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045 경매장 (45/140)



〈 45화 〉045 경매장

비쓰온 게임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의 후원자들이 참가한 경매장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자본가들부터 그들이 운영하는 그룹이나 조상의 노력으로  대째 부가 축적되어 내려오던 축복받은 이들까지. 만약 이들이 세계 정복을 하려고 모였더라면 성공하고도 남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어마 무시한 존재들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동료가 아니라 적이었다.

모두가 적이다. 동료란 존재하지 않았다. 원하는 것은 이미 이곳에 오기 전부터 생각해둔 것. 문제는 경매장에 참가한 이들 전부가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왔다는 거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경매장의 크기는 상당히 커졌고, 경쟁자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어느 이는 주변 지인에게 돈을 모조리 끌어왔을 정도로.

"1천 5백. 더 없으십니까?“

참가자 신분을 가진 플래티넘 등급의 남자. 남자는 원래 주인이 있는 노예에 불과했지만 그 남자를 가지고 있던 주인이 조금이라도 돈을 부풀리기 위해 곧장 팔아버린 불쌍한 이였다. 플래티넘 등급이라면 경호원은 물론이고, 암살 등 쓸모가 많아서 절대로 1천 대로 팔린 인물이 아니었다. 팔려도 적으면 억대 후반인데 지금은 고작 1천에서 더는 올라가질 않았다.

탕. 탕. 탕.

"낙찰되었습니다.“

결국, 그는 1천 후반에 팔려나갔다.

"다음 상품은 이것입니다.“

두 번째는 후원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성노예로 사용이 가능한 여자. 심지어 얼굴도 예쁜 데다가 창녀가 아니라 참가자 신분이었던 터라 몸매는 물론이고, 남자의 손에 때가 타지 않아 인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 게임 내에 있는 존재. 경매는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이 되었다.

우선은 헤븐에서 죽기 직전에 팔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을 주최 측에서 구해내어 경매에 올리는 것, 두 번째는 아직 게임 도중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를 키워보거나 다른 이들의 손에 더럽혀지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 당사자는 모른 채 미리 경매를 진행하는 것. 후자의 방법으로 남자라 하면 미리 사 놓은 노예를 게임처럼 키우는 느낌이 나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가 있었다.

여자라 하면 깨끗한 처녀였는데 다른 참가자들의 손에 처녀를 잃게 되는 걸 방지하여 죽기 직전에 게임 외로 데리고 나와 집으로 가져갈 수가 있었다. 그러나 남자라면 몰라도 여자는 잘 사지 않는 추세였다. 그야 그럴 것이 처녀를 사 놓았다고 해도 처녀를 잃게 되기 전에 주최 측에서 사람을 보내도 이미 늦었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그녀를 반드시 가지고 싶다면 강간을 당하더라도 늦게나마 데려오긴 하는데 그러면 강간을 하는 쪽을 죽여야만 했다. 게임 내의 존재들에게 이런 시스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모르게 하기 위해서라면. 그로 인해 금액도 몇 배나 부풀어 오르고, 애초에 후원자들은 이미 늙은 대로 늙었고 성노예를 사는 거니 백지인 상태인 여자보다는 경험이 있는, 그것도 잘하는 여자를 원하기에 워낙 예쁘거나 창녀가 아니라면 여자를  사지는 않았다.

"아... 예쁘네 저년.“
"먹고 싶기는 한데. 쓰읍.“
"참자. 참자.“

하지만 지금 경매에 나온 여자. 진행을 맡은 남자의 뒤에 있는 커다란 스크린에 보이는 여자는 꽤 예뻤다. 높은 등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희귀할 정도인 참가자 신분의 여자인지라 탐이 났지만 후원들은 꾹꾹 참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아껴야만 하니까. 억이든, 천이든.

"시작가는 5억이며 1억씩 올라갑니다.“

역시 정말 희귀한 참가자 신분의 여자인 걸까. 시작가가 높았다.

"6억.“
"7억.“
"8억.“

이곳에 모인 수많은 후원자 중에 포기한 듯이, 저 여자라도 사려고 돈을 부르고 있었다. 끝내 평소 가보다 확연하게 낮게 낙찰을 받고 경매는 계속 진행되었다.

"마지막 경매입니다.“

그렇게 마지막이 되었고.

"저희가 튜토리얼에서  등급을 준 것도 모자라서 외모는 물론 몸매, 그냥 완벽한 여자. 윤재희입니다.“
"오오오!“
"드디어 나왔군!“
"반드시 사고 만다!“

스크린에 은색의 머리칼과 적 안을 가진 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후원자들은 그제서야 눈에 불을 켜고 의자 팔걸이의 버튼을 누를 준비한다.

"시작가는 50억. 10억씩 올라가도록 하죠.“

시작가가 50억이라니. 낮기는 했지만, 진행자는 그보다 몇 배, 아니 몇십 배는 충분히 뛰어넘을 정도로 천정부지로 오를  확신하고 있었다.

"60억!“
"70억!“
"80억 나왔습니다!"

