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해야, 하이드. 당신이 절 믿을 수 있을까요?"
하이드가 칸의 얼굴을 잡고 끌어당겼다. 그래. 그래서 이렇게 불안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늘 자신만만하다고 여겼지만 하이드는 칸의 앞에서면 초라해질 뿐이다. 왜 그게 불안하지 않겠는가? 무수히 많은 것들이 칸을 유혹하고 칸의 사랑을 원한다. 그의 말대로, 자신은 간혹 찾아오는 술탄을 기다리는 하렘의 여인 중에 한 명처럼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칸의 일이 끝나게 되면, 그 잠시간의 휴식을 해야 하는 시간을 빼앗아 억지를 쓰고, 매달리고 그를 괴롭히며 끈덕지게 몰아붙였다.
하이드의 가슴에 스산한 겨울바람이 불었다. 근본적인 불안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림 속의 오달리스크는 하이드의 무의식 중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저도 모르겠어요. 칸. 칸의 말이 맞아요. 그렇게 생각했어요. 칸이 일을 할 때는... 바쁘니까. 방해하면 안되니까. 꾹 참고 기다렸어요. 한 달, 두 달, 길면 세달. 보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누르면서... 그러면서 혹시라도 칸이... 칸의 주위에 있는 그것들에 마음을 빼앗길 까봐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고. 또는 일 때문에 만난 누군가를 마음에 둘 까봐 의심하고 질투해요. 당신의 모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가질 뿐이니까요. 전... 욕심이 많아요. 모든 것을 가지고 싶어요. 그 누구와도 칸을 나누고 싶지 않아요."
숨겨놓았던 상처에 차있던 고름이 진득하게 흘러내렸다. 하이드는 무릎을 굽혀 칸의 배에 머리를 기댔다.
"왜 이렇게 전 욕심이 많은 걸까요? 네? 얼마나 욕심을 부리고, 억지를 부려야지 직성이 풀릴까요? 한시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아요. 그렇지만 그렇게 될 수는 없잖아요. 알아요. 그걸 알기에 불안해요."
입을 열려는 칸을 만류하며 하이드가 말을 이었다.
"미안해하지 말아요. 그렇게 아픈듯한 얼굴도 하지 말고요. 당신을 작은 유리병에 담아두고 싶어요."
언제나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좀더 그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변할 지도 모르는 사랑의 묘약을 지속시킬까? 그것을 생각하고, 그것만을 준비했다. 그의 일생자체가 칸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왔지만, 그 목표는 늘 멀기만 했다.
"하이드."
칸 역시 무릎을 꿇어 하이드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그의 순수한 마음이, 지금까지의 마음고생이 흘러 들어왔다.
"하이드. 제가 표현을 잘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니에요. 칸은 늘 말해주었잖아요. 어느 순간에도... 절 사랑하고 아끼고 있다고. 절 생각하고 믿고 있다고. 오늘도 말해주었잖아요?"
칸이 하이드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넘기며 눈을 맞추었다.
"그 불안을 갑자기 없애긴 힘들 겁니다. 제가 일을 그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제 주위에 몰려드는 이계의 것들을 사라지게 할 수도 없지요. 그리고 이번처럼 일이 생기면, 전 또 다시 하이드를 내버려둘 겁니다.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지요. 하지만, 하이드.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비하하지 마세요. 욕망의 배출구라고 여기지 말아요. 이제부터라도, 그 불안을, 흔들리는 마음을 같이 줄여봅시다. 저도 앞으로는 노력할게요."
정중하게 하이드의 이마에 키스를 남기며 칸이 말을 이었다. 이마를 통해 전해지는 칸의 떨림에 하이드의 눈가가 시큰거렸다.
"그럼... 같이 살아요. 이렇게 떨어져 있지 말고..."
하이드가 눈을 감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전부터 이것만은 고집스럽게 들어주지 않던 그였다. 같이 살면, 그가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만날 수 있다.
