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055 첫 게임
모든 것이 다 꿈만 같았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무척 아름다운 미모에 피가 잔뜩 튀어버린 모습이, 그리고 방금까지 살아있었는데 지금은 다 죽어있는 지금 상황이. 주아연은 얼굴에 피를 묻히고선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재희의 모습에도 겁을 먹기는커녕 그냥 넋을 놓고 있었다.
"언니. 이건 위험한 거야."
"......“
재희는 허리춤에 레이피어를 꽂아 넣고는 주아연의 손에 들린 석궁을 살며시 빼앗아 바닥에 떨어뜨렸다.
"왜 그래. 언니. 갑자기 말이 없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여자인 척. 주아연을 향해 묻는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묻고 싶은 말도 정말 많았다. 그러나 차마 입은 떨어지지 않는다.
"언니는 나한테 웃어주는 모습이 제일 보기 좋아.“
키도 큰 재희가 자신을 내려다보며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웃는다. 그마저도 이렇게나 아름답다니. 질투조차 나지 않을 정도의 정말 예쁜 외모가 아닌가. 여기 이 은색의 머리카락은 또 어떻고. 저 루비처럼 영롱한 붉은 색 눈은 어떻고. 그냥 신이 한 땀 한 땀 빚어낸 인류의... 아니, 우주 최강의 미모가 아닐까 하는 황당한 생각까지 들어온다. 그만큼 아름다우니.
"자. 웃어봐 언니.“
웃으라고...? 지금 웃음이 나올 상황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아연의 양 입꼬리는 점점 찢어져 귀에 닿았다.
"옳지. 언니 정말 예뻐. 그럼 상으로.“
뒤통수에 손을 얹고 머리를 뒤로 빼지 못하도록 막은 다음. 재희는 입술을 가져와 주아연의 부드러운 입술과 닿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녀의 혀가 굳게 닫혀진 입술 틈을 강제로 비집고 들어와 속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그러기를 잠시.
"키스야.“
"아......“
키스... 박기아랑 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쾌감이 전신을 휘감아온다. 흥분에 유두가 발딱 서버려 브래지어와 마찰이 되어 또 쾌감이 들어오며 다시금. 재희와 키스를 하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인다.
"또 하고 싶어?“
끄덕끄덕.
'키스... 키스가 하고 싶어. 더 하고 싶어.‘
고작 키스 하나만으로 온몸은 달아오르다 못해 이상해지기 시작하여 벌써부터 아래쪽 속옷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참다못해 쾌감을 갈구하는 음부의 모습에 방금까지 함께 이곳에서 살아남아 돌아가기로 맹세했던 동료들의 시체 앞에서 손을 내려 음부를 어루만졌다.
"하아... 하아......“
이상하다. 분명 미치지 않았는데. 미치지 않고서야 지금 이 자리에서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 있었다. 아니, 하고자 하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짓을 말이다. 도대체 그 어떤 이가 한 팀이었던 동료들의 시체 앞에서 자위를 시작하겠는가. 주아연은 머리는 정상인 것 같은데 몸은 다른사람의 것이 된 것마냥 눈물을 주르륵 흘려대면서 음부와 가슴을 스스로 농락하고 있었다. 지금 모습을 보니 미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자신이지만 이미 미쳐있는 게 확실해 보인다.
"언니. 하고 싶어?“
"응... 하고 싶어. 재희랑... 재희랑 하고 싶어 미치겠어.“
몸은 이미 한계까지 도달해 있었다. 어서... 지금 당장 하지 않는다면 정말 미쳐버릴 상황. 그래서 애원하듯. 주아연은 말한다.
"그럼 상의를 벗어봐.“
"......“
여기서 벗으라니. 일단 벗으라는 말에 입고 있던 상의를 들어 올려 먼저 머리를 빼고 그다음에 팔을 빼내었다.
