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050 첫 게임
'이, 이건 뭐야? 대체!‘
쾌감을 느끼고 있으면 성욕을 풀지 않았을 그때처럼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정말 최소한의 힘만을 사용할 수가 있는데 그 사실을 마치,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이 여자는 재희에게 커다란 쾌감을 주고 있었다.
'알고 있는 거야? 어디 길드에 속한 여자야? 일부러 약한 척을 한 거란 말이야?‘
온갖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난무한다. 재희를 죽이려고 고용된 브론즈 등급에 참여가 가능한 암살자이며 재희의 힘을 미리 깨닫고 정면 대결은 무리라 싶어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재희를 죽여버리려는 생각을 가진 위험한 여자라고.
"하아... 하아......“
제길... 분하지만 정말 잘한다. 민정이와 예림이의 손과 입으로는 도저히 느낄 수 없었던 쾌감이 물밀 듯 밀려오니 고작 발과 종아리를 유린당했다고 벌써부터 숨이 거칠어질 정도로 흥분한 것도 모자라 제대로 서 있기도 버거울 정도로 힘든 상황이다.
"아... 그, 죄송해요.“
"......"
조금만 더 하면 됐었는데 하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쉬운 얼굴로 뻔뻔하기 그지없게 사과의 말을 담는다. 그런데도 재희는 그녀를 차마 죽인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야 그럴 것이 음란한 이 몸뚱어리는 이미 그녀의 테크닉에 현혹되어 빠져나갈 수 없는 웅덩이에 퐁당 빠져버렸으니까. 오히려 목숨을 노리고 온 암살자라 할지라도 곁에 두고 싶었다.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이름은?“
"유지나입니다. 나이는 24살입니다."
재희보다 3살이 많고, 민정이보다 2살 많은 언니였다.
"너... 평소에 발을 많이 빨... 아니다.
어디서 그런 손놀림과 혀놀림을 터득한 건지 궁금했지만 넘어가기로 하고.
"유지나.“
"네.“
"내 이름을 굳이 알 필요는 없어. 그냥 주인님이라 불러.“
"네...? 주인님이요?“
"왜. 싫어?“
"아, 아니요. 그냥... 어색해서요.“
남자가 자신에게 주인님이라 부르라고 하지. 여자가 이렇게 주인님이라 부르라 강요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라 살짝 당황했던 유지나이지만 이런 플레이에서는 베테랑인지라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네. 주인님.“
이거... 왠지 모를 배덕 감이 들긴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다시.“
"네. 주인님. 저. 유지나는 주인님의 충실한 성노예랍니다.“
"......"
성노예로 쓸 걸 어떻게 알았을까. 그 의문에 앗. 하고 실수했다는 표정으로 입을 틀어막는 유지나의 모습에 이해할 수가 있었다. 이런 플레이를 애인과 자주 했었다고 착각한 재희는 특이한 취향을 가진 그녀에게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까 강간을 당할 바에는 죽이라고 소리치던 그녀와 동일인물이 맞는 걸까. 아니면 사랑하는 애인을 위해서라면 이런 플레이를 해 주는 이상적인 여자친구이거나.
"죄, 죄송합니다. 시, 실수로 그만......“
"상관없어. 그 말과 다르지 않으니까.“
"네...? 그게 무슨?“
"따라와. 일단 해가 저무니까 알아봐 둔 곳으로 가자.“
서서히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재희는 지도를 보고 이미 은신처로 사용할 만한 동굴을 미리 찾아둔 뒤였다. 아직 해가 떠 있는 상황. 무인도가 완전히 어둠으로 뒤덮이기 전에 유지나를 데리고 동굴로 향했다. 다행히 선점하고 있던 다른 참가자는 없던 모양. 안을 둘러본 재희는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풀며 쓰러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쯧... 심해졌네.‘
아까 쾌감을 느끼다 말았던 탓에 몸은 어서 쾌감을 얻어달라고 아우성치었다. 식은땀까지 흘리는 것을 보아 곧 한계가 찾아올 모양.
"유지나. 불 피워.“
"네. 주인님.“
불을 피우라는 말에 밖에서 마른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잔뜩 가지고 동굴로 돌아온다.
"옆으로. 더 옆으로.“
불을 피우려던 찰나. 재희는 말한다. 옆으로 가라고. 조금 더 옆으로.
"거기. 그쪽이 동굴에서 나오는 바람이 빠져나가는 곳이야.“
동굴 안으로 들어오면서 공기의 흐름을 알아두었다. 좌우가 완벽한 형태를 이루거나 일정하게 공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어느 부분이 유독 공기가 빠져나가는 부분이 생기는데 지금 유지나가 서 있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 그러니 그곳에서 불을 피우며 공기의 흐름을 따라 밖으로 나가게 되니 질식할 이유는 없었다. 애초에 불은 잠시 몸을 녹이는 데 쓰는 용도니 곧 끌 거라 문제없지만.
