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물론 우현은 성인이었다. 이런 클럽에 드나들어도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는. 그러나 그동안 우현이 쌓아 온 이미지와 클럽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클럽 앞에서 몸도 가누지 못한 채 매니저한테 기대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사진 같은 게 찍혀서 좋을 게 없었다.
한 층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5층에는 금방 도착했다. 믿을 수 없게도 정말 호텔 로비와 똑같이 꾸며진 곳이 나타났다. 고결은 주변을 경계하듯 살피며 엘리베이터 밖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데스크의 남자 직원이 차우현을 부축하고 있는 고결을 발견하자마자 엘리베이터 앞으로 다가왔다.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남자가 팔을 뻗었으나 고결은 고개를 내저으며 거절의 의사를 전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 단호한 대답에 남자는 팔을 거둬들인 뒤 이쪽으로 오시면 된다며 길을 안내했다. 고결은 차우현을 끌어안은 팔에 단단히 힘을 주고서 남자의 뒤를 쫓았다. 객실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로비 안쪽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먼저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남자가 8층의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소리 없이 조용히 움직였다. 고결한테 들리는 거라곤 제 귓가를 간질이는 우현의 나직한 숨소리뿐이었다. 객실이 점점 가까워져 옴에 따라 차우현은 페로몬의 농도를 살짝 더 높였다.
약을 섭취한 열성 오메가의 몸은 우성 알파의 페로몬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얼굴로 열이 오르고, 속이 홧홧하고, 심장이 크게 두근거렸다. 고결은 지금 제 몸에 일어나고 있는 모든 반응이 오랜만에 마신 도수 높은 술의 영향일 거라고 여겼다. 맥주 외에는 술이 잘 받는 타입도 아니었고, 오메가로 발현한 이후에는 혹시라도 억제제의 효과가 떨어질까 더더욱 술을 멀리했으니 몸이 놀랄 만도 했다. 고결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작게 흔들었다.
“가장 넓은 객실이 3호실이라 여기로 안내해 드렸습니다.”
문을 열어 준 남자가 슬롯에다가 카드키를 꽂자 방 안의 모든 불이 켜졌다. 방을 대충 둘러본 고결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이 정도면 방이 아니라 그냥 집이라고 해야 했다. 객실이라고 해 봤자 모텔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일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웬만한 호텔의 스위트룸과 맞먹을 만한 공간이었다.
“그럼 편히 쉬었다 가십시오.”
꾸벅, 공손하게 허리를 숙인 남자가 문을 닫았다. 고결은 차우현을 데리고서 우선 침실로 보이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침실의 규모에 걸맞게 침대 역시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 새하얀 침대 위에다 조심스럽게 차우현을 눕힌 고결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시야마저 일렁거렸다. 젖은 솜처럼 몸이 무겁고 축축 쳐져서 고결은 침대에 털썩 걸터앉았다. 빨리 콜택시를 불러야 하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설마.”
고결이 낭패감 어린 얼굴로 초조하게 눈동자를 굴렸다. 그제야 떠올랐다. 아까우니 너라도 마시고 가라며 술을 강요하던 주영재가. 알파한테나 효과가 있다던 그 말은 아무래도 베타한테만 효과가 없다는 뜻인 모양이었다. 알파도, 베타도 아닌 제 몸의 상태가 이러한 것을 보면.
안 돼. 빨리 밖으로 나가야 해. 머릿속에서 뒤늦게 경고등이 울려 댔다. 여기에 더 있다간 제가 우현한테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 고결은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침대에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다. 그 순간 묵직한 향이 더 짙어졌다. 향에서 무게감을 느끼긴 처음이었다. 향이 맡아지는 게 아니라 그냥 제 온몸을 덮듯이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침대에서 일어서기는커녕 그 위로 쓰러지듯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물 밖으로 끄집어져 나온 물고기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숨이 찼다. 아가미를 대신해 입을 살짝 벌린 채 헐떡거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헐떡거리며 잘게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속에서 뜨거운 열이 치솟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성기가 힘을 받아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아래가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예전에 화장실에서 우현을 생각하며 자위를 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어떡해. 새카만 고결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혀… 혀엉.”
우현이 형. 형, 형 제발 좀. 혀엉. 제발 일어나요. 제발요. 고결은 거의 빌듯이 애절하게 차우현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다. 자신은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니 차라리 우현을 내보내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흐, 읏… 하아….”
고결이 낮게 신음하며 침대 위에다 제 하반신을 문지르듯 강하게 비볐다. 하지만 고작 이런 거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몸은 더 큰 자극을 원했다. 숨을 쉴 때마다 피부로 스며드는 것 같은 묵직한 향에 뇌가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렸다. 이성적인 사고 따위는 사치였다. 고결은 뭐에 홀린 사람처럼 차우현의 버클 위로 손을 뻗었다. 모든 것이 차우현의 계획대로였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버클을 풀어낸 고결이 이번엔 지퍼 위로 손을 가져다 댔다. 지퍼를 내리고 브리프를 젖혀 우현의 성기를 꺼내자 묵직한 향이 더욱 짙어졌다. 고결은 주저 없이 차우현의 것을 입으로 머금었다. 츕. 추웁, 쪽. 펠라를 할 줄도 모르면서 본능적으로 그 살덩이를 열심히 빨고 핥았다. 그래 봤자 크기가 커서 중간까지도 채 담아내지 못했지만.