"언니. 가슴 몇 컵이야?“
"비, 비컵이야.“
"으음. 꽤 크네?“
"고마워.“
꽤 크다니. 놀리는 걸까. 재희의 가슴은 대충 보아도 크기가 F 이상은 되어 보이는데. 그 커다란 가슴을 가지고 B컵이 크다는 말에 불쾌감이 들어올 텐데도 주아연은 기뻤다. 왠지 모르게 칭찬을 받은 것 같았으니까.
"브래지어도 풀어.“
순순히 그녀의 말에 따라 손을 뒤로 옮겨 브래지어를 풀었다.
"잘했어. 언니.“
한 손에 다 들어올 정도의 가슴과 갈색을 띠고 있는 힘껏 발기해 있는 유두가 모습을 드러냈다.
"흥분했어?“
"으읏.....!“
갑작스럽게 차가운 손이 가슴에 닿자. 몸이 크게 움찔하며 미약한 신음성이 터져나온다. 그렇다고 재희의 손을 쳐내지 않는 주아연. 천천히 가슴에 손을 얹고 쓸어내리면서 나오는 쾌감에 숨이 점점 거칠어진다.
"하윽.....!“
재희의 손가락이 탁하고 유두를 빠르게 치고 지나갔다.
"흥분했냐니까?“
"으, 으응... 했어.“
"지금 주위가 이 꼴인데도 잘도 흥분하네. 언니 변태구나?“
"아, 아니야... 나, 나는. 변태가 아니야.“
"그럼 이건 뭔데?“
"으으.....!“
바지의 틈을 파고들어 속옷 위로 음부를 만진다. 그리곤 축축한 감촉에 짓궂게 질문을 툭 던지자 수치심에 잔뜩 붉어진 얼굴을 옆으로 돌려버린다. 그랬더니 눈에 보이는 이하늘의 싸늘한 시체.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돌리자 또 보이는 박기아의 시체가 눈에 들어오자 안 그래도 축축했던 눈은 눈물로 투성이가 된 것으로 모자라. 모인 눈물이 한꺼번에 볼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언니는 변태야. 동료들의 시체 앞에서, 그리고 전 남자친구의 앞에서 여자에게 흥분하는 변태란 말이야.“
"아... 아아.....!“
'아니야. 아니야. 이건 내가 아니야. 기아야... 기아야 제발 일어나 줘. 그리곤 평소처럼 날 자기라고 불러달란 말이야!'
이런 간절한 바람에도 박기아는 일어날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아까 전보다 체온을 더 잃어가고 있을 뿐.
"꺄아아악!“
그랬다. 재희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언가에 의해 몸이 잠식되어 달아올랐는데 주아린은 그걸 옳다구나 하고 애써 자신의 팀원이 모두 죽었다는 사실을 외면한 것이다. 이건 꿈... 그래. 꿈이라고 생각했거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꿈이 아니라고 재희가 알려준다.
"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 거짓말이야. 그래. 다 거짓말이라고!"
고개를 세차게 저으면서 다시 현실을 부정해보지만 이미 머릿속에 단단히 박혀버렸다. 이건 꿈이 아니라 외면해 봤자 달라지는 건 하나 없는 현실이라고. 머리를 부여잡으며 거짓말이라며 분명 거짓된 거라고 쉴 새 없이 이 말을 입에 담는다.
"맞아. 다 거짓말이야. 언니.“
"그렇지...? 재, 재희야. 거짓말이지? 응. 그래. 이게 현실일 리가 없어. 헤, 헤헤.“
튜토리얼에서 살아남고, 헤븐에 들어섰을 때, 들었던 충격적인 사실. 게임에 참가해 사람을 죽여야지만 빚을 갚을 수 있으며, 나갈 수도 있다는 말에 다른 평범한 여자들과 다름없이 살아오던 주아연은 정말 미칠뻔했다. 그냥 자살할까. 대부분의 여자들이 이곳에 오면 선택하는 창녀나 남자를 잘 만나 결혼을 하는 등의 몰상식한 생각을 가졌었다.
