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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6화 〉106 이벤트 게임 (106/140)



〈 106화 〉106 이벤트 게임

아무 말도 없이 집을 나가서는 연락도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련한 마음으로 애타게 엄마를 기다리는 듯한 기분으로 기다렸던 내일이 오늘 밤만 무사히 지나면 찾아오게 되었다.

"아아. 드디어 오늘로써 끝이네.“


어둠이 자옥하게 깔린 동굴 안에서 밖을 내다보던 이지원은 스스로 뻐근한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내일. 이벤트 게임이라는 이름을 가진 지옥 속에서 빠져나가는 날이었다.

"죽겠네......“

재희를 처음 만났던  번째 게임은 그럭저럭 지낼 만했다. 아키라를 포함한 세 명의 여자가 있어서 그런지 언제 어떤 이가 공격해올지에 대한  경계를 하지 않았어도 되었으니까. 제일 중요한 재희 또한, 몸 상태가 멀쩡하며 마음 편히 먹고 싸고 자면서 시간을 때우다 보면 어느새 게임은 끝이 나 있었다.


그런데 이번 게임은 영... 아니다. 연속으로 두 번의 게임을. 그것도 무인도에서 두 달간 생활했던 재희가 아무리 괴물이라도 인간인 이상 멀쩡할 수가 없는 노릇. 이지원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참가 일정을 잡는 생각을 했는지 재희가 한심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자신도. 이럴 줄 알았으면 죽이고 싶을 정도로 질투가 나더라도 그 세 명을 죽였으면 안 되었다. 최소한 아키라만이라도 살려두었으면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음... 아닌가?“

 생각해보니 재희에게 들었던 말. 성욕을 이틀마다 풀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아키라가 있었으면 자신 말고 그녀를 범하며 성욕을 풀라고 하면 되는데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나 있을까. 그렇다고 재희가 아키라에게 몸을 마음껏 탐해지며 성욕을 푸는 모습도 가만히 지켜보지 못할 게 분명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니 죽이길 잘한 것 같기도.....?

"아아앙. 몰라.“


살려두어도 곤란한   한 가지. 이지원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차가운 동굴 벽에 등을 기대어 밖을 향했던 시선을 안으로 돌려버렸다. 그러자 상태가 매우 안 좋아 보이는 모습으로 잠에 빠져있는 아름다운 재희가 눈에 띄었다.


"하아... 하아......“
"빨리. 내일이 와야겠는데.“


가슴이 터질 정도로 아파 뒤지겠다. 불규칙한 거친 숨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데 그런 그녀를 치료해주기는커녕 성욕을 푼다는 목적으로 몸을 범하니 아프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가련한 재희를 범하는 것도 꽤... 아니, 상당히 좋긴 하더라도 조금, 어중간하게 아픈 것도 아니고 정말로 심각해 보이는데 그런 그녀를 범하는 건 역시 자신이 봐도  아니었다.


감기나 가벼운 몸살 등과 같이 조금만 휴식을 취해서 나을 증상이면 이런 감정을 가질 이유가 없겠지. 솔직히 암에 걸려 수술 일자를 하루 남겨둔 그녀를 이유가 있다면서 마음 편히 범하지 못할 터. 지금 이지원의 상황이 이러했다. 증상은 눈에 띄는데 정확한 병명, 그리고 치료법을 모르니 답답할 노릇.

"하아......“

슬그머니 재희에게 다가간 이지원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그녀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불덩이었다. 어찌나 뜨거운지. 달걀을 올려둔다면 잘 익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미안해. 도와줄 수가 없어서."


연예인 따위가 아니라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대를 나왔더라면 지금 재희는 멀쩡한 상태였을까. 아니면 아프긴 해도 이보다 약한 증상으로 내일이면 게임이 끝난다는 생각에 이지원과 함께 기뻐하고 있었을까.


"쓰읍... 그러면 재희를 못 만났을 수도 있으려나?“

교도소를 갔기에 이곳으로 와서 재희를 만난 건데. 만약 성실하게 인생을 살았더라면 지금쯤 이지원은 병원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을 수도 있을 것만 같아. 그만큼 의사들은 잠을 못 잔다니까. 아무튼, 뭐가 어찌 되었든 간에 바꿀 수 없는 과거를 생각하면서 땅을 치고 후회를 해 보았자 현재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지원은 살며시 재희의 머리를 들어 자신의 허벅지 위에다가 올려두었다. 처음 봤을 때랑 눈에 띄게 비교될 정도로 탁해진 은색의 머리카락과 머릿결이 입고 있는 바지를 통해 허벅지로 전달이 되었다.

"하아......“

아주 작은 인기척이라도 느껴지면 눈을 번쩍 뜨던 그녀였는데. 자신의 머리가 누군가의 허벅지 위로 올려지는 것도 모르고 여전히 잠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아픈 사람들의 머리카락은 이렇게 평소와 달리 푸석해지고 머릿결이 상하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이지원은 재희의 머리카락을  위에 올려두어 유심히 바라보면서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돌겠네.“


돌아버릴 지경. 이곳에서 옷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이지원이나 재희나 한 달 가까이  옷을 여전히 입고 있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옷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러워질 수밖에 없었고, 옷에서는 입고 있는 사람의 체취가 잔뜩 묻어나오다 못해 이제는 한 몸이라도 된 것처럼 체취를 뿜어내고 있었다.


