워지는 안쪽 살을 느끼며 연우가 황홀한 듯 신음을 뱉어 냈다.

“후……. 형. 느껴져요? 형 보지가 내 자지 끝까지 삼킨 거.”

“흐윽, 흑. 흐으윽, 흑.”

“내가 형한테 그랬죠. 형 보지 씹창 날 때까지 계속 박아 주겠다고.”

“흑, 흐윽, 흑.”

“평생 형 옆에서 행복하게 해 줄게요. 형이 그렇게 좋아하는 자지 계속 먹여 주면서.”

연우는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 던졌다. 그가 설의 위로 납작 엎드렸다. 작디작은 머리통을 두 팔로 감싸 안고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흐으윽, 흑! 아……!”

정신을 잃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시작된 좆질에 설은 정신없이 눈물을 쏟아 내며 비명을 내질렀다. 연우의 단단한 팔뚝이 설의 얼굴을 더 세게 끌어안으며 제 가슴 쪽으로 끌었다. 커다란 가슴 근육이 설의 얼굴을 감싸며 포개 왔다.

순식간에 공기가 차단되고 숨이 막혀 왔다. 가뜩이나 정신없는 와중에 호흡마저 곤란해지니 설은 미쳐 버리지 않고선 못 배길 것만 같았다. 볼에 닿아 오는 커다란 가슴에서 쿵쾅쿵쾅 울리는 연우의 심장 박동이 들렸다. 그것이 누군가 망치를 들고 제 머리를 때려 대는 것처럼 느껴졌다. 둥둥 울리는 머리에, 빠른 속도로 파고드는 보지에 그대로 정신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아……!”

기나긴 신음을 마지막으로 그렇게 설이 정신을 잃었다. 제 품 안에서 설이 늘어지자 연우가 씹질을 멈추었다. 안고 있던 팔에 힘을 풀고, 그가 설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두 눈을 꼭 감은 채로 숨을 내쉬는 설의 얼굴이 보였다.

“…….”

이제 막 시작한 씹질에 죽지 않은 좆이 설의 보지 속에서 꿈틀거렸다. 연우는 품 안에 있는 설을 내려 주었다.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운 얼굴로 잠에 빠져든 설의 입술에 짧게 입 맞췄다. 눈물로 흠뻑 젖은 눈가를 닦아 주며, 들을 수 없는 이에게 속삭였다.

“결국, 형도 받아들이게 될 거예요.”

그가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형을 그렇게 길들였으니까.”

찰랑찰랑. 허리 짓을 따라 흔들리는 쇠사슬의 마찰음이 방 안에 가득 울려 퍼지고 있었다.

***

하얀 햇살이 방 안을 따스하게 밝히고 있었다. 햇살만큼이나 하얀 침대 위에 나신을 한 설과 연우가 있었다. 연우는 침대에 누운 채로 제 위에 올라탄 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연우와 대조되는, 깡마른 몸이 그의 고간 위에서 힘겹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찰그랑, 찰그랑. 그런 설의 손목에는 여전히 쇠사슬이 연결된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그 예쁜 눈은 안대에 가려져 눈물을 줄줄 흘려 대고 있었다. 귓바퀴와 어깨가 빨갛게 물들어 하얀 피부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삐쩍 마른 몸에 갈비뼈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흐, 흐으, 흐…….”

커다란 자지를 보지 안에 꽂고, 연우가 아래에서 튕겨 대는 대로 몸을 움직이던 설은 힘겨운지 자꾸만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래에 누워 있던 연우가 그를 잡아 일으켰다. 연우의 팔에 의지하면서도 설의 고개는 자꾸만 아래로 향했다. 움직일 힘조차 없는, 인형 같은 몸뚱어리를 잡고 연우는 아래서 계속 허리를 튕겨 댔다.

거세게 일직선으로 파고 올라오는 자지에 설의 자궁이 쿵, 쿵 찍혔다. 자궁이 찍힐 때마다 고꾸라진 설의 머리통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부드러운 머릿결이 흔들리며 햇빛에 반사되었다. 눈부시게 흰 피부와 갈색의 머리카락이 볕에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하으, 흐……. 흐으, 하…….”

이제껏 설의 몸통을 잡고 있던 연우는 두 팔을 뻗어 설의 어깨를 밀어 올렸다. 하얀색 레이스 천으로 눈을 가린 설의 고개가 힘없이 뒤로 꺾였다. 새하얀 도화지 위에 물감을 끼얹듯, 몸 구석구석에 자리한 붉은 자국이 연우의 시선을 끌었다. 하도 주물러 댄 탓인지, 살짝 살집이 오른 젖가슴 가운데, 꽃봉오리처럼 솟아난 젖꼭지는 말할 것도 없었고.

“형. 예뻐요. 형 몸……. 정말 예뻐요.”

다정한 목소리에 눈가를 가린 안대만 더 젖어 들었다. 설이 흐느끼며 괴로운 듯 도리질을 쳤다. 안대를 적시다 못해 흘러내린 눈물이 분홍빛으로 물든 뺨을 타고 흘렀다. 살며시 벌어진 입술에서 연신 뜨거운 숨이 터져 나왔다.

“못 움직이겠어요?”

“흐으, 흐……. 흐으…….”

“내가 할까요?”

