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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 트랩-64화 (64/71)

64화

애액으로 흠뻑 젖은 엉덩이와 바짝 선 성기가 마찰하는 감각이 선연했다. 차우현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삼키며 고결을 금방이라도 씹어 먹을 것 같은 눈으로 응시했다. 닳고 닳은 것처럼 천박하게 구는데도 하나도 싫지가 않았다. 되레 흥분이 돼서 미칠 것 같았다. 그저 성기가 비벼지는 것만으로도 좋은 건지 엉덩이를 문지르는 고결의 허리 짓이 조금씩 더 빨라졌다.

“결아. 너 지금 누구한테 이러고 있는 건지 알아?”

“하아…. 흣, 으, 혀엉… 제발…, 빨리요.”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알고도 이래? 차우현이 형형한 눈으로 대답을 채근했다. 고지가 코앞이었다. 이제 와 서두르느라 일을 망칠 필요는 없었다. 고결이 이 상황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걸 확인해야 했다. 그래야 고결이 앞으로 평생 제 곁에서 도망치지 않을 테니까. 죄책감과 책임감 때문에라도.

“우현.”

“…….”

“차…우현.”

고결이 달뜬 목소리로 힘겹게 차우현의 이름을 불렀다.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차우현은 자신의 페로몬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풀어냈다. 태어나 처음이었다. 이렇게 단번에, 그것도 온전히 제 의지로 페로몬을 풀어 본 적은. 고결의 두 눈이 커진다 싶더니 곧이어 입이 크게 벌어졌다. 고결이 경련하듯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하윽!”

상체를 지탱하고 있던 고결의 팔이 힘없이 꺾였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질 않았다. 의식이 점점 흐려졌다.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만 같았다. 열성 오메가인 고결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쾌락이었다.

풀썩. 제 위로 겹쳐지듯 쓰러진 고결을 여유롭게 받아낸 차우현이 아래로 손을 뻗었다. 엉덩이를 양옆으로 잡아 벌린 뒤 검지로 구멍을 슬쩍 문지르자 질척한 애액이 손끝을 적셨다. 차우현은 밀려드는 유쾌함에 목을 긁으며 웃었다. 제 페로몬 때문에 이렇게나 흥건하게 아래를 적시는 고결이라니.

“결아. 너 벌써 이렇게 젖었어? 응?”

고개를 튼 차우현이 고결의 귓가에 대고 윤습한 목소리로 낮게 속삭였다. 대답할 정신도 없는 고결은 그저 몸만 덜덜 떨어 댔다. 맞닿은 가슴에서 그 안쓰러운 진동이 가감 없이 전해져 왔다. 엉덩이를 몇 번 주무르며 귓불을 이로 살짝 씹자 고결이 크게 몸을 튀기며 바르작거렸다. 만지는 곳마다 성감대인 것처럼 예민하게 굴었다. 혀로 느리게 귓바퀴를 핥아 올리자 작게 우는 듯한 소리가 났다. 이게 뭐라고.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차우현은 망설임 없이 검지와 중지를 고결의 안으로 밀어 넣었다. 단 한 번도 열린 적 없는 몸이지만 약까지 먹은 데다 우성 알파의 페로몬에 정통으로 노출된 구멍은 참 쉽게도 손가락을 허락했다. 젤 따위 바르지 않아도 검지와 중지를 움직일 때마다 아래에서 찌걱거리는 질척한 소리가 들렸다.

“하, 흐응! 으… 흐읏.”

검지와 중지를 엇갈리게 움직이며 좁은 안을 넓혀 나갈 때마다 고결의 입에서 흥분에 젖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딱히 좋은 곳과 싫은 곳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저 좋은 곳과 더 좋은 곳만으로 이루어진 듯했다. 안쪽이 전부 다 스팟인 양 굴어 대는 탓에 이쪽도 목이 탔다.

“혀엉… 아흣, 흐…아, 빨리이.”

고결이 허리를 들썩이며 재촉했다. 그때마다 바짝 선 서로의 성기가 부딪혔다 비벼지길 반복했다. 시발. 차우현은 어금니를 악물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좁아터진 곳에 제 것을 단숨에 쑤셔 넣고 성에 찰 때까지 마음껏 들이박고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젖었다고 해도 아직 뭘 제대로 받아들여 본 적이 없는 몸이었다. 차우현의 것을 삽입하기에는 좁아도 너무 좁았다. 지금 이 정도라면 앞부분만 겨우 들어갈 것이었다.

“참아. 조금만.”

으르렁거리듯 이를 악문 상태로 속삭인 차우현이 왼손으로 엉덩이를 잡아 벌리며 손가락 하나를 더 집어넣었다. 뜨겁고 습한 내벽을 손끝으로 힘주어 꾹꾹 짓누르고 긁어내리면서 집요하게 지분거렸다. 고결이 자신의 것을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넣고 나면 멈출 자신이 없었다. 그러니 그나마 이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것이 남아 있을 때 뒤를 풀어 줘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엔 엉망으로 다치게 만들고야 말 테니까.

“아흑…. 흐, 으읏! 아! 아아!”

기다란 손가락이 쉴 새 없이 드나들며 제멋대로 길을 트고 안쪽을 마구잡이로 휘저어 댔다. 그때마다 고결의 입에서는 울음소리인지 신음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가감 없이 튀어나왔다. 허리가 크게 튀었다 덜덜 떨렸다를 반복했다. 손가락보다 더 굵고 단단한 것이 제 안을 가득 채워 줬으면 했다. 오직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으흣, 혀엉… 아, 으, 제발요.”