"여기서요?“
"그래. 거기서 피워.“
"네. 주인님.“
품에 있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떨어뜨리고 가방의 라이터로 불을 피운다. 아카데미에서 교관이 교육 도중 말하길. 무인도의 게임에서는 참가자들 대부분이 밤에는 안일하게 불을 피운다고. 그 이유는 다양하다. 그리고 안일하게 불을 피우는 이유는 다른 참가자의 위치를 불빛으로 알아도 거리가 꽤 되면 무턱대고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야 그럴 것이 밤에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뭔가에 걸려 넘어져서 다칠 확률이 높아 내일을 위해서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는다고.
화르륵.
라이터의 불이 옮겨지며 활활 불이 타올랐다.
"잘했어.“
자신을 칭찬하는 그녀... 주인님의 말, 유지나는 돈을 위해서 남자들과 원나잇을 하며 이런 플레이를 했을 때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황홀한 기분을 느꼈다.
'칭찬받았다... 히히.‘
고작 잘했다는 말 한마디인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건지. 왜 또 칭찬을 받고 싶은 건지.
"이리로 와.“
"네. 주인님.“
손짓하는 모습에 음란한 망상이 머릿속이 지배한다. 홍당무처럼 잔뜩 붉어진 얼굴로 기대하는 표정으로 재희가 앉아있는 곳으로 향한 유지나는.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불꽃의 색 때문에 백옥처럼 새하얀 피부도 마찬가지로 살짝 붉게 물든 모습을 보고 마른 침을 꿀꺽 삼켜버렸다.
"아까 하던 거 마저 해야겠지?“
요염하게 웃으며. 재희는 왼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네...! 네! 주인님. 당연하죠!‘
이렇게나 기쁠 줄이야. 아까 하던 것... 발을 핥던 걸 마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유지나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어난다. 그 말을 끝으로 재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주인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유지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흐응......"
자신도 모르게 재희의 종아리를 옷 위로 쓰다듬어 버렸다. 몸을 흥분시키는 촉진제와 같은 역할을 하는 미약한 신음성이 터져 나오지만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가만히 있자 유지나의 행동은 점점 대담해졌다.
"으읏...! 읏.....!“
차가운 손이 재희의 바지 안으로 들어가 부드러운 종아리를 쓰다듬으며 혀를 가져다 대었다.
할짝. 할짝.
고작 한 거라곤. 손으로 종아리를 만지며 핥은 것뿐. 그것뿐인데 숨이 거칠어지는 재희의 모습에 유지나는 행복해지고 있었다. 잡다한 심부름을 하거나 짐 덩어리가 되어버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 그런 일을 도맡아 해도 목숨값과 식량값은 비교도 되지 않을 터여서 언제 버려질지 불안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주인님이 하찮은 여자의 손에 쾌감을 느끼고, 갈구하니 희망이 생겨났다. 어쩌면 오히려 자신이 주인님에게서가 아니라, 주인님이 자신에게서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아읏...! 읍......!“
신발을 벗기고, 양말을 벗기자 드러난 예쁜 발. 그런 발을 망설이지도 않고 입을 가져가 엄지발가락을 쪽쪽 빨았다. 그랬더니 위에서 신음소리가 또다시 들려오자 눈길이 쾌감에 젖은 표정을 하고 있을 재희의 얼굴로 향하게 되었고, 유지나의 시선을 느낀 재희는 곧장 고개를 돌리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얼굴을 돌리기 전에 보았고, 입을 막기 전에 들었으니까.
"하아악......!“
여전히 발을 핥으면서 바지를 걷어 올려 종아리를 거칠게 어루만진다. 그러면서 손이 점점 올라가 토실토실한 삶이 붙어 있는 허벅지에 닿자 참거나 막으려고 해도 터져 나오는 신음성이 유지나의 귀를 간지럽힌다.
'아아. 더... 조금만 더 올라가 보자.‘
허벅지를 만져도 뭐라고 하지 않는 재희. 그로 인해 유지나는 조금 더 탐욕을 해 보고자 허벅지에서 그치지 않고 손을 조금 더 올려간다. 주인님의 음부로 향해서.
"꺄악?!“
"하악... 하악.....!“
무슨 짓을 해도 유지나에게 온몸을 맡긴 것처럼 보이던 재희의 오른쪽 다리가 유지나의 몸을 있는 힘껏 발로 차버렸다. 갑작스러운 발길질에 비명을 내지르며 바지 안으로 파고들었던 손까지 빠져나와 동굴 바닥에 등을 부딪쳤다.
"아으으... 주, 주인님?“
고통을 느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주인님의 행동에 의문을 품으며 재희를 바라본 유지나의 눈에 고운 미간이 잔뜩 찌푸려진 상태로 거친 숨만을 내던 여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다시금 이성의 끈을 잃어가던 유지나.
"지금... 뭘 하려고 했지?“
"......"
재희의 말에 몹시도 불쾌하다는 감정이 잔뜩 섞여져 있었다. 그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린 유지나는 곧장 고개를 푹 숙이고 입을 열었다.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 제가 잠시 미쳤나 봅......“
"용서를 구하라거나 이유를 설명하라고 하지 않았어. 지금 뭘 하려고 했냐고. 그걸 물었는데?"
