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128 아카데미 교관
오늘은 드디어 아카데미 교관으로서 활동하는 날이었다. 얼마 뒤에 있을 색깔 등급의 게임인 단체전에 게임 측에서는 역시나. 재희의 의사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참가 신청을 넣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미 3개월 치 교관 일을 하게 되어 게임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 때문인지. 게임 측에서 귀찮을 정도로 심부름꾼을 보내 어서 교관을 그만두라고 재촉하였지만 무시한 채, 결국은 교관을 하게 되어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이 좋았다.
"흥흥흥~!“
이른 아침, 재희의 빚을 갚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헤븐에서 할 만한 일을 찾아 출근한 그녀들을 배웅하고, 8시 반이 되어서야 지희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있었다.
"엄마. 기분 좋아 보여.“
"아아. 좋지. 너무 좋지~!“
1조라는 빚을 생각하면 앞길이 어찌나 어두컴컴한지. 그러나 빚을 생각하지 않고 3개월간 뒹굴뒹굴 놀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재희는 자신의 옆에서 따라 걷고 있는 지희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그나저나. 지희야.“
"웅?“
"학예회 준비는 잘 되고 있어?“
"응! 엄마한테 보여주려고 엄청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
"그래그래. 어서 빨리 보고 싶네.“
아마 2주 뒤에 지희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에서 학예회라는 큰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었다. 하나뿐이고 사랑스러운 지희가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들과 자신을 위해 율동을 한다는데. 안 갈 수나 있겠는가. 얼마나 귀여울지. 이 작은 몸으로, 아기자기한 손과 발로 열심히 연습했던 춤을 추는 모습을 반드시 캠코더에 담아 죽을 때까지 보겠노라. 재희는 다짐했다.
"엄마! 고생하세요!“
"응~! 알았어~!“
어느새 유치원에 도착하였고, 재희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준 아이들 부모들의 시선이 은발의 모녀에게 집중되었다. 심지어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잘 모를 아이들까지. 침을 뚝뚝 흘려대며 바라보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 속에서 둘은 태연하게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고선 헤어졌다.
여느 때와 달리 무척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이나 뒤를 돌아본 뒤에야 재희는 아카데미로 발걸음을 옮길 수가 있었다. 그렇게 연예인이라도 본 것 마냥 따라붙는 시선과 걸어오는 말을 무시하며 아카데미에 무사히 도착할 수가 있었다. 참고로 뉴비들이 오는 시간은 내일이다.
"이야. 편하네.“
다른 신입 교관들은 등급이 낮기에 며칠 전부터 교관 교육을 받지만, 헤븐에 얼마 없는 색깔 등급인 재희에겐 그딴 교육 따윈 필요가 없었다. 그저 받으려면 받고, 훈련 시키려면 시키는 거의 권력가 집안의 자제가 편하게 군복무를 하는 기분이었다. 뭐, 이 혜택도 온전히 재희의 노력에 의해 따라붙은 거니 미안한 마음을 가질 이유 따윈 없었다.
"아...! 재, 재희 님. 어서 오세요!“
건물 안으로 들어가 사무실로 향하자 교관 제복을 입은 한 여자가 존경어린 시선으로 재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재희님?"
뭐, 뭐? 재희님? 그건 또 뭐야. 네가 뭔데 존칭을 붙이는 거야?
"저희... 혹시 예전에 본 사이인가요?“
처음 본 사람이라면 씨를 붙이는 게 일방적이지 님이라는 단어는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붙이질 않을 것이다. 그래서 혹시. 재희는 기억나지는 않는데 재희가 과거에 이 여자에게 님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도움을 줬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물어보지만.
"아니요. 처음 봐요. 정확하게는 재희님께서 저를 처음 보겠지만 전 멀리서 자주 봐왔답니다. 꺄아~! 말했어! 어떡해!“
"......“
이상한 애네. 그러니 괜히 말을 섞어 보았다가 귀찮음만 증폭될 것 같아 넘어가기로 한다.
"아, 참. 재희님. 여기. 제복입니다.“
"......?“
어라. 쓰리사이즈를 알려줬던가? 재희는 의문이 들었다.
"민정 씨에게 들어놔서 주문제작이 수월했습니다.“
"그래? 그럼 맞겠네.“
임의로 치수를 정해 제작한 게 아니라 민정이가 알려주었다면 충분히 가능할 노릇.
"탈의실은......?“
"여, 여기는 저희밖에 없습니다!“
"탈의실은.“
"아......“
초롱초롱하고 욕망이 가득 담겨 어서 갈아입을 것을 요구하는 듯한 눈빛이라 탈의실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보니 그녀는 다급히 여기는 자신과 재희 단 둘뿐이라며, 어차피 같은 여자니 상관없이 않으냐고 말해보는데 어림도 없다.
"저 방이 비었으니. 저기서 갈아입으시면 돼요......“
아쉬운 탄식을 흘려대며 그녀는 문이 굳게 닫혀있는 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재희는 곧장 그 방으로 들어가 제복으로 갈아입어 보았다.