예상대로 빠르게 올라간다. 잠시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은 채로.

"이야... 변태 새끼들이 돈이 남아도나 보네요. 미친 것들.“

그런 후원자들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던 한 남자. 한재영은 허탈하게 웃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끌끌. 그럴 수밖에 없지 않으냐? 감히 나의 재희를 노리다니.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지는구먼! 끌끌.“

백발의 노인, 레이건 박사는 한재영의 말에 동조하며 낄낄거리며 그들을 비웃었다.

"멍청한 것들. 그런데 이해는 되긴 하구먼. 비록 실험의 부작용으로 남자에서 여자가 되었긴 해도 저렇게 예쁘게 변할 줄은. 낄낄.“

레이건 박사는 윤재희. 아니, 윤재한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렇게 이젠 지루해질 정도로 실패하던 실험이었거늘. 윤재한이란 실험체는 그 지루함을 한꺼번에 날려주는 것처럼 보란 듯이 살아남은 거로 모자라서 평범한 인간이라면 얻을 수 없는 신체를 가지게 되었다. 뛰어난 오감, 그리고 동체 시력, 일반인과는 비교가 확연히 될 힘과 무술까지.

그러나 실험에 성공하였다고 해도 절반밖에 성공하지 못하였다. 예상한 실험 결과로는 자동차도 들어 올릴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 대신이라고나 할까.  가냘픈 몸에서 절대로 나올 수가 없는 힘을 가지게 되었으니. 근육의 축소는 어느 정도 성공이었지만 그래도 레이건 박사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남자에서 여자로 변하지만 않았더라면. 그것도 저렇게 예쁘게 변하다니. 누가 보더라도 여신이라 해도 무방하고, 여신들의 정점에 서 있어도 이상할 게 없는 외모를 지니고 있지 않은가. 저 후원자라는 개돼지들을 보거라.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여자에 환장하고 여기서 성노예들을 엄청나게  간다.

"근데 내 윤재희라면 못 가질 텐데. 끌끌.“

여자라면 성노예, 남자라면 고대 로마에나 있을법한 검투사라는 인식이다. 그래서 당연히 레이건 박사의 실험체인 윤재희 또한, 성노예로 인식하고 있는데 그 하찮은 인식이라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그녀를 얻기 위해 후원자들은 미친 것처럼 달려들고 있다.

"500억!“

벌써 500억에 도달한 경매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매에 참가한 후원자들은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포기하지 않고 다시 경매가를 올려대기 시작한다.

"신체 능력은 좋긴 한데 운동을 한 남자들과는 별다르지 않을 정도이지. 한데 검이나 창, 그리고 활까지 어떠한 무기들은 물론이고 주먹까지도 완벽하게 다룰  있도록 머릿속에 주입되어 있어서 시간이 조금 지난다면 누구도 상대가 되지 않을 테지. 끌끌.“

근력이나 체력 등은 꾸준히 운동한 남자와 엇비슷하다. 다른 점이라곤 무기와 싸우는 법을 안다는 것. 몸만 익숙해지면 상대가 될 존재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럿이서 덤벼든다면 인간을 초월하지 못한 몸으로는 당연히 한계가  터. 그것만 조심한다면 그녀는 절대로 자신을  후원자의 성노예가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린 돈이나 벌어서 좋고, 저들은 어쨌든 윤재희를 가졌다는 것만으로 좋으니 상관없죠.“
"그렇고말고.“
"그나저나. 누가 사게 될까요?“
"음... 플레이타 회장이 만만치 않구먼.“

플레이타. 뛰어난 기술로 전 세계를 독점하고 있는 대기업의 이름이었다. 그런 대기업의 회장은 돈도 많은 데다가 그녀를 갖기 위해 자신이 가진 주식을 팔아 돈을 마련했다. 그만큼 그녀를 원하는 것이지.

"마이피콜로소프트도 작정한 것 같은데요.“
"그것도 있구먼. 낄낄."

전 세계 인구 70억 중에 절반은   정도로 유명한 기업의 회장들이 지네끼리 치고받고 싸우고 있다. 과연 누가 이길까.  재미있는 싸움이다.

"허허허. 천억이 넘었구먼!“

역대 최대 경매가는 500억 선에서 그쳤다. 비쓰온 게임에서 가장 높은 등급에서 한 단계 아래인 블랙 등급이지만 검제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무력을 가진 늙은이도 천억은커녕 500억도 가지 못하고 낙찰이 되어 현재 경호원으로서 살며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고작 사람 한 명을 사려고 천억이나 부르니 한재영의 눈에는 후원자들은 그냥 개돼지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부작용이 있다는  알면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날까요?“
"부작용 말이더냐? 낄낄. 그걸  우리가 걱정하냐? 관찰 결과 우리가 아는 부작용이라곤 여자만을 대상으로 성욕이 피어오르는 것과, 흥분했을 시에 주위 여자들의 몸을 달아오르게 하는 것도 모자라서 쾌감을 더 느끼게 하는 마약과도 같은 성분을 풀어낸다는 거? 근데  멍청한 놈들에게는 그저 때가 흥분하는걸로 착각해서 오히려 더 기뻐하고 있는데. 그리고 어떤 부작용이 또 있을지, 위험할지, 위험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저들은 어쨌든 살  아닌가?“
"그렇긴 하겠죠.“
"아니, 그럴 수밖에 없지. 저들에게는."

