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4화 〉114 휴가 (114/140)



〈 114화 〉114 휴가

제목: 뺵구 정지먹음. ㅋㅋㅋㅋ

글쓴이: ㅅㅅ


경쟁 상대가 적은 평일 낮에 방송하는 미친놈인데 오늘 아무 여자나 붙잡고 고백하는 콘텐츠를 하다가 제대로 된 미친... 음, 아니 외모가 미친 깡패인 여자한테 헌팅했다가 대차게 차였음.

근데 목소리가 자지러짐. ㅈㄴ 귀를 울리더라. 그래서 몇 명이 얼굴 공개 미션을 걸어서 빽구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어본  같은데. 허락이 떨어져서 곧장 얼굴 비춤.

역시나. 예쁜 목소리랑 어울리게 얼굴이 장난이 아니더라. 순간 여신 강림한 줄. 개예쁨.

(재희의 외모 클립.jpg)


봐봐. 미쳤지? 그런데 옆에 있던 여자보고 친구냐고 빽구가 물었는데  집이래. 엌ㅋㅋㅋㅋ. 빽구나 사람들이나  농담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여자를 품에 안고 가슴을 주무르고, 미니스커트를 살짝 들어 올려서는 안에다가 손을 넣더라 ㅋㅋㅋㅋ 산음소리도 났었음.

빽구는 물론이고 시청자들, 그리고 나까지도 얼탔다. ㄹㅇ. 그리고 얼마 안 있고 빽구 방송 종료됩. 상황파악 끝낸 빽구가 공지 올렸는데 정지 30일 처먹었대. 시발ㅋㅋㅋ ㅈㄴ 웃기네.

(댓글 목록)

ㅡ 와. 인간 맞음? 개예쁘네. 근데 가슴 주무르는 사진은 없냐?
 (작성자) 있는데 안 올릴 거. 나만 볼거임.
ㄴ 시발. 좀 주라. 좋은 건 같이 봐야지.
ㄴ 응. ㄲㅈ.

ㅡ 은발 여자 얼굴을 손으로 가리면 옆의 여자도 진짜 예쁜데  가리면 오징어되네. ㄹㅇ 얼굴 깡패다.
ㄴ ㅇㅈㅇㅈ. 사람 맞냐 솔직히.
ㄴ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밟히고 싶다.

ㅡ 연예인 아님?
 찾아봤는데 없더라. 연예인이나 방송인도 아니고 SNS조차 안 하는 듯.
ㄴ 아... 방송하면 적금 깨고  퍼부을 텐데.
ㄴ 얼마 있냐 짜샤. 백은 됩? 닥치고 돈이나 모아라.
ㄴ ㄴㄱㅁ.
ㄴ 응 ㄴㄱㅁ 반사.

 오늘도 일반인 되는 건 힘드네.


커뮤티니 사이트는 한 마디로 난리가 난 상태였다. 카메라에 얼굴만 비추고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몇 시간 동안 방송을  변태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거기서 좆 집이라 불린 여자의 몸을 대놓고 더듬었으며 신음까지 났다? 당연히 논란이 안 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현재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당사자는.


"그만 삐져있고 어서 먹어.“
"......"

그 방송 덕에 재희의 공식 좆 집이 되어버린 그녀는 노릇노릇 잘 익어있는 비싼 한우를 앞에 두고도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는 그녀를 향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다.

"어떻게... 어떻게 그래요.  이제 얼굴 못 들고 다녀요. 친구들도 못 만날 거란 말이에요!"

울먹이며 따지듯이 재희를 향해 소리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을 보니 솟구쳤던 분노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렇기에 이렇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재희의 얼굴을 보지 않은 채로 따져 묻고 있었다.


"뭐. 미안해.“


이이익! 사람 인생을 망쳐놓고 하는 말이 어마 무시한 가격을 자랑하는  플러스 급 한우와 사과의  마디로 용서될 줄 아는 건가?!
질겅질겅.

왜인지 모르게 용서하고 싶어졌다. 고기를 입에 넣고 마구 씹어대자 모래 알갱이처럼 사르륵 부서지는 게 입을 즐겁게 만들었으며 밥만 먹고 바로 헤어질 것만 같았는데 이걸 계기로 접점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차라리 진짜 좆 집이 되어서 평생을 함께할까나. 이미 그렇게 방송이 나갔으니 다가오는 남자들 모두 하나같이 전부 자신을 이용해 재희와 만남을 얻으려는 검은 속을 가졌을  분명할 것이다.

그러니 정상적인 남자를  번 다시 만나지도 못해 평생 독신으로 살아갈 텐데. 그럴 바에는 정말로 재희의 좆 집이 되어서 죽을 때까지 함께 해도 되지 않으려나...? 인생을 재희 때문에 망했는데 빌붙어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이는 고아원에서 반드시 여자아이로 입양하고, 그야 그럴 것이 재희라면 갓 태어난 아이를 길러도 그 아이가 남자인 이상 성장하면 할수록 재희를 보고 욕정할 테니까. 응응! 응... 여자라도 같을 것 같기도 하네.