"씁... 새 옷이라 그런지 조금 그러네.“
간단한 티셔츠도 아니고 각이 잡혀있는 제복이라 그런지 딱딱한 맛이 있어 착용감이 너무 별로였다. 한 달은 족히 입어야 각이 풀려서 입을만해 지겠는데. 이거 왠지 교복을 처음 사서 입는 그런 기분이었다.
"아......“
불편하기 짝이 없는 옷을 만지작거리며 방을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자의 시선이 재희에게 닿았고. 그녀는 순간 말문을 잃으며 넋을 놓고 재희를 바라보았다.
"어때요? 괜찮나요?“
저 방은 탈의실의 용도로 쓰는 게 아닌지 거울이 없어서 제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이 어떠한지 영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뭐, 본판이 이런데 어떤 옷을 입어도 완벽하지 않을까.
"저기요?“
물어보았는데 말이 없네. 다가가서 몸을 툭 건들자 그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힉?!“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주저앉은 그녀라 순간 세 개 쳤나? 정말 살살 툭 건든 것 같은데 보기와는 달리 꽤 강하며, 그녀가 버티지 못할 정도로 힘이 쥐어졌나 하고 혼란스러워지고.
"괜찮아요?“
"......“
주저앉아서는 고개만 들어 재희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를 향해 손을 뻗자. 다시금 딱딱하게 몸을 굳혔다.
"흐음. 어떻길래 그래?“
익숙한 반응. 남자든 여자든 재희의 앞에만 서면 대부분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처음 본 사이도 아니고. 기분은 묘하지만 재희라는 아이돌을 졸졸졸 따라다니며 팬을 자쳐하는 무리 중에 한 명이지 않을까. 그럼 외모에 어느 정도 익숙할 텐데도 이런 반응이니 제복 입은 자신의 모습이란 궁금할 따름이다.
"마침 있네.“
석상이 되어버린 여자를 내버려 둔 채, 재희는 주위를 살펴 거울을 하나 찾았다. 전신을 보기에는 정말 작은데 그래도 상체 정도는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오. 괜찮네?“
거울을 통해 비치는 자신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안 그래도 예쁜데 코스프레를 한 것만 같아 더더욱 매력이 폭발하며 음심까지 피어오른다. 아마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저녁은 그대로 패스하고, 지희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에 다음날까지 밤새도록 강간을 당하지 않을까. 응응. 그러고도 남겠다.
"핫?!“
눈앞에 여신의 얼굴이 사라지자 제정신을 차린 그녀.
"죄, 죄송합니다! 너, 너무 아름다우셔서 잠시 넋을 놓았습니다!“
"네네. 괜찮아요.“
고작 그런 일 따위로 허리를 90도로 접으며 사과할 필요는 없는데. 그리고.
'내가 이렇게나 이쁜데 이해할 수밖에 없지.‘
나르시시즘에 걸리지 않는 게 이상했다. 거기다가 남자였다면 노발대발 화를 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는데 여자가. 그것도 평타 이상을 치는 귀여운 여자가 그러니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제가 할 건 뭐 있나요?“
"아니요! 재희님께서는 할 건 없습니다! 그저 저희에게 시키시기만 하면 됩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나요?"
"네!“
색깔 등급을 가진 엄청난 존재가 굳이 뉴비 따위를 훈련시킨다는 선택지부터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아래 것들이 알아서 해야 하는 것. 애초에 일을 시킬 수조차 없었다. 그야 그럴 것이 색깔 등급이면 헤븐에서의 권력이 엄청나기에 게임에서나 안전지대인 헤븐에서나 언제 어디서든 충분히 괴롭힐 수가 있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건드리지만 않으면 터지지 않는 폭탄인데 건드리는 순간 오직 건드린 사람에게만 쏟아지는 핵폭탄과 같았다. 대항할 방법?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등급을 열심히 올리면 되는데 색깔 등급은 말 그래도 천상계인지라 선택받은 자들만이 갈 수 있어서 노력 하나만으로는 절대 올라갈 수 없으니 최대한 굽혀야만 한다.
그리고 아무리 자진 지원으로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고 한들. 재희가 원하지 않으면 절대로 교관 일 따위는 시켜서는 안 되었다. 심지어 교관들은 교육생들이 졸업하기 전까지 아카데미에서 먹고 자고 싸고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만 재희에겐 해당하지 않았다. 집에 가고 싶다? 훈련 도중 집에 가면 되고, 오늘은 집에 있고 싶거나 그냥 안 가고 싶다면 월급 루팡이 돼서 출근 안 하면 된다.
"나중에 뭘 하고 싶으시다면 적절한 선에서는 모두 허용이 되니 다 하셔도 됩니다!“
네가 하고 싶은 건 다 해! 하고 말하는 표정으로 당당히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미소가 그려졌다. 이, 이 얼마나 꿈의 직장 그 자체란 말인가. 빚만 없다면 충분하고도 남을 돈이 꼬박꼬박 나오면서도 일도 하지 않아도 된다니. 좋아... 너무 좋아!
