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화 〉133 아카데미 교관
날이 밝아오자 다스서클이 내려앉은 피곤한 얼굴로 아침을 먹으러 가지도 않은 채, 윤재희 교관이 쓰는 개인 사무실로 향하였다. 밤새도록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역시... 훈련을 받기 싫었기 때문이다.
똑똑똑.
불은 켜져 있지만 굳게 닫힌 철문을 조심스레 두들겼다.
".....?“
반응이 없었다. 뭐지. 안에서 뭘 하길래 못 들은 걸까. 지우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며 문틈 사이에 귀를 가져다가 대었다. 아침부터 여자를 따먹고 있는 게 아닌가 했지만 역시 그건 아니었는지 고요함만이 가득했다.
덜컥.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문고리를 잡고 돌리자 잠겨져 있지 않았는지 문은 막힘없이 열렸다.
끼이이익.
오래된 경첩 소리가 들려오며 문이 활짝 열리자 그녀는 멍하니. 사무실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의자에 앉아서는 변태처럼 냄새를 맡고 있는 한 여자 교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흠칫!
뒤늦게 지우가 사무실 안에 들어와서는 재희가 늘 앉아있던 의자의 냄새를 맡고 있는 사실을 들킨 그녀. 초롱이는 크게 당황하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돌아앉았다.
"뭐지?“
"......“
태연하게 행동을 해 보지만 이미 의자에 얼굴을 파묻으며 냄새를 막 맡아대던 걸 다 보았기에 지우는 차마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였다.
"하아... 시발... 야.“
"네, 네넷?!“
"무슨 일이냐고? 묻잖아 시발년아. 내가 만만해?“
"아, 아니에요. 죄, 죄송합니다.“
어느새 여자가 늘어나서 하루에 한 번이라도 자신을 찾을까 말까 하게 된 재희 때문에 자연스럽게 초롱이는 재희를 찾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주위에 여자가 많아서 귀찮게 만들었다가는 이 관계마저 끊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차마 범해달라는 말을 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 집에서 출퇴근하는 재희 생각하여 아침마다 이렇게 조금이나마 재희 성분을 채우고 있는데.
들켜버렸다. 같은 교관이나 재희가 아니라 초급반 교육생이라는 게 천만다행이 아닐 수가 없었지만 창피함까지는 어찌하지 못하였다. 거기다가 들킨 이유는 이 여자가 이른 아침에 재희를 찾아온 게 잘못이 아닌가. 그게 아니었다면 여전히 희미하게 남아있는 재희의 냄새를 맡으며 오늘 하루치 성분을 마음껏 맡을 수 있었을 텐데.
"예쁘긴 더럽게 예쁘네.“
"아윽...?! 지,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뭐긴? 한 번 만져봤다. 왜? 치게? 싸우게?“
"아, 아니에요."
밑도 끝도 없이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는 초롱이에게 소리를 질렀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꼬리를 내렸다.
"부럽네.“
"아으... 읏.....!“
한 번만 더 가슴을 만지는 손길을 쳐낸다면 어떤 화로 다가올지 몰라 꾹 참았다.
"얼굴도 예쁘고 가슴도 예쁘고... 아. 갑자기 좆같네.“
"꺄윽!“
귀여운 외모를 가진 초롱이긴 했어도 돈을 벌어들이느라 게임에 참가했다. 그래서인지 귀여운 외모에 어울리지 않은 커다랗고 자잘한 흉터가 많아 무서운 인상이기도 하였다. 보기 흉한 것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가 없는 이 여자. 지우랑 달리. 그런 이유로 초롱이는 자신의 가슴보다 큰 그녀의 가슴에서 모유라도 쥐어짜듯이 세게 주물렀다.
"하아......“
힘없이 한숨을 내쉬며 손을 떨어뜨렸다. 지금도 초롱이보다 예쁜 여자가 많아서 자신을 영 찾지 않게 되었는데 이리도 예쁜 여자가 재희의 것이 된다면 분명하게 자신은 절대 찾지 않을 것만 같았다. 솔직히 당장 꺼리자고. 니가뭔데 재희를 꼬시려 드냐며 가혹하게 굴려주고 싶은데.
질투로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지우를 째려보고는 이내, 다시금 깊은 한숨을 내쉬며 사무실을 나갔다. 그렇게 홀로 남게 된 지우, 나가면서 문을 닫지 않아 그대로 열려 있는 문을 통해 근심이 가득한 초롱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기를 수십 초.
"뭐였지?“
완전히 초롱이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지우는 중얼거렸다.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까 자위하고 있던 것 같던데.“
지금 생각해 보니 손이 가랑이 사이에 들어가 있었던 것 같았다. 혼자 자위라도 하고 있었던 걸까? 그럼 저 여자도 윤재희 교관의 여자 중 하나라는 말인가.