꿀꺽......


이지원은 앵두처럼 새빨갛던 입술은 대체 어디 갔는지 이제는 푸른 빛을 띠기 시작하며 아랫입술과 윗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는  발견하곤 마른 침을 꿀꺽 삼켜버렸다. 전보다는 매력이 없어졌거늘. 그저, 재희의 입술이라고, 아픔에 몸서리치는 그녀의 입술이라 그런지 생각 외로 다른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새파랗게 물든 입술이란 몸이 아픈 환자의 입술로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던 옛날이 우습게만 느껴지도록  이렇게나 매력적인지. 어느새 이지원의 허리는 굽어졌고, 입술은 천천히 앞으로 튀어나오고 있었다.

"으, 으으으......“

아니야. 그래도 이건 아니야. 욕망이 가득 담겨 있긴 해도 형식적인 성욕 풀이는 이미 끝이 난 상태. 아직 자신은 성욕이 풀리지 않고, 오히려 날뛰는 상황이긴 한데 아프고, 지쳐서 곯아떨어진 사람에게 해도 되는 것이 있을뿐더러 해서는   것이 있었다.


"자, 잘자!“


듣지 못할 걸 뻔히 알면서도 이지원은 잘자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휙 돌리고선 벽에 등을 기댄 채로 두 눈을 감았다. 잠은 안 오면서 몸은 흥분에 천천히 달아오르지만 애써 무시하고, 억지로 잠을 청해 본다. 의식을 털어내기 위해 양을 세어 보는데 어느새  양은 재희로, 심지어는 아무것도 걸치지 알몸으로 그려져서 이지원은 오늘도 잠을 지새웠다.


*

"아...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천장이네.“


눈을 뜨면 보이는 건. 늘 그랬듯이 어둠이 자옥하게 깔린 동굴 천장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꿈처럼 보일 정도로 익숙하면서도 어색하기 그지없는 현대 문물의 천장이 재희를 반기고 있었다.


"윽......!“


몸을 일으키자 곧바로 찾아오는 통증. 가히 참을 수 없기에 외마디의 비명을 내지르며 다시 푹신한 침대에 몸을 맡겼다.


"하아... 하아......“

고작 몸을 일으키기 위한 행동과 적은 힘을 주었을 뿐인데 몸은 비명을 내지르는 모습이 상태가 매우 나쁘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여긴 어디지?“


결국, 상체를 세우기를 포기하고 주위를 둘러본 재희는 처음 보는 방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눈을 뜬다면 은신처로 삼았던 동굴 안의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주위를 둘러보면 더러워진 옷을 입은 채, 처음보다  바짝 마른 몸을 가진 이지원이 웃으며 아침 인사를 건네주고 있어야 하는데.


설마... 게임이 끝난 건가? 앓아누워있기만 해서 그런지 제대로 날짜를 세지 못하였다. 물론, 이지원이 아침마다, 그리고 가끔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긴 했어도 귀를 담아 듣고 기억할 정도의  상태가 아닌지라 깜박 잊고 있었다. 마지막을 기억나는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일 수. 일주일이었는데 벌써 그 일주일이 지나간 걸까.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설마 나중에 눈을 뜨고 보니 동굴의 모습이 보이면서. 아... 탄식을 흘리며 꿈이었냐는 말을 하는 건 아닐지.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때랑 달리 멀쩡해진 머리가 다시금 통증에 아파하자 눈을 감았다. 머리가 아플 때, 이렇듯 눈을 감고 있으면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


끼이익.

경첩 특유의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왔다.


"재희야......“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이민정. 재희의 애인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재희는 지끈지끈 아파져 오는 머리에 집중해 있는 상태라 누가 들어온 건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 일어날 거야?“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잘생긴 왕자님의 키스가 없으면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처럼 침대 위에 누워 눈을 감고 있는 재희에게 다가간 민정이는 재희의 가냘픈 손을 잡으며 말했다.

'꽤. 오랫동안 이러고 있었나 본데?‘

민정이의 반응을 보아서는 게임이 끝난 후로도 한동안 이렇게 잠에 빠져있었나 보다. 그래서 오자마자 울먹이며 질타하듯 말한 거고. 재희는 그녀가 더는 눈물을 흘리며 걱정하지 않도록 아직도 머리가 아프지만 애써 눈을 떴다.

"흐으윽. 흑.“


하지만 민정이는 고개를 푹 떨어뜨리곤 울음을 터뜨렸다. 이래서는 깨어났다는 사실을 모를 게 분명하니. 입을 열어 무슨 말이라도 하려던 찰나.


"재희야.“

민정이가 선수를 쳐서 자신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있잖아... 나 대체 왜 이런 재희를 보고 흥분하는 걸까?“"......“
'뭐.....?‘

그게 지금 무슨 말이야. 이런 재희라니. 이해하기 힘든 말이 그녀의 입에서 나오자 사고가 정지되었다.