'그가 누구를 만나는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고 볼 수 있어. 불안해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럼에도 대답이 없는 칸의 반응에 하이드는 슬그머니 걱정이 되기도 했다. 너무 욕심을 부린 것일까? 어쩔 수 없이 그의 눈치를 보게 된다. 그가 하지 마라고 했지만, 본능적으로 하이드는 계산을 하고 말았다. 그에게 모두 보여주자, 더 이상 불안을 남기지 말자. 라고 다짐해놓고선, 흐르는 물이 거슬러올라가지 않는 것처럼 하이드는 칸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버린다.
"하이드. 눈을 떠요."
"..... 칸."
"제 눈을 보고, 똑똑히 들어요."
어쩐지 칸이 무서웠다. 하이드는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실수했나? 또? 어쩌지? 나에게 질린 것일까? 어떡해! 어쩌면 좋아.'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생각도 하지 말아요. 알겠어요?"
"네."
"휴...... 같이 살아요. 우리 둘이서, 앞으로 쭉... 같이 살아요."
"네. 네? 정말? 정말 같이 살아요? 이제부터? 계속?"
굳어있던 하이드의 얼굴이 칸의 말에 활짝 펴졌다.
"정말이죠? 물리기 없기에요! 나중에 그런 말 한적 없다고 발뺌하기도 없어요! 절대 안 되요. 한번 꺼낸 말 번복하면 나쁜 사람이에요!"
하이드가 칸의 목을 덥썩 끌어안았다.
"칸. 칸. 사랑해요. 사랑해요. 정말 사랑해요. 지금도 사랑하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거에요. 너무 좋아요. 너무 행복해요."
떨어지지 않는 그림자처럼 달라붙은 하이드를 간신히 떼어내며 칸이 못을 박듯 하이드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러니, 이제 불안해 하지 말아요. 같이 노력해요. 같이 산다는 것은, 하이드, 당신과 저. 이렇게 둘이서 앞으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이니까요. 서로를 믿고, 의심하지 않고, 아껴주고, 서로에게 최선을 다해요."
"물론이에요. 전 언제나 칸에게 최선을 다 했는걸요."
"자신을 그런 식으로 비하하지도 말고요."
"알았어요. 비하는 무슨. 그럴 일은 없을 것이에요."
하이드가 '쪽쪽쪽' 소리를 내며 칸의 얼굴 곳곳에 키스를 퍼부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다. 이 사람과 드디어 같이 살게 된다. 진실로 칸의 삶의 한 자락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가 내 사람이라는 것을 일부로 소문내지 않아도 모두가 알게 되겠지. 그가 나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세상 모든 것들이 알게 될 거야. 아니, 알게 하겠어. 내 사람이고, 나의 연인이고, 나만의 사랑이니까.'
하이드는 급하게 칸의 가운을 벗기기 시작했다. 하이드의 키스세례에 기분 좋게 있던 칸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하이드의 손을 잡았다.
"하이드? 뭐 하는 겁니까?"
"응? 당연하잖아요. 지금 여기가 터질 것 같아요. 미치겠어요. 어서 칸의 안에 들어가고 싶어요. 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최음제 같아요. 여기에, 여기에 제 흔적을 남기고 싶어요. 당신이 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어요. 숨기지 말라고 했죠? 미움 받을 까봐 전전긍긍하지 말라고 했죠? 있는 그대로 모두 보여달라고, 그렇게 말했잖아요. 숨기지 않고 모두 보여줄게요."
알몸이 된 칸을 번쩍 들어올린 하이드가 침대에 그를 내려두고 도망가지 못하게 칸의 허벅지를 무릎으로 눌렀다. 이글거리다 못해 번쩍거리는 하이드의 파란 눈동자에 칸은 다른 의미로 공포를 느꼈다. 아니... 그러니깐... 그게... 여기서 무슨 말을 꺼내면 그것은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말이 거짓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이렇게 누워있으면 한동안 이 침대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이다.
