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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 Shot(더블 샷)-56화 (5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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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입술 사이로 레오의 숨결이 섞여들고, 주위를 가득 채우는 커피 향에 혜담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거침없고 숨김없는 레오의 감정이 밀물처럼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뒤로는 벽 같은 것이, 그리고 앞으로는 레오가.

완전히 갇혀 버린 혜담의 발뒤꿈치가 점차 들렸다. 다급하게 파고드는 레오의 키스에 덩달아 급해졌다. 질척한 타액이 섞이고, 혀끝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감각에 절로 숨이 가빠졌다.

놀라 굳었던 손이 나른하게 펴졌다. 어깨를 타고 움직인 혜담의 손끝에 레오의 머리카락이 닿았다.

혜담의 다리 사이로 레오의 한쪽 다리가 파고들고, 휘청이는 몸을 그에게 의지한 혜담의 입에서 달뜬 신음이 흘러나왔다. 몸에 가해지는 압력에 만족스러운 감각이 밀려오고, 늘 갈구하던 커피를 잔뜩 안겨 주던 레오의 입술이 멀어지려 하자 다급해진 혜담의 그의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결국 그의 입술을 놓아준 혜담은 맞닿아 있는 코끝의 간질거림과 뒤섞이는 숨결과 함께 숨을 고르다 고개를 뒤로 젖히며 레오의 입술에 혀끝을 댔다.

늘 시작은 레오인 것 같지만 그 뒤로 재촉하고 애태우고 성급해지는 건 자신이었다. 애써 부인하고 무시하고 모른 척하지만 레오가 곁에 있으면 저도 모르게 그에게 닿고 싶었다. 이렇게 정신없이 폭주하는 감각을 온전히 느끼는 것도 좋지만 우연히 살짝 부딪히는 그런 스침 같은 것도 좋았다.

며칠을 그를 떠올리지 않고 잘 지냈는데, 왜 눈앞에만 보이면, 이런 식으로 스킨십만 시작되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건지.

“혜담.”

“응.”

손끝을 간지럽히는 레오의 뒤통수와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만지며 혜담은 천천히 레오의 입술에 제 입을 가져다 대었다. 말랑하고 따뜻한 입술이 뭉개지는 감각을 즐기는 혜담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자신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은 그의 팔과 맞닿은 가슴에서 누구 건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빠른 심박수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보고 싶었다고 말해 봐요.”

입술을 대고 있었기에 레오의 발음이 뭉개지고, 그의 입술이 움직이자 혜담은 일부러 이를 세워 다시 아랫입술을 가볍게 물었다.

“싫어.”

“왜?”

레오가 달래는 듯 보채는 듯 코끝을 문지르며 말하자 혜담은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청개구리였어?”

“키스 더 하고 생각해 볼게.”

“어…… 근데.”

혜담은 레오의 머뭇거리는 말을 듣자마자 장난스럽게 대고 있던 입술을 천천히 떼었다. 그리고 그의 목에 두르고 있던 팔도 천천히 내렸다. 하지만 차마 한 몸처럼 맞닿아 있던 몸을 뗄 수는 없었다. 고개를 숙인 혜담은 레오의 어깨에 얼굴을 묻어 버렸다.

웃음을 참으려는 레오의 몸의 울림을 고스란히 느끼면서도 혜담이 숨을 곳은 그의 품밖에 없었다.

“여기 어디…….”

“전용기 이용하는 고객들 전용 라운지.”

“누구 있어?”

“직원들은 우리 들어오자마자 휴게실로 갔고, 다른 사람들은 없네요.”

웃음기 잔뜩 스민 레오의 대답을 들으며 혜담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뇌에 힘 잘 주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아메바가 될 때마다 곁엔 늘 레오가 있었다. 본능에 너무 충실했던 자괴감에 혜담은 앓는 소리와 함께 레오의 어깨에 이마를 비볐다.

“키스를 더 하고 싶은데, 더 했다가는 내가 못 참을 것 같아서.”

이딴 것까지 배려하지 마. 죽어 버리고 싶으니까. 순식간에 달아올랐던 몸이 갑자기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싸늘하게 식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크흠. 흠…… 주차장에 차 준비되어 있습니다. 댁으로 바로 가시겠습니까?”

뻔뻔하게 레오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는 혜담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다른 손으로 그를 슬쩍 밀어냈다.

허리에 꼭 붙어 있던 레오의 손이 허리와 엉덩이를 쓸면서 떨어져 나가자마자 혜담은 크로스로 메고 있던 자신의 가방을 열어 태블릿부터 꺼냈다.

“길 막힌다고 하니 차 대신 드론 택시를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고, 집 말고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이며 지금부터 내 스케줄은 너랑 있는 건데? 새해 카운트다운 할 때 네 옆에서 치맥하려고.”

차 대신 드론 택시. 그럼. 일단 드론 택시부터 부르고, 목적지가 집이 아니면 어딘데, 일단 말해 봐. 택시 부를 때 목적지도 넣어야 해. 그리고 다음 스케줄이…….

레오를 쳐다보지 않으며 드론 택시를 부르려던 혜담의 손끝이 태블릿 화면에 내려앉지 못했다. 그렇다고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볼 수도 없었다.

평소라면 어딘가에서 같이 치맥하면서 카운트다운을 보자고? 내가 왜? 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야 할 머릿속에…… 엉뚱한 것들이 가득 들어찼다.

