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라, 수현은 이 어색한 어감을 가진 단어를 곱씹어 보았다. 데이트라… 꼬꼬마 시절 이후로 정말 인연이 없는 단어다.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기 전이었던 대학교 신입생 때나 데이트란 걸 해봤던 거 같다. 그냥 어쩌다보니 사귄 여자랑 영화관에 가고, 맛없는 스파게티를 먹으러 가고, 놀이공원―여긴 수현도 꽤 좋아했다―에 가고.
입사 이후에 만난 사람은 파트너 수준이었다. 바빴고, 혼자 하면 외로우니까 가끔 만나서 페팅이나 같이 하는 그런 사이. 그 사람하고는 삽입까지는 한 번도 안 해봤다. 수현은 에어컨 바람 때문인 건지 알 수 없는 예감 때문인 건지 팔이 소름이 다 돋았다. 처음 삽입 섹스를 했을 때의 고통이 생각난 탓이었다. 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닫혀 있었을 아래는 아마도 처음과 다름없는 통증을 제게 줄 것이었다.
“배 많이 고픕니까?”
“예? 아, 아뇨…”
“얼굴이 빨개졌다 창백해졌다가 난리네.”
“그… 조금 추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에어컨 세기를 낮추는 손을 수현은 생각 없이 툭 잡아보았다. 이런저런 야한 짓이란 야한 짓은 다 하면서 은근히 금욕적인 손이다. 정시우 이사는 생긴 것도 금욕적이라서 섹시한 타입니다. 뭔가 너무 딱딱하게 생겨서 더 밝힐 거 같은 느낌. 깔끔하게 정리된 손톱 끝을 꼭꼭 눌러보면서 수현은 대체 데이트에는 무엇을 해야 하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이 서른 된 사람들은 뭐하고 놀지.
“한식 좋아합니까?”
“예? 아… 예, 좋아해요.”
“일식은?”
“그것도…”
“양식도?”
“느끼한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요.”
“아직 한정식이나 일식집에 가긴 좀 시간이 이른데.”
“대충 먹어도…”
“그럴 수야 없지.”
수현은 대화에 빠져 붙잡은 손이 반전되었음을 알지 못했다. 분명 제가 손을 쥐고 있는 입장이었는데 어느새 쥐여져있었다. 조물조물, 손가락 사이사이로 꿰어 들어오는 체온에 시선을 내렸을 때 이미 수현의 손은 금욕적이고 야한 손에 결박되어 있었다. 핸드폰으로 어딘가에 전화해 예약을 하는 목소리에 수현은 제 귓가에 쏟아지던 거친 목소리를 연상했다. 반말로 으르렁거리듯 속삭이면… 정말 발가락이 다 곱는 기분이다.
“땀 차요, 이사님.”
“아, 한 가지 잊은 게 있네요.”
수현은 제 말을 싹 무시한 게 마음에 안 들어 입술을 삐죽였다. 손톱으로 손끝과 손등을 꽉 꼬집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시우 이사는 손을 한 번 툭 털어내곤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회사 바깥에서 이사님이라고 부르지 맙시다.”
“…그럼 뭐라고 불러요?”
“알잖습니까.”
“모르겠는데요.”
알고 싶지 않아요, 알고 싶지 않아, 절대, 절대로. 수현은 꽉 제 손을 쥐고 있는 정시우 이사의 손을 털어내고 귀를 막았다. 고개까지 도리도리 저으면서 현실도피를 하려 했지만 아무리 귀를 막아봐야 이 밀폐된 차 안에서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호텔에서의 악몽이 떠오르는 것 같아 수현은 이까지 악물었다. ‘시우 씨, 보내주세요, 가고 싶어요.’까지는 아니었지만 그에 비등할 정도의 민망한 말들을 내뱉었던 그때.
“그럼 나중에 고생할 텐데.”
“…….”
“벌칙 누적제라는 말 잊었나 보죠?”
“그건 회사에서 졸면 주는 벌칙인 거잖아요!”
“그거야 내 맘이지.”
못됐어, 성격이 좋긴 개뿔이. 내가 처음부터 알아봤다고, 은근… 아니 대놓고 쪼잔하고 뒤끝 있고 완전 마이페이스잖아. 그럼 호칭을 안 부르면 되지, 내가 순순히 다 들어줄 줄 알아?
“수현아.”
“…….”
“형아 화낸다.”
“혀, 형이라니…”
“내가 두 살 많은데.”
“전 형 같은 거 없어요!”
“이제부터 있다고 생각해. 시우 씨가 싫으면 시우 형이라고 불러.”
