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4화 〉134 아카데미 교관 (134/140)



〈 134화 〉134 아카데미 교관

뭐지...? 모든 교육생들이 그렇듯, 김재혁이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 한지우라는  교육생의 모습을 식당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지? 이제 곧 아침 식사 시간이 끝이 나는데 몸이 안 좋아서 오늘 하루 쉬는 건가. 의아함이 가득했지만 사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남자 교육생들은 여자 교육생들 숙소로 들어가지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오히려 다행이지.‘

어제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결국 쉬기로 했다면 다행일 수밖에 없었다. 힘들다고, 꾀병이나 진짜 다쳐서 조금이라도 쉬려던 교육생들도 어림없이 남들과 같은 교육을 받아야만 했는데 어떻게 쉬게 되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만약 내일이나 오늘 우연히 만나게 되면 알려달라고 부탁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며 빈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씨... 오늘도 무기를 다룬단다.“
"아. 미친. 힘들어 뒤지겠는데.“
"그니까. 근육통 때문에 온몸이 아파 죽겠는데 쉬는 시간은 더럽게 적게 주면서 또 교육, 교육.....!"

벌써부터 친구를 만든 남자교육생들은 무리를 이루어 오늘 교육을 받을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김재혁과 다르게 말이다.

"......“

친구... 친구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한 존재가 아닐까. 이곳에 오기 전만 하더라도 주위에 여자들과 남자들이 매일같이 꼬여왔는데 이젠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자들은 김재혁의 외모와 능력에 반해서 다가오는 반면에 남자들은 그를 질투에 왕따를 시키고 있었다. 심지어 나이 많은 중년 아저씨까지 합세해서.

"후우......“

상관없다. 지우만 자신의 여자가 된다면 저딴 놈들 따위 없어도 충분했다. 그리고 여기선 일부다처제가 허용된다고 하니 최대한 예쁜 여자들로 하렘을 건설하리라 다짐했다. 그 전에 지우를 먼저 꼬시고, 된다면 윤재희 교관. 여태까지 보아왔던 여자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해도 돠언이 아닌 그녀도 꼬시리라 다짐했다.

*

"하아... 하아......“

정신없이 나무 인형에 검을 휘둘렀던 김재혁은 잠시 숨을 골랐다. 참고로 아직까지도 지우는 교육 도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대신이라고나 할까. 어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윤재희 교관에게 몸을 마구 희롱당하던 여자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교육을 받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버려졌나 보다. 뭐, 그럴 것 같았다. 그녀는 윤재희 교관에게 몸을 대주기 전에도 이미 여러 교관들과 몸을 섞었다는 말이 오갔으니 충분히 버려질만 했다. 아무리 같은 여자라도 걸레를 좋아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으니.

'그럼 누구?‘

그럼 지금은 누굴 범하고 있는 걸까. 지우를 제외한 초급반 총인원이 교육을 받고 있었다. 지우...? 설마 지우일까. 아니다. 다른 여자 교육생들이라면 몰라도 순수하고 착한 지우가 고작 이런 훈련이 힘들다고 같은 여자에게 몸을 내어줬을 리가 없다. 단순히 어제 아파보이던 게 오늘 더 심하게 도져서 어쩔 수 없이 오늘 하루 쉬는 것뿐.

굳이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초급반에서 여자를 빼내가지 않았더라면 다른 반에서 얼굴이 반반한 여자를 데려다가 지금  새 없이 범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응응. 김재혁은 절대로 자신을 내버려두고 남자도 아닌 여자에게 지우가 마음을 돌렸을 리가 없다고 단정지었다.

"아...  마셨네?“

잡념에 빠져있느라 못 들었는데. 주위의 교육생들이 나무로 된 무기를 손에 놓고 쉬는 모습이 보이자 아마 휴식시간인  같았다. 그래서 김재혁도 마찬가지로 목검을 바닥에 떨어뜨린 후, 물병을 집었는데 안은 텅텅 비어있었다. 휴식시간이 너무 짧은 것도 아니니 물을 받으러 가기로 했다.

급수대에 도착한 김재혁은 곧장 페트병에 물을 가득 담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힐끔. 바로 앞에 보이는 여자 숙소가 보이자 흥미가 생겨났다. 저 커다란 숙소에 지금 지우가 자신의 방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지 않을까 해서.

"미친놈.“

궁금하다고 할지라도 몰래 창문을 통해 안을 훑어보기란 정말 미친놈이나  짓이었다. 김재혁은 고게를 세차게 털어대며 넘치기 시작한 물을 조금 마신 후에 뚜껑을 닫았다.

"한 번만 확인해 볼까?“

궁금한데. 너무 궁금해 미치겠는데. 설마 윤재희 교관이나 남자 교관에게 몸을 대주는 게 아닌가 싶어 불안감에 휩싸인 그는 아직 쉬는 시간이 남아 있겠다 무모한 짓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여자 숙소를 돌아다니며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보았고.