사이드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젤을 집어 거칠게 뚜껑을 연 하이드가 손바닥 가득 젤을 짰다. 확 하고 풍기는 라벤더 향이 공기 중에 떠돌며 실내의 공기를 높였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잇는 하이드의 분신이 핑크빛으로 물들며 당장이라도 칸의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아우성쳤다. 칸은 눈을 질끈 감았다. 급하게 안으로 들어온 손가락이 부어있는 칸의 입구를 무자비하게 누르며 들어왔다.
"윽!"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평소엔 애무에 시간을 들이던 하이드답지 않는 성급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그가 흥분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어지간히도 기뻤는가 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전에 같이 살자고 하는 건데 말이다. 그랬다면 하이드도 자신을 비하하거나, 하렘의 여인들처럼 자신만을 바라보며 기다리지 않았을 텐데...
"흐읏. 하이드..."
칸이 하이드의 손을 잡았다. 입구를 드나들던 손가락이 두 개째가 되었다.
"안돼요! 싫다고 해도 안돼요!"
하이드가 고개를 거세게 흔들며 거절은 용납 못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게 아니...읏! 잠깐...!"
겨우 손가락 두 개가 들어갔을 뿐이다. 흘러 넘친 젤이 시트를 더럽히고 있었다. 안에 미처 바르지 못한 뻑뻑한 내부가 하이드를 자극했는지, 그가 칸의 무릎을 세웠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종아리를 꽉 붙잡고 높이 드는 바람에 칸의 허리가 공중에 떴다. 밀고 들어올 셈이다. 칸이 이를 질끈 깨물었다.
"하이드!"
"안돼요. 하아.. 미칠 것 같아요. 어서 들어가고 싶어요. 칸. 칸. 터질 것 같아. 뜨거워서 타 죽을 것 같아요."
눈물까지 글썽이며 하이드가 아이처럼 칭얼거렸다. 그러면서 성기를 대고 거세게 문지르며 조금씩 진입을 시도했다. 어제의 정사로 부어있는 입구가 강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따끔한 고통에, 칸이 급하게 하이드의 팔을 잡았다. 잠시 하이드가 머뭇거리는 틈에 칸이 몸을 돌려 그를 떼어놓자, 하이드가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몸을 틀면서 엎드린 꼴이 된 칸의 허리를 힘으로 끌어당기며 하이드가 들어올렸다. 이성이 나간 듯한 그 모습에 칸은 비명처럼 하이드를 불렀지만, 그 소리는 하이드의 귓가에 미치지도 못했다.
"하이드!"
침대 사이드로 기어가며 칸이 다시 몸을 뒤틀었다. 꽉 잡힌 허리와 골반 사이의 치골근이 팽팽하게 조여와 고통을 주었지만, 칸은 우선은 그를 진정시키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에 참았다.
"칸. 칸... 칸..."
그의 이름을 부르며 울듯이 하이드가 원망을 담아 칸을 불렀다. 그러면서도 도망가는 칸의 발목을 잡고 놓지 않자, 칸이 상체를 세워 하이드의 어깨를 붙잡고 레슬리을 하듯 그의 몸을 뒤집었다. 상황은 역전되었다. 어느새 하이드가 침대에 누워있게 되었고, 그 위에 칸이 자리잡았다.
"쉬... 괜찮아요. 쉬..."
아이를 달래듯 칸이 하이드의 성기를 붙잡자, 하이드가 온몸을 들썩이며 싫다고 발버둥쳤다.
"싫어요. 칸의 안에다 할거예요!"
"알아요. 알고 있으니까 가만히 좀 있어요!"
화를 내듯 칸이 소리치자, 하이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제가 할 테니까 하이드는 가만히 있어요."
"...... 뭘...요?"