그러나 주아연은 자신의 몸매가 예쁜 것도 아니며, 외모도 마찬가지로 평범함 그 자체이기에 남자를 꾀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미친 듯이 훈련에 매진하여 재능을 꽃피웠구만, 처음으로 친구를, 동료를 만들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곁에 있는 것들을 잃어버렸다는 사실만으로 이젠 더는 버티지 못하고 정신이 나가버렸다.
다른 참가자들을 죽일 때까지는 이런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다. 그저, 살인이 빈번한 이곳에서 먼저 죽어간 동료의 모습에 울음을 터뜨리는 게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었는데 실제로 당해보니 이해할 노릇이다. 아니, 이해할 범주를 뛰어넘었다.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사실이 아니라고 재희에게 찰싹 달라붙어 어떻게든 현실을 끊임없이 부정한다.
"재희야... 재희야. 키스. 키스해줘!“
이미 주아연의 눈에는 동료들의 시체의 모습이 들어오지 않았다.
"키스 하고 싶어?“
"응...! 키스. 키스 하고 싶어. 언니는 재희랑 키스하고 싶어.“
"그럼. 바지 벗어.“
"응. 알았어. 재희가 벗으라니까 벗을 게.“
정신병원에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처럼 표정은 환하게 웃고 있는데 눈물, 콧물, 그리고 침은 줄줄 새어 나오고 있는 망가진 얼굴이었다. 그런 얼굴로 해맑게 대답하며 바지를 벗었다. 굳이 말하지도 않았는데도 축축한 속옷도 벗어 던지고선 나무에 등을 기대 재희가 축축하게 젖은 것도 모자라 벌렁거리는 자신의 천박한 보지를 잘 볼 수 있도록 두 다리를 벌리면서 동시에 손으로도 질 안이 보이도록 보지를 넓게 벌렸다. 그러자 뚝뚝하고 애액이 떨어져 흙바닥을 적셨다.
"헤헤. 벗었어. 재희야. 벗었어.“
칭찬해줘. 칭찬해 줬으면 좋겠어.
"잘했어. 언니.“
"헤헤.“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하자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기분처럼 기쁘게 미소를 지었다.
"언니. 흥분했어? 왜 이렇게 젖어있어. 고작 키스밖에 하지 않았는데.“
"우응. 흥분했어. 재희가 키스를 너무 잘해서 보지가 다 젖을 정도로 흥분해 버렸어. 그러니까 언니를 혼내줘. 혼내줬으면 좋겠어.“
"내가?“
"응. 재희야. 부탁해엥. 재희야앙.“
온갖 애교를 떨어댄다. 재희마저도 자신을 두고 먼저 떠나간다면 어쩌지. 그러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두려움에 가득 차 주아연은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며 그녀의 몸을 끌어안았다.
"알았어. 언니.“
"아으응... 읏... 하아악!“
음부를 손으로 쓰다듬다가 이내, 거칠게 질벽을 마구 긁으며 손가락이 들어갔다. 그것도 세 개나.
"아윽... 아, 아파!“
"아파? 그만할까?“
"아니아니. 그만두지 마. 제발... 제발 그만두면 안 돼!“
"알았어.“
"하으으윽!“
아프다. 여태까지 만났던 남자들의 건 아무리 크더라도 손가락 두 개 수준의 크기였는데 지금은 세 개... 그 이상이 들어가서 강제로 질 안을 넓혀가니 쾌감보다는 고통이 밀려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새 고통은 완전히 사라졌고, 입 밖으로 달콤한 신음성을 토해낸다.
"하아앙... 앙... 재희야. 기분 좋아. 조금 더... 더 해줘!“
보지 않으려고 해도, 피 냄새를 맡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눈은 동료였던 그들에게, 그들에게서 나는 피 냄새가 코를 마구 찔러댔다. 그렇기에 주아연은 재희가 주는 쾌감으로 잊어보고자 더 큰 쾌감을 갈구한다.