"이름이 뭐에요?“
"이름?“
"네. 이름이요.“
"윤재희.“

숨길 필요는 없지. 어차피 6일 뒤면 다시 바깥세상을 구경도 하지 못할 게임 안으로 들어가야 할 거니.

"나이는요?“
"스물 한...  살.“
"에...? 에에엣?! 고작 스물두 살이었어?! 거짓말!“

어릴  같긴 해도 분위기가 사뭇 어른스러워 보여 대충 어림잡으면 한 20대 중반에서 후반일  같았다. 그런데 고작 스물두 살...? 스물두 살?! 어떻게 이리도 의젓할 수가 있지? 이제 막 30줄을 넘어 서른한 살이 된 그녀로서는 경악할만한 일이었다. 그러면... 새파랗게 젊은 9살 연하에게, 그것도 같은 여자에게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범해져서 기절했다는 거야? 아! 창피하게.


"전... 아니, 나는 박윤아야. 서른한 살이고. 반말해도 되지? 내가 나이가 더 많으니까?"
"ㅇㅇ“
"우으! 너무 성의 없어!“


이름을 알려주든, 나이를 알려주든, 반말하든,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이 재희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로 노릇노릇  구워진 고기를 쌈에 싸서 입에 넣자 박윤아는 입을 삐쭉 내밀며 소리쳤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안 먹을 거야?“
"아니... 먹을 거야.“
"많이 먹어. 사줄 테니까.“
"흥...! 그렇게  안 해도 빈털터리 되도록 많이 먹을 거다 뭐!"

그래그래. 많이 먹어도 돼.  걱정은 하지 말고. 왠지 좋아하면서 쌀쌀맞게 대하는 듯한 서른 살 먹은 소녀줌마를 보는 듯한 기분에 입가에 미소가 자연스럽게 걸려왔다.

"......“
"응?“

그녀의 미소를 본 박윤아는 젓가락과 젓가락 사이에 집어져 있던 고기까지 떨어뜨리며 희미한 웃음을 짓고 있는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랑... 해. 나랑 결혼해 줘. 재희야.“


이 감정이 사랑이란 건 인지하고는 있었어도 그저 그것뿐이었다. 솔직한 마음으로서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결혼에 골인하여 아이를 입양해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망상까지 끝마쳐 있지만, 현실이 될 리 만무했다고 박윤아는 판단하였고, 애인이 아니더라도 단순한 친구사이로, 섹스 프렌드로 남고 싶었다. 그러나 처음 본 재희의 웃는 얼굴에.


'예뻐... 너무 예뻐어어.....!‘

다시 한번 더 반한 것으로 모자라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결혼하고 싶었다. 놓치거나 말을 하지도 못하고 헤어지면 땅을 치고 후회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원래 박윤아는 결혼할 마음이 없었다. 생각으로는  많고 잘생긴 남자를 꼬셔서 편안한 삶을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되면 좋을까 하는 황당한 망상은 수차례 했어도 실제로 창녀 짓을 하는 그녀에게 그런 남자가 찾아올 리 없으니 헛된 바람일 뿐이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혼자서 살아오면서 외롭다는 생각은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렸고, 굳이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예 없어지다시피 했는데. 재희를 처음 만나고, 상상할  없는 쾌감에 허우적대다가 기절까지 하며 저 사기적인 얼굴로 웃는 모습까지 보았는데 어찌 사랑하지 않겠는가. 동성의 나이 많은 할머니조차 재희라면 사랑에 빠진 소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빼앗기기 전에, 다른 여자에게 눈길이 꽂히기 전에 선수를 쳐야만 했다! 애인이 한 명도 아니라 여러 명이며, 그것도 박윤아와 비교도 되지 않을 예쁜 여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다짜고짜 결혼하자는 말을 던졌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고기나 먹어.“
"이상한 소리가 아니야! 진짜로... 진짜로 좋아해. 너도 여자 좋아하잖아?  입으로 이런 말 하긴 조금 껄끄럽지만  엄청 예쁘다고, 고백도 많이 받았고, 사귀던 남자에게 프로포즈도 엄청 받았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가 진짜 잘할게. 결혼해줘.“
"하아......“


진심으로 보이는 듯한 반응에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리고 이미 난 재희의 좆... 집이잖아? 재희가 적당해 예뻐야지. 워낙 예쁜데 전국은 물론이고 세계에  사실이 알려지는 건 순식간이란 말이야!  책임 줘져!“

일을 벌인 건 재희였다. 얼떨결에 재희의 좆 집이 되었고, 조금만 있으면 재희의  집인 박윤아를 알아보는 사람들로 주위가 꽉 채워질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나이와 관계없이 그 사실이 입에 오고 내리면 언젠가는 박윤아의 가족에게까지 전해질 터. 책임져야지.  집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재희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책임을 져야 했다. 예를 들면 결혼으로... 헤, 헤헤헷.