"1층이 아닌가?“

남자들은 1층을 쓰는데 여자들은 1층을 쓰고 있지 않은지 지우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럼 2층이나 3층이라는 건데. 그쪽까지는 키가 닿지 않아 안을 확인해 볼 수가 없었다.

"양호실... 그래. 아프면 양호실에 있겠지.“

아프면 양호실. 아카데미에도 양호실이 있으니 거기에 있지 않을까. 김재혁은 곧장 발길을 돌려 양호실로 향하였다. 그런데 이게  걸. 안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더욱 더 불안해지며 이미 지우를 개걸레년으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감히... 감히 잘생기고 능력도 좋은 자신을 두고 다른 남자와 뒹굴고 있다는 생각에 커다란 배신감에 휩싸여 분노하였다.

이젠 정말 돌아가지 않는다면 벌을 받을 게 뻔한데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그는 나중 일을 생각지도 않으며 교관들의 사무실이 모여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사무실들을 차례차례 보며 문틈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첫 번째는 꽝.  번째도 꽝,  번째도, 네 번째도,  꽝이었다.

"윤재희......“

남은  윤재희 교관의 사무실. 그녀의 사무실은 이곳에 없어서 다른 곳을 찾아봐야 했다. 그럼 시간이 더 지체되어서 초급반을 교육시키던 교관은  빡치겠지.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 없는 상황. 김재혁은 기억해 두었었던 그녀의 사무실로 향하였다. 그러자.

"하악... 학......“

문은 굳게 닫혀있지만, 안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이 안에 사람이 있었다. 문틈에 귀를 가져다 대니 지우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남자가 아니라 같은 여자에게 몸을 팔았나 보다.

'나쁘지는 않아.‘

남자가 아니라 같은 여자에게, 그것도 엄청난 미녀에게 범해졌으니 딱히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우를 통해 윤재희 교관과 접점을 만들어 호감도를 올린 절호의 찬스가 아니던가. 그러면서 덤으로 지우를 얻고.

'이만 돌아갈까.‘

일과 시간이 모두 끝이 난 것도 아닌데 문을 벌컥 열 수도 없고, 일과 시간이 아니더라도 문을 열 명분이 없었다. 나중을 기약하며 김재혁은 돌아섰다.

"야... 미쳤어?“

돌아오자마자 그를 맞이하는 교관. 그는 잔뜩 화가난 얼굴로 김재혁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조만간  미녀의 몸을 탐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 그는 겁을 먹기는커녕 기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하...? 시발. 웃어?“
"죄송합니다.“

이런. 웃고 있었나 보다. 솔직히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만약 연예인을 한다면 외모로 상위권에 머물 지우와, 그녀조차도 외모로 비벼볼  없을 정도로 초월적인 얼굴을 가진 윤재희를 한꺼번에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는데 말이다.

"그래. 내가 교육을 조금 약하게 했지? 그러니까 이리 퍼질러지지. 안 그래?“
"아,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잘못을 뉘우치게 만드는 건 바로 무리에서 고립을 시키는 것. 김재혁 한 명에게 벌을 내리면 될 것을. 교관은 굳이 초급반 교육생들 전부에게 교육 강도를 올리려는 생각 같았다. 그 때문에 교육생들은 다급히 외치는데 이미 늦은 감이 있었다.

"일단 쉬는 시간은 이제 안 준다.“
"네...? 네에에엣?!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건 안되요! 쉬는 시간이 없으면 어떡하라는 말입니까?!“

남자든 여자든 경악하며 소리치지만 교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꼬우면 니새끼들이 교관을 하던가.“
"......“

힘만이 권력인 이곳에서 교관에게 대들 방법이 없었다.

"우리 재혁이 덕에 애들이 좋아 죽네. 안 그래?“

안 그래도 잘생기고 능력까지 좋은 남자를 질투하는 교관에게는 좋은 명분이 아닐 수가 없었다.

"저 새끼 때문에.....!“
"시발... 진짜 쳐 죽이고 싶네.“
".......“

남자들은 담아 두었던 온갖 욕설을 퍼부었고, 여자들에게까지 좋지 못한 시선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도 김재혁은 괜찮았다. 지들이 못난 걸 가지고 시기 질투하는 남자들과 친구를 할 생각은 없으며, 예쁘지도 않은 여자들에게 미움을 받아보았자 아무래도 좋았으니까.

"닥치고 어서 휘둘러 새끼들아!“

그렇게 김재혁 하나 때문에 점심이 되기 전까지 쉴 새 없이 교육을 받게 되었다.

*

"아아. 어떤 개 시발새끼 때문에 진짜 죽을 뻔했네.“

때렸다가는 손해는 자신들만  게 뻔하니 남자들이 노골적으로 김재혁을 향해 욕하면서 점심을 먹으로 식당으로 향하였다. 당연히 화가날 수밖에. 김재혁 자신이라도 화가 날법 했으니. 그래서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준다는 척... 은 개뿔.

