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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 Shot(더블 샷)-81화 (8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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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에게는 아버님이나 대디라 부르면 될 거고, 난 엄마나 코맘 둘 중 편한 대로 불러도 돼.”

“난 왜 아버님이고 코코는 엄마야?”

검색을 통해서 레오의 부모님의 사진이나 영상을 보긴 했지만 실제로 뵌 그들은 자신의 상상과 너무 달랐다. 화면이 그들의 외모를 담아내지 못하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혜담을 놀라게 한 건 그들의 분위기였다.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도 눈빛이지만 편안한 대화 중 에반은 시우에게 과일을 먹여 주고 있었다. 열심히 돌아다니던 아기 고양이를 품에 안고 에반이 주는 포도를 먹은 시우의 살짝 웃는 모습에 혜담은 시선을 둘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거리감 있잖아. 엄마가 좋지 않나?”

시우와 눈이 마주친 혜담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님이든 어머님이든 대디든, 코맘이든 뭐가 됐든 그가 원하는 대로 해야 할 것 같았다.

“저 진짜 호적에서 파시게요?”

“너 파고, 혜담이 넣으려고.”

제일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상태로 이어지는 대화에 혜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지금 호칭과 호적이 문제인가? 말이 호적을 판다는 거지 진짜 팔 것 같은 분위기도 아닌데. 여기 적응하지 못하는 나만 이상한 건가? 내가 문제야?

갑자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사귀는 걸 밝히는 것도 아니고 결혼을 하겠다는 말에 너무 태연한 그들의 모습에 혜담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반대를 하지 않으셔서 다행이긴 한데, 뭐랄까 가족들 간의 이런 단란한 모습은 제겐 확실히 낯선 것이었다.

여전히 자신의 하관을 손으로 가리고는 튀어나온 딸꾹질에 눈이 동그래진 혜담은 제게 차가운 물을 건네는 레오를 바라보았다. 이걸 좀 어떻게 수습하고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제 능력 밖의 일인 것 같았다.

“……굳이 그렇게 번거로운 일을 해야겠어? 혜담이 당황했잖아.”

레오가 준 물을 조금 마시며 혜담은 여전히 세 명의 분위기를 읽으려고 노력했다. 에반은 분명 시우를 말리는 것 같은데, 그의 손엔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다. 여차하면 바로 변호사에게 연락할 것 같은데?

“그런 번거로운 일은 하지 마시죠. 이러든 저러든 한 가족으로 묶이는 건데.”

괜찮냐는 말과 함께 등을 부드럽게 토닥여 주는 레오의 손짓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고맙게 느껴지지 않았다. 분위기가 참으로 우호적인 것 같기는 한데 뭔가 이상하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결혼식은 언제 어디서 하려고?”

“한 달 안에 이 섬에서 할까 해요. 아직 정확한 건 아니고.”

“그렇게 빨리? 아가도 동의했어?”

대화를 주로 이끄는 건 시우였고, 레오는 그에 맞춰 착실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한데, 아버…… 어머…… 아니 엄마? 아들을 왜 그렇게 못 믿으시는 걸까요?

대화 중간중간 시우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혜담은 어색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네. 그런데 전 편하게 혜담이라고 불러 주시면…….”

정말 원해서 레오와 결혼하는 게 맞는 것인지 확인하려는 듯한 시우의 눈빛에 혜담은 겨우 대답을 할 수 있었다.

“그래? 아가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럼 혜담이 편한 대로 불러 줘야지. 그래서 혜담이도 레오와 같은 생각이라는 거지?”

“왜 그렇게 절 못 믿으세요? 제가 협박이라도 했을까 봐요?”

“……안 했다는 증거도 없잖아.”

나 이 결혼 해도 되는 걸까? 레오와 시우를 번갈아 보던 혜담은 저도 모르게 두 팔로 아랫배를 감쌌다.

“도대체 절 어떻게 보고 계시는 거예요?”

“뭘 어떻게 봐. 루이스가 알파지. 너네 은근슬쩍 이렇게 저렇게 해서 사람 혼 쏙 빼놓고 원하는 대로 하는 거 잘하잖아. 나는 우리 혜담이가 거기 홀렸을까 봐 걱정하는 거고.”

“코코. 거기 왜 나도 들어가는 거지?”

“네가 젤 그러니까.”

얼떨결에 대화에 끼어들었다가 한 소리 듣고 물러나는 에반을 본 혜담은 섣불리 나서는 건 좋지 않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아무래도 이 집안을 이끄는 이는 에반이 아닌 시우임이 분명했다.

“어쨌거나 한 달 안으로 날 잡을 테니 두 분 꼭 참석해 주시고요. 결혼식은 최대한 작게 할 거예요.”

“우리가 도와줄 건 없고?”

“뭐, 딱히 없어요. 결혼식에 참석해 주시는 거랑 손주 볼 준비?”

자리가 자리인지라 불편해서 안절부절못하던 혜담은 제게 사과 하나를 포크에 찍어 주면서 무심하게 말하는 레오를 경악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

“…….”

“아니, 저…… 그게…….”

말을 해도, 진짜. 이 시키가……. 속닥속닥 화기애애하던 분위기에 침묵이 흐르자 다급해진 혜담이 어버버 거리며 말을 꺼냈다.