재희가 부자로 보이니까 대충 2층짜리 저택을 하나 사서 여유가 되는 만큼 아이들을 입양하여 알콩달콩하게 사는 게 좋아 보인다. 아이들이 충분히 뛰어놀 정도로 넓은 마당에 잉어들이 가득한 연못도 넣고, 나무도 심고, 예쁜 꽃들로 가득한 화단까지. 마지막 장식은 당연지사 웃으며 손을 흔드는 재희였다. 생각만 해도 기쁘기 그지없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재희는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전화를 걸었다.


[잘 지내고 있느냐?]
"예. 그쪽 망할 배려에  지내고 있습니다.“
[허허. 의도를 안 것 같구나. 역시 재희라고나 할까.]


그녀의 빗 말에 레이건 박사는 무슨 생각으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특별 휴가를 주었는지 재희가 알아차린 것 같아 낄낄 웃음을 흘려버렸다.

[그래서 무슨 일이고?]
"제가 개인 방송에 나와서 얼굴이 팔렸습니다.“
[... 무슨 짓을 하다가?]
"그냥 귀찮게 굴어서  번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뒤늦게 상황을 인지하고 연락을 드린 겁니다.“
[으음... 어디보자. 엉? 헌팅...?  나쁘게 네가 걸렸나 보구나.]

전화를 하면서 무슨 일인지 찾아본 듯. 레이건 박사는 아끼고  아끼는 손녀에게 벌레가 살짝 꼬였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그래. 내가 어찌 해 보마. 근데. 옆의 여자는 아는 사이인가?]
"그렇다고 해 두죠.“[오냐.  정리해 두지. 걱정 말거라.]
"예.“
[그나저나. 가족들......]


뚝.

말을  듣을 가치도 없으니 전화를 끊은 재희는 여전히 망상에 푹 빠져있는 박윤아를 바라보았다.

"이제 괜찮을 거야.“
"으응...? 뭐가?“"정리했어.“"정리?“
"인터넷 들어가 봐.“무슨 말인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일단 재희가 시키는 대로 박윤아는 스마트폰을 꺼내 재희와 자신에게 관련된 글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괜찮다는 저 말처럼 정말로 둘과 관련된 글이 전부 사라진 게 아닌가?
"아......“
이래서는 좆 집이 되어버려 인생이 망했다면서 책임지라고 빌붙을 수도 없는데.....?!

'그렇... 겠지.‘

재희라면 자신보다 더 예쁜 여자들을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을 한꺼번에 만날 수도 있을 정도로 예쁜 데다가 돈도 많은데 보잘것없이 몸이나 파는 창녀 따위에게 눈길이 갈 리가 있겠는가. 말도 안 되는 희망 사항이었다. 박윤아는 다 끝났다며 눈물을 보이며 고개를 툭 떨어뜨렸다.

"이제는 몸 팔지 말고 번뜻한 직장을 얻어.“
".......“
"지금이라면 좋겠지. 근데 나중에 가면 후회하는 건 너 뿐이야.“


알지. 박윤아는 다 알고 있었다. 몸을 파는 것에 대한 부작용쯤은 알고는 있는데 '한  사는 인생을 왜 힘들게 사는 거야. 왜 쉬운 길을 두고 힘들게 미래를 보며 사는 거야? 지금 이순간이 얼마나 중요한데.' 라고 말하며 창녀 짓을 긍정적으로 생각했었다. 그녀의 삶을 아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들었어도 비웃으며 한 귀로 흘려버렸는데 재희가 말하니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다.


"또 모르지. 네가 당당하게 부모님의 앞에 서도 창피함을 느끼지 않고,  앞에서도 당당해지면 마음이 변할지는.“
"...! 그, 그 말은?“
"알아서 생각해.“

배도 찼겠다 재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번쩍이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박윤아를 두고 가게를 나왔다. 참고로 여기 고깃집은 선 불이라 계산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쯧... 쓸데없는 참견이었네.“


일면식도 한  하지 않은 하룻밤의 상대인데. 괜한 참견이었나? 그래도 서른 살이나 먹고 직장도 없이 몸을 팔고 다니는 게 한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여 희망을 주었다. 남들 앞에 서도 당당하게 허리를   있는 삶을 살게 되면 뒤늦게나마 자신의 마음이 바뀌어서 그녀와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는 말로서 말이다.


"알아서 잘하겠지. 뭐.“


그럴 생각은 없었다. 눈이 높아져도 너무 높아진 재희에겐 하룻밤의 상대가 될지언정 평생을 함께할 사이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자를 무척 좋아하는 재희가 고작 몸을  번 섞었다고 아무 여자에게나 사랑에 빠지는 호구가 아니었다.

"이제 가볼까?“


오늘은 애인들의 가족에 대해 알아보기로 계획한 날이었다. 생각 외로 늦게 출발하긴 했어도 그녀들이 기억하는 집과는 많이 떨어져 있지 않아 오늘 하루를 잽싸게 돌아다닌다면 다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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