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3화 〉113 휴가 (113/140)



〈 113화 〉113 휴가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가 가득했다. 지금이  시지? 많이 잔 건가...? 그녀는 지끈지끈 아파져 오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밤새도록 박혔던 보지, 질벽, 자궁의 통증에 빈약한 비명을 내지르며 다시 침대 위로 쓰러졌다.

"아파... 대체 얼마나 박아댄 거야.....?“

처녀를 잃었을 때는 살짝 불편함 감이 있었긴 해도 고통은 없었다. 여태까지 몸을 팔면서 크다는 자지에게 돈을 위해서라면 다 박혀봤는데도 이런 고통을 아침에 느낀 적이 없었거늘. 살며시 손을 가져가 보지를 만지자 어제 싸질러놓고 치우지 못했던 정액이 흥건했다. 딱딱하게 굳은 것도 있었고, 아직 활발하게 굳지 않고 액체로 돌아다니는 것들도 있었다.

"으으... 부었잖아?"


계속해서 느껴지는 통증은 거짓이 아닌 건지. 손이 닿자 몸은 아프다며 아우성을 치었다.


꿀럭꿀럭.


배에 살짝 힘을 주니 여전히 속에 가득한 정액들이 꿀럭거리며 바깥으로 터져나왔다.


"갔나.....?“


이 커다란 침대 위에는 오직 그녀만이 존재했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당사자. 남녀노소 상관없이 얼굴 하나만으로 꼬시는 게 가능할 법한 여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마치 어젯밤의 신기루처럼. 만약 통증이 없었더라면 꿈이라 해도 무방했을 것이다.


"끄으으응.....!“

갔더라면 이대로 다시 잠에 빠질 수는 없는 노릇. 그야 그럴 것이 단순 모텔이었다면  포기한 채 요금이 추가되더라도 푹 쉰 뒤에 나갔을 것이지만 여긴 모텔이 아니라 호텔이었다. 그것도 비싼 호텔... 재희가 그녀를 생각해서 추가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그냥 나갔더라면 추가된 시간을 자신의 돈으로 메꾸어야 했다. 얼마인지는 잘 모르는데 어제 힘들게 벌었던 돈의 절반 가까이 희생될 가능성이 무척 컸다.


"아아. 안 되겠어.  움직이겠단 말이야! 우으.“


어렸을 적부터 예쁘장한 외모 덕에 힘든 일은 전부 다른 이들이 해 주었고, 배려도 많이 받아 이렇게나 아픈 고통을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니 명령을 내려도 제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망할 몸뚱이와 끊임없이 찾아오는 고통에 힘들게 번 돈이 날아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

"뭐해. 일어났으면 나와. 나가게.“
"화아아.“


많이 쉬었음에도 방에서 나올 생각은 하지 않고 혼잣말만 해대는 그녀 때문에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재희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활짝 열려있는 문틈에 등을 기댄 채 언제까지 누워만 있을 거냐고 추궁하는 듯한 표정과 말, 그런 재희를 보고 역시 꿈이 아니었는지 너무나도 아름다운 얼굴이 넋을 잃은 그녀는 얼타기 시작하였다.

"뭐, 네가 여기에 있을 거라면 상관하지 않을 건데. 여기 꽤 비싸더라? 하룻밤에 50을 줬으니까. 알아서 해."
".....!“

눈이 번쩍 뜨인다. 오, 오십...? 말도 안 돼! 그 정도면 진짜 재희에게 받은 세 배의 돈이 절반 가까이나 사라지는 게 아닌가? 모텔과 달리 호텔은 몇 시간 동안 대여할 수도 없으니 무조건 하루를 빌려야  텐데!


"이제 10분 남았네.“
"가, 갈 거예요!“

마음대로 하라는 뜻에서 돌아서서 모습을 감추자 그녀는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도중에 아윽 하며 신음을 하였지만 오십... 소중한 오십만 원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까짓 고통 따위. 참을만 하......


"아파앙!“


침대에서 벗어나긴 했는데 힘을 잃고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그래도 포기할  없는 노릇. 나가야만 했다. 주저앉아도 방 밖에서 주저앉아야지 포기한 채 여기서 쓰러진다면 기껏 두툼해진 지갑은 단기간 다이어트에 예쁜 몸매가 되는  아니라 홀쭉하게 말라비틀어질 것이다.

