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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화 〉100 이벤트 게임 (100/140)



〈 100화 〉100 이벤트 게임

"끄어어... 드디어 끝이다.“

한 달간 이어진 게임에서 약 20 킬 이라는 어마 무시한 숫자를 채운 뒤에 헤븐으로 돌아가는 배에 올라탄 재희는 곧장 배정받은  안 푹신한 침대에 몸을 뉘었다. 첫날에 4킬을 한  치고는  적은 숫자.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줄어드는 참가자들의 수 때문에 아무리 남자들을 불러드리는 아름다운 여자의 몸으로 이보다도 더 많은 인원을 죽이기가 힘들었다.


"그나저나......“

피곤할 법한데도 불구하고 잠을 내쫓는 하나의 사실 때문에 재희는 심각한 표정을 지어버렸다. 그 사실은 다름 아닌 이지원. 그녀를 만나고 게임이 끝날 때까지 함께 있으면서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여기가 어딘지, 계속 여기서 살아야 하는지 등등 골드 등급이라 하기에는 게임 룰이나 이벤트 방식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 적어도 게임 룰이라도 알아야 하는데.


그래서 물어보았다. 과거에 대해, 여기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그렇게 알게 된 사실은 얼마 전까지 교도소에서 수감 중이었다가 게임 측 직원이 풀어주는 대가로 이곳에 참가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악질 수감자인 이지원을. 대체 왜. 위험한 그녀를 무슨 이유로 데려와 하필이면 재희가 참가하는 게임에 참가시킨 건지 의문이었다.

"분명 나랑 연관이 있을 것 같네.“


외면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드는 생각이 이러했다. 유일한 실험체로서의 생존자이니 그 강함을 알아보기 위해 무슨 개수작을 부리는 게 아닌가. 그래서 거의 반강제로 연속 세 번으로 게임에 참가시킨  아닌가. 여기 등급에서도 브론즈 등급과 달리 압도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일부러 상대될 만한 자들을 참가시키거나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지치게 만들어 약하게 만든 다음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는 장면을 보려는 수작.


"하아... 시발 새끼들.“

망할 아버지 때문에 여기 온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다른 참가자들과는 달리 가혹하게 굴리지 못해 안달이 난 건가. 실험의 여파로 초인이 된 거면  모른다. 지치지도 않고 무지막지한 힘과 초능력을 가졌더라면. 근데 재희는? 집중적으로 근육을 키운 운동선수들과 힘을 비교하면 한... 중하위권 정도 되지 않으려나. 그 대신에 비정상적인 싸움 기술들이 뇌에 축적되어 있다는 것. 부작용으로는 가진 힘에 비해 몸이 너무 약해 빠졌다는 것.

그러니 일반인보다는 강하지만 운동선수보다는 못한 지극히 인간다운 인간이 아닌가. 뭐, 외모는 인간을 초월했다는 건 인정한다. 그렇지만 그것 외엔 전부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대체 아버지라는 작자가 뭔 죄를 저지르며 빚을 지었길래 아들을 이렇게까지 괴롭히는지 도통 모르겠다.

"으아아아! 개새끼들! 십새끼들!“


한 달간의 고생 끝에 애타게 그리워했던 연인들이 있는 헤븐으로 돌아가는데 재희는 완전히 일그러진 표정으로 발버둥을 치며 발작했다. 그야 그럴 것이 헤븐으로 돌아가 푹 쉬려 하면 뭐하나 이튿날 다시 게임에 참가해 무인도에서 한 달간 갇혀 있어야 하는데. 그 생각에 미쳐버릴 지경이다.


"나한테 왜 그러는 거냐고!“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침대는 비명을 지르듯 삐걱거리며 몸체가 흔들렸다.

"하아... 하아......“


현자타임. 몸을 축 늘어뜨리며 숨을 골랐다. 이렇게 발버둥을 쳐봤자 무얼하나. 이틀 뒤에 다시 무인도로 떠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거의 운명 수준이지. 피할  없는 운명......


"시발.“

안대처럼 눈가에 팔을 가져가며 욕을 입에 담은 재희는 푹신한 침대의 감촉을 느끼며 수마에 빠져들었다.


*

"저기가 헤븐이야? 저기가?“
"어... 저기가 헤븐이야.“
"우와. 신기하네. 정말 신기해.“

갑판 위에서 난간에 팔을 걸치며 점점 모습을 키워가는 헤븐을 바라보던 재희의 옆에 찰싹 달라붙은 이지원은 저 작은 섬에서 도시를 이룬 헤븐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기에서 몇 명이나 살아?“


음... 그건 모르겠는데. 굳이 그것까지  필요가 없어서.


"몰라. 많이 살겠지.“


평범한 도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저 섬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누구는 지옥 속에서, 누구는 행복 속에서.

