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0화 〉110 휴가 (110/140)



〈 110화 〉110 휴가

"아으으. 오늘 너무 춥네. 이건 4월의 날씨가 아닌데."


예쁘게 차려입은 한 여자는 어둠이 자옥하게 내리깔린 도시의 거리를 추위와 싸워가며 힘겨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어우!“


분명 이쯤이었는데. 그녀는 주머니에서 따뜻함을 느끼던 손과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지도를 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내, 고개는 멈춰서고 시선은 한 곳으로 향했다.


"와... 모텔이 아니었네.“

당연히 모텔로 부를 줄 알았건만. 막상 와 보니 모텔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불법인 조건만남을 하려면 당연지사 모텔로 장소를 정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예약금으로  배를 부른 이유가 있었구나?“

뭐 걸려도 여자인 자신은 처벌받지 않는다. 그저 훈계와 조금 좋지 못한 시선을 경찰들에게 받아오다가 위로금으로 2천을 추가로 받을 뿐이니. 얼마나 좋은 남은 장사인가. 병신 같은 정부 덕에 득만을 얻는 그녀였다. 그리고 원래 먼저 그녀를 예약한 사람이 있었지만 뒤늦게 연락이 온 사람이 다짜고짜 자신을 원한다며, 세 배를  테니 당장 계좌를 부르라고 했었다. 그래서 속는 셈 치고 한 번 계좌번호를 주니 빠르게 돈이 들어왔다.

그래서 단골이자 먼저 예약을 했던 다 늙은 중년 아저씨에게 가족이 아프다는 핑계로 다음으로 미루고 이곳을 찾은 것이다. 모텔이 아닌 호텔... 보는 눈이 많은데도 당당하게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건 분명히 돈 많은 사람이거나 권력가의 집안이 확실해 보였다. 그녀는 순간 가방에 들어있는 콘돔을 송곳으로 찔러 구멍을 뚫은 다음 임신이나 할까 하는 몰상식한 생각을 가지며 낄낄 웃었다.


"클럽이나 가야지~!“

일반 서민이든 권력가의 자제든 다 같은 사람인지라 하룻밤 전체를 그녈 대여해도 다 사용하지 못하고 곯아떨어질 것이다. 그럴 수밖에. 사람이고 쌀 수 있는 양은 한정되어 있는데 다음 날 해가 뜰 때까지 지금으로부터 약 10시간이나 남았는데 어찌 10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섹스를 하겠는가. 거기다가 역겹게 아저씨의 옆에서 함께 잘 수는 없는 노릇. 잠에 빠지면 도중에 나와 클럽이나 가기로 마음을 먹고 그녀는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8층이라 했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는 8층 버튼을  눌렀다. 지금 사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와 달리 무척 빠른 속도와 부드러움에 감탄했다. 나중에 자신도 이런 호텔을 제집 다니듯 할 수 있을까. 예쁜 외모로 빨리  많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여 파란 장만한 인생을 한시라도 빨리 살고 싶었다.

"802호... 802호가... 아...! 찾았다!“


 층에 방이 얼마나 있는 걸까. 한참을 돌아다녀서야 드디어 찾은 그녀는 기뻐하는 모습으로 살며시 문을 두들겼다.

띠리링.

"오오.“

문이 열렸다. 안에서 누가 문을 열어줄  알았는데 너튜브에서나 보던 첨단 기술이 사용되었는지 안에서 버튼 하나로 문을 열어준 듯 보였다. 시골 소녀처럼 신기해 하며 문을 덜컥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아.  냄새... 냄새까지도  값을 하는 건지 향기롭게만 다가오고.

"아.....?“

신발을 벗고 오늘 밤 자신의 몸을 취할 사람을 찾아다니다가 이내, 안방에서 사람을 발견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과 달리 머릿속에 여자를 범할 생각으로 가득 찬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있다는 사실에 얼빠진 목소리를 내며 몸을 굳혔다.

"뭐해?  들어오고.“
"네...? 저... 혹시. 그쪽에서 연락하신 건가요?“
"여기에  말고 또 누가 있던가?“
"없었어요.“

거짓말! 당연히 남자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여자라니. 그것도 자신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자라니! 재희의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휙휙 돌려 주위를 둘러보며 재희 외에 다른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대답했다.


"정말 그쪽에서 연락하신 건가요?“
"어.“
"정말요? 남창이 아닌 여창인 절 여성분이?“

믿어지지가 않네. 세상은 넓고 특이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건 그녀도 알고는 있었는데 신문지를 입혀 두어도 외모에서 자연스럽게 빛이 나는 저 여자가 사실은 레즈라니. 그것도 창녀라도 아무 상관 없이 몸을 섞으려는 창녀보다 덜하지만 일반인보다는 더한 여자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체 왜?‘


솔직히 말하자면 저 외모로 같은 여자라도 충분히 꼬실  있을 것만 같았다. 자신도 이렇게 눈만 마주치고 있는데 잘생기고 성격도 착하면서 가장 중요한 부자인 남자를 눈앞에 둔 것처럼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있으니, 그냥 대놓고 다가와서 스킨쉽을 해 주며 섹스를 하자 말하는 순간 그 즉시 홀려 모텔에 따라갈 것만 같았다.