"하하. 그거 좋네.“
"와아.......“
크게 웃음을 터뜨리니 그녀는 또 넋을 잃었다.
'다 해도 된다면. 우선......‘
"꺄악?!“
재희와 마찬가지로 제복을 입은 그녀의 몸을 밀어 벽에 등을 닿게 만들고 머리 옆에 손을 짚었다.
'뭐, 뭐어어얏?!‘
밑도 끝도 없이 벽치기라니. 존경하는 사람이자 덕질하는 사람이 이러니 가슴은 미칠 듯이 쿵쾅거리며 얼굴은 새빨갛게 붉어졌다.
"이름이 뭐야?“
"이, 이름이요?“
"그래.“
"박초롱... 이예요.“
"초롱이? 이름 귀엽네.“
"으으읏......!“
싱긋 웃어주면서 볼을 쓰다듬자 초롱이의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로 헤집어지기 시작했다.
'재, 재희님은 레즈라 했지. 그, 그럼 나에게 관심이?‘
예전에는 초월적인 미모에 홀려 구애를 하던 남자들은 재희가 사실 레즈라는 사실에 거의 다 떨어져 나갔다. 그런데 그때의 상황과 반대로 이제는 재희가 좋아하는 성별. 여자들이 재희에게 구애를 하는 상황이었다. 현재 그녀의 애인들은 하나같이 모두가 엄청난 미인이고, 다가가는 여자들도 그보다는 못하지만 예쁘기로 소문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녀들과는 달리 박초롱은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긴 해도 비벼볼 수준이 안되어 이렇듯. 덕질을 하고 다녔는데. 그리고 망상 속으로만 재희의 눈에 밟혀 이렇고 저런 상스러운 짓을 했었는데.
"우읍...?! 우으.......“
생각한 게 맞았는지 재희의 입맞춤이 시작되었다. 이곳에 갇히면서 강간을 당하기도 하고, 초롱이가 원해서 섹스를 하기도 했는데 이처럼 기분 좋은 키스는 생전 처음이라 확신할 수가 있었다.
'재희님의 냄새... 너무 좋아.;
여태껏 맡아보지 못했던 향기가 코를 찌르니 눈이 핑 돌며 현실을 부정할 것만 같았다. 이건 꿈이라고, 현실 같은 수준으로 망상이 가능한 경지에 도달한 게 아니냐며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하으읏......!“
아담한 가슴을 움켜쥐며 거칠게 주무르며 바지 속으로 손이 들어갔다.
'아아. 어제 귀찮아서 안 씻었는데!‘
얼굴은 아침에 씻었어도 몸은 아니었다. 어제 새로 온 교관들의 교육을 맡았는데 하필이면 말을 더럽게 안 듣는 등급 높은 새끼들뿐이라 힘들어도 너무 힘들었다. 그렇기에 교육이 끝나자마자 제복을 벗지도 못한 채, 피로를 이겨내지 못하고 죽은 듯이 엎어져 자지 않았던가. 초롱이는 음부 사이에 들어온 재희의 손을 차마 쳐내지 못했다.
"벌려.“"으으으......“냄새 많이 날 텐데. 너무 부끄러운데. 재희가 벌리라고 말하니 그녀의 손이 수월하게 파고들지 못하도록 오므려져 있던 허벅지가 서서히 양옆으로 벌어져갔다.
"잘했어.“
칭찬과 함께 멈추었던 키스는 다시 이어졌다.
"읏!“
어느새 상의와 속의 와이셔츠, 그리고 브래지어까지 벗겨져 올곧게 발기해 있는 유두가 드러냈다. 그런 유두를. 엄지와 검지에 넣어 강하게 꼬집으니 아플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이유를 알지 못하게 기분이 좋았다.
"하아앙.....!“
음부를 파고들었던 손가락이 질 안으로 들어오자 신음성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내뱉어 버렸다.
찔꺽찔꺽.
"하윽! 윽...! 후아앙.. 앙!“
두 손가락이 갈고리를 만들어 질벽을 사정없이 긁어대니 쾌감이 상당하였다. 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며 두 다리는 이제 서 있긴 무리인지 부들부들 떨려오기까지 했다.
"가, 가요. 갈 것 같아요!“
너무 빠른 오르가즘. 혹시 음탕한 년이라 생각한 게 아닐까. 손가락 두 개로 이렇게나 느껴버리는 변태라고 오해하면 정말 죽을 것 같이 창피할 것이다.
"괜찮으니까 가도 돼.“
"아, 아아......!“
물이 꽤 많은 편이라 여기서 가 버리면 속옷과 바지가 젖어서 못 쓰게 되니 안 되는데. 절대 안 되는데 절정하고 싶은 욕망이 이미 전신을 사로잡아 인질로 삼고 있어서 옷 버린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재희의 손가락에 의해 오르가즘을 느끼며 애액을 마구 뿜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