설은 대답할 정신조차 없어 계속해서 신음만 흘려 댔다. 그런 설의 어깨를 잡고, 연우가 아래에서 허리를 세게 추어올렸다. 잔뜩 좁혀진 보짓구멍이 놀란 듯, 연우의 자지를 콱, 물어 왔다. 설의 야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미치겠는데, 조여 대는 구멍은 연우를 폭주하게끔 만들었다.

단단한 허벅지에 힘을 주고 들썩이는 허리와 함께 위아래로 움직였다. 너무 작아 한 손에 다 들어올 것 같은 작은 엉덩이를 허벅지로 치며, 설의 보지가 들어찬 제 좆을 자극할 수 있게 했다.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는 침대에 설의 몸도 덩달아 흔들렸다. 바짝 선 자지는 선액을 질질 흘려 대며 흔들리는 몸을 따라 함께 껄떡댔다.

“흣!”

강인한 허리가 매트리스를 세게 치며 위로 치고 올라갔다. 단번에 자궁구를 퍽, 때리며 박히는 자지 머리에 설이 고개를 꺾으며 뒤로 몸을 한껏 젖혔다. 목까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설이 입을 크게 벌렸다. 고인 침이 벌어진 입을 타고 새어 나와 아찔하게 뻗은 목까지 흘렀다.

“으응! 응!”

날개를 벌린 듯, 뒤로 한껏 젖힌 어깨에 붉은 젖꼭지가 도드라지며 솟아났다. 매끈한 복부가 살살 떨려 오고, 자지를 삼킨 보지가 쉼 없이 물을 내뿜었다. 끈적한 물이 가득한 구멍 속을 자지를 방아 찧듯 계속 찍어 댔다. 찰방찰방. 물 휘젓는 소리가 짧은 간격으로 터져 나왔다. 흥분한 연우가 허리를 빠르게 떨어 대기 시작했다.

“읏! 읏! 으응, 읏!”

뒤로 꺾은 채로 하릴없이 흔들리는 설의 어깨를 붙들고 미친 듯이 허릴 추어올리던 연우가 두 손을 작은 돌기에 가져갔다. 성감이 잔뜩 차올라 뾰족하게 발기한 젖꼭지를 손끝으로 잡고 돌리며 허리 짓을 이어 가니, 보지가 더 세게 자지를 물어 대기 시작했다.

“아응, 읏! 으읏, 아! 아!”

벌어진 입에서 교성이 쏟아져 나오며 설이 몸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라디오 버튼을 돌리듯, 열심히 젖꼭지를 돌려 가며 연우는 허리 짓에 속도를 가했다. 부푼 젖을 두 손으로 떡 주무르듯 주물러 댔다. 손안에 젖이 뭉개질 때마다 설이 괴로워하며 허릴 뒤틀었다. 좁아진 구멍이 마치 손으로 쥐고 짜는 듯 자지를 압박해 왔다.

바짝 선 설의 좆이 거친 움직임을 따라 상모 돌리듯 머릴 돌려 댔다. 분홍빛의 자지가 붉게 물들어 선액을 줄줄 흘려 댔다. 흥건하게 젖어 반질거리는 자지 머리가 잔뜩 부풀어 올라 입술을 벌렸다. 터질 것처럼 단단하게 부풀어 끝없이 밀려오는 쾌감에 결국 하얀 물을 내뿜었다.

“아응! 응! 아으으응, 응!”

설의 자지 끝에서 출발한 하얀 물이 연우의 탄탄한 가슴 위로 흩뿌려졌다. 제 몸을 끈적하게 적시는 자지 물에 흥분한 연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씨발……. 입술을 세게 짓씹은 그가 작정하게 허리를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가득 고여 있다 못해 흘러넘치는 보짓물이 드나드는 자지 기둥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끈적해진 고간이, 설의 가랑이 사이에 쩍, 쩍 달라붙었다 떨어지길 반복했다. 보짓물로 적신 음모가 설의 보지를 간지럽혔다. 더없이 굵어진 두께의 살덩이를 물을 내뿜는 보지가 정신없이 빨아 대고 씹어 댔다. 마치, 이라도 달린 듯, 세게 깨물어 대는 통에 연우의 자지가 요동하기 시작했다. 그대로 연우의 자지도 욕망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흡!”

위로 세차게 뿜어지는 자지 물이 설의 자궁 안까지 파고들었다. 따듯하게 데워지는 자궁을 느끼며 설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못 견디게 좋은 그 느낌에 설은 하릴없이 눈물 흘리며 고개를 좌우로 거세게 흔들었다.

“아흐, 아흐으으, 하으! 하으으……! 아!”

질에 몸덩이를 비벼 대며 머리로 자궁구를 찧어 대는 자지에 설이 자지러지며 신음했다. 제 체중이 실려 끝까지 처박힌 자지가 견디기 힘들어 설의 몸이 다시금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힘없이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설의 몸을 연우가 손으로 받쳐 주었다. 설의 상체가 꺾이다 보니, 자지를 짓누르는 압력이 너무도 거셌다. 후, 쾌감에 젖은 깊은 신음이 연우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흐으……. 흐……. 흐으으……. 흐으…….”

제가 싸지른 정액이 수놓아진 연우의 가슴 위로 설이 완전히 엎어졌다. 힘겨운 듯 숨을 몰아쉬는 그의 마른 등을 연우가 쓰다듬어 주었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날개 뼈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마치 날개를 다친 새처럼, 한없이 여린 모습이었다.

