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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7화 〉067 귀환 (67/140)



〈 67화 〉067 귀환

지금 재희를 포함한 민정이와 예림이, 그리고 지나는 옷가게에  있었다. 왜냐하면, 간단한 아침 훈련을 끝낸 뒤에 목욕까지 끝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던 재희는 바뀐 체향와는 다르게 여전히 같은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훈련할 때랑 평소에 입는 옷까지 이렇게  벌로 입고 다니니 딱히 문제 될 건 없어 보이는데.

민정이와 예림이에겐 달랐나 보다. 사람이, 그것도 여자가 자신의 옷은 없고 다른 여자의 옷을 빌려 입는  말이야 되냐고 따지듯이 물어오니 할 말이 없었다. 그야 그럴 것이 지금 입고 있는 옷은 사쿠라에게 빌린 옷이니까. 재희는 사쿠라보다 키는 물론이고 가슴도 크기에 옷은 작았다. 그래도 불편함을 조금만 감수하면 충분히 입고 다녀도 문제는 없었는데 그걸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었나 보다.

마침 자신들도 입을 옷이 없다며 이왕 가는 김에 자기들 옷도 사자고 말한다.  재희가 게임에 있을 당시에 미리 사놓지 않았냐고 묻자. 함께 가게에 들러 옷을 사는 데이트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다고 뭐라나. 그래서 불편하게 생활했으니. 어제 약속한 게 있으니 떼를 쓰는 모습엥 하는 수 없이 이곳을 찾았다. 그런데......

"이, 이게 뭐야. 이깟 티셔츠 하나가 이렇게나 한다고?“


장사로 빚은  갚았는데 굳이 이곳에서 나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계속 장사를 이어나가는 사장님이라 그런지 가게 이름과 사장님의 이름은 헤븐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당연히 명품딱지가 붙었는데 이렇게나 비쌀 줄이야. 재희는 옷감은 물론이고 디자인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엄청난 가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혹여나 때라도 탔다가는 물어달라고 따질까 봐 재희는 조심스럽게 티셔츠를 원래 있던 곳에 두고 사랑하는 여자들의 모습을 눈으로 찾아보았다.

"예림아! 이거 어떨까?“
"꺄아~ 그거 좋아요. 언니. 이거 킵해 둬요!“
"그치그치? 이거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


뭐가 그리 좋은지. 옷을 보며 꺅꺅대는 게. 무의식적으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 있는 걸  사주고 싶은데. 가격도 높은 데다가 이자까지 합치면 엄두도 채 나지 않았다. 일단은 사쿠라가 옷을  입으라며 카드를 건네주긴 했어도 예의도 없이 이곳 브랜드의 옷을 사도 될는지.


"하아... 돌겠네. 여기서도 돈, 밖에서도 돈. 결국은 다 돈이구나.“

어디든지 돈은 필요했다. 애타게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이 있는 바깥세상에서도 돈이 필요한데. 여기서도 돈이 없으면  되니. 앞길이 막막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곳에서 재희가 많은 돈을 벌 기회가 주어졌다는 걸까. 급히 돈이 나갈 곳이 없으니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돈을 벌기 위해 게임에 참가하다가 등급이 높아지면 돈을 더 벌면 되는 간단한 구조니까. 근데 말이 쉽지 실제로는  어려웠다. 아무튼.

"지나야.“
"네. 주인님.“
"그냥 재희라고 부르라니까. 차라리 내가 언니라고 부를까?“
"아닙니다. 주인님. 편하게 부르세요. 성노예라 해도 되고, 걸레라 해도 되고, 암퇘지라 해도 됩니다. 단지  버리시지만 않으시면요.“
"그래. 그래. 버리지 않아. 근데 그냥 이름으로 부르라니까.“


그때 뭔 생각으로 성노예로 삼는다고 주인님이라 부르라 했던 건지.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아니, 진짜로 하란다고 하는 여자였다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을 텐데.


"그럴  없습니다.  주인님의 성노예이니까요.“


돌겠네. 확고하다 애가. 재희가 보기에는 민정이와 예림이, 그리고 사쿠라보다 자신이 외모가 떨어지니 곁에 있으려면 성노예.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계속 성노예를 자처하고 있었다. 그러면 애인들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과격한 플레이 같은  자기만 혼자 받아주면 절대로 버리지 못할 거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재희는 그렇게 생각한다.


"모르겠다. 그냥 네 멋대로 해라.“
"감사합니다. 주인님.“

포기했다. 네 알아서 잘하겠지. 뭐, 이제부터 익숙해지면 될 문제다. 그게 잘 될지 모르겠지만.

"그나저나. 여기서 가장 싼  어디 있어?“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이것들입니다.“
"확실해.....?“
"네. 주인님.“
"아아. 돌겠네.“

아까 부탁한 대로 가장 싼 코너로 왔는데 누가 보더라도 가격이 싸다고 말할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금 물었구만. 돌아오는 대답은 처참했다.