"끄으응!“


인간은 가끔. 위급한 순간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녀에겐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위급한 순간이니 평소와 다른 집념에 가득한 표정으로 후들거리는 다리에 채찍질해대며 일어나 벽을 짚었다.

"하악.. 학... 가, 가요. 저 여기 안 있을 거예요!“

지갑에 여유가 있을 때만 사치를 부려야지. 그것도 적당한 사치를. 고작 하루의 사치 때문에 돈을 날리는  용납하지 못한다!

"그래. 가자.“
"네, 네에.“


그녀를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재희가 손을 내밀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상태로 재희의 손을 붙잡았다.


'아... 부드러워.‘


같은 여자의 손인데 어찌나 부드러운지. 그리고 자신의 손보다는 조금   보여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 이젠 레즈비언이  걸 까나?‘

사랑... 그래. 이 감정은 사랑이었다. 자꾸만 재희의 얼굴에 눈이 가고 입을 맞추고 싶으며, 끊이질 않는 가혹한 섹스에도 재희가 부탁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몸을 내어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당연지사 사랑이 확실해 보였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동성애자는 잘못된 성 관념이라 생각했거늘. 잘못된 건 자기 자신이란 것을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둘은 손을 맞잡고 호텔을 나왔다.

해가 하늘 높이 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12시쯤 되어 보인다.  증거로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밖은 점심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으니.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은발과 적 안을 지닌 엄청나게 아름다운 여자의 손에 이끌려가는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외모는 예쁘다고 말할 수 있는데 재희의 옆에 서니 오징어밖에 더 되지 않았다. 아무튼.

굳이 손을 계속 잡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일단 재희는 인제 그만 맞잡은 손을 풀려고 하는데 뒤에 이끌려서 걷고 있는 그녀가 손을 놓치기 싫다는 듯이 꽉 붙들어 매었으니. 이미 애인이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있는 몸인데 고작 그런 이유로 잡는 게 말이나 될까.  다른 이유로는 어젯밤에 재희의 욕망대로 그녀를 범한 탓에 걸음걸이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걷기 힘든지 걸음 속도가 무척 느렸으며, 몸도 꼿꼿이 세우지 못한 구부정한 자세였고, 무엇보다 걸을 때마다 통증이란 것이 몸을 괴롭히는지 조금씩 걸음이 멈추어 고통을 호소하였다. 비쓰온 게임 내에서 만나는 참가자들과 달리 그녀는 평범한 일반인이었고, 나쁜 마음을 품고 있지도 않아 못살게  이유도 없었다. 잔혹한 본성이 여자가 됨에 따라 깨어났다고 해도 일반인에게까지 성욕을 제외한 그 본성을 보이지 않는다.


"저기... 우리 어디 가요?“


손을 놓지 않는 건 그녀이긴 한데 그렇다고 손을 맞잡은 상태로 걸음을 옮기는 것으로 보아 어딘가로 향하는  분명하였다.

"밥 먹으러.“
"밥 이요?“
"그래. 사 줄게.“


정확하게는 레이건 박사가 사는 거지만.


"감사합니다......“

헿... 조금이나마 더 함께 있고 싶었는데 재희 쪽에서 같이 밥을 먹자 하니 기쁨이 밀려왔다.


"뭐 먹을래.“

마땅히 만날 사람도 없고  것도 딱히 없는지라 어제 처음 만난 그녀와 함께 외롭지 않도록 밥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먹을지. 딱히 모르겠는 재희였다. 애초에 비쓰온 게임에 납치당하기 전만 하더라도 알바를 하면서 편의점에서 간편한 식품을 사 먹는 게 끝이어서 편의점 음식과 급식 대신에  먹어야 하는 건지 모르고 있었다. 솔직히 블랙 카드를 받아놓고 점심으로 삼각김밥은 아니지 않는가.

