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057 첫게임
재희를 범하려고 다가오던 한 남자. 그의 목은 어느새 작은 구멍이 여러 개가 나 있는 상태로 죽어있었다. 언제 죽었던 것일까. 시체의 온기는 이미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하아... 하아... 시발... 미치겠네."
이젠 나무에 등을 기대고 서 있기도 힘든 상황. 나무에 등을 기댄 채로 주르륵 주저앉으며 재희는 분노에 가득 찬 욕을 입에 담았다. 지금이라도 다시 동굴로 돌아가 유지나라는 성노예의 몸을 마구 탐할까 하는 생각까지 들어온다. 근데 그 생각에 고통을 주는 방식까지 포함되어 있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시발... 개 좆같네. 진짜."
거친 숨을 동반하여 욕이 계속해서 튀어나온다. 몸은 이미 유지나에게 절망을 주며 범하고 싶다 아우성인데. 머리는 그러지 말라고 만류하니 1년 동안 받을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받아오고 있었다.
"하윽.....!“
결국, 참다못해 재희는 옷 위로 자신의 존재를 마구 과시하고 있는 커다란 가슴에 손을 올려 마구 주물렀다. 부드럽다. 힘을 주면 모양이 일그러지며 지방이 손가락을 잡어 먹는 게 부드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고작 이걸로 만족하지 못하는 음란한 몸뚱어리 때문에 옷 안으로 손을 밀어 넣고 브래지어를 벗은 다음에 발기해 있는 핑크빛 유두를 강하게 꼬집었다. 그제서야 신음성이 터져 나오고.
"시발... 시발 개 같은 새끼들이. 진짜... 내 몸에 뭔 짓을 한 거냐고.....!“
뭘 어떻게 해야지 사람이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이곳에서 자위할 정도로 변태로 만들어둔 건지. 원인을 제공한 새끼와 얼굴을 마주 보고 만나는 순간 곧장 손이 뺨으로 직행할 게 분명하다.
"하으으읏!“
가슴만으로 만족하지 못해 반대편 손은 바지를 느슨하게 풀어놓고 속옷 위로 음부를 거칠게 쓸어댔다. 언제부터인지 이미 축축하게 젖은 음부에다가 손가락을 갈고리 형태로 만들어 박박 긁어도 보았다.
"부족해... 부족하다고!“
만족이란 건 얼마나 멀리 있는 건지. 이렇게나 만족을 원하는데 그곳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게만 보인다. 그 때문에 마지막 방어선이라 할 수 있는 속옷이 애액으로 축축하게 젖어 음부에 붙어있는 걸 억지로 손을 밀어 넣어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으윽."
보지에 닿았다. 다른 여자의 것을 자주 만져 보았는데 자신의 걸 만지는 건 이번이 처음인 재희였다. 원래 남자였다는 인식 때문에 민정이와 예림이에게조차 내주기 꺼려지는 곳을 직접 만지는지라 많은 생각이 들어올 법한데도 불구하고 지금은 어떻게든 이 망할 성욕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자 곧장 손가락을 움직였다.
"아앙... 앙.“
안 그래도 몸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있으니 헤븐에서 그녀들에게 유린당했을 때보다 더 큰 쾌감이 밀려온다. 이런 곳에서 자위하고 있는데 역시나 하고 말하는 듯. 부족했다.
'부족해... 더... 조금 더어.‘
몸이 만족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것보다 더 큰 쾌감을 달라고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는 것처럼 시야가 흐려지고 귀는 먹먹해지며, 청각과 후각을 잃어간다. 머릿속에서도 온통 쾌감이란 단어만 자옥하게 물들었다.
"하아악“
쩌억 하고, 보지의 균열을 벌여 손가락을 천천히 집어넣었다.
"아... 조, 좋아.“
남자였던 재희가 얼굴에 있는 구멍을 제외한 다른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니 정말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더러운 곳에 넣는 듯한 그런 감각. 그래도 쾌감이 느껴지니 손가락은 더더욱 과감하게 움직였다. 안에 손가락을 넣으니 기분이 좋아지자 조금 더, 조금만 더라고 말하면서 손가락을 더 깊숙이 밀어넣었고, 그랬더니 잠시 뒤에 약한 막의 감촉이 느껴졌다.
"......“
이건... 아마도 처녀막 같은 게 아닐까. 민정이와 예림이의 처녀막을 뚫었을 때 비슷한 감각이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아마도 맞을 것이다. 다행이라고나 할까. 실험체로서 쓰이며 의식이 없던 자신의 몸이 남자에게 범해지지 않아 깨끗하다는 사실만으로 좋아해야 하는 걸지. 아니면 처녀막의 존재로 인해 쾌감을 얻고 싶지만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움직임을 멈춘 것에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시발......“
손가락을 빼내지 않은 상태로 재희는 욕했다. 이딴 것쯤은 그냥 뚫어버리고 자위를 이어나가고 싶은데 이젠 몸이 거부하고, 머리가 어서 움직이라고 아우성이다. 갑자기 위치가 뒤바뀐 둘이었다. 그리고 그때 마침 들려오는 목소리.