"......“
비틀거리며 일어선 재희는 아까까지 유지나의 입이 닿아 물고, 빨고 핥았던 그 발로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 있던 유지나의 머리를 짓밟았다. 그 때문에 유지나의 머리가 동굴 바닥에 부딪혀 버리며 고통이란 걸 생성해냈다. 사실대로 말해서 용서해 달라고 해야 하는데. 지금이라도 당장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유지나의 몸은 도대체 왜 아까보다 더 달아오르며 흥분하는 걸까.
"말 안 해?“
"주, 주인님의 종의 손이 주인님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허벅지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 은밀한 곳을 만지려고 했습니다.“
유지나의 사과를 들은 재희는 아까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쾌감에 아우성을 치는 몸을 만족하게 해 주는 유지나의 테크닉에 홀려 순간적으로 민정이와 예림이조차 허락하기 힘들었던 그곳에 여자친구도 아닌 오늘 처음 본 여자에게 허락해 줄 뻔했다. 심지어는 노련한 손가락으로 그녀들조차 넣어보지 못했던 질 안으로 넣어줬으면 하는 바람까지 해 버리는 자신의 모습에 황당함이 밀려온다. 사랑보다 쾌감이라니... 이 얼마나 바보 같은 경우인가.
"잘못했어?“
"네, 네에... 잘못했습니다아......“
아프거나 치욕스럽거나 부정적인 감정만이 들어야 할 텐데. 이상하게도 재희의 발에 뒤통수가 밟혀 바닥에 이마를 대고 있는 유지나는 거칠게 숨을 내뱉고 있었다. 당황스럽긴 한데 화는 나지 않은 상황. 그래서 머리를 밟고만 있을 뿐이지 실제로는 힘을 주지 않아서 그다지 아프지는 않을 거다. 그래서인지 유지나는 흥분하고 있었다. 이런 플레이를 정말로 좋아하는 것처럼.
"좋아?“
"네?!“
"좋냐고?“
"아... 그... 그게... 좋아요.“
"이렇게 밟히는 게? 아픈 게 좋다는 거야?“
"아, 아니요! 그런 M은 아닌데 제가... 이상하게 지금은 좋아요......“
"하아......?"
확실하지 않은 두루뭉술한 말. 재희는 그 말에서 이상함을 찾았다. 민정이와 예림이도 비슷한 말을 한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재희에게 범해지면 몸이 더 잘 느끼게 되면서도 고통까지도 쾌감으로 느껴지는 듯 보인다고. 혹시 그게 다 실험의 여파로 인해 자신의 몸에서 그녀들을 이상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뿜어져 나온다고 생각해도 이상함은 전혀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유지나를 포함한 그녀들이 재희와 할 때만 느끼는 이상한 점을 설명할 수 없으니.
"죄송해요. 죄송해요. 근데... 그렇지만. 주, 주인님의 발을 핥는 거나 제 머리를 밝아서 저를 아프게 하거나 다 좋아요. 이왕이면 저, 저를 경멸하는 눈빛으로도 봐 주시면......"
"미친년."
"아, 아하하... 미친년... 네. 저 미친년인가 봐요. 헤헤.“
애는 정말 미친 거다. 노골적으로 자신이 M이라고 간접적으로 전부 털어두다니. 참 신기한 년이 아닐 수가 없었다. 재희는 유지나의 머리에서 발을 떼어 옆구리를 살짝 차 주었다.
"아윽!“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옆으로 엎어진 유지나. 그녀의 얼굴에는 쾌감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것으로 이 여자가 암살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신을 얻어간다.
"참... 황당하네."
마침 여자가 필요해서 취하고 보니 운 좋게도 여자였고, 여자친구가 아닌, 성욕을 해소 할 성노예로 사용하려고 보니 정말 성노예 기질이 뛰어난 M인 암퇘지였다.
"원위치로.“
"네...! 주인님."
재희의 말에 유지나는 기쁨에 가득 찬 대답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재희의 앞에 네발 달린 짐승처럼 엎드렸다.
"다시 차 줘?“
"네... 주인님. 부탁드릴게요.“
"그래. 그래.“
부탁대로 다시 발로 차 준다.
"아아. 아파. 근데 기분이 좋아아."
좋단다. 아픈데 기분이.
'이거... 어쩌지.‘
헤븐에 있을 그녀들이 유지나를 보고 자격지심이 들지 않을 테다. 그야 그럴 것이 둘에 비하면 유지나의 외모는 덜떨어졌으니까. 그러나 사람이란 건 알 수 없는 노릇, 자신들은 M 같은 암퇘지 놀이를 해 주지 않는다고 삐져서 유지나처럼 M 플레이를 해달라고 조르지 않을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데 왠지 있을 것 같은 이야기인지라 고민되기 시작한다.
'뭐... 나중의 일은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끌어오르는 성욕 때문에, 그리고 뛰어난 테크닉 때문에 차마 유지나를 버릴 생각을 하지 못하는 재희는 일단은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해 보기로 한다.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