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048 첫 게임
"ㅠ......“
재희가 홀로 배를 타고 목숨을 건 게임을 하러 떠나버렸기 때문인지 삶의 의욕이 급격하게 떨어져 주인만을 외롭고 애타게 기다리는 반려동물처럼 무기력하게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민정이었다.
아아. 벌써부터 재희의 얼굴이 눈앞에 아려오는 환영까지 내비친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미소나 자신의 몸을 보고 흥분하는 얼굴이나 쾌감에 젖은 표정이나.
"히힛.....!“
상상만 해도 행복에 젖은 웃음꽃이 피어오를 정도로 너무 압도적인 외모가 아닌가. 민정이의 몸이 천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어젯밤에는 게임에 참가해야 한다며 하지 못했는데. 고작 하루 못했다고 이렇게 몸이 흥분하다니. 정말 변태가 다 되었다. 이런 음란한 여자를 누가 좋아할까. 누구긴 재희지. 히히.
"우응......“
그런 재희가 손으로 가슴을 거칠게 주물러 주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옷 위로 자신의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는 유두를 강하게 꼬집으면서 가슴을 주무르자 신음성은 곧장 터져 나온다. 원래 이 정도로 잘 느끼지 않았는데 재희의 손에 개발되고 나니 너무 민감해졌다. 그러나 재희에게 만져질 때랑은 달리 별로라 아쉬움이 밀려온다. 그렇다고 여기서 끝을 낼 수는 없는 노릇, 이미 스위치는 켜져 버린 탓에.
"재, 재희야아.“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의, 헤어진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이토록 그리워지게 된 그녀의 이름을 애달프게 입에 담으며 조금이나마 그녀의 손길을 비슷하게 느껴보고자 자신의 가슴을 더 험하게 다루기 시작한다.
"으읏... 읏.....!"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손길에 느껴지는 쾌감은 역시나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당장이라도 될 수만 있다면 그녀에게 범해지고 싶은데 어쩌겠는가. 이미 떠나간 후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긴 시간을 홀로 욕구를 위로하며 버텨야 하는데.
"하악... 하악......“
가슴이라 그런 걸까. 가슴이라 쾌감이 덜한 거라 생각하며 민정이의 손은 어느새 음부로 향해 있었다. 입고 있던 바지의 지퍼를 열어 느슨하게 만든 뒤에 속옷을 격렬하게 쓰다듬었다.
"아니야. 이것도 아니야.“
기분이 좋기는 하다만 여전히 부족하다.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축축하게 젖어버린 속옷을 옆으로 젖히고 쾌감을 갈구하고 있는 질 안으로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하아악!“
검지가 질벽을 사정없이 긁어대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기분은 좋았지만 그래도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하지만 여기서 더 어떡할까. 그녀의 것을 제외하곤 속에 아무것도 넣긴 싫은데. 자위기구라 할지라도. 그렇기에 민정이는 중지도 억지로 밀어 넣고 그 두 손가락을 속을 뒤집어 엎을 정도로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해! 너무해!“
재희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 놓고선 자리를 비우다니. 이 요망한 여자! 근데 이 바보 같은 자신은 차마 욕을 입에 담을 수가 없었다. 그녀를 깎아내리는 말조차 할 수가 없어 그냥 너무하다는 말만을 반복하며 손가락을 움직이며 가슴을 쥐어짜듯 주물렀다.
"뭐래.....?“
"아, 아앗?!"
언제 들어와 있던 건지, 문을 연 채로 가만히 서 있던 예림이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열심히 자위에 집중해 있던 민정이를 향해 물음을 던진다. 그러자 민정이는 재빨리 속을 파고들었던 손가락을 빼내어 옷을 단정하게 정리를 한다.
"예림아. 무슨 일이야?"
애액으로 끈적거리는 검지와 중지는 옷으로 대충 닦아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마냥 싱긋 웃으며 말한다.
"창피하지 않아? 이미 다 보여놓고 아무것도 아닌 척인데?“
"......“
당연히 미치도록 창피하지. 그래도 뻔뻔하게 행동하면 모른 척 넘어가 주는 게 예의일 텐데. 그 사실을 절대로 넘어가지 않고 콕 꼬집어 묻는 예림이가 원망스럽다. 새빨갛게 물들어버린 얼굴은 더더욱 붉어지며 애써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본다.
"참... 대낮부터 재희 언니를 입에 담으면서 자위라니. 내가 다 창피해.“
"미, 미안해......“
민정이처럼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예림이는 토로했다. 재희와 헤어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그리워하며 자위를 하는지, 누가 본다면 몇 달째 돌아오지 않아 결국 터져버린 성욕에 자위하는 줄 알겠다고 생각하며 민정이를 한심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쳐다본다.