'내가 조금 예쁘긴 한데.‘

엄청나게 못생긴 여자만 아니고 몸을 파는 여자라면 남자들은 사정을 못 쓴다.  증거로 자신이 속한 회사에는 평범한 얼굴을 지니고 심지어는 뱃살까지 튀어나온 여자도 불티나게 예약이 쇄도하니까. 그런데 예쁜 창녀라면? 당연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인기가 식지 않는다. 그래서 고급 창녀가 되어버린 자신인데.

"......“

잘하는 건 하나 없이 얼굴로 먹고사는 연예인급은 아니다. 하지만  여자라면 그런 연예인조차 홀려서 따먹지 않을까. 굳이 왜 돈을 써가며 자신을 여기로 부른 건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돈은 저기 있어.“

블랙카드에서 뽑았던 돈이 담긴 봉투는 방 한쪽에 있는 테이블 위에서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다 끝나고 가져가. 그러니까. 이제 시작해야지?“

입꼬리가 씩 올라가며 매력적이다 못해 서큐버스조차 매혹하는 미소를 보자 두근거리던 가슴은 돌처럼 딱딱하게 굳으며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갔다.


'아......'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 말로 표현? 하...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측정할 수 없는 가격을 자랑하는 이상한 그림 앞에 선 일반인에게 그림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외모가 말도 안 되게 예뻤으니.


"빨아.“

아무리 창녀라도 모든 걸 다  주지 않지만  줄 때도 있었다. 그건 바로 추가 금액을 주었을 때, 그러나 그녀는 조금이라도 돈을 뽑아내기 위해 모터처럼 씨부리던 입을  닫힌 채, 아무 말도 없이 홀린 듯이 순종적인 여자처럼 재희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였다.


할짝.

깨지기 쉬운 비싼 도자기를  듯이 재희의 발을 손에 들고 혀를 가져가 종아리를 핥았다. 그러자 재희의 몸은 쾌감에 움찔거리는데 그 사실을 들키기 싫은지 태연  척. 가만히 있었다.

"츄릅... 츄릅. 츕!“
"학.....!“


미세한 움직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 멋지다. 온갖 긍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처음  보는 여자끼리의 관계임에도 이성을 잃고 게걸스럽게 재희의 다리를 핥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돈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했다. 상처가 많거나 더러울 것만 같은 아저씨의 다리도 정성스럽게 빠는 창녀 중의 창녀였다.


회사에 속한 창녀들 중 가장 오래 이 짓거리를 해 왔으며 테크닉도 날마다 성장하기에 나이를 먹어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그녀를 찾았다. 굳이 따지자면 유지나는 갓 태어난 병아리에서 세상 공기를 조금 마신 창녀라 치면, 그녀는 전성기에 머무는 알을 낳는 암탉이라 해도 무방하다.


'자, 잘해.....!‘

고작 다리를 애무하는 것뿐인데. 생전 처음 느껴보는 손길과 혀 놀림에 재희는 이를 악물며 침대 시트를 손에 가득 쥐었다.


"아으읏......!“

은밀한 곳만 아니라면 예전과 달리 여자의 몸으로도 쾌감을 느끼는 것에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대신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역시나라고 나 할까. 몸을 파는 더러운 여자에게 이렇게나 느끼니 수치심이 조금 들었다.

"그만!“
"......!“


돈을 받고 할 때랑 사랑하는 사람과 할 때보다도 더 흥분하였고, 이렇게까지 섹스를 원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종아리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발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새하얀 살갗에 닿은 혀는 조금씩 올라가 은밀한 부위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걸 가만히 지켜볼 리 없는 재희는 점점 위로 올라오기 시작하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려두며 그만이라는 말을 하자. 정말 아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왜...? 대체 왜? 이런 거 하려고 한 거 아니야? 멈추는 이유가 뭐야?‘

30년에 가까워진 인생. 그녀는 이런 걸 하려고 자신을 불렀으면서 본격적인 섹스에 돌입하기도 전에 멈춰 세우는 재희가 원망스러워졌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예쁘면 뭐든지 용서가 된다고. 고개를 쳐올려 재희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순간 말문을 잃었다. 기분이 좋았는데 붉게 상기되어 있는 얼굴, 벌어진 입술 사이로 끊임없이 내뱉어지는 거친 숨, 찡그려진 눈까지 완벽하기 그지없다.


"난 올라오라는 말은 없었던 것 같은데?“

현재 표정과 달리 재희의 말투는 무서울 따름이었다.

"죄송해요.“

그런데 무섭지 않았다. 왜냐? 저렇게 잔뜩 흥분해놓고 강압적으로 말을  듯. 누가 겁을 먹겠는가. 그래도 갑과 을의 관계가 있으니 그녀는 떨어지기 싫다고 경련까지 일으키는 자신의 손을 재희의 발에서 떨어뜨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다시 빨아.“
"우으...! 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의 입가에 발가락이 비집고 들어온다. 굴욕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아무 생각도 없이 흥분한 상태로 재희의 발가락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빨았다.