"우와!“


뭐가 그렇게 신기한 건지 모르겠다. 이지원은 어린 소녀처럼 눈을 반짝거리며 난간에 발을 걸쳤다. 아직 모르는 건가. 저 거대한 새장이. 보이지 않은 쇠창살이 섬 전체를 두르고 있는 것 같구만. 이지원은 저기가 얼마나 지옥 같은 곳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저기서 빠져나가려면  지옥 같은 게임이라는 것에 참가해야 하는 고통도.


어느새 배는 헤븐의 부둣가에 정착하였고, 재희는 연결된 다리를 통해 부둣가로 내려갔다. 당연히 이지원과 새로운 성노예가 된  명의 여자들까지 함께 말이다.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다리에서 벗어나고. 멀리서 들려오는 한 여인의 목소리. 이지원은 불안한 느낌이 전신을 감싸오자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재희야아아!“

포옥.


단발머리가 인상적인 미녀가 자신이 사랑하다 못해 모든 걸 줄 수 있는 재희의 품을 파고들었다.

'시발?‘


외모는 이지원보다 못하지만 둘의 관계가 심상치 않았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라도 그녀의 비해 못하지만 그래도 예쁜 여자와 이미 알고 지낸 사이라면 패배는 거의 확실피해지는 상황. 거기다가 다짜고짜 입을 맞추는 게 눈살이 자연스럽게 찌푸려졌다.


"다친 곳은 없죠? 무사한 거죠?“
"보시다시피 멀쩡하네.“
"우우. 다행이에요.“

헿. 웃으며 부드러운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는 게 질투심을 유발한다.

"언니이이!“

이번엔 많이 쳐줘도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소녀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주, 주인님.....!“


허겁지겁 메이드 복을 입은 여자도 보이고, 재희 다음으론 분명히 자신이 제일 예쁠 거라 확신했는데 그 확신이 와장창 깨질 정도로 예쁜 여자도 모습을 드러냈다.


"재희야. 어서 와.“
"......“

그 모습에  말을 잃어버린 이지원은 다시금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자가 또 있었어?'

그것도 자위기구가 아닌 자신처럼 각별한 사이처럼 보이는 여자들이? 허... 뭔가 속은 기분이고 배신당한 기분이다. 이게 바로 좋은 남자와 사귄다고 기분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바람둥이란 사실을 알아버린 듯한 기분인가. 그래도 얼마나 남자를 사랑했으면 그를 욕하지 않고 그의 곁에 있는 여자들을 욕을 할까. 그게 딱 이지원의 심정이었다. 여러 여자가 있는 바람둥이 재희? 그래서 뭐. 그렇다고 재희를 싫어할 수 없지 않은가?

"재희야. 여자가 또 늘었네요?“

하지만 그녀들의 입장에서는 이지원을 포함한  명의 여자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러붙는 거머리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한 명은 엄청 예쁘네요.“

이지원을 보고 말하는 민정이는 양 볼을 크게 부풀리며 재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미안?“
"하아... 아니에요. 어쩔 수 없죠. 제가 매력이 없는 건데.“
"아니아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민정이가 뭐가 매력이 없어?“

염장질. 시발. 기존에 있던 애인이 새로운 애인을 보면 싸움을 일어나야 정상인데 알콩달콩하게 염장질을 처하고 있다. 거기다가 쩔쩔매는 게 왜 재희로 보이지. 반대 상황이 되야하는 게 아닌가? 상황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혹시 저 민정이라는 여자는 강한 건가. 말도 안 돼. 딱 보니 그리 강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외모라도 예뻐야지 쩔쩔매는 이유를 알 텐데. 차라리 그녀보다는 뒤에 이지원과 맞먹는 미모를 소유한 여자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민정이라는 여자는 아니다. 뭐, 예쁘기는 하다만 재희나 자신보다는 비교가 안 될 뿐이지. 아무튼, 그것 말고는 없다. 그럼... 권력, 자본. 답은 이 둘 뿐이었다.

"안녕하세요? 그... 민정 씨?“


피라미드의 최상층의 존재는 이민정,  밑으로 재희라 판단한 이지원은 일단 잘 보이려고 노력하기로 한다. 여기서 정실이라 생각되는 여자에게 잘 못 찍혔다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수도 있으니까.

"네... 안녕하세요.“


당연히 애인에게 다른 여자가 붙어먹으면 좋게  수가 없을망정. 거기다 자신보다 예쁘다면? 민정이는 탐탁지 않은 얼굴로 인사를 받아주었다.