이제 더는 안 된다고, 못 버티겠다고 고결은 울면서 부탁했다. 제 어깨에 고개를 처박고서 울먹이는 고결의 목소리에 차우현은 청각을 집중했다.

“주, 주세요…. 흐윽… 넣어 주세요. 흐, 빨리이.”

그 말에 차우현은 애써 붙잡고 있던 마지막 이성이 깨끗하게 휘발됨을 느꼈다. 손목을 돌려 크게 한 번 안을 휘저은 차우현이 손가락을 빼고선 그대로 고결의 허리를 잡아 위치를 뒤바꿨다. 차우현의 위에 있던 고결이 순식간에 아래로 깔렸다. 동그랗게 벌어진 입. 반쯤 내리깐 눈.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 그 모든 것을 담아내는 차우현의 깊은 눈동자가 욕망을 담아 일렁거렸다.

차우현은 열락에 잠긴 고결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하반신으로 시선을 옮겼다. 뒤쪽을 넓히는 내내 앞도 같이 비벼진 탓에 고결의 성기는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처럼 곧추선 상태였다. 앞부분에서는 쿠퍼 액이 질질 흘러나오고 있었다. 더 이상 여유가 없는 건 차우현도 마찬가지였다. 제 성기를 가볍게 감싸 쥔 차우현이 고결의 구멍에다 뭉툭한 앞부분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그대로 힘을 줘 고결의 안을 가르고 들어갔다.

“아흑… 흣, 아아!”

손가락과는 차원이 다른 압박감에 고결이 급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장이 위로 쏠리는 듯한 감각이었다. 너무 크고 두꺼워서 이대로라면 배가 꿰뚫릴지도 모른다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몰려들었다. 고결이 파들파들 떨리는 손으로 차우현의 어깨를 애절하게 붙잡았다. 그 와중에도 그만이라든가 멈추라는 말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차우현이 멈출 수 있는 상태도 아니긴 했지만.

차우현은 눈물 젖은 눈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고결을 빤히 내려다보며 단번에 뿌리 끝까지 처박았다. 중간에 한 번 걸리는 느낌이 났으나 지체하지 않았다. 그 무지막지한 힘에 여린 안쪽은 온전히 길을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아흣! 윽!”

허리를 높게 공중으로 띄운 고결이 그 상태로 사정했다. 머리끝까지 타고 올라오는 저릿하다 못해 찌릿한 쾌감에 발가락이 안으로 잔뜩 곱았다. 아아, 아아아. 거의 짐승과도 같은 울부짖음이 이어졌다. 제 것을 쥐어짤 기세로 빈틈없이 달라붙는 뜨거운 내벽에 차우현은 잠시 숨을 참았다.

투둑, 툭. 끈적하고 뜨거운 액이 고결의 상의도 모자라 차우현의 턱 아래까지 튀었다. 제 턱에 묻은 고결의 정액을 손등으로 훑어 낸 차우현이 혀를 내밀어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핥았다. 딱 옅은 체향만큼, 딱 그만큼 달았다. 비릿하면서도 약간 단 정액의 맛에 눈이 돌았다.

차우현은 그대로 고결의 팔을 붙잡아 자신의 쪽으로 잡아끈 뒤 상체를 세워 앉게끔 만들었다. 차우현의 성기는 여전히 좁고 뜨거운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삽입하자마자 절정을 맞이하느라 축 늘어진 고결의 몸은 차우현이 끌면 끄는 대로 힘없이 따라왔다.

고결의 골반을 두 손으로 단단히 붙든 차우현이 그 상태로 강하게 허리를 쳐올렸다. 자세가 자세인지라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성기가 깊게 꽉 들어찼다. 닿으면 안 되는 곳까지 닿아 버린 느낌에 고결이 작게 몸부림치며 목을 뒤로 확 젖혔다. 한계까지 벌어진 구멍은 차우현의 것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전부 다 삼켜 냈다.

“…흐으, 읏!”

방금 사정한 몸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쾌락이었다. 고결의 눈가를 타고 또다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지극히 생리적인 현상이었다. 위도 아래도 이렇게 줄줄 흘려서 어떡해. 차우현은 그렇게 말하는 대신 제 입안을 짓이기듯 씹으며 고결의 골반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때마다 성기와 꽉 맞물린 내벽이 크게 움찔거렸다. 지나칠 정도로 꽉 달라붙어선 차우현의 것을 물고 놓아 주질 않았다.

“아읏! 아! 안, 안에, 이상… 흣! 으응!”

배려 없이 퍽퍽 치받는 강력한 허리 짓에 고결은 두 팔로 차우현의 어깨를 다급히 끌어안았다. 불이 들어왔다 꺼지는 것처럼 눈앞이 하얗게 점멸됐다가 다시 시야가 돌아오길 반복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 고결이 느낄 수 있는 거라고는 오직 제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묵직한 살덩이의 감각뿐이었다. 안이 잔뜩 쓸리고 뭉개졌다. 배 속에 불기둥 같은 것이 밀고 들어와 제 몸을 마구잡이로 헤집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까부터 안으로 한껏 곱은 발가락은 좀처럼 펴질 줄을 몰랐다.

사정 후 수그러들었던 고결의 성기가 다시 힘을 받아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하나처럼 딱 붙은 몸으로 인해 고결의 성기가 차우현의 단단한 배에 문지르듯 비벼졌다. 앞과 뒤에서 몰려오는 쾌락에 정처 없이 흔들리며 고결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오랫동안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하… 아으,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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