"잘하네.“
"히!“

칭찬받았다! 뭐지...  기분이 이렇게나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칭찬을 받았다는 생각에 더 적극적이고 쾌감을 느끼도록 발가락을 빨았다. 그러면서 눈은 재희의 음부에 닿았다.


꿀꺽.


호텔에서 주는 가운을 입고 있는 터라 다리를 벌리고 있는 재희의 다리 사이로 축축하게 젖어있는 속옷이 보였다. 도끼 자국까지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자 남자처럼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 올라와.“
"네!“

올라오라는 말에 기쁨에 가득 찬 대답을 하며 무릎에 혀를 가져가 핥으면서 눈치를 살폈다.

'오케이. 허용범위.‘


너무 깐깐하면 예약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로 모텔을 나와도 되어 언제나 갑은 그녀였는데 지금의 그녀는 처음으로 손님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다행이게도 종아리 말고도 무릎까지 허용해 준 것 같아 기뻤다.

'여기도 허용범위인 거지?‘


지방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몸매인데 대체 무슨 이유로 여기는 이렇게나 지방이 자리 잡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허벅지를 손으로 살며시 어루만지며 다시금 눈치를 살폈다. 그랬더니 재희는 그저 거친 숨만 토해낼 뿐. 별다른 행동과 말은 하지 않아서 허용범위가 맞는 듯 보였다.


"하움.“
"읏!“

예상대로다. 일부러 입을 크게 벌리고 부드러운 살이 가득한 허벅지를 입안 가득 넣으려는 행동을 노골적으로 보였음에도 제재가 없자 기쁜 마음으로 허벅지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아. 행복해. 왜 남자들이 허벅지를 좋아하는지 이제야 알 것만 같아.‘

허벅지를 빨면서 재희의 다리를 모으니 부드러운 살이 얼굴 전체를 감싸 안았다. 부드럽고,  부드러워 평생 해도 질리지 않은 감각에 그녀는 남자들의 패티시를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여기서 만족할 수 없는 노릇. 그녀는 코앞에 있는 젖어있는 속옷을 보며 욕망을 감추지 못하였다. 어서 빨리 저곳을 공략하고 싶어서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려고 하는 걸 힘겹게 억제하며 재희의 눈치를 다급하게 살폈다.

'참아야 해? 언제까지? 제발... 제발 허락해 줘!‘

팬티에 덮여 있더라도 괜찮았다. 빨고 싶다. 혀로 핥고 싶다. 손으로 만지고 싶다. 손가락을 넣어보고 싶다. 오히려 돈을 주어서라도 재희를 범하고 싶었다.


"이제 못 참겠어요. 해요. 당장 하자고요!“


결국, 참다못한 그녀는 벌떡 일어나 재희의 양 손목을 붙잡으며 침대에 강제로 눕혀버렸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거리냐고 묻는 듯한 표정과 중력에 의해 짓눌려졌지만, 여전히 커다란 가슴까지. 어찌 이걸 보고서도 흥분이  될 수가 있겠는가.

"제가... 제가 돈 드릴게요. 돈 드릴 테니까. 해요. 그냥 하자고요!“
"무슨 소리야? 넌 내가 불렀는데.“
"알아요. 아니까 제가 돈 드리겠다고 하잖아요! 얼마예요. 얼마면 할  있냐고요?!“


고용된 입장? 꺼지라 그래. 그녀는 하루... 아니,  시간 만이라도 재희의 몸을  욕망대로 마음껏 짓밟고 싶었다. 돈...? 지금 있는 돈을  털어서라도 같은 여자를 범하고 싶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에게 깔려 손이 구속된 재희를 범하고 싶었건만 최소한의 이성이 남아 있어 근질근질하는 몸을 어떻게든 붙들어 매고 있는데 대답이 늦어지면 강제로라도 취할 가능성이 있었다.


"네가...? 나를?“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는 재희.


"......“

안다... 이 여자를 돈으로 살  없다는 것을. 연예인을 한다면 잘하는  하나 없이 외모로만 억만장자가 될 수 있겠지. 굳이 연예인이 되지 않더라도 글로벌 기업 회장의 아내로 들어가 인생을 손쉽게 살다가 끝마칠 수도 있겠지.


"내려와.“


말 한마디에 현실을 깨달아버린 그녀는 눈가가 축축하게 젖어버렸고,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강하게 깨물면서 천천히 내려왔다. 손과 발은 마치 금단현상이라도 온 것마냥 벌벌 떨리고, 눈은 여전히 재희의 몸 곳곳을 훑느라 정신이 없었다.

"네까지게 내 몸을 어떻게 하려 하지 마.“

 말인즉슨. 몸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의미.

"그냥 가만히 있어.“

재희는 침대에서 내려와 뚜벅뚜벅 걸음을 옮겨 캐리어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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