'음... 호텔에서 먹고 올 걸 그랬나?‘


왜 이렇게 도망치듯 호텔에서 나왔을까. 그건 바로 정액 범벅인 침대 때문이었다. 어차피 돈으로 고용한 창녀이니 인정사정 보지 않고 범한 다음 재희까지 지쳐서 쓰러졌다. 그리곤 늦은 오전에 일어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카운터에 연락을 넣었다. 이건 도저히 손빨래로 할 게 아니라서.

그랬더니 카운터에서는 괜찮다며,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면서 시간이 거의 다 되었으니 체크인이나 하라더라.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도망치듯 나왔지. 기껏 돈 걱정하지 않고 써도 되는 블랙 카드를 고급 음식에다 사용하지도 못하고.


"아아앗....?! 저.  봉투를 안 가져온 것 같은데요?“


하룻밤 몸을 사용한 대가로 세 배나 불려서 받은 돈이 들어있는 봉투를 호텔에 두고 온 듯 하다.

"그건 내가 네 가방에 넣어놨어.“"아! 정말이다. 감사합니다.“"별  아니야.“


왠지 이럴 거 같아서 미리 그녀의 가방에다 돈 봉투를 넣어 두었다. 그나저나. 무얼 먹어야 하지. 이 여자도 딱히 당기는 건 없는지 그저 재희의 발걸음에 맞춰 졸졸졸 따라올 뿐이었다. 뭐... 언젠가는 눈에 띄는 음식점이 하나 보이겠지.

"아아! 여러분! 미인 두 분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꼬셔보겠습니다.“


음식점 대신. 다른 무언가가 재희에게 다가왔다. 험악한 얼굴과 거대한 몸집과는 달리 손에 들린 셀카봉에 딱 붙어있는 스마트폰을 향해 활달하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눈길이 가는 꽤 신기한 광경이거늘. 재희에게 다가오는 것만 제외하면 재미나게 구경해도 될 듯 보였다.

"안녕하세요!“
"......“
"처음 뵙겠습니다. BJ빽구입니다!“


빽구...? 개 병신같은 이름이네.

"혹시  아시나요? 하하!“

방송 도중인데 사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진다.

'내가 니 따위를 어떻게 아냐?‘

요즘 대세인 너튜브를 2g폰으로 볼 수나 있는 건가? 스마트폰도 어제  손에 거머쥐었고, 그 다음엔 너튜브가 아니라 SNS에 들어가 바로 조건만남을 했는데. 유명한 bj라고 한들 재희는 아마 다 모를 것이다.


ㅡ아 ㅋㅋ. 모르네. 빽구 더 노력하자.
ㅡ여윽시. 여자들은 모르지.
ㅡ여자가 너 따위를 왜 보냐? 봐도 우리 같은 새끼들이 보지.
ㅡ우리 오빠한테 왜 그래요?! (덜렁덜렁)

모를 수도 있지... 빽구 방송의 주 시청 성별은 99%가 남자이니까. 그리고 엄청 유명한 것도 아니라서 지금 방송 보는 사람은 고작 150명밖에 안 되었다. 이것마저도 평일 낮에 딱히  게 없어서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 빽구는 아직 재희의 미모를 보지 못한 시청자들의 댓글을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하하하. 노력해야겠네요!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bj가 되도... 아앗! 잠깐만요!“

그런 헛소리를 하는 빽구를 무시하고 다시 걸음을 옮기는 재희를 다급하게 붙잡아 세웠다.

"뭐야?“

ㅡ오. 목소리 살살 녹는다.
ㅡ누나! 욕해주세요!
ㅡ하앍하앍


"첫 눈에 반했습니다. 저랑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 주세요!“
"하아.....?!“

밑도 끝도 없이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 달라고? 황당하기 짝이 없네.


"아, 안 돼!“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재희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눈치만을 살피던 그녀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둘의 사이를 파고들었다.


"네?“
"그건  돼! 네가 뭔데?!“


그럼 너는 뭔데 그렇게까지 발끈하는 거냐?


"친구분이신가요?“
"치, 친구.....?“


친구... 려나? 하룻밤 사이이긴 한데. 그런 사이에서 같이 점심을 먹긴 하나? 친구라 해도 되려나?