치맥? 치킨은 몇 마리 시키지? 맛별로 한 세 마리 시키면 되려나? 같은 그와 같이 새해를 맞는 것을 어느새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와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서윤에게도 그리 말했지만, 이성과 감정은 완전히 다르게 놀고 있었다. 레오의 얼굴을 봐서 좋았고, 같이 있어서 좋았고, 말도 안 되는 논리와 우김에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나는 대신 덩달아 피식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런 제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혜담은 그보다 앞서 걷으며 툴툴거렸다. 상을 달라는 그의 말에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 포옹이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가볍게 나눌 수 있는 포옹. 살짝 끌어안는 건 괜찮잖아. 최대한 무덤덤하고 가볍게 툭툭 하는 포옹.

그 포옹의 결과가 또 이렇게 되어 버리긴 했지만, 드론 택시 예약 앱을 켜 놓고 멍하니 있던 혜담은 제 볼에 닿는 따스한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앞에서 함부로 보조개 보이지 말라고. 진짜 먹어 버리고 싶어지잖아요.”

항상 당당하고 숨김없으며 뻔뻔하기까지 한 레오의 말에 혜담은 허공에 멈춰있던 손으로 그가 입 맞췄던 보조개 자리를 괜히 벅벅 문질렀다.

“드론 택시 목적지 어디로 넣을까요?”

레오의 말에 반응하지 않으려 혜담은 최대한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왜 대답 안 해 줘요? 여행 가고 싶냐고 물었잖아.”

“아, 뭐. 누구나 여행은 가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솔직하지 못한 것도 매력일 줄이야.”

혜담은 제가 들고 있던 태블릿을 들고 가는 레오를 흘깃 바라보았다. 말이야 뭔들 못 해. 여행가는 게 쉬운 것도 아니고, 어디로 갈지 정하고 예약하고 짐 싸는 것까지 그 모든 것이 다 여행에 포함되는 것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진 레오와의 기 싸움과 방금의 키스까지 떠올리자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는 것을 느낀 혜담은 라운지에 있는 일인용 카우치에 푹 주저앉았다. 그리고 저 대신 드론 택시를 부르려는지 태블릿을 보면서 불어로 누군가와 통화하는 레오를 넋 놓고 감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방금까지 입술 주고받은 사이인데 이렇게 떨어져서 볼 때면 완전한 타인처럼 느껴졌다. 저런 놈이 왜 나한테?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아. 몰라 될 대로 되라지.

이미 다 들켜 버린 마음이었다. 냉정하게 말해 솔직하게 한결같이 제게 플러팅하는 레오가 정상적인 모습이지. 늘 아닌 척하다가 스킨십만 하면 정신 빼놓는 자신은 제가 생각해도 어이없긴 했다.

끝이야 뭐. 새드엔딩으로 정해져 있고.

그렇다면 서윤의 말대로 추억 하나 거하게 남겨 봐? 레오의 나이나 이런 걸 생각했을 때 그리 길게 갈 것 같지도 않다. 그러니 제 불행이 옮겨 가진 않겠지.

먼 훗날 내가 말이야. 루이스 가 후계자랑 사귀었던 몸이란 말이지, 라고 말하면서 소주 먹을 날이 있지 않을까? 물론 준석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말이다. 레오와 헤어진다고 해서 굳이 잊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그렇게 사는 거지. 그때 그랬던 것처럼.

혜담의 시선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서성거리며 통화하는 레오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서윤의 말대로 어리지, 실하지, 돈 많지, 잘생겼지, 집요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건 뭐…… 어쨌거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신이 손해 보지도 않고.

“뭐?”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레오를 두고 이리 썰었다 저리 썰었다. 이렇게 붙였다 저렇게 붙였다 머릿속에서 온갖 난리를 치던 혜담은 저를 보고 입을 벙긋거리는 레오를 보고는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내 머릿속에서 널 이리저리 품평하고 홀딱 벗겨서 옷 안에 숨겨져 있는 그 튼실한 몸까지 세세하게 나눠서 분석했다고는 말할 필요가 없잖아.

“로버트에게 한 소리 듣긴 했지만, 어쨌거나 한 시간 뒤에 비행기 띄우기로 했으니까 잠시 숨 좀 돌릴까요?”

“응?”

“여행 가기로 했잖아.”

“……여권 없어.”

옷도 없어. 아무것도 없어. 넌 지금 들고 온 캐리어에 아쉬운 대로 물품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난 아무것도 없는데?

“마음 같아서는 스위스나 북유럽 쪽으로 가고 싶지만 상황상 거기까지 가긴 무리이고, 드론 택시나 차로 가려니 길도 막히고 제대로 된 여행 기분이 안 나고. 그럼 어디 가 있을까요?”

수수께끼 같은 레오의 말에 혜담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그러게 우리 어디 가니? 비행기 타고 가는데 유럽만큼 멀지 않으면 일본? 동남아?

혜담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와 자신의 코를 톡 때린 레오가 내민 손에 슬그머니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대었다. 손을 맞잡는 자신의 행동이 놀라운지 슬쩍 눈썹을 올린 레오에게 의지한 채 자리에서 일어난 혜담은 그가 건네주는 태블릿부터 챙겼다.

“어딜 것 같아요?”

“모르겠어.”

“말해 줄까요? 말까요?”

이 나라 저 나라 떠올리던 혜담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말 안 해 줘도 돼.”

어디 가는 게 뭐가 중요해? 어딘가에 같이 간다는 게 중요하지.

“왜? 안 궁금해요?”

“믿으니까.”

인생사 마음먹기 달린 것이고, 고민할 때야 이리저리 머리 굴리고 생각이 많아졌지만, 어느 정도 마음 굳힌 지금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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