"분명 나는 재희가 일어나 주었으면 하는데. 다른 의미로는 일어나지 못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계속 내뱉으며 재희의 손을 잡고 있던 민정이의 손은 슬금슬금 팔을 타고 올라와 누워있음에도 봉긋하게 솟아있는 재희의 가슴에 도달하였다.

"하아... 하아... 예뻐. 너무 예뻐.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재희도 너무 예뻐. 그래서 한동안은 이렇게 계속 재희를 탐하고 싶어. 그리고 이렇게 누워만 있으면 불편한 점이 많겠지만 다시는 게임에 참가하지 않아도 되니까. 기뻐."

그녀의 손과 가슴 사이에는 브래지어 말고도 얇은 옷이 있었건만. 천천히, 그것도 음란하게 움직이는 손의 감촉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의식이 없는데도. 재희의 몸은 반응해서 귀여워.“

민정이의 눈은 오직 재희의 몸에... 가슴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눈을 뜨고는 있지만 말 없이 가슴을 쓸고 있는 손길에 따라 입술이 벌어지며 거친 숨을 토해내는 모습을 여전히 모르고 있었다. 그저 만지면 만질수록 숨소리는 거칠어지며, 몸은 움찔움찔 떨리는 음란한 그녀의 반응에 흥분할 뿐이었다.


"사랑해. 재희야. 사랑해.“

힘은 하나도 없는 재희의 손을 끌어다가 자신의 볼을 만지게 하고. 가슴을 만지던 손은 아까보다 더 과격해지고 있었다.

'아... 이거. 뭐 어떻게 해야 하지?‘


나쁜 마음으로 깨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말했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는데. 다른 의미로 그러니 막상 깨어났다는 사실을 전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녀를 조금이라도 생각해도 이런 말을 당사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있었다면 어떨까. 죽을 위기에서 살아남아 눈을 떠보니 사랑하는 사람이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자책하지 않을까.

'몰라 걍. 어차피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인 것 같은데. 계속 자는 척이나 하자.‘

움직이지 못하는 몸. 깨어나 있더라도 할 건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녀를 위해서라도 계속 자는 척을 하기로 한다.


뚝. 뚝.

하지만 민정이는 아픈 환자를 왜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 건지. 가슴을 만지는 것까지는 웃으며 넘겨줄 수 있는데 무슨 이유로 상의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가는지 모르겠다.


스르륵.

단추를 모두 풀자. 복근이란 찾아볼  없는 매끈하고 새하얀 배가 모습을 드러내고, 민정이는 감히 재희의 가슴을 가리고 있는 브래지어를 조심히 들어 올렸다. 그러자 역시나. 핑크빛을 띠는 유두가 민정이를 반기려고 우뚝 솟아있는 게 아닌가.

"흐읏......“


손가락으로 살짝 튕기자. 유두는 요동치었고, 재희는 미약한 신음성을 흘려보냈다.

"하움.“
"학......!“

너무나 참기 힘든 유혹. 고개를 푹 숙여 입안에 유두를 담아 이로 살짝 깨물면서 혀로 핥았다. 그리곤 나머지 가슴을 손으로 유린하며 남은 손은 그녀의 음부를 파고들었다.

부르르.

잠에든 상태로는 쾌감이 줄어드는지. 속옷과 바지의 위로 보지를 만지고 있다고는 하나. 신음소리가 적었다. 사실은 꾹 참고 있는 거지만.


"하악!"

입을 살짝 떨어뜨려 아이스크림을 핥듯. 혀로 유두를 핥은 뒤에, 가슴을 따라 내려와 배꼽에 닿았다. 혀가 들어가기 딱 좋을 정도의 크기의 배꼽. 고민하는  없이 민정이는 재희의 예쁜 배꼽에 혀를 집어넣었다. 배꼽은 보기보다 더러운 곳. 심지어는 때가 많이 생기며 오랫동안 털어지지 않아 찌든 때로 가득한 곳이다. 그런데 재희의 배꼽 때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었고, 혀에는 맛있는 맛이 전해졌다.

"맛있어......!“


사람의 몸이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 상기된 표정으로 민정이는 입맛을 다셨다. 마음 같아서는 더 맛보고 싶지만. 점심시간에 시간을 내어 온 것이라. 인제 그만 오후 훈련을 받으러 돌아가야 했다.


"재희야. 다시 찾아올게. 그러니까 얌전히 병원에 있어야 해. 알았지?“

재희가 있는 이곳은 헤븐에 단 하나밖에 없는 병원이었다. 왜냐하면, 평범한 사람들보다 실험체였기에 한 번 아프기 시작하면 가벼운 몸살이라도 더할 나위 없이 심각해지는 증상 때문에. 레이건 박사가 약을 만들어 먹여서 게임이 끝난 후로도 며칠째 깨어나지 못하였고, 의학지식이 없는 그녀들로서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지 못할 것이니 병원에 입원시켜놓은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다음 날이 되어서 그때 막 깨어난 것처럼 연기를 하다가 여자들에게서 알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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