"오오. 왜. 더 안 해? 아... 혹시 내가 박아주길 원하는 거야?"
나무와 풀숲을 헤치고 거대한 도끼를 어깨에 들쳐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며 음흉한 표정으로 말한 것이었다.
*
따분하다. 너무나도 따분하다 못해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 무인도에는 약 200여 명이나 되는 정말 많은 참가자들이 들어와 서로 목숨을 노리는 생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는데 남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도록 경찰서의 유치장에 갇힌 것처럼 심심하기 그지없었다.
"개재미없네."
무게는 물론이고, 크기까지 비정상적으로 커다란 도끼로 이미 죽어버린 참가자의 시체를 내려찍었다. 기기괴괴한 소리가 귓가를 간질이고 핏물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안에 있던 장기는 자신이 있을 위치를 잃고 밖으로 쏟아 나왔으며, 그와 동시에 장이 제대로 잘렸는지 대변까지 흘러내렸다.
"어떻게 잘 싸우는 새끼가 한 명도 없냐? 어떻게? 말이 되는 거야?“
브론즈 등급의 게임이긴 해도 이게 말이 되는가. 처음에는 나무와 풀 때문에 움직임에 방해되는 거대한 도끼를 가진 남자의 모습에 실실 비웃던 참가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물 콧물 모두 다 빼버리며 살려달라고 애원을 한다. 하나같이 모두가. 그래서 그 대가로 몸을 반쪽으로 내주었다. 세로로도 해 보고, 가로로도 해 본다. 마치, 찰흙처럼 짓이겨지고 찢어지는 모습은 재미야 있었는데 그것도 잠시뿐. 계속 그러니 지루했다.
아무나 다 좋으니 이젠 일방적인 학살이 아닌, 제대로 된 싸움을 하고 싶었다. 남자의 목숨조차 위협받을 정도로 정말 위험하고 흥미진진한 그런 싸움을 말이다. 근데 브론즈 등급의 게임에서는 너무 큰 바람일까. 제대로 된 싸움을 하려면 최소한 골드 등급의 게임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남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 골드로 가냐. 실버에 승급하는 것도 시간이 꽤 걸리는데. 그것도 뉴비가 계속 유입되어 점차 수가 줄어가던 브론즈 등급이 보충돼야지 게임이 열리게 된다. 헤븐에 얼마나 많은 브론즈 등급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중에 80% 이상이 비전투원일 게 분명했다. 죽기 싫어서 겁을 먹고 그냥 헤븐에서 살기로 한 쓰레기들로 구성되어있는.
운이 좋다면 참가 인원이 다 모여 몇 주 안에 다시 열리게 될 수도 있고, 인원이 너무 부족하여서 한 달이 지나도 열리지 않을 때가 있었다. 남자는 하필이면 자신이 헤븐에 들어오자마자 예쁜 여자에게 반해 따먹으려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강간을 하려고 했던 이유로 인해 과거의 자신을 원망한다. 이곳에 오기 전에 이름을 꽤 날리던 살인귀라 다행이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게임 측 직원들에게 끌려가 더 이상 세상의 빛을 이 두 눈에 담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튼, 남자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줄 거라고 기대하며 풀어주어 곧장 브론즈 게임에 참가했구만. 이래서는 준비운동조차 되지 않았다. 그저 피라미들. 굳이 남자가 아니더라도 나중이면 알아서 죽을 쓰레기들밖에 없었다. 이럴 거면 브론즈 등급에서 가장 많이 보인다는 여자라도 발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한동안 요 녀석을 빼주지 않아 생각만 해도 가랑이에 달린 그게 발딱 서버린다. 근데 제일 중요한.
"이번에 여자가 꽤 많이 참가했다 해서 기대를 했는데. 왜 안 보이냐.“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재희라는 유일한 실험체 생존자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끌어 오르는 성욕을 생각하지 않고 홀로 게임에 참가했기 때문에 게임 측에서 임의로 성욕을 해소가 가능한 여자란 여자는 모조리 재희 근처에다가 풀어두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장 위협적인 존재라 할 수 있는 남자를 멀리 떨어뜨려 둔 탓에 일주일이 지나가도 환상의 생물같이 여자란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시발. 상금을 타면 곧바로 창관에 가야겠네.“
여기서 운 좋게 여자를 발견해 강간하긴 그른 것 같았다. 보이지도 않는데 뭐 어쩌라는 말인가. 똘똘이에게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참으라고 말하며 어서 빨리 게임을 끝내기 위해 다른 참가자들을 빠르게 찾아 죽이기로 한다. 재수가 좋다면 여자를 만난다던가 즐거운 싸움이 될 만한 참가자를 만날 수도 있으니. 남자는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아앙... 앙.“
그러던 남자의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의 존재. 이 목소리의 주인은 여자의 것이 확실했다. 한동안 여자를 만진 적도,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인지 콩깍지가 끼인 듯 무척 아름다운 목소리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이 근처에 여자가 있다는 것만으로 애써 진정시킨 똘똘이가 다시 힘차게 몸을 일으키며 바지와 속옷 안은 답답하니 어서 꺼내 달라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기다려라. 곧 자유를 만끽하게 해 줄게."