"이지원이라고 해요. 나이는 스물다섯입니다.“
"아... 네.“

언니네. 민정이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예쁜 여자에게 차마 강하게 나가기 힘들어 보여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아... 아앗?! 어디선가 봤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조선 아낙네들의 이지원 아니에요?“

오오. 이 꼬마. 이지원이 속했었던 걸그룹 이름을 알고 있다. 아니 당연히 알아야지. 그야 노래와 컨셉  모든 게 개박살이 나서 언제 공중분해 되더라도 전혀 이상할  없는 걸그룹을 압도적인 외모로 대한민국 최정상 인기 걸그룹으로 이끌었던 그녀였으니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을 들어보고 얼굴을 봤을 유명인이다. 그리고 이지원이 저지른 사건은 묻히고 갑작스럽게 연예계를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그녀가 무슨 짓을 벌인 싸이코인지 모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민정이는 그제서야 꺄아. 비명을 내지르며 어쩔 줄 몰라 하다. 심지어는 김이연, 그리고 이지아, 마지막으로 일본인이 사쿠라까지  정도면  다 했다. 그러나. 재희는 여전히 그게 뭔 걸그룹 이름이냐며 황당해할 뿐이었다.

'나만 모르는 건가?‘


애인들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유일하게 외국인과 자국민인 재희만 모르고 있었다.

"언니언니! 펜이에요!“
"저두요! 저두요!“
"하하! 고마워!“

방금전까지 경계하는 눈치로 이지원을 살피더니 이젠 펜이라며 들러붙는 민정이와 예림이었다.


"고생했어.“


배에서 씻지 않고 그대로 잠에 들어서 그런지 몸은 여전히 더러웠다. 그런 재희의 머리카락에 무언가 붙어있었는지 사쿠라가 다가와 떼어주며 고생했다는 말을 하자 정말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지어졌다.


"그러게. 정말 고생했네. 나."


나무와 풀 냄새가 아닌 현대 문명에서 맡을  있는 냄새와 사람 냄새가 맞물리니 마음이 편안해지며 몸은 어서 자고 싶다고, 힘들어 미치겠으니 푹신한 침대를 가져오라며 아우성치었다.


"안 씻고 나왔나 봐? 씻고 나오지. 찝찝할 텐데.“
"피곤해서. 못 씻었어."

여러 불안한 추측들이 난무하고, 이틀 뒤에  게임에 참가해야 한다는 현실 때문에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한시라도 빨리  안에서 조금이라도 푹 쉬고 싶어서 씻을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오늘이랑 내일 푹 쉬어.“
"그래야지. 이틀 뒤에 또 나가야 하는데. 하아......“
"쯧... 그러니까  세  전부 참가하기로  거야? 돈이 급한 건 알겠는데. 너무 무모했어.“

사쿠라는 그녀가 1조라는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이벤트로 많은 돈을 한꺼번에 벌어드린다는 무모한 생각을 했다고 착각했다. 사실은 그게 아닌데. 게임 측에서 제멋대로 이렇게 날짜를 잡고 참가 신청서를 넣은 건데 억울했지만 사실대로 말하기는 껄끄러워졌다. 진실을 듣고 재희를 걱정한 나머지 게임 측에 항의를 하다 봉변을 당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들은 헤븐의 법이 통하지 않으니까.


"미안. 미안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지.“


아니, 알고는 있지. 바보도 아니고.. 튜토리얼과 브론즈 게임 한  참가해 보면 누구라도 다   있는 건데 말이지.

"어서 길드로 돌아가서 쉬어.“

사쿠라는 걱정되는 마음에 재희의 몸을 부축였다.

"재들은 바쁜 것 같네.“

어느새 이지아와 사쿠라의 호위로 따라온 세라까지 이지원에게 들러붙어 있었다.

"쉬기 전에 한 가지만 부탁할게.“
"하응.....!“

허리에 팔을 둘러 가슴을 움켜쥐자 기다렸다는 듯이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 잠깐만. 여긴 밖이야. 사람도 많다고오.....!“

다급히 자신의 신음성을 들었을까. 주위를 둘러보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인기 아이돌이라는 이지원에게 몰려 있었다.


"그래서 싫어?"


싫지는 않아... 그렇게 묻자 새빨갛게 물들어버린 얼굴을 말없이 푹 숙였다.

"빨리 가자.“
"으, 으응.“

가슴을 주무르며 말하니 사쿠라는 더는 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길드로 향했다. 그렇게.


"......“


2분 같은 이틀이 지나가고 재희는 또다시 홀로 무인도에 와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보이는  나무와 풀떼기들, 그리고 가끔 눈에 띄는 벌레까지. 하, 하하하하.

"시발. 시간 존나 빨리가네.“

이번 게임에서는 이지원을 데려오지 못했다. 당연하지. 이미 인원수가 다 모여 있었고 뒤늦게 헤븐으로 돌아온 다음 날 게임 측에 부탁을 해 보았지만 세 번째 게임에는 끼워 넣어 줄 수는 있어도 두 번째 날 게임에는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첫 번째 게임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죽어서 자리가 비는 날은 오직  번째 게임뿐이니까. 두 번째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첫날 게임에서 떨어진 사람들이라 자리가 비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다시...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여자를 찾으러 섬을 헤집고 돌아다녀야 했다. 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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