"으으. 돌겠네.“
이래서는 수많은 여자 중에 한명이 될 뿐인데 과연 이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된다면 남자 교관에게 몸을 대주고 싶은데 이왕 대줄 거면 가장 영향력이 큰 교관에게, 남자보단 여자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 이곳을 찾았을 뿐이었다. 근데 여자가 많다고 생각하니 지금이라도 나갈까. 고민이 되었다.
아니야. 아니야. 능력 있는 남자라면 곁에 둔 여자의 외모가 떨어질지언정 한 명이라는 보장은 불가능했다. 여러 여자를 만날 수 있는데 굳이 한 명만 만날까? 자신의 능력에 맞는 여자를 여럿 데리고 있겠지. 응응. 분명하다. 확실해 보였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남자든 여자든 관계없이 가장 이상적인 능력자에게 빌붙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게 올발랐다. 아마도.
"응? 넌 뭐야?"
자신의 사무실에 문도 열어두고 불까지 켜 둔 채 안에 서 있는 지우를 발견한 재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 유, 윤재희 교관님. 좋은 아침입니다!“
가까이에서 보니 더욱 미친 얼굴이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을 더듬으며 지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엉냐. 근데 무슨 일이야?“
대충 짐작이 가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재희는 물었다.
"그, 그게... 유, 윤재희 교관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그래? 말해 봐.“
요즘 재희가 예쁜 교육생들을 전부 빼가서 범한 뒤에 버린다고 말이 많았다. 그로 인해 총장까지도 자제해 달라는 말이 내려오지 않았던가. 솔직히 재희 자신이 생각해 보아도 조금 심했다고 판단하여 교육생들을 꼬시지 않았다. 그저 원래 있던 교육생들에게 교육을 열외 시켜주며 다른 교육생들이 보는 앞에서 그 교육생을 범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그 모습을 본 여자 교육생들이 자신을 범해도 되니까 교육을 열외해 달라고 부탁을 해 오는 게 아닌가. 이건 재희가 유혹한 건 절대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들을 범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예쁜 여자들은 재희의 손아귀에 사로잡혀서는 조교되어 재희가 아니라면 만족하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지우. 어렸을 때 보았던 몬스터 만화의 주인공이 생각나는 이름을 가진 예쁜 여자가 있어서 그녀를 꾀어내기 위해 그녀의 동기를 데려다가 대놓고 지우가 보는 앞에서 범했던 것이다. 일주일이라... 꽤 길게 참았다. 초급반 여자 교육생들은 예쁘든 못생기든 상관없이 이미 재희에게 몸을 대 주었건만. 유일하게 그녀만 그렇지 않았었다.
'이제라도 왔으니 됐지 뭐.‘
그녀만은 반드시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렇게 입맛만 쉴 새 없이 다시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강제로라도 범하여 조교하려 했거늘. 그럴 수고를 벌이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었다.
"저도... 교육에서 열외 시켜주실 수 없으신가요?“
"열외라니.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 받는 게 좋을 텐데?“
쉽게 넘어가지 않도록 한 번 튕겨준다.
"하, 하지만. 저는 게임에 참가하고 싶지 않아요!“
"그럼 뭐 해먹고 살게. 몸이라도 팔려고? 첫째 날에 들었을 텐데. 장사나 알바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지 않나?“
"네... 들었어요.“
애초에 그쪽으로 빠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좋은 남자를 꼬셔서 첩이 될 생각으로 가득했을 뿐이지.
"윤재희 교관님은 어떤 여자가 좋으신가요?“
갑자기?
"예쁘면 돼.“
"다행이네요.“
끼이이익. 쿵. 철컥.
잠시 바깥을 살펴본 그녀는 천천히 문을 닫아 잠갔다. 그리곤 곧장 입고 있던 옷을 한꺼풀씩 풀어서는 바닥에 내팽겨쳤다.
"뭐 하는 거지?“
"제 몸을 원하시는 대로 막 다루어도 좋으니까 제발 저도 교육에서 열외해 주세요. 부탁이에요.“
참으려고 했다.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다. 그런데 여기 오기 전에 운동을 했다던 남자들도 포기하고 싶어 안달이 난 교육인데 운동과 영 접점이 없었던 자신이 끝까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흑... 흐윽... 제발. 제발 부탁드려요.“
죽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한 불우한 인생을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여기까지 와서도 똑같은 삶을 되풀이하긴 싫었다. 정말 싫은 마음이 우려 나와 울먹이기까지 했다.