"아니. 내 좆 집인데?“
"......“
"......“


ㅡㅗㅜㅑ 좆집이래.
ㅡ와 빽구 방송이라 그런지 나오는 여성분도 맞춤형 돌아이였네.
ㅡ이거 방송사고 아니냐?
ㅡ누나! 저도 누나의 좆 집이 되고 싶어요!


"하, 하하. 재밌으시네요. 참고로 전 아무 여성분에게 고백하는 콘텐츠를 찍고 있었습니다.“

말만 고백 콘텐츠지 이러다가  좋게 고백을 받는다면 사귀는 거고, 거절당한다면 방송을 핑계로 좋게좋게 헤어지려는 속셈이었다. 즉, 사심이 50%가 들어가 있는 것이고, 빽구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거의 다 방구석 찐따들이기에 자신들이 못하는 걸 빽구가 하는 모습을을 보며 낄낄 웃어대고 있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ㅡ그렇지. 뭐 어쩌라는 거지. 빽구야 도망치자. 이번에도 틀린 것 같다.
ㅡ야 차였다. 네 면상으론 역시 불가능이야 튀어!

[빽구자gi 님께서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ㅡ얼굴 공개 ㄱㄱ.


"하하. 그냥 가벼운 콘텐츠였습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리고 빽구자... 야.  닉 바꿔!“


원래라면 차이는 즉시 아쉽기는 하지만 사과를 하며 다른 타켓을 찾으러 가야 하겠지만 재희가 예뻐도 너무 예쁜 나머지 빽구는 미련을 가졌다. 자신의 외모가 어떤지 생각하지도 않고 어떻게든 재희와 무슨 접점을 만들 생각에 발악하려고 했다. 그러나.


'개인 방송을 하는  같아서 방송사고를 내줬는데 요즘은 이런 건 가볍게 넘어가는 거야?'

 집이라 말하면 알아서 꺼질 줄 알았는데 요즘은 고작 이  한마디로 방송사고로 치부할 수 없나 보다.

[우회전마스터 님께서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ㅡ빽구 하는  보니까 ㅈㄴ 예쁜 듯. 목소리도 지리는데 얼굴 보여주면 만 원감.
'방송을 이용하면  수도?!‘


저 외모가 150명 밖에 없는 방송에 출현하기만 해도 150명 중 누군가가 클립을 따서 여기저기 퍼뜨릴 게 분명했다. 재희의 외모로 SNS나 방송을 했다면 알려지지 않을 수가 없어 빽구가 모를 리가 없는데 그녀를 모른다는 것은 이런 것에 별 관심이 없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돈이 된다면?‘

부자들도 돈을 더 벌 수 있다면 무리는 하는데 돈 없는 서민이라면 말이 달랐다. 지금이라도 돈 맛을 보고 방송에 입문할 수도 있을 터. 이걸 계기로 방송하는 법을 빽구에게 물어보지 않을까.

"제 방송에 나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끈질기네. 재희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빽구는 허락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셀프 카메라로 찍던  반전시켰다. 그러자 재희의 얼굴이 방송에 담기고.

ㅡ와... 시발 존나 예쁘네.
ㅡㅁㅊ 정녕 저게 사람에게서 나올  있는 얼굴인가?
ㅡ아무 생각도  드네. 너무 예뻐서.
ㅡ.......


[우회전마스터 님께서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ㅡ빽구야. 돌격! 놓치면 후회한다!


[멍멍이 님께서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ㅡ빽구야 거기 어디냐! 내가 당장 간다!

채팅장에는 초월적인 미모를 가진 재희를 찬양하는 글로 가득 차며 후원도 미친 듯이 늘어났다.


"꺄앗?!“

다 좋았는데... 이대로만 가면 시청자들의 유입이 엄청날 것이었는데. 재희는 자신을 귀찮게 만든 거로 모자라서 바로 앞으로 다가와 몸을 훑는 것이 너무 기분이 나빴다. 그냥 가려고 해도 잡아 세웠으니 그에 따른 복수의 의미로 재희는 옆에 있던 그녀를 품에 안으며 가슴을 주무르고, 미니스커트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내 좆 집. 인사해야지?“
"하으응.....!"

그렇게 잠시 뒤, 방송은 종료되었다. 운영자의 손에 강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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