“둘 다 싫어요!”
싸늘하게 분위기가 굳었다. 수현은 완전히 무표정해진 채 핸들만 돌리는 정시우 이사의 얼굴을 흘금 살폈다. 아까까지만 해도 눈가에 부드럽게 감돌고 있던 웃음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스틱 위에 올려진 손등에 시퍼런 혈관이 돋았다. 홑겹의 긴 눈매가 뭐든 베어버릴 수 있을 것처럼 날카로워져 있었다.
“…저, 이사님.”
“…….”
“싫다는 게요… 막 싫은 게 아니구요.”
“…….”
“헤, 헷갈릴까봐 그래요, 회사에서 잘못 부르면 문제가 되니까…”
울퉁불퉁한 자갈돌이 깔린 길 위로 차가 올라섰다. 차가 울컹거리는 터에 쿵, 유리창에 머리를 한 번 박은 수현이 아으으, 하고 아픈 소리를 내자 그제야 시선이 한 번 돌아왔다. 차를 세우고 내리란 말도 없이 내리는 정시우 이사를 따라 급하게 차에서 내린 수현이 가게 입구로 긴 다리를 뻗어 걸어가는 이사의 멋지게 드러난 팔을 잡았다.
“…….”
“…….”
“시…”
“…….”
“…시우 씨.”
침묵의 시간 동안 얼굴빛을 수십 번 바꾸던 수현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작지만 또렷하게 들린 그 호칭에 지금까지 그 얼음장 같은 얼굴이 그대로 다 녹아내렸다. 여름날 내놓은 얼음처럼. 싱긋 지어지는 웃음에 수현이 잠시 넋을 잃은 순간 정시우 이사는 수현의 팔을 낚아채듯 잡아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낚였다, 떡밥을 물고 낚였다고 아등바등 해봐야 이미 소용없는 일이긴 하지만, 이런 낚임은… 나쁘지 않다.
고급스러운 전통 한정식 집이었다. 팔을 잡혀 끌려가면서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종업원들이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하는 것에 수현은 하나하나 다 대응해주었다. 디딤돌 위에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서고 나서야 수현은 폭, 한숨을 내뱉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런 건 정말 익숙하지 않다.
“이사님, 전 이런 거 너무 어색한데요…”
“…….”
“으으…”
“곧 익숙해지겠지.”
“대체 왜 그 호칭을 고집하세요?”
이사님이든, 시우 씨든, 정시우든 다 똑같은 사람 지칭하는 말인데 뭐라고 부르든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이야. 수현은 뾰족뾰족해진 얼굴로 볼을 부풀렸다. 차가운 차를 한 잔 마시고 내려놓은 정시우 이사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속으로 열심히 투덜대기도 했다. 하지만 말 한마디에 게임 오버.
“등줄기가 저릿저릿하거든.”
“…따라쟁이.”
저렇게 눈 치켜뜰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참 이중적이다. 순하게 생겼는데, 가끔은 앙큼하다. 맹한 듯 하다가 똑 부러지고. 새끼 강아지처럼 낑낑대다가 도도한 고양이가 되기도 하고. 봄날에 조는 병아리 같다가도 키스하고 만지면 착착 감겨오는 것이 또 신기하고. 저러니 질리질 않지.
“난 야외플레이도 좋은데. 식탁 위에서 하는 것도 좋아하고.”
야한 말을 툭 던지면 당황하는 것도 웃긴다. 저러면서 막상 키스하면 능숙하게 혀뿌리까지 훑는다. 정시우 이사는 모닝키스를 떠올렸다. 이 안 닦았다고 난리칠 때는 언제고 입술 마주대기 무섭게 치약 맛이 났지. 토끼의 탈을 쓴 여우냐, 여우의 탈을 쓴 토끼냐, 그것이 문제로다.
“식탁은 밥 먹는 곳…”
“경우에 따라서는 용도가 달라지기도 해.”
“전 그거 한 곳에서 밥 먹고 싶지는 않은데요…”
“…그 말 기억해두지.”
언젠가는 수정하게 될 걸. 정시우 이사는 꼭 수현과 식탁 위에서 섹스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후에 그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서 저 말을 해주면 부끄러워하겠지. 밥상을 앞에 두고 뭔가 변태 같은 생각만 하고 있음에 정시우 이사는 흠흠 목을 몇 번 가다듬었다. 좀 가학심을 불러일으킨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또 막상 하려고 하면 또 못할 것 같다. 눈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보면… 아, 위험하다. 밥은 먹어야지.
“그런데 여기 많이 비싸 보이는데요.”