"미안해.“

저 말을 했던 남자가 관심 있어 보이던 여자에게 가서는 다짜고짜 품에 안으며 말했다.

"에...? 에에? 재, 재혁아?“
"나 때문에 힘들었지?“
"아, 아니야... 괜찮아......“

아까까지는 좋아하던 남자애라 해도 자신이 가질 수도 없으니 정말 밉고 미웠는데 갑자기 품에 안으니 얼굴을 새빨갛게 붉어지고 화가 났던 마음은 싹 풀려버렸다.

"저, 저 시발새끼가?!“

좋아하던 여자애가 다른 남자에게 끌어안겨 있으니 화를 내기 시작하고.

'그러게. 왜 깝쳐?‘

외모? 평범. 몸매? 교육을 받느라 살이 빠져서 괜찮긴 한데 가슴이 영 아니었다. 그래도 복수심에 하는 것뿐. 김재혁은 화를 내는 그를 보며 비웃자 더 노발대발하며 급기야 다가오기까지 했다.

"미안해.“
"아니야... 저, 정말 괜찮아.“

그녀의 친구들을 향해 사과하자 그녀들도 마찬가지로 김재혁의 포로가 되어 사과를 받아준다.

"그럼 밥 맛있게 먹어.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을 테니까 안심하고.“
"으, 응...! 재혁이도 맛있게 먹어.“
"고마워~!“

고작 저걸로 사람 마음이 풀어지기는 힘들 텐데 잘생겼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김재혁은 씩. 웃으며 분노에 가득 찬 남자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개새끼가!“

짝사랑 하는 여자의 마음을 조정할 수 없기에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면 허탈할 뿐이지만 오늘 교육을 지옥으로 만든 당사자. 김재혁이, 그것도 자신을 겨냥해서 일부러 그런 행동을 보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성을 잃기에 충분했다. 어깨를 치고 지나가던 김재혁의 어깨를 붙잡아 몸을 강제로 돌리게 만든 후, 바로 꽉 쥐어진 주먹을 그의 면상에 꽂아 넣었다.

"크흑?!“

폭행죄의 무서움을 아직 잘 모르기에 폭행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긴 해도 한계가 너무 명확하게 드러나 있었다. 안 그래도 교육 때문에 온 몸에 힘이 풀려있는 상황. 그러니 주먹 한 대로 바닥에 엎어지게 되었다.

"재, 재혁아!“

여자들이 다급히 그를 부축인다.

"야, 지, 진정해!“
"이거 놔! 놓으라고!  새끼 죽이고 나도 죽자 그냥!“
"아니 시발! 좀 진정하라고!“

계획대로.

'흐... 병신.‘

사실 김재혁은 쓰레기 그 자체였다. 비쓰온 게임 측과 연관되어 있는 대출 업체에서 돈을 빌려서 도망갔다가 여기에 잡혀 들어왔고, 처음으로 평생 가지고 싶어진 여자를 얻기 위해 튜토리얼에서 원래 자신과 연관이 없는 착한 척을 하고 다녔다. 그리고 반란을 일어나도록 주도까지 했는데 하필 거기서 게임이 끝나냐. 만약 끝나지 않았더라면 이미 한지우는 그의 손이 되었으리라 확신했다.

"뭐야?“

교육생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던 교관은 소란스러움에 호기심을 품고 다가왔다가 이내, 코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김재혁과 화가 잔뜩 났지만, 교관의 등장으로 겁먹은 망아지마냥 벌벌 떨고 있는 남자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아... 귀찮게. 진짜.“

교관은 이마를 짚으면 한숨을 내쉬었다. 아카데미가 아니라면 게임 측에 넘기면 되는데 가벼운 죄목이라면 되도록 아카데미 안에서 끝내려고 한다. 그러려면 조사가 필요하지. 그 조사를 누가 할까. 답은 교관들, 그것도 직접 사건을 목격하거나 제일 빨리 도착한 자신이 해야만 했다.

'분위기 상으로는 저새끼인데. 애매하네.‘

얻어맞은 자국이 확실한 김재혁과 멀쩡한 모습의  교육생. 그리고 남자들은 가해자의 편을 드는 듯한 반응이고 여자들은 피해자의 편을 드는 듯한 반응에 일이 점점 꼬여만 갔다. 중립적인 목격자라면 편할 텐데 말이지.

'아아. CCTV 돌려야 하잖아?‘

cctv로 이상한 짓을 하는 교관이 있어서 사용 허가를 받으려면 정말 귀찮은 절차를 밟아야만 했다. 그러니 짜증이 솟구칠 수밖에.

"일단 니새끼들은 점심 먹지 말고 운동장이나 돌아라.“
"네...? 그,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맞은 건 김재혁 자신인데 왜 자신까지 벌을 받아야 하는 건가.

"시발. 뒤지기 싫으면 돌아라.“

알 바 아니다. 교관의 눈에는 피해자든 가해자든 둘 다 똑같이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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