설의 머리로 손을 옮긴 연우가 안대를 풀어 주었다. 떨어져 나가는 안대를 따라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촤르르 흘러내렸다. 근 한 달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 터라, 머리가 제법 자라 있었다. 가뜩이나 새하얀 얼굴이 실내에만 있으면서 더 새하얘졌다. 깡마른 몸은 제아무리 맛있는 걸 사다 먹여도 계속해서 야위어 갔다.

“형. 고생했어요.”

안대로 가리고 울어 댄 통에 잔뜩 부어오른 눈가에 입 맞추며 연우가 속삭였다. 품에 설을 안아 들고 그가 침대 위로 내려 주었다. 꽂혀 있던 좆이 빠져나오며, 보지 안에 들어차 있던 정액이 주룩, 흘러내렸다. 대낮이란 게 무색하리만큼 벌써 세 번이나 좆 물을 처먹은 탓에, 흘러내리는 양이 만만치 않았다. 침대보를 적시며 침을 질질 흘려 대는 보짓구멍을 연우가 마개로 막았다. 이 집에 들어온 이후부터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 마개였다.

연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물수건을 챙겨 오는 동안, 설은 멍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배 속 한가득 주입한 정액에 아랫배가 더부룩한 느낌이었다. 설은 가만히 제 배 위로 손을 가져갔다. 한 달간 묶여 지내며, 이제는 익숙해진 쇠사슬이 손의 움직임을 따라 촤르르, 마찰음을 뱉어 냈다.

물수건을 챙겨 침대로 돌아온 연우가 천천히 설의 몸을 닦아 나가기 시작했다. 차갑게 적신 수건이 살갗에 닿을 때마다 소름이 돋아났지만, 설은 여전히 넋을 놓은 채로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벽지에 있는 작은 흠집조차 기억해 낼 정도로 낯익은 천장이 그의 시야에서 흐릿하게 변해 가고 있었다. 아마도 채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는 눈물 때문이리라.

“무슨 생각 해요?”

설의 몸을 꼼꼼히 닦아 나가며 연우가 다정하게 물었다. 그런 연우의 물음에 설은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설은 연우가 묻는 것에 답을 하지 않게 되었다. 비단, 질문에 답하지 않는 것뿐만이 아니라 일상 대화 자체를 그와 하지 않게 되었다. 그저 밥을 먹이면 먹여 주는 대로, 좆을 처박으면 처박히는 대로 영혼 없는 인형처럼 지낼 뿐이었다.

“우리 여기 온 지 벌써 한 달이나 지났어요. 알고 있어요?”

설은 여전히 답이 없었지만, 연우는 딱히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제가 창조해 낸 피조물을 바라보며 오히려 흐뭇해하기까지 하는 거였다.

“아참. 이따 저녁에 아주머니한테 전화해요. 오늘 전화하는 날이니까. 아주머니가 형 많이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니까 당연한 거겠죠.”

하지만 엄마 얘기가 나왔을 때, 설은 짧게나마 움찔거리며 반응을 보였다. 그것을 연우는 눈여겨봐 두었다. 애초에 이걸 알고 엄마에게 전화할 수 있는 날을 정해 준 것이기도 했고.

“그럼. 쉬고 있어요. 난 저녁 준비할게요.”

설의 몸을 다 닦은 연우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렇게 그가 욕실로 향했다. 혼자 남은 설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손은 좆 물을 하도 처먹어 불룩해진 아랫배를 느릿하게 쓰다듬고 있었다.

***

“응! 응! 아으응, 응!”

언제나 그래 왔듯, 하얀 방에 신음이 울려 퍼졌다. 설은 개처럼 엎드린 채로 연우의 좆을 받아 내고 있었다. 찰랑, 찰랑. 뒤로 꺾어 연우에게 잡혀 있는 손목에 연결된 쇠사슬이 시끄럽게 마찰음을 뱉어 내고 있었다.

“아으으! 응! 으응, 아……!”

퍽퍽 요란하게 찍어 대는 자지에 결국 설의 자지 끝에서 툭, 하고 물이 터져 나왔다. 하도 싸질러 댄 탓에 거의 투명에 가까운 물이었다. 방울져 떨어져 내린 물이 침대보를 적셔 나가는 동안에도 연우는 멈추지 않고 허리를 놀려 댔다.

“씹!”

마치 신호탄처럼 쏘아진 짧은 신음에 연우의 사정이 시작되었다. 연우의 좆이 빠른 속도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보짓살을 때려 대며 발광을 해 댔다. 엎드려 있는 탓에, 배 속으로 파고드는 따듯한 자지 물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설은 엉덩이를 떨어 대며 혀를 길게 빼내고 침을 흘려 댔다.

“하아. 하. 하아아……. 하아.”

연우가 그대로 설의 등짝에 엎어졌다. 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가슴이 설의 등 위로 뭉개지고, 목덜미로 뜨거운 숨결이 와 닿았다. 연우는 축축하게 젖은 설의 뒤통수에 입을 묻고 짧게 여러 번 입 맞췄다. 땀 냄새마저 향기로운 설의 체 향을 한껏 들이마시며 뭉근하게 허릴 돌려 꽂아 둔 좆의 머리로 자궁구를 애무했다.