온몸의 근육들까지 기쁨에 소리를 내지르며, 남자의 표정에서 웃음꽃이 피어났다. 언제 이렇게 웃었을까. 아마 몇 년 전에 예쁜 여자 연예인을 강제로 범했을 때가 마지막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신음소리라니.“
들려오는 소리에 의하면 지금 여자는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것도 고통에 의해서가 아닌 쾌감에 의해서. 그럼 남자랑 이곳에서 하고 있거나 홀로 위로를 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었는데. 솔직히 안전도 확보되지 않은 여기서 대놓고 홀로 자위를 할 미친 여자가 있을지. 남자는 후자를 완전히 지워버리고 전자의 상황이 어딘가에서 펼쳐지고 있다 확신했다.
그럼 뭐다? 그 여자랑 하는 남자를 죽이 뒤에 여자를 범하는 거다. 방금까지 살아있어 자신과 섹스를 하던 남자의 죽은 모습에 절망하고, 슬퍼하면서 남자에게 범해지는 모습을 상상하니 입꼬리가 찢어졌다고 착각할 정도로 길게 찢어져 귀 끝에 걸렸다. 뭐... 그런 일은 없겠지. 보나마나 강간을 당하는 도중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내가 도와줘야겠네?“
실좆으로 아무리 쑤셔보았자 기분이 좋기는커녕 불쾌함만 남을 텐데. 어찌 그런 가여운 상황을 그냥 지나치고 갈 수 있겠는가. 남자는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된 것마냥 강간을 하고 있는 남자를 죽여 대신 여자를 범해서 기분 좋게 해 주겠노라 다짐했다. 귀를 기울여 의미하게 신음성이 들려오는 곳을 향해서 걸어갔다. 이 길이 정답이었는지 신음소리는 걸으면 걸을수록 점차 커져만 갔고.
"하아악! 아... 조, 좋아.“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의 눈에 그토록 바라고 바라왔던 여자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이상한 점은 혼자라는 점인 데다가 설마 했던 자위하는 상황이라 황당하면서도 그녀의 외모에 눈길을 사로잡혔다. 어찌나 예쁘던지. 순간 지금 뭘 하려고 했는지 남자는 망각해버렸다. 아름다웠던 은색의 머리카락은 사흘간 성욕을 풀지 않아 꽤 탁해져 있었지만 그래도 다른 여자들과 비교한다면 정말 예쁘다는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게임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나 지났으니 염색이라면 머리카락의 뿌리 부분이 검은색으로 물들어 보였겠는데 그녀의 머리에는 검은색이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살짝 혼탁해진 붉은 색 눈동자마저. 미쳤다고 이곳에 렌즈를 끼고 오는 미친년이 아닌 이상에야 진짜 눈이라는 의미니 더더욱 흥분되었다. 외모는 물론 특이한 머리카락 색과 눈의 색.
여자. 재희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남자는 그제야 자신이 멍하니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미녀를 곧바로 덮치지 않고 멍하니 자위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참. 차려진 밥상을 두고 감상하는 꼴이라니. 한심할 따름이지만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혹시 내가 있는 걸 아는 건가?“
남자가 지켜보고 잠시 뒤에 멈췄으니 재희도 남자가 숨어서 자신이 자위하는 모습을 몰래 엿보고 있다는 걸 아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어온다.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자신 같은 미친놈, 독종일 수도 있다 생각한다. 일부러 몸으로 남자를 꾀어 온 다음 죽이는 그런 유의. 진짜면 꽤 재밌지 않은가. 자위를 하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었는데. 두근두근. 긴장감이랄지. 미녀의 자위를 본 흥분이랄지. 알 수 없이 심장이 뛰어온다.
"그러면 뭐 어때.“
어차피 저 미녀를 보았겠다 왔던 길을 되돌아갈 병신이 아닌 남자는 죽으면 죽는 거지란 마인드로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 걸으며 입을 열었다.
"함정이라 해도 유혹한 건 저 창년이니까.“
기껏 차린 밥상에다가 노력의 결과물일 텐데. 남자는 재희가 준비해 두었을 함정에 걸려주기로 하며 말했다. 아무것도 없는 게 분명한데도 주위에 동료나 함정이 설치돼 있지 않을까 조심하면서.
"오오. 왜. 더 안 해? 아... 혹시 내가 박아주길 원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