"최대한 아껴야 할 텐데......“

솔직히 말해서는 재희는 이곳에서 나가기를 포기했다. 그 대신에 자신의 여자들만큼은 반드시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바깥세상도 만만치 않게 지옥이겠는데 이곳에서 돈을 가지고 나갈  있다는 걸  재희는 최대한 많이 벌어 나가서도 행복하게 살  있는 돈을 쥐여주고 보내고 싶었다.

환전 비율은 10:1. 100만 원을 들고 나가려면 1000만 원을 모아야 했다. 단물이란 단물은 모조리 다 쪽쪽 빨고 내보낼 생각으로 비율은 한쪽으로 바짝 기울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황당할 정도로 심각했다. 근데 게임을 운영하는 처지에서는 이해할 범주. 오히려 돈을 가지고 나갈  있다는 것만으로 후하게 쳐주는 게 아닐까. 이걸 이해하며 긍정하는 자신이 너무 밉다.

'최소한 10억... 음. 집값이 많이 올랐고 언제 떨어질지도 모르니까 한 2~30억은 손에 쥐여줘야 하는데.‘

빚까지 합치면  5~60억은 여기서 벌어야 한다. 이마저도 1조의 빚에 보태도 얼마 되지 않는 적은 돈. 다시금 허탈함이 찾아온다.

"지나야. 여기 옷... 가지고 싶어?“
"아니요. 주인님. 저는 딱히 옷이 필요 없습니다.“
"그래도 메이드 복을 벗을 때 있어야지 않아?“
"괜찮습니다.“
"안 더워?“
"네. 이 옷은 온냉방기능이 있어서 여름이나 겨울에도 시원하고, 따뜻하게 입을  있습니다.“

와... 시발. 그게 뭐야. 나도 줘요. 그거.


"다른 옷은 입고 싶지 않아?“
"네. 전 성노예이니. 이  하나면 충분합니다.“

더 물을 것도 없었다. 그냥 애는 이런 애라 치부하고 넘어가자. 더 말을 섞어봐야 골치만 아플 뿐이었다.

"주인님.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으십니다.“
"뭐.....?“
"여기서는 옷을 사지 않아도 입어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네?“
"응?“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어느새 지나는 이 정도까지 말했는데도 왜 모르는 거지하고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재희를 바라본다. 그럴 때.


"재희야아! 이거 입어봐요!“
"......“

민정이가 정말 화사한 드레스를 가져왔다. 아니, 그것보다 여기는 중세시대에서나 입을법한 드레스도 파는 건가?

"이건 어디서 놨어?“
"저기서요. 정말 다양한 코너가 있었어요!“
"신기하네.“

무슨 옷가게가 이럴까. 정말 신기했다. 물론, 가격표를 보고 튀어나온 말이다.

"자자. 이거 입어봐요.“
"미, 민정아... 이거 못 살 거 같은데.“
"네...? 알아요. 재희야.“
"어?“
"설마 제가 여기서 옷을 사자고 했겠어요? 하하하. 재희는 참. 절 너무 쓰레기로 만들어요.“

그게 아니었어? 실제로 여자를 사귄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그런데 들려오는 말이나 드라마 속 여자들을 보면 대부분이 명품 브랜드의 옷이나 물건들을 좋아했으니 그녀도 마찬가지라 추측했거늘. 잘못된 생각이었나 보다. 민정이는 설마 자신을 쓰레기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과장되게 흑흑하고 눈물을 닦는 행동을 취했다.

"재희가 이걸 입어준다면 괜찮아질  같은데. 흑흑.“
"......“

그러냐. 그럼 입어야지 원. 드레스라니. 아직 여자라는 사실을 완전히 받아들이질 못했는데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니. 내키지는 않는데 실수를 범한 건 재희이니. 하는 수 없이 민정이에게 드레스를 받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처음으로 여성용 옷을 입는 거라 조금은 버벅댔지만 입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저, 여기까지 와서 아래가 훤한 옷을 입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뿐.

"재희야 다 입었어요?“
"잠깐만.“


손을 등 뒤로 넘겨 지퍼를 찾아다녔다. 이내, 발견하여 주욱. 올려 드레스를 다 입었다.

"아오... 꽉 끼네.“

유일하게 끼는 부분이 있었다. 가슴... 망할 가슴. 이걸 뗄 수도 없고, 한숨을 깊게 내쉬며 재희는 탈의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와아... 재희야. 여신인 줄 알았어요!“
"주인님. 정말 아름다우세요.“
"와! 언니! 진짜 잘 어울린다.“

탈의실 앞에서 재희를 기다리던 민정이와 지나는 넋을 놓은 상태로 감탄했고, 양손에 가득 옷을 집어온 예림이는 뒤늦게 드레스를 입은 재희의 모습에 실수로 손에 들린 옷을 떨어뜨릴 뻔까지 했을 정도로 입을 떡하니 벌렸다.