하이드가 눈을 깜박이며 반문했다. 뭘 하겠다는 건가요? 묻기도 전에 하이드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자신의 배위에 앉아있던 칸이 무릎에 힘을 주고 엉덩이를 살짝 들더니 그곳으로 손가락을 집어 넣었다. 모두 보였다. 뒤로 돌려진 칸의 손가락이 입구를 드나들고 있는 것이, 살짝 발기한 칸의 성기와 구슬아래의 틈새로 리드리컬하게 드나드는 칸의 손가락이 마치 살아있는 독립된 개체가 움직이듯 칸을 점령하고 있었다.
'꿀꺽.'
침이 넘어갔다. 하이드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내려다 보던 것이 아니라 올려다본 칸의 얼굴은 고통을 참듯 일그러져 있었지만, 그 어떤 때보다 요염하고 매혹적이었다. 그 와중에도 하이드를 달래듯 그의 것을 손에 쥐고 자상하게 쓰다듬는다. 살짝 벌여진 칸의 입에서 뜨거운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귀에 들리는 음란한 마찰음. 달뜬 호흡. 눈물을 글썽이며 칸이 스스로 입구를 넓히고 있다.
"칸..."
"쉬... 하이드. 잠시만 기다려요."
다정하게 속삭이며, 칸이 하이드의 수컷에 서서히 엉덩이를 내렸다. 우와. 우와.... 적나라해. 너무 야해! 하이드의 얼굴이 확 하고 붉어졌다. 수직으로 솟아오른 그것이 칸의 안으로 서서히 들어가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 그곳은 쉽게 벌어졌다. 새침때기 처녀마냥 곱게 입술을 오므렸던 그곳이... 하이드의 허리가 의지와는 상관없이 들썩거렸다. 더 빨리 들어가고 싶다. 입안이 바짝바짝 타 들어갔다.
"하이드!"
칸의 꾸지람에 하이드가 어쩔 줄 몰라 했다. 누르려고 해도 안 된다. 자신도 모르게 허벅지에 힘이 바짝 들어가고, 아랫배가 팽팽하게 당겨져 왔다. 가슴이 들썩거려 주체할 수 없었다. 허망하게 앞으로 뻗은 하이드의 손을 쳐다만 볼뿐 칸은 잡아 주지 않아 야속하게 여겨졌다. 하이드는 칸의 무릎을 잡았다.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벌어진 칸의 다리 사이로 손을 집어 넣으려고 하자, 칸이 다시 질책을 했다. 고통에 일그러진 칸에게서 약간은 쉰듯한 탁한 음성이 쏟아져 나왔다.
닿았다! 칸의 엉덩이 깊은 곳에 고환이 찰싹 달라붙었다. 까칠한 음모에 칸의 몸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밀착했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온갖 감각들이 하이드를 몰아붙였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연신 허리가 들썩거렸다. 쏟아내고 싶었다. 움직이지 않아도 수컷은 벌써부터 찔끔거리며 액을 흘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이드가 거친 숨을 몰아셨다. 허리가 녹아들 듯 칸에게 스며든다. 진득하게 흘러내린 땀이 칸의 젖꼭지에 매달리자, 하이드는 그것을 혀로 핥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샅샅이 핥고 싶다. 빨고 싶다. 입안에 넣고 굴리고 싶다. 깨물고 싶어! 하이드가 상체를 들려고 하자, 급히 칸이 손으로 눌렀다. 움직이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듯 눈을 부릅떴지만 무섭기는커녕 너무나도 섹시해 보여 하이드는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매끈한 칸의 머리가 곱게 갈은 진주처럼 은은하게 빛을 뿜어냈다. 저곳에 키스마크를 새기고 싶어.
"칸. 칸. 키스해줘요. 고개를 숙여줘요. 가슴을 빨개 해줘요. 움직여줘요."
하이드가 정신 없이 칸에게 요구했다. 눈에 뻔히 보임에도 만질 수 없고, 먹을 수 없다는 거세 애가 탔다. 신경이 바짝 타 들어갔다.