“음…”
“전 월급쟁인데…”
“돈 내란 소리 안 하니까 걱정 마.”
“왜요?”
왜냐니, 그럼 이사가 대리한테 얻어먹겠냐. 뭐라 한마디 하려는 찰나 문이 열리고 상이 들어왔다. 고소한 깨죽과 상큼한 레몬향이 나는 연어 회 말이가 전채로 차려져 있었다. 젓가락을 들어 모양도 예쁜 음식을 집어든 수현이 단호하다싶은 목소리를 냈다.
“절반은 낼 거예요.”
“됐습니다, 이수현 씨.”
“낸다니까요.”
“이수현 씨 취미는 사람 쪽팔리게 하는 겁니까?”
“아닌데요.”
“그런데 왜 그럽니까?”
수현은 입안에서 우물우물 씹던 음식물을 꾹 삼키고 입을 열었다.
“같이 먹고 같이 다니는 건데 왜 이사님이… 아니 시, 시우 씨가 다 내요?”
“수현 씨가 돈을 나만큼 벌면 반반 나눠 냅시다.”
“하지만…”
“그럼 경제적 능력에 따라 돈 나눌까요?”
“치잇.”
그건 더 민망한 상황이 될 거다. 내가 벌어봐야 얼마나 벌겠어. 심통 난 얼굴로 죽을 퍼먹는 수현의 머리 위에 커다란 손이 내려앉았다. 슥슥, 애 달래본 적도 없는 듯 투박한 손길이지만 수현은 천천히 얼굴을 폈다. 앞머리를 잡아 톡톡 잡아당겨보기까지 하는 손은 꽤 즐겁다는 느낌을 퐁퐁 풍기고 있었다.
“그럼 차는 수현 씨가 사요.”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요. 근데…”
“…….”
“이거 얼마예요?”
회부터 시작해서 온갖 산해진미가 다 올라오는 상을 아연한 얼굴로 바라보는 수현에게 정시우 이사는 깨물면 싱그러울 것만 같은 얼굴로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우선 먹자는 말에 수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젓가락을 들었다. 뭐부터 손을 대어야 할지 망설여지는 밥상이다. 아침인데 너무 거한 거 아닌가 싶어 가벼워 보이는 음식부터 골라 먹기 시작했다.
딱히 가리는 거 없이 잘 먹는 편인데다가 피자 반 판은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성인남성 평균의 위장을 가진 수현은 열심히도 먹었다. 4인 기준 상이니까 다 먹을 필요 없고 뒤에 나오는 것도 먹어야 하니까 적당하게 먹으라는 정시우 이사의 말에 달짝지근한 갈비찜을 입에 넣고 고개만 끄덕였다.
“젓가락질 잘하네요.”
“젓가락질 잘 못하면 가정교육 못 받은 것처럼 보인다고 엄마가… 아니 어머니께서 열심히 가르치셨어요. 이사님도 잘하시는데요.”
“…….”
“우윽… 시우 씨도요.”
변태, 시우 씨라는 말 한마디에 아주 포만감 느끼는 짐승 얼굴이 되는 게 참. 얇게 저며 구워놓은 송이를 입에 쏙 넣으면서 수현은 아주 정갈한 손놀림으로 밥을 먹는 눈앞의 남자를 새삼스럽게 조목조목 뜯어보았다. 오늘은 사복차림이라 윤기 나는 검은색 머리에는 힘을 안 줬고, 적당히 이마 위에 흩어진 앞머리는 사람을 좀 어려 보이게 하고, 이마는 곧아 예쁘고, 눈썹은 짙고, 눈매는 무표정일 때는 차갑고 서늘하지만 웃으면 또 인상까지 달라지고, 코는… 곧고 크다. 으앗, 크, 크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아, 아무것도요.”
입술은 또 얼마나 예쁜지, 아랫입술이 윗입술보다 조금 더 도톰해서 키스하면 부벼지는 느낌이 아주 그냥. 거기에 몸매는 어떠냐, 허리를 감았던 팔과 허벅지를 감았던 다리에는 여전히 그 튼실한 근육의 느낌이 남아있다.
“밥 먹고 뭐하고 싶습니까?”
“…뭐하고 싶으신데요?”
“내가 먼저 물었습니다.”
“음…”
젓가락 끝을 입에 물고 수현은 꽤 오랫동안 고심했다. 하지만 어째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다. 차라리 방콕 데이트 할 걸 그랬나,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오늘이 1일 째인데 그렇게 보내고 싶지는 않아.
