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8화 〉058 첫 게임 (58/140)



〈 58화 〉058 첫 게임

"읏...! 제, 제길!“

갑자기 들려오는 남자의 감탄사와 말도 안 되는 헛소리. 그로 인해 재희는 허리춤에 걸려 있는 레이피어를 재빨리 빼 들고 일어났다. 일어나면서 성욕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도중에 끊어버린 상태인지라 자신의 의지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순간의 착각이었는지 이내, 몸은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두  리가 떨려오기 시작한다.

"왜. 원하던 거 아니었어? 그냥 편하게 앉아있어. 그러면 내가 정말 기분 좋게 해줄 테니까.“


무척 기분 나쁜 음흉한 얼굴로 풀어 흐트러진 재희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입을 열었다.


"꺼... 꺼져.“

숨을 거칠게 헐떡이며 힘겹게 말을 하지만 남자는 전혀 꺼질 생각이 없는지 어깨에 들쳐멘 거대한 도끼를 내팽개치며 서서히 다가왔다.

'하필이면...! 그리고 그 남자가 말했던 참가자가 바로 이놈인가?‘

성욕이 제대로 해소되지도 못했을뿐더러 해소하던 도중에 그만둔 탓에 몸의 상대는 조금 전보다 더욱더 최악이라 말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게임에 들어가기에 앞서 게임 측의 양복을 입은 남자가 방심해서는 안 될 인물이 있다고 했는데 그자가 바로 재희의 눈앞에 있는 이 남자라는 생각에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안 그래도 지금 상태로는 평범한 다른 참가자들조차 벅찰 정도인데 하필이면 경계를 해야만 하는 남자가 운도 지지리도 없이 걸리게 된다니. 지금 자신의 신세를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아니지. 여태까지 저질러온 죗값을 달게 받는다는 의미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재희는 웃음을 흘려버렸다.

"하... 시발.“

죗값이라 말해지는 벌을 내린다면 달게 받겠지만 남자였었던 자신이 남자에게 범해지는  죗값이라니. 이건 용납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고통스럽게 죽고야 말지.

"굳이 땀 빼지 말자니까?“

해치지 않을 거라는 듯이 맨손을 활짝 펼쳐서 재희에게 보여준다. 그러니 어서 위험한 그 검을 내려두고 순순히 범하라는 뜻에서.


"꺼져. 시발놈아.“

예상했다시피 거절의 의사가 내비치고,  때문에 남자는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손으로 얼굴일 짚었다. 귀찮음, 짜증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을.

"마지막 경고야. 굳이 땀을 낸 뒤에 하고 싶지는 않아.  예쁜 얼굴과 몸에서 상처를 입히고 싶지 않다니까?“

생전 처음으로 여자의 몸에 상처를 입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외모로 유명해져  나라의 탑으로 떠올랐던 여자 연예인을 범할 때도 가차 없이 폭력을 행했던 그였는데 오늘 처음으로 눈앞에 보이는 여자의 몸에는 어떠한 상처조차 내고 싶지 않았다. 그야 그럴 것이 온전한 상태로 자신의 것이 되어야만 하니까. 그러니 마지막 경고라고 말하며 겁을 먹도록 강압적이고 무서운 얼굴로 말한다.

대충 이러면 평범한 여자들은 오돌오돌 떨어대며 순순히 몸을 내주었다. 강간과 폭력이 이루어지더라도 살아남는  더 중요하니까. 하지만 재희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었다. 원래 남자였었던 터라, 게이도 아니었던 터라, 그리고 여자로 변해버린 며칠 사이에 남자들의 더러운 시선을 지겹도록 느낀 터라 목숨을 내놓고서라도 절대로 남자에게 범해진다는 선택지를 곁에 두지 않았다.


"자. 위험하니까. 그걸 어서 나한테 넘겨.“한순간의 방심은 금물이란 걸 잘 아는 남자인데 지금은 조금 안일하게 아무리  있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연약한 여자의 모습에도 조심스럽게 다가가 레이피어의 칼날을 향해 손을 뻗었다. 칼날을  쳐서 옆으로 기울이게 만든 다음 빠르게 그녀의 손에 들린 검을 빼앗을 생각이었는데  생각처럼 상황이 펼쳐지지 않았다.

"......?!“


비쓰온 게임 안에서 참가자 신분을 가진 여자는 예쁘든 못생기든 살인 경험이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근데 브론즈 등급이라면 조금 상황이 달라진다. 이곳에 참가한 여자 대부분이 아무 생각도 없이 참가한 게 태반이기 때문이다. 분명 튜토리얼에서 대충 무얼 하는 게임인지 알았을 텐데도 불구하고 참가한다.

그래서 살아남으면 두 번 다시 참가하지 않거나 증오심을 품고 훈련에 매진한 다음 다시 참가하거나 그러는데. 남자는 자신이 알던 여자들과는 다르게 공포는 물론이고, 살인에 대한 거부감도 전혀 보이지 않는 재희의 공격에 당황한 기색을 역력하게 표정에 띄워 보이며 거리를 벌렸다.