"참... 그리 받기 싫냐?“
"네......“
요즘 애들은 근성이 없어요. 2년 전만 해도 예림이와 민정이는 고작 일주일이긴 해도 떳떳하게 교육을 받아 수료증을 타지 않았던가. 재희는 울음을 터뜨리며 몸을 떨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살며시 턱을 잡아 아래로 떨어져 있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좋아. 그래 주지.“
울릴 생각까진 없긴 했어도 계획대로 되었다. 재희는 마른 입술에 촉촉한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어 수분을 보충해 주었다. 혀로 꺼끌꺼끌한 입술을 모조리 훑은 뒤에 틈을 벌려 안으로 넣었다.
"후응.....!“
스스로 벗어 던져 옷이라는 것에 방해를 받지 않고 수월하게 가슴을 움켜쥐며 두 손가락 사이에 발딱 서버린 유두를 끼워 유린했다.
"젖었네?“
토실토실한 허벅지 사이를 파고든 손에 축축한 감촉이 느껴졌다.
"우으.....“
그녀는 부끄러움에 붉게 상기된 얼굴을 푹 숙였다.
"고작 키스 하나로 이렇게 느껴버린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키스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이렇게나 젖어있다는 말인가. 가능하긴 해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럼 키스를 하기도 전에 이미 젖어있었다는 의미.
"아니면 이미 젖어있었다는 걸까. 뭐 때문에 젖어있었던 걸까?“
"키, 키스... 키스 때문이에요!“
"헤에? 물이 많나보네?“
"그, 그런가 봐요.“
섹스는커녕 자위도 해 본 적이 없어서 물이 많은 건지 많지 않은 건지 모르는 그녀였다.
'그, 그래. 나는 물이 많은 거야!‘
사실은 초롱이가 사무실에서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도 저렇게 푹 빠질까. 일주일간 질리도록 봐 왔던 그녀가 품에 여자를 앉고 몸을 마구 희롱했는데 이제는 자신이 그 여자가 될까.
그리고 어제 우연히 보게 되었던 여자끼리의 섹스를 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자신도 모르게 흥분을 해 버렸다는 사실을 젖었다는 재희의 말에 이제 알게 되었다. 그게 분명하다. 변태처럼. 고작 키스 한 번으로 손을 살며시 훑은 것만으로 애액이 잔뜩 묻어나올 정도로 변해일 리가 없지 않은가.
"좋네. 바로 넣을 수도 있고.“
"꺄윽?!“
보지를 벌려 손가락이 안으로 파고들자. 그 무엇도 허용하지 않았던 공간에 이질적인 게 들어오니 몸이 떨려왔다.
"음.....?“
재희는 질벽을 긁으며 올라가던 손가락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하아... 하아.....“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지만 지우는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손이 더 움직여줬으면 좋은데 멈췄다는 사실에 거친 숨을 토해내며 아쉬워했다.
"처음이야?“
"네?! 네...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어요.“
싫어할까. 남자 경험이 없는 자신을.
"호오. 더 마음에 드네.“
원래 남자들은 다른 남자의 손이 타지 않은 순결한 여자들을 좋아한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대충 재희의 생각으로는 자신만의 색으로 물들이기 쉽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저, 정말요?“
"그럼. 여기서 네가 처음으로 처녀였어.“
몇 명은 처녀와 같은 여자가 있긴 했는데 이미 그녀들은 튜토리얼에서 잔뜩 범해진지 오래였다. 그래도 일단 박기 시작하면 처녀처럼 쪼여오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는데 처녀를 직접 뚫지 않았으니 아쉬울 수밖에.
"헤, 헤헤......“
기쁘다. 이거 잘하면 아카데미 교관 중에 가장 인기가 많고 능력도 출중한 그녀의 애첩이 될 수도 있으니 기쁨이 밀려왔다.
"처녀는 내일 뚫자. 오늘은 집에 두고 왔거든.“
"......“
역시 그거일까. 어제 샤워실로 가다가 우연히도 재희가 여성끼리 할 때 사용하는 성인기구를 음부에 달고 걸레를 범했던 그 기구를 말이다. 문득 겁이 났다. 남자들의 평균 사이즈는 길이가 13, 둘레가 11이었는데. 재희가 가지고 있던 기구는 그보다 세 배는 커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래도 그걸 받아내면 아카데미를 수료할 때까지 남들과 달리 놀고 먹고 잘 수 있으니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네, 네......“
"그래. 그래.“
안심하라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지우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왔다. 이건... 공포로 인해서가 아니었다. 믿기지는 않는데 설마 자신이 여자에게 이런 감정을 품게 되다니. 믿기 어려웠는데 확실한 증거가 이렇게 떡 하니 있으니 더는 부정할 수가 없었다.
'아아... 나 레즈였나 봐.‘
남자들은 귀찮은 존재, 어떨 때는 몸을 팔아서 자신이 편하게 남은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는 존재로만 인식했었는데 그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자신은 여자를 좋아하니까. 남자를 연애 대상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