'우읏...! 그치만 재희가 너무 보고 싶은 걸 뭘 어쩌라고! 걱정되기도 하고.‘
이 말을 도저히 내뱉지 못한 민정이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뭐, 이건 넘어가고. 민정이 언니. 이렇게 계속 재희 언니에게 보호를 받으면서 살아갈 거야?“
"응...? 그건 아닌데......“
갑자기 뼈를 마구 때려대는 예림이의 물음. 당연히 이대로 계속 도움만 받고 살 생각은 전혀 없었다. 튜토리얼 때처럼 짐짝처럼 끌려다니기도 싫고, 되도록 재희와 함께 게임에 참가하며 무궁무진한 암흑 속을 헤쳐나가고 싶었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서로 몸을 섞으며... 흐흐. 아 이거 정말 좋네. 그런데 운동과는 아무런 접점도 없었고,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무기를 다루는데 정말 재능이 없다는 걸 느꼈기에 말끝을 흐렸다.
"그렇지? 나도 그런데. 그럼 나가자.“
"응...? 갑자기? 뜬금없이 어디를?“
"내가 사쿠라 언니한테 물어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봤거든?"
"훈련......?“
"응. 훈련. 아카데미에서 받았던 그 훈련.“
움찔.
그 지옥 같은 걸 다시 받아야 한다니 몸이 공포에 떨려온다. 훈련을 통해 강해져서 자랑스럽게 재희의 옆을 지키고 싶지만... 마음처럼 몸은 잘 따라주지 않는다.
"하기 싫은 거야?“
"어, 어음......"
솔직히... 말하자면 이대로 재희가 자신을 계속해서 보살펴 주는 잉여 생활도 그리 나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쓰레기라 질타를 받아도 뭐라 할 말은 없는데 그래도 하기 싫은 건 하기 싫었다.
"그래? 그럼 하지 마. 근데 내가 재희 언니랑 함께 게임에 참가해서 사랑을 크게 부풀리고 와서 첫 번째가 된다 해도 뭐라 원망하면 안 돼. 알았자?“
"뭐, 뭐엇?! 사, 사랑?!“
사랑이라니. 무조건 재희의 첫 번째야 하는 자신을 제쳐두고 더 큰 사랑을 받아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니!
"그건 안 돼! 할 거야. 훈련받을 거야!“
그것만은 있을 수 없다며 민정이는 소리친다. 재희의 첫 번째가 자신이 아니라 예림이가 된다니, 절대로 두 눈을 뜨고 봐줄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재희의 마음에 따라 버려질 수도, 사랑하는 순위가 밀려날 수도 있긴 하지만 그건 민정이가 용납할 수가 없었다. 더는 재희가 없으면 이 세상을 살아갈 의미가 없어지는 몸과 마음이었는데 다른 여자를 만나서 하하 호호 웃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볼 수가 있을까? 여러 여자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그 여자 중에 자신이 없어도 되는 걸까?
'그건 절대 안 돼!‘
정실은 바로 민정이. 자신이다. 어떤 년에게도 빼앗기질 않을 거다!
"좋아. 그렇게 나와야지. 안 그래?"
생각해둔 대로 곧장 넘어오자 예림이는 참 바보 같은 민정이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각오해 둬. 내가 언니랑 날 빡세게 굴려달라고 부탁했으니까 힘들 거야.“
"아, 알았어!“
빡세게라니... 그건 싫었는데 지금 와서 훈련을 안 하겠다는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민정이는 말을 더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재희는 지금 흥미로운 눈빛으로 몸을 숨긴 채, 앞을 보고 있었다.
"아아악!“
브론즈 등급의 게임에서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극복하는 모습은 재희를 제외하곤 보여주기 힘들 게 분명했다. 그 증거로 이렇듯. 지금 재희의 눈에는 악을 쓰며 저항을 하고 있지만 이미 결과가 도출된 듯이 남자에게 깔린 여자의 모습이 보여왔다. 남자가 여자를 죽일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 대신 자신의 밑에 깔린 여자를 범할 생각에 음흉한 표정이 지어진 상태였다.
"존나 움직이네. 그냥 포기하고 가만히 있어라."
"시발...! 아아악! 시바알!“
이딴 남자한테 범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여자는 평범한 이들과는 다르게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거칠게 말을 내뱉으며 발버둥을 친다. 꽤 재밌다. 양팔이 남자의 무릎에 움직임이 봉쇄되었고, 두 다리는 부질없이 땅만 마구 쳐댈 뿐인데도 포기하지 않은 그녀의 모습이.
"나쁘지는 않네.“
여자치고는 깡다구가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 무엇보다 여자라는 사실에 눈길이 가지만. 외모는 평범한 수준, 아니, 화장도 하지 않은 얼굴이 저런데 화장을 하면 예쁘다고 해도 되는 수준이 아닐까. 그리고 몸을 보아서는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을 했을 뿐이지 전문적으로 무술 같은 걸 배우지 않아 보였다. 뭐, 그건 재희가 차차 훈련을 시키면 될 노릇.