“형 보지……. 너무 좋아…….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아…….”

쾌감에 젖은 목소리로 속삭인 연우가 상체를 일으켰다. 꽉 물고 놓아주지 않는 보지에서 좆을 빼낸 그가 빠르게 마개를 막아 넣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설의 몸을 안아다가 침대에 바로 눕혀 주었다. 언제나 그랬듯, 멍한 눈빛으로 천장을 바라보는 설을 두고 침대에서 내려섰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연우는 물에 적신 수건을 들고 침대로 다가왔다. 땀으로 온통 젖은 몸을 그가 천천히 닦아 나갔다. 깡마른 몸을 꼼꼼하게 훑으며 물에 젖은 수건이 매끈한 복부 위로 향했다. 며칠 동안 정성 들여 정액을 주입한 탓이었을까? 아까 저녁을 먹고, 설이 엄마와 통화하고, 그러고도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배가 약간 불룩한 것 같았다.

애액으로 떡칠해 끈적한 가랑이 사이를 꼼꼼히 닦아 주는 것을 마지막으로 연우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평소처럼 몸을 닦은 그가 자연스럽게 주사기를 찾아 들었다. 이곳에 온 이후로 연우는 매일 잊지 않고 설에게 주사를 놔 주었다. 설은 그것이 무어냐 묻지도 않았지만, 연우는 영양제라고 얘기했었다. 영혼 없는 인형처럼, 설은 그가 놓는 주사를 거부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주사까지 다 놓은 연우가 주변을 정리했다. 이제 그만 도구들을 가져다두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불현듯 그의 걸음걸이를 낚아채는 목소리가 뒤편에서 들려왔다.

“왜……. 그랬어……?”

연우가 살짝 놀란 듯한 표정으로 뒤돌아보았다. 근 한 달 만인가? 엄마와 전화할 때 빼고는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던 설이 드디어 입을 연 것이었다. 다시금 설의 곁으로 다가간 그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들고 있던 물수건을 옆에다 두고, 설의 얼굴로 손을 가져갔다.

“무슨 말이에요. 갑자기 왜 그랬냐니.”

젖은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넘겨 주는 손길에도 설의 표정은 변할 줄을 몰랐다. 그저 멍하니 천장을 주시한 채로 그가 눈물 젖은 두 눈을 깜빡였다.

“대체……. 나한테 왜 그랬어?”

설이 똑같은 말을 다시 물어 왔다. 이에, 젖은 머리카락을 헤집던 연우의 손이 멈추었다. 낮은, 그렇지만 다정한 목소리로 이번엔 연우가 물었다.

“왜 형을 이렇게까지 망가뜨렸냐고요?”

설의 눈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지만, 찡그려지는 눈가만 봐도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연우는 차분한 목소리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입학하던 해였어요. 어렵게 알아내서 형이 다니는 학교를 찾아갔어요. 형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만나 보고 싶었거든요.”

생각에 잠긴 듯, 연우의 목소리는 어쩌면 아련하게까지 들렸다.

“벚꽃이 만발한 날이었는데. 바람이 불자 벚꽃이 막 흩날렸어요. 바람을 따라 몰아치는 분홍색 꽃잎들이 참 예쁘긴 했지만 저는 덜컥 겁이 났어요. 이러다가 형을 못 알아보고 지나치게 될까 봐.”

어느덧 방 안에 바람이 이는 듯 느껴졌다. 흩날리는 벚꽃잎이 두 사람이 있는 침대를 감싸고 꽃보라를 일으켰다.

“근데……. 참 우습게도 그 흩날리는 벚꽃잎 속에서도 형의 얼굴만은 바로 들어오더라고요……. 정말 우습게도……. 어쩌면 당연할지도 몰라요. 형을 떠나보낸 이후로. 다시 형을 찾기까지 매일 밤 형의 얼굴을 머릿속에 그려 왔으니까요.”

몰아치는 꽃잎에 달콤한 벚꽃 향이 방 안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입 안에 침이 고일 정도로 달콤한 향기에 미간이 아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뿐이었어요. 형은……. 형은 내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했으니까요. 형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서려는 나를 형이 지나쳐 갔어요. 진짜…….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그러곤 곧 내 옆으로 한 사람이 지나쳤어요. 형의 이름을 부르면서. 긴 머리를 나풀거리며.”

흩날리던 벚꽃이 점차 바닥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분홍빛으로 물들었던 방 안이 다시금 새하얗게 변했다. 방 안을 가득 메운 꽃향기가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뒤돌아보았죠. 그리고 보고야 말았어요. 다정하게 그 여자의 이름을 부르는 형의 모습을. 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팔짱을 낀 채로 걸어 나가는 형의 모습을…….”

긴 여운을 남긴 채, 연우의 얘기가 끝났다. 하얀 방 안에 침묵이 낮게 내려앉았다.

“그래서.”

긴 침묵을 잠재운 것은 설이었다.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그가 연우를 직시했다.

“그래서 나한테 그런 거야? 나한테 복수하고 싶어서? 널 못 알아봤다고. 그거 때문에 화가 나서?”