“저, 잠시 화장실 좀…”
대답도 듣지 않고 후다닥 방 안을 빠져나와 수현은 화장실 표시를 따라 들어갔다. 이런 거 물어볼 사람이… 사람이… 이진명밖에 없냐!! 수현은 제 좁디좁은 인간관계에 눈물을 흩뿌리면서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놈은 지금 연애도 하고…
‘휴일에 전화 거는 새끼가 누구냐.’
“나다, 이놈아.”
‘야, 너! 어제 이사랑 한 판 떴다며?’
“안 떴어!!”
‘그럼 김 주임이 허깨비를 봤겠냐?’
“으윽… 그거 때문에 전화한 거 아냐. 야, 너 지금 뭐해?”
‘뭘하긴 뭘해. 집에서 놀지.’
분명 목 다 늘어진 티셔츠에 무릎 늘어난 츄리닝 바지 입고 티비를 발가락으로 돌리면서 귀를 후비적거리고 있겠지. 점심은 중국집으로 때울 거고.
“오늘 김 주임 안 만나?”
‘우리 공주님 친정 가셨다.’
우욱, 수현은 구토가 올라오는 것 같아 잠시 입을 막고 숨을 골랐다. 공주님이라니! 연애하면 다 저렇게 되는 건가 싶어 수현은 덜컥 겁까지 났다. 내가 이사님 얼굴 보면서 공주님 소릴… 상상하고 싶지 않아.
“데이트는?”
‘회사에서 맨날 보는데 데이트는 뭐.’
“초반엔 했을 거 아냐.”
‘그럼, 했지.’
“뭐했어?”
‘…너 지금 데이트 하냐?’
이 새끼는 분명히! 분명히!! 접신의 경지다. 수현은 제가 허술한 건 생각도 못하고 진명의 찍기에 감탄할 뿐이었다. 접신 따위 하지 않아도 수현의 행동과 생각을 읽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누구랑? 아… 물어볼 필요가 없지.’
“데이트 하면 너네는 뭐해?”
‘뭐하긴 밥 먹고 차 마시고 수다 떨지.’
“그리고?”
‘요즘엔 늙어서 그런가 그냥 집에서 노닥거리는 게 좋더라.’
“초기에 말이야, 초기에!”
‘영화나 보러 가든가.’
“영화?”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수현은 정말 사람들이 다 봤다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도 영화관에서 본 적이 없었다.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좋고, 드라마보다는 책이 좋다. 정시우 이사에게 수현이 일일드라마 애청자라는 건 비밀이다.
“놀이동산 가면 좀 깨겠지?”
‘애새끼.’
“바이킹 타고 싶은데.”
‘네가 거기서 깰 게 더 뭐 있냐? 이미 술 먹고 노래방까지 갔는데.’
“너, 진짜!”
수현은 통화에 집중해 제 뒤로 들어온 사람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그 사람이 바로 뒤에 서서 통화를 다 듣고 있다는 것도 곧 제 허리춤을 잡아채기 위해 손을 뻗었다는 것도.
“으악!”
“뭐합니까, 이수현 씨?”
“이, 이사님! 저 놀라 죽는 거 보고 싶어서 이러세요?”
“죽으면 안 되지.”
헉헉, 수현은 정시우 이사의 어깨를 쥐고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라마즈호흡이라도 해야 하나, 습습 후후, 누나가 임신했을 때 배웠던 걸 따라하면서 수현은 간신히 숨을 가라앉혔다. 놀라서 횡격막이 다 들썩거렸다. 허리에 감긴 팔이 넘어지지 않게 몸을 지탱해주고 있음에 수현은 아예 그 팔에 무게를 다 싣고 기댔다.
“놀이공원 가고 싶습니까?”
“…….”
“바이킹 타고 싶으면 말을 하지.”
“…깨잖아요.”
“유리컵?”
머엉, 수현은 정시우 이사도 깨는 게 만만치 않음에 조금 안도했다. 더 안심할 수 있는 건 저렇게 깨는 걸 봐도 좋으니 아마 상대방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다. 조금 다른 거라면 정시우 이사는 저런 말을 해놓고도 아주 뻔뻔하다는 걸까.
“후식 먹고 놀이공원 갑시다.”
“…….”
“왜 그렇게 봅니까?”
아뇨, 그냥, 뭐… 흘긋 위로 한 번 눈을 들어 올렸다가 수현은 제 허리를 감고 있는 팔을 떼어내고 사람들 봐요, 하고 쫑쫑 먼저 몇 발 앞서 걸었다. 은근 들뜬 발걸음에 정시우 이사는 뒤에서 소리 죽여 웃었다. 이거 원, 뭘 해도 귀여우니 이걸 어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