"아아악!“
가슴에 닿은 재희의 이가 유두를 강하게 깨물었다. 마치, 인정사정없이 유두를 뜯어낼 정도로 강하게 깨문 터라 고통에 젖은 비명은 크게 울려퍼진다.
"언니. 쉿. 조용히 해. 누가 오면 어쩌려고?“
눈물이 앞을 가리는 상황. 그럼에도 아름다운 재희의 외모는 제대로 보여온다. 주아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어떻게든 비명을 참기 위해 입에 손을 가져가는데 틈틈이 새어 나오는 비명은 완전히 지울 수가 없었다.
"으그응...! 응...! 끄읏...?! 끅.....!“
빠르게 다가온 절정의 문턱. 호흡은 더 가팔라지며 몸은 한 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려온다. 밑에서 질벽을 긁으며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손가락의 존재로 인해 아래에서부터 찔꺽찔꺽 하는 음란한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우그으으으읏!“
끝내 애액을 마구 분사하며 몸에 힘이 쭉 빠진 주아연은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며 재희의 품에 안겼다.
"헤... 헤헤... 기분 조아아.“
보지는 거친 손길 때문에 고통으로 비명을 내지르고, 가슴은 이 자국이 강하게 남다 못해 피가 나올 정도라 욱신거리는데 쾌감이 그런 고통을 잊게 해 주었다. 발음이 뭉개질 정도로 느껴버린 주아연은 자신이 기대고 있는 재희의 목덜미에 코를 처박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아아. 좋아. 너무 좋은 냄새가 막 나.‘
이곳에 오기 전까지 맡아보았던 어떤 냄새들보다도 좋은 냄새가 났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여기엔 향수는커녕 좋은 냄새가 나는 게 없을 텐데.
"언니. 기분 좋았어?“
"우응... 좋았어. 히.“
기분 좋았냐고? 그야. 당연히 좋았지. 좋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정말 기분이 좋아 미칠 지경이었다. 이미 미쳐있지만.
"마지막 선물로는 만족한 거야?“
"......“
애써 외면했던 현실. 재희의 말에 주아연은 침묵했다.
"재희야... 사랑해.“
헛된 희망을 품고 눈물을 흘려대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응. 언니. 나도 언니를 사랑해.“
거짓말이었다. 사랑은커녕 어떤 감정도 없었다. 단지, 하룻밤의 상대처럼 시간이 지나면 잊을 뿐. 그저 어제 유지나한테 성욕을 제대로 풀지 못한 탓에 가지고 놀 뿐이었다.
"흐윽... 흑... 사랑해. 재희야. 재희야 정말 사랑해.“
여태까지 만나왔던 남자친구들, 짝사랑을 했던 남자. 심지어는 가족들까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같은 여자에게 푹 빠진 주아연은 애처롭게 말했으나. 주아연을 굳이 살려둘 가치를 느끼지 못한 재희에게서 돌아오는 답변은 싸늘함이 가득 감겨 있었다.
"응. 언니 나도 정말 사랑해.“
울먹이는 주아연을 끌어안고 있는 재희, 그녀의 표정에는 어떠한 감정도 없었다. 마치 로봇처럼 말이다. 허리춤에서 레이피어를 꺼내든 재희는 품에 안겨있는 주아연의 목덜미에 칼날을 가져간다.
흠칫.
차가운 감촉이 들어와 몸이 흠칫거리지만 피하지 않는다. 저항도 하지 않았다.
"잘 가. 언니.“
푸욱. 칼날이 살을 파고들고 들어가고, 주아연은 숨이 턱턱 막히며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에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다
"아... 아아......“
마지막 그 순간까지 그녀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은 주아연은 결국, 그렇게 죽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