"놔! 이거 놓으라고! 시발 놈아!“
"하. 새끼. 개지랄이네. 그냥 포기하라고. 진짜 뒤지고 싶냐? 죽여줘?“
"그래. 죽여. 네 새끼한테 강간당할 바에는 그냥 뒤지고 만다. 죽여! 죽이라고!“
"시발. 진짜.“
죽는 게 무섭지만 그래도 무섭지 않다는 듯이 무턱대고 큰소리를 뻥뻥 쳐댔다. 그 때문에 남자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쫙 펴진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아마도 죽일 생각은 없지만, 저 생각없이 나불대는 주둥아리의 버릇을 고쳐주기 위함으로 뺨을 치려는 거겠지.
움찔.
재희와 마찬가지로 이제부터 이어질 남자의 행동을 뒤늦게 알아차린 여자는 막상 맞을 거란 사실에 몸이 움찔 떨리며 두 눈을 찔끔 감는다. 그러나 그 손은 그녀의 뺨으로 직행하지 않는다.
"아.....?“
자신의 왼쪽 가슴을 관통하여 삐죽 튀어나온 레이피어의 칼날의 모습에 의문을 가지며 들어 올렸던 손을 천천히 가져간다.
"이게... 왜?“
믿기지 않는다. 이게 대체 왜 여기서 나오는 것일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알고는 있지만 믿고 싶지 않아 애써 외면하는 거겠지.
쿨럭.
"윽?!"
현실을 어서 받아들이라는 뜻에서 몸은 피를 토해내는 것으로 반응한다. 토해내는 피를 그대로 뒤집어쓴 그녀도 혐오, 역겨움, 등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지도 못하고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아아. 아아아악! 싫어... 싫어싫어. 싫다고! 죽기 싫다고!“
전문 인력이 갖춰진 병원으로 향해도 생존을 확신할 수가 없는데 남자는 살고자 발버둥을 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미 관통을 해 버린 칼날. 그리고 심장이 관통당했을 때의 해야 할 지식도 없으니 안절부절해 하며 갈 곳을 잃은 양손은 피가 흘러내려 끝에서 뚝뚝 떨어지는 칼날의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살려... 줘어......“
그제서야 고개를 돌리며 재희에게 살려달라는 말을 하는 남자였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레이피어를 뽑아버린다. 그러자 힘을 잃고 옆으로 쓰러지고, 점점 희미해져 가는 숨통을 부여잡으며 자신의 뒤로 몰래 다가와 심장 부근에 칼을 꽂은 적이 바라본다.
'아......‘
은색의 머리칼을 가진 미녀의 모습, 제대로 콩깍지가 껴버린 남자는 등 뒤에 날개가 달려있다고 환영까지 보게 된다.
"처, 천사님......“
그래. 천사. 천사가 아니면 대체 무어라 말인가. 악마라 할지라도 남자는 이미 그녀의 뒤를 따라갈 준비를 끝마치며 고통이 끊임없이 느껴지면서도 편안한 표정을 짓는데. 이 지옥 같은 곳에서 구원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으며, 그렇게 숨이 서서히 머저감에 따라 싸늘한 시체로 변해간다.
"읏.......“
아까 열심히 피를 닦아냈던 행동이 허무하게 다시 피가 잔뜩 묻어버린 레이피어의 끝을 흙바닥에 등을 붙이고 누워있는 여자의 가냘픈 목으로 향했다. 연약한 같은 여자라 해도 여기선 적이다. 너무 아름다운 외모에 홀려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그녀는 뒤늦게 저 남자처럼 자신을 죽여버릴 수 있는 칼이 목으로 향하자 아랫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강하게 깨물었다. 죽고 싶지 않았다. 살고 싶다. 여태까지 어떻게 살아왔는데 여기서 죽는다니. 아까와는 다르게 죽는 것보다는 차라리 강간을 당하는 게 훨씬 나을 듯싶은 생각까지 들어온다.
"시바알!“
여신 그 자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예쁜 여자를 이곳에서가 아니라 바깥에서 만났다면 그녀는 생전 처음으로 먼저 다가가 친구가 돠려고 노력해 보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을 간직하며 그녀는 재빨리 자신의 목에 닿지 않았지만 바로 앞에서 멈춰있는 검을 손으로 치며 일어나 뒤로 물러났다.
"호오?“
그녀의 모습에 감탄한 재희는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죽어버린 남자를 향해 시선을 가져가 고개를 까딱거린다.
"......?“
"주워.“
"뭐......?“
"맨손으로 싸울 거야? 죽기 싫으면 주워. 기회를 줄 때.“
도망치는 건 최악의 선택이다. 여긴 무인도, 그리고 나무가 빼곡한 숲이라 거리만 벌린다면 도망이란 선택지는 무척 좋은 선택이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침을 꼴깍 삼키며 재희의 말에 따라 조심스럽게 남자의 허리춤에서 장검을 뽑아 들었다.
'으...! 무거워!‘
배에서 가벼운 단검을 선택했던 그녀라 무거운 장검을 들기란 버거웠다. 그래도 살기 위해서라면 들어야만 하는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