낮지만 힘주어 말하는 설의 얘기에 연우는 다소 엉뚱한 반응을 보였다. 하, 헛숨을 짧게 뱉어 낸 그가 어이없다는 듯 웃어 대기 시작했다. 저를 노려보는 설을 그가 똑바로 마주했다.

“무슨 소리예요. 형한테 복수라니. 난 그런 거 생각해 본 적 없어요. 단 한 번도.”

“그러면.”

“…….”

“그러면 대체 이유가 뭐야. 네 친구들까지 끌어들여서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든 이유가.”

하염없이 흔들리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연우의 눈꼬리가 둥글게 휘었다. 그저 예쁘기만 할 수 없는, 싸늘한 웃음에 설은 한기를 느껴야만 했다.

잔뜩 굳어 버린 설의 어깨로 연우가 손을 올렸다. 고개를 꺾어 이제는 차갑게 식어 버린 귓바퀴에 입술을 묻었다.

“난, 그저 기다렸을 뿐이에요. 걔네들 손에 형이 서서히 망가지기를.”

낮은 목소리가 고막을 파고들었다. 차가운 기운에 온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다.

“그래야 망가진 형이 내게 기댈 거 아니에요.”

차갑게 얼어 있던 몸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한다. 두근거리는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한다.

“예전처럼. 어렸을 때, 그때처럼.”

설은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

설은 차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새까맣게 물든 시야 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고장 난 기계처럼 무엇조차 못하고 넋 놓고 있는데, 그런 설을 밀치며 연우가 올라탔다. 아무렇지 않게 설의 입술을 빨고 가슴을 주무르는 손길에도 설은 모두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한없이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넌……. 미쳤어…….”

그런 그가 혼잣말처럼 뇌까렸다. 눈물 젖은 볼을 핥아 올리던 연우가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맞아요. 형 말대로 난 미쳤어요.”

손을 아래로 내뻗어, 가랑이 사이에 박혀 있는 마개를 빼어 냈다. 설의 입술을 빨며, 젖가슴을 주무르며 발기한 자지를 잡고 허연 국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보지에 끼워 맞췄다.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형을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형만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단단하게 부푼 좆이 보지 속으로 파고들었다. 정액으로 흠뻑 적신 축축하고 따듯한 질을 긁으며 커다란 귀두가 안을 향한다.

“그러니까, 형도 이제 그만 받아들여요.”

더는 파고들 수 없는 곳까지 도달한 귀두가 세차게 자궁구를 찍어 낸다.

“형 어차피 나 못 벗어나.”

퍽. 소리와 함께 시작된 씹질에 설의 몸이 튀어 올랐다. 사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예민한 몸뚱어리는 다시금 치고 들어오는 침입자에 격렬하게 반응하며 살을 떨어 댔다.

연우는, 그 긴 시간 동안 설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연우는 제가 아파 왔던 시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세차게 좆을 처박았다. 거센 허리 짓에 침대 매트리스가 출렁거렸다. 설의 손목에 연결된 쇠사슬이 징그럽게 울어 대며 날카로운 소리를 뱉어 냈다.

헉헉거리는 숨결이 설의 얼굴을 덮쳤다. 이미 한번 사정을 했음에도 연우의 자지는 터질 것같이 부풀어 있었다. 질 안의 주름이 죄다 펴질 정도로 빠듯하게 늘리며 자지가 몸집을 더 키워 냈다. 욕망의 크기만큼이나 커다란 자지가 설의 보지를 파고들며 거칠게 자궁을 때려 댔다.

끊임없이 얻어맞은 자궁에 피멍이라도 들 것만 같았다. 집요하리만큼 자궁을 자극하는 귀두에 온몸이 전율하며 달아올랐다. 세게 찍어 누르고 비벼 대는 바람에 설은 자지러지며 비명을 내질러야 했다. 새까맣던 눈앞이 하얗게 점멸하고, 눈앞에서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아……!”

불현듯, 쏟아져 내리는 세상 속에서 설은 누군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온통 하얀빛에 둘러싸여 그 형체조차 제대로 보이지는 않는 이가 그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점점 희미해져만 가는 의식의 끝에서, 설은 손을 내뻗었다. 하얀빛 속에 가리어진, 한 아이를 향해. 제게 손을 내민 그 아이를 향해.

아이의 손이 닿는 순간. 설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의 몸이 튀어 올랐다. 자지 끝에서 터져 나오는 투명한 물줄기를 맞으며, 그렇게 그가 길게 신음했다.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꼭 감긴 두 눈에 고여 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한 줄기 흘러내렸다.

새하얀 밤이 지나고 눈을 떠 보니 어스름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눈물이 말라붙어 뻑뻑한 눈을 설은 몇 번이고 껌뻑거려 보았다. 이제는 익숙해진 천장과 하얀 방, 그리고 제 옆에 눈을 감은 채 누워 있는 연우의 모습이 차례대로 보였다.

분명, 제가 잠들고도 한참 동안 허리 짓을 이어 갔을 그는 고단한 듯 두 눈을 꼭 감고 쌕쌕, 숨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항상 저를 향해 있던 커다란 눈이, 꿈에 쫓기기라도 하는 듯 움찔거렸다. 설은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제 손을 들어 꼭 감긴 커다란 눈에 가져갔다. 그러곤 조심스럽게 쓸어 보려 했는데.

“아…….”