"안돼요. 하이드. 천천히 숨을 골라요. 지금 내버려두면, 난폭해질 거잖아요? 안돼요."
"아... 아..."
하이드는 아니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 난폭해지는 것이 아니라 야수가 될 것 같았다. 짐승이 되어 칸을 범하고 말 것이다. 붉게 달아오른 칸의 눈가가 곱게 접혔다. 상을 주겠다는 듯이 칸이 하이드의 손을 잡았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 하이드가 힘을 주어 꽉 잡아 끌자, 칸이 미묘한 신음을 흘렸다.
칸이 살짝 몸을 들었다. 후끈한 열기를 뿜어내며 하이드의 기둥의 기저부분이 밖으로 나왔다.
"하앗...."
하이드가 긴 숨을 토해냈다. 칸이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의 몸 위에서...!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벌써부터 허벅지가 덜덜 떨려왔다. 앉아있지만, 무게가 쏠린 곳은 무릎과 허벅지다. 자세 덕분인지, 움직임은 수월하지만 그만큼 몸의 타격도 크다. 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하이드의 성기가 어색했다. 빳빳하게 고개를 처들은 그것은 커다란 불기둥을 품은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해, 칸은 다시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깊게 들어온 것도 그렇거니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벌어진 그곳이 당기듯 아파 와 칸은 자신도 모르게 울상을 지었다. 그러나 그런 칸보다 괴로움을 호소하는 것은 하이드였다. 강아지가 애처롭게 매달리듯 '끙끙' 거리며 하이드가 칸의 다리를 붙잡고 허리를 문지른다. 그나마 남은 이성으로 들썩이는 것을 최대한 자제한 하이드의 눈가엔 어느덧 물기가 맺혀있었다. 이런 기분으로 하이드는 자신을 바라봤던 것일까? 그것은 묘한 만족감이었다. 아래에 누워있는 하이드를 내려다보는 것은 거만한 왕의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배를 꾹꾹 찔러대는 기둥을 손으로 조심스레 잡고, 칸이 다시 허리를 들었다 천천히 내려앉자, 하이드의 붉은 입술이 방긋 벌어지며 연방 '하아... 학! 흐읏!' 하는 억눌린 신음을 뱉어냈다. 눈에 초점이 흐려지며 갈증에 허덕이는 입술을 깨무는 그 모습에 칸은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깊게 깊게 파고들어오는 수컷이 칸의 내부를 휘저었다. 앞뒤로 천천히 움직이다, 다시 일어섰다 앉고, 다시 일어서고. 느리지만 말을 타듯 리듬을 잡자 고통이 줄어드는 듯했다.
여유를 찾은 칸이 하이드의 손을 놓아주었다. 그러나 그이 손은 금새 칸의 가슴으로 향했다. 손톱을 세워 젖꼭지를 비트는 바람에 칸의 움직임에 힘이 들어갔다. 가슴에서 시작된 전기가 땀에 젖은 매끄러운 목덜미를 지나, 머리까지 전해졌다.
"하아. 하아."
입에 넣고 빨아들이듯, 하이드는 집요하게 칸의 가슴을 만졌다. 으읏! 깊은 만큼 자극적이다. 등을 타고 흐른 땀이 엉덩이 계곡으로 흘러 들어가, 칸과 하이드의 결합부위에 맺혔다. 나왔다 들어가는 동작에 맞춰서, 그 투명한 물방울이 하이드의 수컷에 맺혔다, 칸의 입구에 맺혔다를 반복하면서 질척이는 소리를 냈다. '툭. 툭.' 비오듯 떨어지는 물방울이 칸의 가슴에 빗방울이 모이듯 맺히자, 하이드가 가감이 칸의 허벅지를 움켜쥐었다.
"핫! 하이드!"