어떨 때는 가난한 나라에 태어난 것도 모자라서 부모도 가난한 탓에 머릿속에 지식이란 게 없는 바보 같은 인간보다도 더 못한 짐승처럼 행동하는 저들이었다. 아무리 위험하다고 해도 이성을 범할 수만 있다면, 실험체였던 윤재희의 몸을 마구 탐할 수만 있다면 손과 발 한  정도는 미련 없이 포기할 병신 들이었다.

"뭐, 우린 주지도 않은 윤재희를 팔아서 돈만 챙기면 그만이니. 굳이 신경 쓰지 말게.“

여기서 부작용이 더 발견되던가 하는 하자가 생겨도 예쁜 외모 하나만으로 다 대체가 가능했다. 그리고 그녀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한 애들만  수 있는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똑똑하며 몸의 적응도 빨랐으니 절대로 게임에서 질 리가 없다. 레이건 박사는 확신에 거듭해서 확신하며 미소를 지었다.

"난 이만 가보겠네.“
"결과는 보지 않을 겁니까?“
"누가 낙찰을 받은 아무래도 좋아. 낙찰을 받았다고 윤재희를 가질 수는 없으니까. 만약에 게임에서 지더라도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굳이 볼 필요도 없지.“

레이건 박사는 인맥이 정말 좋았다. 거기에 더해 그들을 끌어내릴 약점도 준비해 두었고, 처리할 인력도 있으니 만에 하나 그녀가 게임에서 져서 낙찰받은 변태 새끼에게 간다 해도 빼앗으면 그만이다. 아니, 그럴 필요도 없이 비쓰온 게임을 운영하는 그가 직접 나서겠지. 레이건이 굳이 나서지 않더라도.

"그러니 너도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게나.“
"그러겠습니다.“
"낄낄. 좋은 생각이야. 난 우리 손녀와도 같은 재희에게 선물을 주러 이만 가보겠네.“

레이건은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근육을 수축시킨 것과 바뀐 외모밖에 없어 아쉬울 따름이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뛰어난 머리와 싸움 스타일, 그리고 잔혹한 본성까지. 그것만으로도 완벽하지 않은 실험에 대한 부정적이고 아쉬운 건 모두 해결이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때문에 이제 정말 손녀처럼 느껴지는 그녀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돌아섰다.

"그래도 뭐, 궁금하기는 하니 나중에 알려주겠나?“
"네. 박사님.“
"그래. 고생하게.“

이내 백발과 흰색 가운을 입은 레이건의 모습이 사라지고.

"조까지 가려나?“

경매는 여전히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제는 한 번에 100억씩 올린다고 하는데도 후원자들은 미친 듯이 버튼을 눌러대며 낙찰을 받으려고 애를 썼고, 그럴 때마다 경매가는 끊임없이 올라간다. 이 정도면 가진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용해서라도 얻으려는 생각 같았다.

"두옹 그룹 회장이 포기하네.“

꽤 큰 그룹이던 두옹 그룹의 회장은 분노에 가득 찬 표정으로 하는  없다는 듯이 고개를 떨어트리는 모습이 보인다. 대한민국에 한정된 대기업이라 세계로 뻗어 나간다면 명함을 내밀기도 부끄러울 규모라 할 수 있어서 그런지 헛된 희망을 품고 경매에 참여했다가 맥없이 떨어져 나갔다.

"3천억......“

어지간히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지 벌써 3천억이란 숫자에 돌입했다. 그제야 한 손에 꼽을 정도의 자산가들만 경매에 참여하고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것은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부호들이 고작 3천억에 포기를 하냐고. 그 이유는 간단하다. 3천억을 한 번에 잃으면 다른 기업에서 어떤 공격을 가해 피해가 생길지도 모르니,

공격한 이유도 정당하게 돈을 주고 산 그녀를 얻으려는 속셈일 테니. 그래서 최소한의 자금을 남겨 두어 공격에 대비해야만 하는데 3천억이라는 돈은 뼈를 내주는 것과 같았고, 그녀를 가진다고 해도 지킬 힘도 없으니 아쉽게도 포기하는 것이다. 단순히 추측이라 치부할 수 있는데 이미 전례가 존재하며, 비일 비질하게 일어나는 일인  그들도  알고 있었다.

"같잖네. 병신들.“

비쓰온 게임에서 몇십  동안 진행한 실험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실험체인데. 과연 그가 돈을 받고 내줄까. 아니. 절대 아니었다. 주지도 않을 거면서 그냥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종의 사기극이라 할 수도 있는데. 개돼지들은 그냥 외모에 홀려버려 정상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재영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레이건이 있을 실험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최종가 4천 8백억에 플레이타 회장에게 낙찰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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