불현듯, 제 손이 가벼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들려와야 할 쇠사슬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설은 천천히 제 손목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그간 수갑에 갇혀 있던 손목이 자유롭게 풀려나 있었다. 벌겋게 살이 물들고 부어올라 있었지만, 그건 그의 시선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수갑이 풀려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었으니까.

다시금 연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여전히 눈을 움찔거리면서.

설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르르, 몸에서 이불이 걷히는 대로 은색의 실크 가운을 걸친 제 몸덩이가 보였다. 설은 바닥을 향해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난방이 잘 되고 있었지만, 바닥이 대리석이라 슬리퍼 없이 맨발로 걷기엔 냉기가 느껴졌다.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걸음걸이가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침실을 나섰다.

익숙한 거실을 지나, 현관으로 향했다. 꺼내져 있는 신발 중에 적당해 보이는 것을 골라 신고, 잠금장치를 풀어 현관문 손잡이를 돌렸다. 철커덕, 조용한 집 안에 문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천천히 벌어지는 문으로 찬 바람이 세차게 들어왔다. 집 안에만 있어 그간 몰랐는데 그간 날씨가 상당히 추워진 듯했다. 가히 겨울이라 불러도 좋을, 그런 날씨였다.

이런 차가운 날씨에 설은 윗옷조차 걸치지 않고 밖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나서, 돌계단을 밟고 아래로 향하니 또 하나의 커다란 문이 보였다. 어렵지 않게 대문을 열고 완전히 집 밖으로 벗어났다.

여기가 어디인지, 근처에 뭐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설은 걷고 또 걸었다. 걸음을 옮겨 갈수록 그는 이곳이 바닷가 근처임을 알 수 있었다. 코끝을 찌르는 진한 소금 냄새와 먼 데 울리는 갈매기 소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비릿한 바다 냄새를 쫓아 걸음을 옮기니, 이제 막 동이 터 오는 바닷가가 보였다. 날씨가 찬 데다가 새벽이라 해변은 텅 비어 있었다. 설은 신고 있던 신을 벗어 두고 해변을 향해 한 발짝 걸음을 내디뎠다. 새벽에 비라도 내렸는지 모래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가뜩이나 날씨도 차가운데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 시리도록 몸을 훑고 지나쳤다. 몸이 오들오들 떨리고 차가운 바람에 드러나 살갗이 쓰라렸지만, 설은 멈추지 않고 앞을 향해 걸어갔다. 도화지처럼 흠집 하나 없이 펼쳐져 있던 백사장에 설의 걸음걸이를 따라 발자국이 드문드문 새겨졌다.

비틀거리며 발걸음을 옮겨 나가던 설은 기어이 밀려들어 오는 파도에 발을 적실 수 있었다. 차갑다 못해 아린 느낌이 발끝을 타고 전신에 퍼져 나갔다. 너무도 차가워 물이 아닌, 칼날 위를 걷는 것만 같은데도 설의 발걸음은 멈추어질 줄을 몰랐다. 앞을 향해. 끝없이 밀려들어 오는 파도를 향해 계속 걸어 나갔다.

어둠은 점점 거두어져 날은 밝아 오고, 낮게 뜬 해를 따라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정신없이 날아다녔다. 수면이 점점 높아질수록, 설의 몸도 점차 물속에 잠기게 되었다. 깡마른 종아리에서 허벅지로. 허벅지에서 골반으로. 골반에서 허리로. 차디찬 물이 차올랐다.

그의 몸이 물에 더 깊이 잠길수록, 더 깊은 바다로 향할수록 그의 정신은 또렷해지고 있었다. 또렷한 머릿속에 그는 줄곧 같은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잃어버렸던 기억 속의 한 아이. 이제 모든 게 선명해진 그 한 아이에 대해.

거짓말처럼, 잃어버린 기억 속 그 아이가 어젯밤 꿈에 되살아났다. 매일 밤, 저를 위로해 주던 그 작고 어린 한 아이가 또렷하게 기억났다. 누구보다 저를 따르고 좋아해 주었던 작은 아이. 하루가 멀다고 괴롭힘당하는 저를 보며 세상 누구보다 구슬프게 울어 주었던 한 아이.

괴롭고 힘들었지만, 매일 밤 아이를 끌어안고 잠들며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팔에 감겨 오는 따듯한 체온도, 두근두근 뛰어 대는 심장도 모두가 하나같이 따스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얼굴을 비비며 아침이 올 때까지 그렇게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아이와 있으면 괴로웠던 하루가 씻긴 듯 잊혔으니까.

연우는 그런 아이였다. 세상 누구보다 따듯한 눈을 가지고 있고, 세상 누구보다 저를 따듯하게 만들어 주었던 그런 아이였다.

분명, 그랬는데. 그런 연우였는데…….

이젠 누구보다 괴물이 되어 있었다. 차가운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망쳐 버린, 그런 괴물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결국, 모든 건 저 때문이었다. 제가 그 아이를 괴물로 만든 거였다. 그 착했던 아이조차……. 저 같은 괴물 때문에 똑같이 괴물이 되어 버린 거였다.