미쳐 칸이 막을 세도 없이, 그 손을 칸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참을 만큼 참았다는 듯, 아래의 하이드가 칸을 몰아붙였다. 밑에서 위로 쳐올리는 강한 힘에 칸의 허리가 앞으로 꺾이며 비명을 지른다. 짧게 몰아붙이는 단발마의 비명조차 미처 세어 나오지 못하고, 통제를 잃은 말 위의 기수마냥 칸의 몸이 거칠게 흔들렸다.
"...으읏! 읏. 읏. 하...ㅅ!"
칸이 입에서 끊임없이 소리가 흘러나왔다. 바삐 숨을 들이쉬기도 전에 다시금 하이드가 찔러 들어와서는 내부를 강하게 휘 젖고, 빠져나가자, 무게를 이기지 못한 칸의 몸이 밑으로 쳐졌다. 그 틈을 참지 못하고 다시 하이드가 쳐올렸다.
질척이는 음란한 소리가 끝없이 흘러나왔다. 짧고 빠른 움직임이 불만스러운지, 하이드가 칸의 허리를 들어올렸다. 화끈한 열기를 뛴 성기가 빠져나오며 칸의 여린 입구를 무자비하게 짓이겼다.
"하이드...!"
이성을 잃어버린 것인가? 짐승이 되어 하이드가 칸을 눕혔다. 순간 당황한 칸이 몸을 비틀어 빠져 나오려고 바둥대자, 하이드가 칸의 목덜미를 세게 물었다. 위협을 가하듯 이를 세워 물고는 미안함에 혀를 세워 할짝인다. 그러면서 하나로 모아진 칸의 다리를 벌리기 위해서 무릎을 사이에 집어 넣자, 다시금 칸이 몸을 비틀었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두 사내의 거친 몸부림에 하이드의 수컷이 더욱 그 부피를 늘렸다. 몸이 밀착하고, 땀에 미끄러지며 다시금 달라붙는다. 그 어떠한 애무보다 자극적이고 격렬했다. 칸이 허리를 비틀어 몸을 뒤집어 하이드의 품을 벗어나기 위해 옆으로 기어가자, 하이드가 칸의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하이드! 그만둬...!"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밀고 들어왔다. 칸의 얼굴이 금새 하얗게 질렸다. 자극된 적이 없는 근육들이 팽팽하게 날이 서며, 하이드의 침입을 마자, 하이드가 다시금 칸의 목덜미를 깨물며 그의 가슴으로 손을 내려 끌어당겼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하이드라는 감옥에서 칸의 엉덩이가 다시 들려졌다. 크게 부풀은 그것이 배려도 없이 밀고 한번에 들어왔다.
"칸...칸... 하아... 하아...아앗."
하이드가 칸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등에 몸을 밀착시켰다. 두 마리의 짐승이 교접을 하듯, 한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고, 하이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앉아있던 때와는 다르게 그것은 의지를 가지고 깊게 들어와 거대한 질량감을 칸에게 전했다.
"흐읏!"
칸이 비명을 참듯 입을 다물었다. 하이드가 칸의 허리를 단단하게 붙잡고, 가슴에 있던 손을 얼굴까지 미끄러트려 칸의 입을 벌렸다. 고개를 젖히고 저항을 했지만, 파고드는 하이드의 몸짓에 그만 입을 벌려버렸다. 뒤를 자극 당하고, 앞을 희롱 당한다. 정신이 없었다. 파고들고 나가고, 다시 비틀어 들어오는 거센 몸짓에 칸은 사랑을 나누는 동안 끊임없이 신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몸을 지탱하던 팔이 풀려 시트에 얼굴이 닿을 때까지 멈추지 않던 하이드가 드디어 칸의 안에 뜨거운 열정을 토해냈다. 움찍움찍 잘게 경련을 일으키며, 뿜어내던 하이드가, 천천히 그것을 빼어내자, 칸이 등을 부르르 떨었다.
"칸. 칸? 괜찮아요?"
"...... 괜..찮지.. 않아요."
완전히 쉬어버린 칸이 몸을 비틀어 침대에 눕자 그 위를 하이드가 덮치듯 눌러왔다.