척척한 소리가 잦아질수록 차우현의 성기는 착실하게 크기를 키워 갔다. 요령이 없는 펠라는 버거웠다. 하지만 커다란 성기가 마구잡이로 제 입안을 누르고 입천장을 긁어 대는 게 좋았다. 턱이 빠질 것처럼 뻐근하게 저리고 아파도 상관없었다. 그 통증마저도 지금의 고결한테는 더없는 쾌락으로 다가왔다.
“하아… 츄웁. 하….”
갈라진 성기 앞부분에서 쿠퍼 액이 조금씩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우성 알파의 페로몬에 잠식된 열성 오메가한테는 그 체액마저 달게만 느껴졌다. 고결은 이제 막 태어난 새끼 짐승처럼 쉼 없이 끙끙거리며 요도구를 혀끝으로 핥았다. 우현의 체액을 맛보자 쾌락에 젖은 몸은 더 쉽게 달아올랐다. 작은 불씨에 장작을 넣어서 키운 거나 마찬가지였다. 괴로웠다. 아래가 참을 수 없이 간질거렸다. 이걸 빨리 제 안에 넣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새 단단하게 선 차우현의 성기를 뱉어 낸 고결이 다급한 동작으로 자신이 입고 있던 슬랙스와 브리프를 단번에 벗어 냈다. 펠라를 받은 것도 아니고 했을 뿐인데 고결의 성기는 이미 아랫배에 닿을 정도로 꼿꼿하게 선 상태였다. 고결은 무릎을 벌리고 엉덩이를 띄운 채 차우현 위에 자리를 잡았다. 흐…, 하아. 흉곽이 들썩일 정도로 크게 숨을 몰아쉰 고결이 차우현의 성기를 움켜쥔 채 엉덩이를 아래로 살짝 내렸다.
“…결아.”
그 상태로 끝부분만 대강 맞춘 뒤 삽입하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잔뜩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고결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손은 여전히 발기한 차우현의 성기를 쥔 채였다. 팔꿈치로 상체를 지탱해 일으켜 세운 차우현이 열에 들뜬 눈으로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고결과 시선을 맞췄다.
“…이게 뭐,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차우현은 아무렇지 않게 놀란 얼굴과 목소리를 꾸며 냈다. 제 위에 무릎을 벌리고 앉아 스스로 삽입하기 위해 성기를 쥐고 있는 고결의 모습은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이 예뻤다. 신경 쓰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입꼬리가 위로 올라갈 것만 같았다. 차우현은 자신의 입꼬리를 단속하기 위해 애썼다.
“혀엉.”
고결이 멍한 얼굴만큼이나 다 풀어진 발음으로 차우현을 불렀다. 차우현이 그런 고결의 얼굴로 천천히 손을 뻗었다. 요령 없이 되는 대로 쑤셔 넣고 빠느라 입술 끝 쪽이 찢어져 있었다. 차우현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입술도 다 찢어져선.”
차우현이 고결의 입술을 손끝으로 더듬듯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고결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벌리곤 차우현의 손가락을 붉은 혀로 감쌌다. 펠라를 할 때처럼 제 손가락을 빠는 고결의 행동에 차우현은 검지와 중지 사이에 혀를 끼워 넣고 문지르듯 비볐다. 달아오른 혀에 손가락이 그대로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그 행동이 버거운 건지 작게 끙끙거리면서도 고결은 차우현의 손가락을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게 삼키려고 들었다.
“결아. 너 진짜 왜 이래.”
너 자꾸 이러면 형도 참기 힘들어. 작게 중얼거린 차우현이 고결의 타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손가락을 빼냈다. 그러자 고결이 끝까지 따라와 차우현의 손가락과 손등에 쪽쪽 입을 맞춰댔다. 마치 어린 새가 부리로 쪼아 대듯이, 계속해서. 차우현은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고결을 제 옆에 붙잡아 두려면 조금 더 확실한 것이 필요했다.
“결아. 정신 차….”
차우현은 말도 다 끝내지 못하고 뒤로 풀썩 쓰러졌다. 차우현의 어깨를 밀어 다시금 뒤로 눕게 만든 고결이 머리맡에다 두 팔을 고정하곤 고개를 숙였다. 가까워진 얼굴에서 술 냄새와 묘한 단내가 섞여 났다. 열성 오메가라 아무리 약을 먹었어도 페로몬 자체가 짙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차우현을 흥분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어차피 차우현이 발정하는 건 페로몬 같은 게 아니라 고결이라는 사람, 그 자체였으니까.
“하고 싶어요.”
“…결아.”
“넣어 주세요.”
제발요. 애절한 부탁이 덧붙여졌다. 차우현을 내려다보는 고결의 눈가가 붉은빛을 띠었다.
“여기가… 너무 간지러워서 미칠 것 같아요.”
간지러운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려 주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미칠 것 같단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건지 고결이 차우현의 성기를 살짝 깔듯이 앉고선 그 상태로 엉덩이를 천천히 문질러 댔다. 물기 어린 새까만 눈동자는 줄곧 차우현의 얼굴에 고정이 된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