처음부터 꿈꾸질 말았어야 했다. 제가 달고 태어난 구멍이 절대로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인 걸 알면서도,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길 기대하면 안 되는 거였다. 차라리 그때에 멈추어 있었더라면. 꿈도 희망도 없는 그때에 머물러 있었더라면. 저 때문에 연우가 그렇게 변할 일은 없었을 텐데……. 그 예쁜 눈이 그토록 무섭게 변할 일은 없었을 텐데…….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모든 걸 되돌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저만 사라지면 되는 거였다. 제 가랑이 사이에 달린 구멍과 함께, 이 수렁 속으로 완전하게 사라져 버리면 되는 것이었다.

점점 더 물이 차올랐다. 허리를 넘어, 더 위로. 위로. 가슴까지. 심장이 가까운 곳, 그곳까지.

마비된 듯 이제는 추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만이 뜨겁게 볼을 데우고 있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모든 게 끝나게 된다. 그 지긋지긋하던 인생도. 잠시나마 가졌던 꿈도. 그리고……. 항상 같은 곳에서 바라봐 주시던……. 엄마의 따듯한 눈빛도……. 모두…….

“……미안해요.”

설은 누구에게도 전할 수 없는 말을 마지막으로 더 깊은 곳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그렇게 물거품이 되어 파도에 휩쓸려 가려 했는데, 정신없이 무너져 내리는 그의 몸을 누군가가 낚아챘다. 사람을 삼켜버릴 것 같은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고, 설을 끌어안은 남자의 등 뒤에서 부서져 내렸다. 쏟아져 내리는 파도의 잔재 속에서 설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파랗고 하얀 물방울 사이사이, 저를 내려다보는 이의 얼굴이 보였다. 한 점 흔들림 없이 저를 바라보고 있는 연우가 그곳에 있었다.

“형.”

연우는, 이제는 훌쩍 커 버린 하연우는 저보다 더 서글픈 눈을 하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보며 설은 참을 수 없이 서글퍼졌다. 저로 인해 망가져 버린 연우가 너무도 가슴 아프게 느껴졌기에.

“여기 왜 왔어요?”

“연우야.”

“죽으려고 온 거예요?”

“…….”

“이제 겨우 형을 손에 넣었는데.”

“…….”

“다시 도망가고 싶어서. 다시는 못 볼 곳으로 떠나려고 했던 거예요?”

원망하듯 말하는 연우에 설은 대답해 줄 말이 없었다. 그런 그의 마음속엔 계속 같은 생각이 맴돌고 있었다. 나만 사라지면 돼. 나만. 나만 사라지면…….

“같이 가요.”

같은 말만 되뇌며 정신없이 돌아가던 말이 단번에 뚝, 끊겼다. 놀란 눈으로 올려다보는 설을 보며 연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그럴 거면 같이 가요. 어차피 형 없으면 나 여기 남아 있을 의미가 없어요. 그러니까 같이 죽어요.”

연우가 설의 손을 놓았다. 그러곤 바다를 향해 첨벙첨벙,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곧 연우의 몸이 바닷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큰 키라 할지라도 깊은 수심을 이겨 낼 순 없었기에, 곧 그의 가슴까지 물이 차올랐다. 세 걸음, 아니 두 걸음? 이제 조금만 더 앞으로 향하면 그의 몸이 모두 잠길 것만 같았다. 이 차가운 파도 속에 그의 몸이 완전히 파묻히게 되는 것이었다.

“연우야!”

다급하게 설이 그를 붙잡았다. 발이 닿지를 않아 허우적거리며 겨우 그의 손끝을 잡을 수 있었다.

“연우야. 하연우…….”

휘몰아치는 파도 속에서 연우의 손을 잡고 설이 흐느꼈다. 차가운 물속에서 몸을 바들바들 떨어 대며 그의 볼에는 뜨거운 눈물이 쉼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지 마. 그러지 마…….”

“아니요. 형이 없으면 난 살아갈 의미가 없어요.”

“제발……. 연우야, 제발…….”

설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 저를 따라 죽겠다는 연우에 가슴이 조각조각 나는 것만 같았다. 이대로 또 저 애를 지옥에 머물게 할 순 없었다. 저를 따라 괴물이 된 것도 모자라 스스로 죽겠다는 아이를 내버려 둘 순 없었다.

“연우야. 그만해. 나 때문에 너를 괴물로 만들지 마……. 그러지 마……. 제발…….”

그래서 설은 죽을힘을 다해 연우를 말렸다. 제발 지금이라도 예전의 연우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나 같은 거 때문에 망가지지 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줘. 누구보다 예뻤던……. 누구보다 착했던……. 그때, 그 아이로…….”

제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 아이로 돌아갈 수 있길 바라며.

“…….”

연우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저를 붙들고 울부짖는 설을 향해 그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차갑게 얼어붙은 손이 볼에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훑었다. 어렸을 때 그때처럼. 아파하는 형을 어루만지며 그가 다정한 목소리를 내었다.

“맞아요. 난 형 때문에 괴물이 되었어요.”

“…….”

“형도 알고 있잖아요. 형 때문에 망가졌다는 거.”

“연우야…….”

“그러니까 이제 형이 나를 구원해 줄 차례예요.”

설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커다랗게 확장된 동공이 정처 없이 떨리었다.

“형이 없다면 내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내쳐요. 그냥 죽게 내버려 둬요. 형에게 구원받지 못한다면, 어차피 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쏴아아. 거친 파도가 다시 한 차례 두 사람을 훑고 지나쳤다. 문득, 설은 저만큼이나 젖어 있는 연우의 볼이 보였다. 흐르는 것이 눈물인지, 바닷물인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의 정체는 알 수 없었으나, 설은 닦아 주고만 싶었다. 저만큼이나 긴 시간 동안 아파했을 한 아이를 위해.