“아, 맞다. 하나가 아니고 둘이요.”

졸지에 에반과 시우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혜담은 어떻게든 수습하려 벌렸던 입을 꾹 다물었다. 말을 해도……. 아무리 네 부모님이 편하다지만. 넌 편하겠지. 난 아니라고. 같은 말이라고 해도 다르게, 좋게, 잘 포장해서 말할 수도 있잖아.

“하- 에반. 전화해. 쟤 호적에서 파고 혜담이랑 아가들이랑 살면 되겠다. 넌 지금 컨디션도 안 좋은 애를 여기 이렇게 오래 앉혀 놓고……. 하여튼 혼나야 돼. 혜담이 몸은 괜찮아?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올라가서 쉬어. 편하게 쉬는 게 최고야.”

자리에서 일어나 옆으로 다가와서는 얼른 가서 쉬라는 시우의 재촉에 혜담은 엉거주춤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전 괜찮은데……요.”

“괜찮아도 안 괜찮은 거야.”

혜담은 시우에게 등 떠밀려 2층으로 올라가며 아들과 아버지의 대화를 들어야만 했다.

“레오, 오랜만에 검도 실력이나 볼까? 코코, 여기 지하에 검도장 있었어?”

“응. 작년에 리모델링할 때 만들었어.”

“잠깐, 잠깐만요. 대디 이건 아니죠. 제가 검을 손에서 놓은 게 언제인데?”

“기본 실력이 있을 거 아냐. 그동안 배운 게 몇 년인데!”

“대디는 수십 년도 넘게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진검으로 안 하고 목검으로 하잖아.”

“많이 당황스럽지?”

시우와 함께 2층 방으로 들어온 혜담은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역시나 어색한 미소를 띠고 한 손을 들어 목덜미를 슬쩍 만졌다.

“긍정적으로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 귀띔도 해 줬는데, 그래도 결정하기 쉬운 일 아니었다는 거 다 알아. 용기 내줘서 고마워.”

결혼 허락받으면서 이런 말을 듣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신을 향한 시우의 따스한 눈빛에 혜담은 어떤 대답도 못 하고 입술만 꾹 물었다.

“나나 에반은 생각할 것 없어. 너랑 레오, 앞으로 태어날 아기들만 보면 돼. 엄하게 키운다고 키웠지만 너도 알다시피 환경이란 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어서. 레오가 가끔 철없기도 하고, 애 같기도 하고 할 텐데……. 그럼. 그때도 말했지? 그냥 혼내면 돼. 몇 번 반복해서 혼내니까 나름 훈련이 되긴 하더라.”

저…… 어머님. 전에도 느꼈지만 도대체 어머님의 표현대로 루이스 가 알파들을 어떤 식으로 정의하고 계신지, 개도 아니고 반복 훈련으로 길들이라는 걸로밖에 들리지 않는데요.

“아, 네.”

“언제쯤 데려오나 하고 기다렸는데, 여기서 이렇게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은 정말 몰랐네.”

방 한가운데 어정쩡하게 서 있는 것 대신 창가의 테이블로 자리를 옮긴 혜담은 다 알고 있었다는 시우의 말에 오히려 되물어야만 했다.

“네? 알고 계셨어요?”

“그럼. 어떻게 몰라. 혜담이에게는 커피 냄새가 진동을 하고 저놈한테는 고소한 빵 냄새가 가득한데.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잖아.”

작게 소리 내어 웃는 시우의 말에 혜담의 귀 끝이 한껏 붉어졌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돼, 레오. 이 녀석이 제대로 일 안 하고 한동안 뻔질나게 섬을 드나든다고 하더니 그 이유가 여기 있었네.”

“누가 어딜 와요?”

“레오. 회사 일 바쁘다면서 여기 몇 번이나 왔다 갔던데?”

한 달 동안 이곳에서 지낸 사람은 자신뿐인데 레오가 왔다 갔다니? 왔으면 못 만났을 리가 없다. 관리인들이 왔다 가는 건 알고 있었고, 필요한 물건들은 루나 편으로 드론으로 받았고 저렇게 큰 놈이 어슬렁거렸다는데 그걸 제가 모른다고?

혜담은 시우의 말을 쉽게 이해할 수가 없어 눈을 깜박이며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음. 관리인들이 드나든 거겠지?”

지금껏 그의 얼굴에 가득하던 평화로운 미소가 조금 깨진 것 같고 그의 말이 조금 늘어지는 것 같은 건 자신의 착각일까…….

“그런데 아기가 둘이면…… 쌍둥이?”

레오와 에반이 나타남과 동시에 과부화가 걸려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못한 혜담은 시우의 질문에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성별이나 형질은 알아?”

“아직 초기라…… 이번에 검진받으면 알 것 같아요. 형질도 쌍둥이일 경우는 알파, 오메가라고 해도 태중에서는 발현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하나도 힘든데 둘이면…… 그런데 핑크색은 좋아해?”

주로 시우가 질문을 하고 혜담이 대답하는 형식이긴 했지만 푹신한 일인용 의자에 앉은 둘의 자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편해졌다. 한참 뒤, 쉬어야 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뺏었다며 정말 푹 쉬라는 말을 남기고 나가는 시우에게 인사를 하는 혜담의 얼굴에는 처음의 긴장된 미소가 아닌 편안한 미소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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