"하아... 하아.....“
"......“


툭 치면 고통에 물든 얼굴로 아파하면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게 보이는 연약한 여자. 하지만 그 속에는 뭐가 잠들어 있는지. 남자는 입을 굳게 닫고 거친 숨을 토해내는데 눈은 자신에게 고정해둔 재희를 바라보았다.

'베일... 뻔했어.‘


반응이 조금이라도 느렸다면 분명히 베였다. 그것도 목덜미를. 그러한 사실에 충격을 받은 남자는 아까처럼 아무 대책도 없이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너... 뭐 하는 년이냐?“

물음을 툭 던져보았다. 궁금했다. 어찌 그 몸 상태로 남자를 놀라게 한 움직임과 정확성을 보인 건지, 살인에는 대체 왜 익숙해 보이는지를.

"말하기는 싫나 보네.“

돌아오는 대답은 존재하지 않았다. 말하기 싫은 것으로 판단한 남자는 억지로라도 입을 열게 해줄 생각으로 방금 땅바닥에 던져 놓았던 도끼를 주워들었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칠 수도 있어. 그러니까 그거 내려놔.“

방심해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재희의 정상적이지 않은 몸 상태는 남자의 눈으로 확실하게  수가 있었으니 시간만 끌어본다면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승패가 결정이 날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남자는 언제까지 눈앞의 미녀를 따먹지 못하고 지켜만 봐야 하는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노릇이라 그냥 운에 맡기기로 한다. 운이 좋지 못하다면 누구 하나가 상처를 입을 거고, 운이 좋다면 좋게좋게 마무리되어 즐거운 시식 타임이 시작된다.


'먼저... 저 검부터 손에서 떨어뜨린다.‘

가장 먼저 위협이 되는 검부터 손에서 떨어뜨리기로 한다. 짧은 기합 소리와 함께 곧장 도끼를 옆으로 휘둘렀다. 칼날이 맞도록, 재희의 몸에는 닿지 않도록 짧고 강하게 말이다. 칼날을 맞춰서 그 충격에 손잡이를 놓치는 그런 상황을 노리며. 당연히 도중에 손을 크게 다치겠는데 일방적으로 범할 거기 때문에 지금은 다쳐도 상관이 없었다. 나중에 손을 이용한 플레이를 해도 늦지 않으니. 그러나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수평으로 휘둘러지는 도끼의 날을 칼을 내려서 피하는 게 아닌가.


'미, 미친.....?!‘


칼을 내려 도끼를 피한 재희는 그 상태로 남자의 몸을 향해 내찔렀다. 칼끝이 향한 곳은 왼쪽 가슴 부근. 바로 심장이었다. 남자는 두 다리를 포함한 몸의 모든 곳에 힘을 빼내어 도끼가 휘둘러지는 방향에 따라 몸을 맡긴다.

"크흑?!“

가슴은 피했는데 팔은 미처 피하지 못하여 옆을 스쳐 지나가며 옷이 찢어지고 핏물이 튀었다. 꼴사납게 넘어지며 피한 그는 넘어지면서 느낀 고통에 신음도 잠시. 어서 빨리 자세를 잡고 일어났다. 그 상황에서 멀쩡한 상태를 가진 재희였다면 곧장 공격을 이어나갔겠지만, 지금은 발을 지면에서 떨어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는 빠른 판단을 가진 그녀가 대체 왜 공격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가졌다.

'못 움직이나......?‘


그렇게 든 답. 움직일 수가 없다. 만나자마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 데다가 여전히 고작 짧은 움직임만으로 저리 힘들어하니. 움직이지 못한다는 답이 나오자 언제 심각했냐는 듯이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싸움에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발을 못 움직이다니.

"혹시... 움직이지 못하는 거야?“
"......“

이번에도 역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로 인해 남자는 확신한다. 생각이 들어맞는  역시 움직이지 못한다고. 그런 이유가 궁금해지지만 지금은 어서  앙칼진 여자를 붙잡아 강간하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찬다. 언제 이렇게 여자와 생사를 건 사투를 벌일지. 재미있다.

"그럼 결과가 나온  아닌가?“

조금 전의 회심의 공격으로 지금 사용할 수 있는 힘을 모조리 털어놓은 것처럼 레이피어를 든 재희의 양팔은 심각하게 떨려오고 있었다. 굳이 해 보지 않아도 결과가 나오는데. 정말 포기란 모르는 여자가 아닌가. 오히려 그 모습이 더 보기 좋고, 타락할 때까지 조교 할 맛이  것만 같아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포기해. 아까 말했듯이 상처입히기는 싫다니까?"
"꺼져... 미친 새끼야.“
"허허. 참. 앙칼지네. 조교하는 맛이 있겠어.“

언제든 얻을 수 있다는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그의 모습. 재희는 일그러져 있는 얼굴이 더더욱 일그러진다.