“형…….”

그런 설의 손을 연우가 낚아챘다. 온기가 조금이나마 남은 제 손으로 감싸고 입으로 가져가 입김을 불어 주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이 그의 온기에 조금씩 녹아들었다.

결국, 말없이 눈물만 흘리던 설은 오열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몰아치는 파도 속에서, 설은 연우의 품에 안긴 채 한참을 울었다. 부서지는 파도가, 먼 데서 들리는 바람의 소리가 그의 마음을 자꾸만 흔들고 있었다.

나는 사라져야만 하는데……. 이만 이 지긋지긋한 생을 그만 끝내야만 하는데……. 간절한 연우의 말을 그는 도무지 무시할 수 없었다. 저처럼, 똑같이 괴물이 되어 버렸다는 한 아이를 도무지 외면할 수 없었다.

“사랑해요.”

순간, 설의 눈물이 뚝 끊겼다. 그러곤 곧 세상이 멈춰 버렸다. 파도 소리도, 바람의 소리도. 떠오르는 태양도, 날아다니던 갈매기의 날갯짓도.

“사랑해요. 현이 형.”

멈춰 버린 세상 속에 세차게 뛰어 대는 심장 박동만 느껴졌다. 귓가에 계속해서 그의 목소리가 반복해서 재생되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현이 형.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벅찬 감정이 가슴속에서 끓어올라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는 게 무색하리만큼 온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연우야…….”

“사랑해요, 형.”

“연우…….”

“나 버리지 말아요.”

“…….”

“제발……. 그렇게 해 줘요…….”

결국, 설이 연우의 품에 세차게 안기었다. 목에 두 팔을 두르고 따듯한 입술을 향해 제 입술을 묻었다. 연우의 체온을 나눠 가지며 숨을 섞었다. 벌어진 입을 따라 파고들어 오는 그의 체온에 온몸이 따듯하게 녹아들고 있었다. 머릿속이 온통 연우로 가득했다. 온몸 구석구석이 연우로 가득했다. 차가운 바닷물도, 그의 체온을 꺼뜨리지는 못했다.

연우의 품이 너무 따듯해서. 그와 맞닿아 있는 가슴이 너무도 뜨거워서. 그래서 모든 게 잊히는 것만 같았다. 아픔도, 슬픔도. 너무도 괴로웠던 저의 삶도.

“형…….”

기나긴 입맞춤의 끝에 연우가 얼굴을 떼어 냈다. 어느덧 파도는 잦아들어 수면이 잠잠했다. 해는 높게 떠 수면 위로 은빛 가루를 뿌려 댔다. 바람조차 숨을 죽인 공간에서 연우가 조심스레 물었다.

“나 받아 주는 거죠?”

“…….”

“그럴 거죠?”

“…….”

“대답……해 줘요. 형…….”

설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 왔던 대답을 듣고 연우는 설을 꽉 끌어안았다. 휘몰아치는 감정을 주체 못 하고 연우는 계속해서 설에게 속삭였다. 사랑해요, 형. 사랑해요, 형. 정말 사랑해요……. 현이 형.

한참 동안 설을 끌어안고 속삭이던 연우가 몸을 떼어 냈다. 찬물에 오래 있다가 형이 아프기라도 할까 걱정되었던 탓이었다. 그가 몸을 낮춰 설의 몸을 안아 들었다. 오들오들 떠는 설을 품에 끌어안고 발걸음을 옮겼다.

첨벙첨벙, 연우의 걸음을 따라 수면이 잘게 부서졌다. 설을 꼬옥 안은 채 물길을 헤치며 발걸음을 옮기던 연우는 곧 해변에 다다랐다. 혹여라도 설이 추울까, 계속 볼에 입 맞춰 주며 백사장에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렇게 물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왔는데.

“웁!”

일순, 설이 헛구역질을 내뱉기 시작했다.

“욱, 우욱, 욱!”

한번 터져 나온 헛구역질을 몇 번이고 계속되었다. 놀란 연우가 설을 놓아주었다. 그러자 설이 젖은 모래사장에 대고 구역질하기 시작했다. 새벽이라 빈속에 신물만 올라오는데, 그는 토기가 가라앉지 않는지 계속해서 헛구역질했다. 이상했다. 뭐 잘못 먹은 것도 없는데. 평소처럼 늘 먹던 것을 먹어 왔는데……. 갑자기……. 왜…….

“……형.”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 가는 생각에 연우가 넋을 놓았다. 비단, 그뿐만이 아닌 설도 헛구역질을 멈춘 채 자리에 얼어 버렸다.

“…….”

설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릴없이 떨리는 동공으로 연우를 주시했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고 있지 않았지만,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연우가 설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두근두근. 세차게 뛰어 대는 심장이 맞닿은 서로의 가슴에 전해졌다.

“고마워요, 형. 날 받아 줘서.”

뜨거운 심장만큼, 뜨겁게 달아오른 입술을 연우는 설의 귓가에 묻었다. 한없이 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그가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고마워요, 형. 완벽하게 내 것이 되어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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