"입... 입을 벌려줘요. 키스하고 싶어요."
대담하게 요구하고, 강하게 밀어붙이며 하이드가 칸의 혀를 감아 올렸다. 쪽 하고 빨아들이다, 이내 부족한 듯, 칸의 얼굴을 붙잡고 깊게 혀를 밀어 넣었다. 못다한 욕망을 대신하듯 끊임없이 혀를 섞던 하이드가, 칸의 눈가를 혀로 핥으며 조용히 웃었다.
"칸의 그런 모습 처음이었어요. 제 위에 앉아있다니. 후후후."
대답할 기력조차 남지 않은 칸은 눈만을 간신히 뜨고 만족스럽게 웃는 그를 바라볼 뿐이다.
"얼마나 섹시했는지 칸은 모를 거에요. 여기에... 제 것이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하이드가 벌어진 그곳에 손가락을 밀어 넣으며 휘젖자, 희멀건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금새 하이드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에엣! 힘겹게 넣었는데... 나오다니. 안돼."
타이르듯, 말해보았자 한번 흐르기 시작한 액체는 끊임없이 밖으로 나왔다. 음란한 구멍은 붉게 부풀어있고, 그 아래의 흰 액체가 시트를 촉촉하게 물들였다. 칸의 다리를 벌리고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던 하이드가 칸의 귓가게 속삭였다.
"배를 누르며 흘러나올 만큼, 이렇게 손으로 벌리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칸의 안을 꽉 채워서 배를 누르면 나올만큼 넣고 싶어요. 격하게 흔들고 싶어요. 여기의 모양이 변하도록... 계속 하고 싶어요."
그것은 하이드의 욕망이었다. 그와 하고 싶다는 욕심을 나타내는 말에 칸이 힘들게 웃었다. 그렇게 했다가는 죽을지도 몰라. 오늘은 그만. 칸이 손을 저어 안 된다고 하자, 하이드가 금새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럼에도 칸의 굳은 의자가 느껴지자, 하이드가 칸의 귓볼을 이로 잘근잘근 씹으면서 타협책을 내놓듯 속삭였다.
"그럼... 넣기만 할게요."
네가 잘도 그러겠다. 의심을 품은 칸의 시선에 하이드가 순진한 척 미소를 지으며 칸의 허벅지 사이로 허리를 밀어 넣었다.
"정말이에요. 넣기만 할게요. 칸과 하나가 되고 싶어요. 한 몸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말 다해도 된다고 했죠? 응? 욕심부려도 된다고 했죠?"
영악한 연인의 물음에 칸은 쓰게 웃고 말았다. 내 무덤 내가 판 것이구나. 거절할 명분이 생기지 않는다. 가끔은 이럴 때도 좋겠지. 칸이 하이드를 끌어당기며 허락을 하자, 하이드가 풀이 죽은 성기를 입구에 슥슥 문지르기 시작했다. 한 몸이 되고 싶다는 그 말이 칸의 가슴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어쩐지 그 속에 녹아 든 하이드의 진심이 보이는 듯해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들어올 생각은 하지 않고, 점점 단단해지는 하이드의 그것에 점차 경악으로 물들어갈 때쯤 칸은 또다시 후회했다. 커다란 기둥이 다시금 칸의 몸을 벌리고 들어와 힘차게 움직였다.
"어머, 칸. 4일만에 살이 쏙 빠졌네. 요즘 다이어트해?"
"시끄러워!"
"어머! 무서워라. 왜 이리 날이 서있을까?"
오달리스크가 부채로 입을 가리며 칸을 바라보았다. 편한 셔츠차림에 바지를 입은 칸의 걸음이 어쩐지 불안정해 보인다. 거기다, 공사를 하는지 위층이 무척이나 시끄럽다. '쿵. 쿵' 도끼로 나무를 찍어내는 소리와 '윙' 하고 전기드릴이 회전하는 소리가 정신을 산만하게 만든다. 어딘가 피곤해 보이는 칸의 모습에 오달리스크는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렸다. 연인과 싸웠나?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찾던 칸이 비데마이어 책상 위의 담배를 발견하고는 몸을 돌려 걸어가자, 오달리스크의 얼굴이 확하고 붉어졌다. 목 뒤에 빼곡하게 자리잡은 키스마크와 뒷통수 여기저기에 남은 옅은 자국.