'시, 시발... 괜히 유지나를 가만히 놔뒀어!‘

굴욕... 그 자체. 괜히 이곳에서 처음 본 아무 사이도 아닌 유지나를 범하지 않고 내버려  게 화근이 되었다. 그냥 편하게 범했으면 이렇게까지 상황이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뒤늦게 후회를 해 본다.


"흠... 계속 그러면... 나도 어쩔 수가 없네에에?!“
"읏?!“

여유로움과 재희를 범할 생각에 가득 담긴 음흉한 표정은 대체 어디 갔는지. 지금 재희의 앞에는 마치, 연쇄살인을 하고도 즐거워 미치는 괴물의 모습밖에 보이지가 않았다. 이젠 몸에 어떤 상처가 나도 상관이 없다는 듯, 레이피어의 칼날이 아니라 몸을 향해 날아오는 도끼의 모습에 재빨리 이를 악물며 뒷걸음을 쳤다.

"하핫!“


손에 쥔 무기의 무거운 무게로 남자의 몸이 크게 돌아간다. 빈틈이 너무 많아 지금 공격을 한다면 충분히 죽을 수 있을 테다. 그러나 몸이 따라주지 않아 팔을 뻗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읏.....!“


빈틈은 많은데 공격 하나하나가 치명상 이상을 입힐  있기에 뒷걸음질을 반복하던 재희는 무언가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남자가 그토록 바라왔던 상황. 레이피어를 놓치고 엉덩방아를 찍은 상태로 남자를 올려다본다.


"헤... 헤헤.“


어느새 재희를 내려다보기 시작하는 그의 입가는 찢어질 정도로 벌어지고 이젠 필요가 없어진 도끼를 손에서 떨어뜨린다.

"아하하. 크네. 그리고 부드러울 것 같네. 그리고 흥분했나 봐?"
"시, 시발... 이거 놔!“


자세를 낮추고 무방비해진 재희의 상의를 거칠게 들어 올리자 아까 자위를 하면서 벗어둔 브래지어는 없고, 그대로 풍만한 가슴과 발기해 있는 유두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금 짐승처럼 발정해 있는 탓에 서 있는걸 남자는 자신에게 범해질 생각으로 흥분했다고 착각했다.


"아윽.....!“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자 이 망할 몸뚱어리는 더는 참지 못하겠다고 외치듯, 신음성을 토해냈다. 이대로 순순히 범해질 수는 없는 노릇. 재희는 손을 쳐올려 남자의 뺨으로 향했지만 그마저도 허무하게 손목을 붙잡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놔! 놓으읏... 라고오....!“

한쪽 눈이 찔끔 깜아지며, 희롱당하는 가슴으로부터 느끼고 싶지 않은 쾌감이 밀려온다.


"그, 그만... 하악... 악... 그만하라고!“

가슴을 희롱하는 남자의 손을 떨어뜨리려고 해 보아도 모두 소용이 없었다. 전부 부질없는 짓거리. 그 때문에 지금은 그저 몸을 희롱당하며 신음소리를 애써 참는 것밖에 없었다.


"왜...? 키스해 달라고? 뭐, 그런 거면 이미 말하지."
"지랄.....!"


역겨움에 치를 떨 정도로 끔찍하다 못해 재활용도 불가능한 폐기물 같은 면상이 서서히 다가오자 고개를 돌렸다.


"참나. 몸은 이렇게 원하는 것 같은데 말은 다르네.“"으으으!“
손목을 붙잡고 있는 손을 뻗어 엄지와 검지로 뺨을 강하게 누르자 자연스럽게 입이 벌려진다. 고작 세 손가락. 주로 쓰는 손가락도 아니며 다섯 개 중에 약한 것들뿐인데 이마저도 풀지 못하고 있었다.

'시발... 키스라니. 개 시발. 남자와 키스라니!‘

차라리 오크 그 자체라 해도 무방한 너무 못생긴 여자와 키스 이상의 짓을 하는   나을 것만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키스는 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세차게 저어보지만 이내, 남자의 힘에 굴복에 움직임이 멈췄다. 바로 눈앞까지 얼굴이 다가오고, 몸으로부터는 가슴을 희롱하던 남자의 손이 배를 훑고 지나가며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입은 물론이고 처녀까지 잃기 직전.

"크학!“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의 머리가 크게 흔들리며 옆으로 넘어갔다.


'돌.....?‘

찰나에 순간에 본  돌이었다. 어딘가에서 돌이 날아와 남자의 머리를 맞추었다. 대체 누가. 누가 도와준 거지, 호의로? 아니면 이 남자처럼 자신을 강간하려고? 여러 가지의 추측들이 난무하고 재희는 돌이 날아온 방향으로 눈을 가져갔다.


"누, 누나! 누나 괜찮아요?!“

그러자 튜토리얼에 있었을 당시에 차인원의 무리에 있었으며, 예림이와 비슷한 나이인 고등학생으로 보았던 어린 소년이 다급히 재희를 향해 물음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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