"아아! 폰이 없다는 게 정말 아쉬워요! 이걸 남겨놔야 하는데!“헤븐에는 유일하게 없는 것이 인터넷과 관련된 것들이다. 당연히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존재할 수가 없어서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재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다는 사실에 민정이는 한탄했다.

"언니언니. 이것도 입어봐요!“
"또.....?“
"혹시... 싫어요?“

또 입어야 한다니. 재희는 자신도 모르게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나 보다. 그로 인해 잔뜩 실망한 얼굴로 고개를 툭 떨어뜨리는 예림이 때문에 이마를 짚으며 입을 열었다.


"알았어.......“
"야호! 언니 사랑해요!“


모두  연기였다는 듯이 해맑게 웃으며 재희를 끌어안고선 입을 맞추고선 이번에 입을 옷을 품에 안겨주곤 다시 탈의실로 밀어버렸다. 그렇게 나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시 들어온 탈의실 안에서 재희는 얼굴을 잔뜩 찡그린 상태로 머리를 박박 긁어버렸다.

"하아. 그래도 입어야지 원.“


탈의실 안에 있는 전신거울을 보면 그녀들이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건지.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미녀, 아니, 여신이라 해도 반박할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아름다움이 극에 달한 여자의 모습이 보여왔다. 나르시시즘이라 했나. 그걸 걸려도 이상할 게 전혀 없었다. 재희는 힐끔. 탈의실 문을 바라보았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으며 예림이에게서 받은 옷을 탁자에 잠시 올려 두었다.


"예쁘네......“

단 하나의 부정할 수 없는 사실. ㅈㄴ 예쁘다. 어떻게 이런 몸에서 그런 힘이 나올 수가 있는지, 근육이란 눈대중으로 보면 도저히 찾아보기 힘들었다. 직접 손으로 몸을 만져 보아도 딱히 근육이라 할  만져지지 않았다. 어디에나 있을 연약한 여자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런 여자가 사실은 1조라는 빚을 지고 있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저지른다는  과연 누가 믿을까. 진실을 알아도 홀릴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이쁘기 때문에.


"언니! 아직 멀었어요?!“
"아아. 잠깐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겨 있을 때, 재촉하듯 예림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재희는 순간 미친년이라고 자신을 질타하며 황급히 드레스를 벗어 탁자 위에 잠시 올려 두었던 옷으로 갈아입고 탈의실을 나왔다.

"꺅! 꺅! 역시 언니에게는 걸크러쉬가 나았어요!“


그나마 남자가 입을 법한 옷. 예림이는 마치 동경하던 연예인을 만난 소녀팬처럼 깍깍거렸다.


"그래?“

급하게 입고 나오느라 거울과 옷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재희는 예림이의 말에 그제서야 입고 있는 옷을 살펴본다. 청바지에 재킷까지. 민정이에겐 미안하지만 아까 입었던 드레스보다 더 괜찮은  같네. 재희는 만족한 표정으로 소매를 만지작거렸다.


"아니야! 재희는 공주님 같은 옷이 더 잘 어울려! 재희야! 여기. 이거 입어 봐.“


드레스를 고집하는 민정이. 어디서  드레스를 들고 와서는 재희에게 건네주었다.


"언니! 재희 언니는 걸크러쉬라고! 드레스보단 남자 같은 옷이 좋단 말이야!“

옳지. 우리 예림이.  한 번 정말 잘한다. 계속 밀어 붙이렴. 언니는 널 응원하고 있단다!


"음... 저도 드레스쪽이 괜찮아 보입니다.“


지나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내비쳤다.


"그치? 역시. 지나 언니가 뭘 좀 안다니까?!“
"우으......“


2대1이 된 상황. 예림이의 쥐죽은 듯. 입을 다물었다.

'예림아! 거기서 포기할 생각이야?!‘


응원한 게 헛되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재희 언니는 걸크러쉰데......“


알아주는 이 한 명도 없다며, 예림이는 풀이 죽어버렸다.

"이게 어떨까요?“
"꺄아! 지나 언니! 이거 정말 좋다!“
"그쵸?!“


지나가 고른  검은  드레스. 이걸 고른 이유는 간단했다.


'하악하악. 이 드레스를 입은 주인님께서 밤에 여왕님처럼 마구 괴롭혀주면 좋겠다!‘


욕망에 사로잡혀 있으니까. 여기서 채찍도 있으면 완벽한데. 아쉽게도 그건 없었다.


"재희야! 이거 입고 와요!“
"그래... 알았어.“

입으라면 그냥 입지 뭐, 포기했다. 재희는 벗었던 옷을 민정이에게 건네주고 다시 드레스를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오후까지 패션쇼가 이어졌고, 애초에 이곳에서 옷을 살 생각이 없었던 그녀들은 늦은 점심을 먹은 뒤에야 평범한 옷가게에서 옷을 사고 길드로 돌아왔다. 몸이 피로했던 어제와는 달리 정신적으로 피곤한 오늘도 빠르게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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