"흐응. 그렇군."
납득한 오달리스크는 칸의 걸음이 왜 불안정한지, 그가 왜 저렇게 피곤해 한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빼어 물은 칸이 깊게 빨아들이기를 두어 차례. 문이 벌컥 열리면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사내가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칸. 계단은 어떻게 할까요? 침실 복도로 연결시킬까요, 아니면 거실로? 그것도 아니면 둘 다? 어느 쪽이 좋을 것 같아요? 아, 그리고 디자이너가 카라빈 (Francois-Rubert Carabin, 1862 - 1932) 풍의 계단이 좋을 것 같다고 하는데, 칸의 생각은요?"
4일전보다 탱글탱글 혈색이 돌은 아름다운 사내는 쏜살같이 칸에게 달려와 그의 등을 껴안고 귓불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물었다. 아니, 질문을 하는 와중에도 못 참겠는지, 성급하게 칸의 셔츠를 들어올려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앞을 어루만지자, 칸이 낮게 질책을 했다. 그러나 그는 꿋꿋하게 허리를 밀어붙이며 칸을 책상으로 몰아붙였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칸의 집과 유사하게 했어요. 윗 층 전부를 제가 샀으니까, 취향에 맞게 온실도 만들까요?"
허리를 문지르며 사내가 다시금 칸에게 물었다. 칸이 말을 하기가 무섭게 몸을 돌려세우더니 하이드가 급하게 칸의 입에 물린 담배를 빼내어 재떨이에 비벼 끄고 입을 맞췄다. 몰아붙인 칸의 엉덩이를 번쩍 들어 책상에 앉힌 다음 다리 사이에 허리를 밀어붙이며, 사내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시 칸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욕조는 큰 것이 좋겠죠? 침실은 4개를 만들어요. 사계절 테마를 가지고 꾸며서 월요일은 봄의 방에서, 화요일은 여름의 방, 수요일은 가을의 방, 목요일은 겨울의 방, 금요일은 칸의 방에서. 그리고 토요일은 이곳에서... 붉은 튀르꾸아즈를 작업실에 놓아야겠어요. 싫다고 하면, 어디다 놓는 것이 좋을까요? 거실? 우리들의 거실? 하아... 칸... 하아..."
사내가 칸의 벨트에 손을 대자, 칸이 손등을 찰싹 내리쳤다. 하지 말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내가 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싫어요. 오늘은 토요일이잖아요. 그러니.. 여기서... 칸과 같이 있을 거에요. 여기서. 계속. 칸과 하나가 되고 싶어요."
하나가 되고 싶다는 말에 유달리 강조하는 사내의 얼굴은 그 어떤 때보다 해맑았다.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포르노를 느긋하게 바라보던 오달리스크는 캔버스에 몸을 누이며 눈을 감았다. 저 와중에도 자신을 견제하는 사내의 얼음보다 차갑고, 칼보다 날카로운 눈빛에 여린 살결이 찢어질 것처럼 따끔거렸기 때문이다. 동쪽의 꼬리 9개 달리 귀엽고 앙증맞은 여자보다 더 영악한 사내다. 아마도 평생토록 칸은 모를 것이다. 저 사내가 얼마나 계획적인지, 그리고 치밀한지를... 칸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어떤 일을 벌였고, 어떻게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어떻게 살 것인지를 아마도 칸은 꿈에서도 모를 것이다.
칸. 그냥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고 살아. 그것도 인생의 기쁨중의 하나란다. 오달리스크의 짓 굳은 미소가 그림 위에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